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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 녹색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통인 이한철이 ‘뽈래뽈래’ 사는 법 2012.07 통권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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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D MAGAZINE 2012. 07. (188)

Mar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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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agazine of PSPD, 05/2012, no.186 PSPD, 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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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PSPD MAGAZINE 2012. 07. (188)

특집 쉼 기획 녹색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통인 이한철이 ‘뽈래뽈래’ 사는 법2012.07통권 188호

Page 2: PSPD MAGAZINE 2012. 07.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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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타인의 일과

인간의 본질이 여가에 있다

타인의 휴가

가족 그리고 ‘쉼없는 쉼’

새 시대에는 경제민주화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녹색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북한 인권, 다르게 접근하기

이한철의 ‘뽈래뽈래’ 사는 법

가수 이한철

보름달에 빈 소원, 그건 바로 너!

김안수연, 김지훈 회원

EU는 어디로, 그리고 우리는?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들, 전공투

다른 이를 돕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외국인인 척, 한국 여행 놀이

귀농이라는 것

일단 일어나!

Try to Remember

공동체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참치’를 소개합니다

강신준

홍석재

김균

임종진

이강오

이대훈

황지희

김수

정태인

김정인

박태근

이명석

김융희

김남훈

고경일

박현아

여는글

창그림

통인

만남

경제

역사

읽자

놀자

살림

상담

만평

아카데미

통인뉴스

투명회계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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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7

ⓒatopy

기획

칼럼

살맛

알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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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12 07

새 시대에는 경제민주화를김균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대가 바뀌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이병천 선생이 어디에선가 “시대가 바뀌었다”라는 말을 했는데, 요즘 경제민

주화가 다시 대세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시대의 공기가 확연히 바뀌었음을 절감한

다. 올해가 총선과 대선이 겹친 정치의 해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시대의 변화를 읽었기 때문인지,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첫 번째 경제사회 정강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단 고마운 일이다. 시

민사회의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노총, YMCA, 참여연

대 등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라는 다소 긴 이름의 연대기구를 발족하여 본격

적인 경제민주화 운동의 시동을 걸고 있다. 경제민주화 시대가 기지개를 켜는 듯도 싶다.

내 기억이 옳다면 87년 민주항쟁 이후 몇 년간 경제민주화 논의가 제법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를테면 민주화의 완성은 경제민주화에 달려있다는 민주주의 심화론이 있었고, 집권 초기 DJ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론 논의의 한 축도 경제민주화론이었다. 그 뒤 1997년 참여연

대 경제민주화위원회가 소액주주운동을 펼치면서 이 말은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아마 이때

부터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과 동의어처럼 쓰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주주자본주의가 곧 경제민

주화라는 잘못된 등식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던 이 말이 요즘 들어 다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그런데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학술 차원에서 경제민주주의 또는 경제민주화 개념을 추상적으

로 정의내리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경제민주주의는 경제적 자원의 소유, 배분 및 이용에 있

어 민주주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간단한 주장이다. 민주주의는 인간은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전제

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과정에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

어야 하고, 또 나의 존재와 자유가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존재와 자유도 동등하게 소중히 여겨져

야 한다. 이러한 정치적 민주주의 원리를 경제 영역에도 적용하자는 주장이 경제민주주의이다.

물론 시장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시장 관점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일원일표주의이다. 교

여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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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참여사회

과서 속의 주주자본주의가 그 예이다. 또 소비자 주권도 일종의 소비자 민주주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교과서적으로 작동하는 공정시장일지라도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피할 수 없다. 시

장은 경쟁이고,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절차이므로 시장은 그 구성 원리상 불평등을 산출

하는 메커니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정된 자원의 배분과 생산물 분배의 결과는 갈수록 불평

등해질 수밖에 없고 경제권력의 집중과 외연 확대도 필연적이다. 반면 경쟁 탈락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소비할 자유(돈)도, 일원일표주의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한 줌의 권력(돈)도 없다.

경제민주화는 돈의 등가성에 따른 일원일표주의 시장에 일인일표주의 민주주의 원리를 적용

해보자는 입장이다. 그럴 때 (시장)경제에서 일인일표라는 인간의 동등성은 어떻게 작동될까. 원

리로만 보자면, 우선 공동체 차원의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에 개개인은 동등한 입장에서 공동 참여

하여 민주적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고, 경제적 삶의 공간에서 적절한 수준의 개인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물질적 바탕, 즉 좁은 의미의 생존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현실 속

에서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구체화되어야 하는가를 미리 알기는 대단히 어렵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

경제민주화의 그릇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논자마다, 정파마다 모두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가능한 경제민주주의의

모습은 사민주의에서부터 케인스주의 복지국가, 반독점적 사회적 시장경제, 협동조합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그 중 무엇을 선택하고 구체화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우리

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물론 공감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이십여 년의 경험은 재벌개혁이

핵심이고 그래서 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었고 모두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구

체적 실체화는 여전히 미지다. 청사진도 미완이다. 많이 토론하고 싸우고 그러면서 현실을 만들

어가야 하는 힘든 과정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더디게나마 쉼 없이 다니다 보

면 길이 되듯이, 때로는 즉물적으로, 때로는 숙고하며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이상을 현

실로 이뤄내리라 생각한다. 나는 경제민주화의 그릇 속에는 아직 아무 것도 없고 오래된 꿈만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 꿈의 힘이 결국에는 더 나은 미래를 빚어 낼 것이라 믿는다. 내 보기에

그 꿈은 더불어 같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보편성이다.

마지막으로 철학자 황경식을 인용한다. 그는 롤스 『정의론』의 핵심인 ‘공정성으로서의 정의’ 개

념의 맨 밑바닥에는 우연적 인간존재에 대한 무조건적, 보편적 사랑이 놓여 있다는 것을 수십 년

에 걸친 롤스 읽기와 쓰기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술회한다. 그래서 말하길, ‘친구에게 술을

가득 따르는 유일한 방법은 술잔이 넘치도록 따르는 것이다. 그것처럼 정의의 완성은 넘치는 사

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제민주화의 완성 역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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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2 07

가난한 이들 앞에 서서, 배가 얼마나 고프냐고 묻고 싶지 않습니다.

절망과 고통에 둘러싸인 이들 앞에 서서, 살기 얼마나 힘드냐고 묻고 싶지 않습니다.

병이 들어 누워 있는 이들 앞에 서서, 지금 얼마나 아프냐고 자꾸 묻고 싶지 않습니다.

장애를 지닌 이들 앞에 서서, 사는 것이 너무나 고되지 않느냐고,

세상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속이 쓰리지는 않느냐고.

그렇게, 이제는 정말 묻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보려하는 것은 단지 ‘하루’일 뿐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매일같이 주어지는 하루의 삶, 그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려는 것일 따름입니다.

그 하루들이 쌓여 삶이 되고 인생이 됩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마련인 귀한 순간들입니다.

생명으로 주어진, 두말할 나위 없이 귀중한 한 개인의 작은 역사입니다.

그늘진 삶의 언저리를 한두 번 찾아가서는 이 안에도 희망이 있다는 식의 어설픈 작위를,

이제는 내려놓고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과 그 가치를.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가난한 이들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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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참여사회

참여사회 7월호 <특집>은 ‘쉼’입니다. 노동시간의 증가를 문명의 후퇴로 여기고 인류의 나아갈 방향

이 여가를 찾는 데에 있다고 말하는 강신준 교수의 시각으로 우리 노동 현실을 보았습니다. 바쁘기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홍석재 기자에게 쉼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에세이를 실었습니다. 다른 사

람들은 휴가 때 무엇을 하는지, 어떤 하루를 사는지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바람같이 느끼고

쉬는 듯 보십시오.

참여사회는 시대를 보는 바른 시각을 전합니다.

7월호는 리우+20을 리뷰하고, 북한 인권에 접근하는 또 다른 시각을 담았습니다.

통하는 사람들 <통인>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을,

참여연대 회원들을 만나는 <만남>에서는 김안수연과 김지훈 참여연대 8기 인턴 커플을 만났습니다.

문장 문장, 맛있게 보고 느껴주세요. 『참여사회』 편집팀

1. 김균

김균 공동대표께서 7월호 참여사회를 열어주셨습

니다. ‘경제민주화’를 말랑말랑하게 소개하기 위

해 무리 좀 하셨습니다. 덕분에 경제민주화가 참

따뜻한 마음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 참여사회 독

자들은 잘 알지요.

2.. 이강오

지구 저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돌아와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참여사회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하

기 위해 글을 써주셨습니다. 환경 분야에 과문한

편집팀의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하고 적은

고료마저 참여연대에 기부해주신 그린트러스트

이강오 사무처장님입니다.

3... 이한나

‘희망을 남용하지 말고, 절망도 노래하자’고 말하

는 이한나입니다. 기획을 함께하고 마감을 함께

하는 참여사회 우등 편집위원이지요. 자전거 사

고를 겪은 뒤 심심찮게 심상찮은 통증을 달고 지

내는 와중에도, 여름 휴가는 제주도로 자전거 여

행을 가겠답니다. 긴 이야기는 특집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4....홍석재

참여연대 안국동 시절, 바로 길 건너에 종로경찰

서가 있었습니다. 이래로 종로서 출입 기자들은

곧 참여연대 출입기자였지요. 한때 종로서를 출

입하면서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은 홍석재 기자가

참여사회에 쉼을 이야기합니다.

5.....서예은

참여사회 최연소 필자 서예은 어린이입니다. 예

쁜 색색의 일과표와 소개 글을 보내주었는데요,

흑백 지면이 그 느낌을 다 전해드리지 못해 아쉽

습니다 ^_____^

6......김융희

넉 달에 한 번 만나는 귀한 이야기, <살림> 코너

의 7월을 맡아주신 분은 서툰 농사꾼 김융희님입

니다.

아.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7월호를 함께한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1 2 3 4 5 6

지구를 사랑하는 참여사회는

본문에 재생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용지 미색 중질지 반무광 80g/m2

표지용지 백색 모조지 180g/m2

아참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가

아참, 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하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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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78

2012년도 절반을 지나 쉬어갈 때입니다.

휴가 계획들 세우셨는지요, 휴가를 가실 수는 있는지요.

사람다운 삶, 제대로 쉬는 것이 그 시작이겠지요.

참여사회 7월호 특집 ‘쉼’입니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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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참여사회

타인의 일과다른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얼마만큼 일하고, 얼마만큼 쉴까?

특집 쉼

박은정 박정진요즘 매일 생각하는 것

하나,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다가 재미없게 죽어버릴 수는

없는데 이 쳇바퀴를 벗어나면 먹고 살기가 난해하다. 이 차이를 어

떻게 좁힐 수 있을까?

둘, 올해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만 3년 동안 모유 수유를 한

막강 모성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먹고 살기와 사회적 성공(?)에 밀

려 딸아이가 고대하는 동생을 못 낳아주고 있다. 난 둘째가 필요하

다고 생각하는데 회사가 먼저인지 둘째가 먼저인지 고민된다.

셋, 집이란 의식주를 해결하면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깨지고 있다.

인테리어에 신경 쓸수록 가족들이 좋아하는 게 보인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게 이런 걸까?

나란 사람?

일단 수다스럽다. 무슨 침묵 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을 만

나는 일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주제를 만들어가며 말을 한다. 어릴

적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오늘 다 말하고 죽으리란 수준으로 말이 많아진다. 이 정도

얘기하면 사교성도 좋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짐작할지 모르나 생각해보면 또 집에서 머물고 혼자 조용히 있는

편을 더 선호한다. 마치 말하는 저주에 걸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단순히 또 다른 수다를 떨기 위해 재충전하는 것은 아닐

까?

30대 후반, 90년대 중반 학번, 여성.

13년 중 아이를 낳고 기른 1년을 빼고

하루도 안 쉬고 책을 만들고 팔아온

책 기획ㆍ편집자

30대 중반, 남성,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참여연대에

서도 때때로 디자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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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710

이병일 김윤나나의 일과는

분명히 놀지는 않았고 열심히

했는데, 일은 끝도 없다.

오늘도 밤새야 한다. 만날

늦게 퇴근해서 약속 잡기

힘들고, 주말이 젤 바빠서

결혼식 못가고, 명절에도

일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학원가 분위기 때문에 인간관계 모조리 박살나는 전국의 학원 강

사들은 페이스북에 사례금 줘야 한다.

주 6일 출근, 55~67시간 노동. 업무 시간이랑 쉬는 시간이 명확히

구분이 안된다.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소위 자율적ㆍ주체적 노동자

의 삶, 끊임없이 자기계발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다 이런 식이

아닐까 싶군요.

요즘 생각하는 것

• 뭐 먹을까, 뭐 입을까.

• 1학기 수시로 대학 가고

•공부 그만하고 싶은데

•내신은 별로다. 뭐 방법이 없읕까.

• 되고싶은 게 없다. 대학, 과는 성적 맞는 선에서 최대한 좋은 데

로 아무데나 가야지. 이것은 슬프지만 현실.

• 어쨌든 대학교 졸업하면 김윤나에게 공부는 없다.

• 고3인데 썸남이 들이댄다. 함 만나줄까, 말까.

• 쟤는 왜 저럴까 (학교에 그런 애들이 많다. 우리 반에 멀쩡한 사

람은 내 친구랑 나 둘 뿐인 것 같다.)

• 지난 겨울에 수술한 쌍꺼풀이 아직 완전 자연스럽지 않다. 대학

가기 전엔 티 안 나게 되겠지.

• 살이 조금 빠졌으면 좋겠다. (마른 편이긴 한데, 쫌 더.)

31세, 남성. 석사 하려다가

학자금대출에 서울 주거 및 생활비의

압박에 3학기 만에 그만두고 노동시간

폭발하는 논술 강사로 전업. 이후 매월

빚잔치를 한다. 내 통장은 임금이 대출

상환으로 갈아타는 환승 정류장.

미래의 소득을 당겨쓴 대가를 이제야

치르고 있다지만 나 놀겠다고 대출 받은

것도 아니고 죄다 학자금 대출인데

그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어쨌거나

대출님의 이번 달 치 준엄한 심판도 끝.

다음 달엔 살살 해주세요, 대출님 ㅠㅠ

고3이니까 공부를 해야할 것 같아서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고 독서실도

다니지만 정작 공부는 별로 안하는

수도권 평준화 지역의 인문계

고등학교 고3 여학생.

하루에 너댓시간 자면서 공부하는 게

고3 표준인 양 얘기하지만, 내 주변엔

그런 애들 없다. 강남 애들은 그러나?

Page 11: PSPD MAGAZINE 2012. 07. (188)

11참여사회

이한철 서예은참여사회 인터뷰가 있었던

6월 26일의 고민은

• 이번 단독공연 결과는?

• 오늘 인터뷰의 결과는 어떨까요

• 비가 올까요

직업의 특성 상 매일의 일과가 다른 편. 크게 평소와 공연 있는 날

로 나누었지만, 수만 가지 일과의 가능성이 있음.

서예은 어린이가 그려 보낸 일과표입니다. 본래 보라색의 환상적

인 꿈나라를 비롯한 컬러풀 일과표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서예은

어린이가 정말 싫어하는 ‘받쓰’ 는 받아쓰기를 말합니다. 학교가는

날 일과의 꿈나라에 가기 이전 3시간은 ‘아빠랑 놀기’ 시간입니다.

40대 남성

싱어송라이터, 댄서블한 펑크부터

오거닉한 포크까지 해피사운드를

지향하는 레이블 튜브앰프뮤직

대표이자 프로듀서

춘천 KBS <이한철의 올댓뮤직> 진행자.

인터뷰어 황지희의 진단에 따르면,

“이한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한철

의 삶의 방식과 이한철의 음악을 계속

응원하고 싶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6월 서울 평균 기온은 24.1도

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였다. 가물기가 오랜

끝에 6월 29일, 해서解暑와 해

갈解渴의 비가 내렸다.

아빠랑 놀기

이한철 <작은방> 앨범 발매기

념 콘서트 <Both Side of 이

한철>이 7월 7일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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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2 07

이탈리아 반도의 오른쪽, 아드리아 해

연안에 자리 잡은 조그만 나라 몬테네

그로에는 이런 속담이 전해 내려온다

고 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너무 힘들

게 태어나기 때문에 피곤하다. 그래서

살아가는 내내 충분히 쉬어야만 한다.”

이 속담에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교훈이 숨어 있다. 인

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은 인류가 무엇으

로 동물과 구별되는지를 통해 구해볼 수 있다. 현생 인류

의 조상으로 손꼽히는 크로마뇽인은 프랑스 남부 동굴에

자신들이 남겨둔 유적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 유적 가운

데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것으로 주목받은 것은 단연

동굴의 벽화였다. 왜 동굴 벽화가 인간의 흔적으로 확인

되는 것일까?

동물은 휴식시간을 제외한 활동 시간 모두를 오로지 생

존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한다. 동물은 사실상 생존이라는

절대적 조건에 갇혀 살아가며 이것을 ‘생존의 우리’라고

부른다. 인간은 이 생존의 우리에서 탈출한 유일한 존재

이며 그 증거가 바로 동굴의 벽화이다. 동굴의 벽화는 생

존과는 무관한 여가를 통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결

국 인간의 본질은 여가를 가졌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인류

의 역사는 바로 이런 생존 활동으로부터의 해방, 즉 여가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인류는 손으로

변한 앞발에 도구를 쥐게 되면서 생존

의 우리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얻은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도구를 더

욱 발전시킴으로써 점차 여가를 늘려

왔다. 이것을 우리는 문명의 진화로 간

주한다.

그런데 이런 문명의 진화를 조사하던 영국의 한 역사학

자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13세기 영국 농노의 연

간 노동시간을 조사해보니 1,620시간이었던 것이다. 이것

이 놀라운 까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34개국

으로 이루어져 있는 OECD 국가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

이 1,749시간(2010년 기준)으로 이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

이다.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본다면 무려 800년 동안 문명

의 진화가 멈추었고 오히려 후퇴한 것이 아닌가? 더구나

19세기 영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3,000시간을 훨씬 넘었고

우리나라는 지금도 연간 2,200시간을 노동하고 있다.

이런 문명의 후퇴에 대한 답을 가장 잘 정리한 책이 마

르크스의 『자본』이다. 그의 분석이 가장 본질적인 것이며

그가 제시한 처방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입증되었고 그래서 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

의 하나로 손꼽히곤 한다. 『자본』이 밝힌 바에 따르면 3만

년이 넘는 인류의 역사에서 이런 문명의 후퇴는 18세기

강신준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간의 본질이 여가에 있다

특집 쉼

Page 13: PSPD MAGAZINE 2012. 07. (188)

13참여사회

에 처음 시작되었고 그것은 자본주의라는 생산체제 때문

이었다. 이 생산체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인류가 여가

를 타인을 위한 노동시간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 타인

은 도대체 누구인가? 물론 노동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데 이 타인은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타인의 여가를 노동

시간으로 바꾼 것이 아니다. 그는 단지 보다 많은 부를 얻

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고 이런 양적인 욕망에는 한계가

없다. 아무리 많은 것도 항상 더 많은 것에 비해서는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가를 줄여서 만드는 노동시간은 무한

히 늘어나게 된다. 문명의 후퇴는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

다.

문명의 후퇴는 인간사회를 빈곤과 피곤함, 그리고 여가

를 노동시간으로 강제로 바꾸기 위한 폭력이 자행되는 야

만적 상태로 밀어 넣었고 마르크스가 『자본』을 쓴 까닭도

바로 이런 상태를 문명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었다. 19

세기에 마르크스가 보았던 야만은 이미 위에서 말한 노동

시간에서 확인되었듯이 오늘날에도 별로 줄어들지 않았

다. 오히려 공간적으로는 지구 전체에 걸쳐 확대되었고

질적으로도 여전히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참혹한 상태

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용산참사, 청년 알바, 삼성

의 백혈병, 비정규 노동,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에서

도 우리는 자본주의가 빚어낸 숱한 야만의 얼굴과 맞닥뜨

리고 있다.

마르크스가 제시한 해답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타인

을 위한” 노동을 멈추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얘기했던 노동해방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누가 그것을

할 수 있는가? 바로 노동하는 사람 자신, 오로지 그 사람

만이 할 수 있다. 노동은 그 사람의 몸을 통해서 이루어지

고 그 몸은 그 사람의 의지에 예속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런 점에서 노동해방은 바로 여가에 담긴 인간의 본질을 되

찾는 일이며 인간이 자신의 몸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 일이

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노동운동이 이런 해방의 의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는 참으로 궁금하고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우리 노동운동은 마르크스의 『자본』과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노동운동은 노

동해방의 첫걸음이 마르크스의 『자본』을 우회하고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2인터내

셔널 이후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두고 있으며 오늘날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양대 정당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동자

정당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북유럽의 소위

복지국가가 노동해방의 모습과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부

분적으로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노동운동은

언제쯤 마르크스의 『자본』을 만나고 그것을 디딤돌로 해

방의 첫걸음을 디디기 시작할 수 있을까?

강신준

1954년 출생. 고려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재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에 마르크스의 『자본』을 처음 번역하여 소개하였음.

한국

219

3

그리스

210

9

칠레

2068

러시아

1976

헝가리

1961

체코

1947

폴란드

1939

이스라엘

1889

에스토니아

1879

터키

1877

멕시코

1866

슬로바키아

1786

이탈리아

1778

미국

1778

뉴질랜드

1758

OECD

평균

1749

일본

1733

포르투갈아

1714

핀란드

1697

아이슬란드

1697

호주

1686

아일랜드

1664

스페인

1663

영국

1647

스위스

1640

스웨덴

1624

룩셈부르크

1616

오스트리아

1587

벨기에

1551

독일

1419

노르웨이

1414

네덜란드

1377

OECD 회원국 연평균 노동시간2010년 기준, 단위 : 시간

Page 14: PSPD MAGAZINE 2012. 07. (188)

14 2012 07

타인의 휴가

특집 쉼

자전거와 함께, 바카티오!

나에게는 365일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기다려지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

는 내 생일,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휴가다. 그렇다. 1년을 기다린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사무실에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 나의 머

릿속은 온통 휴가 생각뿐! 주 5일제를 살지만, 주말로는 채울 수 없는 직장

생활의 갈증을 해소해 줄 이온음료 같은 나의 휴가 계획을 살짝 공개하겠다.

혹시 바캉스의 어원이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는 뜻의 ‘바카티오vacatio’

에서 연유했음을 알고 있는가? 몰랐다 한들, 어찌 휴가 때 떠나지 않을 수 있

겠는가! 일단 휴가지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 서울로부터, 나를 구속하

는 모든 현실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그러나 직장인 1년 차에게는 돈이 없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봤자 선택지

는 딸랑 제주도다. ‘너무 뻔한 휴가지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학여

행 때 관광버스 타고 다니며 보던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제주도는 이

제 그만 잊어버릴 때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애마, 마지 파르텐자 벨

리시마(MASI Partenza Bellisima, 이탈리아 브랜드 마지에서 나오는 사이클(=

로드바이크)의 일종. 비교적 저렴하여 로드바이크 입문자에게 적당하며, 그 중에서도 파르텐자는 차체가 낮아 체구가 작은 여성들에게 적

합하다)를 선택했다.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다면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제주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로 여행할 때에는 가능한 자기 몸에 익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빌리는 자전거는 정비 상태도 안심할 수 없고, 무

엇보다 4박 5일 동안 자전거를 내 몸과 같이 해야 하는데 빌린 자전거는 막 다루기 쉬워 고장 나기도 쉽기 때문이다. 공항 수화물센터에

2~3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제주도 한가운데 ‘내 자전거’를 떨어뜨려줄 테니 참고하시길.

제주도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하는 코스는 약 280km, 4박 5일을 잡고 달리면 하루 약 70km 정도를 달리는 셈이 된다. 서울 반포에서 팔

당댐까지 왕복하는 거리가 약 60km 정도임을 감안하면, 중간에 3~4번 쉬어도 5시간 정도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애마는

사이클, 일반 자전거와는 10km/h의 속력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중간에 우도에 들어가서 하루쯤 쉬어도 좋겠다. 나도 올해는 꼭 갯바위에 앉아 제주도

의 바람을 안주 삼아 소주를 한 잔 걸쳐보려 한다. 그러나 음주 라이딩은 음주운전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숙식은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한다. 말했듯, 직장인 1년 차에게는 돈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낯선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들은 게스트하

우스의 엄청난 장점이다. 거점별로 게스트하우스를 미리 예약해두고 매일매일의 자전거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자. 어떤가, 자전거

를 꺼내어 달려볼 마음이 생기시는지? 장마가 그친 8월의 어느 날,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당신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외치

련다. 바카티오!

이.한.나.

본업은 출판마케터, 부업은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글은 비정규직.

『참여사회』 편집위원. 단행본 『일인시위』 공동저자 8인 중 1인.

인상착의 : 목덜미에 물음표 문신을 하고 있음.

Page 15: PSPD MAGAZINE 2012. 07. (188)

15참여사회

유학생의 휴가 위시리스트

미국 시카고에서 대학원생으로 사는 나의 여름에는 방학이 있다. 일반 직장

인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그 긴긴 여름 방학을, 무려 시카고에서 보낸다니. 몇

가지가 떠오른다.

섭씨 38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피해 미시건 호변에 돗자리를 펴 앉는다. 챙

이 좁아 자외선 차단에는 쓸모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여자의 스타

일 완성에 필수불가결한 ‘힙스터’풍의 밀짚모자는 챙겨주는 게 예의다. 동행

한 학과 동료들은 미리 차갑게 식혀둔 스파클링 와인을 따고 치즈와 과일을

곁들여 먹고 마신다. 휴대용 스피커에서는 이 모든 것에 화답이라도 하듯 아

이언 앤 와인의 <Lovesong of the Buzzard>의 기타 소리가 경쾌하게 흘러나

온다. 아니면 늦잠 후 애인과 까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일광욕을 하며 묵혀 두

었던 책을 느긋하게 읽는다. 해가 조금씩 기울 때쯤 리글리필드에 컵스Cubs 야

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카고 홈 구단 중 하나인 컵스는 별

볼 일 없는 팀이지만, 저렴한 자리에서 싸구려 맥주를 마시며 여름 저녁을 보

내는데 야구장만 한 곳도 없겠다.

이 정도면 시카고에서 즐기는 여름 휴가로 80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성실

하고 훈훈한 계획 아닐까? 실은 이건 나의 휴가 ‘위시리스트’다. 현실의 나는

여름을 이용하여 학회, 각종 워크숍, 그리고 미래에 도전해야 할 학회지 출간

등(이라 쓰고 대학원 스펙 쌓기라고 읽는다)을 위해 밀린 논문을 작성하고 수

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경쟁률이 높아져만 가는 학계 취업 시장을 생각하면

여름방학에도 게으를 수 없다. ‘스펙’을 중시하는 성과지상주의와 지원금 유

치에 혈안이 된 ‘대학 기업’들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지만 당장은 어찌하랴.

참, 생각만 하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한 현장 연구도 해야 하고, 곧 있을 종

합시험에 대비하여 백 권 정도 분량의 책들도 꼼꼼히 읽어야 할 텐데. 이 외에도 학기 중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백만 가지 일거리를 미친

듯이 정리하다가 지칠 무렵, ‘이제 좀 휴가를 즐겨볼까’ 생각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노트북을 통해 여태껏 밀린 한국 예능 프로그

램을 챙겨보는 것이다. 그나마 치열하게 다시보기로 한 회도 빠지지 않았던 <무한도전>마저 ‘사장님’ 덕분에 당분간 못 보게 되었으니, 나

의 휴가는 점점 더 앙상해져만 간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 지역 월세 때문에 올해도 또 이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잽

싸게 좋은 집을 구하는 게 도리이다. 그런데 아뿔싸, 한두 주 시기를 놓쳤더니 좋은 집은 다 나가고, 마음에 드는 집들은 코앞에서 총질이

난무하는 동네에 있다. 시카고가 아무리 흉흉하기로서니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도, 인문학 대학원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생활비 예

산으로는 나의 ‘까다로울 수 있는 권리’를 발휘하기 힘들다. 결국 금쪽같은 시간을 집 구하러 다니는 데 쓰느라 휴가는커녕 밥도 못 먹을

지경이다. 애인? 브런치? 그게 뭐더라. 뭐, ‘원래 인문학 대학원생들이 한국이고 중국이고 미국이고 프랑스고 다 그런 거지, 쉬는 게 어디

있어’라고 자조적으로 넘어가려고 해도 열만 더 받는다. 하필 이 더위에.

이러한 일상을 하루하루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여름은 끝나 있기 마련이다. 유학생의 휴가라니, ‘코스모폴리탄’한 대도시에서 쇼핑, 여

행, 공연을 즐길 것 같은가? 음지에서 휴가 계획 위시리스트만 A4 용지 스무 쪽이 넘어가도록 부질없이 작성하는 나 같은 유학생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더위를 피해 연구실에서 에어컨 바람만 쐬다가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위시

리스트 휴가 계획들의 비현실성을 차라리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삼는다. 어쨌든 위시리스트는 위시리스트일 때 가장 빛나니까.

이.윤.수.련.(고동)

통영국제음악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세계무

용축제 등 공연예술축제 및 언니네트워크 등의 여

성주의 NGO 활동을 거쳐 노스웨스턴 대학교 공연

예술학 박사과정에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재학 중

이다. 단지 향유의 대상이 아닌, 담론과 지식 생산

의 장으로서의 공연예술의 힘을 믿으며, 글로벌 신

자유주의 시대에 한국사회의 민족주의와 인종주의

및 성별정치학이 공연예술을 경유하여 어떻게 ‘체

현’되는지에 대해 사유하려는 중이다. 아프리카 무

용과 비보잉에 관심이 많지만 춤은 못 추는 천생 몸

치다.

Page 16: PSPD MAGAZINE 2012. 07. (188)

16 2012 07

이런 것도 휴가라면 휴가

"오늘 점심 뭐 먹지?"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이 고민의 난도가 1이라면,

"올 여름 휴가에는 뭐하지?" 의 난도는, 위 고민의 일 년 치를 더한 365쯤이

아닐까? 휴가의 시작은 계획부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니 행복한 고민이

라고 해도 괜찮겠지만.

첫 해외여행, 혼자 하는 여행, 친구들과의 MT, 토익, 연애……. 부모님의 휴가

에서 숟가락을 거둔 이후 십 년 간 매년 ‘매우만족’ 해왔지만 올해는 자신이

없다. 불편한 날씨, 불쾌한 성수기 요금, 불안한 통장 잔고, 불확실한 휴가 메

이트……, 관두자. 내 휴가는 소중하니까.

김.지.수.

‘자유로운 연애 중’ 과 ‘싱글’, 페이스북의 두 상태에

서 갈등 중인 자유로운 연애를 하고 싶은 싱글. 결

혼 생각은 없지만, ‘양가’와 혼인하여 첫째 딸 양송

이, 둘째 아들 양꼬치, 셋째 딸 양미리를 낳을 운명

이라 믿는, 참이슬에게 영혼을 판 여자 사람.

은하수 별빛 샤워 여행

곧 다가올 뜨거운 여름. 7월 말부터 8월 초의 대한민국 산과 들, 강과 바다는

피곤으로 찌든 삶의 무게를 덜고자 하는 사람들로 복작거린다. 나와 아내의

휴가는 여느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 부부의 취미이자 마음의 쉼터는

밤하늘의 별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우리는 너무나 동경하고 사랑한다.

별은 문명과 멀어질수록 잘 보인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휴대폰이 안 터질수

록 좋고 가급적 사람이 없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들보다 조금 늦은 휴가를 준비하고 있다. 문명과 멀어진

생활을 해야 하다 보니 챙길 것이 많다. 드럼통만 한 망원경과 그 부수적인 장

비들, 텐트, 그리고 낚시의자, 아! 잘 마른 참숯과 그릴 이런 것들을 벌써 베란

다에 모셔두었다. 이젠 남들이 가지 않을만한 장소를 찾는 일과 휴가 기간 동

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달라고 기원하며 착하게 사는 일만 남았다.

문명을 벗어난 곳의 밤은 매우 매혹적이다. 어렵게 찾아간 오지에서 작지

만 아늑한 작은 텐트를 펼친다. 그리고 타닥타닥 빨간 숯불을 피운 그릴을 가

운데 두고 한편에 밤하늘을 스토킹할 드럼통만 한 망원경을 펴두면 준비 완

료. 해가 지고 남들이 침대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우리 부부의

본격적인 휴가는 시작된다.

길게 누울 수 있을 만큼 펴지는 낚시 의자 두 개를 펴놓고 밤하늘을 가득 메운 은하수 샤워, 간간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아내와

나의 추억 찾기, 그리고 서로에 대한 약속과 신뢰를 확인하는 시간. 이렇게 하루만 있어도 일에 찌든 묵은 때와 켜켜이 쌓인 피곤의 쌍꺼

풀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사라진다. 휴식은 조금 불편할 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문명을 벗어나 모두가 잠든 사이 풀벌레 소리에 묻

혀 별빛 샤워를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마음을 씻는 그런 휴가. 오늘도 우리 부부는 화장실도 없고 가로등도 없는 곳을 찾아

구글 어스를 보고 또 볼 예정이다!

백.종.근.

보안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별이 좋아 별을 보러 산으로

들로 쏘다니다가, 산 속에서 별을 보던 지금의 아내

를 만나 카사노바 뺨치는 작업을 통해 지난해 겨울

에 아내와 결혼을 했고 아내 덕에 하루하루를 신에

게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

요. 대한민국이 하루 빨리 상식이 정말 상식이 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Page 17: PSPD MAGAZINE 2012. 07. (188)

17참여사회

스물하고도 아홉 해. 싱글. 혼자 놀기가 연애보다 쉽다. 소주가 남자보다 좋다. 방구석이 풀 빌라보다 편하다. TV와 대화하기 시작한 지 오

래다. 빙고! 느지막이 일어나 TV를 켠다. 케이블 채널에서 무한도전 재방송이 나온다. 세수는 생략하고 조리를 신는다. 슈퍼에 가서 소주

를 산다. 소주를 냉동실에 넣는다. ‘우리 동네 쿠폰 북’을 편다. 먹고 싶은 안주를 찾는다. 전화한다. 따른다. 마신다. 취한다. 걱정 없다. 울

며 전화해 보고싶다 말 할 사람도, 저녁 해 줄 남편도, 한우를 볶아 이유식을 챙겨 줄 아이도 없는 나다. 다만 약간의 속 쓰림과 숙취가 걱

정된다면, 겔x스와 컨x션을 준비해 두자.

이 휴가가 매력적인 이유는 어느 하나 틀어질, 무엇 하나 지키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휴가가 완벽한 이유는 모든 것이 틀어져 아

무것도 지키지 못할 지라도 실망 따위는 없을 거라는 것이다.

이 매력적이고 완벽한 나의 휴가도 “나와라. 놀자.” 라는 누군가의 전화 한 통이면 미련 없이 버려줄 수 있을 텐데…….

그 곳에 사람이 있다

작년 여름 제주 올레를 걷던 중 신문에서만 보던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닷가

에 머물렀다. 대대손손 평화롭게 살아온 2000명 가까이 되는 마을 주민 중

고작 80여 명의 동의를 거쳐 해군기지 건설부지로 선정된 후, 4년 넘게 해군,

경찰, 법원 등 공권력과 맨주먹으로 싸우고 있는 곳.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

전지역이자 절대보존연안구역, 천연기념물 지정지역,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등

록된, 너무나 아름다운 그곳.

방문자와 지킴이들과 풀이 무성한 해안가 밭 김매기 후 나눴던 김치와 제

주막걸리는 어찌나 맛나던지!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은 얼마나 시원하던지! 눈

앞에 시원스레 펼쳐진 구럼비와 강정 바당은 어찌나 넉넉하고 포근하던지!

단 하루 머물렀을 뿐인데 돌아온 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강정에서 들려오

는 소식들은 점점 더 무겁고 심각해져 갔기에, 바쁜 일상 속에 때론 울컥해지

곤 했다. 지난 겨울 다시 그곳을 방문했을 때 구럼비는 이미 해군이 친 펜스에 갇혀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아침마다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

리에 깨 졸린 눈을 비비며 강정 포구로 나가 해군의 불법적인 공사를 감시하는 것이 주요한 일과였지만, 멀리 구럼비를 볼 수 있는 것만으

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했다. 잠수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 공사 중지를 외치는 강정 지킴이들의 목소리에 콧

날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할 일이 쌓였어도 바닷가에 나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시던 주민 분들의 속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

고달픈 일과 후 마을의 명물 황제치킨에서 마을 청년들과 맥주 한잔하며 나누었던 얘기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렸을 적 구럼비에서 놀던

이야기, 마을 곳곳에 얽힌 전설(?)들, 고향 마을을 지키고자 평화적으로 저항했을 뿐인데 구속, 재판, 투옥으로 이어진 가혹한 대가, 평범

한 시민에서 범법자로 격상되는 순간, 오랫동안 당차게 공권력과 싸워 왔지만 깊은 상처에 떨구던 눈물…….

이번 휴가에 또 다시 그곳에 간다. 파괴되었다는 구럼비도 멀리서 바라보고 밤새 그동안의 얘기를 들으며 서로 어깨를 두드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태는 힘은 아주 미약하겠지만 같이 분노하며 아파하는 것,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위로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은 안도하게 될 것이다.

애.니.

길 떠남을 사랑하고 길 위에서 만난 인연에 감사하

며, 여행생활자를 꿈꾸지만 지금은 생활여행자이고

싶은 사람.

ⓒ 정우철

Page 18: PSPD MAGAZINE 2012. 07. (188)

18 2012 07

‘쉼.’ 좋은 느낌을 주는 말이다. 생김새부터 그렇다. 시옷

(ㅅ)은 사람 인(人)자를, 받침인 미음(ㅁ)은 자궁을 닮았

다. 원래 ‘품’이란 말을 좋아한다. ‘푸’에서 좌우로 팔이 뻗

어나와 자궁 ‘ㅁ’을 안아줄 것 같은 엄마를 닮은 글자라서

다. 쉼도 그렇다. 지친 이들이 따뜻하게 쉬고 있는 느낌이

랄까. 누구나 휴식을 한다. 하지만 정작 휴식이 뭔지 잘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참여사회』에 ‘휴식’을 주

제로 글을 쓸 기회를 얻게 됐다. 덕분에 모처럼 생활을 돌

이켜보며 ‘휴식의 재발견’을 해본다.

사회부 경찰팀(<한겨레>는 24시팀이라고 부른다) 시절

2년간 꽤 바쁘게 살았다. 낮밤 더해 일주일 일곱 번쯤 술

마시는 건 일상다반사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 법. 꼭

기사로 이어지는 게 아닌데도 습관처럼 그렇게 했다. 일

요일은 대개 근무다. 설, 추석 명절 공식 휴일도 이틀이

다. 몸도 부대낀다.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배 타고 백령도

로 떠났다. 3·11 대지진 땐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도 편치 않았다. 대지진 뒤 귀국해

“방사능은 전염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사람들

은 “잘 씻고 다니라”며 뭔가 피하는 기색이다. 대형 사건

이 아니더라도 기삿거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

는 대로, 애당초 편할 날이란 건 없다. 올해로 쉰 살이 된

어느 피로회복 음료 광고처럼 “세상 사는 게 피로하지 않

은 사람은 없”어 보이던 때다. 당연히 여기는 만큼, 휴식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 2월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가정

을 꾸리면서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게 됐다. 이즈음 사

회부에서 편집부로 자리도 옮겼다. 취재부서와 견줘 조금

더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꼭 13개월 뒤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부는 ‘가족’이 됐다.

가족은 ‘쉼없는 쉼’을 강제한다. 쉴 때도 딱히 쉴 틈이

없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육아의 상당 부분은 아직 여성

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 보조를 하는 남성

들에게도 이는 적지 않은 노동이다. (이게 감히 함부로 꺼

낼 말은 아니다. 아내가 『참여사회』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경우엔 더 그렇다.) 특히 게으른 남성들에겐 치명적이다.

가족이 생기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집안 내 각종문제연

구소장이 됐다. 연구소 업무는 이런 것들이다. 화장실 두

곳 변기가 동시에 막혔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다 잠든

사이, 변기 두 개를 바닥까지 완전 분해해 깨끗이 뚫어놓

는다. 올해 2월에 태어난 꼬마 재인이의 아기침대를 디자

인부터 주문-조립-완성까지 직접 해낸다. 화장실에 해

바라기 샤워기, 벽걸이 TV 달기도 한다. 현관문 디지털도

어락 설치는 일도 아니다. 친환경 식단을 제공하는 농사

홍석재 한겨레신문 기자

가족 그리고 ‘쉼없는 쉼’

특집 쉼

Page 19: PSPD MAGAZINE 2012. 07. (188)

19참여사회

도 짓는다. 우리 가족은 4층짜리 근린상가 건물 2층에 세

들어 산다. 거실 바깥쪽으로 두어 평쯤 되는 테라스가 있

다. 여기서 청경채와 고추, 깻잎, 치커리가 자란다. 가족

들이 넉넉히 먹을 만하다. 가지와 피망도 살이 올랐다. 고

추, 호박은 넝쿨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먹을 건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눈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도 있다. 꽃을 피

운 하란夏蘭과 딸기, 꼭 키워보고 싶었던 고려담쟁이(야생

화인데 가을이 되면 잎이 ‘핏빛’으로 장엄하게 물든다), 맨

드라미, 풍선꽃 따위다. 아이와 함께 키우려고 100일 기념

으로 산 ‘노아시’(아기감나무)도 튼튼하고 예쁘게 자란다.

채소며, 꽃이며 그냥 자라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물을 줘야 한다. 세탁기 연결 호스를 개조해 10미터

길이로 분해, 결합이 가능한 분무 호스를 만든다. 비료도

줘야 한다. 때론 달걀 껍질, 때론 쌀 씻고 남은 물도 준다.

한창 먹을 것으로 자라는 고추에 진딧물은 왜 이리 많은

지. 아빠의 하루는 늘 짧다.

그러나 또 하나, ‘쉼 없는 쉼’이란 쉼이 끊임없이 이어진

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단한 몸을 부리다 퇴근한 어느 날,

안고 있던 아이가 품안에서 잠든다. 피곤에 지친 아내도

곁에 잠들어 있다. 내 손바닥만 한 등을 구부린 아이를 바

라본다. 모든 ‘부모’에게 주어진 약간의 고단함과 약간의

책임감이 설명하기 어려운 안도감과 편안함으로 변화해

몰려온다. ‘사는 게 별것 아니구나. 이런 게 삶이구나’, 여

기서 시간이 멈춰도 좋겠다’라는 기분이 들 만큼, 나의 삶

에서 휴식같은 느낌이다. 가족이 내 인생의 어느 시기 이

후를 편안함으로 만들어줬다고 할까. 생각하면 언제든 ‘휴

식’으로 느껴지는 게 가족이다.

불교 경전인 『숫파니파타』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런

구절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정스님이

『홀로 사는 즐거움』에서 인용한 그 앞 구절은 이렇다. ‘만

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절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

를 만났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리니 기쁜 마음으로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와 같은 동반자를 만나지 못했

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 함께하는 것, 그리고 ‘쉼 없는 쉼’을

강제 당하며 ‘쉼 없는 쉼’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 나에

게 가족은 곧 휴식이다.

홍석재 [email protected]

종로경찰서 출입 시절 참여연대에 신세를 많이 졌답니다. 주로 통인시장

과 인사동 골목길 주점에서 맺어진 인연들. 참여의 가치를 소중히 간직

하겠습니다.

Page 20: PSPD MAGAZINE 2012. 07. (188)

20 2012 07

Rio에서 Rio까지

지속가능발전을 이야기한 1992년 리우선언 이후 20년, 리

우+20을 맞아 한국의 시민사회는 민간대표단을 파견하기

로 결정하고, 환경·인권·국제원조·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

야에서 참여한 20여 명의 한국민간위원회를 구성하였습

니다. 시민사회 대표단, 16개 지방자치단체장, 전국의 의

제21 대표단, 글로벌콤팩트에 참여하는 기업인, 환경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정부 대표단도 함께했습니

다. 리우+20의 국제협상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사전에

두 달에 걸친 강독회와 3번에 걸친 워크숍 등을 진행하기

도 했습니다. 국제회의는 충분한 사전 논의 후 개최 기간

2~3일 동안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인데, 이번 리

우+20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내실이 없을 것이라 전망했습

니다. 리우+20에서 논의하는 의제는 크게 두 가지로 녹색

경제와 지속가능발전의 제도화였는데, 구체적 과제와 해

법에 대한 논의보다는 리우선언 20년을 맞아 새로운 의제

를 억지로 찾는 수준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에서 리우+20은 유럽의 환경 선진국들의 관심을 받지 못

했고, 시민사회 뿐 아니라 국가적 관심도 리우, 리우+10

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한국은 개최국인 브라질 다음으로 많은 참가단이 함께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녹색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기획 리우+20

Page 21: PSPD MAGAZINE 2012. 07. (188)

21참여사회

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한국의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국

제회의를 핑계로 놀러라도 다녀온 것처럼 보도하였지만,

이는 한국사회와 지속가능발전의 독특한 인연을 이해하

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리우선언에서 지속가능한 개발과 지구 보전을

위해 제시한 행동 계획인 의제21(Local Agenda 21)을 가

장 잘 실천한 나라입니다. 1992년 리우회의에 참여했던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은 시민운동이 역동적

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전파하여 전국적인 의제21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2009

년 기준,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 중 212개 지방자치단

체가 지방의제21을 수립하였습니다. 지방의제21 추진 기

구는 219개나 되고, 사무국은 113개에 이릅니다. 의제21

운동은 대체로 유럽 국가들이 주도했는데 영국 등 선도국

에서는 아예 제도화되어 지방의제21이 필요없게 되었고,

현재는 일부 후발국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

방의제21 선도국인 영국에서는 지방의제21 추진 기구가

지방 전략 파트너십(Local Strategic Partnership)으로 제

도화되고 사실상 지방의제가 해체되었습니다.

리우+20에서는 본 회의와 함께 주요참여단체(9 major

groups: 여성, 어린이와 청소년, NGO, 노동조합, 지방자

치단체, 농업종사자, 토착민, 과학기술계, 기업)의 부대

행사, 국가별 전시회도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지자체장

들이 모이는 이클레이회의, 주요 대도시 지자체장이 모이

는 C40회의, UN글로벌콤팩트의 기업 지속가능성 포럼,

그리고 세계시민사회가 별도로 운영하는 시민 회담 People’s

Summit 등도 개최되었습니다.

리우+20 회의는 현재로선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이

라고 봅니다. 세부 분야별로 의제의 진전이 있었지만 전반

적인 흐름에서는 큰 진전이 없었고, 애초부터 크게 기대하

지 않았던 국제회의지만 리우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는 있었다는 것입니다.

녹색성장인가, 녹색경제인가?

리우+20에서 핵심적으로 다룬 녹색경제Green Economy는 한

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의제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

니다. 한국 정부는 녹색경제가 아닌 녹색성장Green Growth

을 주장했지만 선진국들의 반대로 녹색경제로 의제가 정

리되었다고 합니다. 리우+20 회의장에서는 녹색경제와

녹색성장이라는 용어가 통일되지 않고 다양하게 사용되

고 있었는데, 개도국이나 OECD에서는 ‘녹색

성장’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UN의 공식문

서와 선진국들은 엄격하게 ‘녹색경제’라는 용

어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 결과

발표 문서는 녹색경제에 대하여 지속가능발

전의 맥락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하듯이 4대강이나 원전

을 녹색경제로 왜곡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리우+20의 의제

인 ‘녹색경제’는 지난 1992년 리우에서 채택

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보다 후퇴한 개념

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 경제, 사

회의 세 개 분야를 통합하고 미래 세대까지

Page 22: PSPD MAGAZINE 2012. 07. (188)

22 2012 07

고려한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개념인데, ‘녹색경제’는 사

회적 형평성 문제를 원천적으로 간과하고 환경보호보다

경제성장에 중점을 둡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환경 위

기를 외면하고 과거보다 역행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이는

전 지구적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

할 뿐 아니라 국가 간 빈부격차를 악화시키고, 빈곤퇴치

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

습니다.

한국 정부는 리우+20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여

하여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2020년까지 녹색ODAGreen ODA 총액을 50억 달러 이상 확

대하고 녹색성장에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 강조했습

니다. 그러나 녹색경제의 실례로 들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녹색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내용으

로 진행되고 있으며, 오히려 콘크리트 중심의 회색경제에

어울리는 정책입니다. 또한 녹색성장의 동력으로 홍보되

는 원자력 발전의 공격적 확대 정책 역시 전혀 녹색경제

에 부합하는 에너지정책이 아닙니다. 지난해 발생한 비극

적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 에너지가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확인

시켜주었습니다. 세계적인 원자력 대국이었던 일본은 지

난 5월 5일, 전국 54개의 원전을 전면 가동 중단했고, 독

일과 스위스도 각각 2022년, 2034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

쇄하는 단계적 탈핵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습

니다. 리우+20에 참가한 민간위원회는 행여라도 어떤 개

도국이 한국식, 아니 이명박식 녹색성장을 흉내내어 그들

의 산과 강을 도륙하고, 미래세대에게 핵발전과 폐기물의

위험을 유산으로 남길까봐 참으로 걱정되었습니다.

그들만의 미래, 녹색성장

이번 리우+20 회의의 공식 구호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

(The Future what we want)”였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바

라는 것일까요? 브라질 민중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시민사

회는 회의장 밖에서 연일 집회를 갖고, 6월 19일에는 대규

모 행진을 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회의장에 없

다고 외치면서 말입니다. 민간위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은 어렵사리 리우센트로의 회의장을 구해 <녹색성장? 그

들이 원하는 미래!>라는 타이틀로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의 관점에서의 한국의 녹색성장 경험을 국제사회에 알렸

습니다. 녹색성장에 대한 민간위의 발표, 원전 1기 줄이

기 정책에 대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발표가 있었고, 그

린피스의 쿠미 나이두 국제사무총장과 시비쿠스CIVICUS의

앙리 발롯 대외협력국장, 피스보트의 가와사키 아키라 공

동대표 등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하여 녹색성장 정책과

관련된 견해를 공유하였습니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해 참가자들을 환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비싸고, 안전하지 않고, 기후변화의 대책이 될

수 없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비해 너무나 적은 일자리만을

창출하므로 진정한 녹색경제의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다. 한

국이 가진 훌륭한 기술력과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발굴하여

다른 선진국과 그린 레이스Green Race를 펼치는 것이 녹색경제의

진정한 해법이다. 그린피스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

녹색경제는 국가 중심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커뮤니티, 특히 시

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시비쿠스 앙리 발롯 대외협력국장

지난 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일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우려한다.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나

라로서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도 일본과

함께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스보트 가와사키 아키라 공동대표

우리에게는 녹색성장Green growth이 아닌 녹색평화Green Peace가 필

요하다.

한국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이성훈 국제위원장

Page 23: PSPD MAGAZINE 2012. 07. (188)

23참여사회

다음날 국제 정상들이 모인 자리와 국가별 전시 부스에

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근거 없는 4대강과 녹색성장

정책 성과 부풀리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한국정부는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이 원하

는 미래에 대해 오늘도 목청껏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지속가능발전의 제도화와 관련해서는, 유엔지속가능발

전위원회(UNCSD)를 현재의 유엔경제사회국의 한 과 수

준에서 운영던 것에서 의회Council 수준으로 높이고, 유

엔환경계획(UNEP)을 프로그램 수준에서 독립적인 기

구Agency로 승격해 유엔 안에서 의사결정 능력을 높이고,

2015년에 종료되는 새천년목표(MDGs)는 지속가능목표

(SDGs)로 계승하여 지속가능발전을 현실화시켜야 합니

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리우+20이 시작하기도 전에

대부분 폐기되거나 차기 유엔총회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을 어느 정도 진전시킨

다는 합의를 하고 고위층포럼을 개최하였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피하고 두루뭉술 넘어가겠다는 것이 이번 회의의

결과입니다. 국제회의의 이런 모습은 이미 코펜하겐의 기

후변화정상회의에서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

응을 위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수차례의 회의가

모두 자국의 이익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다음 회의에

서 보자라는 식으로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지요. 과연 우

리는 국제적인 협상과 회의에 어떤 기대를 걸어볼 수 있

는 것일까요? 지구의 수용 능력을 고려하고, 다음 세대의

이익과 생존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은 없는 것

일까요? 그 해법은 이미 1992년 리우선언에 나와 있습니

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협상은 협상일 뿐, 문제는 행동

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리우+20 회의의 제

결론은 국제회의에 관심 갖기 보다는 지역과 도시에서 행

동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거주

(2008년 기준)하고 있고, CO2의 80%가 도시에서 배출되

고 있습니다. 도시가 변하면 지속가능발전의 희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강오

현재 서울시의 대표적인 거버넌스 기구인 제8기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사

무담당위원(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도시공원과 녹지와 관련한

트러스트 운동인 (재)서울그린트러스트의 사무처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Page 24: PSPD MAGAZINE 2012. 07. (188)

24 2012 07

북한 인권 문제는 한국에서 북한을 공격하는 전가의 보도

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칼은 북한 공격에만 쓰는

건 아니다. 언젠가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근처에 북한의

인권 침해 사진과 함께 한국 진보 인사들의 사진이 마치

범인을 수배하듯 전시되고 있다. 전시한 사람들은, 한국

의 진보 =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 = 옹호 = 책임 = 수배,

이런 낙인 전략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 전시를 즐기는 그룹의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난

처하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뾰족한 대안이 없다. 그

래서 종종 ‘북한 인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이

다’ 또는 ‘기존 남북 합의를 위배하는 것이다’ 아니면 ‘조용

한 외교가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에 더 효과적이다’ 정

도로 반응한다. 개입하지 않는 것이 낫고, 다른 접근으로

우회적 효과를 내자는 뜻 정도다. 결국은 거론하지 말자

는 메시지로 모아져 무대응으로 결과된다. 그래서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 = 옹호’로 매도하는 전략에 좋은 먹이

가 된다.

침묵하지 않는 다른 길은 없을까? 내정간섭이 아니라

남북협력을 지향하면서 신중하게 개입하는 길은 없을까?

그래서 지금의 주류 방식인 ‘북쪽으로 손가락질해서 남쪽

으로 올가미를 던지는’ 접근과 건강하고 당당한 경쟁을 할

수는 없을까? 다른 사회의 인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신

중을 요한다. 그러나 내정간섭이기에 거론하기 곤란하다

는 생각은 매우 낙후하고 세계의 인권운동으로부터 지지

를 받기 힘들다. 국가 주권 위에 인간의 주권, 즉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속셈이 다른 데 있는 반인권적인

인권 개입에 대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무

력 충돌을 유도하기 위해서 인권을 이용하는 전쟁 기계들

이 동북아에 많기 때문이다.

질문은 개입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여야 한다. ‘북한 인

권 개입’이라는 프레임 대신에 ‘남북한 인권협력’의 가능성

을 생각해보자. 협력해 보자는 얘기가 싸우자는 고함보다

는 더 호소력이 있지 않겠는가. 또 막대한 낭비를 초래해

온 군사적 대립과 과잉경쟁을 생각하면, ‘남북한 인권협

력’의 접근이 체제대립을 위한 인권개입보다 우월한 담론

아닌가. 이제는 ‘어떻게 평화·협력 지향으로 인권개입을

할 것인가’를 논할 때다.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실질

적으로 우리가 먼저 인권을 개선하고 함께 바꾸자고 하자

는 것이다.

법으로 만든다면 ‘북한인권법’ 보다는 ‘남북한 인권협력

법’을 만들어 제도화할 수 있다. 분단체제와 인권문제를

연결하여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인권법으로, 기존의 합

의된 남북공동번영, 평화협력, 상호신뢰 등의 목적과 기

본원칙에 기초해서 만들면 된다.

우선, 윤리적 기준을 갖추고 일관성 있게 인권 활동을

전개해 온 한국 인권단체들의 남북한 인권협력-대화 구

이대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북한 인권, 다르게 접근하기

기획

Page 25: PSPD MAGAZINE 2012. 07. (188)

25참여사회

상 포럼을 구성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래서 남북

한의 서로 다른 인권 사상과 체제 이해, 대화, 학술적 교

류 등을 통해 인권협력 추진 방안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

다. 이 포럼에서 북한 당국이 수용할 수 있는 ‘남북한 인권

협력 가이드라인’으로 작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민사회 기구는 적절한 정부 기구와 연계되어

야 한다. 또 남북한 인권협력은 양국 간의 인권외교이기

도 하다. 그래서 남북한 인권협력을 위한 인권대사 제도

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름은 ‘인권협력’ 대사로 해서 ‘협

력’ 취지를 잇는다. 그리고 양국 당사자를 직접 만날 뿐 아

니라 우선 한국의 탈북자와 기타 분단과 연관된 인권 피

해자를 만나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남북

한 인권협력의 얼굴이 되도록 한다.

그런데 현대 인권외교는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유

엔 인권기구와 협력해서 하기도 하고 시민사회가 직접 인

권외교를 하는 것에도 장점이 많다. 유엔과 미국의 관료에

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인권협력 외교기구를

두면 좋을 듯하다. 정부 수준의 남북한 인권협력 대사, 그

리고 시민사회의 인권협력 대사, 이렇게 2인 대사로 가면

좋겠다. 남북한 여성대화, 여성인권에 대한 북한의 개방적

태도 등을 고려해 남녀로 대사가 구성되면 더 좋겠다. 국

회 보고도 두 사람의 인권협력대사가 하도록 할 수 있다.

인권협력 대사는 분단과 긴밀한 연관을 가진 남북한 인

권을 모두 다룬다. 양쪽의 피해자 얘기를 듣고 기록하고

대안을 강구하고 조치를 제안한다. 인권 상황에 대한 정

부와 시민사회의 관심을 동시에 다룬다. 우선은 남북한

간에 긴장이 낮은 인권 영역, 즉 아동·여성·복지 관련 인

권 등을 다룰 수 있다. 인권협력 대사는 시민사회에서 만

든 ‘남북한 인권협력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북한과 인권분

야 협력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외교를 북한과 주변국,

그리고 국제기구에서 펼친다.

이를 통해 남북한 정부와 인권단체들은 남북 간 인권대

화를 정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남북한 대화무드에

연동시키려고 노력한다. 그 시작으로 남북한의 인권학자

들이 남북한 인권 상황과 인권정책, 국제인권규범과 남북

한의 인권 격차, 남한의 인권론과 북한의 인권론 등을 주

제로 학술회의를 가질 수 있다. 초기의 인권교류협력 프

로그램에서는 ‘인권’이라는 표현 대신 ‘민생’, ‘시민·인민

보호’, ‘시민·인민 권리’ 등을 사용해서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인권협력대사는 남북한의 인권증진을 위해 유

엔의 전문적 협력 서비스를 가동시킬 수도 있다. 유엔인

권고등판무관실과 같은 유엔 인권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서다. 이를 위해서 별도의 전문적인 자문기구를 둔다면,

그 자체로 남북한 인권협력을 위한 국제 외교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남북한 정부, 국

가인권기구 국제기구, 한국국가인권위회가 공동주관하

는 ‘코리아 인권교육 증진 방안 워크숍’을 개최해서, 남북

한 인권교육·정책담당자, 인권교육학자·연구자, 인권교

육가, 남북한 및 국제 인권단체, 주최 기관 등이 교류하며

서로 훈련을 받는 교육협력도 가능하다.

손가락질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손가락질을 하는 당

사자는 한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비난한다고 생각하겠지

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사실 다른 세 손가락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이 보인다. 손을 펴고 상대방 손을

잡으면 손가락질의 방향은 모두 사라진다. 남북한 인권협

력은 우리의 인권문제를 개선하면서 상대방 인권문제도

개선하자는, 손을 잡자는 제안이다. ‘하지 말자’라는 낡은

프레임과 완전히 다른 ‘이렇게 달리 하자’는 능동적 접근

이다.

Page 26: PSPD MAGAZINE 2012. 07. (188)

글 황지희 현대도시여성

사진 김은진 작가

이한철이 ‘뽈래뽈래’ 사는 법

통인

2012 0726

Page 27: PSPD MAGAZINE 2012. 07. (188)

27참여사회

시대마다 대중을 위로하는 노래가 있다. 강산에의 ‘넌 할 수 있

어’, 성진우의 ‘포기하지마’,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

프’, 인순이의 ‘거위의 꿈’은 상처받은 모든 이들을 감싸 안았다.

가수 이한철이 부른 ‘슈퍼스타’도 대한민국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위로곡’ 중 하나이다.

‘이한철’이라는 이름과 ‘슈퍼스타’라는 노래 제목은 몰라도, ‘괜

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멜로디를 모

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노래를 불렀던 그의 삶도 ‘슈퍼스타’

와 닮아 있을까? 아직도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정말

‘괜찮다’고, ‘우리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6월 26일. 서울 홍대 근처 모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에게 지난해 MBC <놀러와>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해결의

책』을 내밀었다. 표지에 한 손을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는 책 모

서리를 훑으면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한 후, 해답을 들을 마

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손가락이 멈춘 곳의 페이지를 펼치면 그

럴듯한 답을 주는 책이다. 이한철이 즉각적으로 내뱉는 가장 큰

고민을 듣고 싶어 『해결의 책』을 준비한 터.

이한철은 대번에 “이번 단독공연 결과는 어떨까요?”라고 물었

고, 『해결의 책』은 “이번에는 흡족하지 않을지도”라고 답했다. 당

혹해 하는 인터뷰어를 이한철은 오히려 “뭐 어때요? 다음에 더

잘하면 되죠”라고 안심시켰다. 그는 연이어 “오늘 인터뷰의 결

과는 어떨까요”라고 센스있게 질문했다. 답변은 “지지를 받게 된

다”였다. 『해결의 책』의 예언이 적중한 걸까? 이한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한철의 삶의 방식과 이한철의 음악을 계속 응원하

고 싶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7월 7일 열리는 공연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앨

범 <작은 방>이 나온 지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음반에 연계된 활동들, 그러니까 라디오 게스트

출연, 각종 지방 공연들, 그런 일정들 소화하고

있다.

이번 음반 <작은 방>은 기존의 앨범들과 곡의 성격이 좀 다르더라.

기존에 내가 하던 음악들은 밝고 경쾌하고 빠른 곡들이 많았다. 그

런데 이번에는 템포도 느리고, 밝은 음보다는 어두운 음을 많이 사

용해서 색다르게 만들어봤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하고 싶

은 게 있다. 이번 음반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다. 기존의 밝은

곡들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나도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었다. 그런

데 10년 이상 음악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형태의 곡을 만드

는 게 쉽지 않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결정이 옳지 않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고, 그 결과물에 나쁘지

않은 반응이 와서, 후련하고 좋다.

이한철 특유의 밝은 음악을 들을 때, 이 곡이 정말 기분이 좋을 때

만드는 건지, 인생에서 가장 바닥에 있을 때, 그

것을 극복하고 싶어 반대로 만드는 지 궁금했다.

나는 단순해서, 신나고 즐거울 때, 뭔가에 들떠

있어야 신나는 곡이 나온다. 가수 박진영 씨 인터

뷰 보니 댄스 음악 만들 때 춤을 추면서 만든다더

라. 춤을 추면서 만들어야 몸이 반응하는 리듬감

이 곡에 반영될 수 있다고. ‘슈퍼스타’는 예외다.

(인생의 난관이) 잘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위로하는 심정으로 만

든 곡이다.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원곡은 사실 그리 밝지

않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고등학교 야구선수가 있었는데, 그 분을

위해 쓴 곡이었다. 널리 알려진 ‘슈퍼스타’는 CF용으로 편곡된 버

전이다.

앨범이나 그동안의 활동을 보면,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여행을 가면 음악적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다. 낯선 환경

에 있으면 새로운 사건들이 많이 생기고, 그런 감정들이 많이 자극

이 된다. 여행을 가면 생활이 단순해진다. 오늘 무엇을 먹고, 내일

어디로 떠날지만 결정하면 된다. 그러니 나머지 시간 동안은 내 자

신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집중의 깊이가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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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2 07

어지면 곡으로 나온다.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인가?

아프리카에 ‘뽈래뽈래’라는 말이 있다. 발음은 우리나라의 ‘빨리빨

리’와 비슷하지만, 아프리카 말로는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이다.

재미있지 않나? 그런 이야기들이 곡으로 이어진다.

가장 아끼는 곡은 무엇인가?

‘슈퍼스타’. 데뷔 13년이 되던 해에 만들었는데, 그 때까지 막연한

숙제같은 것이 내 마음에 있었다. 왜 나는 사람들이 확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지 못할까? 지금 하는 음악이 나쁘지는 않지만, 대중

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곡도 부르고 싶었다. 그걸 해소해 준 곡이

다. 그 곡이 나를 꾸준히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재료가 되어줬다.

사실 ‘슈퍼스타’가 그런 반응을 이끌지는 몰랐다. 오히려 욕심을 버

리고 내려놓고 만든 곡이었다.

요즘 주목하는 가수가 있나? 이유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고찬용! 최근에 2집이 나왔는데 정말 너무

좋다. 그의 음악이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고찬용은 고찬용이 아니면 대체 불가능 한 음악을 만든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앉아있던 테이블 위의 작은 흠집을 가르키

며) 예를 들면 이거! 이런 흠집 같은 음악이다.

고찬용만 할 수 있는 음악이다. 그것에 대한 고마움을 사람들이 많

이 알았으면 좋겠다.

인생의 전성기가 언제였나?

‘불독맨션’ 시절이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정말 반짝거렸던 순

간이었다. 멤버들과 음악을 만드는 시간이 행복했다. 답은 여유다.

그 때 처음 밴드를 결성하고, 앨범을 만드는 일에만 몇 달씩 매진

했다. 그래서 음반의 밀도감이 좋았다.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너

무 하는 일이 많다. 그렇게 하려면 놓아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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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참여사회

이한철을 널리 알린 곡은 ‘슈퍼스타’였지만, 사실 이한철의 음

악적 역량은 꾸준히 인정받아왔다.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동상 수상, 1994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등

0 상복도 많았다. 밴드 ‘불독맨션’은 현재도 전설처럼 그의 이

름과 함께 다닌다. 2004년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그의

앨범은 늘 호평을 받아왔다. 그런 이한철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공연장 다음으로 집회 현장이다.

음악만 하면서 즐겁게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라 걱정하는 자

리에 많이 보이시더라.

불러주니까 간다(웃음). 아내의 영향이 크다. 아내가 사회문제에 나

보다 더 관심이 많다. 민감할 수 있는 주제들. 참여하는 게 맞는 걸

까 고민할 때, 항상 내게 용기를 주고, 잘 판단해준다.

사회 참여에 대해 개인적 공격, 혹은 불이익을 받는 건 없나?

특별히 불편함을 못 느낀다. 불이익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런 감정들에 별로 촉을 세우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원래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나? 음악으로만 생각을 표현하겠다

는 뮤지션도 많다.

아니었다. 뭔가 전환점이 있었다는 생각은 든다. 뮤지션이니까 당

연히 오선지 안에서의 여러 가지 목표가 있었다. 음악만 열심히 하

면 된다고 생각하는 시절도 있었다. 드라마틱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

생기는 일들, 나를 둘러싼 사회가 변하는 일들이 오선지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내 음악과 무관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씩 커져갔다.

당신의 음악에서 위로를 얻는다는 평이 많다. 요즘 가장 위로해 주

고 싶은 사람이 있나?

최근 낸 음반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곡이 있다. 못생긴

여자를 위해 만든 노래다. 외모 뿐 아니라, 매력이나 능력에 있어

서도 그렇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사람을 어

떤 이미지, 캐릭터, 기호로 규정하게 된다. 그렇게 분류 했을 때 매

력을 전달 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노래 가사가 매우 잔인하다. (가사 중 일부 : 고단한 진

실은, 잔인한 진실은 달라지지 않아. 내겐 착하단 말, 똑똑하단 말

그게 더 지치게, 슬프게 해. 꽃이 될 수 없는 난…….)

맞다. 하지만 외모는 못생겼지만 마음은 아름다운 당신은 충분히

예뻐요, 이런 식의 모범답안은 도덕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지 않

은가. 그게 아니라, ‘나도 알아’, ‘내 기분도 똑같다’는 느낌의 카타

르시스를 주고 싶었다.

왜 대형기획사 대신 인디 방식을 고집하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디방식을 고집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 점이

내게는 중요하다.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면, 각종 이해관계들 때문

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한다.

이한철이 말한 ‘뽈래뽈래’는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

드다.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기도 하고, 그와 가장 닮

아있기도 했다.

‘뽈래뽈래’라고 하기에는 일단 그는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인

터뷰 요청을 위해 그의 기획사로 전화를 하면, 그가 직접 전화

를 받아서 스케줄을 일러준다. 고정적인 라디오 게스트 출연만

세 개고, 춘천 KBS에서 <이한철의 올댓뮤직> 진행을 맡고 있

다. 그가 운영하는 레이블 ‘튜브앰프뮤직’에서는 소속 가수들의

음반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그 뿐인가? 강연은 물론이고, 각종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행사에서 그는 단골손님이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그는 ‘뽈래뽈래’가 맞다. 그가 치열

하게 사는 일상은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애쓰는 안쓰러운

중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음악 자체에 대한 열정을 여전히 간

직하고 사는 40대 뮤지션. 그래서 그는 음악으로 신나게 노는

아이와 닮아 있었다. 모두가 가기를 말리는 집회 현장에 계속

나가는 것도 ‘뽈래뽈래’의 정신이다. 그는 세상을 천천히 바꿔

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참, ‘불독맨션’이 다시 뭉친다. 올 가을에 그들의 부활을 공연장

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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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2 07

2012년 한국사회에서 ‘20대 청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세대론

에 심취한 이는 ‘88만 원 세대’로 눙칠 것이고, 염세적인 이는 ‘패

배주의에 찌든 스펙 관리자들’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모두 틀렸다.

19대 총선 후 벌어진 웃지 못할 20대 투표율 해프닝처럼(‘20대 투

표율 27%’라는 루머가 SNS를 떠돌면서 비판이 쏟아졌던 사건. 집

계 결과에 따르면 서울 20대 투표율은 46.2%로 밝혀졌다) 한국의

20대는 과도한 오해와 부당한 편견에 둘러싸여 있다. 20대를 그저

사회적 미숙아로 보는 기성세대라면 그들의 약동하는 청춘에 사과

를 바쳐야 한다. 그들 하나하나는 실체 없이 부유하는 허황한 표현

몇 가지로 묶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20대의 한가운데를 치열하게 관통하고 있는 참여연대 8기 인턴 김

안수연과 김지훈 커플을 만나고 나니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

다. 신문방송학 전공했고 대학 학보사 활동을 했으며,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한 경험의 일환으로 국회의원실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다는

기자 지망생 김안수연. 정치학을 전공한 뒤 로스쿨 준비 중이며,

보름달에 빈 소원, 그건 바로 너!

만남

인터뷰는 6월 4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이루어졌다. 수연은 이날 인터뷰 후 바로 국회 의원실 인턴으로 첫 출근을 했고, 지훈은 국회 앞에서 이루어진 참여연대 기

자회견에 참여했다. 19대 국회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경제민주화와 민생살리기 등 여섯 분야 43대 입법 과제와 7대 청문회 과제를 발표하는 ‘19대 국회에 바란

다’ 기자회견이었다. 6월 말 현재, 여전히 국회는 원 구성을 하지 않고 파행 중이다.

김안수연, 김지훈 회원

김수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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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참여사회

구조적인 권력 불평등에 관심이 많은, (본인은 극구 노래만 좋아한

다고 항변했으나, 페이스북에 ‘아이유가 모닝콜을 해줬으면 좋겠

다’는 글을 썼다고 김안수연 씨가 제보한) 아이유의 팬이자 활동하

는 변호사가 꿈인 김지훈.

사회문제를 논할 땐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가 되었다가, 연애사

를 고백할 땐 낭만적 사랑을 나누는 연인으로 시시각각 변했던 두

사람의 개성은 쉽게 재단할 수 없는 20대 청년의 에너지, 딱 그것

이었다.

소수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려는, 그녀의 이야기

먼저 이름에 대해 물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부모 성을 함께 쓰는

건 일종의 도전이니까.

“동성애자인 친구가 ‘커밍아웃을 할 때 그나마 안전한 곳이 대학이

다’라며 학교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연습을

하더라고요. 그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일상에서 만날 다퉈야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곤 했어요. 그리고 저도 여성으로서 하나의 소수

자이기도 하고요, 왜 부모 성을 함께 쓰느냐는 질문에 답을 할 때

마다 ‘내가 소수자구나’라는 자각이 되거든요.”

막힘없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공동체적 책임 의식과 소수자에 대

한 고민은 그녀의 오랜 화두 같았다. 그녀가 작년 여름에 작성한

참여연대 인턴 후기 ‘쪽방촌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꽃을 보다’에도

이런 지점이 잘 드러나 있다.

“‘연대’란 무조건적인 베풂이 아니라 누구든 어려울 때 도움을 주

고 받을 수 있다는 가정을 기초로 한다. 더불어 자신의 삶을 채색

하고자 하는 이들을 나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던 건 아니었나,

나는 결코 도움 받을 자리에 놓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전제하고

서 말이다.”

그녀는 동자동 쪽방촌의 열악한 환경만 보고 우리가 도움을 주어

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푼 두 푼 모아서

동자동협동조합을 만든다던가 식당을 운영하는 등 노동하는 사람

들을 보면서 자신이 그 사람들을 객체로, 비주체로 바라보고 있다

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각자의 욕구를 가지고 다른 색의 삶을

살면서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으로 자신의 삶을 꾸미

고 그 색을 더 풍부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보지 못

하고 그저 ‘그런 쪽방촌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겠어. 분명히

그 사람들의 삶은 잿빛일 거야.’라고 단정지었던 제 자신을 반성했

다는 것이다.

동성애자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고, 부모 성을 함께 쓰는 소수자의

길을 택하고, 쪽방촌 탐방을 통해 연대의 참 의미가 단순한 시혜가

아닌 각자의 삶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깨달은 그녀.

시종일관 눈에서 내뿜던 총기의 근원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 덕분이리라.

“현장에 있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소수자의 목소리에 조금 더 마

이크를 쥐어줄 수 있는 그런 기자요.”

그녀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일상 속 법적 불평등을 깨려는, 그의 이야기

“보통 배심원제도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정도잖아요. 영화나 드라마에는 극적인 장치가 있고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있고요. 그에 비해 실제로 배심원 제도에 대한 기대감은

좀 덜 했어요. 배심원들이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고, 솔직히 조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재판 초반

에는 지루한 면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는지 직접 가서 보니 굉장히 놀라웠어요. 예

지훈이 그린 수연. 다소곳한 눈매가 딱, 수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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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과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배심원이 진술과 심문 과정에 지속적

으로 끼어들면서 자신이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기도 하고요. 모두

진술하고 사건 개요를 설명하는 30분 정도는 지루한 듯 보시다가

조금씩 사건에 대한 얼개가 열리고, 검사와 변호사의 의견이 충돌

하고, 어떤 게 실체적 진실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사람들

의 관심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피의자가 정말 우발적 살인을 했나

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집중도가 높아지고요.

휴식 시간에 우연히 배심원들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그 사건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이분들이 오

늘 하루 배심원으로 왔지만, 이 사건에 판사 못지 않은 열정을 갖

고 있고, 자신의 판단에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배심원 제도의 충분한 가능성을 엿봤

어요.”

김지훈 씨가 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인턴 후기인 ‘국민참여재

판 방청기’가 인상 깊었기에, 참여사회 독자들을 위해 국민참여재

판의 전반적 인상을 말해달라고 했다. 조리 있고 알아듣기 쉬운 답

변이 나왔다. 이 커플, 차분하게 말 잘하는 품새가 닮았다. 내친 김

에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제가 주관이 없는 건지 욕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는데 계속 바뀌

는 것 같아요. 처음에 로스쿨 준비할 때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대변

하겠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경험에 따라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더

라고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부설 기구인 ‘갈등해결센터’ 자원활동을

전부터 해왔어요. 여주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갈등 조정 보고서 작

성, 인천국제공항 일대 토지 수용 관련 지역 주민 인터뷰, 국책 사

업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공동 연구 등을 했어요.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에는 이 문제와 갈등 전환의 기술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논의하기도 했고요.

그때 이건 비단 소수자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어요. 갈등이라면 친구 사이의 다툼에서 정부와 마을 주민 간의 공

공정책에 관한 갈등까지 종류와 당사자의 면면이 다양하잖아요.

교통사고도 보면 흔히 일반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끼리의 다툼이

지만, 돈이 적다든가 외제차를 박았다든가 하면, 관계의 사회적 불

균형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 관심이 가서, 일반인들 사이의 (법적으로 불평등해지

기 쉬운) 갈등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해결’이라 했지만 제

가 일했던 곳에서는 ‘전환’이란 표현을 많이 써요. 갈등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국면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요.”

그가 배심원들의 열정에 감화되었듯, 나 역시 법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그의 탐구심에 감탄했다. 이런 신중한 청년들이 법조인이 된

다면 그간 법조계에 쌓인 불신도 제법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상기

답변에 반짝이는 학자적 호기심처럼, 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법

조인이 되기를 마음으로 응원했다.

받은편지함으로 이동 더보기

사진보내드려요 2012참여사회/2012년 7월호 x

6월 16일 (4일전)김안수연나에게

꽤 사진을 마니 찍었네요 ㅎㅎ

창덕궁에서여주 세종대왕릉에서 전주에서남산의 개나리길지훈이 선물해준 벚꽃사진떡볶이는 단골집 작품이에요 ㅎㅎ

인터뷰 즐거웠어요 좋은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햇살이 밝은 카페통인에 또 들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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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참여사회

인턴에 대하여

그들의 인연은 참여연대 8기 인턴을 함께하면서 시작됐다. 수연은

평화국제팀에서, 지훈은 시민감시팀의 사법감시센터에서 인턴 활

동을 했다. 이 시대의 청년으로서 인턴제도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수연 단체마다 다른 것 같아요. 인턴을 할 때 어떤 활동을 하는지,

혹은 일하는 단체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 내가 (무급이나 저임

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인턴을 할 것인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지요. 그리고 그 조건에 동의하면 들어가는 거고요. 기업처럼 물질

적 지원이 가능한 곳이라면 당연히 임금을 지급해야겠죠. 근데 인

턴이라도 해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관공서들도 많은 것 같아서, 어떤 측면에서는 (무급인턴이 노동력

착취라는 시각에 대해) 공감합니다.

지훈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보면 윌 스미스가 계속 인턴으로 생

활을 하잖아요. 아무래도 인턴이라는 게 고용의 불안정성을 상징

하는 개념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요. (인턴제도의 불완전성은)구

조적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

고요. 무급인턴 논란이 시민단체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시민단체에서 쓰는 인턴이라는 개념이 기업과는 다르니까

요. 참여연대에서 인턴 모집한다고 했을 때 저는 활동가의 영역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지원 당시 저한테 (참여연대의)‘인턴’

은 예비 활동가나 다름없었어요.

우리 기쁜 젊은 날

“여자친구가 생겼어요”(웃음)

인턴 전후 달라진 점에 대한 지훈의 답변. 인터뷰에 훈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다. 사실 가장 궁금한 건 그들의 사랑이었다. 사회문

제에 대한 그들의 진지함만큼 사랑 역시 매우 중요하니까. 둘이 연

인이 된 낭만적 과정의 팩트에 극적 과장을 조금 섞어 시나리오처

럼 써보았다.

S#술집. 실내 - 밤

전등으로 만들어진 달이 있는 호젓한 술집. 건배를 나눈 후 안

주를 집어먹는 지훈. 수연에게 어색하게 말 건다.

지훈 오늘 정월 대보름이잖아. 빌었어, 소원?

수연 음… 부모님 건강, 면접 뭐 그런 거 빌었지.

지훈 나도 가족들 건강이랑 로스쿨…….

수연 그게 다야…?

지훈 사실 마지막 소원은… 너랑 연애하고 싶다고 빌었어!

왁자지껄한 술집의 소음 속에 수연의 “나도”라는 말이 묻힌다.

전등으로 만들어진 달에 실제 보름달 오버랩.

서로의 어떤 점에 반했는지를 들으면서 낭만과 유치함, 사랑스러움

과 오글거림의 경계는 어느덧 사라졌다.

수연 감정에 치우쳐서 원칙 없이 내 편, 네 편 가르는 것에 거부감

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훈이 끊임없이 현상을 보고 생각하고 사려

깊게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고민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지훈 인턴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했는데, (수연이) 비에 맞은 강아

지 같았어요.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약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있었어요. 수연이가 인턴 프로그램 중에 캠

페인을 진행한 게 있는데, 그 장소가 명동 카페 마리였어요. 거기

가서 연대를 하겠다고 직접 얘기하는 거예요. 자신의 의견을 단호

하게 주장하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되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인턴 후기가 올라왔는데 글까지 잘 쓰는 걸

알게 되고, 그런 매력에 풍덩 빠졌죠.

영화 <은교>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

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

니다” 하지만 젊음 자체는 노력의 결과가 아닐 지라도, 청춘의

에너지를 나누는 그들의 도전은 언젠가 더 가치 있는 상으로 보

답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여기, 한국의 현실, 우리 앞에 벌어진

일들에 외면하지 않는 시선과 에너지를 갖춘 김안수연과 김지

훈.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픔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기에’

그들은 청춘이다.

김수 합리적 낭만주의자. 10년 넘게 영화에 대한 외사랑을 지키고 있는

나름 순정파. 인터뷰가 타인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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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012 07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

반기 우리 모습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현재로

서는 이렇다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5/25).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질 경우 대

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것”(김석

동 금융위원장, 6/4). “2008년 리먼 사태에 비하면 이번

위기는 여러 면에서 더 심각하다”(김석동, 6/8). “유럽 재

정위기 6월 말 최대 위기 맞을 것”(권혁세 금융감독원장,

6/10).

호들갑 시리즈와 EU

한국의 경제 부처 수장들이 요즈음 어마어마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뭔가 엄청난 일이 터진 것일까, 아니면 그

냥 호들갑일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하고 있

다”(6/12)는 대통령의 말씀은 후자임을 짐작게 한다. 하지

만 현재의 유럽 사태가 경천동지할 만한 새로운 일은 결

코 아니다. 유로존의 심각한 혼란은 작년부터 예견됐고

상황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은 2012년 연간 경제성장

률에 대해 한국은행과 정부가 3% 중반대 전망을 내놓았

을 즈음, 2%대 성장률을 전망한 바 있다(<2012년 한국 사

회 전망>, 새사연 테마북, 2012).

EU 사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재정통합 없는 통화

통합의 위기’다. 강원도와 서울이 교역하면 경쟁력이 약

한 강원도가 불리하다. 서울에는 교역 흑자가 쌓이고 강

원도는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될 것이다. 만일 강원도가

‘강원’이라는 화폐를 쓰고 서울은 ‘서울’이라는 화폐를 사

용한다면 ‘강원’과 ‘서울’은 예컨대 2:1로 교환되어 교역 불

균형을 줄이게 될 것이다. 한편 같은 돈을 쓴다면 중앙정

부는 세금 일부를 강원도에 교부금으로 줘서 불균형을 줄

일 것이다. 즉 한 나라라면 재정으로 내부 불균형을 해소

하고 서로 다른 나라라면 환율이 그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이다.

그런데 EU는 같은 통화를 쓰면서도 재정은 통합되지

않았다. 그리스나 스페인에는 무역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

는데 이 부분을 독일이나 프랑스의 은행이 메워왔다. 물

론 공짜가 아니라 그리스 등이 발행한 채권을 이들 은행

이 인수하는 방식인데,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자율이 하늘

로 치솟고 있다.

문제는 재정적자가 아니다!

이 ‘자랑스러운’ 유로는 위기 탈출도 가로막는다.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

로 단기간에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온 것은 무엇보다도 원

화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출이 늘고, 무

역흑자에 따라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덜 고통스럽게 구조

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넘쳐나는 돈은 진통제에 비

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EU는 어디로, 그리고 우리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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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참여사회

자국 통화인 드라크마를 포기한 그리스에서는 이런 메

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다. 오로지 유럽 전체에 인플레이

션이 일어나 유럽 바깥을 향한 그리스 수출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옛날 하이퍼인플레이션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독일이 계속 딴죽을 걸기 때문이

다. 더욱이 동독과의 1:1 통화통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생생히 경험한 독일 국민은 다른 나라 ‘베짱이’에게 보조

금을 줄 생각이 전혀 없다. 여러 학자들이 한탄한 대로 ‘재

정적자’보다는 ‘민주주의 적자Democracy Deficit’, ‘시민의식 적

자’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물론 그리스가 파산하면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들도 위

기에 빠지게 되므로 구제금융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외

환위기 때처럼 EU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유럽위원회,

IMF) 역시 강력한 긴축과 구조조정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과 IMF의 이 오랜 처방전이 엉터리라

는 건 이미 증명됐다. ‘치료를 위해 수술(구조조정)을 감내

해야 한다’는 사실과 ‘고통스러울수록(긴축) 수술이 효과

적일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다. 아니 그

고통으로 환자가 지레 죽어버릴 가능성이 더 높다. 유럽

이 살아나려면 유로를 증발하고 독일과 같은 흑자국의 임

금을 끌어올려야 한다. 즉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고라도 전

체 성장률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간 경쟁력 격차를 줄여

야 하는 것이다.

이제, ‘소득주도성장’으로

만일 그런 정책의 ‘대전환’이 불가능하다면 크루그먼이나

루비니 같은 학자들의 단언처럼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명한 경제사학자 아이켄그린은

1930년대 대공황 때 위기를 심화시켰던 ‘황금 족쇄Golden

Fetter’가 금본위제였다면 지금 유럽에선 유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유럽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

과 6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능을 감추기 위해서일까?

김석동 위원장은 한술 더 떴다. “끊임없이 위기를 불러오

고 양극화를 심화시켜온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이

제 소비자와 투자자에 대한 보호, 사회적 책임 등이 강조

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란다.

우리는 이 말에 100% 동의한다. 새사연의 새 책 『리셋 코

리아』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 기조를 제시하려 했다.

세계 전체, 그리고 한국이 살 길은 동아시아 역내 수요를

늘리는 데 있다. 생산성 증가율을 따라 잡을 만큼 임금을

올리고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이 그 중 가장 쉽고 빠른 길

이다. 새사연이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이 바로 그것이

다.

ⓒ at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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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012 07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학권력

과 국가권력에 저항하다 1969년 1월 19일에 체포된 어느

학생이 남긴 낙서다. 전학생공동투쟁(이하 전공투)이 꿈

꾼 세상은 고립에 기반한 연대, 즉 바리케이드 안의 해방

구였다.

바리케이드 안 해방구

68혁명과 스튜던트 파워가 세계를 휩쓸던 그 시절, 일본

학생운동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열기 역시 그들이 던지

는 신무기인 화염병만큼 뜨거웠다.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

서의 바리케이드 봉쇄가 무너지자, 연대와 공감의 불길이

일본 전국을 휩쓸어 70여 개 대학이 바리케이드 봉쇄에

가담했다. 그 중심에 전공투가 있었다.

전공투는 당파가 있든 없든, 학생이든 연구자든, 개인

이든 조직이든, 일체의 서열을 무시한 채 결성된 조직이

었다. 도쿄대 전공투의 경우, 주체적으로 학생운동에 참

가한 개인들이 자유분방하게 만들어낸 조직이었다. 그 중

하나인 도쿄대 조교助敎 공투는 결성 당시 첫째, 개인의 주

체적 결의에 의해서만 참가한다, 둘째, 지도부는 만들지

않으며 모든 문제는 전원 토의에 상정한다, 셋째, 주체적

참가율이 낮아질 경우엔 조직의 유지를 자기 목적으로 삼

아 매달리지 않는다, 등을 결의했다. 즉 전공투는 직접민

주주의에 근거한 조직 운영을 원칙으로 하며 지도부를 갖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들, 전공투

역사

“연대를 구해 고립을 두려워 않고

힘 미치지 못해 쓰러지는 것은 개의치 않지만

힘 다하지 않고 꺾이는 것은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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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참여사회

지 않고 참가자 스스로 주체적인 결의에 따라 책임감을

갖고 투쟁하기 모인 대중적 전투조직이었다.

자기 부정을 시도하다

전공투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과 함께 치열한 사상투쟁

을 전개했다. 사상투쟁의 요체는 신분으로서 학생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즉, 자기 부정이었다!

“시위에서 돌아오면 평화로운 연구실이 있어 연구에 전념

할 수 있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기만이다. 연구실과 가두

시위 사이의 균열은 양자를 왕복해도 메울 수 없다. 철저

한 비판적 원리에 기초하여 자신의 일상적 존재를 검증하

고 보편적인 인식에 서려고 노력하는 것, 그렇게 해서 얻

어진 인식에 따라 사회에 기생하고 노동자 계급에 적대적

인 자신을 부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사회적 변혁을 실천해

야 한다.”

이러한 반反대학운동은 ‘적敵’의 주요 거점인 대학을 해

체하는 동시에 노동자와의 결합을 지향했다. 도쿄대생에

게 도쿄대는 일본 지성의 중심이 아니라, 근대 일본 건설

의 참모본부였고, 베트남과 제3세계를 침략하는 미 제국

주의의 하위 관료 양성소로 해체의 대상이었으며 그들에

게 자기 부정은 자신의 특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했다.

연대 없는 고립의 최후

그 시절, 많은 학생들이 ‘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는 신념으

로 투쟁했다. 인간다움에 대한 갈망과 해방에 대한 희망

이 둑이 무너지듯 넘쳤다. 하지만,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

니었다. 공중에서 헬리콥터로 최루탄과 가스총을 쏘아대

는 국가권력의 무자비한 탄압 앞에 서서히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1969년 9월 3일 전국전공투 결성대회가 개최되었다.

그들은 각 대학에서의 투쟁 승리와 함께 반전파 노동자

와 연대하고, 베트남 민중 해방 투쟁의 승리를 위해 전

아시아 민중과 연대할 것을 결의했다. 그런데, 그날 대회

장에서 환호를 받으며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적군파赤軍派는

이전의 전공투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봉기관철, 전쟁

승리’를 구호로 무장 시가전을 전개하는 빨치산이 되겠다

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곧 광

인의 길을 걷는 것’이라는 어느 전공투 학생의 예측은 그

대로 맞았다. 전공투는 곧 실체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비록 진다고 해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싸움이 있다는

걸 받아들인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산으로 올라갔다.

고립은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의미했다. 고립된 그들

은 이제 자기 확인을 위해 일끝마다 적敵을 만들고 드디어

반항할 힘을 가지지 않는 자를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공범

의식으로 결속하기 시작했다. 또한, 고립은 ‘우치게바’라

불리는 내부 폭력을 확산시켰다. 전국전공투가 1971년에

해체된 뒤 적군파赤軍派와 혁명좌파가 함께 결성한 연합적

군이 산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공산주의 인간형에 다다

르지 못했다고 지목된 12명을 우치게바로 살해한 사건이

1972년 2월에 발각되어 일본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고

립된 집단 속의 개인은 각자가 완벽한 혁명가여야 한다는

강박증이 부른 비극이었다. 이렇게 혁명가만을 필요로 하

면서 인간으로 결코 살아남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으로 내

몰린 전공투의 시대는 결국 막을 내렸다.

최근 우리 정치판에서 불거지고 있는 사건들의 주역은 공

교롭게도 대부분 80~90년대 학생운동 출신이다. 그들

의 학생운동 경험이 ‘지금 여기’ 정치 문화 속에서 제대로

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그들의 말과 행보에

서 여전히 20대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학생운동 판의 전

사 혹은 투사의 모습을 발견하며 흠칫 놀라는 일이 잦다.

그래서인지 학생운동의 궤적은 크게 다르지만, 일본 전공

투의 문화와 정서를 좇으면서 자꾸 그들의 어제와 오늘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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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2 07

읽자

다른 이를 돕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7월의 책

국제원조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정략이다

외교학자이자 의회와 정부기관에서 오랜 기간 현장 경험을 쌓은

캐럴 랭커스터 교수는 『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라 묻고

는 “공여국은 자국의 정책에 따라 각자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 지

금껏 국제원조를 활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답한다. 이 책

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덴마크 다섯 나라의 국제원조가 자국

내 정치, 국제 사회의 흐름과 어떻게 연결되어 지금에 이르렀는지

를 세세하게 살핀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영향력

을 키워가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에 재정 지원을

시작했고, 이후 4년 동안 무려 1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마셜 플랜을

실시했다. 냉전 덕분에 국제원조가 첫발을 뗀 것이다. 일본은 자국

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개발원조가 중심이었고, 프랑스는 이전 식

민지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독일은 마셜 플랜 수혜국

으로서의 국제 사회에 대한 보상과 동독과의 외교 경쟁이 대외원

조 정책의 주요 동인이었다. 의외의 나라가 덴마크인데 ‘인도적 개

방주의 국가’를 표방하며 국민총소득 대비 1% 가까운 재원을 원조

에 투입했다. 물론 여기에도 영리 목적이 관계하지만 무엇보다 덴

마크인들의 원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있었고, 이런 여론을 끌어

내려는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다. 원조의 성과와 효과를 제대로 평

가하려면 목적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현 단계 국제원조의 경위

와 이유를 파악하고 목적, 평가, 전망을 일관된 관점에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 까닭이다.

『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 캐럴 랭커스터 지음, 유지훈 옮김, 시공사

2009년 11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

회의 스물네 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불과 50여 년 만에 원조 수혜

국에서 공여국으로 올라선 성과라 하겠다. 숫자로 보면 한국의 대

외원조 규모는 2010년 11억 7400만 달러, 2011년 13억 2100만 달

러로 매년 늘어났지만, 국민총소득(GNI) 대비 0.13%에 그쳐, 개발

원조위원회 23개 회원국 가운데 17위 수준이다. 게다가 유상원조

비율이 높고 중점협력대상국이 26개에 달해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생색내기라는 평가도 받는다. 정부는 2015년까지 국민총소

득 대비 0.31%까지 원조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숫자로 들여다 본 한국의 대외원조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양과 질의 측면에서 모두 부족하니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

고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

다. 하지만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의 모습에서 끌어낸 동정심으로

는 결코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 국제원조는 각 국가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외교의 현장이고, 우리가 보낸 옷과 음식은

종종 인권과 민주주의란 딱지를 붙이고 군대와 함께 그곳에 도착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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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참여사회

불량한 인도주의의 불편한 진실

국제엠네스티와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한 인도주의 활동가 카너 폴

리는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라 물으며 “인도주의는

해답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라 말한다.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국

제기구나 구호단체들은 단순히 구호물자를 전하는 수준을 넘어 해

당 지역의 행정, 보건, 교육 등의 분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며 인

도적 개입에 이르렀다. 게다가 1990년대 들어 중대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이 시작되면서 ‘인도적 군사개

입’이란 형용모순이 실현되었다. 서구의 사회문화를 인권이란 보

편적 기준으로 포장해 억지로 밀어 넣는 과정에서 내전은 끊이지

않았고 수백 만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한편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변질된 활동은 특정 로고가 박

힌 티셔츠를 입고 같은 로고가 그려진 자동차를 타고 현장으로 달

려가며, 여론 형성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미디어 담당 부서를 갖추

고 있다. 이제 주민 개개인을 돕는 활동가의 모습에 가려진 문제,

즉 해당 사회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도주의’의 본질과 현

실을 함께 고민해볼 때다.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의 방법으로

아프리카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들에게 전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재앙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단호하게 주장하며 『죽은 원조』

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한다. 지난 수십 년 간 1조 달러 이상의 개

발원조가 아프리카에 쏟아졌지만, 원조 의존이 높은 국가의 경제

성장률이 오히려 낮고, 원조가 절정을 이루던 1970년에서 1998년

사이 빈곤 비율이 11%에서 66%로 치솟았다. 개발원조가 국내 저

축과 투자 기반을 악화시키고 현금이 부패한 정부의 권력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상황에서, 투자가 줄고 빈곤이 늘고 다시 원조를 받

는 일이 반복되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반영한 동고공화국이란 가상의 나라를

만들어 자신이 제안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실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원조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모델의 실현을 보

여준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세계채권시장 진출과 공공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직접투자 등이 아프리카적인 시각과 방법론인지에 대

해서는 의문이지만, 가지 않았던 길만이 해법이라는 저자의 주장

은 귀 기울여볼 만하다.

다른 이를 돕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무언가 전해주는 일을 넘

어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지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까지 신경

쓰는 일은 선의의 개인에게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변화는

늘 그러한 개인의 출현과 그들의 연대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쉽지 않은 일을 이미 시작한 당신이라서 하는 말이

다.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카너 폴리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죽은 원조』, 담비사 모요 지음, 김진경 옮김,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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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012 07

몇 년 전,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 커피 용품을 사러 간 적

이 있다. 출출하던 차에 국숫집을 발견하고 “여기 두 그릇

만 말아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주인 할머니 왈. “아이

고, 한국말은 어디서 배웠어? 참 잘하네.” 나는 뜻밖의 말

에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저 한국 사람인데요. 여

권 보여 드릴까요?” 할머니는 단호했다. “어허, 속일 걸

속여. 내가 여기서 장사가 몇 년인데?”

외모가 외모인지라 그런 오해를 자주 겪곤 한다. 명동, 남

대문, 동대문 등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처음에는 일일이 국적을 확인시켜 주기

도 했지만, 요즘은 그저 그러려니 한다. 아니 한 술 더 뜬

다. 아예 작정하고 외국인인 척하며 돌아다니는 거다. 짧

은 영어나 일본어로 상인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 보면

은근히 재미있다. 거기에 더 큰 즐거움이 생겼다. 신기하

게도 항상 지나다니던 그 거리들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는 거다. 길가의 포장마차가 이국적인 길거리 음식

같고,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간판은 다국적 도시의 풍경

처럼 여겨진다. 나는 마치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여행

을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여행에 관한 책을 몇 권 쓴 탓인지, 내게 외국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름 휴가철이 가까워

지면 문의가 더욱 빈번해진다. 좋은 곳 많다. 나부터 달려

가고 싶은 곳이 줄줄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저런 조건

따지다 보면, 과연 그 비싼 해외여행을 지금 같은 성수기

에 떠나야 할까 싶다. 그럴 땐 말한다. “한국을 여행 온 것

처럼 다녀보세요. 서울에서 외국인이 되어보세요.” 우리

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을 마치 여행자인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자는 것이다.

기왕 하는 것 본격적으로 해보자. 우선 여행 가방을 꾸린

뒤 새벽같이 인천공항으로 간다. 방금 입국 게이트로 들

어온 것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공항 로비를 거닌 뒤 적당

한 곳에서 식사를 하자. 이때 일행끼리 이번 여행에서 쓸

만큼의 한국 돈을 나눠 가진다. “우와 한국 돈 환전한 거

야?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누구야?”, “여기 가이드북에 나

와. 이순신, 세종대왕…” 그러고선 이번 여행의 규칙을

놀자

외국인인 척, 한국 여행 놀이이명석 저술업자

Page 41: PSPD MAGAZINE 2012. 07. (188)

41참여사회

분명히 정해둔다. 신분이 탄로 날 수 있는 신용카드는 자

제한다. 특히 교통카드를 쓰는 건 배제한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은 써도 좋지만,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다든지 하

는 건 삼가도록 한다. 가능하면 정말 외국에 여행 왔을 때

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다.

이제 공항철도나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자. 여행의

순서상 숙소를 찾아 큰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쉬운 방법

으로는 자기 집을 민박이라 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본격적인 마음가짐을 위해 호텔이나 한옥 민박 같은

곳에 짐을 풀어도 괜찮다. 그 정도만으로도 정말 여행 온

느낌이 확 든다. 가장 추천하는 것은 강북 쪽의 게스트하

우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어

울리고 일행을 삼아 함께 서울을 돌아다니면 정말로 여행

온 느낌이 들 것이다.

여행의 코스는 어떻게 짤까? 시티투어버스 같은 정공법

도 가능하다. 경복궁, 창경궁 같은 고궁, 남대문, 명동 등

상점가를 유유자적하며 돌아다닐 수도 있다. 홍대 앞, 서

촌, 이태원 같은 카페 거리도 요즘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

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외국에

서 친구가 놀러오는데, 이 친구에게 서울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광장시장, 통인시장 같은

전통 시장도 좋고, 서울성곽 등 힘은 들지만 새로운 풍경

을 만날 수 있는 곳도 괜찮다. 아니면 대학로, 동대문, 압

구정동을 지나 삼성동 코엑스에 이르는 시내버스 노선 하

나를 집중 공략해도 좋다.

경로만큼이나 태도가 중요하다. 진짜 여행자의 마음으로

이 풍경들을 보아야 한다. 외모는 선글라스에 모자, 관광

가이드 책자 등으로 적당히 꾸미면 된다. 그것보다 중요

한 것은 한국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일행끼리, 혹은 상인

들과 짧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

자신이 정말 외국인이 된 것처럼 여겨진다. 혹시 한국인

인 게 들키면 부끄럽지 않을까? 그때는 이런 쪽지를 보여

주자. “학원에서 영어 회화 배우고 있는데, 하루 동안 한

국어를 한 마디도 안하는 게 숙제여서요.” 박원순 서울시

장도 외국 관광객인 척 민생시찰을 하는데, 우리 같은 사

람이 들킬 염려는 크지 않을 것이다.

자, 충분히 뻔뻔해졌으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자. 한

국의 낯선 풍경을 즐기고 기념사진도 찍자. 고궁에서 곤

룡포를 빌려 입고 수문장 옆에서 브이 자도 그려보자. 벼

룩시장을 만나면 이 여행을 기억할 특이한 물건들도 사보

고, 돌아가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해줄 선물도 골라보자.

우체국을 발견하면 보고 싶은 이, 혹은 나 자신에게 그림

엽서 한 장이라도 띄워보자.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욱 재

미있는 일이 많으리라.

ⓒ Ellen Giggen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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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2 07

여러분을 대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별 볼 장 없는 농사꾼

이 무슨 이야깃거리나 할 말이 있을까 싶어 심려가 없지

않습니다. 농업은 이제 구시대의 생업으로 진즉 현대인들

의 관심 밖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소외되고 잊혀 가는 우

리 농촌 모습을 경험을 통해 진솔하게 쓰고 싶습니다.

요즘 귀농 인구도, 농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농업을 외면하는 세상일지라

도, ‘농사를 저버리는 세상은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모

두가 외면하고 기피하는 가난의 길을 스스로 바라면서

농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니 쉽게 수긍이 가

질 않습니다. 그러나 귀농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삭막

한 환경에서 삶의 방식을 바꿔보려는 대안적 반응 같아서

반갑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행

여 대농의 기업농을 생각하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도 됩니

다. 귀농이라는 것, 농사꾼이 되어 사는 삶이라는 것이 생

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환경에

서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전원생활에 대한 기

대가 그저 이상향을 꿈꾸며 전원을 즐기겠다는 결심이라

면, 생각을 바꾸거나 아예 생각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

금까지의 도시생활에 젖은 물량주의 의식을 접고 근면 소

박한 생활로 힘든 고비를 잘 넘기겠다는 의지가 절실합니

다. ‘밥 팔아 똥을 산다’는 속담처럼 마음을 비우고, 질적

인 삶을 위한 어떤 고난에도 오직 농업을 지키는 생태적

농사꾼이 되겠다는 각오가 남달라야 할 것입니다.

오래전 농가에서 살 때였습니다. 농촌의 옛집이 도시인

들에게는 제법 운치가 있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서까래

와 들보가 노출된 구조, 창호지문, 재래식 부엌에서 아궁

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짓는 생활이 이색적으로 느껴진 모

양이지요.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문도 기특했고,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피워 밥을 짓는 것도, 굴뚝으로 연기가 솟

아 펼쳐진 모습들, 허술하지만 막힘없이 농가에서 찬거리

도 자유롭게 조달하며 이색 체험인 듯 즐겁게 식사를 합

디다. 그러나 처음에 느낀 재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실망으로 바뀝니다. 재래식 화장실은 불결하고 불안해서

일을 볼 수가 없습니다. 헐렁한 문짝의 방 구조에서는 안

심하고 잠을 잘 수 없고, 파리, 모기, 벌레를 보며 비명을

지르기 일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모두들 도망을 쳤

습니다. 지금도 도시 생활, 특히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도

시인들에게 농촌 생활은 불편투성이입니다. 그만큼 도시

인들에게 전원생활은 현실로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습니

다. 마음과 현실의 차이는 큽니다.

내가 아는 유복했던 어느 가정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

살림

귀농이라는 것김융희 서툰 농사꾼

ⓒ 이철수 www.mokpan.com

Page 43: PSPD MAGAZINE 2012. 07. (188)

43참여사회

고 고향에 새집을 짓고 농토를 마련해 제법 알뜰한 귀농

을 했습니다. 그러나 삼사 년을 못 넘겨 시골 생활을 접고

지금은 서울 근교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만을 의지

하며 이웃을 도외시하다가 식구들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

으로 귀농에 실패하였습니다.

귀농으로 말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가정도 많습니다. 새

로 지어진 예쁘고 아담한 집 앞에서 가꾼 텃밭 채소들이

너무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집주인에게 인사를

청하고 몇 마디를 나눴습니다. 강원도 둔내에서 멀지 않

은 곳에 살고 계신 전직 교장 선생님으로 말년을 귀농으

로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곳은 교직에 계시

는 동안 퇴직 후 귀농을 위해 틈틈이 물색하여 마련한 장

소라고 했습니다. 옛 화전민 터였다는 둔내 휴게소에서

30분 거리에 대여섯 가구가 살고 있는, 사방이 분지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서울 본토

박이로 농사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이곳에 와서 이웃들

과 지내며 보고 배운 덕에 지금처럼 익숙한 농부가 되었

다고 합니다. 주말이면 자식들과 지인들이 찾아오고, 함

께 지내고 갈 때엔 싱싱한 채소 보따리를 챙겨주는 재미

가 삶을 즐겁게 한다고 자랑입니다. 이웃들과 수시로 오

가며 술도 마시고 농사일도 나누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의 변화처럼 농촌의 인심도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

은 순박하고 정이 많던 옛 농촌 사람들이 아닙니다. 삶의

갈등은 지극히 사소한 것에서 연유하며, 시골 이웃들은

매우 단순하여 감정 노출이 쉽습니다. 도시인들은 그 감

정을 교양이 지배하고 감출 수도 있지만, 시골 인심의 아

주 단순한 생각은 본능적 이해득실에도 민감해, 이내 본

색을 드러냅니다. 도시인들은 개성을 지키며 이웃과 떨어

져 살아도 별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골 생활은 이웃

과 더불어 살아야만 합니다.

농사란 것이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품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먹을거리를 가꾸는 일입니다. 생명의 중요함만큼

농업은 신성하며 농사꾼은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인 것입니

다. 그런데 요즘 농사일과 농사꾼의 꼴이 어떻습니까? 수

확량을 늘리고 작물의 질을 높인다며 함부로 맹독성 농약

과 비료 살포를 불사하고, 마음대로 유전자까지 조작하는

거침없는 행위가 농업의 현실입니다. 애지중지하여 기른

작물을 가격 때문에 마구 갈아엎고, 쌀값을 올려 달라며

길거리에 쌀을 함부로 버리는 사랑이 없는 농사꾼의 작태

를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귀농이라는 ‘농사꾼이 되는

길’도 기분에 의한 일시적 충동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말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김융희

화랑을 경영하다가, 지금은 연천에서 조그만 텃밭에 자급용 채소를 가꾸

며 지내는 서툰 농사꾼. 수유너머 회원으로 가끔 공부방에도 들락거림.

<살림>은 네 명의 필자가 번갈아 연재합니다. 김융희 님의 글은 11월호에

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소복이

Page 44: PSPD MAGAZINE 2012. 07. (188)

44 2012 07

상담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은 레고를 학원에서 배운다고 합니다.

배워서 블록 조립을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하게 되면 경진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고 스펙을 얻는 것이죠. 고학년부터는 로봇

조립을 배웁니다. 취미, 즉 놀이의 영역에 있던 것들이 모두 사교

육의 대상이 되는 괴이한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춘에 대한 고민과 담론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프니까’로 시작

하는 책과 그 연장선에 있는 서적들은 청춘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

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모델에 열광에 가까운 지지를 보

내고 있습니다. 오만에 가까운 패기, 무지에 가까운 용기, 놀이마

저 계산된 범주 안에서만. 과연 이런 것이 청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저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청춘’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이제 하나의 산업입니다. 그리고

그 산업은 공포를 근간으로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쪽박 차고

일단 일어나!

김남훈 프로레슬러, 육체파 지식노동자

대학에 다니다가 휴학 중입니다. 청춘이란 단어는 저에

게 별 의미가 없고요, 그저 불안하기만 합니다. 친구들은

새벽에 도서관에 나가고 이것저것 준비도 하는데 저는 뭔가를

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 흥미도 없고,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

할 뿐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A

인생이 쫑난다는 공포를 바탕으로 청년들에게 그들의 콘텐츠가 약

이라도 되는 양 강매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청춘에 대한 이야기

도 사교육 시장으로 편입된 셈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

라고 하거나 하지 못할 행동을 강요하면서 그 원인을 패기에서 찾

는 무지와 폭력의 피해자가 지금의 청춘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하

지만 희망과 불안은 함께 있습니다. 불안은 건너편의 희망을 원하

기 때문에 존재하고,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찾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은 대뇌의 전전두엽에서 나오는데요, 이

전전두엽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과 독서와 휴식입니

다. 일단 몸을 움직이세요. 컴퓨터와 의자를 멀리하고 트위터나 페

이스북 앱을 스마트폰에서 잠깐 삭제해도 좋습니다. 인터넷 쇼핑

보다는 동네 구멍가게를 이용하고, 오랜만에 용산전자상가에 직접

나가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파트 상가나 동네에 있는 소규

모 헬스클럽은 요즘 저렴한 데가 많습니다. 이런 곳에 등록해서 최

대한 몸을 움직이고 육체를 단련하세요. 몸 안에 젖산이 축적되어

근육통이 오고, 곧이어 근육통이 사라지면서 더 강한 몸이 완성되

어가는 과정을 천천히 느껴 보세요.

그리고 도서관 열람실에서 수험서가 아닌 고전 명작을 읽어보

세요. 흥보가에는 놀부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일도 안 하고 공

부만 하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흥부에 대한 나름 정당한 분

노를 터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교과서와 아동판에서 느

끼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가 보세요. 하지 않았던 행동과 하지 않았

던 생각을 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이런 제안도 청춘을 볼모 삼아 약을 파는 꼰대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저도 어차피 꼰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습니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겁니다. 청춘을 짓

누르는 이 사회의 공기 밀도가 역대 최강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

렇다고 손을 놓고 있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발 일어

나세요. 그리고 땀이라도 조금씩 흘려보세요.

Page 45: PSPD MAGAZINE 2012. 07. (188)

Try to Remember

지하철 9호선 손실 보전금은 쭈욱 늘어 나는 중-

고경일 우화

만평

참여사회 45

Page 46: PSPD MAGAZINE 2012. 07. (188)

2012 0746

아카데미 느티나무 여름강좌

반란의 소리,저항의 노래

7.11 동구와 서구, 한과 희망이 뒤섞인

저항의 노래 박노자

7.18 일본의 저항가요 연대기 :

인터내셔널가 도입에서 후쿠시마까지 임경화

7.25 <독립군추모가>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까지 이영미

저녁 7시 ~ 9시 30분 총 3회

수강비 50,000원(참여연대 회원 50% 할인)

신청

아카데미 느티나무 홈페이지에서 로그인 후 신청

academy.peoplepower21.org

온라인 수강신청 후 수강료를 입금해야

수강신청이 완료됩니다.

입금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아카데미 느티나무 전보임, 천웅소 간사

02-723-0580 [email protected]

참여사회연구소 2012 교사직무연수

사회 교과교사를 위한‘키워드로 이해하는 한국사회’

참여사회연구소는 교과서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민교육을 모색하기 위한 초중

고 교사 직무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서울시교육청 지정 특수연구기관 지정번호 서울교육 2012-517

연수기간

일시 8월 6 ~ 8일 10시 ~ 16시 30분 (총 15시간)

장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프로그램

•‘녹색성장’ 담론을 통해 본 한국 사회 홍성태 상지대 교수

•‘88만원 세대’를 통해 본 한국사회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

•‘트위터’를 통해 본 한국사회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성형 열풍’과 한국사회 정희진 강사

•‘법치주의’를 통해 본 한국사회

•이석태 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

•사회교과 교수법 박현희 독산고 교사, 배성호 수송초 교사

연수비용 40,000원

신청기간 6월 1일(금) ~ 7월 27일(금)

신청방법

참여사회연구소 홈페이지(www.ips.re.kr)에서

신청서 다운로드, 작성하여 제출

문의

참여사회연구소 강진영 간사

02-764-9581 [email protected]

Page 47: PSPD MAGAZINE 2012. 07. (188)

47참여사회

그러나 성미산마을, 빈집공동체, 문탁네트워

크, 문래동예술인마을 등 실제로 함께 살기

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여러 사례들을 듣

다 보니, 첫날 제시되었던 ‘공동체’에 대한

숱한 두려움과 의문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

렸다. 그 이유는 어찌 보면 무척 단순하다.

공동체든 아니든, 사는 건 다 지지고 볶는

거, 딱 그 수준인 관계로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 미워하고 욕하고 싸우고, 제일 겁나는

건 누군가 삐치는 일이라는 것. 하여 누군가

는 욕먹고 누군가는 상처 받고, 공동체도 그

렇게 산다. 뭐, 더 폼 날 것도 더 도덕적일

것도 없다. 단, 좀 더 재밌기는 하다. 하고 싶

은 일이 생기면, 하고 싶은 놈이 나서서 하

면 되고, 문제가 생기면 만나서 얘기하면 된

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뭐 어쩔 수 없

는 거지.

결국 강의를 듣고 난 우리 모두는 감춰져 있

던 공동체의 위대한 정신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님, 말고!’, 그 의연한 삶의 자세에

용기를 얻은 우린 마지막 시간에 자신이 꿈

꾸는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

네친구만들기 프로젝트, 뜨개질 공동체(모

임), 텃밭공동체 등등, 그동안 막연하기만 했

던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꿈들이 강의를 통

해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 멋진 경험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 또한 꿈을 털어놓았다. 쓰레

빠 + 츄리닝 + 대리기사 안 부르는 거리,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동네친구모임. 흐

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동안 우린 왜 그토록 외롭게 살아왔던 걸

까? 개인적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이 왜 그

토록 겁나는 것일까? 그럼 함께 살지 않으

면 우리 삶은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

까? 아니, 이보다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우린 공동체 혹은 함께 살기에 대한 것들

을 ‘꿈’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언

제까지 ‘미래’여야 하는 걸까? 같이 강의를

들었던 한 수강생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든 생각은 공동체는

미래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지금 할 수 있

는 것이 아닌 미래에 내가 몸담을 곳이라는

생각이 공동체를 막연하게 만들고 있었어요.

2030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실현 가

능한 쪽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만

들고 싶어 하는 공동체에 보다 가까워진 것

같아요.”

공동체는, 함께 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

래’여서는 안 된다. 오늘만을 살 뿐인 우리

모두에게 미래란 허구이니 말이다.

아카데미

공동체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2012 아카데미 느티나무 봄강좌

<공동체, 그 매력과 두려움> 강의후기 박현아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기자

1 2 3 4

1,2 마지막 시간에는 내

가 꿈꾸는 공동체 발표

를 가졌다. 3 문래동창작

촌 옥상텃밭 4 수강생들

은 문래동창작촌에 방문

하여 실제로 함께 살기

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

고 들었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경쟁을 벌인다 치자.

SBS <정글의 법칙>의 병만족族이 벌이는 사

투를 보더라도 우린 멧돼지, 너구리, 지렁이

보다 열등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뭉치기만 하면 세상의 절반을 통째로 날려

버릴 일들을 도모하다가도 정작 혼자 남게

되면 끼니 한 번 챙기는 것조차 미션임파서

블이 되고 만다. 결국 공동체라는 말은 추

구의 대상이 아니라 한없이 나약한 인간 본

성과 관련된 문제란 말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멀쩡히’ 살아갈 수 없나

니…….

그래서였을까, 생각보다 수강생들이 많이 모

였다. 첫날부터 강의 제목의 절묘함에 대한

목소리들이 드높다. ‘공동체’하면 유토피아

같은 좋은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답답함, 억압, 규율 등 매력보다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 두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함께 살기’를

과감히 포기하시고, ‘혼자 놀기’의 달인들이

되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개인’만이 창궐하

는 시대다.

Page 48: PSPD MAGAZINE 2012. 07. (188)

48 2012 07

<필통(Film in CafeTongin)> 시즌1(2012년 상반기)을 마쳤

습니다. 필통은 참여연대 1층의 카페통인에서 시민들과 함

께 좋은 영화를 보고 초대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

램입니다. 2012 상반기 <필통>은 ‘환경영화제 상영작 다시

보기’를 주제로 6월 <행복의 경제학>, 5월 <태양광 택시

로 세계일주를>, 4월 <트럭농장>, 3월 <핵의 귀환>을 함

께 보았습니다. 6월 필통에는 33명의 시민이 참여하

였습니다.

2012년 하반기 <필통>에서도 좋은 영화와 함께 카페

통인에서 차 한 잔 나눌 시간을 마련할 예정

입니다. 기다려주세요!

필통시즌1 종료!

FLIM in

CAFE TONGIN

필통

6~7월의 참여연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인뉴스

7월 3일부터 8월 14일까지

25일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고 시민운동 현

장을 체험할 참여연대 10기 인

턴 25명을 뽑았습니다. 인턴들은

민주주의, 평화, 사회경제정의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고, 토

론하고, 참여연대 각 활동기구에

서 업무 과제를 수행하고, 직접 캠

페인을 기획하여 실행할 예정입

니다. 참여연대 인턴 프로그램은 매년 1~2월과 7~8월, 20대 청

년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참가자는 주거지가 서울인 이들과 아닌 이들로 나눈 뒤 공정

하게 추첨합니다. 지역별 균형을 맞추고, 스펙 갖추기와 화려한 자기소개서 쓰기에 지친

청년들이 헛심을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9기 인턴부터 도입한 참여연대만의 정기인턴 선

발 방식입니다. 올 여름을 열정으로 채울 20대 청년들의 시민운동 체험을 격려해주세요.

6월 10일, 서울광장에서

6.10 민주항쟁 2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습

니다. 이 행사 가운데 시민단체 등 사회현

안을 다루는 모임들이 서로를 알리는 ‘만

민공동회’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도 홍보 및 회원가입 부스를

차려 여러 시민들을 만나고 회원가입을 이

끌어냈습니다. 특히 회원이자 만화가인 고

경일 교수와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드로잉강좌 수강생들의 도움을 받아 시민

의 참여로 ‘다함께 행복한 세상을 표현하

는 대형 꽃 그림 그리기’를 진행 하였습니

다.

서울광장에 온 가족, 청년, 어린이들이 붓

을 들고 손을 보태다보니, 가로 10미터 세

로 1.5미터의 대형 그림이 금방 완성되었

습니다.

많은 시민의 참여가 빚어낸 아름다운 꽃

그림이 6.10 민주항쟁 기념행사를 더욱 빛

나게 하였습니다.

회원의 자녀와 청소년 회원을 <시민운동 배우

고! 자원활동 하고!> 프로그램에 초청합니다. 청

소년들이 참여연대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시민

운동이란 무엇인지 소개하는 강의를 듣고 자원활동을 체

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자녀를 둔 회원 또는 청소년 회원들의 많은 관

심 부탁드립니다.

▶ 일시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오후 1~5시 ▶ 신청방법 참여연대 웹사이트 http://www.peoplepower21.org (공지사항을 참고하세요!)

▶ 장소 참여연대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 신청기간 2012년 7월 3일 화요일 ~ 8월 9일 목요일 (선착순 30명 마감)

▶ 대상 회원의 중고등학생 자녀, 청소년 회원 본인 (동반 1인 가능)

※ 프로그램 수료 후 자원활동증명서(4시간)를 발급합니다

시민운동 배우GO! 자원활동 하GO!

인턴 10기, 25명 당첨!

함께 꽃을 그려요!

Page 49: PSPD MAGAZINE 2012. 07. (188)

49참여사회

대법관 교체, 다양성을 원한다

사법감시센터는 오는 7월 대법관 4명의 교체

와 관련하여 대법원의 다양성을 요구합니다.

이에 5월 22일 ‘대법관의 다양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5월 23일 대

법원과 대법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

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설

문한 결과, 58.9%가 대법관을 뽑는 기준으로

‘효율성’ 보다는 ‘사회적 다양성’이 중요하며

판사 출신 이외의 법조인들도 대법관으로 뽑

아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여론을 무시하고 6월 초 대법관후보추천

위원회가 남성, 보수, 서울대 출신 중심의 13

명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였습니다. 이에 반

대하여 참여연대는 대법관 후보를 재추천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6월 5일 대법원 앞

에서 개최했습니다. 앞으로도 인사청문회 등

의 과정에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지속적

으로 요구할 계획입니다.

다른 나라가 보는 한국의 원조 실태는?

한국의 ODA(공적개발원조) 실태를 검토하기

위하여 호주와 독일 동료검토Peer Review 실무단

이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방한했습니다. 이는

2010년 한국이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

한 이후 처음입니다. 동료검토는 국제사회가

권장하는 개발협력 개선안을 어느 정도 받아

들이고 이행했는지 동료 국가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자리입니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실무단

과의 간담회에 참석하여 한국 정부가 원조효

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조기관을 통합하

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시민사회와 협

력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특

히 참여연대는 한국정부가 원조를 자원외교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전후국가 재건사업 수

단으로 악용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

다. 참여연대는 이후 OECD에 보낼 시민사회

의견서에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담아 전달하고,

앞으로도 계속 한국 정부의 원조정책의 부족

한 점들을 개선해 나가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디도스 공격 관련 정보공개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가 비공

개처분을 취소한 디도스 공격 관련 정보공개

청구 건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지난 6월 13일,

다시 비공개 결정을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중

앙선관위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

률」과 「통신비밀보호법」을 비공개 사유로 들

었지만, 요청한 자료의 어떤 부분이 비공개 사

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

보공개법을 위반한 결정을 다시 한 번 내렸다

고 비판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디도스 공격 관

련 정보공개를 위해 비공개처분취소소송을 진

행할 계획입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 요구

참여연대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은폐사건의 윗선을 포함한 진상

규명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청문회에서 이명

박 대통령을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을 증인으

로 소환하여 낱낱이 따져야 합니다. 이에 6월

13일 검찰의 재수사 발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 6월 21

일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어떻게 해결할 것인

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 토

론회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최근의 민간

인 불법사찰사건 비교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시

사점을 짚고 검찰수사를 평가하였으며 국회의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촉구했습니다.

어린이집 공공성 실태 보고서 발행

사회복지위원회는 자치단체별 국공립어린이집

의 현황을 분석한 이슈리포트 <보육 공공성 실

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최근 3년간의 국공립 어린

이집 증설 노력과 현재의 국공립 어린이집 비

중을 중심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를 살펴본 결

과, 인천, 전남, 경기 순으로 높이 평가되었고,

대전, 광주, 제주의 노력이 미미했습니다. 참여

연대는 정부의 보육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고, 보육 공공성 강화,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을 촉구할 것입니다.

쌍용차 문제해결과 정리해고 대안 모색

참여연대는 경향신문과 함께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현황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기사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을 6월 18~22일,

5차례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또한 사회안전망

과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서 <쌍용차

사태를 통해 본 정리해고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를 6월 26일 민주당과 함께 진행

했습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개별사업장

을 넘어 사회적 문제인 만큼 정리해고 노동자

들이 하루 속히 복직하고, 정리해고가 남용되

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시민이 설계하는 2012년 예산안 대토론회

조세재정개혁센터는 6월 11일 <시민이 설계하

는 2013년도 예산안 대토론회>를 개최하였습

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재

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 개최에

앞서 이루어진 것으로, 관련 단체 및 전문가들

은 2012~2016년의 국가재정운용계획 내용을

다루는 총괄·총량 분야와 2013년도 예산안 주

요 쟁점을 발표하였고, 교육·SOC와 민간사업

투자·에너지와 환경·일자리·복지·지방재정·

국방 분야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가 국가재

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있어 시

민사회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고 반영하는

지,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책을 우선하여 예산

을 책정하는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바람

직한 재정지출정책을 추구하는지 등을 철저히

모니터하고 평가해 나갈 것입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집중 활동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각계각층의 싱크

탱크, 대중조직, 당사자단체, 전문가·시민단

체들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준)>를 결성하고 6월 22일 <한국경

제의 패러다임 전환, 1%를 위한 재벌경제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민주화로> 대토론회를 개최

하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계 재벌개

혁 및 경제민주화론을 검토하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주요 과제를 제시하였으며, 적

극적인 활동을 결의하였습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중소기업·중소상

인, 노동자·서민·소비자들의 생존권의 수호

와 내수경제 활성화를 통한 우리 모두의 살길

이고,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의 핵심 과제입니

다. 참여연대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제민

주화와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정책 입법 활동

에 매진할 것입니다.

Page 50: PSPD MAGAZINE 2012. 07. (188)

50 2012 07

투명회계

문의 참여연대 운영팀 02-723-5304 [email protected] www.peoplepower21.org

참여연대 운영비 전부는 십시일반 후원에서 나옵니다. 회비와 후원금은 개인소득금액의 20%까지 기부금소득공제 대상입니다.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실시간 계좌이체, 신용카드 결제

신용카드 포인트, 휴대폰 결제

네이버 해피빈 콩 후원 등

060-7001-060 한 통화 5천원

휴대전화나 집전화로 간단히

필요한 물품이 많아요

새 것 헌 것 가리지 않습니다

● 소재섭 회원께서 외장하드를 보내주셨습니다.

● 법안스님께서 석가탄신일을 맞아 맛있는 떡 두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 문새미 회원께서 참외 한 봉지를 직접 가져다 주셨습니다.

● 이귀보 회원께서 떡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회원님들께서 보내주시는 날개가 참여연대에는 큰 힘이 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날개를 달았습니다

● 날씨가 뜨겁습니다. 선풍기를 기다립니다!

● 참여연대에는 문서 업무가 많습니다. 일 더 많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A4 용지를 후원해주세요!

● 참여연대의 현장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해주시는 피플TV에서 비디오 카메라에 필요한 액세서리

날개를 요청 합니다.

● •1각대(모노포드) MANFROTTO 561 BHDV-1

● •렌즈필터 슈나이더 B+W CLEAR MRC UV2(82mm)

● •레인커버 KATA CRC-15PL

● 자료 정리와 보관을 위한 SATA형식 대용량(2TB이상) 하드디스크

● 회의 등의 업무와 자원활동가 지원을 위한 노트북과 모니터

● 라벨 두께 조절이 가능한 라벨프린터

●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에 둘 수 있는 어쿠스틱 피아노

집에서 쓰지 않고 뒹굴고 있는 물건도 참여연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함께해 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이 담긴 날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문 의 운영기획팀 김하나 간사 [email protected] 02)723-5304

날개를 달아주세요

Page 51: PSPD MAGAZINE 2012. 07. (188)

51참여사회

지출 (원)

운 영 비

급 여 87,191,104

복 리 후 생 비 7,215,962

세금과 공과금 468,140

건 물 관 리 비 2,277,000

이 자 비 용 3,275,893

전 력 비 1,749,830

통 신 비 2,486,650

수 도 광 열 비 33,000

소 모 품 비 6,141,900

수 선 비 37,000

차 량 유지비 177,500

사 무 용 품 비 782,170

퇴 직 급 여 16,256,900

지 급수 수 료 3,743,057

잡 손 실 500

보 험 료 773,770

사 업 비

사 업 비 33,193,069

여 비 교 통 비 210,820

회 의 비 1,149,300

도서 인 쇄 비 624,520

교육 훈 련 비 235,900

발 송 비 330,050

기 부 금 1,000,000

잡 비 370,000

합 계 169,724,035

수입 (원)

회 비

사 무 처 78,694,900

공 익 법 센 터 1,335,600

민생희망본부 4,389,000

사회복지위원회 8,695,400

시민경제위원회 3,830,400

조세개혁센터 1,274,000

평화군축센터 2,212,000

사법감시센터 2,698,500

의정감시센터 3,275,300

행정감시센터 3,903,900

참 여 사 회 1,722,000

노동사회위원회 1,743,000

국제연대위원회 819,000

도 시 락 350,000

사 업 사 업 수 입 8,319,000

후 원부정기후원금 3,468,340

정 기 후 원 금 730,000

기 타이 자 수 익 16,491

잡 이 익 152,803

합 계 127,629,634

2012년 5월 참여연대 회계보고 (센터/위원회 포함, 참여사회연구소 제외)

*참여연대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면 70%는 회원이 지정한 센터로, 나머지 30%는 사무처로 지급합니다.

*본인의 후원 센터는 참여연대 회원 전용 웹사이트 활기차에 로그인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설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 5월 회비는 3,163,000원 입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회비는 사무처와 분배하지 않고 100% 연구소에 지급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독립법인으로 재정과 회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는 시민의 후원으로 움직입니다 온라인에서 간편한 회원가입 www.peoplepower21.org 02-723-4251 [email protected]

2012 참여연대 회원확대 캠페인

홍보물을 보내드립니다

친구와 이웃에게 회원가입을 권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할지 어색한가요?

참여사회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연락주시면 참여연대 소개 팸플릿을

보내드립니다.

감사 선물을 드립니다

세 명의 친구와 이웃을

회원가입으로 이끌어주시면,

작은 감사 선물을 드립니다.

참여연대의 힘을 키워주셨으니

보답하려는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달에 강대성, 양재섭, 이명환,

이영기, 이은혜, 정경호, 정기옥,

허필두, 홍성철 회원께서

친구와 이웃을 참여연대 회원가입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6월 말 현재 회원은 12,886명,

3년 뒤엔 15,000명 회원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친구, 이웃, 동료에게

참여연대를 소개해주세요

Page 52: PSPD MAGAZINE 2012. 07. (188)

52 2012 07

참치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참여자치연대)를 줄인 말입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전국 지역권력감시를 위해 활동중인 18개의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모인 정책연대단체입니다. 참여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고 있습니

다. 『참여사회』에서 참여자치연대 소속 단체들을 소개합니다. 전국 각지에 살고 계시는 참여연대 회원 여러분께서 그 지역의 뿔뿌리시민

단체를 하나씩 더 후원하고 활동하신다면, 살맛나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겠지요? 참여와 연대로 함께해요!

‘참치’를 소개합니다

참치

평택참여자치시민

연대는 1995년 ‘평

택사랑시민연합’으

로 출발하였습니

다. 1997년 회원과

시민의 기금으로

비전동에 아담한

사무실을 얻고, 같

은 해 7월에 ‘평택

참여자치시민연대’

로 명칭을 변경하

였습니다. 평택참

여자치시민연대는

정치개혁, 행정개혁, 지방자치참여, 사회복지, 평화, 환경과 생태

보전, 시민권리찾기, 주민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

고 있습니다. 누리집을 방문하시면 더 자세한 활동 내용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평택은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이면서도 비수도

권의 특성을 가진, 도시와 농촌의 모습이 함께 존재하는 지역입

니다. 용산과 경기북부지역에서 철수하는 주한미군이 향후에 주

로 주둔하게 될 곳이며, 2009년 쌍용자동차사태로 인한 상처가

아직 남아있는 도시입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특성을 가진 지역이니만큼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회원이 되어 함께해주십시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는 회원의 회비와 후원만으로 지방의회와 권력을 감시하는 활동

을 하고 있으며,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이웃들도 함께 행

복한 평택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450-080 경기도 평택시 비전2동 838-1 2층

■031-657-7921 ptngo.org

성남을 행복한 마을 공동체로 만들고 주민 자치가 꽃피는 민주

적 도시로 가꾸려는 열망에서 1995년 ‘성남시민모임’을 꾸렸고,

2005년 10주년을 맞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로 이름을 바꾸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시민 의식을 높이고, 권리를 찾고,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며 800여 명의 회원들과 더불어 투명하

고 정직한 사회, 살맛나는 성남 만들기에 오늘도 힘쓰고 있습니

다. 실질적 시민참여를 통한 주민자치를 위해 의식 있는 시민들

모두 한 마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용기 있는 시민 여러

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461-827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3동 3659번지

낙원스카이뷰 301호

■ 031-702-9464

snpd.net

시민과 함께 행복한 평택을 만들어 갑니다 참여로 열어가는 살맛나는 세상

Page 53: PSPD MAGAZINE 2012. 07. (188)

53참여사회

1999년 설립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출범 이후 시민의 권리

를 위해 생활에 밀접한 시민 행동을 벌이며 지역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습니다. 한국통신 전화설비비 상환운동을 통

해 설비비를 돌려받았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펼쳐진 학교운영지

원비 폐지운동의 시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방과후학교

전수조사를 통한 운영 개선을 이끌어냈고, 최근엔 전국으로 확

산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례제정의 도화선이 되었던 대형마트

동전 장보기 시민행동을 통해 전주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참여

의 힘과 연대의 의지를 보여주었지요.

전북, 전주를 자랑할 때 무엇을 내세우시나요? 전통의 맛과 멋

을 떠올리셨다면, 실패! 이젠 전북을 지키고 지역의 시민들과 함

께 희망을 키워나가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를 자랑해주세요.

시민아카데미사업, 독서토론회, 역사기행 등 여러 회원활동기구

와 사업을 통해서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시민의 곁에서 활

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계신 참여연대 회원들의 참여와 후원

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 560-020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1가 106번지

기업은행 4층

■063-232-7119 pspa.or.kr

1989년 창립, 올해로 23주년을 맞이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시민참여, 시민자치, 시민권리찾기, 권력감시, 시민봉사, 재정자

립, 시민연대 라는 7대 방향 아래 활동하고 있습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23년 동안 자치단체장 및 의회의

장 판공비 공개운동, 시민참여 예산감시 운동 및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위한 조례 제·개정운동, 지방의회모니터 및 금품수수

의원 사퇴촉구 및 지방의정개혁운동, 직지찾기운동 및 문화축제

평가와 시민참여형 문화축제 만들기 운동, 저소득가정 집수리

활동, 무료법률상담 및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운동 등 다

양한 분야의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미래는 작은

참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을 가진 회원들의 참여와 후원으

로 하루하루 시민과 함께 회원과 함께 희망적인 사회를 만들고

자 어깨를 걸고 함께 나가고 있습니다.

■ 361-842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1371번지 2층

■043-267-0151~2 citizen.or.kr

참여자치의 대표선수! 지역운동의 슈퍼스타!

시민이 눈 감으면 희망이 사라집니다.시민이 눈을 뜨면 희망이 피어납니다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Page 54: PSPD MAGAZINE 2012. 07. (188)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균 이석태 정현백 청화

홈페이지 www.peoplepower21.org

대표전화 02-723-5300

트위터 @peoplepower21

페이스북 www.facebook.com/peoplepower21

ARS후원 060-7001-060 한통화 5천원

주소 110-043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9길16 (통인동, 참여연대)

BF 느티나무홀

1F 카페통인

2F 시민참여·아카데미느티나무 사무실

4F 사회경제분야·평화국제분야

5F 권력감시분야

3F 운영기획/정책홍보·참여사회연구소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카페통인

영화제 음악회 전시회 및

소규모 모임^회의공간으로

사용할수 있습니다

2012년 7월호 통권 188호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 참여연대의 역사와

시대를 보는 바른 눈을 담습니다.

발행인 정현백

편집위원장 이태호

편집위원 강지나 김상미 김성희 박철 이한나 황지희

편집팀 송윤정

발행처 참여연대

디자인·제작 the DNC

Tel 02-6712-5243 Fax 02-6919-2004

Email [email protected]

Web peoplepower21.org/magazine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

시민이 권력 위에 있는 세상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회원이 되시면,

정기회비로 참여연대 활동을 지킵니다

월간『참여사회』를 받아봅니다

아카데미 강좌 수강 시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회원모임과 회원행사에 참여합니다

자원활동 재능기부로 힘을 보탭니다

사회개혁을 위한 각종 시민 캠페인에 동참합니다

회원모임

산사랑 cafe.daum.net/ilovesanorg

청년마을 youngvillage.cyworld.com

노래모임 참좋다 chamjota.com

참여현상소 cafe.daum.net/pspdfilm

마라톤모임 cafe.daum.net/pspdmarathon

음악연주모임 패누카

회원가입 문의, 회원정보 변경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의정감시센터 국회와 국회의원 의정활동 감시, 정치제도 개선안 제시 등

정치개혁을 위해 활동합니다

사법감시센터 사법정의 실현, 시민참여를 통한 검찰과 법원 견제 등

사법개혁을 위해 활동합니다

행정감시센터 부패와 권력남용 감시, 공익제보자 보호 등 투명하고 책임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공익법센터 시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소송, 공익법제 연구와 공익변호사

양성 등 법을 통한 공익수호 활동을 합니다

민생희망본부 시민의 경제·사회적 권리 확보, 민생 대안 제시 등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사회복지위원회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현실화하고, 복지공공성 강화, 공공인프라

확충 등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노동사회위원회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현실화 등 차별 없는 노동, 사회적

약자의 권익 대변을 위해 활동합니다

시민경제위원회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 독과점ㆍ담합감시 등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제 질서를 위해 활동합니다

조세재정개혁센터 국가재정 감시, 과세인프라 개선, 조세형평성을 위한 대안제시 등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합니다

평화군축센터 국방·외교 정책 감시, 군비 축소, 평화 문화 확산 등

한반도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활동합니다

국제연대위원회 국경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연대활동, 빈곤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로 참여민주사회 모델 개발, 대안 정책의

생산과 공론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아카데미 느티나무 참여연대 시민교육 기관으로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개설해 함께

공부하고 성찰합니다

Page 55: PSPD MAGAZINE 2012. 07. (188)

노들장애인야학 활동에 함께 해주세요

자원활동가분들 대모집! 후원금도 모금하고 있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 모꼬지

일시 2012. 7. 27~29 27(금) 오후 7시 종로구 동숭동 노들야학에서 함께 출발

장소 강원도 양양 곰두리 해수욕장

국민은행 488401-01-202282 (예금주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문의 한명희 010 3170 5909 / [email protected]

※이 공간은 통인동 커피공방이 후원합니다. 노들야학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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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길을 내는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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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천 참여연대 회원들이 보는 월간<참여사회>

알리고 싶은 사연이나 광고를 담아드립니다

A타입 8.2 X 7.0cm 66,000원 B타입 8.2 X 3.5cm 33,000원

입금계좌 우리은행 513-171169-13-101 참여연대

매월 20일 전까지 신청하시면 익월호에 실립니다

문의 02-6712-5243 [email protected]

MBC 구하기함께하는 방법

서명합니다 MBC 정상화 및 김재철사장 수사 촉구 100만 범국민서명운동

온라인 ccdm.or.kr/main2/saveourmbc

오프라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블로그에서 서명용지를 다운받아

서명 후 MBC 노동조합에 팩스로 보낸다

플래시몹에 참여합니다MBC 파업 해결, 김재철 퇴출,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플래시몹

매주 금요일 7시30분 서울광장에서 함께해주세요

후원계좌 신한은행 100-028-277136 (예금주 공정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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