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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여름 제42호 연세대학교회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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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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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여름 제42호

연세대학교회The Yonsei University Church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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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Contents

03 한상완 교우

꽃비의 예시 豫示

목회칼럼

04 곽호철 동역목사

섬김과 나눔, 그 깊이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특집: 섬김과 나눔

07 안옥수 교우

감사장을 바라보며

09 김삼성 교우

라오스의 봉사활동

11 고애란 교우

거제도 '애광원' 방문기

13 정혜연 교우

나눌수록 채워지는 것

신앙간증

15 김우진 교우

나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

17 교우 소식 / 교회 소식

착한 사마리아 사람(The Good Samaritan)

율법 교사는 예수와의 대화에서 자기의 삶이 옳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다. 마침 한 사제가 그 길로 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또 레위 사람도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갔다. 그런데 사마리아 사람은 그 옆을 지나가다가 그를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 가까이 가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주고는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다. 그리고 여관 주인에게 돈을 주면서 그 사람을 잘 돌보아 주기를 부탁하고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면 이 세 사람 중에서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은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는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참고 : 누가복음서 10:25-37)

출처: 예수의 생애(그림: 김학수, 해설: 윤병상)

연세대학교 출판부

꽃비의 예시豫示

연세대학교회 | 특집: 섬김과 나눔

友江 한 상 완

대학 병원 뜰에 아담한 벚나무

활짝 핀 모습

봄의 아담한 전령사傳令使

푸른 봄바람 일렁이니

벚꽃잎 꽃비 되어 내린다

눈꽃 하얀 꽃비

흩날리며 대지에 이르니

순간 시공時空은 적막寂寞

수다로운 우리네 인생사란 것

또한

봄 날 꽃비처럼 날리다

대지에 안겨

영겁의 침묵에 회귀하나니

이렇게

꽃비가 내리는 것은

우리 삶의 예시豫示

(2019년 4월 9일, 꽃비 내리는 대학병원 뜰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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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 특집: 섬김과 나눔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5 ■

목회칼럼

섬김과 나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

어입니다. 잘 알려진 짧은 떼제 공동체 노래는,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라고 합니다.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이 거룩한 공

간이고 하나님을 경험하는 공간입니다. 그만큼

나눔이 기독교에서 중요합니다. 나눔 만큼이나

섬김도 중요합니다. 예수께서는 천국에서 가장

큰 자가 겸손히 섬기는 자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함께 모여서 만든 공동체가

이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였습니다. 모두 섬기고

나누어서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사

도행전은 전합니다(행4:34). 초대교회 섬김과 나

눔의 공동체에서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

다.”는 구절이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경제적 격

차가 심각하고 또 더 확대되고 있는 시대라 더 눈

길이 갑니다.

섬김과 나눔은 기독교가 한국 땅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종교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소중한 토대였습니다.

처음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이 성서를 읽고 기독

교인이 되면서 행한 섬김과 나눔은 우리에게도

큰 감동을 줍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두 이야기

가 기억에 남습니다. 강화도의 부자였던 종순일

은 성서를 읽고 자신에게 돈을 빌려간 마을사람

들의 빚 문서를 모두 불태워버렸습니다. 후에

자신의 재산을 모두 처분해서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교회에도 기부했습니

다. 그리고 그는 부인과 함께 전도여행을 떠

났고 여러 교회를 세웠습니다. 강화도 잠두교

회에 과부교인이었던 김씨 부인은 성서를 읽

고 복섬이라는 여종의 종문서를 교인들이 보

는 앞에서 불태우고 해방을 시켜주었습니다.

복섬이가 그 집을 떠나기보다는 김씨 부인과

함께 살기를 요청하자 양녀로 받아들이고 함

께 살았다고 합니다. 이 두 예처럼 초기 한국

교인들의 섬김과 나눔의 삶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우리 시대의

섬김과 나눔은 예전과 비교하면 좀 가볍고,

그 의미가 세속화되어서 그 진정성이 퇴색된

느낌입니다. 인터넷에 섬김과 나눔을 검색했

더니 인터넷 쇼핑몰이 제일 상단에 뜨고, 기

업 정보가 그 뒤를 잇습니다. 이미 오래되었

지만, 섬김은 리더십과 연결되어서 정치뿐만

이 아니라 기업 운용에 있어서도 핵심 개념으

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익을 창출하는데도 거

리낌 없이 섬김과 나눔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섬김과 나눔이 사람들에게 널리 수용

되는 보편용어가 되었다는 의미라서 한편으

로는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

큼 그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반증처럼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섬김과 나눔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만큼 안타깝게도 그 속에 자리 잡던 희생이 사라져갑니다. 희생이 없는 섬김과 나눔은 기독교에서는 낯선 개념입니다.

나에게 손해를 미치지 않을 정도로만 나누고,

내가 낮아지지 않을 정도로만 섬기는 달콤한

기독교를 성서에서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예

수께서 가르치신 산상수훈에서는 “헉”소리가

날 정도의 섬김과 나눔을 얘기합니다. 예수께

서는 오른쪽 뺨을 치면 왼쪽 뺨을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겉옷을 내어주고,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면 십 리를 같이 가

주라고 하셨습니다. 이 산상수훈을 문자 그대

로 우리 시대에 실천하기는 참 어렵습니다만,

그 가르침의 밑둥치에는 자기희생이 선명하

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섬김과 나눔에는 손해 보

지 않는 나눔, 스스로 낮아지지 않는 섬김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에서

여유분만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정도로 도움을 주려는 마음

입니다. 자기희생이 사라진 빈자리에, 자기사

랑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습니다. 섬김과 나

눔이 자기사랑과 자기 확장의 도구가 되어버

렸습니다. 섬김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는 훨

씬 더 많아진 사회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사회

적인 갈등과 분노는 더 증폭되어가는 게 지금

곽 호 철 동역목사

섬김과 나눔, 그 깊이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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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7 ■

특집: 섬김과 나눔

병원에서 퇴원 한 후, 6개월을 누었다가 일어

나 걷기 연습을 시작했다. 의사의 말에 의하

면 어린애가 걸음을 배울 때처럼 열심히 걸

으란다. 처음에는 보행기에 의존하고, 실내에

서 걸음 연습을 했다. 보행기에 의존하는 팔

에 힘을 빼고, 다리에 힘을 주고 걸으라는 주

의를 받았다. 그 다음은 지팡이를 짚고 걷는

연습을 했다. 내 일생에 걷는 것이 이렇게 어

려운 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요즘은 정원에

나가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서 푸른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기도 한다. 아름답다.

그리고 신기하다. 더욱 볼에 닿는 바람은 나

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시원하다. 다시

살아난 기분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

고 싶은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서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여러 달 동안 쓰지 않았던 방,

들어서니 답답한 느낌이 든다. 사방을 둘러싼

책꽂이, 꽉 메운 책들, 꽂힌 책 위에 임시로 올

려놓은 책들, 그 뿐이 아니다. 컴퓨터 좌. 우

에는 글 쓸 때 참고했던 자료들이 흩어져 있

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근래에 받았던 잡지들

이 쌓여있다. 어수선한 방을 바라보는데 아들

의 말이 떠올랐다. ‘엄마 방에 꽉 차 있는 책,

근래에 보지 않는 책은 좀 버리세요. 저렇게

책으로 방을 꽉 채우고 있는 것도 엄마의 욕

심이에요.’하는 것이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

을 때, 나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책을 많이

읽고 소장하는 것이 욕심이란 소리가 낯설 뿐

아니라 좀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이

어수선한 방을 바라다보니 이제는 정리할 때

도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꽂이 정리를 하

려고 맨 먼저 책장 위에 쌓인 누런 대 봉투 무

더기를 내려놓았다. 봉투 속에 들어있는 내용

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나 같이 모두 포근

한 비로드 커버로 덮여있다. 학위증, 교수 임

명장,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위임한 위임장들

이었다. 하나하나 읽는 순간, 까마득히 잊었

던 일들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계속 봉투를

열고 내용물을 끄집어냈다. 퇴직할 때 받았던

국민훈장과 메달도 나온다. 이런 것도 내가

받았던가를 생각하면서 다음 봉투를 열었다.

이번에는 ‘04-12호, 감사장’이란 굵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 기관에서 나에게 감사장

을 주었을까? 눈여겨봤다. S병원의 병원장이

준 봉사활동에 대한 감사장이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정년퇴직을 한 바로

그해였다. 내가 미국에 유학한 1970년대, 한

국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지만 남을 위해 혹

은 자기가 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노임을 받

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봉사활동이란 개

념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계를 조직하여 상

호 부조하는 풍습은 있었다. 곗날이면 여인

들도 모여서 경치 좋은 산야에서 가무를 즐

기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미국 사회

감사장을 바라보며

안 옥 수 교우

현실입니다. 세속화된 섬김과 나눔을 새롭게

하려면 기독교적인 섬김과 나눔이 그 깊이를

회복해야 합니다.

섬김과 나눔의 깊이를 회복하려면, 우리 시

야에서 타자를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늘 용수철처럼 돌아오는 자기사랑은 타자를

우리 시야의 사각지대로 몰아넣습니다. 섬

김과 나눔을 많이 얘기하지만, 정작 그 대상

은 보이지 않습니다. 성서에서는 얼마를 나누

고, 얼마만큼 섬기라는 구체적 내용보다 섬김

과 나눔의 대상을 분명하게 적시합니다. “나

그네와 과부와 고아를 (돌)보라.” 예수께서는

심지어 그들에게 한 것이 곧 예수 자신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타자에게서 하나

님의 깊이를 발견할 때, 우리는 섬김과 나눔

의 깊이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타자에게서 하나님의 깊이를 발견한다면, 우

리는 그 앞에서 겸손히 서야합니다. ‘나’라는

주체(subject)를 레비나스는 아래에서(sub)

타자를 떠받드는 자세로 자신의 열망과 열정

을 보내는(ject)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늘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내 뜻대로 움직여서 내

발 아래 두려는 것이 인간의 떨쳐버릴 수 없

는 욕망입니다. 그 욕망에서 스스로를 낯설게

하며 용감하게 타자 앞에 자신을 주변부에 위

치시키며 겸손하게 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자리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입니다. 이

러한 삶은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빈궁한

자를 통해 드러난) 당신의 뜻대로” 사는 삶이

기도 합니다.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는 책을 저

술하고 노숙자와 빈민을 위해 엠마우스 운동

을 벌인 아베 피에르 신부는 섬김과 나눔이

기독교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밝힙니다.

나는 신자라고 불리는 사람과 스스로 비

신자라고 부르는 사람 간에 근본적인 구

분이 없다고 확신합니다.‘자신을 숭배하

는 자’와‘타인을 공감하는 자’사이의 구

분이 있을 뿐입니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사람과 타인을 고통으로

부터 구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 사이의 구

분이 있을 뿐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

하길 거부하는 사람 간의 구분이 있을 뿐

입니다.

그의 표현대로 기독교인들이 섬김과 나눔의

깊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 숭배에서 타

인 공감으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삶에서

그 고통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삶으로, 그

리고 사랑을 거부하는 삶에서 사랑하는 삶으

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 길이 예수 그리스도

께서 걸어가신 길이고 제자인 우리가 따라야

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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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9 ■

특집: 섬김과 나눔

나는 2013년 말 KOICA 봉사단원으로 2년간

라오스에 파견되었다. 다섯 시간 반을 날아서

도착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의 왓따이 공

항. 11월 하순의 라오스 날씨는 예상했던 것

처럼 후덥지근했다. 그러나 그때가 일 년 중

가장 지내기 좋은 시기였다.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에어컨을 켜고 밤에는 전기담요를 켜

고 지내야 했다. 그 때가 나름 겨울이었던 셈

이다. 임지의 형편은 알 수 없었으나 수도의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양호했다. 느리긴 하지

만 숙소에서는 와이파이를 사용해 인터넷도

할 수 있었고 SNS로 소통도 할 수 있어 가족

과 친지들의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각자의 임지로 떠나기 전 동기 단원들과 수도

에서 2달 동안 합숙을 하며 라오스어 집중 훈

련과 문화 체험, 안전교육 등을 이수하였다.

나는 라오스 중북부에 위치한 방비엥이라는

도시의 군청 관광국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수도에서 160 키로 정도 떨어진 라오스의 조

그맣지만 유명한 관광도시였다. 워낙 도로 사

정이 좋지 않은데다 면적의 70%가 산지여서

꼬불꼬불 굽은 산길이 많은 탓에 버스로 4 시

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파견기관으로 출근한 첫날 근무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니 사무실 문은 잠겨 있고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니 출근 시

간을 10여분 지난 시간에 열쇠를 가진 직원이

첫 출근을 했다. 그 후로 직원들은 거의 한 시

간에 걸쳐 하나 둘 아주 자유롭게 출근을 하

고 있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사정은 마

찬가지였다.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였으나 아무도 8시에 출근하는 직원은 없

었다. 사회주의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그들은

공무원일지라도 모든 개인적인 일에 우선순

위를 두고 公事는 차선인 것 같았다. 아무도

지각을 질책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점심시간을 빼고 나면 하루 근무 시간은 채 5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들이 가난 할 수밖에

없고 수원국인 이유가 눈에 보였다. 수도와

는 달리 사무실의 환경은 그야말로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먹을 물이 문제였다. 병에

든 물을 사먹기는 했지만 물을 끓여 차 한 잔

을 마실 여건도 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정수

기도 없이 개미가 바글거리는 물을 그냥 먹

고 있었다. 물이 좋지 않아서인지 라오 사람

들은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 그런데 냉장시

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맥주에 얼음을 넣어

서 마신다. 그 얼음은 정수되지 않은 물로 만

들어진다. 내가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환

라오스의 봉사활동

김 삼 성 교우

는 기독교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인

지, 남을 도와주는 일이나, 지역사회에서 봉

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들은 봉사활동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거리에서 봉사활동을 기념하는 백을

들고 다니는 여인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한 그들의 모임에서는 지역사회의 발전과 세

계평화를 위한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기도 했

다. 봉사활동은 어른들만의 활동은 아니었다.

중ㆍ고등학교 학생들도 적극 참여하며, 그들

이 대학에 지원서를 낼 때는 반드시 봉사활동

시간을 기록하고, 증서를 첨부한다. 어릴 때

부터 봉사활동을 하는 습관이 들은 것 같이

보였다. 내 친구 제니스는 병원에 입원한 어

린이의 부모가 직장일로 어린이를 줄곧 돌보

지 못할 때 부모 대신 어린이와 시간을 같이

하는 활동도 하고, 주말이면 노인 집을 방문

하여 손톱, 발톱을 깎아주며, 이야기 하는 봉

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보고도 봉사활

동을 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그 당

시 나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그 친

구의 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친구는 나

에게 고국에 돌아가 봉사활동을 할 때 노인들

을 만나면 맨 먼저 그들의 손을 꼭 잡아주라

는 것이다. 손을 잡으면 손이 바르르 떤다고

했다. 그것은 너무 외로워서 나타나는 반응이

라고 설명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 고국

에 돌아가면 꼭 봉사활동을 하리라고 다짐했

다. 그러나 막상 돌아온 후에 순수한 봉사활

동은 하지 못했다. 대학 교수라는 직업이 밖

에서 보기에는 무척 한가하게 보이지만 실상

은 다르다. 교수에게는 세 가지 충족해야할

의무가 있고, 또 평가를 받는다. 강의, 연구,

사회활동(social service)이다. 그러나 그 모두

는 봉급을 받는 범위에 속하는 활동이다. 만

65세가 되던 여름에 정년퇴직을 했다. 미루어

왔던 봉사활동을 시작 하려고 찾아간 곳이 S

병원 원목실이었다. 교회에서 목사님을 뵈었

기 때문에 안면이 있어서다. 목사님은 병원의

담당부서에 소개해 주셨고, 나는 수술실 거즈

접는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거즈 접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 거즈 뭉치를 놓

고 용도에 맞는 모양으로 접기 위해 각기 다

른 길이로 잘라서, 접기 시작한다. 작은 것은

골무만한데 접어놓으면 아주 야무지게 보이

고, 어린이 주먹만 하게 접은 것은 마치 꽃송

이처럼 보인다. 아주 크게 접는 것 등등, 아마

대여섯 종류는 되었던 것 같다. 첫 주는 옆의

봉사자의 시범에 따라 배웠다. 그녀들은 모두

가 가톨릭교회에서 활동하는 레지오단원들이

었다. 무척 친절했다. 더욱이 여고 후배가 둘

이나 있어서 분위기는 낯설지 않았다. 일 주

일이 지나자 단순 손작업이기 때문에 나도 그

들 못지않은 프로가 되었다. 임금 없이 하는

일은 처음이다. 임금이 없기 때문에 더 시간

을 지키게 되고 즐거웠다. 일주에 하루씩 하

는 봉사활동은 즐거운 하루였고,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만 오 년을 봉사하고, 칠십이 넘어

서 그만 두었다. 오늘 내가 바라다보고 있는

것은 그 때 받은 감사장이다. 봉사활동을 끝

내는 날, 우리는 조촐하게 커피 한 잔씩을 놓

고, 송별 파티를 하는 데 늘 우리보다 먼저 와

서 청소를 하고 나가는 아주머니를 보게 되었

다. 커피 한 잔 하시라고 했더니 흔쾌히 자리

를 같이 했다. 그 분의 마지막 말이 잊히지 않

는다. 봉사하는 분들이 오기 전에는 자기들,

임금노동자들이 이 일을 했다‘ 는 말을 전한

다. 어쩐지 우리에 대한 섭섭함을 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감사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때 그녀의 표

정이 떠오른다. 무언지 미안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 나의 봉사활동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을 함으로써 나의 만족감을 충족시키려는 욕

심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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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11 ■

특집: 섬김과 나눔

영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나는 술을 잘 먹

지 못하지만 현지음식과 술을 함께 나누는 것

이 가장 빠르게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훈련 받았으므로 어느 정도는 먹

고 마셔야만 했다. 그 후로도 이 집 저 집 불

려 다니며 같은 행사를 치러 냈다. 그들은 마

음이 따뜻했고 외국인을 초대하는 것을 자랑

스럽게 생각하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오래전

우리가 평화 봉사 단원에게 그랬던 것처럼.

용케 물갈이를 하지 않고 잘 버텼다 싶었는데

환영행사에 불려 다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

자기 설사가 시작되었다. 석 달간 계속된 설

사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급기야 혈변

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시설이 여의치 않아

간호단원이 준 약으로 버티다 한계상황에 온

것이다. 결국 방콕병원으로 후송되어 열흘간

입원치료 후에야 돌아 올 수 있었다. 그 후로

나 자신을 건사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얼마나 큰 민폐인가를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그 도시의 관광

수입 증대를 위한 각종 방안을 연구하고 지도

하기 위해 파견 되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낙후된 시설 보수와 새로운 시설의 건립이었

다. 내게는 5만불의 프로젝트 예산이 있었지

만 원하는 사업의 규모를 실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가장 관광수입을 극

대화 할 수 있는 ‘불루라군‘이라는 곳을 선정

하여 위험한 다리를 보수하고 화장실과 식당

을 지어주기로 하였다.

그 과정은 지난했다. 우선 업자를 선정하고

마을 이장단과 군청 공무원 사이의 의견과 공

사비용을 조율하고 공사를 감독하는 일은 쉽

지 않았다. 나는 공사장 인근에 guest house

를 정하고 3개월 넘는 기간을 그곳에서 지내

면서 자재를 구입하는 일부터 공사과정을 꼼

꼼이 챙겼다. 처음에 대충 넘어가려던 업자는

내가 기숙하며 공사를 챙기기 시작하자 태도

가 바뀌었다. 아직 마무리가 좀 남았지만 군

청 사찰단의 inspection 으로 공사 감독은 일

단락이 되었다. 10여명이 넘는 라오 군청공무

원과 건설사 사장, 마을 이장단 가운데 오롯

이 혼자인 한국인 한명, 어떤 상황에서도 라

오스인은 라오스인편 인 것을 감안하면 공사

의 미진한 부분 개선을 요구하는 내 의견은

상당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였지만 예상

외로 내 요구는 모두 받아들여졌다. 몇 명의

합리적인 공무원의 판단과 미래를 바라보아

야하는 투자청, 관광청 공무원들이 건설사나

마을의 편만 들어주기는 어려웠으리라. 한국

의 원조를 지속적으로 받고 싶은 입장에서 어

찌 자국민만 옳다고 할 수 있었겠는가?

잘하려고 애쓰다보니 건설사 사장에게는 지

독한 한국인이 되어있었고 공사룰 지켜본 느

슨하고 대충인 라오스 사람들에게도 나는 깐

깐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원조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의 이미지 고양을 위해서도 일해야 하

는 나로서는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공사가 끝나 혜택을 받게 되

면서 마을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게 되기를 바

라고 있다. 그리고 눈속임만 일삼던 건설사

사장도 나를 통해 일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배우게 되었기를 바람 해 본다.

나는 오늘도 남아 있는 내 삶에서 건강을 지

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해 본

다. 그리고 언젠가 라오스 사람들이 잘살게

되는 날 우리를 도와주러 왔던 한국인 할머니

의 근면함과 꼼꼼함을 기억해 내고 그들도 그

렇게 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많은 사건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무사히 소임

을 무사히 귀국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가끔씩 그 귀한 시간을 추억해 본다.

거제도 애광원 방문기

제 2 장년회에서 거제도 애광원을 다녀왔다. 직

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아나바다 자선바자회에

처음 참여해 준 애광원이 12월에 방영된 <다큐

3일> 거제도 애광원 72시간-내 인생의 선물에

소개된 것이다. <다큐 3일>을 시청하신 여러

교우들이 어떤 형태로든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시면서 논의를 거듭한 결과 일단 방

문을 한 후 가장 적절한 방식을 모색하기로 결

정되었다. 학생봉사단을 맞이해야 하는 애광원

의 일정 상 22일로 방문일자가 정해지면서 여

러 개인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하시

는 여러 교우들께 미안한 마음을 안고 9명의 선

발대(?)가 방문길에 올랐다.

장승포항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

한 빨간 지붕의 하얀 집 여러 채가 모여 있는

애광원의 모습은 마치 외국의 어느 예쁜 마을

처럼 보였다. 이처럼 독특하고 예쁜 모습을 갖

출 수 있었던 것은 서베를린 공대에서 공부하

신 강병근 교수님의 설계로 지어졌기 때문이라

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만나홀 강당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애광원의 가

족들이 모두 모여 우리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

는 모습에 놀랐고,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하게

모든 일정을 진행하는 모습에 또 놀랐다. 애광

원의 역사와 지난해에 진행된 모든 일들을 알

려주는 영상을 시청하면서 애광원에서의 일상

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애우들의 특

별한 공연은 가슴뭉클한 감동이었다. 송우정

상임이사님의 환영사에 이은 김우택 선생님의

답사는 애광원의 장애우와 선생님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정말 감동적이었다.

환영행사가 끝난 후 민들레집 팀장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시설을 둘러보았다. 사회복지법인 애

광원은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 애광원, 중증장

애인 요양거주시설 민들레집, 특수교육시설 거

제애광학교, 직업재활시설 애빈하우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성빈마을, 일반 영유아 보육시설

인 옥수어린이집 등 여섯 기관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시설이 지적 장애인들을

장애의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서 나

아가 그들이 더 큰 세상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을 시행하고 교육하기 위

해 하나하나 마련한 것이다. 김임순 원장님이

1952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서언하면서 시

작한 애광영아원을 78년부터 정신지체장애인

거주시설로 전환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노력과 많은 분들의 도움이 아로새겨진

모습이었다.

토요일이라 장애우들이 작업하지 않는 날이었

지만 제빵실과 원예치료실인 풍차언덕도 둘러

볼 수 있었고, 장애우들이 한땀한땀 정성스럽

거제도 '애광원' 방문기

고 애 란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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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13 ■

특집: 섬김과 나눔

게 만든 섬유제품들과 도자기들을 감탄스런

마음으로 만나보았다. 전망좋은 윈드밀 테라

스에서 장애우들이 직접 만든 맛있는 빵과 차

를 함께 하며 김임순 원장님과 선생님들과 많

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애광원에서 새로

운 장애우를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는지가

궁금했다. 돌아온 답변은 사회복지법인이므

로 거제시에서 장애우를 보내면 그대로 받아

들여 돌보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미

거주하는 장애우들과 잘 지낼 수 있는가 만을

판단한다고 하셨다.

애광원에는 현재 236명의 장애우가 거주하고

있고 선생님은 약 100분이 계시지만 개별적

인 필요사항이 많은 장애인들을 잘 보살피고

자립을 위한 교육을 위해서는 더 많은 선생님

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필요경비의 85%를

국가로부터 받고 있지만 15%의 비용은 여러

독지가의 후원과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고 한다. 우리가 봉사자로서 또한 기부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알 수 있었다.

애광원을 떠나 거가대교를 건너면서 교통이

편리해진 지금은 이렇게 쉽게 다닐 수 있지만

뱃길로만 부산에 갈 수 있던 때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4년 전에 애광원 봉사를 희망하는 학생회 임

원들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봉사자를 위

한 기초교육에 참여하면서 음식을 먹고 원하

는 장소로 이동하는 등의 모든 사소한 일상이

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체험할 수

있었고 정말 남다른 사명감 없이는 이곳의 선

생님이 되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편도 5시간이 걸리는 곳을 1박2일로 다녀오

는 것은 아무래도 힘에 좀 부치는 것 같다. 하

지만 버스에서 힘들어 하면서 오는 동안에도,

그리고 돌아와서도 장애우들과 선생님들의

맑고 밝은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를 환

영하는 공연에서 역동적으로 북을 치던 사물

놀이패 여학생도, 유난히 흥이 많아보이던 남

학생도. 애광원 설명서의 글을 읽으면서 앞으

로 해야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사회복지법인 거제도애광원에서 생활하는

모든 장애인들은 장애인이기에 앞서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꾸준

한 교육과 재활 훈련을 통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함께

해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손길이 우리

에게는 큰 감동과 희망이 됩니다.”

대학생들에게 6월 달은 정신 없이 바쁜 달입

니다. 학기말로 달려가는 중이라 각종 시험과

과제들이 쏟아지는 기간입니다. 가만히 내 일

을 처리하기에도 벅찬 느낌이 들기 십상입니

다. 하지만 저는 이번 6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듣는다면 단연

연세대학교회에서 함께한 아나바다 행사라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 시대의 청년들에게 “남을 돕고 살아라. 나

눔을 실천해라”같은 말은 사치처럼 들릴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수록 나눠야 나도

더 행복해 진다는 것을 삶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크리스천 일 것입니다.

이번 아나바다 행사에서 대학부는 생협에서

협찬받은 물건들과 머리핀, 간단한 음료 등을

판매했습니다. 저희 예배섬김이들이 처음 아

나바다 행사 날짜를 들었을 때는 조금 난색을

보였습니다. 기말고사 바로 직전 주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날 행사를 참여하고 판

매하는 것이 마음에 짐처럼 느껴진 청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막

상 행사를 시작하니 다들 마음이 달라졌다는

것을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판매해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홍보를 다녀

보기도 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구매하기

도 하면서 아나바다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기념품위주라 잘 팔리지 않을까 걱정했

던 것과는 다르게 꽤 많은 물품이 판매되었습

니다.

연새대학교에 진학을 희망하는 어린 학생들

이나,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물건

을 구매 할 수 있도록 돕는 그 시간이 즐거웠

습니다. 어쩌면 상황적으로는 그리 좋을 것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담

당 교수님과 목사님, 예배섬김이들과 함께 하

는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힘이 났습니다. 이

런 마음은 주실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님뿐입

니다. 좋은 상황이 아닐 때도 내가 웃을 수 있

는 이유는 아마 제가 주님을 따를 어린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눌수록 채워지는 것

정 혜 연 교우연세대 생명공학과 15학번

대학부(신촌)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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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15 ■

신앙간증

이번 기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에게 한없이

많은 것들을 베풀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갖지 못했다고 슬퍼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나의 얼마 되지 않는 지식과 경험만

으로 세상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을 쫓느라,

주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한 더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들의 삶이 풍성해 질 수 있는 것은 하나

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때 일 것입니다.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주님이 알려주신 섬김

과 나눔을 삶 속에서 실천 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 아나바다를 통해 얻었습니다. 저 역시도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바쁜 생활 중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

렵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 아나바다는 나눌

수록 더 채워지는 기쁨을 느꼈던 소중한 경

험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눌 때 더 풍족한

마음으로 우리를 채워주십니다. 아직 주님이

원하시는 완전한 섬김의 모습으로 가기 위해

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

지만 이러한 순간들이 거름이 되어 우리가 지

치지 않고 주님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눔은 시혜가 아닙니다.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가졌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닙

니다. 가진 것이 적든 많든 내가 있는 곳에서

주변사람들에게 빛과 소금과도 같이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섬김이고 나눔일 것입

니다. 가끔 주변에 누군가를 섬길 때나, 나의

것을 나눠야 할 때 내 안에서 그 사람을 정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내가 저런 사람까지

섬겨야 하나, 나에게 하나 베풀지 않은 사람

에게 내 것을 나누어주어야 하나’ 이런 생각

이 듭니다. 하지만 성경에 “아무도 악으로 악

을 갚지 말고, 도리어 서로에게, 모든 사람에

게, 항상 좋은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데살

로니가전서 5:15)말씀처럼 그 사람을 섬겨야

하는가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도 듭니다. 다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 애쓰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

하지만, 교회에서 생활하면서 조금이나마 배

워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번 년도에 표어로 삶았던

구절로 이 글을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깨어

있으십시오. 믿음에 굳게 서 있으십시오. 용

감하십시오. 힘을 내십시오. 모든 일을 사랑

으로 하십시오”(고린도전서 16:13~14) 이번

한 학기 동안 주님이 주신 은혜를 생각하며,

남은 6개월 동안도 제가 행하는 모든 일을 사

랑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언제나

중심을 잃지 않고, 세상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기준이신 주님을 따

라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

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주님의 세상을 이루

는 한 사람으로서 다른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

께 할 수 있도록 연세대학교회에 속하게 인도

하신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제가 성악가로서 활동한 지가 얼마 되지는 않

았지만 여러 음악회에 참여하는 동안 음악을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준 어떤 경험

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젠가 저의 노래를 듣

고 계시던 중에 눈물을 흘리신 한 관객께서

저를 찾아와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일입

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저는 그저 가사의 내용대로

슬픔에 잠긴 노래 속 화자를 대변했을 뿐이었

습니다. 하지만 가슴 속에 어떤 풀어내지 못

한 한을 품고 계셨던 그 분께서는 제가 대신

아파함으로 인해 위로를 받으셨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직접적인 말보다 더 따뜻하게

누군가를 보듬어 줄 수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

의 고통을 대신 감당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음악가

적 소명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절대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신 예수님

의 희생만큼 고귀할 수는 없지만, 그 분의 발

자취를 따를 길을 하나 발견하게 됨은 제 생

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고 제게 큰 힘을 주었

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야 음악가로서의 진

로를 정한 제게 있어서 이 사건은 제 삶의 방

향을 더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

습니다. 하지만 20살까지 어려운 집안 형편을

핑계로 그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방황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21살이 된 저

는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는 제 자신에게 환멸

을 느끼고 서울로 올라와 갖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23살에는 육군 상무대 군악대

의 성악병으로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은 이제껏 제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하나님을 찬양했던 순간입니다. 아무 것도 가

진 것이 없었음에도 매일매일 하나님께서 저

와 함께 하심을 느끼며 제 마음에 하나님의

나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

김 우 진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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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17 ■

�수 상/입 학�◻ 윤종규 교우: 한국능률협회(KMA)에서 "제51회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 ◻ 김우진 교우: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 합격(석사 과정) �결 혼� ◻ 조성연/하형인 교우: 결혼, 5월 7일(화)◻ 신승호/김혜진 교우: 결혼, 5월 11일(토) ◻ 박현민/임현정 교우: 결혼, 5월 25일(토) ◻ 오태헌/김혜경 교우: 결혼, 6월 29일(토)

�출 생� ◻ 진익재/김영은 교우: 득녀, 4월 5일◻ 김가연 교우: 득남, 5월 18일◻ 김은석/김혜성 교우: 득남, 6월 23일

�교역자 동정�◻ 목사 안수 이의석 목사, 대학부(국제) 담당, 4월 24일(수) 정동교회 오사랑 목사, 대학부(신촌) 담당, 4월 24일(수) 조양교회◻ 부임: 이재은 목사, 대학부(국제) 담당, 7월 1일

�교사 임명�◻ 교사 임명: 안동옥(유치부)

�출 판 / 기 부�◻ 박호용 선교사: "유레카-익투스 요한복음" 출판감사예배, 6월 17일(월)◻ 김대일 교우: 『The Seeing of Bible』 E-Book 출판

�연주회/전시회�◻ 김혜옥 지휘자: 샹떼 자듀 합창단 정기연주회, 5월 16일(목), 영산아트홀◻ 박소현 교우: 서양화 분과전, 5월 18일-24일, 교하아트센터 제 23회 파주미술협회전, 5월 25일-6월 7일, 교하아트센터◻ 김태숙 교우: 동유럽 4개국(오스트리아,헝가리,발칸반도,크로아티아) 해외초청연주회, 6월 24일-7월 5일

�새교우� 한규영, 김동찬/허선미, 이재웅/문경수

�기 타� ◻ 함정희 선교사: 방문(현재 필리핀 선교 사역)

교 우 소 식

사랑을 담뿍담뿍 담아 주위의 동료들과 나누

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음악가가 되어 하나님

께 영광 돌릴 수 있게 되기를 끊임없이 간구

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였고, 군 생활의 후반

부에 휴가를 내어 수능과 실기시험을 치르고

연세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군 전역과 동시에 대학에 입학하자마

자 김혜옥 교수님의 리더십에 이끌려 대학교

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 남짓

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를 위한

대학교회 선생님들의 기도 속에서 저는 크게

실족하는 일 없이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온

가족 중에 홀로 교회를 다니는 탓에 가족의

기도를 받지 못하던 제게 있어서 대학교회 선

생님들의 기도는 제가 그려나가는 삶을 지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 4월에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

원의 석사과정 오디션에 합격하였지만, 설상

가상으로 어려워지는 형편 속에서 꿈꾸었던

대학에 합격시켜 주신 것만으로 만족하고 유

학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

지만 저는 대학교회 선생님들의 도우심으로

유학길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베풀어주시는 이러한

일방적인 사랑이 이해가 되지 않아 전도사님

께 답을 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전도

사님께서는 교회의 한 지체를 구하기 위해서

는 내 친자식의 풍족함을 담보해야 할지라도

망설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하셨습

니다.

충격적인 말씀이었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사는 것이었

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예수님을 닮으신

대학교회 선생님들의 큰 사랑 앞에 뒤집히게

되었습니다. 이 사랑의 실천을 입은 저의 삶

은 이제 더 이상 제 마음대로 그르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또 다른 사랑의 결실과

실천으로 승화시키기 전까지는 제가 원했던

것들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부담감을 계속 짊어지고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세상에 널리 전하

는 자가 되기까지 죄의 유혹에 끌려가지 않도

록, 이 부담감으로 저의 몸을 무겁게 하여 함

부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하여서 제가 항

상 한 곳만을 향해 있기를 원합니다. 나의 삶

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나의 소명을 깨

닫고 행하는 것임을 항상 잊지 않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인도해주시고 앞으로도 보살

펴주실 하나님 그리고 그 분의 사랑이 우리의

이웃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삶으로

증명하고 계시는 존경하는 대학교회의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 우 진(성악가·공연기획자)

- 연세대학교 성악과·신문방송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회 성가대 솔리스트

- 클포키뮤직 기획팀장

-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 석사과정

성악전공 입학예정

△이재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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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연세대학교회 2019 여름 제42호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19 ■

4월* 대학부 중간고사 간식나눔 행사: 4월 18일(목)

* 종려주일 성찬식: 4월 14일

* 부활절: 4월 21일

1) 부활절 칸타타

2) 부활절 세례식

유아세례: 유지찬(유성열/강영희), 천시안(천세훈/선지현)

세 례: 장준영, 하희정

3) 부활절 계란 나눔(제1장년회 지원, 유치부, 초등부 나눔)

4) 부활감사헌금 1,400만원을 강원도 산불피해 주민들 구호에 전액 전달

* 총장공관 야외예배: 4월 28일

* 대학부(신촌) 한강둔치 야외예배: 4월 28일

5월* 경로오찬 잔치/어버이주일: 5월 12일

* 2019년 1학기 교목실 점심나눔 식권지원사업을 위한 아나바다자선바자회 기금 3,200만원과

킨슬러 재단을 위한 통일기금 500만원을 전달: 5월 12일

* 교회위원회의 역사편찬위원회를 상설적인 특별위원회로 구성하기로 결의: 5월 19일

연세대학교회 The Yonsei University Church

교 회 소 식

6월* 아나바다자선바자회 봉사자를 위한 특별예배: 6월 9일 오전 9시 30분, 루스채플

* 2019 아나바다자선바자회 개최: 6월 9일

(총모금액: 46,507,427원/물품판매액: 14,809,000원/기부금: 31,698,427원)

* 제1장년회: 6월 17일(월) 성락원(城樂園)에서 친교 모임

* 제2장년회: 거제 애광원 방문, 6월 22일-23일(1박 2일)

* 평신도 신앙강좌: 6월 30일

▷ 강사: 김홍일 신부(성공회 사제, 한국 샬렘영성훈련원 운영위원장)

▷ 주제: 너희가 머물 곳을 주어라 ▷ 주관: 제1청장년회

▷ 일시/장소: 6월 30일(주일) 12시 40분/원일한홀 101호

* 1학기 성서연구(시편 읽기) 종강: 곽호철 동역목사, 6월 23일

△부활절 세례식 △부활절 계란 나눔

△총장공관 야외예배

△경로오찬 잔치 후 단체사진 촬영 △경로오찬 잔치

◃ 좌: 2019-1학기 교목실 <점심나눔식권지원> 사업 3,200만원 전달◃ 우: 킨슬러 재단 통일기금 500만원 전달

△아나바다자선바자회 △아나바다자선바자회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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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정종훈, 홍보출판위원장: 김흥도, 발행일: 2019. 7. 7, 02-2123-7360, [email protected], http://church.yonsei.ac.kr

2019년 연세대학교회 전교인수양회“너, 성령의 사람아!”(에베소서 4:3)

일 시: 2019년 8월 14일(수)-15일(목)장 소: 가평 필그림하우스강 사: 김 지 철 목사(전 소망교회 담임목사)

┏ 예배안내 ┑

주일예배(일요일) 오전 11시대학부(신촌)예배(일요일) 오후 2시 ◈ 장소: 루스채플 예배실

대학부(국제)예배(일요일) 오후 2시 ◈ 장소: 크리스틴 채플

교회학교(일요일) 오전 11시 ◈ 장소유치부 루스채플 114호초등부 원일한홀 101호중고등부 원일한홀 B101호

┏ 섬기는 이들 ┑

담임목사 정종훈 목 사동역목사 정용한 목 사 곽호철 목 사전임전도사 김명수 전도사유치부 신정미 전도사초등부 이정아 전도사중고등부 김준철 전도사대학부(신촌) 오사랑 목 사대학부(국제) 이재은 목 사성가대 지휘자 김혜옥오르가니스트 조성연

연세대학교회The Yonsei University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