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유전정보의발현과 GMO의시작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지난 회에서는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정보인 DNA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았지요. 이번 글에서는 이 DNA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DNA 재조합의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GMO에 대한 이해를 높이 도록 하지요. 하리하라(창조의 신 미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결합한 상태)’라는 필명으로 활발한 과학 저술활동을 하고 계신 이은희 선생님은 역사, 신화, 드라마, 수필 등 다양한 분야에 생물학을 연관지어 대중의 언어로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지식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노력해왔다. 현재이은희선생님은‘하리하라의육아일기(프레시안)’과‘하리하라의영화와과학 이야기(사이언스타임즈)’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술으로는 <하리하라의 생 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등이 있으며, 2003년 한국과학기술도서상(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바 있다. 저자소개 90 BIOSAFETY Vol.10 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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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창조의 신 미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결합한 상태)’라는 필명으로활발한 과학 저술활동을 하고 계신 이은희 선생님은 역사, 신화, 드라마, 수필 등다양한 분야에 생물학을 연관지어 대중의 언어로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과학에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지식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노력해왔다.
현재 이은희 선생님은‘하리하라의 육아일기(프레시안)’과‘하리하라의 화와 과학이야기(사이언스타임즈)’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술으로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하리하라의 과학고전카페> 등이 있으며, 2003년 한국과학기술도서상(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소개
90 BIOSAFETY Vol.10 No.2
유전정보는어떻게발현되는가?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정보는 DNA, 정확히 말하자면 DNA의 배열
속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DNA로 이루어진 유전자 그 자체가 신체를
구성하지는 않습니다. 유전자는 어디까지나 정보만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건물의 설계도면은 종이로 만들어지지만, 그 설계도로 인해 만들어진
건물은 종이가 아닌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지요. 인체도
마찬가지로 정보 자체는 DNA 배열에 담겨 있지만, 정작 몸은 주로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DNA의 배열이 어떻게 단백질로 연결되는
것일까요?
센트럴도그마의구축DNA 구조 발견자 중 한 사람이었던 프랜시스 크릭은 1959년,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에 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gma)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우리말로는 센트럴 도그마는‘중심
원리’혹은‘중심 사상’이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 원래 도그마(dogma)란
기독교의 교리를 이르는 말로, 인간의 구제를 위해 신이 계시한 진리이자
교회가신적권위를부여한것을뜻하는말입니다. 그러니크릭은이개념이야
말로 분자생물학에 있어서 센트럴 도그마라고 불리는 것은 종교의 교리처럼
분자생물학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 원리라는 생각에
센트럴 도그마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죠.
센트럴 도그마에 따르면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는 DNA 속에 들어있습니다.
이 정보는 RNA 형태로 복사되어 세포내 단백질 생산 공장이라고 알려진
리보솜(ribosome)으로 전달되고, 리보솜은 이 RNA를 인식하고는 그에 맞는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이 때 DNA는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지만, RNA와
단백질은 반드시 전 단계의 물질을 주형으로 삼아 만들어진다는 것이 센트럴
도그마의 개념입니다. 한편 DNA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은 복제
(replication),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전사(transcription),
RNA의 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고
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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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즉, DNA는 복제 과정을 통해 세포분열
을 할 때마다 DNA를 똑같이 복사하고, 이
DNA에 담긴 유전정보는 필요할 때마다 전사
과정을 통해 RNA로 바뀌어서 리보솜에 전달되
며, 리보솜은 이를 받아서 번역 과정을 통해 단
백질을 합성한다는 것입니다.
센트럴 도그마의 탄생은 단순히 DNA가 RNA를
거쳐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순서를 밝히는 것
이상의의의가있습니다. 센트럴도그마는개념의
확립은 기존에 혼(靈魂) 혹은 생기(生氣)가
깃들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생명활동이
DNAㆍRNA 같은핵산이나단백질처럼구체적인
화학물질로이루어져있다는것을나타내줍니다.
결국 이는 어떤 생명체를 연구하기 위해서 그
들이 지닌 단백질, 혹은 DNA를 파악해야 한
다는 환원주의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입니다. 살모사가 맹독을 가진 것은 조물주가
살모사에게 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하사했기
때문이 아니라, 살모사의 DNA에는 독성을 가진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들어있기 때문
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세상에 파란 장미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조물주가 파란 장미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장미의 DNA에는
파란색 색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들어 있지
않기때문입니다. 즉, 생물체가가진특성은어떤
특정단백질을가지고있는지아닌지로결정되며,
더 나아가 그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
자를가지고있는지아닌지로결정됩니다. 따라서
파란색을 내는 장미를 만들고 싶다면, 장미의
DNA에 파란 색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blue
gene)을 넣어주면된다는결론에이를수있지요.
달맞이꽃처럼 파란색을 띤 꽃의 DNA에서
블루진을 추출해내고, 이를 다시 장미의DNA에
넣어주게 되면, ‘불가능한 것’이라는 말로 대신
쓰이던‘파란 장미’를 피워내는것이적어도이론
적으로가능해진다는뜻이됩니다(사진1).
센트럴 도그마가 확립되면서, 사람들의 머리 속
에는‘타고난’생명체의 특성도‘유전자’를 이용해
얼마든지 새로 조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됩니다. 생명체라면 모두 DNA를
유전물질로 가지므로 이들 사이에 얼마든지
유전자의 자리바꿈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실제로 유전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사람의 유전자든, 동물의 유전자든 모두
DNA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사람의 유전자를 대
장균에 집어넣거나, 해파리의 유전자를 식물에
집어넣는‘이종 잡종’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바야흐로 인간은 이제‘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한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유전자를 재조합하느냐 하는 문제뿐
이었습니다.
사진1. 2008년도쿄에서열린국제화훼박람회에서전시되었던파란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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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밝혀지는유전자재조합의비앞서 말했듯, 생물체의 특성이 유전자의 존재
유무로 인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특정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
에게 옮겨주게 되면 정말로 그 특성이 그대로
옮겨지게 되는지에 모아집니다. 하지만 센트럴
도그마가확립될때까지만하더라도, 이런생각은
그저‘생각’에불과했습니다. 일단 DNA상에놓인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DNA에서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유전자
가위’와 이 잘라낸 유전자를 다른 DNA에 연결
시키는‘유전자 접착제’, 그리고 유전자를 운반
해줄‘유전자 운반체’등이 필요한데, 당시까지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밝히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먼저 발견된 것은 유전자 접착제 습니다.
1967년 마틴 겔러트(Martin Gellert)와 로버트
레먼(Robert Lehman)은 서로 다른 연구소에서
각각 조각난 DNA를 이어붙이는 기능을 하는
효소를 찾아내었고, 이 효소에 DNA 리가아제
(ligase)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원래 인간의
DNA는복제될때, 두가닥의 DNA 중한가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로 복제되지만, 다른 한
가닥은 부분적으로 나뉘어서 복제된 뒤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DNA를 복제
하는 효소가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
나는 일로, DNA 복제시 만들어지는 짧은 DNA
조각들을오카자키절편(Okazaki fragment)이라고
합니다. DNA가 정상적으로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려면 조각난 오카자키 절편이 먼저 하나로
이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2가닥으로 이루어진
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DNA를 갖는 생명체들은 필연적으로 DNA를
이어붙이는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DNA 리가아제입니다(그림 1).
보통 포유류는 4종류의 DNA 리가아제를갖는데,
이들은 오카자키 절편들을 이어서 한 줄의 긴
DNA로 만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나 외부의 충격
등으로인해끊어진 DNA들을이어붙여 DNA를
보수하는 기능도 수행한답니다(그림 2).
그림1. DNA의복제(replication) 과정, DNA 복제효소의방향성으로인해두가닥의DNA를복제할때에는한쪽가닥에는필연적으로오카자키절편이발생하게되고, DNA 리가아제는이를이어한줄의완성된DNA를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