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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호 악기장 북메우기 보유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임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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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 북메우기 보유자 · 제30호 악기장 북메우기 . ... 기계식 북이 대세가 돼 가는 오늘날 정교한 소리 를 만들어내는

Oct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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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호 악기장 북메우기

보유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임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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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열고, 땅을 울리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웅장하고 장엄한 소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분명 자연에서 올 것 같은 이 커다란 울림은 한 장인

의 손끝에서 만들어져 온 대지 속으로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간다. 천지를 진

동케 하고 삶에 기운을 북돋아주는 큰북을 특기로 하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북메우기) 임선빈 선생은 청각장애를 뛰어넘어 북의 완전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하늘이 낸 장인이다.

임선빈 선생이 생명이자 천명과도 같은 북과 만난 것은 넝마와 거지생활

을 하던 10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가 나던 1950년 선천성소

아마비로 태어난 임선빈 선생은 서울 이촌동에서 집단거지생활 중 폭력을

견디다 못해 몇몇 형들과 탈출했다. 기차를 타고 무작정 간 곳이 전라도 여

수 덕양. 그러나 덕양 우시장에서 선천성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임선빈

선생은 걸리적거린다고 버림을 받았다. 더구나 동네 아이들이 던진 돌을 맞

아 머리에 피까지 흘렸다. 임선빈 선생을 발견한 것은 그를 운명처럼 북소리

로 이끈 첫 스승 황용옥 선생이었다. 소가죽을 사러 왔다가 그를 보고는 대

구 공방으로 데려갔다. 잔심부름을 하던 임선빈 선생은 11살부터 북 만드

는 기술을 익혔다. 손재주와 눈썰미가 뛰어났던 임선빈 선생의 실력이 눈에

띠자 이를 시기한 선배들이 임씨를 때려 오른쪽 청력을 잃었다. 나머지 한

쪽 귀마저 청력이 약해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는 임선빈 선생은 소리가 생명

인 북메우기 장인으로서 최고의 결함을 가졌지만 그가 천상을 울리는 북소

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그의 첫 스승의 사랑과 가르침 때문이었다. 스

승은 그에게 북만드는 법은 물론 소잡는 법과 가죽 고르는 법, 심지어 북을

만들기 전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찾으라는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을 내

주었다. 지금도 대형북을 만들 때는 스승의 말씀을 잊지 않는다.

스승이 세상을 뜨면서 공방이 문을 닫은 후 생계를 위해 단청을 배우던

시절, 두 번째 스승인 대구시무형문화재 김종문 스승을 만난다. 첫 스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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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터 미처 배우지 못했던 기술까지 전수 받은 임선빈 선생은 본격적으로

북메우기에 들어갔다.

북의 생명은 소리다. 임선빈 선생은 소리를 고를 때 보청기를 뺀다. 오로

지 손끝 울림과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 것이다. 소리가 좋지 않을 경우 완성

한 북을 몇 번이고 뜯어낸다. “형상이 있어도 소리가 틀어지면 존재하지 않

는 것입니다.” 미세한 북의 울림을 감지하는 능력은 수없이 반복된 노력에 의

한 것이든, 천부적인 것이든 임선빈 선생은 혼신을 바쳐 전통북을 만든다.

북메우기는 소나무로 만든 울림통에 무드질한 쇠가죽으로 피를 씌우는

작업이다. 여기에 고리를 달고, 줄을 매고, 소리를 잡고, 칠과 단청까지 마

치면 하나의 북이 탄생한다. 북의 소리는 가죽의 두께뿐만 아니라 소의 부

위별로 다르다. 소리북은 소의 목 부위, 사물놀이 북은 엉덩이, 무속인들이

쓰는 소북은 배 부위를 사용한다. 특히 대북은 앞·뒤 한 마리씩 2마리의

소가죽이 들어가는데다 웅장한 느낌과 상, 하, 좌, 우의 음을 다르게 잡아

야하기 때문에 부위별로 가죽을 다듬는 방법이 다를 뿐 아니라 앞·뒤 균형

까지 맞추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다듬어진 쇠가죽의 부위까지 맞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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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로 뛰어난 촉을 자랑하는 임선빈 선생도 어쩔 수 없다.

대전에서 북을 만들던 시절, 안양시에 기증할 북을 제작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1997년 안양에 올라와 8개월간에 걸쳐 국내 최대의 소리북을 완성

했으니 울림통 240㎝, 통길이 220㎝ 크기로 제작된 ‘안양시민의 소리북’이

다. 1999년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던 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이루

었구나!” 하는 감동과 함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임선빈 선생은 요

즘 몸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기력이 남아 있을 때 길이 남을 수 있는 대

북을 만드는 게 소원이다. 기계식 북이 대세가 돼 가는 오늘날 정교한 소리

를 만들어내는 전통 방법의 계승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대북에서 울려퍼

지는 천둥같은 소리로 일깨워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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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판소리북(위),장고(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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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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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빈(59)씨는 천생 ‘북장이’다. 지난 11일 경기도 안양에 있는 그의 집이

자 공방을 찾았다. 그리 넓지 않은 집안에 온통 크고 작은 북이며, 나무통,

북 단청 물감 등이 늘어져 있다. 이런 분위기에 파묻혀 앉아 있는 임씨의 투

박하게 옹이진 손마디와 고집스레 앙다문 입술은 그가 꼬박 50년째 북 만드

는 일 하나에 매달려왔음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임씨는 “6개월~1년 정도 걸리는 북 제작에 들어가면 집사람과 잠자리를

멀리 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도 삭발하고, 매일 새벽 찬물로 목욕재계한

다.”면서 “이게 스승께 배워 실천하고 있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얼른

“요즘에는 삭발은 하지 않고 스포츠 머리형태로 바짝 친다.”고 덧붙이며 쑥

스러운 듯 배시시 웃는다.

그는 “옛날부터 못 배우고 무식한 놈이 하는 일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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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껏 여전하다.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받은 서러움과 괄시를 어떻게 말하

겠는가.”라며 “이 기술을 전수받겠다고 나선 이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지

금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 때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999년 경기도 무형문화재(30호) 악기장으로 지정되면서 수

십년의 북장이의 설움을 한꺼풀 벗어냈다. 요즘에는 기계로 북을 만들거나

중국에서 북을 수입해서 쓰는 세상이다. 임씨처럼 손으로 북을 만드는 사람

은 국내 몇 안 된다.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람이 임씨를 포함, 3명에

불과하다.

안양시청에 있는 울림판 2m 40㎝의 북은 국내에서 가장 큰 북으로 2년

6개월에 걸쳐 그가 완성해냈다. 임씨는 “북을 치면 10m 높이에 매달린 천장

의 등도 몽땅 깨진다.”면서 북의 울림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얼마

전부터 그의 아들 봉국(27)씨가 그의 길을 되밟으려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든든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움의 세월을 대물림하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임씨는 열 살 때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서울에서 넝마주이를 따라

다니면서 얻어맞아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는 등 불우한 시절을 보냈

다. 그러다 스승 황용옥(작고) 선생을 만났고 필생의 천직과 조우하게 된다.

임씨는 어렸을 때 앓은 소아마비에다 청각장애까지 겹친 중복장애(2급)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다. 어차피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니 다리 불편한

것이야 별 것 아니라 쳐도 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따져야 할 북장이가 그 소

리를 듣지 못했으니 어려움이 참 많았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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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른쪽 귀는 전혀 안 들리고, 왼쪽 귀는 보청기를 끼고 생활한다.”

면서 “대북을 만들 때는 보청기까지 아예 빼놓고 작업한다. 귀로 듣고 음을

잡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오는 울림이 더 정확하다.”

고 말했다. 흔한 표현으로 ‘혼을 쏟는 장인(匠人)’의 느낌이 몸으로 확 느껴

진다.

그는 북의 울림이 주는 매력을 사랑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은 혼자서 치면 시끄럽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북이 모이면 모일수록 웅장해지고,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로 멋지죠.

제대로 된 북소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천년의

소리를 말입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좁고 낮은 집에서 거실과 부엌을 겸하는 방 한가운데

놓인 지름 1m, 높이 30㎝ 남짓의 ‘북 탁자’가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여느

가정집에 놓여도 고풍스럽고 훌륭하게 거실 탁자 역할을 해낼 듯하다. 알려

지면 탐내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집을 나왔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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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만드는북소리(경기문화재단제작,경기학연구센터홈페이지에서시청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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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010-3179-8586

“오른쪽 귀는 전혀 안 들리고, 왼쪽 귀는 보청기를 끼고 생활한다. 대북을

만들 때는 보청기까지 아예 빼놓고 작업한다. 귀로 듣고 음을 잡는 것이 아

니라 손가락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오는 울림이 더 정확하다.”

“북은 혼자서 치면 시끄럽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북이 모이면 모일수록 웅장해지고,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로 멋지죠.

제대로 된 북소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천년의

소리를 말입니다.”

이 브로슈어는 경기도의 예산지원과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의 도움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