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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인류학자여, 이제는 위를 보자! 왜? 그리고 어떻게? 40년 전 네이더 (Laura Nader) 는“인류학자여 , 이제는 위를 보자 ! ”라는제 안을 했다 ( 네이더 2006) . 이 제안은‘왜’인류학자들이주변적이고소외된 집단에 집중해 왔던 관심을‘권력’을 가진 집단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 볼 필요가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 “만일 인류학이 습관처럼 해오던 가난하 고 소외된 사람들의 문화 대신 여러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높은 지위의 조직체와 관료기구의 문화를 연구한다면 어떤 연구결과가 나올까 ?, “일반시민이‘권력상층부’를제대로알게함으로써‘시민’으로 서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하고 이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 ?”네이더는‘위로의 연구’를 통해서 인류학자가 얻을 수 있는 것과 시 연구논문· 한국문화인류학 46-2: 3~44(2013. 6) 한국문화인류학회 *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 과학문화연구센터 연구원 ***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연구원 민족지 연구의 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 연구’ (Studying up) : 세 현장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이강원 * ·임소연 ** ·하대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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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Feb 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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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1. 서론: 인류학자여, 이제는위를보자! 왜?그리고어떻게?

40년전네이더(Laura Nader)는“인류학자여, 이제는위를보자!”라는제

안을했다(네이더 2006). 이제안은‘왜’인류학자들이주변적이고소외된

집단에집중해왔던관심을‘권력’을가진집단에대한관심으로돌려볼

필요가있는지를강조하고있다. “만일인류학이습관처럼해오던가난하

고소외된사람들의문화대신여러사람의삶에직접적인영향을끼치는

높은지위의조직체와관료기구의문화를연구한다면어떤연구결과가

나올까?”, “일반시민이‘권력상층부’를제대로알게함으로써‘시민’으로

서의권리와의무를수행하고이익을증진하는데기여할수있지않을

까?”네이더는‘위로의연구’를통해서인류학자가얻을수있는것과시

연구논문·한국문화인류학 46-2: 3~44(2013. 6) 한국문화인류학회

* 서울대학교비교문화연구소연구원, [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과학문화연구센터연구원

***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연구원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 세현장연구사례를중심으로

이강원*·임소연**·하대청***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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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얻을수있는것이밀접하게연결될수있음을보여주려했다.1)

우리는‘위로의연구’의필요성과가능성(왜?)에대해서네이더의제안

에부분적으로공감한다. 한편으로는‘위로의연구’의난관과마주치는인

류학자들이그난관을넘어서거나그것을역으로활용함으로써민족지

연구를진행할수있는구체적인길(어떻게?)에대해서는충분히다루지

않았다는점에주목하게되었다. 사실네이더는‘위로의연구’에서마주치

게될네가지난관을이미제시해놓았고, 영어권의후속연구는이러한난

관에대한경험을구체적으로다루었다. 네가지난관이란접근(access)의

어려움(Edwards 2007; Conti and O’Neil 2007), 주변적이고소외된집단을선

호하는학문공동체의태도(attitude)(Priyadharshini 2003), 정보제공자에대

한윤리(ethics)(Forsythe 1999), 그리고‘위’에대해서는쉽지않은참여관찰

방법(methodology)(Cassell 1988; Gusterson 1993, 2008)등이다. 하지만그동안

‘위로의연구’의성과가체계적으로정리되지못했고‘위로의연구’에임

하는민족지연구의전략에대한평가도충분히정립되지못했다. 그래서

여전히많은인류학자들이‘위로의연구’를계획하는단계에서네이더가

제시했던네가지난관에마주치고민족지연구를시작하는데어려움을

겪는상황이반복되고있다.

4·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1) ‘상층부연구’(네이더 2006)라는번역어는우리가다루고자하는‘위로의연구’와완

벽히일치되는것은아니라는점을먼저언급하고넘어가고자한다. ‘상층부’는권력

을가진집단을어떤실체로대상화시키고있다. 그래서인류학연구대상이사회적

구분에따라서하층부집단과상층부집단으로나뉜다는고정된위계와이분법을전

제한다. 우리가다루는‘위로의연구’는대상의고정된위계에따른구분이아니라, 연

구하는인류학자와연구되는집단간가변적인위치를고려함으로써이해될수있

다. 따라서연구대상집단의사회적지위뿐아니라, 민민족족지지연연구구를를하하는는인인류류학학자자의의

입입장장에에서서연구의지향점이‘위로’(up)인가,‘아래로’(down)인가, 혹은‘나란히’(sideway)

인가에중점을둔다. 이러한접근은인류학자의정치적위치가연구대상자와의관계

속에서가변적일수있다는잠재성을중시한다. ‘위로연구하기’, ‘아래로연구하기’,

‘옆으로연구하기’와같이목적어(대상)보다는부사(지향)와동사의결합으로번역

하는것이본연구에더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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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국내인류학계에서‘위로의연구’에대한지대한관심에비해서

그결과물은미약하다.2)우리는『한국문화인류학』과『비교문화연구』에게

재된논문목록에서‘위로의연구’라고불릴만한연구를찾아보았다. 구

성원이소수임에도불구하고사회에지대한영향을끼치는집단과현장

(예를들어관료, 언론인, 국제기구, 증권거래소등과같은현장)에대해서현장

연구를한사례는주변적이고소외된집단에대한연구에비해서극소수

에지나지않았다.3)이에더해서‘위로의연구’가스스로‘위로의연구’임

을분명히밝히지않는경향도있었다. ‘위로의연구’는여전히문제제기

수준에서벗어나지못하고연구주제의다양성에비해서연구가실행되

는경우가많지않다는점을알수있었다. 또한진행중인연구를‘위로의

연구’로명명함으로써‘위로의연구’의상황으로부터비롯되는어려움을

기록·분석하고이를명료화하면서해결하려는노력도적극적으로전개

되지않았다는점도알수있었다.

한편우리는네이더가제안한‘위로의연구’필요성과가능성(왜?)이매

우좁은범위로규정되고있다는점역시주목한다. 네이더는‘위로의연

구’의대상을사회적으로지대한영향을끼치는법률회사, 기업, 관료집단

과같은특정한집단으로한정하고있다. ‘전통적인류학’이다루었던대

상인부족, 농민, 빈민등을‘아래’에두고, 양자사이에서나타나는권력

작용의결과로‘위’와‘아래’의구분을규정하고있는것이다. 즉정치경제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5

2) 문화인류학개론서인『낯선곳에서나를만나다』의마지막장은‘위로의연구’(상층

부연구)에대한소개로끝을맺고있다. 편집상으로‘위로의연구’가인류학이개척

할새로운연구영역이될수있다는점을내비치고있다. 아울러‘상층부’라고할수

있는기업에서민족지연구를활용하는인류학도의사례를소개하고있다(한국문화

인류학회 2006).

3) 중국의부유한관광객과화시촌을다룬양한순(2007)의연구, 중국의영화와드라마

의영상물제작현장에서피디등의스태프를다룬이응철(2007)의연구, KOICA의

공적개발원조 프로젝트를 다룬 이태주(2011)의 연구, 일본의 방재과학기술 전문가

를다룬이강원(2012a)의연구, 불임클리닉생의학자를다룬강지연(2012)의연구등

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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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힘을지닌집단과구성원이‘위로의연구’에서다루어야할‘위’로규

정된다. 하지만‘위’가‘아래’와의권력관계속에서구성되는결과물이라는

점에서‘위로의연구’가다루는‘위’가무엇에대한‘위’인가에따라서연

구의초점이달라질수있다. 예를들어사회경제적위치에따른‘위/아

래’의구분과는구별되는, ‘인식론적권위’에따른‘위/아래’의구분역시

가능하다. 특히후자의‘위’에속하는과학자집단, 전문가집단, 기술관료

집단은전문지식혹은‘과학적합리성’의외부에있는집단(비전문가, 학

생, 시민, 경우에따라서는사회과학자나대항전문가)과의관계속에서‘인식

론적권위’를담지한다는점에서네이더가제안한‘위’와는다른방식으로

힘을행사한다. 특히현장연구를하는인류학자에게이집단은인류학의

방법론, 이론, 민족지쓰기에서의실천자체에문제를제기할수있다. 인

류학자와‘마찬가지로’자신과인류학자의관계에대해성찰할수있는

능동성을지니고있으며, 이러한성찰은인류학자가‘학술적인’결과물을

생산하는과정까지영향을끼칠수있다는점에서비전문가나인류학자

에대해서‘위’에위치하기도한다. 과학기술과관련된이슈를다루는인

류학자는그이슈와관련해서‘인식론적으로더권위있는’다른학문분

과의연구자와조우할수밖에없으며, 이점은네이더가규정한‘위로의

연구’가충분히포괄하지못하는또다른‘위로의연구’의영역이있다는

점을시사한다.4)이지점에서‘위로의연구’에대한난관을다루는것은

6·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4) 본연구의필자들의공통점은과학기술과관련된이슈를다루는과학기술인류학연

구자라는점이다. 현장연구과정에서‘약자’와‘비전문가’혹은‘일반시민’을포함

하면서도, 과학자, 기술관료, 의사, 교수와같이현장연구자에비해서사회경제적으

로‘위’인동시에인식론적으로‘위’인집단에대한민족지연구를진행했다. 따라서

본연구에서제시되는현장연구의사례에서는현장에서‘위’와‘아래’를구분하는

방식이여럿중첩될수있음을보여준다. 결과적으로현장연구중인인류학자의입

장에서‘위’로간주되는집단, 정치경제학적‘위’를차지하는집단, ‘인식론적권위’에

서‘위’를차지하는집단이,많은경우중첩되는동시에경우에따라서는위ㆍ아래의

위치가뒤바뀌는경우도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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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시민의권리와이익을증진’할수있다는가능성과필요성을넘

어서인류학의방법론과인식론의개선을위한가능성과필요성으로확

장된다. 그와동시에‘위로의연구’로부터나타나는난관역시그성격을

달리한다는점에초점을맞출필요가있다.

난관에반복적으로마주치면서도그것을분명히드러내고분석하고극

복할전략을짜지않는것은연구의진전에아무런도움이되지않는다.

이제는현장에서난관을헤치며‘위로의연구’로‘길을내는’작업이필요

한때이다. 또한이길의경계와표식을명확히함으로써앞으로같은길

을가게될인류학자들이더쉽게안정적으로민족지연구를할수있도

록‘위로의연구길들이기’를시도할때이다. 우리는각각방재과학기술연

구소, 성형외과병원그리고‘광우병논쟁’의현장에서면담과참여관찰

그리고문헌연구를통해민족지연구를진행해왔다. 각민족지연구에

서과학자, 공학자, 교수, 의사, 관료, 기자, 변호사등과면담을진행하는

과정에서‘위로의연구’의난관은각기다르게경험되었다. 우리의목표

는 (1) 현장연구경험을통해서네이더가제시한‘위로의연구’의난관

이현장에서어떻게구체적으로드러나는지를보여주는것이다. 그리고

(2) 난관을넘어서거나우회하거나그것과타협함으로써학습해온현장

연구기술(skills)을 명료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한다. 또한 (3)‘위로의 연

구’의난관과마주함으로써나타나는인류학현장연구의전제가갖고

있는문제도함께제시함으로써후속연구가개선해야할지점을남겨

두기로한다.

우선인류학에서현장연구가차지하는비중을명확히할필요가있다.

인류학은‘현장과학’(field science)중의하나이다. 인류학의현장연구는인

류학을다른학문분과와구별하는핵심이라고할수있다(Gupta and Ferguson

1997). 그래서참여관찰과면담을통해서현장에서의‘학습’과현장의‘대화’

를중시하는‘관계적지식’(relational knowledge)(Hastrup 2003)을그특성으

로한다. 인류학자가연구하는집단의문화는인류학자와현장의관계속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7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7

Page 6: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에위치지어진것으로간주되고, 현장연구를하는인류학자는자신의경

험속에서어떤것은기록되었지만다른것은침묵되었다는점을받아들

인다. 따라서인류학지식은모델이나대상지식으로부터가아닌현장에

서의실천을통해서점차적으로습득한‘기술’(skills)(Descola 2005)을통해

뒷받침된다고할수있다.

특히‘위로의연구’의현장에서인류학자는연구되는사람의반응과선

택을무시하기어렵다. 그리고연구되는사람의‘문화자본’이연구하는

사람보다훨씬많을수도있다. 행위자가인류학자의분석개념을공유하

고있거나행위자가사용하는개념이인류학자의개념보다‘인식론적으

로권위적인’상황과마주해야한다. 그래서행위자가인류학자가현장을

구성하는데개입할수도있고, 스스로도성찰적글쓰기를하고자신의

삶과앎을이론화할수도있다. 즉인류학자만큼행위자역시성찰적이라

는점이‘위로의연구’의현장에서분명하게드러난다. 이러한관계속에서

‘위로의연구’를하는인류학자는‘행위자에게성찰성을돌려주고’(Latour

2000, 2005; Lynch 2000),‘행위자의반대에귀를기울일’(Mosse 2006; Plesner

2011)기회를얻을수있다. ‘위로의연구’를통해서마주하게되는이러한

기회는‘위로의연구’가단순히연구영역과대상의범위를확장하는데

도움을주고,이에더해서민족지연구와이론에대한‘실험’이될수있다

는점에주목할필요가있다. 이실험은인류학자혼자서연구대상이되는

집단을규정하고인류학자스스로가결론을내리는것이아니라, 현장에

서마주치는‘힘있는’행위자와의관계를맺는과정을통해서실험이조

직되고민족지연구의타당성이시험받는다. 따라서‘위로의연구’는단순

히네이더가말한‘사회변화’에인류학의현장연구가기여한다는의미

를넘어서인류학자의정체성과인류학적지식생산방식에대해문제를

제기한다는의미도부여할수있다.

인류학자가주도하는대화가불가능한상황에서인류학자와행위자간

의‘대화적조우’(dialogic encounters)는어떤모습을갖게될까? 우리의연

8·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8

Page 7: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구에서는행위자도성찰을하며그성찰을근거로현장에서인류학자와

동등하게대화를해나가는행위자로다루어진다. 그대화의구체적인과

정은협상과타협이다. 우리의현장연구의범위와민족지연구의방법자

체가이러한‘행위자와의협상과타협’의산물로다루어진다. 협상과타협

의과정을기술함으로써기존의인류학연구에서‘대화적조우’가불충분

하거나비대칭적이었다는점을드러내는동시에, ‘위’에국한되지않은행

위자전체의목소리와행위성을복원하는데기여할수있다.

본연구에서‘대화적조우’는연구하는사람과연구되는사람간의‘대

화’를통해서양자간의위계적권력관계로부터오는현장연구의불평등

한관계를극복하고자하는인류학자의시도를말한다. 인류학현장연구의

성찰적연구는‘대화적인조우’에대한이야기로가득차있다(Crapanzano

1985; Rabinow 1977; Dumont 1978; Geertz 1973). 하지만대화적조우를강조

하는성찰적연구가오히려“자기현시를통해서연구자의특권을재생

산”하는동시에연구되는사람의“사회적소외를재생산한다”는지적이

일고있다(김미덕 2013). 성찰연구에서강조되는‘대화’가사실은인류학

자가주도적으로생산해내는텍스트의연장일뿐이며그텍스트를생산

하는과정에서조차연구되는사람의목소리가배제되고있다는점을뒤

돌아보게된것이다. 이에비해서‘위로의연구’의현장에서는인류학자가

위계적인권력관계에서상위를차지하지못할수있을뿐아니라연구자

로서의특권을독점적으로누릴수도없다. 스스로성찰을할수있는또

다른연구자및전문가가인류학자의개념, 방법론, 현장의구성에대해

비평하거나직접적으로개입하기도한다. 이러한상황에서‘위로의연구’

는기존의인류학연구에서익숙한개념과틀을시험대에올려놓는다. 연

구자와연구대상사이의관계적정체성, 윤리, 방법론의전제가새로운조

건속에서실험될수있다. 따라서‘위로의연구’의현장은대화적조우의

중요성을언급해온민족지연구에대해서근본적인문제를제기하고있

다고할수있다.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9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9

Page 8: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본연구는세필자의현장연구경험에기초하고있다.5)첫번째필자는

일본교토대방재연구소등에서지진재해의재현과방재대책에대한본

연구를진행했다(이강원 2012a, 2012b). 그는 1년 3개월간연구소의연구원

으로서지진학, 지질학, 도시환경공학, 건축공학, 정보공학, 경제학, 도시사

회공학, 심리학연구실그리고도시자주방재회, 초등학교, 산간과소지역

을가로지르며참여관찰을했고자연과학자, 공학자, 사회과학자, 시민단

체, 지역운동가및주민들과면담을실시했다. 각연구실은활단층, 강진

동, 장주기지진동, 고층건물의 공진(共振), 라이프라인의 두절, 과소지역

주민의고립, 재해현장에서의공황을재현하기위해여러관측소, 실험실,

필드를통해사람과사물의목소리를끊임없이연구소로들여왔다. 그러

므로첫번째연구사례에서의현장은연구원과파견되는장비를따라서

연구소밖의여러장소로확장되어갔다는특징이있다.

두번째필자는서울시강남구의한성형외과에서약 3년간의현장연

구를수행했다(임소연 2011, 2012). 성형외과의료보조진의업무를도우며

‘반내부자’(semi-insider)로서성형외과의원의일상에참여하여상담과수

술뿐만아니라내부교육및회의, 나아가일과전후의비공식적이고사적

인행사를관찰하였다. 환자인터뷰나설문조사결과, 혹은대중매체담론

등을분석한기존의연구가성형수술을소비와대중문화의차원에서다

루었다면, 성형외과민족지를기반으로한본연구는생산과전문성의영

역에서일상적으로실행되는성형수술을분석한다는점에서차별화된다.

즉두번째연구사례에서현장은개인소유의성형외과의원으로소수의

성형외과의사가인식론적권위를독점하는공간이다.

10·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5) 우리는 2012년 11월 15일부터 2013년 2월 20일까지일주일에한번씩모임을갖고

서로의현장연구경험을문서를통해공유해왔다. 각모임은선행연구, 접근, 태도,

윤리, 방법이라는주제로각자글을작성해오고이에대해토론하는형식으로진행

되었다. 따라서본연구에서사용된자료와제시된논의는이모임을통해축적된성

과임을밝힌다.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10

Page 9: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세번째필자는 2008년 5월미국쇠고기수입반대촛불집회를촉발시

킨직접적계기였던‘광우병위험논쟁’을연구했다(하대청 2011, 2012). 이

연구는‘광우병위험’이라는일견자연적대상이어떻게정치사회적논쟁

의대상이되었는지를필자가특정한입장을전제하지않고논쟁의쟁점

을추적하면서최대한펼쳐보이는식으로진행되었다. 촛불집회이후에

도논쟁이벌어지는현장이었던토론회나재판정을참여관찰하고논쟁의

주요당사자들이었던정부관료, 과학자, 의사, 변호사, 시민단체활동가등

을면담했다. 논쟁의양진영은광우병위험을정의하고평가하는전문적

담론을생산하거나관련정책결정에참여한다는의미에서‘위로의연구’

에서말하는‘위’에해당했다. 하지만논쟁의양측이첨예하게대립하고

격렬하게충돌한탓에연구자의의도가무엇이든지간에연구자체가정

치적행위로해석될위험을기본적으로안고있었다.

본연구는네이더가제시한‘위로의연구’의네가지난관을접근의문

제, 태도의문제, 윤리의문제, 방법론의문제의순서대로논의하는것으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네이더가규정한‘위로의연구’의대상을‘인식론

적권위’를지닌‘위’까지넓히고있다는점에특징이있다. 각문제를차

례로다루면서난관과의마주침을통해서도출할수있었던현장연구의

전략을제시하고‘위로의연구’를통해드러나는인류학의이론적인문제

를논의한다.

2. 접근의문제

네이더(2006)가가장먼저언급한‘위로의연구’의난관은접근에관한

것이다. 접근의문제는인류학자가권력자를연구하려고마음먹었을때

가장쉽게연상할수있는종류의어려움인데, 사실이러한어려움은‘권

력(자)’에대한특정한가정에기초하고있다. 이가정은권력자는‘은밀하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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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부정한일을할것이라는상상에기대어있다. 권력자는‘은밀하게’일

하는것을즐기고따라서인류학자가자신을연구대상으로삼는것을원

하지도, 허락하지도않는다. 이들은자신이실제로하는, 아마도부정한것

일일을대중이아는것을편집증적으로싫어한다. 그래서이런권력자를

연구하는것은위험하기까지하고게다가이들은바쁘고이리저리옮겨

다니기때문에만나기도어렵다. 하지만네이더는이런식으로설명하는

접근의어려움을‘위로의연구’의실재하는장애물로여기지는않았다. 그

녀가보기에‘위로의연구’를할때접근의어려움이커진다는점은당연

하게받아들여야할공리라기보다는검증되어야할명제이기때문이다.

전통적인인류학에서도낯선세계에접근해서라포(rapport)를형성하는어

려움을항상겪어왔다는점을강조하며이런어려움을성공적으로극복

해온인류학자들이왜자신이사는사회에서인류학자보다‘위’를연구

할때는그어려움을강조하는지, 네이더는오히려인류학자들의‘소심

함’이놀랍다고말한다.

그러나‘위’를연구할때직면하는접근의어려움이단순히전제되거나

혹은반드시극복되어야할장애물일까? 우리는접근의문제가실재하는

심각한장애물이냐아니면생각만큼심각하지않은장애물이냐를논하기

에앞서, ‘위로의연구’에서당연시되는전제가먼저재고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위로의연구’의연구대상이자‘권력자’(the powerful)라고지칭

되거나정의되는집단이흔히묘사하는것처럼그렇게동질적이고단일

한실체인가? 네이더는‘권력자’가어떤집단인지명확히정의하지않았

지만, 미국내의법률회사, 국제적인기업체, 관료조직등을언급하면서암

묵적으로는권력자를법, 시장, 국가행정의영역에서다른이들에게영향

력을행사할수있는지위에있는이들로간주했다. 그렇다면과학자, 교

수, 의사, 과학자출신관료는이들이말하는‘권력자’에포함되는가? 이들

은자신이가진지식과기술그리고이에대한대중적믿음으로부터비롯

되는사회적ㆍ상징적지위를바탕으로일반인의일상적삶을크게변화

12·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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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일을하고있다. 이런점에서우리의연구대상이었던전문가와관

료는‘위로의연구’대상인‘위’에속하는권력자라고할수있다. 그러나

우리의연구사례에서이들은네이더가정의했던‘권력자’의전형성을보

이지않았다.

우선우리의연구에서‘위’에대한접근이언제나어려웠던것은아니

다. 한필자가연구한광우병논쟁에당시직간접적으로참여했던 (대학소

속이나정부소속)과학자나의사들은은밀함속에머물지않았으며, 따라

서연구대상이되는것을거부하지않았다. 물론인터뷰요청을거절한사

례가없지는않았지만, 특히미국산쇠고기의안전성을강조하면서정부

측입장을옹호했던전문가들의경우인터뷰요청에기꺼이응하며자신

의주장을적극적으로펼쳤다. 이들은2008년당시첨예하게정치화되었던

미국산쇠고기의광우병위험논쟁에서정부측을대변했다는이유로여론

의뭇매를맞아야했기때문에이런인터뷰에소극적일것이라는필자의

예상과는달랐다. 정부측주장을반박했던대항전문가들(counter-experts)

도인터뷰에적극적으로응해주었다.6)

2008년광우병위험논쟁이정치

사회적논쟁과뒤얽히면서논쟁양측의전문가들은모두논쟁이될여지

가별로없는과학적사실이정치적의도가개입하면서과도하게논란이

되었다고생각했다. 그래서정부측입장을옹호하는과학자든대항지식

인으로활동한과학자든양측모두사회과학자에게관찰당하거나분석된

다고생각하기보다는스스로가참과거짓을가려주는‘판관’이라여기는

듯했다. 이런생각을가진이들은접근과분석을거부하기는커녕전화한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13

6) 대항전문가란기존의지배적인전문가집단의가정, 연구방법, 결론등에대해이견

을가진소수로구성된전문가를말한다. 이들은제도적으로지배적인위치에있는

전문가집단에못지않은학위나경험등자격증명을가진경우도있고, 시민단체활

동가처럼공식적인자격증명은갖추지못한경우도있다. 이들대항전문가와기존

의지배적인전문가사이의대립과논쟁은 1970년대이후환경관련이슈에서두드

러지게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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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에선뜻약속을했고긴시간동안인터뷰를해주었으며보충인터뷰

에도기꺼이응해주었다. 논쟁당시과학적입장을적극적으로개진했던

한의사의경우, 면대면인터뷰자체는거절했지만번거롭고시간도더

걸리는메신저인터뷰에는응해주었다. 지방에사는그는퇴근직후집

에오는대로메신저를켜고필자와오랜시간동안컴퓨터메신저로인

터뷰를했다. 물론인류학자를경계하거나아예인터뷰를거절하는경우

도있었다. 한국인이‘인간광우병’에유전적으로취약하다는 2008년논쟁

의핵심쟁점에관해서논문을쓴적이있는과학자는전화를걸자마자

대뜸어떻게전화번호를알아냈느냐며다시는전화하지말라고‘경고’하

기도했다.

이렇게인류학연구에대한전문가의태도는네이더등이묘사한‘권력

자’와는사뭇달랐고이전문가들도각자가처한상황과맥락에따라서로

다른태도를보였다. 이런점에서본다면‘위로의연구’에서접근의어려

움은일반적으로전제할것이아니라경험적으로검증되어야한다는네

이더의주장은타당해보인다. 나아가필자들의연구사례는앞서언급한

바와같이‘위로의연구’에서전제되는권력자에대한이미지가편견에서

비롯된것임을보여준다는점에서더욱중요하다. ‘위로의연구’를무엇

보다민주주의와책무성(accountability)을확장하는수단으로보았던네이

더에게‘권력자’는단일한정체성이나특성을공유하는집단으로가정되

었다. 이와는달리, 필자들의연구에서‘권력자’는그런통일된이미지로

등장하지않았다. ‘권력자’가어떤조건과위치에서어떤실천을통해자

신의주체성을형성해나가고있는가에따라서인류학자의접근시도에

대해다른반응을보였던것이다. ‘권력자’는고정된단일적실체라기보다

는이질적인여러주체성들로구성된복합체에가까웠다. ‘위로의연구’에

서접근의어려움이란인류학자가미리가정하고있는특정한범위와방

식의접근이이루어지지않음을의미했다. 그러나‘위’라는연구대상이이

렇게이질적이고복합적인개별주체라면그들과의조우를가능하게해

14·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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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고정된방법이있을리없다. 따라서고정되고단일화된연구대상및

접근이전제되지않는다면접근의어려움역시선험적으로존재하지않

을수있다.

네이더가자신의사회가아닌다른사회를연구하러떠난‘전통적인의

미’의인류학자도접근과정에서어려움을겪는다고말했듯이, 사실‘위로

의연구’에서중요한점은접근의어려움의존재나상대적크기가아니라,

이어려움이현장연구과정에서어떻게다루어지고그결과로연구주체,

연구대상, 현장조건에어떤효과가발생되는가하는점이다. 현장연구는

어떠한방식으로든이런접근의문제를대면하고헤쳐나갈수밖에없기

때문에이런질문이오히려더생산적이고유용할수있다. 현장이얼마나

폐쇄적인지혹은개방적인지가늠하면서접근의어려움을호소하기보다

는그어려움이라는것이어떻게전제되고구성되는것인지, 그리고그결

과가연구자와연구되는자사이의관계와연구의궤적을어떻게재조정

하는지살피는것이더의미있을것이다. 이런맥락에서프리야드하시니

(Priyadharshini 2003)는‘위로의연구’를위한참여관찰이가능하다할지라

도그범위와방식은인류학자가아닌현지인에의해정해지는경우가많

다고지적한다. 그래서연구자가원하는방식으로현장에접근하는대신,

현지인이원하는조건을수용하거나병행해야한다. 따라서연구자는연

구의목적, 방법, 연구자의정체성등을현지인과끊임없이협상해나가야

한다.

협상과타협은대가를요구하지만현장연구를가능하게해준다. 성형

외과개업의원을참여관찰한이논문의한필자는의원의대표의사로부

터의원내의일상에‘참여’하도록요구받았다. 연구자의존재와행위가

의원내다른구성원들, 환자, 의사, 간호사, 상담사, 마케팅담당자에게불

러올수있는거부감을줄이려는목적이었다. 의원내에서전문적인지식

이나훈련경험이없는필자같은이가할수있는일은의료진과의료보

조진사이에서지시사항을전달해주거나컴퓨터에데이터를입력하는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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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간단한업무였다. 이는현장에서‘코디네이터’라고불리는이들의업

무에속했기때문에참여관찰연구자였던필자는현장에서‘임코디’라고

불리기도했다. 이렇게접근을처음에허락받는협상과정에서현장연구

의방식이나범위는‘현지인권력자’(여기에서는대표의사)에의해규정되

었고이는접근성의측면에서제약으로작용했으며, 필자는‘코디’로서의

업무와인류학자로서의연구행위사이에서스스로를끊임없이조율해야

했다. ‘현지인권력자’의피고용인이라는직책과연구자로서의정체성과

행위를계속협상해나가야하는긴장속에서연구가진행되었다.

일본의방재연구소를참여관찰한이논문의한필자도이런과정을거

쳐야했다. 현장조사과정에서필자는계속해서새롭게출현하는관련장

소(sites)를옮겨가야했는데,7)이런장소의이동때마다새로운협상과교

섭을해야했다. 해당연구실의참여관찰자가되기위해서필자는자신의

이해관계를방재연구소연구자의관심사와결부시키는작업을수행해야

했다. 도시사회공학자연구실에접근할수있었던것은도시사회공학자

가자신의연구성과와한계가인류학자의민족지방법을통해잘드러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 가능해졌다. 인류학자의 이해관계가 연구소

연구자의이해관계로번역되는협상을통해비로소접근과참여관찰이

가능해진것이다. 이런번역과협상은항상그대가를요구했는데, 필자는

이공학자의연구결과를발표하는세미나와학술대회에늘참석해야했

고견학온한국학생의통역을맡기도했다. 때로는필자가이연구실의

연구에관심있다고여겨지면서다른연구실에접근하는데는방해가되

16·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7) 이상적인참여관찰자는말끔하게‘세팅된’현장의경계내에서참여관찰을한다고여

겨진다. 하지만다수의연구실, 실험실, 관측소, 문서고, 현장으로이루어진방재연구소

중어느한곳에처음발을디딘필자는연구계획서상의잘경계지어진현장이일종

의환상이라는점을곧깨달았다. 방재연구소라는현장은서로통행이자유롭지않

은여러장소들로이루어져있었고연구를진행하면서이장소들의목록은더늘어

났다. 이런점에서현장은현장연구과정에서연구자의맥락적실천을통해구성된

다고말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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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기도했다. 참여관찰을할수있다는소득을얻으면서그연구실의기획

방향대로움직여야하는대가를지불한것이다.

그러나현장에서의협상과타협그리고그로인한접근성의제약이단

지연구를제약하는것만은아니다. 제한된접근성으로부터연구자가갖

게 되는‘상황성’(situatedness)이 연구의 장애물이기보다는‘기회와 가능

성’으로작용하기때문이다. 성형외과의원을참여관찰한필자는완전한

외부자가아닌‘특이한내부자’로서현지인과더깊은유대관계를가질

수있었다. 특히현장에서더많은시간을함께보내게되는간호사나상

담사등과같은의료보조인의신뢰를얻음으로써연구자와연구행위에

대한의사의경계심을해소하는데큰도움이되었다. 더중요한점은이

런상황에위치지어져있었기때문에간호사와상담사의경험, 노동, 지

식에대한연구자의관심과문제의식이형성될수있었다는사실이다. 이

것은현장연구이전에는가지지않았던문제의식으로성형수술의일상

적실천에서의사와환자뿐만아니라간호사와상담사의행위성에주목

하도록해주었다. 제한된접근은‘전통적인인류학자’의입장에서는제약

이거나장애물일수있지만, 현장연구에서필연적일수밖에없는협상의

결과물로여기고이렇게상황적인지식을생산할수있는조건과계기로

받아들일수있는것이다. ‘위로의연구’에서접근의어려움은단지장애

물이라기보다는연구자의협상을유도하고현장연구를정치적으로위치

지움으로써민족지연구를가능하게하는조건인것이다. 따라서‘위로의

연구’의 폐쇄성과 다른 연구의 개방성을 비교하면서 접근의 어려움을

‘위’, 즉권력자의특성에서비롯되는장애물로정의하기보다는이런현

장의조건이어떻게연구의상황성을만들어내는지, 연구자와연구되는

자의정체성과이들사이의관계를어떻게새롭게직조해내는지관찰하

는것이더필요할것이다.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17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17

Page 16: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3. 태도의문제

네이더는인류학자의태도또한‘위로의연구’의장애물이라고밝힌바

있다. 사회의약자(underdog), 소수자, 주변인, 소외된이들을연구대상으로

선호하는인류학자의‘전통적태도’때문에이들은권력자를연구하는데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스터슨(Gusterson 1993)에 따르면 비록

1980년대중후반이후미국의인류학계에서‘귀환한인류학자들’에의해

비서구사회가아닌미국사회를연구하는민족지가증가하기는했지만,

이인류학자들의주된관심역시미국내빈민과소수자였다. 사실이런태

도는인류학자의정체성및자기이미지와밀접한관련이있다(Priyadharshini

2003). 인류학내에서는연구자가흔히연구대상과긴밀한라포를형성한

다고가정되며, 따라서연구자가선택한주제와연구대상은곧연구자를

평가하는척도가된다. 다시말하면“우리가누구를연구하는가하는점이

곧우리가누구인지비춰준다”는것이다(Priyadharshini 2003: 425). 인도의

유명한MBA 학교를참여관찰한프리야드하시니는자신이“왜하필예비

권력자양성소인MBA 학교를연구하는지”그리고자신은‘어느편인지’

를묻는질문을계속받았다고말한다. 이는‘위’의권력있는사람이아닌

‘힘없고소외된이들’을연구해야만그인류학자는‘진정한’(authentic)혹

은‘합법적인’(legitimate)인류학자로간주하는인류학계의풍토가존재함

을보여준다. 이렇게‘아래로향하는’인류학자들의태도는인류학자의정

체성획득그리고학계내인정문제와관련이있었다.

‘위로의연구’를수행한필자들도이와비슷한경험을했다. 성형외과

개업의를연구한필자는학회에서논문을발표하거나다른학자들과연

구에대한대화를나눌때마다계속해서자신이어느편인지묻는질문을

받아야했다. 성형대중화가심각한사회문제로인식되고있는한국사회

에서성형외과의사를연구하는행위는의료계의잘못된관행을들추어

내어비판하는것과동일시되는경향이있다. 의사를노골적으로비판하

18·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18

Page 17: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지않는필자의연구는때로성형수술에찬성하고‘권력자’인성형외과

의사를옹호하는것으로간주되었다. 성형외과민족지를쓰는과정에서

받았던또다른문제제기는“왜성형수술환자의목소리를담지않았느

냐”는것이었다. 어떤이들은성형외과환자의고통과피해사례를궁금

해했고, 다른이들은환자가얼마나적극적이고능동적으로의료기술을

사용하는지듣고싶어했다. 성형수술선행연구의대부분이환자여성의

자기서사에의존하고있고따라서환자여성의동기의차이와딜레마에

대한많은논의가이루어졌음에도불구하고, 동료연구자들은끊임없이

‘의사’가아닌‘환자’의이야기를궁금해했다.

일본의방재연구소에서민족지연구를한필자역시마찬가지였다. 그

는학술잡지의심사위원으로부터“왜약자에대한관심이적은지”그리

고“왜과학자와지역주민사이의갈등을더깊이다루지않았는지”등을

질문받았다. “주민들과행정그리고연구자들, 이세집단간의갈등을더

드러내라”거나“그러한갈등이더풍부하게드러나야‘정치’라고할수있

다”는등의조언을듣기도했다. 필자의연구는현장에서민족지와면담기

록으로, 다시면담기록을토대로만들어진‘게임카드’로,8)게임참여자의

‘재해상황에대한상상’으로, 다시일상생활에서의걱정과대비로연쇄적

으로번역되고이동하면서‘공통세계’(common world)9)가만들어지는과정

에더관심있었지만, 심사위원은약자, 즉방재과학기술네트워크의밖에

있는사람들의목소리를더생생하고상세하게반영할것을요구했다.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19

8) 재해심리학자는재해를경험했던사람들과면담을실시했다. 이면담자료를토대로

재해에서사람들이처할수있는상황을간접적으로경험토록하는카드게임을만

들었다. 각게임카드에는재해시의위기상황이적혀있다. 카드를읽은게임참여

자는자신이처하게될위기상황을상상하고이에대해다른사람과토론할수있는

기회를얻는다.

9) 공통세계란 브뤼노 라투어(Bruno Latour)가 자연과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전제하지

않은채구성과안정화과정을반복적으로거쳐가는세계를지칭하기위해쓴용어

이다. Latour (2004)를참조.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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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인류학이가야할길에원자력발전소주변의주민, 골프장개발

로피해를입는주민, 인적재해를해결하기위해초합리적인주술을사용

하는원주민, 서구의료체계가해결할수없는병을치료하기위한민간

대체의학과같은것들만존재해야하는것은아니다. 왜냐하면지식이나

권력, 권력자는사전에결정되어고정되어있는것이아니라구체적인사

회적ㆍ문화적실천과정을통해결과적으로정의되는것이기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를짓고운영하는전문가와발전소근처에사는주민, 골프

장개발업자와그지역의주민, 메스를든서양의사와주술적치료를믿는

원주민그리고주류의학과민간대체의학등의구분은끊임없는논쟁과

경합의결과물이다. 인류학자가옹호해야하는약자도, 인류학자가비판

해야하는강자도처음부터정해진것은아니다. 그러나많은인류학연구

들은인류학의‘사회적개입’혹은‘사회적헌신’을‘약자의정체성과목소

리를옹호하는연구’,혹은‘약자의목소리와입장을근거로강자혹은엘

리트중심의제도의실패를비판하는연구’로보아왔다. 반면우리는다른

‘태도’를가지고연구를수행해왔다. 그것은‘약자에의헌신’이아닌‘대

칭성’(symmetry)의원리이다. 주로실험실연구(laboratory studies)나과학논

쟁연구(scientific controversy studies)의연구사적전통에서활발하게발전되

어온이방법론적원리는참여관찰과같은인류학의오랜방법론을채택

하면서도참과거짓, 지식과믿음, 강자와약자라는이분법적구분을전제

하지않는다.10)논쟁하거나경합하는양측을참과거짓, 강자와약자로전

제하지않고대칭적으로접근하면서어떠한실천적과정을거쳐참된지

식(혹은거짓된믿음)혹은권력자(혹은약자)가구성되는지에주목하는것

이다.

논쟁하는양측을‘대칭적으로’바라보는관점에서강자/약자의구분이

20·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10) 대칭성 원리의 의미에 대해서는 Bloor(1991)와 Latour(1992)를 참조하고 실험실

연구들의대표적인저작으로는 Latour and Woolgar(1979)와Knorr-Cetina(1981)를

참조.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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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자에대한옹호는선험적으로전제되지않는다. 그보다는강자/약자

가어떻게구성되는지, 어떤기준에의해서, 또어떤물질적ㆍ사회적ㆍ문

화적자원과전략이활용되어권력이발휘되는지혹은권력자가출현하

는지를더주목했다. 따라서이런문제틀에서는사전에옹호해야할약자

가정의될수도, 비판해야할강자가상정되기도어려웠다. 이런대칭성의

관점을지녔기때문에광우병논쟁을연구한사례에서오히려문제가된

점은필자가반대론자혹은약자의‘포로’가되지않는것이었고,이때문

에최소한표면적으로는‘약자’와거리를두려했다. 논쟁연구에서잘드

러났듯이, 기성집단이나세력에게이의를제기하는소수집단이나반대

론자는자신의입장을전달하기위해제3자인연구자에게훨씬호의적이

고적극적이기쉽다(Scott, Richards and Martin 1990). 이때문에분석자의연

구는소수자의의견이나자료에더충실해지며,이때문에소수자나반대

론자의주장에치우치는경우가많다. 2008년‘광우병논쟁’에서도미국

쇠고기의위험성을제기한대항전문가들은전문가출신정부관료들보다

필자의인터뷰요청에상대적으로더호의적이었다. 필자는이런구도가

연구의대칭성을훼손할까우려하면서대항전문가의주장을여러방식으

로‘검증’하기도했다. 사전에정의된‘약자’를대변하려하기보다는오히

려어느일방의대변이갖는비대칭성이갖는위험을경계했던것이다.

필자들의현장연구사례는‘강자’와‘약자’의구분이생각만큼그리명

확하지않다는점을보여주었으며이는대칭성의원리를지지하는것이

다. 제2장에서보았듯이권력자는단일한정체성이나본성을가진것으로

말하기어렵거니와, 권력자와약자를이분법적으로판단하기어려운경

우도많다. 연구를진행하는과정에서때로는누가권력자이고누가약자

인지분명치않은경우가많고, 그것은구체적맥락과실천적조건에서

정의되었고그맥락에따라재구성될수있을뿐이었다. 광우병논쟁을연

구한필자의사례에서본다면, 중요정책을결정할지위에있는정부관료

라고대항전문가보다더권력을가진이라고반드시말하기는어려웠다.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21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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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출신의한연구직및관리직공무원은대항전문가의‘과장된’폭로

와문제제기로일주일동안집에들어가지못했다며자신의고충을필자

에게하소연했다. 힘들어한것은시민활동가도마찬가지다. 광우병위험을

오래전부터문제제기해온한‘전문가·시민활동가’는자신의임무가주

는정신적ㆍ육체적피로를털어놓으면서이제는그만쉬고싶다고고백

했다. 필자가접촉했던 (혹은접촉을시도했지만인터뷰에는실패한)여러부

처의정부관료들은여러사람의‘눈치’를봐야하는‘피고용인’의허약한

처지를보여주었다. 오히려대항지식인이었지만정년이보장된교수들

이훨씬더자유롭고권력을가진듯했다. 2008년광우병논쟁에서정부

와보수언론, 과학단체등의집중공격과비난을받은대항전문가였던

한교수는자신의주장을개진하는데거리낌이없고눈치를보는기색

또한없었다. 하지만정부측기관과여당국회의원, 보수언론등이합세

해그를연구윤리를위반한파렴치한학자로공격할때는그역시전형

적인약자의처지가되었다. 정년이보장된교수라는직위에서그는자유

롭게문제를제기할수있는권력을누렸지만, 여러자원들과조직, 주요

언론의조력을동원한정부가그에게표절의혐의를씌우자, 그또한다시

약자의처지가되었던것이다. 약자와강자의위치는사전에결정되어있

다기보다는그맥락적조건에따라바뀔수있으며때로는권력자와약자

의구분이생각만큼명확하지도않다.

정보원사이에서권력자와약자를구분하는것뿐만아니라정보원과

인류학자사이의권력관계도명확하거나안정되지않았다. 일본의방재

연구소를연구한필자는대학원생의신분으로서방재연구를수행하고

대학원생을지도하는교수를참여관찰했다. 이교수들의관점에서본다

면관찰자인필자는연구를수행하는학술적인동료일수도있지만, 대학

의위계적인제도적문화를공유하는일본이라는점을감안하면필자는

하위의위계에있는‘학생’이었다. 자신들의일상적활동을기록하고있는

필자의관찰을경계하던몇몇지진학자는연구자를‘원숭이를관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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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로, 자신들을‘원숭이’로위치짓는농담을하면서불편한마음

의일단을드러냈다. 연구자는이에대해관찰되는교수는원숭이가아니

라‘활단층’11)이며관찰하는연구자는‘인류학자’가아닌‘지진계’일뿐이

라며관점을고쳐주었다. 정보원을관찰하는연구자이면서동시에‘위계

서열상위인교수를관찰하는학생’이라는이중적관계가주는긴장을자

연·기계비유를통해해소하려했던것이다. 강자/약자, 권력자/약자의

이분법은상황에따라뒤바뀌거나재구성될수있다. 방재연구소사례에

서지진학자는원숭이였다가교수였다가동료연구자였다가활단층과같

은물질이되었다. 인류학자자신도학생이었다가관찰자였다가지진계였

다가동료연구자가되었다. 이렇게권력관계가계속전도되거나변환되

는현장연구과정에서‘약자’를선정하고이들을대변하고옹호한다는

인류학자의‘태도’는아무런문제없이실천되기는어려웠다.

‘전통적인’인류학은목소리가없는약자가비가시화되는점을우려한

나머지권력과부를가진이들을비가시화하는우를범했다. 연구대상과

연구자의정체성을동일시하는학계내의관습적‘태도’는‘위로의연구’의

대상이되는권력자가‘문화적으로비가시화’되는경향을강화했다(Gusterson

1993: 115). 그뿐만아니라이런‘태도’는권력이나권력자에대한이해가

틀에박힌형태로고정화되거나단순화되는경향을낳았다. 구체적조건

과실천적맥락속에서권력과비권력을구분하는기준이변형되고권력

자와약자의기준선이이동하는데도, 지위나직업등으로권력자와권력

의의미가정의되어온것이다. 전제된가정에의해권력의소유자와거처

가정의됨으로써권력관계가구체적으로어떻게전환되고재정의되고작

동하는지와같은중요한물음들이제기되지않았던것이다.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23

11) 지질학이나지리학에서사용되는용어로, 최근까지활동을했거나앞으로도활동

할가능성이있는단층을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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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윤리의문제

‘윤리’는네이더(2006)가‘위로의연구’에서인류학의장애물로지목한

세번째사안이다. 그는‘시민학자’(citizen-scholar)로서의인류학자가공공

을위한정보를얻기위해높은지위의조직이나관료기구를연구한다면

보통가족이나사적인집단을연구할때와는다른연구윤리를가져도좋

다고말한바있다. ‘위로의연구’의경우권력의작동기제를폭로하기위

한목적이라면연구자의신분을속이거나정보원의동의없이정보를이

용하는것이용인될수있다는것이다. 정보원의보호보다정보취득을우

선시하는것은지금까지인류학이지키고자애써온윤리를배반하는것

이며, 그런의미에서기존의윤리는‘위로의연구’수행에서장애물이된

다. ‘위로의연구’의후속학자들역시네이더의제안에동의하는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리야드하시니는권력자와의인터뷰도중에그들이‘오프

더레코드’를요구하는경우정보원을보호해야한다는이유로그요구를

들어주어야할필요는없으며, ‘위로의연구’의경우오히려보호의대상

은정보원이아니라사회세계에서약자일가능성이높은연구자라고본

다(Priyadharshini 2003). 또한‘위로의연구’에서는정보원이연구자의데이

터를사용할필요와능력이있는동료인경우가많고, 따라서연구자는

정보원과데이터를놓고경쟁하는관계에놓일수도있다(Forsythe 1999).

이러한사례는그동안인류학연구에서당연시되어온정보원에대한보

호개념이그대로유지되기어렵다는점을더욱분명히보여준다.

그렇다면우리의현장연구에서이난관은어떻게극복되었는가? 지금

까지알려진바와달리, 우리중누구의현장연구경험에서도‘윤리’는큰

장애물로간주되지않았다. 우리의사례에서정보원과연구자의관계는

누구를‘보호’할것인가보다는누구와어떠한‘협상’을할것인가에가까

웠기때문이다. 우선성형외과현장연구의사례에서필자는현장에서비

교적자유롭게사진촬영이가능했는데이는필자가그사진을현지인의

24·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24

Page 23: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필요에따라그들에게제공할수있음을전제로한것이었다. 필자가참여

관찰을시작했을당시성형외과는개원한지수개월여밖에지나지않은

상태였기때문에의원인터넷홈페이지에글과사진등을채울필요가있

었고홍보를위한행사나언론노출도자주이루어졌다. 그러나기존의직

원이나의료진은행사참여자로사진촬영을하기힘들었을뿐만아니라

그들에게는매번홈페이지를통해행사소식을알리는일자체가업무외

적인부담이었기때문에아무도나서서맡으려하지않던상황이다. 특히

울며겨자먹기로그일을해내고있었던마케팅담당직원에게의원에서

일어나는모든일을기록하고싶어하는필자는그일을맡기기에적임자

라고느껴졌을것이다. 그는다른직원과의료진그리고외부행사참여자

들이필자의사진촬영과기록행위를경계하지않게하기위해, 나서서필

자를‘임기자’로소개해주기까지하였다. 이렇게필자는현장의‘내부

기자’로서의업무를수행하는대가로현장에서의사진촬영및기록에대

한승인을얻을수있었다. 이과정에서사진촬영동의서를작성하는등

의형식적절차가생략되었으나그렇다고해서그가정보원으로부터어

떠한정보를은폐한것도아니다. 즉네이더가제안한‘이중윤리’를적용

하지않고도‘위로의연구’가가능했다.

인류학연구의특성상자료수집단계에서의협상은현장의존적으로

이루어진다. 일례로, 성형외과민족지를쓴필자에게자료수집과정에서

준수되어야하는연구윤리, 즉피연구자의동의를구하는절차가서로의

이해관계를충족시키는거래로대체된것은현장의관습을따른것이었

다. 즉정보를사이에둔‘거래’는필자와의료진사이에서뿐만아니라현

장의의료진과환자사이에서도일어났다. 성형외과에서의사는환자의

초상권(수술전후사진)과진술(수술후기)을갖고싶어한다. 그것들은다른

잠재적환자의수술을독려하는데에가장효과적이라고알려진자원이

며의사의연구에사용되기도한다. 그러나대부분의환자가자신의수술

전후의얼굴을공개하고싶어하지않으며, 특히수술전후의과정을자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25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25

Page 24: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발적으로글로적어의사에게제공하는환자는매우드물다. 문제가되는

경우는사진과글을의원의인터넷홈페이지에공개하는경우, 그리고불

특정다수를대상으로온라인광고및옥외광고물에수술전후사진을

사용하는경우이다. 이런경우에서환자의동의를받지않은공개는연구

윤리의문제이면서법(초상권침해)의문제이다. 이때현장의료진이사용

하는방법이환자에게수술비감면의대가로사진의사용에대한동의(초

상권이전)를요구하는것이다. 이는언뜻의사가환자를대상으로횡포를

부리는비윤리적인행위로보일수있으나,성형외과현장에서이는의사

와환자간협상이자거래로관습화되어있다. 수술전상담단계에서환자

가먼저자신의초상권을줄테니수술비를감면해줄것을요구하는경

우가있을정도이다. 결과적으로성형외과의사가환자와의협상과거래

를통해서그들의사진을찍고그것을자신의이익을위해사용하듯이, 참

여관찰자였던필자는의료진과의협상과거래를통해그들의사진을찍

고그것을‘필자의이익’을위해사용할수있었던것이다.

‘광우병논쟁’연구사례에서도연구윤리는매우유연하게‘전략’적으

로적용되었다. 주로대학교수나정부관료등을대상으로하는인터뷰를

진행한필자는‘인터뷰동의서’가정보원을보호하는문서이기보다는정

보원을위협하는문서로작용한다는사실을발견했다. 한대학교수는인

터뷰동의서에서명한후부터태도가조심스러워지면서중요한질문에

계속‘노코멘트’로일관했는데, 정부부서와협력연구를수행했던그에

게‘서류’는기록과책임이뒤따르는공적행위로재정의되기때문이었다.

정치적으로격렬하게대립한과학논쟁이었던광우병논쟁의특성상, ‘공

적행위’로서의인터뷰는그들에게위협적일수밖에없었다. 따라서필자

는인터뷰전에동의서를보내고서명을요청하는형식적인행위를강요

하지않았으며, 나아가정보원에게연구를설명할때에도융통성을발휘

함으로써정보원의경계심을누그러뜨렸다. 예를들어필자가인터뷰를

했던대학교수중한명은인터뷰동의서에적힌‘인문사회과학연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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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는문구에매우민감하게반응하며인터뷰거절의사를밝혔다. 황우석사

건이나광우병논란과같은과학기술논쟁에서인문사회학자들이섣불리

비판에나서는모습을못마땅하게여겼기때문이다. 그러나그런그가필

자의‘소속’이이공계열에속해있는‘과학사및과학철학’이라는사실을

알고갑자기태도가바뀌며인터뷰에응해주었다. 이경험은정보원의성

향이나현장의특성이연구에제약이될수도있지만,오히려현장연구자

가상황에따라채택할수있는전략적자원으로만들어갈수도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의사와대학교수, 정부관료로부터정보를얻는과정에서우리

가지켜야한다고배웠던윤리를그들에게도강요하려하기보다는우리

와그들의이해관계가만나는지점을찾았다. 우리는현장의문화나정보

원의개인적인가치관을존중하고도정보를얻을수있었다. 동의서에서

명을받지않았다고해서우리의연구가비윤리적인것인가? 연구의목적

을모호하게설명하거나상황에따라다르게설명하는것이비윤리적인

것인가? 그들이서명해야하는인터뷰동의서에는연구의목적과내용그

리고정보원의권리를명시화하는문구가포함된다. 만약우리의연구가

성형외과에서벌어지는비윤리적인의료행위를폭로하거나광우병논쟁

에참여한전문가의숨은정치적의도혹은사적인이해관계등을탐문하

려는목적을가진것이었다면, 그래서그것을정보원에게고지하지않거

나그럼에도불구하고참여관찰이나인터뷰를허락하겠다는동의서에그

들의서명을받지않는것은연구윤리에어긋나는행위일것이다. 그런

상황에서연구자와정보원사이의거래나협상, 전략적인관계맺음은권

력자와의‘타협’에불과하다는혐의를받을여지가있다. 그러나우리는

그들을‘위’(up)에두는대신그들과‘나란히’(sideways)연구하기를택함으

로써윤리와비윤리의이분법을극복하고자했다. 사회학자와언론인을

인터뷰했던플레스너(Plesner 2011)는면담(interview)을연구자와정보원이

함께언어와개념을공유하고의미를만드는기회라고보는데,이는상층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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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 Studying up 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의권력을선험적으로전제하지않는것에서출발한다. 우리의사례에서

도성형외과의사나광우병전문가는권력을가진자로전제되지않았다.

광우병논쟁연구사례를예로들자면, 필자는전문가및관료와의면담을

통해광우병논쟁의주요쟁점을따라가면서논쟁의구성을이해하는것

을목적으로하였기때문에그들에게연구의도나목적을숨기지않고함

께대화를나눌수있었다.

우리의‘위로의연구’사례들은인류학에서당연시되어온윤리, 특히

네이더가‘위로의연구’를위해제안한바있는‘이중윤리’에대한근본적

인문제제기로이어진다. 네이더가말하는윤리문제의출발점은행위자

들의실천과그들이하는말사이의차이에있다. 이차이를드러낼때행

위자가어떤상황에빠지게될지에대해서미리고려하는것이결국윤리

인것이다. 사회과학에서는특히행위자의말과행동사이의차이를드러

내는것이‘연구하기좋은’출발점이라고여겨진다. 그래서많은사회과학

연구들이이차이를집요하게파고들고그것을드러내는것만으로연구

자의임무를다했다고생각하기도한다. 이때‘약자’의실천과말사이의

간극을드러내는것을‘옹호’라고부르고동일한것이‘강자’를대상으로

행해질경우‘폭로’라고부르며마치하나의짝패처럼간주하지만, 이둘

사이에는분명비대칭성이존재한다. 예를들어주민들이실천하고있음

에도불구하고미처말하지못했던것을인류학자가학문적인용어나세

련된말로재현해주는것은윤리적으로올바른연구로여겨진다. 그들이

자신이믿고있는말의세계와불일치하는실천을하고있음을설명하기

위해서인류학자는‘오인’(misrecognition)이라는용어를고안했다. 약자는

속고있는것이다. 반면강자에대해서는그들의말과실천의불일치가그

들스스로선택한것이고그선택의결과를스스로인식하고있는것처럼

그려진다. 강자는‘기만’하고있는것이다. 따라서네이더가말하는이중

윤리는속이는강자와속고있는약자, ‘기만’하는강자와‘오인’하는약자

라는짝패를상정함으로써이기만과오인을간파할수있는성찰적능력

28·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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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연구자에게부여한다. 다시말해이중윤리가전제하는‘오인’과‘기만’,

‘옹호’와‘폭로’의 개념쌍은 행위성과 성찰성을 연구자에게 집중시키는

결과를강화시키는것이다.

끝으로네이더의‘이중윤리’를‘위로의연구’에서무조건적으로적용하

는것이위험한이유는매우현실적인이유로존재하기도한다. 지금까지

인류학자의‘성찰’은개별인류학자혹은인류학계내부의윤리적판단

의문제에그쳤다. 그간의주요연구대상이었던약자가인류학자의연구

에개입할경로가적었을뿐더러그개입조차인류학자의선택에의해서

가능했기때문이다. 그러나연구대상이강자인경우, 인류학자의‘폭로’

는인류학자개인의성찰이나인류학계내부의윤리의문제로끝나지않

는다. 기존 윤리 개념은 정보원/현지인/연구대상을‘약자’로 간주하고

그들의권리보호를위해마련된장치이다. 그래서‘위로의연구’에서처

럼정보원이사회적ㆍ경제적혹은인식론적으로‘강자’인경우에는보호

할약자의부재로더이상윤리를지킬필요가없어진다. 바로이점이네

이더가‘이중윤리’를제안하게되는논리이다. 따라서공공의이익을위

해서는‘강자’정보원의승인유무와무관하게연구자가그로부터얻은

데이터를연구에사용할수있다는전제가숨어있다. 여기에서학문적

연구가폭로성저널리즘과동일시되기시작한다. 그러나인류학자가저

널리스트가되는순간그는또다른난관을만날가능성을감수해야하

는데그것이바로정보원의문제제기이다. 네이더의말처럼우리는강자

를공적(公的)으로규정하고그들의행위를폭로하고비판할수있지만,

강자역시우리의연구를비판하고변론을펼친다. 실제로로스앤젤레스

가요새도시가되었다고기술한한사회학자에게그지역부동산업자들

이강력한이의를제기하며논쟁을일으킨적이있었다(The Malibu Times

1999). 이와같이‘위로의연구’에서네이더의‘이중윤리’를적용하는것

은인류학자개인이학술적논쟁외부로확장된논란이나법적소송을

감당해야함을의미할수도있다. 따라서‘이중윤리’의문제는인류학계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29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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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학계에서통용되고합의된윤리문제를넘어서학계외부의이해관

계집단과전문가와의갈등으로확산될수도있는완전히다른차원의문

제가될수있다.

우리의‘위로의연구’사례는장애물로서의윤리의문제가연구대상을

선험적으로이분화하고그에따라비대칭적인윤리를전제하는것으로부

터‘만들어진것’임을보여준다. 또한이러한선험적인비대칭성을걷어

내고나면우리는정보원들과이해관계를공유하며그들과의협상을통

해정보를얻어낼수있음을확인하였다.

5. 방법론의문제

네이더가제시한‘위로의연구’의마지막장애물은방법론이다. 이것은

첫번째장애물로꼽은현장에의‘접근성’과연관된문제이기도하다. ‘현

지인과함께살기’(living with native)를중심으로하는전통적인인류학적

방법론을고집한다면인류학자가원하는방식으로의접근이매우제한되

어있는강자의세계를연구하기란쉽지않다. 공공의이익을위해서라면

참여관찰중임을밝히지않는위장취업등과같이비윤리적인연구도허

용될수있다는주장역시여기에서비롯된다. 그렇기에네이더는‘위로

의연구’에서는‘예외적으로’참여관찰이아닌방법론, 다양한형태의인

터뷰와사적문서나기억을활용하는것이허용될수있다고말한다. 후속

연구자인거스터슨(Gusterson 2008)은‘참여관찰에대한물신주의적집착’

에서벗어나이메일이나전화, 사적인교류등까지포함한‘다형적인관

계 맺음’(polymorphous engagement)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며, 마커스

(George E. Marcus)와 피셔(Michael M. J. Fisher)는 다현장민족지(multi-sited

ethnography)라는개념으로제한된하나의현장이라는한계를넘어서고자

한다(마커스·피셔2005).

30·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46-2_01_논문 이강원 2013.6.26 1:26 PM 페이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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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우리는참여관찰의어려움을어떤식으로극복하였는가? 결

과적으로우리가현장연구경험을통해서극복할수있는장애물은방법

론이아닌방법론에대한두가지전제였다. 첫번째는‘위로의연구’에서

의참여관찰이어렵다는전제이고, 두번째는그럼에도불구하고비윤리

적으로라도참여관찰을시도해야할정도로그것이중요하다는전제이다.

첫번째전제는몇가지사례를떠올리는것만으로도반드시참이아님을

알게된다. 예를들어조폭문화를연구하고자하는인류학자나남녀성역

할의구분이분명한아랍지역에서출산문화를연구하고자하는남성인

류학자, 혹은산악인의등반체험을연구하고자하는보통체력의인류학

자를생각해보면, 그들의참여관찰이어려운이유가반드시연구대상이

강자이기때문만은아님을알수있다. 네이더는참여관찰이어려운세가

지요소로물리적으로접근하기힘든현장장소, 현장언어에대한무지

그리고심리적관계(rapport)를맺기어려운현지인등을들고있다. 그러나

이세가지요소는‘위로의연구’에만해당하는것이아니다. 일례로, 드나

드는사람이수시로바뀌는공원에서노인을연구하는경우그들이강자

가아님에도불구하고심리적관계를맺기란힘든일이었다. 오히려‘위

로의연구’에서참여관찰이쉬울수도있다. 불특정다수가이용하는공원

과한정된인원이매일출퇴근을하는연구소중에서참여관찰이용이한

쪽은후자이다. 실제로연구자는약자인노인들이가득한공원에서보다

강자인과학자와공학자로가득한연구소에서더욱강한심리적관계를

맺을수있었다. 성형외과현장연구사례에서도연구자는성형수술사실

을감추고싶어하는환자보다성형수술이학술적연구의가치가있는대

상임을공감하는성형외과의사와심리적관계를맺는것이더욱수월함

을경험했다.

두번째전제에대한회의는인류학의전통에대한보다근본적인성찰

로이어진다. 우선참여관찰여부는인류학자가무엇을연구할것인가를

결정짓는데가장큰영향을끼치는데, 이는원시부족마을이든현대식병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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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든거주형식을선호하는인류학자의연구전통과연관되어있다. 특

히민족지적연구에서가장중요한것은‘현지인과함께살기’가실행가

능한장소의확보여부이며가능성이타진된후부터연구가시작되는것

이다. 이때현지인과함께살기혹은참여관찰이란, 현지인들의비언어적

행위나물리적공간으로서의현장을관찰하는것인데, 이는통신기술을

이용하기보다는물리적접촉을통해교류하고한지역에머물며정적으로

살아가는비서구사회공동체를전제로한다. 네이더를비롯하여거스터슨

과같은후속연구자들이참여관찰을대체할수있는방법론을제안하고,

여기에‘다형적인관계맺음’이나‘다현장민족지’등의이름을붙여온것

은참여관찰에대한그들의고정된관념을반증하는것이다.

그러나우리의현장연구는다른전제로부터출발함으로써네이더가

우려한방법론적장애물에매이지않을수있었는데,그것은현장을‘고정

되지않고움직이는것’으로바라보는것이었다. 현지인은인류학자의연

구를위해기다려주지않는다. 현장은그들의거주지가아니다. 대신우

리의연구대상은현지인이이동하는경로였기때문에그것을추적하는

행위자체가참여관찰이었다. 예를들어방재연구소에서현장은심리학

자나도시공학자가만들어낸것이고, 그것을연구한필자에게‘그의현

장’은그들의현장과그들이만들어낸문헌, 그리고그문헌들을매개로

행동하는사람들이거주하는공간을모두포괄한것이었다. 이현장에는

문헌도포함되지만우리는그것을참여관찰과구분되는문헌조사로보

지않았다. 현장과문헌을이분화하기보다는그것을매개하는여러사물

들의변형과전치에초점을맞추었기때문이다.

네이더는참여관찰과다른방법들사이에서절충주의적인접근을해야

한다고말했으나, 우리의연구들에서절충의대상은방법론이아니라현

장과 문헌이다. 방재연구소라는 현장에서 과학자와 공학자는 그래프를

만들고문헌을작성했다. 그리고그문헌에기입된가상실험이지역주민

들앞에서상연되었다. 그렇다면이러한방재연구소의일상을기록했던

32·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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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행위는참여관찰인가, 문헌조사인가? 필자는이분화된방법론을

놓고고민하는대신현장과문헌의경계를넘나드는매개자의행위와사

물의변형그리고그것들간의연결을기술하였다.

성형외과현장연구에서도이러한원칙은그대로적용되었다. 우리중

한필자의현장은서울강남에위치한성형외과의원이었지만, 의사들은

의료박람회나학회에가기위해서대형회의장이나지방의호텔에머물기

도했으며일과후근처식당이나술집에서오고가는공사가뒤섞인이야

기를기록했다. 의사들의책상위에는최신학회지나의학교과서가놓여

있었으며그곳에서그들은논문을읽고쓰며그논문을인용하여환자를

설득했다. 성형외과의원내에서각자의공간을소유한의사들과직원들은

전화나 이메일혹은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등을이용하여의사소통을하기도했으며그럴때‘그의현장’은가상공

간이었다. 현장에서문헌으로, 문헌에서현장으로뒤섞여서연결되어있

는현장에서현장과문헌의구분은관념적인이분법에지나지않았다.

네이더가‘참여관찰의신화’라고칭하며‘위로의연구’에서만큼은새로

운방법을찾아야한다고제안했던것은참여관찰자체에대한고민과성

찰에서비롯된것이라기보다는‘현실적인판단’에기인한것으로보인다.

현지인과의오랜관계맺음을통해서심리적으로가까워야하는참여관찰

의방법을부도덕한권력자의비밀을폭로해야하는‘위로의연구’에적용

할수없을것이라는판단은앞절에서논의한인류학의윤리문제와밀접

하게연관된다. 그러나윤리문제와는별도로, 원시부족마을과는다른현

장, 과학자와의사가거주하는장소에서의현장연구는우리에게참여관찰

방법론을다시생각해야할또다른현실적인계기를제공해주었다.‘위로

의연구’를통해서우리와똑같이문헌을생산하고소비하는현지인을만

나게되었고그들과의조우는현장과문헌의이분법을기반으로한인류

학적방법론의‘신화’를깨는경험이었다. 그런의미에서‘위로의연구’에

서방법론은우리에게장애물이아닌새로운가능성을향한자원이었다.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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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 ‘위로의연구’를통한민족지실험의성과

이상의논의에서우리는‘위로의연구’의난국으로제시된접근, 태도,

윤리, 방법의문제와직접대면했던현장연구의경험을제시하고이를통

해서도출해낸현장연구전략을제시했다. 또한이과정에서기존민족지

연구에스며들어있던몇가지전제가드러났고,바로그전제가‘위로의

연구’의난관을더어렵게한다는점을발견할수있었다. 민족지연구를

‘위로의연구’라는실험장에던져넣은우리의시도가이전에는보이지

않았던인류학연구의전제를수면위로부상시켰다는점에서이실험의

의의를찾을수있다. 따라서두가지점에서본‘실험’의성과를정리할

수있겠다.

첫번째성과는‘위로의연구’의난관을극복하거나우회할수있는실

천적전략의발견이다. ‘위로의연구’에서는연구자와행위자간의대화가

어떤형태를갖고어떤말로소통되며대화의지평은어디까지인가에대

해서인류학자와연구되는사람간의협상과타협을통해구성된다. 이런

연구에서는인류학자가성찰을독점하기보다는행위자에게성찰을돌려

주고행위자의성찰성과인류학자의성찰성간의협력을통해현장연구

를구성할수있다는아이디어가제시된다. ‘위로의연구’에서나타나는

이런식의대화는인류학전통에서중시되는기존의‘대화적조우’에서

더나아가, 행위자의능동성으로부터현장연구를구성하고인류학이론

을확장하는것을가능하게해준다. ‘위로의연구’의어려움은우리의현

장연구과정에서오히려옮겨다녀야할장소를늘리고, 피면담자와관계

를맺을기회를주기도했다. 현장연구과정에서나타난문제가예상과는

다르게면담자와의협상과현장과의타협을통해서창조적으로해결되기

도했다. ‘위로의연구’의난관은실제로마주함으로써사실은장애물이

아니었다는점이드러나기도했고(정부측입장을옹호했던전문가들이예상

과달리인터뷰요청을회피하지않은예), 실제장애물이었지만그장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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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서기위한협상으로훨씬좋은결과를낳은경우도있었다(성형외과에

서‘코디’역할을지정받으면서접근이제약되었지만, 대신의료보조인의신뢰를

얻을수있는기회를얻은예). 또한새로운전략을통해난관과마주할필요

없이우회하거나새로운타협책을만들수있는길도있다는점을알수

있었다(스스로가관찰대상이되는상황이불편했던교수에게우리는‘원숭이’와

‘인류학자’의관계가아닌‘활단층’과‘지진계’의관계라고대답해준예). 이모

든돌파구는‘연구자와연구되는자의협상’이라는말로요약될수있다.

인류학이론에는몇번의전환기가있었다. ‘중층기술’(Geertz 1973)에

서‘문화를쓰기’(Clifford and Marcus 1986)로의문학적전환, ‘정치경제학’

(Wolf 1982)에서‘지역사회사’(Tsing 1993)로의역사학적전환, ‘공간적현

장’(spatial sites)으로부터‘정치적위치’(political locations)(Gupta and Ferguson

1997)로의지리학적전환이그것이다. 우리는‘위로의연구’를통한민족

지연구의실험을통해서‘연구자주도의대화’로부터‘연구자와연구되는

자의협상과타협’으로의‘의사소통적전환’의가능성을발견할수있었다.

앞으로이러한전환이인류학내에서주된민족지연구의방법으로자리

잡을지에대해서는후속연구의다양한시도의결과를통해가늠해볼수

있을것이다.

두번째성과는실천적전략을넘어서민족지연구의선험적규정에대

한비평이다. ‘위로의연구’가‘아래로의연구’를주로해왔던기존인류학

연구보다수행하기더어렵다고규정지을수는없다. 본문에서언급한것

처럼접근의어려움은‘위로의연구’에한정되지않으며, ‘위로의연구’를

어렵게만드는인류학자의지배적인태도(강자는폭로하고약자는옹호해야

한다)는‘아래로의연구’에서도원치않는결과를가져온다. 이연구가주

장하려는바는‘위로의연구’가‘아래로의연구’보다더어려운난관에직

면해있다는점을강조하는것이아니다. 그보다이연구가도출해낸더

중요한결과는‘위로의연구’라는실험이민족지연구에전제되어있던

선험적이분법들을수면위로부상시켜이를문제화했다는점이다.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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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의연구’에서는쉽게가시화되지않았던현장연구의주요이분법들이

‘위로의연구’를통해보다명확하게돌출된것이다. 본문에서살펴본바

와같이폐쇄성과개방성의이분법(접근), 강자와약자의이분법(태도), 옹

호와폭로의이분법(윤리), 참여관찰과문헌조사의이분법(방법론)이기존

의민족지연구의틀을지우는선험적전제들이었다.12)그동안현대민족

지연구를가능하게해왔던이런전제들은, ‘위로의연구’로인류학연구

를확장하고자하는과정에서민족지연구의실행을가로막는장애물이

었다는점이밝혀졌다.

‘위로의연구’를통해드러난인류학연구의이분법적전제들은강자와

약자를구분해이들을서로다른윤리로접근하도록했는데, 이것은결국

연구대상자의성찰능력을제한해왔다. 연구자에의해연구대상자는자

신의지위나직업을기준으로강자나약자로규정되었고폭로나옹호의

대상으로정의되어온것이다. 그러나강자와약자, 폭로와옹호의구분에

서이렇게간과되어버린연구대상자의성찰력과행위성은‘위로의연구’

현장에서곧잘목격되는연구대상자의적극적인반대로되돌아오곤한다.

연구자만큼논리적이고권위있는문헌을생산해내는연구대상자가연

구자가쓴논문을반박할때, 연구자는연구대상자를더이상옹호나폭로

의대상으로서만볼수없게되는것이다.

우리는인류학자들이현장연구를정교화하는과정에서축적해온민

족지연구의이분법적틀이‘위로의연구’를포괄하는더확대된민족지

36·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12) 민족지연구의전제를드러내는작업과‘위로의연구’의난관을극복하는전략은밀

접하게연관되어있다. 그예로, 행위자와의협상을진행하고이들과의타협에이르

기위해서우리는상층부와상층부를이루는행위자의행위가폭로되어야할무언

가로다뤄지는것을경계했다. ‘숨기는’‘위’의강자와‘오인하는’‘아래’의약자, ‘폭

로’를목적으로하는‘위로의연구’와‘옹호’를목적으로하는‘아래로의연구’라는

이분법이민족지연구의전제가되어왔다는점이‘위로의연구’의난관을초래했다

는점에동의했다. 협상과타협은이러한이분법적전제들이사라진민족지의현장

에서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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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위해서발전적으로해체될시점에이르렀다고본다. 이제남은것

은이분명해진전제들을인류학자가앞으로도계속당연시하고유지할

것인가, 아니면전제들의한계를분명히하고새로운민족지연구의틀을

구축해나갈것인가에대한근본적인수준에서의논의이다. 물론이논의

속에는이논문에서계속사용해왔던‘위로의연구’와‘아래로의연구’라

는개념조차정당한것인지다시묻는질문도포함되어있을것이다.

마주쳐본적없는미지의세계는한사람한사람이걸어감으로써점

차누구나쉽게조난의걱정없이갈수있는길이나게된다. 이러한길이

잘구축되도록인류학자가계속적인시도를하고그경험을정리해간다

면, 장래의인류학에서‘위로의연구’와‘아래로의연구’를나눌필요가없

어질것임을알수있다. 그둘을나누는시각이사라지는날인류학연구

의지평은넓어지고, 새로운정치적위치에서행위자와협상하고타협하

며현장연구를구성하는과정도현장연구과정의한요소로서자연스레

받아들여질날이오게될것이다.

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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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ifornia Press.

<자료>

The Malibu Times, “Let Malibu Burn?, Not!”1999. 2. 26일자.

투고일자:2013. 3. 30 심사일자:2013. 4. 30 게재확정일자:201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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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한국문화인류학46-2(2013. 6)

본 연구는 세 연구자의 현장 연구 경험을 통해‘위로의 연구’의 난관이 현장에서 어

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난관을 넘어서거나 우회하거나 그것

들과타협함으로써학습해온현장연구기술(skills)을 명료화하는작업에착수했다. 또한

‘위로의연구’의난관과마주함으로써나타나는인류학현장연구의전제들이갖고있는

문제도 함께 제시함으로써 후속 연구가 개선해야 할 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본연구는‘위로의연구’의난관으로제시된접근, 태도, 윤리, 방법의문제와직

접대면한현장연구의경험을순서대로제시했다. ‘위로의연구’의어려움은우리의현

장연구과정에서오히려옮겨다녀야할장소를늘리고, 피면담자와관계를맺을기회

를 주기도 했다. 현장 연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가 예상과는 다르게 면담자와의 협상

과 현장과의 타협을 통해서 창조적으로 해결되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존 민족

지연구에스며들어있던몇가지전제, 폐쇄성과개방성의이분법(접근), 강자와약자의

이분법(태도), 옹호와 폭로의 이분법(윤리), 참여관찰과 문헌 조사의 이분법(방법론)이 드

러났고 바로 그 전제들이‘위로의 연구’의 난관을 더 어렵게 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

었다. 민족지연구를‘위로의연구’라는실험장에던져넣은우리의시도가이전에는보

이지 않던 인류학 연구의 전제들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는 점에서 이 실험의 의의를

찾을수있다.

국문초록

〈주요용어〉위로의연구, 현장연구, 접근, 태도, 윤리, 방법,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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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지연구의실험장으로서의‘위로의연구’(Studying up)·43

Key words: studying up, fieldwork, access, attitude, ethics, methodology,experimentation

Lee Kangwon,* Leem So Yeon,** Ha Daecheong***

Abstract

This study shows how the obstacles to ‘studying up,’suggested by Nader(1972)

have been exposed in concrete forms by the three authors’experiences of their own

fieldwork. We aim to clarify which skills the authors have learned while overcoming,

detouring, and negotiating with those obstacles. We also propose the ways to address

problems which are inherited from the shared assumptions of existing

anthropological fieldwork. In addressing these problems of ‘studying up’and in

accordance with three authors’ fieldwork experiences, we divide the article into the

issue-specific areas of (1) access, (2) attitude, (3) ethics, and (4) methodology. On the

one hand, by addressing the obstacles of ‘studying up’the three authors have gained

new opportunities to access field sites which were not planned and we have been

given chances to make relationships with informants which may have not been

possible otherwise. On the other hand, the problems that arose during the fieldworks

were solved through the researchers’ negotiations with informants and compromises

* Researcher, Institute of Cultural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 Researcher, Science Culture Research Center, Seoul National University

*** Researcher, Korea National Institute for Bioethics Policy

‘Studying up’as an Experimentation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ree Fieldwork C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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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the researchers and the fields, in ways that were unexpected creative. This

study further reveals four dualisms which are inherent in the premises which have

permeated the existing ethnographic research: (1) closed off social fields and

openness(access) (2) power and weakness(attitude), (3) advocacy and revelation

(ethics), and (4) participant observation and literature analysis(methodology). We

argue that what need to be overcome are these four dichotomized assumptions, rather

than the previously suggested four obstacles. Three fieldwork projects of ‘studying

up’are illustrated in this paper as experimentations with ethnographic research,

which because of their experimental nature have raised unseen premises to the

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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