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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201311

Jan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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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agazine of PSPD, 11/2013, no.204 PSPD, 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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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손가락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다섯 손가락일 때 비로소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그 손들이 모여 서로 마주 잡는다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겠죠.

손가락 여러분,

우리 연대합시다!

atopy의 작업 노트사진 이성용

특집

노동자 연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노동과 교육이 만나 참교육의 희망, 전교조

새로운 것은 늘 결핍된 곳에서 나타난다

이남신

김한민

조성주

091215

노동조합과 연대

제3의 눈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옥은 보이지 않고 티만 보이는구나

- 1994~ 인사청문회

1W도 생산 않는 서울, 왜 그리 밝은가

-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 김동규 회원

박근혜 정부의 검찰, 다시 사냥개로 돌아갈 것인가

노벨경제학상과 금융위기

연대의 전통, 살아있네!

일보다 더 중요한 활동, 휴식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국회, 권위의 상징에서 민의의 전당으로

기초연금 공약 파기,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은 어디로?

한미군사동맹, 과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있나?

자원활동가의 활약으로 빛나는 참여연대

사진과 영상으로 현장에서 사회 현상을 기록합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박애, 자본주의

오늘 하루 시내버스로 여행하자

도시여자의 산골 표류기 - 가출편

참여연대 회계보고와 살림살이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김균

임종진

이태호

차병직

박상규

호모아줌마데스

이용마

정태인

김정인

권복기

이태호

유명희

김잔디

이미현

이진선

최상천

시민참여팀

박태근

이명석

도시여자

이송희

오유진

여는글

창그림

아참

참여연대史

통인

만남

정치

경제

역사

생활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시민참여

시민참여

읽자

놀자

살림

투명회계

튼튼날개

040607

18

24

30

34363840

44484950515254

565860

6264

알림

기획

사람

칼럼

살맛

통인뉴스

지구를 사랑하는 참여사회는

본문에 재생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용지 미색 중질지,

반무광 80g/m2,

표지용지 백색 모조지 180g/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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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우리 부부가 결혼할 때 옛 은사께서 주례를 서주셨다. 주례사를 잘 기억하는 사람이 흔치 않을 텐데 나 역

시 그때 선생님 말씀이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껏 잊지 않고 있는 한 마디가 있는데, 그건 부부

생활을 함에 있어서 늘 제3의 눈을 가지라는 당부의 말씀이었다. 아마도 제자의 성격이 까다롭고 여유롭지

못함을 걱정하셨기 때문이리라. 제3의 눈은 육안肉眼이 아닌 심안心眼 즉 마음의 눈, 지혜의 눈이다. 부부끼

리 시시콜콜 따지거나 다투지 말고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지혜롭고 원만하게 살라는 염려였다. 그런데 그

말씀을 그때의 나는 좀 부담스러워 했다.

내 생각은 이랬던 것 같다. 지혜라는 말이 언뜻 듣기에는 좋은 말이다. 어리석음의 반대말이 지혜로움

이고, 불가에서도 깨달음의 반야 세계가 곧 지혜의 세계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지혜라는 것은 냉정하게

보면 만사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생활 태도, 이도 저도 아닌 절충, 오래된 관행과 전통을 답습하고 존

중하는 보수적 삶의 방식일 뿐이고, 그러니 삶의 지혜라는 말도 보수적이고 정체된 삶을 정당화하는 미사

여구에 다름 아니다. 젊었을 때 내 생각은 아는 것은 아는 것,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었다. 시是는 시是고,

비非는 비非인 법. 그러므로 아는 것, 옳은 것, 이성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지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는 회색의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확신했다. 지식이 사람을 자유롭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

서 지식을 얻고자 나름 애썼다.

그랬는데 나이가 들고 공부를 할수록 지식의 확실성에 대한 확신이 점점 더 옅어져갔다. 우리가 안다는 것

이 과연 무엇을 얼마만큼 아는 것인지, 우리는 어쩌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은 아닌지? 경제학의

예를 들면 모든 경제 예측은 예외 없이 틀리기 마련이다. 다음 해 경제성장률을 제대로 예측한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 수상자 세 명 중 두 명은 금융이론가였는데 이 둘의 견해는

크게 달랐다. 한 사람은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 믿었고 다른 한 사람은 금융시장은 근본적으로 불안정하

다고 보았다. 최고의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노벨상 수상자 차원에서도 ‘금융시장은 안정적인가’라는 대

단히 기초적인 물음에 일치된 견해를 얻어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학 지식은 얇고 불확실한 것이다. 가장 과

학적(?)이라는 경제학이 이렇다면 다른 사회과학은 말할 나위도 없다. 또 나의 개인사를 되돌아보아도 살

제3의 눈

4 201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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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내가 내린 무수한 개인적 판단과 선택들은 잘못투성이였고 일이 내 생각대로 진행된 적은 드물었다.

오늘의 내가 만들어진 것도 내 스스로의 기획의 힘이 아니라 우연의 작용이 훨씬 더 컸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의 경험이 말해주는 바는 최소한, 안다는 게 허망한 것은 아니겠지만 안다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겸손함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 선생님의 제3의 눈, 지혜의 눈이 다시 생각난다. 지식이 옳고 그름을 판별케 하는 바위

처럼 굳건한 토대를 마련해주지 못한다면, 또 세상사 전부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다 알 수 없고 대부분

이 예측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움직여 나간다고 하면, 무엇에 기대야 할까. 아마도 유력한 의지처는 지혜

일 텐데 그 지혜란 무엇일까. 낡은 것에 대한 무조건적 존중, 새로운 것에 대한 기피가 지혜일 수는 없다.

우선 떠오르는 지혜의 덕목은 타인의 생각에 대한 관용이다. 이는 내가 아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고 늘 틀

릴 가능성에 놓여있다면, 그리고 다른 이의 생각도 그러하다면, 첫 번째 지혜는 다른 생각에 대한 관용일

것이다. 그리고 이 관용은 공존과 민주주의의 가치로 연결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신중함의 지혜가 중요할

것 같다. 철사처럼 강인한 성실성과 신중함으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철저히 따지는 작업이 필요

하다. 그러면 신중하고 성실한 탐구 작업에 의해 많은 일이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일과 중요한 선택들이 지적 탐구가 전혀 소용이 닿지 않는 무지의 어둠에 갇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무지의 장막을 뚫고 판단을 내리고 과감하게 행동을 결행해야 한다면 그때는 도덕성과 원칙을 따

라야 한다. 지식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때에는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도덕성의 배에 몸을 의탁하고서

무지와 무명의 바다를 항해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짧은 생각에, 아마도 이런 게 지혜로운 삶의 최

소기준이 아닐까 싶다. 또 그런 삶들이 모여 만든 사회가 일종의 좋은 사회, 지혜로운 사회이리라.

5참여사회

김균 경제학자

현재 고려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노년이 지척인데 아직도, 고쳐야 할 것, 내놓기 부끄러운 것이 수두룩한 미완의 삶에 끌려 다니며 살고 있음. 도

봉산과 북한산 사이에 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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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3 11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가을이 익어갑니다.

터질 듯 높고 푸른 하늘도 익을 대로 익어가고

사방 천지 가득 노오란 가을빛이 한창입니다.

공 들여 품을 내었던 하루들의 쌓임.

그렇게 켜켜이 쌓여간 날들이 이 가을에 이르러 한층 무르익었습니다.

이젠 거두어야겠지요.

지난 노고의 시간들이 빛에 흠뻑 물들었으니 이제 한바탕 웃음으로 신나게 거두어야 하겠지요.

절로 솟는 웃음 속에서,

절로 짓는 어깨춤 속에서,

가을걷이에 신이 난 몸짓 속에서.

캄보디아 지뢰피해 장애인 기술센터의 반티에이 뿌리웁 학생들의 가을걷이날

임종진 사진 NGO 달팽이사진골방 주인장

<한겨레> 등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몇 년간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타인

의 삶이 지닌 존엄적 가치를 찾는 일에 사진의 쓰임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사진 강좌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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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참여사회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아.참.가을은 단풍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노동운동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11월 9일 전태일 열사 기일

을 전후로 노동운동의 집회와 행사들이 이어지곤 하지요. 이달 치 『참여사회』 <특집>의 주제는 ‘노동조합과

연대’입니다. 무노조 경영이 사훈이라는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전략 문건이 공개되었습니다. 정부가 전국교

직원노동조합에 ‘조합 아님’이라고 통보했습니다. 청년유니온에 이어 노년유니온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

습니다. 우리에게 노동조합은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다시 되짚어 봤습니다.

이번 호 <통인>은 밀양으로 찾아갔습니다. 아, 밀양!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한 구석이 저릿저릿한 거기서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박상규 기자

는 “76만5000볼트의 전기를 도시로 보내야 하는 밀양 바드리마을은 오후 7시만 돼도 암흑이었는데, 서울은

새벽에도 불야성이었다”며 불편한 마음을 전합니다.

<만남>은 직업 운동가(?) 김동규 회원을 만났습니다. ‘운동에서 더 이상 운동성을 느낄 수 없을 땐 오히려 멈

추는 것이 새로운 운동’이라며 진보연대를 그만두고 마을로 돌아간 그가 차린 ‘카페 봄봄’ 얘기를 듣습니다.

<참여연대 20년 20장면> ‘옥은 보이지 않고 티만 보이는구나’는 참여연대의 고위직 공직자 인사 검증 활동

의 안팎을 돌아봅니다. 창립 이래 참여연대는 고위직 공직자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해왔고, 참여연대의 지

인들이나 임원조차도 참여연대식 엄격한 인사 검증의 칼날을 비껴갈 수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고충도

촘촘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달치 <통인뉴스>는 점점 워터게이트 사건의 재방송처럼 닮아가는 국정원 사건, 박근혜 정부의 잇단 민

생복지 공약 파기 등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과 활동을 소개합니다.

올해는 단풍이 예년에 비해 더 곱습니다. 무더운 여름 동안 햇볕을 충분히 머금었기 때문이라는군요. 지금

우리가 직면한 고통과 갈등도 보다 성숙한 사회로 향하는 밑거름이 되면 좋겠네요.

통인동에서,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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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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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 사회를 무엇이라 부르면 가장 안성맞춤일까.

재벌 공화국.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

갔다’고 토로했던 것처럼, 초법적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 현대를 주축으로 한 재벌들의 위세와 실질적인 사

회적 영향력은 청와대를 넘어선다. 황제 경영으로 이 나

라의 정·관계까지 잠식해 장악한 재벌가는 자신의 통치

구역을 치외법권 지대로 만들어 온 지 오래다. 최근 한국

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벌어진 일들은 이를 가감 없이 방증한다. 최종심인 대법

원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조차 묵살당하고, 중앙정부

에서 유일한 노동 관련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마저 위장

도급에 민망한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노동기본권을 명시

한 헌법과 노동관계법은 거대 재벌 기업들의 정문 앞에서

이처럼 추레한 행색으로 멈춰 서 있다.

한편 한국 사회 슈퍼갑인 재벌의 대척점에 전체 노동

자의 절반이 넘는 1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남한 자본

주의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거대한 일개미 군단으로 자리

하고 있다. 우리 가족과 이웃 중에 이미 상당수가 비정규

직인 셈이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

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그 격차는 매년 커져왔다. 4대보험

을 비롯한 사회복지와 기업복지는 정규직 대비 1/3~1/4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200만 명을 웃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해 비정규직으로

퇴출되는 비정한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청년은 꿈과 희망

을 잃고, 어르신들은 노후가 절망이다. 작년 양대선거 공

간에서 핵심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좋은

노동자 연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랜드에 17년 동안 몸담으며 노동조합 위원장 등 상근 활동을 하다 2007~2008년 510일 장기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소장으로 재직 중임.

9참여사회

특집

2013년 재벌 공화국과 비정규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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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10

일자리 논의가 한참 무색한 현실이다.

결국 재벌과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표되는 심각한 양상

의 사회 양극화는 한국 사회가 당면한 최우선 사회·경제

민주화 과제인 빈부격차 해소와 노동기본권 신장을 가로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소위 선진국 그룹인 OECD 가입

국인 한국 사회에서 최소한 인간다운 얼굴을 한 자본주의

를 만들 수 있는 길은 없는가. 특히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과 정치 민주화를 이루는 데에 밑거름이 된 노동

자와 민중이 주체가 되어 이 불의하고 초라한 현실을 개

선할 방도는 없는가. 여기서 가장 먼저 한국 사회 경제활

동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 연대를 주목하

게 된다.

“노동자는 하나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흔

히 외치는 구호다. 하지만 지금 1800여만 명의 노동자는

갈가리 찢겨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대기

업과 중소기업, 내국인과 이주민 등으로 분단돼 있다. 비

정규직도 직접고용, 간접고용, 특수고용, 단시간 비정규

직으로 중층화돼 있다. 10% 내외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을

보면 그 실상이 더욱 적나라하다. 정규직 조직률은 20%

언저리이고 비정규직 조직률은 2%로 미미한데, 노조로

조직된 핵심 노동자들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

의 정규직들이다. 노조가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 노동자들

에게 노동3권은 그림의 떡이다. 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걸

핏하면 이기주의로 내몰리고 노동자가 대다수인 일반 시

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단결은 생존

과 투쟁 승리의 유일한 비결이다. 그런데 밥그릇을 사이

에 두고는 밥상이 엎어지기 일쑤여서 이게 참 쉽지 않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고용 안정의 안전판으로 여기고, 비

정규직은 자신의 처지를 무력하게 감내하면서 사용주보

다 정규직을 경원시하는 악순환이 지금도 견고하게 이어

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사회적 고립에 처하게 된 정규직

마저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하더라도 맞서 싸워 이길 힘

을 가지기 어렵다. 한때 최대 민주노조였다가 곤두박질친

KT노조의 사례에서 보듯 정규직-비정규직 단결과 연대

가 실패하면 끝내 공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누구에게도 각자도생이 불

가능한 현실에서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가치이고 덕

목이다. 큰 힘을 가진 갑에 맞선 을·병·정의 연대가 당

연하고 절실한 이유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대가 이뤄져야만 기득권 집

단에 맞선 올바른 사회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 특히 광범

위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그대로 둔 채 정규직 중심의 조직노동으로는 계급 대표성

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 획득할 수 없다.

노동자는 하나다?

Page 11: Magazine 201311

11참여사회

노동자 연대는 당위로 그

쳐선 안 된다. 힘겨운 과

제인 만큼 살얼음판 걷듯

이 진중하고 현명하게 결실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 노동

자 연대가 어긋나면 그 상처가 깊다. 특히 정규직-비정규

직 연대는 추상적인 의식 수준에서가 아니라 자기 사업장

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민감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상박하후 원칙으로 우선순위를 따져 잘 조율하고 민

주적 토론을 거쳐 진행해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최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사업장 내에서 낮은

지위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용주에 맞서서 독자

적인 투쟁으로 승리를 쟁취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

다. 비정규 투쟁의 목표가 승리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경

험칙에서 보이듯이, 초기 단계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

조 결성을 지지 엄호하는 정규직 노조와 시민사회의 연대

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부분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고 실

제로도 그랬다. 사용주들과 보수 언론을 비롯한 기득권

집단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한국 사회 여론 지형 속에서

노동자 내부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뿐 아니라 시민들의

노동 의제를 매개로 한 사회적 연대가 중요한 이유다.

노동자 연대의 특별한 왕도는 없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러 방도로 연대를

실행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노동 인권 감수성 없이 노동

자 연대는 불가능하다. 노동인권 관점에서 저임금 무권리

상태의 미조직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이주노동자

들의 권익을 중심에 두고 양대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청년유니온과 노년유

니온 등 사업장 위주 기존 노조와는 다른 세대별 노조 등

다양한 형태로 노동자 조직화와 연대의 외연이 넓혀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민사회도 사회적 연대를 감

동적으로 보여준 희망버스처럼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노

동자들의 삶의 질이 그 사회의 평균적 삶임을 인식해 노

동 문제에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

버스비를 아껴 어

린 여공들에게 풀빵

을 사 주고 야근 후

밤길을 재촉해 귀가

했던 정규직 재단사 전태일 열사와 노조와 공부방이 자기

생의 전부라며 촌음을 아껴 아이들을 가르쳤던 비정규 계

약직 이용석 열사가 삶과 실천으로 보여준 것처럼 노동자

연대는 일상 속에서 실행되어야 현실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노동자 연대가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는

빛과 소금으로 희망의 옹달샘이 되리라 믿으면서, 곳곳에

서 고통받고 핍박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에서 많

은 분들과 만날 수 있길 소망한다.

노동자 연대, 왕도는 없다

노동자 연대의 현장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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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3 11

지난 9월 23일, 박근혜 정부는 한 달 안에 전교조가 해직

자 9명을 배제하지 않으면 합법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협박

을 해왔습니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개

정하고, 9명을 조합에서 내치라는 것입니다. 전교조는 지

금, 14년 전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1992년으로 기억합니다.

‘왕의 남자’ 정진영이 누구

인지 몰랐던 그 때, 학생회

관 어두운 소강당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닫힌 교문을 열

며>를 보고 한참을 울먹였던 일을.

그해 봄 어린이날에 맞춰 교대 학생회가 전교조와 함께

어린이한마당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라는 행사를 준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날에 다양한 행사들이 있

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어린이들을 중심에 둔 이런 행

사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행사가 순탄히 진행될 리 만

무했고 새벽부터 전경들이 학교를 둘러싸고 교문을 막았

습니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선생님 손을 잡

고 온 아이들이 교문 앞에서 들어오지 못해 발을 동동 구

르고 있을 때였습니다. 밤새 전경들의 침탈을 막기 위해

교문을 지키고 있던 우리들(사수대) 중 한 명이 교문을 들

기 시작했습니다. “교문을 뽑아!” 순간 우리 모두는 교문

을 부여잡고 힘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닫힌 교문

한쪽이 뽑히고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과 함께 전경들을

밀치고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봉쇄된 문이 열렸습니다. 밖

에서 모여 있던 선생님과 아이들을 전경들은 더 이상 막

질 못했고 어느새 천 명이 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한

판 어울려 신나게 놀았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가슴

벅찼던 기억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때 전교조는 불법노조였고 1,515명의 조합원들이 전

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떠난 지 3년이 되던 해

였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

합은 1989년 5월

28일, 짙은 최루 연

기를 뚫고 연세대에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

노동과 교육이 만나 참교육의 희망, 전교조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

초등학교에서 생태/평화/인권/노동/여성적 가치를 아이들과 나누려고 애쓰고 있지만늘 부족함을 느끼며 괴로워하다 지금은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전임자로 일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음.

특집

닫힌 교문을 열며

1999년 7월 1일,전교조 합법화

Page 13: Magazine 201311

13참여사회

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동지여!

사랑스러운 제자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굳게 뭉쳐 싸워

나가자!”라는 결성 선언문을 고故 윤영규 위원장이 낭독하

면서 탄생했고 우리 노동운동과 교육운동사의 한 획을 긋

게 됩니다.

1960년 이래 30년 가까이 군부독재의 나팔수 역할을 했

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입시 경쟁 속에 질식시켰던 교

육이, 교장들의 독재로 민주주의가 질식되었던 교육이,

전교조를 통해 ‘민주주의’와 ‘참교육’의 시대정신을 담은

교육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89년부터 1999년

까지 10년을 불법노조, 해직이라는 탄압 속에서도 촌지

거부를 시작으로 교육계에 만연하던 부정부패에 대한 저

항, 국가권력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교육 과정

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 아이들을 입시 기계로 만

드는 학교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적 실천들을

통하여 교육의 모든 분야에 걸쳐 확산되는 계기들을 마련

했습니다. 전교조는 어느새 우리 교육의 대안적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3만 명의 조합원이 1500여 명의 해직자의 생

계를 책임지면서도 전교조는 10년을 버텼고 결국 1999년

7월 1일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로 합법적인 지위를 쟁취하

게 되었습니다.

전교조는 노동조합이라는 틀을 가지면서도 참교육을 실

천 강령으로 하는 묘한 조직입니다. 이 특수성이 전교조

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있다고 봅니다. 노동과 교육, 이 두

영역이 멋지게 결합하면 큰 힘이 되겠지만 그 묘한 균형

을 잃게 되면 노동조합도, 참교육도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되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전교조는 늘 줄타기를 해야 하

는 운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욕도 많이 먹습니다. 역대 정권과 늘

싸워온 전교조는 그 정권들을 옹호했던 사람들에게는 달

전교조, 노동과 교육이 만나다, 전교조가 희망인 이유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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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13 11

가운 조직이 아니었을 겁니다. 어떤 이들은 노동조합이면

자기들 노동 조건에나 신경 쓰지 국가가 하는 일에 사사건

건 간섭이냐며 비난하고 어떤 이들은 전교조가 자기들 밥

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고 비난합니다. 심지어 ‘종북,

좌경, 빨갱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기도 하지요.

이런 비난에도 전교조가 6만 조합원들과 함께 싸울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미래의 노동자,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전교조는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

게 늘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싸

움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전교조가 여전히 우리에게, 나에게 희망인 이유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본에 포섭된 죽은 노동으로 단순히 생계를

이어가는 칙칙한 미래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자신의

삶의 가치와 노동이 일치되는, 산 노동이 주인 되는 세상

을 꿈꾸는 참교육 노동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

입니다.

전교조는 지금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

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담담합니다. 법외노조로 가더라도 원칙을 지킨다는 선택

을 했습니다. 현재 교원노조법 시행령에는 해고자가 조합

원일 경우 노조가 아님을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

다. 해고자 9명. 전체 조합원의 0.00015%에 해당하는 조

합원 때문에 14년 합법노조를 법외로 몰아내는 것이 법리

적 정당성을 가질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게 “니네가 억울하겠지만 법이니 지키라”고 합니다. “법을

지키지 않는 교사에게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냐”고 합

니다. 사회 혼란을 일으킨다고 야단입니다. 참 뻔뻔합니

다. 악법인 걸 스스로 알면서, 국회에서도 아니고 단지 국

무회의에서 국제 기준에 맞춰 시행령을 바꾸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누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지!

참여연대를 포함해 811개의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전

교조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전교조는 전교조 조합원만의

것이 아닌, 최소한의 양심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전교조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당한

요구를 수용했다면 이런 연대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쩌

면 우리는 이미 이 싸움에서 이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리

고 박근혜 정권에게 어쩌면 감사패라도 전해야 할지도 모

르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교조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고, 서로에 대한 동지애와 연대의 힘을 확인시

켜 주었습니다.

전교조는 또 다시 14년 전, 법외노조로 갈 것으로 보입니

다. 그렇다고 전교조가, 그 전교조를 이루고 있는 6만 의

조합원들이, 그 조합원들의 참교육 실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교조는 예나 지금이나 묵묵히 참교육의 길을

걸어 갈 것입니다. 그 길에 전교조에게 보여준 따스한 연

대의 빚을 전교조 또한 갚아 나갈 것입니다.

위기의 전교조, 묵묵히 참교육의 길을 가라

Page 15: Magazine 201311

15참여사회

2010년 3월 대한민

국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조직이 출현했다. ‘청년유니온’. 자신들을 청년 세대를 위

한 노동조합이라고 주장하는 이 조직이 처음 출현했을 때

기존 노동계 다수의 반응은 ‘너희가 무슨 노동조합이냐’라

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생, 구직자, 청년 실업자, 대학

생, 파견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등으로 그 정체성을 하나

로 규정하기 힘든 이들은 오직 청년이라는 세대가 공통점

인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물론 기존에 ‘일반노조’라는 형

태로 초기업 단위의 지역 일반노조가 존재했다. 그러나

기존의 지역 일반노조들은 여전히 중소규모 사업장을 중

심으로 조직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였고 청년유니온처럼

사업장이 규정되지 않는 완전한 개인 가맹 노동조합의 형

태는 거의 없었다.

이처럼 특정 사업장에 구속되지 않는 완전한 개인, 개

별 가맹 형태의 조직이 노동조합을 표방하고 만들어진 것

이 기존 노동계에서는 ‘현장’이 없는 이상한 조직으로 비

춰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한국에서

의 특별한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한국처럼 특정 사업장이

노동조합의 기반이 되는 것과 다르게 유럽의 경우 산업별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의 기본 형태이고 기업별 노동조합

이라는 형태는 특별한 형태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 기

업별 노동조합 자체가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

본의 경우도 이미 1980년대부터 개인 가맹, 개별 가입을

기본으로 하는 소위 ‘커뮤니티 유니온’들이 활발하게 조직

되고 활동해온 전통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대규모 산

업단지 또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조직되었고

이러한 조직 형태나 활동 방식이 노동조합의 기본 형태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유니온과 같이 완

전히 개별 가맹 형태를 보이는 노동조합은 한국의 노동조

합 조직 형태로서는 매우 이색적인 것이었다.

개별 가맹·가입을 기본으로 하는 노동조합이라는 특

성 외에도 ‘청년’이라는 공통분모를 노동조합의 기반으

로 했다는 점에서 청년유니온은 한국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일본과 한국의 유사

새롭게 등장한 노동조합들의 배경과 가능성

새로운 노동조합의 출현

새로운 것은 늘 결핍된 곳에서 나타난다

조성주 서울시 노동전문관

전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보좌관,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등으로 활동했다.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정책기획팀장으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서울시에서 노동전문관으로 일하고 있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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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 Magazine 201311

16 2013 11

✽다양한 ‘유니온’들이 등장하면서 원래 ‘노동조합’을 의미하던 영어였던

‘유니온’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을 지칭하는 용어로 변화하고 있다.

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청년유니온의 초기 롤모델이 된

것은 일본의 ‘수도권 청년유니온’이다. 한국 청년유니온

과 유사하게 개별 가맹 형태의 조직 형태를 가지고 있지

만 일본의 수도권 청년유니온은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하

는 노동조합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 1997년 외환위

기(일본은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된 노동 유연

화와 비정규직의 증가라는 노동시장의 변화가 배경으로

작동했다. 문제는 일본과 한국의 경우 기존의 노동조합운

동이 고령화되고 정규직, 대기업 중심으로 고착화 되다보

니 노동 유연화와 비정규직 증가의 폐해가 특정 세대(또

는 젠더, 계층)에 집중되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새롭게 출현한 노동조합의 형태가 개별 가맹 노동조합인

것과 더불어 특정 세대를 공통분모로 조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99년 파견법 개정

이후 일본은 2000년대 중반에 이르면 약 350만 명에 달

하는 파견노동자의 65%가 35세 미만 청년층으로 채워지

게 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비정규직의 50% 이상이

20~30대 청년층에 집중되어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고학력 대졸자가 양산되면서 비정규직화 문제와 청년실

업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회 배경이

청년유니온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노동조합이 등장하게

되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동한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해당 세

대의 문제를 이슈화 해

내는 데 성공하자 비슷

한 여타의 시도가 연이어 일어나게 되었다. 이 역시 주목

해볼 만한 사건인데 청년유니온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다

양한 ‘유니온’들의 면면은 흥미롭다.

먼저 ‘노년유니온’을 들 수 있다. 노년 세대의 다수가 이

미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고 다수의 빈곤층 노년세대들

이 공공근로 등의 노동에 강력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서 노년 세대의 노동 문제는 점점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

슈로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자 노동조합

과 같은 큰 조직들이 있는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의 노동

운동은 노년 세대의 노동 문제에 대해서 접근을 하지 못

했다. 다수의 노년 세대들이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과

같은 조직들에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년유

니온은 그 단체들을 일부 기반으로 해서 등장했다. 형식

은 청년유니온처럼 개별 가맹 노동조합의 형태를 지녔지

만 현재로는 노년 세대가 공공근로, 정부 일자리 제공 사

업에 묶여 있는 그룹들을 기반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이

역시 ‘유니온✽’이라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조직 형태가 아

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텐데 이것은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노동 문

제를 포괄하기에 다소 경직적인 조직 형태와 사업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이어 만들어진 ‘뮤지션유니온’도 마찬가지이다. 다양

한 음악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일한 대가를 정

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이들도 ‘유니온’

이라는 형태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자영업자냐, 노동자연이어 등장한 새로운 노동조합들

Page 17: Magazine 201311

17참여사회

냐, 예술가냐라는 구분보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 노

동이며 그것에는 그만한 대가와 보호가 따라야 한다는 인

식이 이렇게 다양한 유니온들이 만들어지는 원인으로 작

동한다.

청년유니온, 노년유니온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

조합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에 기존에 주목하지

못했던 소외된 노동 문제가 많다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고용 형태가 너무나도 다양

하게 변화했으며 노동을 둘러싼 갈등도 이전의 노사 간의

갈등을 넘어 다양한 영역과 주체들을 포함하며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

하게 만들어진 소위

‘유니온’을 비롯한 새

로운 형태의 노동조

합들의 미래가 마냥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일단 개별 가

맹을 기본으로 하는 조직들이기 때문에 단일한 사업장에

모여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한 노동조합에 비해 조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재정, 교섭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데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더 튼튼한 구조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 법제

도 등이 이러한 새로운 노동조합들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

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너무 고전적이지만 ‘연대’의 방식

밖에 없을 것이다. 조직의 규모가 일정 정도까지 성장하

고 재정과 교섭력이 갖추어지기 전까지 이런 노동조합들

은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서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초창기 활동에 있어서도

조직력의 소모가 큰 장기 투쟁을 지양하고, 유연하고 신

속한 대응을 통해서 조직의 역량을 보호하고 활력을 유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현재 존재하는 다

양한 법제도를 활용하여 스스로의 보호를 꾀하는 것도 마

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사업장 단위에서 갈등을 날카

롭게 만들어 파업과 같은 쟁의 행위를 통해 조직의 단결

력과 교섭력을 확보하던 기존의 노동조합 운동의 전통과

는 조금 다르며, 오히려 이슈파이팅에 능한 시민단체들의

활동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는데, 조직의 초창기에

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사이에서 활동 방향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다양한 한계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양한 형태의

노동조합의 출현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얼마전 필자

에게 장애인 노동 문제를 다루고 싶다며 ‘장애인 유니온’

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물어오던 사회복지사가 있었다. 새

롭게 출현한 노동조합들이 그 미래 전망과 현재의 활동력

과 무관하게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지점이

다. 기존에 우리 사회가 ‘노동’이라 부르지 않았던 것들,

인식하지 않았던 것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

동’이 특정 산업이나 특정 이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우리가 인정

한다면 이렇게 시도되는 다양한 노동조합들은 우리 사회

를 조금 더 평등하고 풍요롭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노동조합들의 한계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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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3 11

옥은 보이지 않고 티만 보이는구나1994~ 인사청문회

참여연대 20년 20장면

Scene #15

참여연대 안국동 사무실의 한편, 왼쪽에는 푸른색 파일이 가득 꽂힌 ‘민주주의의 벽’이, 오른쪽엔 녹색의 파

일이 가득 꽂힌 ‘법조인 자료실’이 있었다. ‘민주주의의 벽’엔 국회의원, ‘법조인 자료실’엔 판사와 검사 개개

인의 이름을 단 파일이 꽂혀 있었다.

법조인 자료실은 1996년에 당시 사무처장 박원순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가나다 순으로 배열된 3,000여

개의 파일에서 원하는 이름을 찾아 펼치면 그 사람의 경력, 주요 처리 사건이나 판결 성향, 평판 등을 한눈

에 볼 수 있게 한다는 의도였다. 공직자 인사 검증을 비롯한 참여연대 권력감시 운동을 상징하는 곳이어서

방문자들의 투어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졌다. 내용을 채울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Page 19: Magazine 201311

19참여사회

행복이 참여연대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것은 너무 이상

적인 목표였고, 번득이는 전사들의 눈에는 비현실적이어

서 허망하였다.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그래서 만

든 모토였다. 우리의 세상은 무척 넓기도 하지만, 구호가

지시하는 일차적 세상의 의미는 우리 사회, 그것도 국가

사회였다. 그래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참

여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는 국가권력 감시를 내세웠다.

인사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자는 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 세상에는 세상을 바

꾸고 싶어 하는 부류와 그대로 유지하려는 부류의 사람들

이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와 보수지만,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모두 현실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

다. 따라서 실제로 다수의 시민이 살기 편한 세상을 조성

하기만 한다면, 개인적 세계관이나 이념적 성향에 관계없

이 누구든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자는 격문은 요즘에도 많이 나돈다.

아직 세상이 바뀌지 않은 때문일 수도, 세상을 끊임없이

바꿔 가려는 욕심 탓일 수도 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

들어야 한다는 열망과 시도는 인류 역사에서 사라진 적

이 없다. 230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리스토텔레

스는 실천철학으로 윤리학을 체계화했다. 그의 윤리론은

도덕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까지 바로 연결되었다. 따라서

어떤 삶이 좋은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한

것은 행복이었다. 행복을 느낀다면 그 세상은 살기 좋은

곳일 테다.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각자가 덕목을 잘 지

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기질에 잘 맞는 덕

성을 지니고 있는데, 인간성과 전문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덕성을 적재적소에 잘 살려야 모두 행복해진다. 누군

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런 논리를 묶은 책에 그의 아버지

이름이자 아들의 이름을 붙여 『니코마스 윤리학』이라 하

였다.

“그런데 어려운 문제는 다음과 같다. 만사를 아버지에

게 맡기고 매사에 아버지를 복종해야 하는가? 병이 들면

의사를 믿어야 하는가? 장군은 전투 경험이 있는 사람을

연재 순서

#01 봄은 주총의 계절이었던 시절 - 1997 소액주주운동

#02 법원 하나를 날려버린 고발장 - 1998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03 거리의 신화, 시민불복종 - 2000 낙천낙선운동

#04 호루라기를 나눠 드립니다 - 1994~공익제보자 지원 운동

#05 “비가 싫어질 수도 있겠구나”

- 2004, 2010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06 어느 문패에 대한 20년의 명상 - 1994 참여연대 창립선언문

#07 ‘올리브’가 서쪽으로 가서는 안 되는 까닭

- 2003~2008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08 깃발의 상상력 - 1인시위

#09 작은 것도 치열하다 - 1997~ 작은권리찾기운동

#10 만리장성으로도 광장을 막지는 못한다 - 2009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

#11 종이에 새긴 희망, 열정 그리고 고뇌 - 참여사회

#12 햇빛은 어디에 필요한가 - 1998년~ 선샤인 프로젝트

#13 은유의 전사들 지리산 방황기 – 2000년 여름 고난의 행군

#14 천안함은 가라앉고 의혹은 뜨고 - 2010 천안함 침몰 사건 대응

#15 옥은 보이지 않고 티만 보이는구나 - 1994~ 인사청문회

월간 『참여사회』는 참여연대 창립 2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참여연대가 이

루어낸 의미 있는 성과들을 소개하는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을 연재합니다.

참여연대 창립 멤버인 차병직 전 집행위원장이 참여연대 활동 기록과 관련자

들의 증언을 토대로 집필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참여연대의 고위직 공직자 인

사 검증 활동의 안팎을 돌아봅니다.

글 차병직 변호사

옥은 보이지 않고 티만 보이는구나1994~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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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해야 하는가?” 여기서 아버지는 전통적 도덕, 즉 인

간성에 관련된 성품을 말한다. 의사나 장군은 지적인 덕

성, 다시 말하여는 전문성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상은 도시국가 폴리스 정도였지

만, 우리의 세상은 훨씬 더 넓고 복잡하다. 우리는 왜 행

복하지 못한가라는 의문은 곧장 우리 제도나 제도를 운용

하는 고위공직자에게로 날

아간다. 권력기관을 감시

하되, 그것을 움직이는 책

임자를 제대로 임명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대사적 진행이 제기한

윤리적 문제다. 인사는 만

사라는 말도 있지만, 인사

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

가? 누가 인간성과 전문성

을 고루 갖춘 인물이며, 그

것을 어떻게 아는가? 그래서 참여연대의 과제 목록에 인

사청문회가 추가되었다.

민주적 개혁을 요구한다

인사 검증을 위한 활동은 참여연대가 공식으로 창설하기

전에 먼저 시작했다. 1994년 9월 1일, 창립대회를 두 주

앞둔 참여연대는 한국공법학회, 민변과 공동으로 <헌법

재판소의 민주적 구성과 시민 참여>라는 제목의 공청회를

열었다. 1987년 헌법개정에 따라 이듬해 9월 문을 연 헌법

재판소의 1기 재판관들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그 다음의

인선이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공청회에서 훗날 사법 감

시 센터 소장과 운영위원장까지 맡게 되는 건국대의 한상

희는 1기 재판관 전원의 결정 성향을 분석한 결과를 그래

프로 제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인

격과 실력을 갖춘 후보 중에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반

영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하지만 며칠 뒤 발표된 결과는 참여연대의 희망과는 거

리가 멀었다. 9월 12일에 ‘반민주적 임명안에 반대를 분명

히 한다’는 강력한 성명을

발표했다. 1기 재판관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변

정수는 제외되고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김문희가

연임되고, 정치판사로 지

목됐던 안우만과 공안검사

시절 인권 침해 전력이 제

기된 정경식이 신임 재판

관으로 지명된 데 대해 반

대했다.

출범과 함께 시작한 국가기관의 고위공직자 임명에 대

한 진지한 제안이 외면당하자, 참여연대로서는 실망은커

녕 전의가 살아났다. 1996년에 박원순의 아이디어로 법조

인 자료실을 만들었다. 전국의 판사와 검사의 개인별 파

일을 만들어 하드커버 등쪽에 이름을 붙인 다음 유리장

속에 진열했다. 가나다 순으로 배열된 3,000여 개의 파일

에서 원하는 이름을 찾아 펼치면 그 사람의 경력, 주요 처

리 사건이나 판결 성향, 평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다는 의도였다. 1996년 12월 1일에는 사법감시센터가 나

서 대법관 임명 때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국회

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

2013 11

1994년 9월 1일,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구성과 시민참여>라는 제목의 공청회를 참여연대와 한

국공법학회, 민변이 공동으로 열었다. 참여연대가 공식적으로 창립하기 이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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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참여사회

는데,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논리가 전개됐다.

1998년 12월에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법무팀 1년 평

가토론회를 열었다. 정책실장 김기식은 사법감시센터의

백미순이 공들여 만든 발표문을 통해 법무부장관과 검찰

의 공과를 분석했는데, 결론은 검찰의 자기 개혁이 절실

하다는 지적이었다. 내부

의 변화가 가능하려면 법

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고, 그

러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임명돼

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

됐다. 민변을 대표해 참석

한 변호사 이인호의 토론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인사 뿐 아니라 인사청문회도 평가 대상

참여연대의 끈질긴 인사 검증의 요구는 점점 사회의 이목

을 집중시켰다. 중요한 인사가 있을 때마다 후보자에 대

한 정보를 분석하여 의견을 제시하면서, 인사청문제도의

도입을 본격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임명직 고위공직자

의 경우 자질을 점검하는 사전 작업이 왜 필요한지 시민

들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고조되던

가운데 주어진 권한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선출직 공

직자인 국회의원의 자격을 검증하자고 나선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폭발하듯 터졌다. 그에 따라 새로 구성된

제16대 국회는 개원한 지 한 달 만인 2000년 6월 23일 인

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헌법사상 최초의 법률에 의한 인사청문의 대상은 국무총

리 후보자 이한동이었다. 법이 시행된 날로부터 일주일

도 되지 않은 6월 26, 27일 이틀 동안 열린 청문회를 국민

들이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참여연대는

세심하게 관찰하며 점검했다. 바로 사흘 뒤에 인사청문

회 평가토론회를 열어 문제점을 열거하여 지적했다. 7월

초에는 대법관 후보자들

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

렸다. 국무총리 후보자 청

문회와는 달리 인신공격이

줄어들었지만, 질문하는

의원들의 준비 부족과 전

문성 결여가 드러났다.

9월에는 헌법재판관 후

보자들이 청문회 무대 위

에 올랐다. 논란의 대상은

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

영철이었는데, 삼성 계열 회사 고문으로 있으면서 받은

고액 연봉의 적합성이 핵심이었다. 참여연대는 자료를 검

토하고 의견을 수집하여 헌법재판소 소장으로는 부적격

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발표 준비를 했다. 그런데 경실련

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자는 제안이 왔다. 소장 후

보자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다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의 사법부 인물 정보력은 꽤 공신력이 있었기 때

문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인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어이

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실련 사무총장 이석연은 회견장

에 도착하자마자 사전 협의도 없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문

건을 기자들에게 돌리고는 마이크를 잡고 일방적으로 윤

1998년 12월 17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신정부 법무팀 1년 평가 토론회>. 참여연대 사법감시

센터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정부 출범 1년을 맞이하여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공과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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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3 11

영철을 위한 변명을 했다. 나눠 준 자료는 자신이 윤영철

과 함께 맡았던 헌법재판소 사건의 결정문이었는데, 그런

훌륭한 일을 처리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었

다. 경실련의 다른 활동가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습

이었다.

더 넓게, 보다 적극적으로, 아주 엄격하게

2001년에는 여론조사 결과

를 토대로 검찰총장 후보

자도 인사 검증을 해야 한

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참

여연대의 강력한 의견을

노무현 정부에서 받아들

여 2003년에는 국가정보

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을, 2005년에는

국무위원 내정자를 청문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로

써 웬만한 공직자는 혹독한 절차를 거쳐야 하게 되었다.

인사청문제도가 본격화하자 참여연대는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항상 그렇듯이 하나의 제도가 일반화하

면 그 제도의 취지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

색하는 데로 눈길을 돌렸다. 지명된 후보자에 대해 흠결

된 부분을 찾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임자라고 생각

되는 후보자를 직접 추천하기로 했다. 사법감시센터에 축

적된 자료를 활용해 대법관 후보 추천에 적극 나섰는데,

2006년 5월 25일에는 이례적으로 기존 법관 중에서 이홍

훈, 유원규, 윤재윤, 이인복, 김상준, 전수안을 변호사 조

용환과 함께 추천했다. 보수 언론들은 참여연대가 어떻게

대법관 후보를 추천할 자격이 있느냐며 엉뚱한 시비를 걸

었고, 훗날 대법관이 되는 서울대 교수 양창수는 거기에

동조하는 칼럼을 조선일보에 기고하기도 했다.

참여연대가 사용한 잣대는 아주 엄격하였다. 욕심이 비

치는 재산 형성이나 조그만 형식적 의혹도 용납하지 않았

다. 그렇게 해야만 애써 마련한 인사청문제도를 제 길로

가게 할 것이고, 국가기관의 운용 시스템을 맑고 바르게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예상하지 못

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참여연대 대표를 역임

한 변호사 최영도가 제2대

국가인권위원장에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되기 전이었

다. 2005년 3월 17일에 배

포된 <신동아> 4월호에 국

가인권위원장의 부동산 투

기와 위장전입 의혹을 제

기한 기사가 실렸다. 그는 즉시 사실을 인정하며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해명했다. 지방의 부동

산 몇 필지를 매입한 것은 20년에서 30년 전 사이의 일이

고, 위장전입은 선산으로 사용하기 위한 임야의 소유권

이전 때문이었다. 참여연대는 긴급히 집행부 회의를 소

집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비난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다

만 다른 인물들의 경우에도 형식상 위장전입까지도 신랄

하게 비판해 오던 터였다. 그냥 넘어가자는 의견과 원칙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엄청난 고심 끝

에 잣대를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원칙을 일

관되게 유지하고 적용할 것”이라는 짧은 성명을 냈다. 그

2003년 7월 18일 대법관 헌법재판관 시민추천위원회 발족식. 발족 이후 2003년 8월 1일, 위원

회는 대법관 헌법재판관 시민추천후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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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참여사회

성명을 본 국가인권위원장은 19일 오전 전격 사퇴를 선언

했다. 논란이 일어난 지 단 하루만의 결정이었다. 그는 그

뒤로 참여연대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1년 6월 25일, 참여연대는 민주당이 헌법재판관으

로 추천한 조용환에 대해 “헌법재판관으로 적절한지 의

문”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발표했다.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위장전입 때문이었다. 그는 참여연대에 유감을 표

시했다. 그가 속한 사무실

의 몇몇 변호사는 즉시 참

여연대 회원 탈퇴를 통지

했다. 스스로 추천한 사람

에게 그런 모순된 태도를

보일 수 있느냐는 항의였

다. 참여연대는 두세 차례

대법관 후보 등으로 그를

추천했다. 하지만 위장전

입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역시 내부에서 원

칙과 예외를 두고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가장 신중한

표현으로 종전의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것

은 당연하였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는 위장전입 문제는

쟁점화되지도 않았다. 위장전입 정도는 워낙 흔한 흠이어

서 문제 삼지 않을 정도로 인사 검증 기준이 하향 조정되

었으며, 그것이 이명박 정부의 특징 중 하나였다. 여당은

1년 이상을 끌다가 엉뚱하게도 천안함에 대한 의견을 억

지로 트집 잡아 부결시키고 말았다.

난관에 봉착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것

척 봐서 그 사람이 올바르고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한 증명과

설득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 자격

보다 형식적 자격을 꼼꼼히 따지게 된다.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항상 잠재돼 있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잘 아는

사람의 장점은 일반화하고 결점은 특수화하는 습관과 그

반대의 습관이 있다.

이인복은 참여연대가 발굴하여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인물이었는데, 역시 위장

전입 사실이 발견돼 반대

하는 성명을 냈다. 실제로

그는 청렴도나 소신의 면

에서 참여연대의 기대 수

준에 가장 접근해 있는 법

관이다. 이정미에 대해선

“헌법재판관 적임자인지

확인되지 않아”라고 논평

했는데, 그는 종전 한상희

의 채점 기준에 의하면 현

재 헌법재판관 중에서는 수위일 것이다. 2기 재판관 중에

서도 가장 반대했던 정경식이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진보

적인 태도를 보였다.

추상적으로는 당당하다가도 구체적으로는 난관에 봉착

하는 것이 인사 검증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 그 중에서도 참여민주주의

의 핵심이다. 하지만 자신의 결점을 자기가 잘 알 때 갑자

기 허전해진다. 한동안 수많은 기자의 호기심을 발동시켰

던 참여연대 법조인 자료실의 수천 개 파일은 이제 사라

지고 없다. 알맹이를 채울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999년 9월 2일, ‘우리는 이런 대법원장을 바란다’는 제목으로 시민

예비청문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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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

1W도 생산 않는 서울, 왜 그리 밝은가

글 박상규

사진 장영식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

#1. 밀양 가는 길

읽으면서 몇 번씩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가슴을 쓸

어내려야 했다. 이계삼(41)의 책과 칼럼을 시원하게 읽는

건 무척 난망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힐링’이 유

행이 된 시대에도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 인간적 상처를

똑바로 응시하는 일은 무척 힘겨운 일이니까.

그래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은 우울하고 슬펐다. 현

실이 아니길 바라는 일, 외면해 버리면 속 편할 사건을 확

인하는 게 힘들었다. ‘불편한 진실’은 개그 소재만이 아니

다. 무척 더운 지난 7월 이계삼은 <한겨레> 칼럼에 이런

내용을 적었다.

“밀양 송전탑 싸움에서 공사용 헬기가 뜨지 못하도록 막

았던 주민들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 당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젊은 검사는 50대 아주머니에게 호통을 쳤다. 말

끝에 그는 ‘자식한테 부끄럽지도 않냐’고까지 했다. 아주머

니는 검사실을 나오자마자 너무나도 서러워서 기다리던

이웃들 앞에서 엉엉 울었다.”

10월 22일 오전, 서울역에서 밀양으로 가는 KTX를 타

면서 “너무나도 서러워서 이웃들 앞에서 엉엉 울었다”는

50대 농부 아주머니를 생각했다. 두 시간여 만에 ‘변방’ 밀

양에 도착했다. 이계삼을 만나기 전, 송전탑 싸움 현장부

터 확인하고 싶어 밀양 단장면 바드리마을로 향했다.

10월 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 강행을 규탄하는 ‘모이자! 밀양의 친구들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계삼 밀양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

24 2013 11

Page 25: Magazine 201311

25참여사회

#2. 밀양 싸움의 현장

깊은 산에 있는 바드리마을에 닿으려면 이중 삼중의 경찰

경비를 통과해야 했다. 마을 입구에는 ‘참 살기 좋은 바드

리마을’이라 적힌 표지석이 있다. 그야말로 산 좋고 공기

좋은 농촌 마을. 하지만 마을에서 주민 만나기가 어려웠

다. 많은 주민은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안전모와 도시락을 든 한국전력(한

전) 직원들만 거친 숨을 내쉬며 마을을 오갔다. 한전 직원

들은 3개 조로 나뉘어 송전탑 공사 현장을 종일 지킨다고

했다. 마을 주변 곳곳은 굴착기에 파헤쳐졌다. 가까이 다

가가면 ‘윙윙’ 소리가 들린다는 76만5000볼트의 고압 전류

가 흐는 송전탑 세워질 현장이다.

해는 일찍 서쪽 산 밑으로 떨어졌다. 바드리마을에서 평

리 마을 쪽으로 내려왔다. 오후 7시, 사방은 어두웠다. 저

멀리 바드리마을도 보이지 않았다. 이계삼을 만나러 밀양

시내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대책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책위 사무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야 많이 고단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확인

했다.

교사로 살다가 운동가로 사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전교조에서 활동했고, 지역(밀양)에서도 이런 저런 활동을

했기에 운동가로 사는 게 낯설지는 않아요. 작년 1월 대책

위에 들어온 후 한전이 세 번 공사를 시도했는데, 이번엔

너무 강하게 들어오네요. 지금 (한전과 공권력에) 뚫려서

힘들지, 교사 생활에 비해 특별히 고통스럽지는 않아요.

이계삼은 경기도 김포 통진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사회생

활을 시작했다. 이후 고향 밀양으로 내려와 자신의 모교인

밀성고등학교에서 11년 간 학생을 가르쳤다. 가만히 있으

면 한국 사회 구성원 다수가 꿈꾸는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는 자리. 하지만 그는 몇 차례 공언한 대로 2012년 2월

10일 자로 학교를 떠났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대개의 청년이 실업과 비정규

직을 벗어날 수 없는 시대. 교사로서 그는 “(아이들에게)

사기를 그만 좀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냈다. 석

유가 고갈되고, 석유에 기초한 자본주의 고도성장 시대가

끝나가는 지금, 그는 “농업 아니면 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인문학과 농업을 가르치는 귀농학교를 열 생각이었다. 실

업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우리 함께 농사 짓

자”고 손 내미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하지만 그의 꿈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2012년 1월 16일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던 이치우(당시 74세) 어르신

이 분신해 목숨을 끊은 뒤였다. 이계삼은 곧바로 ‘이치우

열사분신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송전탑 반대 운동

에 뛰어들었다.

귀농학교를 계획했는데, 한없이 미뤄지게 됐네요.

그렇죠.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현장에

서)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요. 벌써 두 사람이 구속됐고, 연

행자가 스무 명이 넘습니다.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내

신상에 어떤 일이 닥칠지……. 꿈꾼 일을 할 수 있을지 모

르겠네요.

현장에서 싸우는 분들이 대부분 70~80대의 노인들입니

다. 대책위에서 특별히 당부하는 말이 있을 텐데요.

우리 대책위는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끝까지 갑니다.

이건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일이죠. 밀양 사태가 가지는 진

실, 이 싸움에서 지켜야 하는 정의가 있다고 봐요. 그걸 우

리가 놓치면 안 되죠. 여기에 더해 대책위는 더는 희생자

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고 어르신들의 진실이 사회에 전달돼

야 하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한전과 정부가 너무 강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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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3 11

밀어붙이고 있으니까요. 송전탑 공사 명분이 신고리 원전

3·4·5기의 조기 완공과 내년 전력 수급 안정이라는데,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잖아요. 정부와 한전은 명분과 합리

성을 잃었는데도 공사를 강행합니다.

송전탑 공사 명분은 거짓이라고? 잠깐 밀양 송전탑을 둘

러싼 진실을 살펴보자. 지난 10월 1일 조환익 한전 사장은

“신고리 3·4호기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

수급의 안정을 위해 10월 2일부터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 뒤 밀양 단장, 부북, 산외, 상동면

구간에서 송전탑 공사가 재개됐다. 곳곳에서 충돌과 부상

자가 속출했다.

밀양 송전선로는 부산 기장군 신고리 3·4호기 핵발전

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전달

하는 역할을 한다. 대책위 측은 신고리 3·4호기 전력 생

산량은 영남권 전기 수요 관리로 해결될 정도로 극히 적다

며 정부의 ‘전력난’ 논리를 반박한다.

게다가 신고리 3·4호기 제어 케이블도 문제다. 최근 검

증 결과 ‘부실’이 드러났고 전면 교체를 해야 한다. 전문가

들은 케이블을 교체하는 데 최대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

상한다. 즉 신고리 3·4호기 준공은 2015년에나 가능한

일이어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논리

가 가능하다.

방금 언급한 밀양 싸움이 갖는 의미와 정의는 뭔가요?

오늘날 한국 사회 다수의 도시인과 대기업이 누리는 안락

은 시골 주민들이 당하는 폭력과 희생에 기초한 겁니다. 대

규모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에 지어

서 전기를 도시로 보내는데요, 전기를 가장 적게 쓰는 시골

사람들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도시를 위해 희생하는 불

공평, 불평등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깊게는 원전 증설 문

제가 있어요. 신고리 발전단지에 현재 원전 6기가 가동 중

이고, 앞으로 예정된 것까지 합치면 총 10기입니다. 원전은

다음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는 위험한 사업이에요. 가

1

Page 27: Magazine 201311

27참여사회

까운 곳에 부산, 울산, 대구 등 인구 밀집 지역도 있고…….

이젠 (위험하고) 부도덕한 일들을 그만할 때가 됐는데도,

국가는 반성의 기미 없이 파시즘적 태도로 밀어붙이고 있

습니다. 이런 것들이 밀양에서 폭로되고 있죠.

후쿠시마 사태 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탈

핵 논의가 활발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마을 주민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엔 송전

탑만 봤는데, 이걸 따라가보니 그 끝에 원전이 있더라” 중

요한 발견입니다. 주민들은 원전이 증설되지 않으면 송전

선로는 필요 없다는 분명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후쿠시

마 사태도 있고, 분명히 세계적으로 탈핵의 흐름이 있습니

다. 그런데 이걸 거스르는 ‘원전 마피아’ 즉 정치인, 기업이

있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탈핵 논의

를 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그동안 안락한 체제에 길들

여진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 변화는 시급한 일인데, 다

들 이 체제에 머무르려는 관성이 있죠. 탈핵은 단순히 에

너지 정책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문제예요. 후쿠시

마도 그렇지만, 원전은 다 도서벽지에 있잖아요.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시골을 거쳐 이동하고. 원전은 약자들, 소

수자들, 미래 세대 희생 위에서 존속하는, 기본적으로 민

주주의에 반하는 일입니다.

고단한 싸움이지만, 그 과정에서 어르신들에게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아요.

막연히 생각하던 시골 농민들, 흙에서 사는 사람들의 심

성, 이런 것들에 깊이 감동하는 순간이 많아요. 여기 분들

은 돈이 더 필요해서 싸우는 게 아닙니다. ‘그냥 여기서 살

고 싶다’는 겁니다. ‘국가가 하는 걸 어떻게 막겠느냐’하는

마음도 물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은 ‘나는 죄

를 짓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느

냐’는 본질적인 각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전이 얼

마나 심하게 했습니까. 어른신들 배려하는 척도 하고, 겁

박도 하고, 자식들에게 연락해 포기를 종용하고, 손해배

1 2013년 5월22일 부북면 평밭마을 127번 현장에서 있었던 한전과 공권력의 폭력

에 나신으로 항의하고 있는 밀양 어르신.

2 지난 10월 3일, 공사가 재개된 이후 126번 현장에서 공사 중단을 위해 단식 투

쟁하던 주민 곁에서 어르신이 울고 있는 모습. 2

사진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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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3 11

상 소송, 공사방해 가처분, 고소·고발 등이 무수히 있었

어요. 그래도 어르신들이 굴하지 않은 건 ‘인간적 자존감’

때문이죠. 어르신들의 마음속에는 정의감 같은 게 있어요.

물론 송전선로가 들어와 재산권 행사가 정지되는 것도 큰

문제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싸움이 지탱되는 건 아닙니

다. 돈으로 다 수렴되는 사회에서 이 어르신들이 살아있는

인간성과 타인에 대한 환대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참 귀한 거죠.

인간적 자존감……. 검사에게 호통 당하고 이웃들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는 농부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셨는데, 많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사실 그건 여기에선 빙산의 일각도 안 됩니다. 공사 현장

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니까요. 그런 점이 참 걱정이

에요. 이 싸움의 승패와 상관없이, 주민들이 그동안 당했

던 일들을 당신들이 어떻게 추스를 수 있을지…….

밀양 사태를 통해 크게는 탈핵 등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맥락은 아니지만, 현

장의 싸움을 끝낼 절차도 필요해 보입니다.

공론화해야죠. 공론화 기구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형식적 기구는 많아도 주민, 시민사회,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사회 공론화 기구는 사실상 없어요. 공론화

기구에서 송전탑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와 우려, 우리가 생

각하는 대안, 지중화 문제 등을 모두 논의해야 합니다. 그

렇게 하지 않으면 주민들은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겁

니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도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정치 문제가 크죠. 정치가 (갈등의 문제를) 받아 안아

서 중재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정치의 역할이 원래 그

런 것 아닌가요? 그런데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도

손을 못 쓰고 있죠. 절망적입니다. 주민들이 국가폭력을

1 고 이치우 어르신의 뜻을 이어 싸울 것을 다짐하는 밀양의 한 주민.

이치우 어르신은 밀양 송전탑 문제와 맞서 싸우다가 2012년 1월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평생을 살아온 곳에서, ‘그냥 여기 살고 싶다’는 마음일 뿐이다.

3 밀양의 한 어르신이 쓴 탄원서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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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참여사회

당하지 않도록 정치가 완충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공간

이 빠져 있죠. 그러니 주민들이 맨몸으로 국가폭력을 막고

있는 거고.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은 국가 정책과 깊은 연관돼 있어

요. MB정권 때 원전 수출을 했는데, 아랍에미리트(UAE)

와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2015년 7월까지 신고리 원전 3

호기를 가동해야 해요. 잘 가동한다는 걸 보여줘야 페널티

를 물지 않는다는 거죠. 결국 (송전탑 건설 강행에는) 원전

수출 사업 자체가 신용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

다. 원전 마피아들 강력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 이걸

과연 정치권이 막을 수 있을까? 저는 전체 시민들의 의지

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시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어르신들은 할 만큼 했습니다. 8년 동안 싸웠고, 최

근 3년은 거의 전투를 치르는 나날이었죠. 어르신들이 계

속 나아가주길 바라지만, 분명히 많이 지쳤을 겁니다. 이

젠 시민들이 나서야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위해서 마음을

모아줬으면 합니다. 주민들은 저항을 꺾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글과 강연을 통해 석유 고갈, 탈핵, 농사와 노동의

중요성 등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

면 ‘이계삼의 밀양 투쟁’은 필연인 듯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이렇게 큰 싸움을 하게

될 줄은……. 제 성품 자체가 거대한 일을 감당할 만한 사

람이 아니에요. 배포도 작고 심약한 사람이죠.

#3. 다시 서울로 가는 길

인터뷰가 끝으로 향할 즈음. 이계삼은 이야기를 끊고 “담

배나 한 대 피자”며 밖으로 나갔다. 그는 “끊었던 담배를

7년 만에 다시 피우는 것”이라며 “종종 담배가 위로가 된

다”며 한숨 쉬듯 연기를 내뿜었다. 이계삼은 윤동주를 좋

아한다며 그의 시 <길>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그는 “도시에서 사는 건 내 체질에 맞지 않고, 삶이 마

모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우린 너무 많은 걸 잃어버

렸고, 그걸 찾는 삶의 방식은 흙과 가까운 삶”이라고 말했

다. 학교를 떠나 귀농학교를 열겠다는 이계삼의 꿈은 보류

됐다. 농사를 짓고 인문학을 공부하며 아이들과 꿈을 나누

겠다는 그는 지금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는 언제쯤

계획한 대로 흙과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그가 아닌 우리가 답해야 할 것 같다.

23일 새벽에야 서울역에 도착했다. 76만5000볼트의 전

기를 도시로 보내야 하는 밀양 바드리마을은 오후 7시만

돼도 암흑이었는데, 서울은 새벽에도 불야성이었다. 이계

삼의 말대로 단 1W의 전기도 생산하지 않는, 자기 먹을 것

도 키워내지 못하는 서울은 번쩍번쩍 환했다.

박상규 오마이뉴스 기자

단언컨대, 서른이 될 때까지 ‘기자’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연히 <오

마이뉴스>에 입사해 거의 10년 동안 일했다. 너무 오래 일했다. 곧 세계

여행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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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3 11

만남

김동규 회원

글 호모아줌마데스

사진 Nina Ahn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노동자 마을 카페 봄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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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참여사회

그의 이력서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생운동 시작, 군 제대 후 한국대학생총연합회

의 간부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전국민중연대 활

동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후 올 3월에 그만 두기까지 8년간 한

국진보연대 상근자로 근무. 2008년 촛불집회 때 광우병국민대책회

의 조직팀장으로 활동하다 수배됨, 조계사에서 천막 농성으로 맞서

다 끝내 체포, 수감. 현재 노동자마을카페 봄봄의 매니저.

참으로 초지일관적인 이력. 스펙만 놓고 보면 꽤나 강성이지 싶은

데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그는 순박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이른바

‘외유내강형’,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스타일…….

“대학 입학하고 탈춤반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 하고 함

께 공부하고 술 먹고 부대끼며 사는 게 너무 재밌고 좋았어요. 제가

92학번인데 그때만 해도 서클에 들어가고 데모 나가는 게 자연스러

운 분위기였죠.”

그런 행보가 전공이 정치외교학인 것과 관련 있는 것인지 묻자 그

건 아니란다. 몇 번의 추가 질문을 하고 나서야 왜 그가 소위 ‘운동

권’에 온 청춘을 받쳤던 것인지 실마리가 잡혔다.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 중 하나가 ‘착하게 살아라’였어요. 그런

어머니의 바람이 제 인생의 기조가 된 셈이죠. 웬만하면 착하게 말

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방향의 선명성도 중요하지만 통합적으로

가야한다는 게 제 스타일이에요. 좋은 게 좋은 거고 차이가 좀 있더

라도 다 함께 가야하는 거고.”

그러나 그가 살아낸 시대는 ‘착하게 살자’라는 신조를 지키려면 싸

움꾼이 될 수밖에 없는 수상한 시절이었다.

“진보연대 활동가로 있으면서 2005년 매향리 사격장, APEC 회

의, 홍콩에서 있었던 WTO회의 등 굵직한 사건들이 참 많았죠. 홍콩

에는 농민들과 함께 대규모 원정 투쟁을 갔었고 2006년 한미FTA 협

상 때도 미국에 4번 정도 갔었고, 그때가 원정 투쟁의 원년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견문과 시야가 넓어진 계기가 되었죠.”

신자유주의 격랑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을 덮쳐올 때였다. 큰 파

도들이 휩쓸어가는 역사의 현장에서 그는 가장 앞에 서 있었다. 그래

서 부딪치고 깨지고 피 흘려야 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때 수배를 당했는데, 조계사에서 농성을 하

다 결국 잡혔죠.”

아무리 지나간 이야기라도 ‘수배’이야기를 이렇게 웃으며 해도 되

나 싶지만 다 사연이 있다.

“자진출두는 하지말자, 청계광장에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

회견을 하고 잡히더라도 잡히자, 이렇게 정리하고 막 헤어지려고 하

는데 누군가 동해에 가자고 했어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

는데 동해에 가서 해나 한번 보자고…….”

그들은 진짜로 동해에 갔고, 모텔에 있다 붙잡혔다. 해는 보지도

못 했다.

“영화 한편 찍었죠, 하하하”

결혼식에선 턱시도 차림으로 1인 시위를 했고, 결혼 세레모니로는

100만 원을 내고 부인과 함께 민주노동당 평생당원이 되었다. 인생

을 영화로 만들 줄 아는 남자다.

세상을 바꾸는 노동과 마을의 합체 - 카페 봄봄

그렇게 가입했던 민주노동당은 이후 통합진보당으로 바뀌었고 그가

일했던 진보연대는 통합진보당 소속 단체였다. 그가 올 3월에 그곳

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런 사실들과 무관하지 않다.

“결정적 계기는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문제 때문이었죠. 너무 많

“카메라 보지 마시구요. 손은 좀 더 자연스럽게, 자 이제 크게 한번 웃어주세요.”

온갖 주문이 쏟아지자 그의 몸이 점점 더 경직된다.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목까지 빨갛다. 인터뷰할

때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던 그도 카메라 앞에 서자 손과 발을 어쩔 줄 몰라 당황한 기색이다.

“너무 크게 웃으면 사진이 예쁘게 안 나오던데요.”

연신 터지는 플래시에, 옆에서 웃고 박수치며 구경하는 사람들의 성화에 정신이 나간 얼굴로 허둥지둥 하면서도 할 말

은 다 하는 이 남자, 김동규 회원. 자신의 결혼식에서 ‘반값등록금, 될 때까지!’라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는 전

설의 주인공다운 포스였다. 그나저나 결혼식 시위 사진도 표정이 자연스럽진 않던데 말이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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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3 11

은 일들이 있었고 일일이 다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간단히 말

하면 제가 가진 문제의식은 이석기 의원이나 특정 정파 차원의 것이

아니에요. 눈앞에서 지난 10여 년간 이룩했던 진보정당 운동의 성과

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보며 이젠 그동안 해왔던 일들

을 열심히 해나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보진영 내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 누구

를 탓하기 이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했다.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였죠. 멈춰 서서 지

나온 길들을 되짚어 봐 야했어요. 철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는 일, 그

자체가 새로운 운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운동이 관성이 되면 더 이상 운동성을 느낄 수 없다, 그럴 땐 오히

려 멈추는 것이 새로운 운동이다, 멈춤은 단지 정지가 아니기 때문이

다. 그가 페이스북에 쓴 말들이다.

“그러다 비슷한 고민들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고, 노동을 가지고 마

을 안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고, 그렇게 탄

생한 것이 노동자마을카페 봄봄이에요.”

서로 마주보며 함께 가자는 뜻의 ‘봄봄’. 서울노동광장에서 공간을

내주고 한시적으로 재정적인 도움도 주고 있지만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카페의 의사결정은 회원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카페 반상회에서

해요. 협동조합의 형태는 아니지만 카페는 회원 모두의 소유인 거죠.

강의도 열고 미싱이나 드로잉 같은 것도 함께 배우고 텃밭도 가꾸고,

앞으로도 실험해볼 만한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지금은 수공예작가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만든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어요. 봄에는 텃밭

에서 나오는 걸로 샐러드도 만들고, 동네 주민들이 만들어 온 오미자

차, 매실차로 음료를 만들어 팔기도 하구요. 어느 정도의 규모로 만들

어 갈 것인가, 지속가능한 것인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 하는 고민은 계속 하고 있어요.”

봄봄이 위치한 영등포에는 노숙인들이 많다. 외국인노동자들을 비

롯해 인근에 직업훈련학교 학생들, 고시원에 사는 이들, 작은 가게를

하는 상인들도 많다. 그들 모두를 마을이라는 공간 안에서 ‘노동’이라

는 열쇳말을 가지고 만나는 것. 봄봄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이 모든

관계가 함께 어우러지고 더 넓게 확장되는 것. 이것이 그가 꿈꾸는

미래다.

사랑학개론

참여연대 사람들 모두와 알고 지낸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2008년 촛불집회 때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활동을 하며 참여연대

사람들하고 많이 친해졌어요. 그전까지 저에게 참여연대의 이미지는

엘리트적이고, 정책이나 만들고, 옛날식으로 말하자면 약간 개량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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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참여사회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정도? 근데 같이 촛불시위하면서 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모습에 엄청 감동받았죠.”

쉽게 말해 참여연대는 몸은 안 쓰고 머리만 쓴다는 느낌. 그 편견

이 촛불시위의 현장에서 함께 싸우며 깨져나갔다. 서로가 서로에 대

해 배우고 알아갔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참여연대 사람들에게 하도 술을 얻어먹어서 죽을 때까지 회비를

내도 아깝지가 않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쯤 질문지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별이 눈에

띄었다. ‘사랑학개론.’

술자리에서 그렇게 사랑에 대해 강의를 하신다면서요?

“저야 뭐, 외계인과도 총단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해동포주의자

라고 할 수 있죠.”

으이구, 그런 맥락이 아니란 거 잘 아시잖아요.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나름 실전을 통해 구축한 이론들

도 몇 개 가지고 있고, 일반적인 사랑의 이론들도 있어요. 일단 사랑

에는 물결론과 깃발론이란 양대 이론이 있는데, 깃발론은 혼자 가

서 일방적으로 고백하는 거고 물결론은 시간을 두고 물결을 일으켜

서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거죠. 참여연대 간사 한명이 연애

문제로 괴로워할 때 제가 코칭을 좀 해준 적이 있죠. 그 두 사람 지금

결혼해서 잘 살아요.”

그때 그가 추천한 건 깃발론. 물결론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

이란다.

“사랑의 시작은 사랑하는 마음을 먹는 거다, 일단 네 마음을 전부

다 표현해라, 그 다음은 네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조언했죠. 저도 제

아내와 결혼할 때 깃발론을 썼어요. 마음이 정해졌을 때 문자를 보냈

죠. 나랑 데이트 한번 하자구요.”

음, 수배 중에 동해의 일출을 보러 갔던 로맨티스트 치곤 좀 별론

데요, 라고 하자 함께 있던 다른 여성들의 반대 발언이 쏟아진다. 직

접적인 표현이 더 매력 있다는 것이다. 난 늘 소수자인 운명을 타고

났다보다. 여하튼 연애가 화두로 떠오르자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모

두 대동단결의 자세로 대화에 참여한다. 이날 인터뷰는 그의 ‘이론과

실전에 근거한 러브스토리’를 길게 듣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

었다.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시대의 격랑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생의 어느 순간 멈춤을 선택하고,

그리고 그 이후 그는 자신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전에는 개인적인 삶에서든 운동에서든 이걸 해야 한다는 당위

혹은 도덕, 책임 같은 게 더 앞섰었죠. 지금은 내가 내 삶의 진정한

주체가 된 느낌이에요. 이전의 활동들과 관계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

니구요, 어쨌든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하는 것들을 가지

고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으려 하는 거죠.”

그래서 그는 이 시에 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백무산의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에 말이다.

그대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그대는 그곳에 그렇게 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일렁이는 바다의 얼굴이다

모든 길을 열어두겠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하나일 수 없다

길 밖 허공의 길마저도 열어두겠다

봄봄에 모인 사람들이 꼭 하나의 지향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지

역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건 맞지만 마을 안에 갇혀서도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하나의 얼굴도 아니고 하나일 수도 없는, 그대에게 가

는 길. 그 길목에 카페 봄봄이 있다.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

원활동을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

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카페 봄봄에서 판매하는 수공예 협동조합 ‘소꿉’에서 제작한 물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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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이 생각하는 검사 = 정의의 무사

검사는 가슴에 칼을 품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 이들의 사주

를 보면 칼이 읽힌다는 말도 있다. 진실이 무엇이건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검사의 역할 자체가 칼을 휘두르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검사는 법을 위반한 자들을 붙잡아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합법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일반 검사들 역시 칼 검劍자를 써서 스스로를 검사劍士 혹은

무사武士에 곧잘 비유한다. 이 비유의 기저에는 일반 민중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악의 무리들을 향해 앞장서서 칼을 휘두르는 정의의 사도가

있다. 악의 무리가 더 크고 위협적일수록 그들을 대적하는 검사는 더

폼이 난다. 가끔 퇴임하는 검사들이 한시나 고전의 글귀를 인용해 자

신의 심정을 내비치는 것도 무사의 풍류를 흉내 낸 것이다.

국민들이 보는 검사 = 권력의 사냥개

일반 검사들이 생각하는 정의의 사도로서의 무사 혹은 검사 이미지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검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권력의 사냥개’이다. 주인이 “가서

물어!”라고 시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서 무는 존재, 주인이 시키기 전에는 절대 물 수도 없는 존재이다.

사냥개에게는 또 하나의 철칙이 있다. 절대 주인을 물지 않는다. 자신이 사냥한 동물도 주인이 허락하기 전에는

절대 먼저 먹지 않는다. 주인을 물거나 주인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밥을 얻어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사

냥개는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래도 사냥개에는 무사의 이미지가 조금은 묻어난다. 주인을 위해 몸을 던지는 ‘심복’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

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사냥개 이미지에 한 가지 더 덧붙여졌다. 권력자에게 빌붙어 아양을 떠는 애완견 이미

지이다. 돈 많고 힘센 권력자들의 무법 행위 앞에서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고 기분을 맞추려고 보이는 행태를 빗

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 다시 사냥개로 돌아갈 것인가

정치

이용마 MBC 해직기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

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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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참여사회

역대 정권과 검사의 굴욕과 영광

정의의 무사라는 생각은 그저 검사들의 희망사항일 뿐, 사냥개 이미지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정치적 반대자 탄압에 가장 효과적인 수

단이 바로 검찰이었다. 반대 세력에게 무슨 혐의든 덧씌워서 구속을 남발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탄압 수단이 없었고, 이를 가장 잘 하는 검사에게는 출세의 지름

길이 보장되었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이 검사에 대해 “짱이야”를 외쳤던 시절도 한 때 있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할 때였다. 당시 수사의 주역이었던 송

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송짱’, ‘안짱’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

로 정의의 사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금까지도 그 후광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진정 무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대통령 노무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통령이 검찰에게 충

분한 자유를 주지 않았던들 과연 검찰이 그 정도로 속 시원하게 칼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정권에 불

리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건드릴 경우 위에서 누르고 막고 쫓아내는 상황에서 과연 “짱이야” 소리를 들을 수 있

었을까?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찰은 비로소 사냥개에서 벗어났다. 처음으로 주인인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 권

력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무사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이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검찰은 다

시 사냥개로 전락해버렸다. 그것도 애완견 이미지만 남은 아주 비참하고 늙은 사냥개로 말이다. 주인을 자처하

는 무리들이 4대강이니 뭐니 하며 버젓이 불법을 저질러도 못 본 체 눈을 감아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다시 사냥개가 되기를 바라는 정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희망은 검찰이 다시 무사가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이었지만 전두환·노태우 추징금 환수, CJ 이재현 회장 구속기소, 원세훈·김용판 기소, 4대강 담합 등을 철저

히 수사하며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채 전 총장이 시대를 잘못 만난 것이다. 그의 임명권자는 자신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이

예전처럼 말 잘 듣는 사냥개이기를 바란다. 검찰이 오로지 자신이 지시하는 상대만 물고, 주인인 자신을 물기를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이 점에서 최근 국정원 수사의 실무 책임자인 윤석열 팀장이 국정원 직원들을 긴급 체포한 일은 용납할 수 없

는 일탈 행위이다. 주인을 문 사냥개를 내쫓았는데, 그 사냥개의 새끼가 나타나 다시 주인을 물었기 때문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격노했다는 말은 곧 박근혜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할 것이다.

대한민국 검사들이여! 박근혜 정부 하에서 다시 사냥개가 될 것인가, 아니면 권력에 맞서는 무사가 될 것인

가, 선택은 당신들의 몫이다.

검찰을 상징하는 CI에도 칼을 형상화한 그

림이 한 가운데 그려져 있다. 검찰은 이 칼

이 정의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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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설과 지동설에 동시에 상을 주다

금년도 노벨경제학상은 시카고대학의 유진 파마와 라스 피터 한센,

그리고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에게 돌아갔다. 기사를 본 순간, ‘도

대체 어떻게 파마와 실러가 동시에 수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금

융위기라는 난리가 났는데도 어떻게 파마한테 상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첫 번째의 의아함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한 이

는 존 케이 런던정경대학 교수였다. 이번 수상자 선정은 “천동설의

프톨레마이오스와, 이를 부정한 코페르니쿠스에게 동시에 물리학상

을 준 것과 같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파마는 ‘효율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로 유명하고 실러는 그

가설을 실증으로 부정한 사람이다. 파마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가격

은 모든 공개된 정보를 놀랄만한 속도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효율적

이다. 저 유명한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가설’의 금융시장판이니 시카

고대학에서 환영할만하다. 또한 그의 이론은 마이클 젠센 등의 기업

이론과 결합하여 주주자본주의론을 완성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

라는 이론은 현실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었다. 보통의 주주는 그 어느 누구도 경영자의 행동을 감

시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그럴 능력도 없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기업의 성과가 주가에 정

확히 반영될 것이고 따라서 경영자는 주가 극대화를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반면 실러는 바로 그런 주장을 부정했다. 그는 현실의 주가가 기업의 배당 실적보다 훨씬 더 심하게 요동친

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증명했다. 그에 따르면 주가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는 거품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쓴 대중서의 제목 『비이성적 과열』, 『야성적 충동』은 그의 이런 생각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카네만

등의 행동경제학을 금융 부문에서 전개했다. 투자자의 심리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에서 그는 케인즈의 후계

자인 셈이다(물론 그의 부인이 심리학자인 것도 여기에 일조했다).

노벨경제학상과 금융위기

경제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

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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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참여사회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티글리츠나 크루그만은 효율시장가설을 2008년에 촉발된 위기의 원흉 중 하나로 지목했다. 파마는 “도대

체 거품이 뭐냐, 나는 정의를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정보가 다 반영된 게 곧 가격인데 거기 뭔가가

덧붙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놀랍게도 첫째,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존재한다 하더라도 미리 알

수 없다, 셋째, 안다 하더라도 미리 대처할 방법은 없다는 이 주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경제학계의

주류였다.

거품이 터지면서 위기가 닥치자 파마 등 시카고 학파는 오히려 이를 정부 실패라고 주장했다. 파마는 “금융

시장은 위기의 피해자지 원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가 신용에 대한 문턱을 너무 낮춘 것이 원인이고 금융

기업들은 그런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시장만능론자들이야말로 바로

그 금융규제 완화를 목청껏 외쳤다는 사실은 이미 잊었다. 영국 여왕이 “도대체 경제학자들은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라고 물었을 때 묵묵부답할 수 없었던 경제학계는 이런 억지를 아직도 가슴에 담고 있다. 이로써 내

두 번째 의문, “금융위기는 수상자 선정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친 것일까?”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세계경제는 아직도 돈을 수혈해서(양적완화) 겨우 돌아가고 있다. 위기 직후 G20 등에서 한 목소리로 외쳤

던 금융규제 강화 방안들은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위기를 계기로 시카고 학파의 재정긴축 주장

은 다시 강력해졌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조만간 또 다시 유사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학자들

은 현실을 맨 눈으로 보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실러의 (거시)행동경제학은 아직 대안까지는 아

니더라도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 Eugene F. Fama

라스 피터 한센 Lars Peter Hansen

로버트 실러 Robert J. Sh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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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3 11

외부세력?

밀양이 뜨겁다.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를 공권력의 힘을

빌려 해결을 시도하려다 또다시 주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말았

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 대부분이 노인임을 염려하며 이들을

돕고 함께 싸우고자 각지에서 시민들이 속속 밀양에 모여들었다. 이

를 두고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외부 세력의 개입이라며 문제 삼았다.

익숙한 프레임이다.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씨를 보러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모인 시민을 향해서도 그들은 외

부세력이라 했다.

그렇다. 우리 사회에는 ‘외부세력’이 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약자를

돕고 함께 싸우는 연대의 정서와 풍속이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오늘날 시민사회가 주요 현안마다 함께 헤쳐 나갈 ‘국민운동본부’를

꾸리는 걸 당연시하는 연대 문화는 다른 나라에선 찾기 힘든 우리의

강고한 전통이다. 근대적 연대 문화의 기원은 한국인 모두가 약자 처

지의 식민지민으로서 서로 어깨를 걸고 살아야 했던 1920년대로 거

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 당시 연대에 참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외

부세력 개입이라 부르며 탄압한 강자는 일본 식민 권력이었다.

연대의 기원, 마음과 돈으로

3·1운동의 여파로 청년, 농민, 노동자가 나서며 사회 운동이 활발하던 1923년에 전남 무안군 암태도에서 소작

료 인하를 요구하는 소작쟁의가 일어났다. 해를 넘겨 소작인과 지주 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50여 명의 소

작인이 체포되자 소작인 600여 명은 목포지방법원 앞에서 노숙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이 소식이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전국의 개인과 사회단체로부터 지지와 성원이 답지했다. 서울에서는 건설사라는 사상 단

체 주도로 ‘600여 명의 군중이 한 푼 돈과 한 줌 쌀 없이 닥쳐오는 굶주림과 넘치는 비애에 어쩔 줄 모르고 있

으니, 동포로서 힘을 보태야 한다’고 호소하며 쟁의 기금을 모았다. 저명인사는 물론 조선일보, 동아일보, 시대

일보 등의 사원들도 주머니를 털었다. 조선노농총동맹은 조사단을 파견하는 한편, 조선청년총동맹과 함께 소

연대의 전통, 살아있네!

역사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참여연대 창립 멤버, 현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였다. 한국 민

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궤적을 좇는 작업과 함께

동아시아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Page 39: Magazine 201311

39참여사회

작쟁의 지지를 위한 연설회를 준비했으나, 경찰이 불허했다. 평양에

서 노동, 농민, 청년 단체 등이 합동으로 준비한 연설회 역시 금지되

었다. 쟁의 기금은 방방곡곡은 물론 멀리 일본 오사카에서도 보내왔

다. 암태도라는 섬에서 일어난 소작쟁의에 대해 전국 각지에서 지지

성원하는 모습은 당시로선 낯선 풍경이었지만, 따스한 연대의 힘을

실감하게 만든 경험이기도 했다.

연대의 진화, 함께 싸운다

1920년대 마지막 길목인 1929년, 식민지 조선을 뒤흔든 대사건들이 일어났다. 원산총파업과 광주학생운동. 신

년 벽두인 1월에 원산에서 원산노동연합회의 주도로 24개 노조,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총파업을 단행했다. 어

느 공장에서 일어난 일본인 감독의 한국인 노동자 구타 사건이 발단이었다. 처음 접하는 대규모 총파업 투쟁에

대한 관심과 성원은 뜨거웠다. 개인이나 단체에서 날아온 지지 전보와 편지, 십시일반으로 내놓은 파업 기금의

내역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전국의 경찰은 원산총파업을 지지하는 연설회나 편지, 파업 기금 발송을 막

기 위해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재판에 넘기며 위협했다. 일본의 노동단체들도 연대에 동참하여 파

업 기금을 모아 보냈다. 고베와 홋카이도에서는 연대 파업이 일어났다. 주목해야 할 변화는 신간회를 비롯한

전국의 사회단체들이 직접 원산에 가서 파업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다는 점이다. 그들은 외쳤다. ‘전국의 노동

자는 일어나 원산 쟁의를 승리시켜라. 각 공장, 직장에서 응원단을 조직하라!’

그 해 11월에 일어난 광주학생운동에서는 전국의 학생들이 동맹적 연대 투쟁을 전개했다. 학생들이 광주에

집결한 것이 아니라, 광주로부터 전국으로 시위와 동맹 휴학이 확산된 것이다. 광주에서 학생 시위가 일어나

자, 신간회와 조선학생과학연구회 등은 곧바로 광주로 내려가 진상을 조사하고 서울서 시위를 계획했다. ‘광주

학생에 대한 응원’, ‘식민지 교육 반대’ 등을 위한 총궐기를 촉구하는 격문과 함께 시작된 서울에서의 동맹 휴학

은 곧바로 전국으로 파급되어 이듬해 1월까지 이어졌다. 전국 194개 학교, 5만 4천여 명의 학생이 동참한 연대

투쟁이었다.

1920년대 연대의 전통은 식민 경험 속에서 한국인의 민족 정서가 탄생시킨 고유의 문화이다. 암태도소작쟁의,

원산총파업, 광주학생운동. 그것들이 장기간에 걸친 투쟁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포개고 돈을 보태

고 동참하고 동맹하며 싸우던 연대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방 이후 민주주의 발전의 길목마다에도 그 연

대의 기억과 전통이 문화로서 힘을 발휘했다. 그 때마다 외부세력의 개입이라는 권력의 폄하 역시 늘 따라다

녔다. 그렇다. 밀양 주민이 오래도록 버틸 수 있게 만든 동력 중 하나는 시민과 상식이 자신들을 지지하고 함께

한다는 연대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외부세력이여, 밀양에서 또다시 희망의 연대를 꾸려보자.

Page 40: Magazine 201311

40 2013 11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후배가 지은 문구

다.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 문구처럼 참된 휴식은 아무것도 하

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은 점점 줄

어들고 있다. 주6일에서 주5일제 근무로 바뀌면서 일하는 시간이 줄

었지만 휴식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미하일 엔

데의 소설 『모모』에서처럼 누가 우리 시간을 훔쳐가기라도 한 것일

까? 왜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일까?

주말에 쉬었는데 왜 이리 피곤할까?

얼마 전 한 친구가 주말에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고 푸념을 했다. 그

는 부인과 쇼핑을 하거나 아이들과 외식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주말 이틀을 그냥 집에서 쉰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몸

에 이상이 있지 않다면 그렇게 쉬는데도 피곤할 수가 없는데…….

주말 일과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 친구는 하루 종일 소파나 마룻

바닥에 누워 지냈다. 문제는 그가 늘 손에 쥐고 있는 리모컨이었다.

그에게 휴식은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이 채널 저 채널 옮겨가며 텔

레비전을 보는 것이었다. 답이 나왔다. 보거나 듣는 것도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시력視力과 청력聽力 모두 글자에

드러나 있듯이 힘이 드는 일이다. 결국 그 친구의 주말은 쉬는 게 아니라 보고 듣는 데 힘을 쓰는 활동이었던 셈

이다.

휴식이란 무엇인가? 한자로 써놓고 보면 쉰다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휴식休息. 휴休는 나무 옆에 누운

사람을 뜻하고, 식息은 숨 쉬는 것을 말한다. 조상님들은 힘든 농사일을 하다 나무 그늘에 누워 늘어지게 자는 농

부와 같은 상태를 쉼이라고 보신 것 같다.

물론 현대인들에게도 농부가 논밭에서 벗어나듯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있다. 문제는 그 시간에 제대로 쉬

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휴식의 본령이랄 수 있는 잠을 보자. 잠만큼 좋은 휴식은 없다. 등산, 수영, 걷기 등

일보다 더 중요한 활동, 휴식

생활

권복기 한겨레 기자

『참여사회』 편집위원. ‘심플 & 소울’로 살려다

가 느닷없이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게 돼 여전

히 ‘멘붕’을 겪고 있지만 하늘의 뜻이 있을 것

으로 굳게 믿고 있음. 청년과 지역 공동체를

화두로 남은 생을 살며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

늙는 게 꿈인 언론인.

Page 41: Magazine 201311

41참여사회

거의 모든 운동은 피로를 동반한다. 그런 점에서 잠은 쉼의 기본이자 최고 경지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잠을 자

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서양 의학에서는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를 잠자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한의학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밤 11시에서 새벽 3시까지다. 한의학은 우리 몸에 있는 12개의 주요 경락이 시간대별로 활동

성이 달라진다고 본다. 밤 11시에서 새벽 3시까지 4시간 동안에는 간과 담의 경락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간과 담

은 피로회복, 해독작용 등에 관여하는 장기다. 이때 잠을 자면 간과 담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따라서 휴식의 기본은 밤 10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대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낮잠도 마찬가지다. 낮잠의 효용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낮잠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 점심 식사

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시간에 사무실 책상 앞에서 단 5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좋을 텐

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휴식은 숨에 달려 있다

그러나 잠만으로 휴식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진정한 휴식의 비밀은 두 번째 글자인 숨 쉴 식息에 있다. 숨? 숨 안

쉬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그렇지 않다. 숨에도 품질이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숨은 길고, 깊고, 고르고, 느린 숨

이다. 자신의 숨을 한번 바라보라. 그렇게 숨을 쉬고 있는가?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숨을 쉴 수 있을까? 그 답 또한 식息이라는 글자 안에 숨어 있다. 식息자를 풀어보면 자自와

심心이 합쳐진 글자임을 알 수 있다. 숨은 곧 내 마음이라는 뜻이다. 실제 그렇다. 우리 마음이 편하지 못하면 숨

이 편안하지 않다. 거칠고 얕다. 반면에 마음이 편안하면 숨이 깊고 느긋해진다. 결국 좋은 숨을 쉬려면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편안한 마음을 갖는 방법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루겠다. 간단히 말하면 잠잘 때만이라도 모

든 근심걱정을 내려놓는 것이 제대로 된 휴식이다.

평소에 쉬지 않으면 나중에 큰 병이 나서 억지로 쉬게 된다. 잠자는 시간 외에도 매일매일 오로지 자신만을 위

한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가져보라. 5분도 좋고 10분도 좋다. 출퇴근 시간은 어떤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휴대

폰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눈을 감고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어보자. 휴대폰에도 휴식을 줘보자.

쉬지 않고 일하다 탈이 나서 병상에 누워 시간을 물 쓰듯 쓰는 사람을 많이 봤다.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인지,

더 행복한 길인지 한번 따져보라. 자신의 삶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가 아닌지 돌아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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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 Magazine 201311

●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 국회, 권위의 상징에서 민의의 전당으로

● 기초연금 공약 파기,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은 어디로?

● 한미군사동맹, 과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있나?

● 자원활동가의 활약으로 빛나는 참여연대

● 사진과 영상으로 현장에서 사회 현상을 기록합니다 - 참여현상소

●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참여연대는

무엇에 공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요?

통인뉴스가 전해드립니다.

✽‘공감 그리고 행동’은 참여연대의 2013년 슬로건입니다.

통인뉴스

Page 44: Magazine 201311

44 2013 11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해도 너무 한다 1

●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만

단 것이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정치 공작을 펼

쳤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방부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선거 개입, 국가보훈처

와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의 안보 교육을

빙자한 선거 개입까지 국가기구들이 총체적

인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공

작이 몇몇 개인들의 일탈 행위인 것처럼 묘사

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여당이 선거운동본부 외곽에 불법적으로 조직했던 십알

단(십자군알바단)과 이들 국가기구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긴밀히 협력했다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 며칠 전 참여연대를 방문했던 국제적인 선거감시기구 안프렐ANFREL의 이챌Ichal Supriadi 사무총장도 특

정 국가기구가 예산을 사용해서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활동했다면 그건 ‘부정선거’라

고 말하면서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놀라워 하더군요. 굳이 국제기구 사무총장의 언급을 거론하

지 않고 최소한의 상식에 입각하더라도 이쯤 되면 총체적인 불법부정선거였다고 볼만합니다. 그런데

‘선거가 불공정했다’는 상식적인 지적에 대해서조차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거

냐고 한 없이 뻣뻣한 자세로 도리어 국민을 협박하고 야당을 꾸짖고 있습니다. 적반하장이라는 건 이

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 외압과 보복, 증거인멸과 축소·은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드러난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 중

국정원장과 관련된 최소한의 것만 수사해오던 검찰총장이 사생활이 털린 채 검찰총장직에서 쫓겨나다

시피 물러났고, 검찰 특별수사팀장마저 국정원 수사 외압이 있었음을 증언했다가 감찰을 받고 있는 상

황입니다. 현직 국정원장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검찰에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게 수사를 거부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 국방부가 사이버 사령부 요원들의 선거개입 증거들을 서둘러 삭제하고 있는 것은 하나

같이 현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일어난 불법행위들을 감추는데 공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국가기관들의 불법행위로 득본 것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득본 것이 없

Page 45: Magazine 201311

45참여사회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다면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책임을 물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

는 온갖 권력을 동원하여 진상 규명 작업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현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대선 기간

에 일어난 불법행위의 공모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불법행위를 감추고 은폐하며, 나아가 그 수사 자

체를 방해하고 핍박할 수 있단 말입니까? 박근혜 정부의 침묵과 은폐 시도가 계속될수록 현 정부가 대

선에서 일어난 불법행위의 공범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걸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모

르는 것 같습니다.

● 참여연대는 이 사건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권력감시단체로서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고, 나아가 지난 20여

년간 어렵게 발전해온 대한민국 민주헌정질서의 본질과 관련된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대충 문제제기

만 하고 넘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 참여연대는 지난 6월부터 본격화한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규명 시민 행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

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미 국정원 대선 개입 시국회의와 촛불집회를 이끌어왔습니다

만, 오는 11월부터는 더욱 분발하여 이 헌정 유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자 합니다. 우선 외압과 은폐의 장본인인 황교안 법무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 그리고 조

사 결과에 따라서는 김관진 국방장관을 물러나게 하는 데 총력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검찰총

장마저 외압으로부터 온전치 못한 현재의 검찰 구조에서는 진상 규명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독립적인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압박도 지속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가기구의 불법 대선 개입

사실을 축소·은폐하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규탄하기 위해 지금까지 관망해오던 정치권

과 시민사회 인사들과 다각적인 협력을 강화해나가고자 합니다. 14,000여 회원들께서도 동료 시민들

과 함께 불의에 맞서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시민행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호소드립니다.

해도 너무 한다 2

● 60,000명의 조합원을 둔 전국교직원노동

조합에 단 9명의 해고자가 조합원 자격을 유

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사실상

해산을 명령했습니다. 정부는 이 조치가 적법

한 것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만, 정부가 적용

한 것은 법 조항도 아닌 시행령이고, 설사 전

교조가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 분명하다고 하

더라도 단 9명 때문에 60,000여명 조합원들

의 지위를 박탈하는 처사는 초법적인 과잉 처벌이라고 대다수 재야 법조인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교육희망

Page 46: Magazine 201311

2013 11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46

● 전교조에 대해 조합 지위를 박탈한 것은 단순히 일개 단위노조에 대한 탄압을 넘어서서 80년대 이

후 형성된 우리사회 결사의 자유와 노동권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전교조의 활동

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정부가 임의로 전교조 자체를 불법화하는 이 상황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교조를 지키는 일에 참여연대가 앞장서겠습니다.

해도 너무 한다 3

●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그리고 인

수위 시절 내걸었던 민생복지 공약이 무더

기로 번복되거나 후퇴하고 있습니다. 기

초노인연금 2배 인상 공약,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공약, 무상보육 공약, 장애

인등급제 폐지 공약 등이 크게 후퇴하거나

번복되었습니다. 전월세 대책, 재벌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도 유명무실해졌

습니다. 국민 합의 없는 민영화는 절대 추

진하지 않기로 해놓고 철도민영화를 강행

하고 있고, 쌍용자동차 무더기 정리해고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공약도 사실상 폐기하였습니다.

●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민생복지를 공약한 결과로 출범하였습니다. 지난 대선

에서 보수여당조차 경제민주화와 민생복지, 그리고 노동권 보호를 공약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미 극단에 이른 양극화와 고령화, 그리고 갑을관계로 대표되는 사회적 정의의 실종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지탱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주요 공약의 후퇴

와 실종은 이 정부의 성패를 떠나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게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파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상반기 동안 을살리기 운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해 온 것을 발판으로 최근의 민생복지 공약 후퇴를 염려하는 모든 사회 세력과 함께 폭넓은 민생

복지-경제민주화 연대를 형성하여 정기국회 전후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과 관련 예산 배정을 촉구

하는 정책 제안과 압박 활동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해도 너무 한다 4

● 정부와 한전이 765kV 고압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공권력으로 밀어

붙이고 기어이 기반 공사를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연대하는 종교계 인사들과 환경운동가들, 그

리고 시민들을 외부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마구잡이로 연행하여 일부는 구속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 공사에 반대하여 철저한 검증과 재검토를 요구하고

Page 47: Magazine 201311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참여사회 47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을 아

예 갈등해소지역으로 분류하여 강

정마을 주민들의 무너진 가슴에 또

다른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그 뿐

만 아닙니다. 용산참사를 야기한

무리한 강제 진압 작전을 진두지휘

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한

국공항공사 사장에 낙하산 사장으

로 취임하여 유가족들이 항의 농성

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김석기 사

장은 내부 인사 추전 과정에서도 최하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적인 인사 원리에도 반한다

는 지적입니다. 대한문 앞에 쌍용노동자들의 분향소 설치를 금지한 경찰의 조치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 참여연대는 지난해 이들 갈등 사안과 관련된 주민과 노동자들이 함께 협력하는 SKY+N( S;쌍용

+K;강정+Y;용산+N;탈핵/밀양) 공동행동을 구성하여 활동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갈등 현

안에 대해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고 자칫 잊혀질 수도 있는 이들의 목소

리를 대변하기 위해 새롭게 2013 SKY+N 공동행동을 형성하는 기획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몇가지 성과들에 대해 보고합니다.

● 참여연대는 올해 2월과 10월 KT 이석채

회장을 배임 혐의로 두 차례 고발한 바 있

습니다. 최근 검찰이 KT와 이석채 회장 자

택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 을살리기 사업의 결과로 지난 10월 17일

미니스톱 본사와 가맹점주들간 상생 협약

이 타결된 데 이어 롯데 그룹 측과 피해 당

사자들과의 상생협약과 상생기구 구성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달치 『참여사회』가

발간될 무렵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 사무처장이 보고드렸습니다.

Page 48: Magazine 201311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국회, 권위의 상징에서 민의의 전당으로

유명희 의정감시센터 간사

국회개혁을 위해 11개 시민단체와 20명의 시민단

체 출신 국회의원들이 함께 결성한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이하 열통 프로젝트) 그룹

은 지난 10월 1일, 시민에게 더 열린 국회, 시민이

참여하는 국회, 의원 윤리가 바로 서는 국회를 위

한 <국회 개혁 정책과제 제안서>를 발표했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모으고 입법에 반영하는 곳

임에도 우리 국회는 국민과 거리두기를 하는 데 급

급하다. 국회 앞에서는 아무리 평화로운 집회라도

안 된다.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

에 국회 담장이 있고, 거기서 다시 100미터 밖에서

나 집회를 할 수 있다. 국회와 시민의 거리가 이렇

게도 멀다. 외국 의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

국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

국과 캐나다의 의회는 담장이 없고 시민의 출입을

상시적으로 통제하는 경찰도 없다. 물론 국회의사당 앞 집회도 허용된다.

시민이 뽑은 대표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보려고만 해도 문턱이 높다. 국회 회의를 방청하려면, 국회

의원의 소개나 상임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선착순으로 입장하여 위원회 회의를 방청할 수 있

는 영국, 사전예약으로 본회의를 방청할 수 있는 독일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여러 사람들의

뜻을 모아 청원서를 내려고 해도 청원안을 소개해줄 국회의원을 찾는 일부터 막막하다. 청원 사이트

에 접속만하면 누구나 손쉽게 청원할 수 있는 독일과 너무도 다르다. 어렵게 청원안을 제출한다고 해

도 국회에서 청원안이 채택될 확률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비윤리적 행위를 한 의원에 대한 징계안 심

사도 문제다. 서로 상대방을 헐뜯기 위해 징계안은 열심히 내지만, 진짜 징계안을 심사하고 결론내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열통프로젝트 그룹은 <국회 개혁 정책과제 제안서>에서 △ 국회 공간 개방 및 국회 출입 제한

의 최소화 △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본회의 및 상임위 회의 방청 제한 개선 △ 손쉬운 청원 제출을

위한 온라인 접수제 도입 △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조사 권한 강화를 제안했다. 또 이를 1200여명의

시민 서명과 함께 국회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전달했고, 집시법 11조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11월에는 ‘국회를 시민 품으로’ 거리 캠페인을 진행한다. 열통프로젝트 그룹은

내년 6월까지 국회를 시민과 가까이하고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행보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48 2013 11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9월 26일, 국회 담장 앞 100미터

이내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서 실제 국회 앞 100m 지점에서 국회를 개방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Page 49: Magazine 201311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정당의 대

선후보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복지 정책을 주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취임 이후 4대 중

증질환 보장성 확대,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등 복지 공약들이 줄줄이 파기 및 축소한 데 이

어 지난 9월 25일에는 기초연금안을 발표하여

국민들의 기대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기초연금

안의 골자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의 2

배(약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파기하고, 소득하위 70%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0~20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최우선 공약 중 하나였던 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

연금 도입(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을 파기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제도는 2007년 국민연금의 급여율을 60%에서 40%로 대폭 삭감하여 국민들의 노후

최저소득이 보장되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보완하고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이러한 제도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국민연금의 가입 기간이

긴 사람의 기초연금액을 삭감하여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20~50대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고 있

다. 게다가 입법예고 된 기초연금법안을 보면 기초연금의 급여액을 현행 소득변동률이 아닌 물가상승

률만 반영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법에 명시하지 않고 5년마다 급여액을 재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향후 더욱 축소될 것이 우려된다. 박근혜 정부는 보편적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후세대의 재정 부담이

엄청나게 확대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OECD국가들의 공적연금 지급액은

2010년 현재 GDP 대비 8.4%에 달하는데, 한국은 GDP대비 1.2%에 불과하다. 70%의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37.4%에 육박하는 2050년이 되더라도 여전히 GDP

대비 7.9%에 불과할 것으로 추계된다.

이에 참여연대를 포함한 2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은 보편적인 기초

연금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행복연

금위원회 감시,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행동의 날’

실시, 연금제도에 대한 소책자와 기초연금 공약축소에 관

한 선전물 제작 및 배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교육을 해

왔고, 향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전국 순회 강연, 1인시위 등을 통해 박근혜 정

부 기초연금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기초연금 공약 파기,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은 어디로?

김잔디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49참여사회

Page 50: Magazine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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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한미군사동맹, 과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있나?

이미현 평화군축센터 간사

지난 10월 23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참여연대 주최

의 <한미동맹 60년, 성찰과 미래 모색을 위한 토론회>

가 열린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군사력 형성에 치

중해온 한미관계가 보다 민주화되고 평화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한 실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전쟁과 냉전시대에 형성된 한미

동맹이 지난 60년간 한반도 분단과 동아시아 평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점검하고, 미중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의 동북아 상황에서 기존의 한미동

맹 정책을 지속할 지 여부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장이었다.

1부에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한국의 국방력 증가와 함께 한미동맹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

리어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은 높아지고 동북아 갈등은 커져가는 역설, ‘한반도 패러독스’에 대해 지

적했다. 김 교수는 이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군사적 억지책 마련에 치중하기보다 악화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한미 군사동맹을 축소하고 균형외교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

설했다. 이어서 이경주 교수는 한국 제헌헌법은 전수방위 조항 등 평화주의 원리를 구체화하고 있었

지만, 박정희 정부 시기 안보관련 법체계가 헌법체계를 잠식하게 되면서 헌법상의 평화주의가 변질

또는 후퇴되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헌법상의 평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보정책에 대한 시민

통제를 강화하여 정부가 평화외교를 지향하도록 해야 하며, 같은 맥락에서 한미관계도 평화지향적으

로 발전하도록 시민이 통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부에서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도입이 실리 없이 맹목적으로 추진된다고 지적하

고,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 역시 군사기술적으로도 의문이지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없이는 이조차도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시우 평화운동가는 과거 이승만이 미국에

군통수권을 이양한 ‘서한’이 국제조약법상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지적했다. 또한 작통

권이 한국군에게 환수되더라도 주한미군사령부가 겸임하는 유엔군사령부가 정전체제 관리와 한반도

위기관리를 구실로 사실상 작전통제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구축을 위한 해법에 대해서는 김준형, 이경주 교수가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동

맹의 축소, 평화외교 추구 정책을 우선적으로 강조한 반면, 최종건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도 중요하지

만 강력한 대북억지력 형성과 한미동맹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하여 견해차를 보였다. 참여연대 평화군

축센터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당면한 현안들을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평화 지향적 방

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으고, 이를 실천해 나갈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모색

해 나갈 예정이다.

50 2013 11

10월 23일, <한미동맹 60년, 성찰과 미래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 중인 패

널들. 왼쪽부터 이남주 세교연구소장, 이경주 인하대 교수,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학교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정책실장.

Page 51: Magazine 201311

참여연대 자원활동가는 연간 130여

명에 달한다.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까지, 학생, 주부, 직장인, 사진작

가, 은퇴자 등 연령도 직업도 다양하

다. 이들은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

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자발적으

로 활동한다는 의미에서 자원 ‘활동가’

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명칭에 걸맞게

적극적인 이들이 많다. 경북 구미에서 오가는 데에만 6시간을 할애하는 대학생이 있을 정도다.

누군가는 젊은 친구들이 사회에 관심도 없다고 하지만 참여연대에 오는 자원활동가 중 3분의 2는 대

학생들이다. 현재 6개월째 미납전화 등의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새내기 대학생 전미영 회원은 “소속감

이 느껴져 뿌듯하다. 참여연대에 오는 것 자체가 좋다.”라고 말한다.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

‘세계 종교의 이해’, ‘톡톡! 평화공부’ 등 강좌 자원활동을 한 이나단 회원은 “자원활동을 하면서 누군가

에게 세상을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재밌고, 이런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

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겸손해지게 되었다”며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조세재정개혁센터의 신원기 간사는 자원활동을 하다가 입사한 경우다. 자원활동을 통해 참여연대가

어떤 활동을 왜 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되면서 “묘한 참여연대만의 향과 느낌이 있어 계속 찾아오게 된다”

며 6개월 이상 꾸준히 자원활동을 하더니, 결국 올해 초 참여연대 간사가 되었다. 참여연대로 걸려오는

각종 전화에 응답하고 1층 로비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안내데스크 자원활동가 5명은 자원활동 시작한

지 평균 5년 이상이 된 최장기 자원활동가들이다. 연륜이 있는 만큼 참여연대로 걸려오는 비난성 어려

운 전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며 척척 잘 해결한다. 이외에도 많은 자원활동가들이 참여연대 자원활동

이 삶의 전환점이나 배움의 장이 되었다며,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위한 참여의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

다고 말한다.

한 달에 한 번 회원전용 웹사이트 활기차에 올라가는 자원활동가 인터뷰와 분기별로 진행되는 모집

공고는 조회 수가 2천에 다다른다. 다른 글의 조회 수가 200~500회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참여연대

자원활동가를 향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참여연대는 11월 11일부터 2013년 제4차 자원활동가 정기모집 신청을 받는다. 올해 마지막 회차다.

이번 정기 모집에서는 문서 작성, 번역, 거리 캠페인, 카페지기, 강좌 진행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자원

활동가 20여 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참여연대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신청 참여연대 웹사이트 http://www.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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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자원활동가의 활약으로 빛나는 참여연대

이진선 시민참여팀장

51참여사회

1 김희순 간사는 “자원활동가는 개콘”이라 말한다. 참여연대를 웃게 만들어서다. 2 현재는 참여연대

간사가 된 신원기 자원활동가를 비롯한 김연주, 민경 자원활동가가 캠페인 진행을 위한 물품을 만드

는 작업을 하고 있다.

Page 52: Magazine 201311

52 201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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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국제

시민참여

사진과 영상으로 현장에서 사회 현상을 기록합니다참여연대 회원모임 참여현상소

참여현상소 소장 최상천

“아마추어 사진가의 문제점 중 하나는 사진 찍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다”- 사진가 테렌스 도노반

아마추어지만 사진 찍는 이유가 충만한 참여연대 회원들이 뭉쳤습니다. 결성 7년째를 맞이한 참여현상

소는 공동 출사, 전시회, 사진 강좌를 통해 사진과 영상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더불어

참여연대의 4대 기본정신, 참여, 감시, 대안, 연대에 맞는 운영 방향을 세워 적극적으로 활동합니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공유하고픈 분들은 지금 참여현상소의 문을 두드

리세요. 참여현상소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카메라가 없어서 고민이라구요? 잘 살펴보면 여러분들은 손

에 카메라 한 대를 매일 가지고 다닌답니다. 바로 여러분의 손전화 말이지요 ̂ ̂

참여 문의 최상천 참여현상소 소장 [email protected] 웹사이트 http://cafe.daum.net/pspdfilm

1. 2012년 7월 6일 커피 공방을 답사한 참여현상소 회원들 2. 참여현상소가 촬영한 2011년 6월 12일 한진 희망버스 현장 3. 참여현상소가 촬영한 2011년 10월 23일 참여

연대의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캠페인 현장

11월 가을 정취를 산사랑과 함께 즐겨 볼까요? 망설이지 말고 산으로 나오세요!

11.3 일 소요산 집결 9:30 1호선 소요산역

11.10 일 도봉산 집결 10:00 도봉산 입구(구 매표소 앞)

11.16 토 호명산 집결 9:30 경춘선 상천역

11.24 일 역사탐방 : 수원화성 집결 10:00 수원역문의 산악대장 박진수 011-741-6151

산사랑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은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배너를 배낭에 붙이고 함께 걸어요

일시 11월 2일 토요일 8:00장소 우이동 종점 (도선사 버스 정류장 앞) * 막걸리와 안주를 가져오시는 분 대환영

회원모임 함께해요!

1 마라톤 모임

2013 시즌 마감 42.195 Race 마라톤 대회 참가

일시 12월 1일 일요일 9시 집결, 10시 출발장소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참가 부문 풀코스/하프코스/10Km/ 구간 마라톤/10Km 팀대항전접수 기간 11월 8일 금요일까지참가비 25,000원문의 총무 허필두 010-2701-2018

3

청년마을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다큐 여덟 번째 (빈곤 시리즈 세 번째) <라페아, 솔라마마 Rafea: Solar Mama>

일시 11월 13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장소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참가비 5,000원문의 박진호 촌장 010-5027-9351

2 북한산 등산

Page 53: Magazine 201311

안내/문의

참여신청 온라인 신청 ▶ 수강료 입금 ▶ 수강신청 완료

느티나무 홈페이지 academy.pspd.org 로그인 후 신청

(참여연대 회원 30% 할인혜택)

참가비는 홈페이지 신용카드 결제

또는 계좌입금 입금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전보임 천웅소 간사 02-723-0580

[email protected] academy.pspd.org

11.11 왜 도덕과 정치는 분리된 것일까 : 마키아벨리 <군주론>

11.18 근대 주권 국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 홉스 <리바이어던>

11.25 어떻게 재산의 사적 소유는 정당화됐을까 : 로크 <통치론>

12.02 인간의 사회는 어떻게 불평등해졌을까 :

루소 <사회불평등의 기원>

12.09 왜 계몽에 도덕이 필요할까 :

칸트 <계몽이란 무엇인가>, <도덕형이상학의 기초 놓기>

12.16 근대의 개인은 진정 주체적인 것일까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23 자본주의 합리성은 합리적인가 : 마르크스 <경제철학수고>

월 오후 7시~9시30분 총 7회 11만원(참여연대 회원 30% 할인)

■차례

● 영양 만점 급식

● 가을 강좌 뽐내기

● 추억의 놀이, 선물 교환 등

■준비물 : 반창 회비 1만원, 짝꿍과 나눌 선물 (중고 환영)

■드레스코드 : 초록과 빨강

■문의 02-723-0580 [email protected] 아카데미느티나무

퇴근후 허겁지겁 달려와

느티나무에서 열공하며

더 나은 세상과 나를 찾고 만나기 위해 노력하던

그 때 그 친구가 보고싶다!

말이 통하는 느티나무 친구들과 찐하게~ 회포 푸는 연말 반창회!

느티나무 강좌에 함께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느티나무 2013 연말 반창회

고전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 근대편 김만권

일시 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저녁 7시

장소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

참가비 1만 원 (회원 할인 5천 원)

신청 참여연대 웹사이트 공지사항 www.peoplepower21.org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우리 시대 진정한 문학의 의미를 찾자면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에 산소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시대나 안고 있는 부조리를

정화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작가다.” - 조정래

지쳐 있거나 무관심한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작가, 조정래를 만나다

저자와의 만남

11월 개강 강좌

참여사회 53

아카데미 느티나무 2013

계몽이란 무엇인가?

2013년 12월 4일 수요일 저녁 7시참여연대 느티나무홀

Page 54: Magazine 201311

2013 1154

지금, 참여연대 회원은 13,608명.

참여연대가 20주년을 맞는 2014년에는 15,000회원과 함께할 수 있겠지요?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가 튼튼하도록 함께해주시는 회원님들을 소개합니다.

* 회원 수와 명단은 2013년 10월 20일을 기준

신입회원님, 반갑습니다!

처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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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민참여팀

신입회원 한마디!

황윤신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서는

안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홉스

봄의 글을 읽고 가입합니다.

최유진 가입해야지, 후원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신청합

니다. 이렇게 하나둘 참여하는 손길이 모여서 좀 더 살

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참여연대 파이

팅:)

김태선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에 분노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사

회에 분노합니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

으려하지않는 위정자들에게 분노합니다. 그래서 참여

하고 연대하려합니다.”

박원미 먼지같이 미약한 힘이나마 바른 세상을 위한 노력에 보

탬이 되기 위해

김다예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

회가 주어지며 돈으로 인해 높고 낮음이 발생하지 않

은, 수평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김기남 상식이 통하는 그 날을 위해!

배태영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오기를...

배용일 어려운 편의점주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참여연대의 활동

에 동참코자 가입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 회원들의 권

익뿐만 아니라 다른 어려운 이웃들의 권익찾기에도 적

극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창성 시민들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참여연대를 응원합

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경험하

겠습니다!

김창화 안녕하세요. 참여와 연대의 참여 연대. 합리적이고 민주

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김의섭 오래전에 후원하다가 잊고 있었습니다. 다음엔 더 많은

회비 내도록 할께요.

최예은 이렇게 인연이 닿아서 정말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최류 잘 부탁드립니다 ̂ ^

황정엽 좋은 활동 바랍니다.

박종남 진실은 진실이다.

김우정 한 지붕 아래 사는 이와 항상 참여연대를 응원합니다.

더불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김소담 화이팅!

서주희 활동에 감사드립니다. 더욱 투명하고 살만한 세상이 되

도록 힘써 주세요.

강성관, 강금자, 구문숙, 구탄암, 권영빈, 김기남, 김다예, 김민주, 김상헌, 김소담, 김순정, 김우정, 김의섭, 김정선, 김창화, 김태선, 김현주, 문건

영, 문관식, 박기언, 박원미, 박재형, 박종남, 배용일, 배태영, 서주희, 손한규, 송지연, 신형진, 여인로, 오영웅, 윤경미, 이래은, 이미경, 이상민, 이

상은, 이상준, 이주호, 이한섭, 인해리, 장호경, 정해성, 조범석, 조창성, 지영민, 천희진, 최류, 최성식, 최예은, 최유진, 최은정, 표대중, 한문석, 홍

승표 , 황윤신, 황정엽

(9월 21일부터 10월 20일 사이에 가입한 55명, 가나다순)

장호경 회원 (2013년 10월 8일 가입)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큰 힘, 바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도 더 많이 활성화 되고,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으로 제 작은 손길을 보

태봅니다. 시민이 주인인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Page 55: Magazine 201311

참여사회 55

회비를 증액해 주신 회원님, 고맙습니다!

고정환, 금민수, 김도연, 김지원, 김진욱, 김형태, 신정순, 오승욱, 유혜선, 윤미자, 이광상, 이선미, 조국렬, 조정애, 최경수, 최정숙

(9월 21일부터 10월 20일 사이에 회비를 증액한 16명, 가나다 순)

김형태 회원 (2010년 6월 24일 가입)

“지난 소식지에 천안함 사건 기사가 실린 것을 유심히 읽었어요.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여러 가지로 궁

금한 것들이 많은데 참여연대가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니까 참 좋더라구요. 국민들이 답답하고 억울

한 부분을 참여연대가 잘 말해주고 활동해주니까 저도 형편이 좋은 건 아니지만 고마운 마음에 회비를 증액하게 되었

습니다. 사실 저는 NGO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지만 참여연대를 보니까 여러 문제들을 정의롭게 잘 다루어주고

있어서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회비증액을 해서 참여연대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친구나 이웃을 회원으로 이끌어주신 회원님들 멋쟁이♥

김성진, 김승환, 김요한, 문환구, 산사랑, 안진걸, 원정민, 이문수, 이지은, 장임원, 주은경, 천희란, 한상희

(9월 21일부터 10월 20일 사이에 신입 회원을 추천한 13명, 가나다순)

천희란 회원 (2012년 2월 22일 가입)

“배움을 좋아하고, 주말마다 산으로 바다로 부지런히 다니는 동생 희진이가 참여연대의 의미 있는 프로그

램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소개했어요. 올 봄나들이 ‘열려라 국회! 국회에서 놀자!’에 동생이랑 조

카랑 같이 참여했는데, 조카가 게임할 때 앞에 서기도 했고요. 그곳에 모인 모든 초등학생들이 시험폐지 법안을 희망하

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꾸려 노력하는 참여연대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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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한결같은 10년지기 회원님들♥

강성주, 고영림, 김대준, 김준, 박수관, 박윤서, 박은석, 박창민, 배신정, 손정미, 송재용, 오흥주, 이계화, 이영애, 이유정, 이재영, 전중호, 전태수,

정호중, 최종민, 최지훈, 황율동

(2003년 9월 21일부터 2003년 10월 20일 사이에 가입하여 현재까지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22명, 가나다순)

이재영 (2003년 10월 15일)

“대학교 2학년때 시민운동에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시민단체 중에서 규모도 있고, 활동도 잘하는 단체라

참여연대에 가입했어요. 그 당시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는데, 첫 집회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허세욱

선생님과 지금은 협동사무처장인 안진걸 선배를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한겨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

서 집회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리고 2004년에는 대학생 모임 ‘낮새밤쥐’에서 회원들과 다양한 활동도 했었고요. 지금은

현장에는 잘 참석하지 못하지만, 당시 활동했던 분들과는 여전히 가끔 연락을 주고 받습다. 참여연대는 전방위로 사회

현안을 잘 챙기고 있어 회원으로 뿌듯합니다. 열심히 분발하세요!”

Page 56: Magazine 201311

56 2013 11

읽자

박애,자본주의

승자만을 위한 자본주의에서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로

『박애자본주의』는 길게는 수십 년, 짧게는 최근 몇 년 동

안 벌어진 ‘박애자본주의 현상’을 일별하면서 박애자본주

의가 현 단계 자본주의를 넘어설 변화이자 혁신이라 말한

다. 가장 중요한 차별성은 박애자본가의 기부가 자선 행

위가 아니라 투자 행위에 가깝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

서 말하는 투자는 금전적 이익보다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투자이고, 이로써 사익과 공익이 합치되는 지점에

이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라는 행위에 걸맞은 비즈

니스 방법론이 적용되는데, 바로 효율과 성과 측정이다.

이는 박애자본가가 세운 재단이 비용 대비 효과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는 동시에 기부를 하는 이들에게 효과적인

기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한 박애자본가들은 대개 모험가에 가깝다. 특히 최근 들

어 이런 현상을 주도한 이들은 대부분 지식산업과 금융투

자를 통해 부자가 되었는데, 이런 성향이 박애자본주의

활동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들은 개별 정부나 국제연대

로도 해결이 요원한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성과를 내

는데,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의 말라리아 백신 개발을 들

수 있다. 지난 10년 215조를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최근 1

차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곧 접근 가능한 싼값에 배포되

어 매년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할 거라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가 280억 달러를 출연해 재단을 만들고, 미국의 투자가이

자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재

산의 4분의 3에 달하는 370억 달러를 이 재단에 기부하겠

다고 약속했다. 이뿐 아니라 인도, 멕시코 등지에서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부자들이 이런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자선사업과는 달리 직접 재단을 만들고 해결

할 문제, 집중할 영역을 선택한 후, 이를 풀어갈 방법을

고민하도록 관련 기관을 지원하거나 정부와 협력하여 전

지구적 규모로 일을 벌인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박애자

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라 부르는데, 자본주의의 탐욕과 그

로 인한 불평등을 넘어설 새로운 계기로 봐야 할지, 이제

는 자본주의가 박애라는 인류 공영의 가치까지 통째로 집

어삼켜 ‘돈 세상’ 구현에 성공할지를 두고 여러 생각이 오

가는 시점이다.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11월의 책

Page 57: Magazine 201311

57참여사회

기업과 사회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떤 현상이 벌어지면 이에 대한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

다. 옥스팜, 세이브더칠드런, 포드재단 등에서 오랜 기간

운영자로 일한 마이클 에드워즈는 『왜 기업은 세상을 구

할 수 없는가』에서 박애자본주의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세금 감면이나 재단 운영을 통한 재산 상속 등 박애자본

주의의 선의에 대한 의심은 늘 있었다. 하지만 이 의심은

답을 내릴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 앞선 의심이 포

함된다고 해도 박애자본가가 애초 가진 양심에 대해서는

본인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책

은 박애사업과 기업적 사고를 접목하는 현상에 대해 ‘사

기’라고 단언한다. 효율 중심의 기업적 사고는 사회 변혁

을 위한 더 깊은 변화를 외면하게 만들고, 여럿이 함께 가

는 의사결정의 과정을 손익계산의 문제로 축소하는데, 이

렇게 기업적 사고가 시민사회를 장악하게 된다면 빠른 변

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힘은 축

적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결핍 충족과

권리 실현, 소비자와 사회 참여자, 기술적인 문제와 정치

적인 문제, 속도와 인내 등 두 영역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같은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해답을 내놓

은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왔다고 냉정하게 평

가하는데, 양측이 제시하는 자료의 문제보다는 서로가 지

향하는 방법과 가치의 문제라 어느 한 편으로 판단을 내

리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앞선 책에서는 이 책에 대해 기

업적 사고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시민사회에

해를 끼친다는 오해에 빠졌다고 말하고, 이 책에서는 앞

선 책의 장밋빛 분석과는 달리 박애자본주의는 일시적으

로 구축된 독점산업 시기의 산물이라고 평가한다.

부를 독점0는 자본가와 자선을 실천하는 영웅은 한 사람

혹은 한 집단 안에서 동시에 실현될 수 없는 걸까. 말라리

아를 퇴치하는 백신을 넘어 탐욕, 가난, 불평등, 부패를

치유하는 사회적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서로의 선의가 서로를 돕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

을까.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 더욱 다채롭고 폭넓게 펼쳐

진다면, 시민사회가 이를 조정하고 선도할 역량을 보여준

다면, 논쟁은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길 바란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

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1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 기업의 자선 활동에 담긴 불편한 진실

마이클 에드워즈 지음, 윤영삼 옮김, 다시봄

원제 Small Change : Why Business Won’t Save the World

2 박애자본주의

- 승자만을 위한 자본주의에서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로

매튜 비숍·마이클 그린 지음, 안진환 옮김, 사월의책

원제 Philanthro-capitalism

❶ ❷

Page 58: Magazine 201311

58 2013 11

놀자

성과 골목길을 둘러볼 수 있지. 대학로에 가서는 공연을

보고 동대문에서 쇼핑을 할 수 있잖아. 남산의 녹지에서

잠시 쉰 뒤에 압구정, 청담동으로 가면 서울에서 제일 화

려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엑스

에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거야. 아

예 거기서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날아가도 좋겠네.

이후에 두어 번 이사를 하면서 내가 즐겨 타는 시내버

스도 바뀌게 되었다. 나의 서울 투어에 또 다른 노선들이

생겨난 거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지나는 버스 중

에는 1020번이 좋다. 정릉의 북악산 숲길에서 시작해 국

민대학교 캠퍼스 앞을 지난 뒤에 세검정의 아담한 물길을

돌아간다. 부암동 언덕을 낑낑대며 올라가면 좋은 카페들

을 만날 수 있고, 다시 터널 아래로 내려오면 통인시장과

수성동 계곡이 있는 서촌이 나온다. 이어 경복궁을 끼고

돌아서는 조계사와 인사동을 훑은 뒤에 광화문에서 회차

한다. 역시나 이만큼 멋진 관광 코스가 있을까 싶다.

여행 코스 짜 주는 <생각버스>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건 아니었다. 최근 <생각버스>라는

무가지를 보게 되었는데, 시내버스 노선을 중심으로 서

울의 여러 동네를 소개하면서 작은 여행을 할 수 있게 도

와준다. 창간호에 나온 472번 버스는 승객의 평균 연령

이 가장 낮은, 청춘 버스라고 한다. 개포동에서 출발해

십 년 전, 내가 혜화동에서 살 때다. 어느 날 친구들과 심

심풀이로 동대문 운동장에 고교 야구를 보러 가기로 했

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버스 정류장이 있는 올림픽 생

활관 앞으로 걸어가는데, 배낭을 든 외국인이 지도를 보

며 두리번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어라, 이 동네는 관광

객이 올만한 곳이 전혀 아닌데? 혹시 게스트하우스라도

찾고 있는 걸까? 나는 백인 청년에게 어디를 찾고 있냐고

물었다. 청년은 꼬깃꼬깃 구겨진 지도를 꺼내 보여주며

더듬더듬 알아들을 수 없는 지명을 말했다. 청년이 지도

에 펜으로 그어놓은 선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비원에서

출발해 창경궁을 지나 대학로를 거쳐… 동대문! 거참 재

수 좋은 친구군.

시내버스로 서울 여행

나는 그렇게 폴란드에서 온 배낭여행객과 함께 301번 버

스를 탔다. 창밖의 왁자지껄한 서울 풍경을 내다보며 신

기해하는 친구를 보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버스의

노선이 참 멋지네. 그냥 이걸 하루 동안 타고 다니면 서울

구경을 제대로 하겠는걸? 출발지인 혜화동에서 서울 산

오늘 하루 시내버스로 여행하자

이명석 저술업자

Page 59: Magazine 201311

59참여사회

압구정-신사동-명동-시청-이화여대-연세대를 지나

는데, 대학생들이나 젊은 층이 즐겨 찾는 곳들을 구슬처

럼 꿰어놓은 노선이다. 번호는 바뀌었지만 오래전부터

이 길을 달렸던 버스 노선의 역사도 흥미롭다. 옛날 12번

좌석버스일 때는 운행요금이 비싸 ‘노블리안 리무진’, 패

셔너블한 젊은이들이 많이 탄다고 ‘오렌지 버스’라고 불

렸다고 한다. 노선 자체도 패션 쇼핑가를 많이 지나고 이

화여대까지 노선에 들어 있기 때문인지 여성 승객이 많

아 ‘여탕 버스’, ‘꽃마차’로 불린다고. 내가 홍대 산울림극

장 쪽을 갈 때 시청에서 환승해서 가는 7011번도 제법 매

력적인 노선을 돌고 있다. <생각버스>는 이색적인 간판

여행 코스로 이 버스를 소개한다. 을지로의 자재와 인쇄

골목, 충무로의 애견거리, 염천교 구두거리, 아현역 가구

거리, 웨딩타운, 홍대 미술학원 거리를 지나 요즘 새로운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는 망원동에 이른다.

자, 이제 나가보자

이렇듯 누구든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부터 시내버스를 타

고 서울을 도는 여행 코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난점이 있다. 같은 번호의 버스는 환승이 되지 않기 때문

이다. 그래서 서울시에 건의해서 하루 동안 한 노선을 계

속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

다. 하지만 반대의 접근도 가능하다. 다른 번호의 시내버

스를 계속 갈아타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버스의 노선과 실시간 도착 시각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활용해 서울의 재미난 곳을 환승하며 돌아다

니는 거다.

서울도 돌 만큼 돌았다고? 그렇다면 더욱 큰 프로젝트

에 도전하자. 어떤 버스 마니아들은 시내버스만 타고 전

국을 일주한다. 서울에서도 가까운 경기도 지역까지 연결

되는 시내버스들이 있는데, 이런 걸 차례로 연결하면 부

산까지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면 강원도 속초에서 일출을 보고, 해남 땅끝에서

해지는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시내버스, 이거 참 괜찮은

놀이 도구다.

이명석

저술업자.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

고 탐구하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Page 60: Magazine 201311

60 2013 11

살림

가출해본 적 있어?

언젠가 아이가 내게 물었어.

“아줌마, 저 가출해봐도 돼요? 그럼 어떻게 하실 거예

요? 많이 혼내실 거예요?”

“그래? 해보고 싶으면 해봐. 근데 가출하기 쉽지 않을

걸? 아줌마도 해봤는데……. 우선 산 넘고 물 건너 어딜

가기란 쉽지 않고, 또 여기를 다시 찾아오기도 쉽지 않

고. 도시와는 많이 다를 거야.”

옆에서 또 한 아이가 한마디 했지.

“집 떠나면 개고생이래.”

결국 아이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출을 하지는 않았

어. 언젠가는 해보겠지? 만약에 진짜로 하면, 다시 돌아

왔을 때 눈물 나게 반겨줘야지. 집 떠난 것 후회하는 마

음 팍팍 들게. 나 맘고생시킨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라고

나 할까. 으흐흐. 어쨌든, 가출이란 생각만 해도 설레는

단어야. 안 그래? 사람마다 다르겠지. 내 어릴 적 이야기

를 쓰긴 싫지만, 최근 것 하나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겠

어. 산골 표류가 시작되던 4년 전, 나의 가출 이야기.

문득 떠나고 싶던 날

어느 날이었어. 사람들은 내게 도시를 떠났다고 부러워

했지만, 난 이 곳, 산골을 뜨고 싶었지. 이유? 글쎄… 뭐

별거 있었겠어?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충족되어 사라

지고, 낯선 것이 일상으로 대체된 순간. 열 받는 일도 하

나둘 생겼겠지. 차를 끌고 무조건 나왔어. 아무 생각 없

이. 그리고 고민했어. 어디로 갈까. 왠지 도시로 다시 가

기는 싫더라고. 반겨줄 친구들이야 많겠지만, 걱정스럽

게 날 보는 시선도 싫고. 그저 나의 답답함을 쏟아낼 곳

도시여자의 산골 표류기

가출편

도시여자

Page 61: Magazine 201311

61참여사회

이 필요했어. 춘천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딜까? 차를 끌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남해로 가보자 했지. 바다를 볼

까 하며. 하지만 중간에 내 저질 체력은 바닥나고. 결국

귀농한 선배 집을 찾아갔어.

그 선배는 우리와는 차원이 달랐지. 남자와 나는 별 생

각 없이 “뜰까? 그래, 뜨자” 했던 철부지였지만, 그 선배

는 귀농에 있어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어. 어렸을 때부

터 농사에 대한 뜻이 있던 데다가 5년 넘게 귀농에 대해

준비하고. 말 그대로 기본부터 탄탄히 쌓았던 선배지. 그

의 집은 날라리 우리 집과는 달랐어. 방바닥은 걸레질로

반질반질하고, 일상의 도구 하나하나 손때가 묻어 각각

의 쓰임에 맞게 놓여진, 제대로 농사짓는 시골집이었어.

내공이 남다른 공간이었지.

선배는 괜찮다 쉬어라 했지만, 내가 거기서 우리 집에

서도 안 해본 농사일을 했다는 것 아니야. 때는 바야흐로

지금처럼 가을이라 고구마를 캤어. 고구마는 땅의 모양

대로 자란다고, 그래서 모양이 각각 다르게 나오는데, 도

시 사람들은 마냥 예쁘게 생긴 고구마를 좋아한다고. 그

래서 지금 캐는 것들은 상품으로 팔 수 없다고. 뭐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푹 쉬고 돌아왔어.

엊그제의 일이야. 아이와 고구마를 캐는데, 어느새 내

가 흙과 고구마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주고 있는

거야. 내가 이런 것을 알고 있었나 흠칫 놀라 생각해보

니, 몇 년 전 내가 가출했을 때 선배한테 들은 거더라고.

비로소 산골에 마음을 놓다

사람들이 내게 가끔 물어. 답답하지 않냐고. 맞아. 답답

해. 도시에서 삼십여 년을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나의 도

시 습관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근데 말이야. 나

정말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거든. 집을 떠나서 돌아다니

고, 돌아다닌 곳에서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강한 사

람들, 약한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추한 사람들을 만

나면서 또 배우고 느끼고 하면서 말이야. 있잖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나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고. 집에 가

서 쉬면 괜찮을 거라고. 가서 쉬자고. 지금 바로 이 곳이

쉬고 싶은 곳이 되었어. 5년이 지나서야 이제야 여기가

내 집 같아. 집이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이 ‘도시여자’인데, 이젠 내려놓아

야 할 것 같아. 그렇다고 ‘산골여자’라고 바꾸기는 좀 염

치없는 일이야. 그래서 말인데, 그거 알아? 우리 이제 헤

어져야 할 시간이 왔어. 나 표류를 끝내고 싶어. 물론 산

골 표류를 말이야. 언젠가 또 표류를 시작할 수도 있겠지

만, 그건 그 때 가서 또 결정하면 되겠지. 내가 이별에 좀

서툴러. 근데 이번에는 좀 제대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마지막에 갑자기 ‘안녕’이

라고 말하는 것보다 미리 시간을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이

번에 이야기하는 거야. 남은 한 달 동안 어떤 작별인사를

할까 생각해볼게. 그럼, 다음에 만나.

도시여자

춘천의 별빛산골교육센터에 산골유학 온 도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낸 지

벌써 4년. 마음만은 성격만은 원하든 원치 않든 여전히 도시여자.

Page 62: Magazine 201311

62 2013 5

투명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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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출액 306,760,499

● 회비수입 125,505,598

사무처

공익법센터

국제연대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민생희망본부

사법감시센터

사회복지위원회

시민경제위원회

의정감시센터

조세재정개혁센터

참여사회

평화군축센터

행정감시센터(공익제보지원센터포함)

도시락

89,447,198

1,355,200

771,400

1,785,700

4,397,400

2,751,700

8,583,400

4,006,100

3,168,200

1,495,900

1,518,300

2,130,800

3,814,300

280,000

● 정기후원금수입 880,000

● 부정기후원금수입 163,379,085

● 사업수입 16,995,816

2 매출원가

3 매출총이익 306,760,499

5 영업손실

6 영업외수익 80,338

● 이자수익 80,138

● 잡이익 200

8 법인세차감전손실

9 법인세

손익

지출(원)

4 판매비와 관리비 166,303,000

● 급여 92,188,679

● 복리후생비 9,132,750

● 여비교통비 389,680

● 통신비 2,296,240

● 전력비 2,316,880

● 세금과공과금 10,831,230

● 임차료 495,000

● 차량유지비 1,218,490

● 교육훈련비 196,800

● 도서인쇄비 252,000

● 회의비 1,040,690

● 사무용품비 41,140

● 소모품비 820,260

● 지급수수료 9,469,552

● 건물관리비 2,586,650

● 잡비 286,000

● 사업비 29,399,809

● 발송비 287,150

● 부설기관회비등 3,054,000

140,457,499

7 영업외비용 2,827,226

● 이자비용 2,277,226

● 기부금 500,000

● 잡손실 50,000

137,710,611

137,710,611

2013년 9월 참여연대 회계보고(센터/위원회포함)

✽참여연대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면 70%는 회원이 지정한 센터로, 나머지 30%는 사무처로 지급됩니다.

본인의 후원 센터가 궁금하다면 참여연대 ‘회원마당 활기차’ 웹사이트에 로그인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설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의 회비는 사무처와 분배하지 않고 100% 연구소에 지급합니다.

부설기관 참여사회연구소는 독립법인으로 재정과 회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Page 63: Magazine 201311

이송희 운영기획팀장이 전하는

참여연대 살림살이

결실과 감사의 계절

이송희 운영기획팀장이 전하는

참여연대 살림살이

한낮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

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입니다. 흔히

들 가을을 일러 ‘결실과 감사의 계절’이라고 하는

데요, 참여연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19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진행한 기념 행사가

많은 회원들을 비롯한 참여연대를 아껴주시는 분

들의 참여로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창립기

념식에 참석하시거나, 회비를 한 번 더 내주셨거

나, 회비를 증액해주셨거나, 창립축하금으로 함께

해 주신 분들이 거의 1천 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9

월 말 현재 기준으로 올해 모금된 창립축하금은

165,455,030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이 가운데 일부가 9월 회계보고에 반영돼 있습니다). 올해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경기나 사회·정치적 여건을 감안해보면, 이 같은 성과는 참 놀라운 결과입니다. 사회를 변화시켜 보다 인간

다운 삶을 다 같이 누리기 위한 참여연대의 활동을 지지하는 마음들이 만들어주신 또 하나의 결실에 고개 숙여 감

사드립니다.

그리고 공익제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용도가 지정된 ‘공익기금’에도 큰 금액이 지정 기탁되었습니다. ‘공익

기금’은 국가기관이나 기업 등 조직의 부정부패, 비양심적 행위 등을 관계 기관에 신고하거나 언론·시민단체 등에

알림으로써 양심의 촛불을 밝힌 공익제보자들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공익제보자의 밤’ 행사

가 12월에 열리는데요, ‘올해의 의인상’을 받으실 분들을 만나러 오셔도 좋겠네요. 공익제보를 위해 감수한 희생과

담대한 용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 가질수록 세상의 어둠이 설 자리는 줄어들 테니까요.

■ 회비 수입이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상승폭이 조금 더 커졌는데요, 창립축하금 대신 지

인들을 새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으로 축하해주신 분들도 꽤 되는데다, 회비를 증액하신 분들도 100명이 넘기 때문

인 듯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참여연대 사옥에 대한 재산세(토지분과 건물분 절반) 납부로 세금이 많이 지출됐습니다.

■ 19주년창립기념행사 비용이 반영돼 사업비가 조금 늘었습니다.

■ 9월 말까지 결산하고 나니, 올해 살림의 수입과 지출을 예산대로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총회에서

승인받은 예산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안 쓰는 게 남는 것이라는

자린고비의 말씀을 새기면서요.

창립축하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 편지를 발송하기 위한 작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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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날개_ ‘날개’는 물품 후원을 말합니다

날 개 니달 았 습를 다

10월의 어느 월요일 이른 아침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처음으로 농사를 지어 얻은 수확을

참여연대에 보낼 수 있어 기쁘다는 회원의 전화였습니다.

전화선 너머로 들리는 회원님의 기쁘고

벅찬 목소리가 많은 여운을 남겼고,

곧이어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방금 딴 것 같이 신선한 포도 세 상자.

상자를 풀기도 전에 퍼지는 향긋한 포도 내음에 한 번 반하고,

상자를 열어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에 반하고, 그 맛에 반하고.

세 번 반한 포도였습니다. 맛도 정말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귀한 첫 포도를 수확하신 기쁨을 참여연대와 함께 해주신 그 마음입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지만, 포도는 맛있게 먹고 마음만 깊이 간직했습니다.

김영회 회원님의 내년 포도농사도 풍작을 기원합니다!

10월의 어느 월요일..

1 김융희 님께서 고구마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항상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 김영회 님께서 귀농 후 첫 수확인 포도 세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꿀보다 달콤한 포도, 맛이 정말 굉장했어요. 귀한 포도 감사합니다.

3 미니스톱피해점주협의회에서

유리 접시 스무 개를 보내주셨습니다.

접시가 예뻐서 점심 도시락 먹을 때, 간식 시간에 기분 내기 좋아요!

4 송호균 님께서 바나나 한 송이와 과자 다섯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오며가며 출출한 간사들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5 이옥수 님께서 볼펜 116개를 직접 가져다 주셨습니다.

거리 서명운동을 할 때, 회의 할 때 긴요하게 쓰겠습니다.

6 정해창 님께서 고구마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맛 좋은 고구마, 간사들 모두 잘 먹었습니다.

7 홍정아 님께서 보관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우표를 보내주셨습니다.

신입회원 웰컴팩을 보낼 때, 회원 가입 1년을 축하 편지를 보낼 때,

10년지기와 회비 증액 회원에게 감사를 표할 때,

탈퇴 회원에게 인사와 아쉬움을 전할 때 잘 쓰겠습니다.

이달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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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참여사회

● 참여연대에는 문서 업무가 많습니다. 일 더 많이, 더 잘할 수 있도록 A4용지를 후원해 주세요!

● 참여연대의 현장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피플TV에서 비디오 카메라에 필요한 액세서리가 필요합니다.

렌즈필터 슈나이더 B+W CLEAR MRC UV2(82mm)

비디오카메라 삼각대 : Sachtler Ace M MS 1001

● 자료 정리와 보관을 위한 SATA형식 대용량 하드디스크 (2TB 이상)

● 회의 기록 등의 업무와 자원활동가 지원을 위한 노트북과 모니터

● 참여연대용 중고 핸드폰 1개 (3G 공기계도 좋아요)

날 개 세달 아 주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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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쓰지 않고 뒹굴고 있는 물건도 참여연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의 후원으로 함께해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이 담긴 날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 [email protected] 02-723-5304

날개를 담당하는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가 말하는 날개 Q&A

Q 지난 『참여사회』에서 노트북 날개를 달았다고 했는데, 여전히 ‘날개를 달아주세요’ 목록에 노트북이 포함되어 있네요. 노트북이

얼마나 필요한 건가요?

A 날개 요청을 드릴 때 품목 옆에 수량을 적는 게 좋을지 늘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운영기획팀에서 논의를 했는데, 결국 수량은

적지 않기로 했습니다. 날개를 요청 드리고 받는 것도 염치없는데 수량까지 밝히면 회원들께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

지요. 지난 『참여사회』 8월호에서 이기형 님께서 노트북 날개를 달아주셨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는데요, 그 노트북으로 참여연대

의 노트북 부족 현상이 끝난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못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새 노트북 날개를 받으니 기존에 사용

하던 노트북이 고장 나는 이유는, 기계도 질투를 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저 고장 날 때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노트북을 공유하면 되지 않나요?

A 물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노트북이 충분하지 못해서요…….

참여연대에서 노트북은 주로 회의 속기용, 프레젠테이션용으로 사용합니다. 안타깝게도 속기용과 프레젠테이션용 두 대가 동시

에 필요하다거나 부서별로 회의 일정이 겹치거나 할 경우, 노트북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원 활동가, 인턴들의 활동 지원을 위해서도 노트북이 필요합니다. 참여연대가 보유한 컴퓨터 수량은 참여연대에 드나

드는 수많은 자원활동가와 인턴들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지요. 그래서 가능하면 개인 노트북 지참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노트북 돌려막기라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몇몇 부서에서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반드시 노트북을 가져오라고

요청을 하고 있고, 참여연대 사정에 익숙한 분들은 자연스레 노트북을 지참하고 다니시곤 한답니다. 개인용 노트북을 업무용으

로 쓰는 이런 경우,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데이터를 옮기려면 시간이나 노력이 두 배로 들어 고역이지요.

좋아요. 그럼 어떤 사양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A 동영상과 오피스 프로그램(2007 버전 이상)이 동시에 3개 이상 작동 가능한 사양이면 좋습니다. 참여연대를 방문한 학생이나

외국 단체 활동가 등 외부 탐방객들에게 참여연대의 활동을 소개할 때, 한꺼번에 2~3가지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아 곤란할 때

가 많거든요. 그리고 참여연대의 가장 큰 강당인 느티나무홀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 연결이 가능한 VGA 포트가 있어야 합니다.

더 자세한 답을 원하신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성실히 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문의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 02-723-53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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