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리포트 20 LG Business Insight 2014 2 19 가계수지 흑자가 최근 몇 년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락추세를 나타내 던 가계 흑자율은 2011년 1분기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2013년 3분기에는 외환위기 이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흑자율 상승은 소득에 비해 소비 증가세가 더 빠르게 둔화되면서 나 타나는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경기부진에 따른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원금상환 부담 증 가, 전월세 보증금 증가, 노후 대비 저축 수요 등이 어우러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은퇴 후 노후 불안에 노출된 고령층 가구와 내수부진 장기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자영업 가구가 소비를 줄이며 흑 자를 늘리고 있으며,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역자산효과에 노출된 자가 가구와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임차가구들도 소비를 억제하며 흑자율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계부채가 줄어든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의 흑자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저축만으로 추가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차입에 의존하는 가구가 여전히 많은 것 이다. 가계 예산제약 요인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가계의 소비여력이 단기간 내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계 흑자 계속되지만 소비늘릴 여유는 없다 김건우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이창선 연구위원 [email protected]Ⅰ. 가계 흑자율 상승 현황 Ⅱ. 흑자율 상승 배경 Ⅲ. 가구 특성별 예산제약 요인 Ⅳ. 시사점
15
Embed
가계 흑자 계속되지만 소비늘릴 여유는 없다 · 2014-02-24 · 세가 꺾였지만, 여타 13개국은 가계부 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This document is posted to help you gain knowledge. Please leave a comment to let me know what you think about it! Share it to your friends and learn new things together.
Transcript
LGERI 리포트
20 LG Business Insight 2014 2 19
가계수지 흑자가 최근 몇 년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락추세를 나타내
던 가계 흑자율은 2011년 1분기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2013년 3분기에는 외환위기 이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흑자율 상승은 소득에 비해 소비 증가세가 더 빠르게 둔화되면서 나
타나는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경기부진에 따른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원금상환 부담 증
가, 전월세 보증금 증가, 노후 대비 저축 수요 등이 어우러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은퇴 후 노후
불안에 노출된 고령층 가구와 내수부진 장기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자영업 가구가 소비를 줄이며 흑
자를 늘리고 있으며,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역자산효과에 노출된 자가 가구와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임차가구들도 소비를 억제하며 흑자율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계부채가
줄어든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의 흑자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저축만으로 추가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차입에 의존하는 가구가 여전히 많은 것
이다. 가계 예산제약 요인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압력이 지속될
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에 노출된 가구의 경우에도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
을 것이다. 주택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전월세 보증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함
에 따라 부담이 가중된 세입자들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았
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가계수지는 현재의 소득과 지출뿐만 아니라 자산과 부채를 통해서 과거
와 미래의 소득과 지출에도 상호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표면적으로 현재시점의 소
득에 비해서 소비 증가율이 둔화되어 나타나는 가계 흑자율 상승은 현재뿐만 아니
라 과거와 미래의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가계수지는 현재의
소득과 지출뿐만
아니라 자산과 부채를
통해서 과거와 미래의
소득과 지출에도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다.
”
“
가계의 예산제약식을 통해 본 가계수지와 자산, 부채와의 관계
가계는 소비가 급격히 줄거나 늘지 않도록 하는 소비평탄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위해 현재의 소득뿐만 아니라 과거의 소득으로 축적한 자산이나 미래의 소득으로 상환될 부채로 조달한 자금도 소비에 사용된다. 현재의 소득이 낮더라도 과거에 축적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부채를 차입하여 소비에 활용할 수 있고, 현재의 소득이 높더라도 미래 소비를 위해 자산을 매입하거나 과거에 조달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가계의 예산제약식을 통해서 나타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흑자율 상승의 이면에 있는 요인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가계수지=가계소득-가계지출=저축=ㅿ순자산=ㅿ자산-ㅿ부채
=(자산구입-자산매각)-(부채차입-부채상환)
가계소득+자산매각+부채차입=가계지출+자산구입+부채상환
자금 유입(inflow) 자금 유출(outflow)
가계 예산제약식은 현재의 소득과 지출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가계수지와 가계 순자산(=자산-부채) 변동간의 관계를 나타낸다. 가계가 흑자를 기록하여 마련한 자금(플러스 저축)은 신규 자산을 취득(주택매입, 예금 및 보험 가입, 주식 투자 등)하거나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데 사용된다. 반대로 가계가 소득
보다 지출을 많이 하게 되어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부족한 자금(마이너스 저축)을 신규 부채를 차입해서 조달하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하여 마련하게 된다. 결국 가계 예산제약식은 다기간에 걸쳐 가계에 들어오는 자금과 나가는 자금의 관계, 즉 현금흐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가계가 경상적으로 흑자를 기록 중이더라도 부채상환액이 흑자 규모를 초과하게 되면, 가계는 부족한 자금만큼 신규로 부채를 차입하거나 보유자산을 매각하여야 한다. 본고에서는 이런 현금흐름 상태에 놓여 예산이 제약되고 있는 가구를 적자가구와 구분하기 위해서 ‘자금부족 가구’라 부른다.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할 경우 자금부족 가구는 원활히 채무를 이행할 수 있지만, 유사시에는 보유자산을 유동화하거나 신규 차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이나 연금, 보험과 같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의 비중이 높은 가구나 LTV 비율이 높은 일시상환 대출 보유 가구 등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채상환에 대한 지출 부담과 마찬가지로 자산취득을 위한 지출도 가계의 예산을 제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래 소득불안에 대비하여 축적해야 할 장기 금융자산이나 최근의 전세 상승세에 맞물려 늘어난 임대보증금이 소득에 비해서 크게 증가할 경우 가계는 소비를 줄여 흑자를 늘려야 한다. 늘어난 흑자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자금은 다른 자산 매각을 통해서 마련하거나 신규로 부채를 차입하여 조달해야 한다.
<가계의 예산제약식>
→
LGERI 리포트
26 LG Business Insight 2014 2 19
원금상환 압력이 가계 예산을 제약하면서 흑자율 증가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도록 한 요인으로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
어난 가계부채 원금상환 부담을 꼽을 수 있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이자부담은 비교적 소폭 증가한 데 반해서 원금상환 부담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0%에서 2012년 2.8%로 소폭 증가한 반면 원금상환 금액 비중은 2007년
18.0%에서 2012년에는 28.9%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일시상환 방
식이나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과 같은 이자만 납부하는 대출의 비중이 줄고
원금상환이 개시된 대출이 많아진 점을 반영한다. 실제로 은행권 대출 중 원
금상환중인 대출의 비중은 2007년 24.0%에서 2013년에는 39.6%로 대폭 증
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0> 참조). 향후에도 정부의 가계대출 구조 선
진화 방안 등에 따라서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
이기 때문에 원금상환 부담에 노출된 가구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원금상환 부담의 증가는 가계의 예산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가계의 흑자율은 2007년 23.4%에서 금융위기를
거치며 하락세를 나타냈다가 2010년을 저점으로 2012년 25.3%로 높아졌지
만, 원금상환 부담을 고려할 경우 가계의 자금부족 규모는 2007년 가처분
소득 대비 -1.3%에서 2012년에는 -9.4%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원금
상환까지 고려할 경우 소득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규모가 커진 것이다(<그림
11> 참조).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적자 가구의 비중도 2012년 26.5%로 5
년 사이 0.7%p 감소하였으나 부채상환까지 고려한 자금부족 가구는 같은
기간 19.3%에서 28.4%로 9.1%p나 급증했다(<그림 12> 참조).
원금상환 부담은 대출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
로 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거액의 원금 상환은 단기간의 소
득만으로 충당하지는 않는다. 정기적으로 이자만 납부하는 대신 원금상환
에 대비하여 준비해온 금융자산을 이용하거나 신규 차입으로 원금상환
(roll-over)에 나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전자의 가구는 미래 부채 상환에
(%) (%)
0
10
20
30
40
0
20
40
60
80
100
2003 2005 2007 2009 2011 2013.1
원금상환중인 대출 비중(→)
일시상환 대출 비중
분할상환 대출 비중
<그림 10> 원금 상환 대출 비중 상승세
주 : 9개 국내은행 대상, 원금상환중인 대출 비중은 분할
상환 대출 중 거치기간이 종료된 대출
자료: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
28.4
19.3
27.2 26.5
0
10
20
30
40
50
60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부채상환 고려시자금부족가구 비중
적자가구 비중
<그림 12> 적자가구 소폭감소, 부채상환부담 가구 급증
주 : 숫자는 2007년과 2012년의 각 해당가구의 비중.
자금부족가구는 원금상환을 고려시 추가적으로
자금부족에 빠지는 가구
자료 :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 (%)
23.4
25.3
-1.3
-9.4
-10
-8
-6
-4
-2
0
20
22
24
26
28
30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가계흑자율(←)
부채상환 고려시 자금부족률(→)
<그림 11> 금융위기 이후 부채상환 부담 확대
주 : 부채상환을 경상지출로 고려시 자금부족률을 의미
자료 :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LG Business Insight 2014 2 19 27
LGER
I 리포
트
대비하여 소비를 줄여서 저축을 해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금융시
장 여건이 양호할 경우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을 통해서 원금상환 부담을 이연
시킬 수가 있으나, 추가 담보 요구를 받거나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원금
상환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편, 가계동향조사상 원금상환에는 신용카드 결제금액과
같이 부채차입 대신 소비지출에 계산되었던 비용이 포함되어 순부채상환액을 과대
하게 계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가계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포함하는 판매
신용의 가처분소득대비 비율은 2012년 8.2%로 2007년에 비해서 1.7%p 소폭 높아
진 것으로 나타나므로 신용카드 사용행태의 변화가 원금상환 부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어
난 원금상환 부담은 가계의 자금부족 규모를 높이게 하여 지출을 줄이고,
흑자를 늘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시장 부진과 노후불안도 흑자율 상승 요인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도 가계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는 달리 주택가격 둔화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유 자산 중 실물
자산의 비중이 높은 가구의 소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
단된다. 특히, 거주 목적뿐만 아니라 자산 축적이나 시세차익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경우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미래 소득 충격이
클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장기화되던 주택시
장 부진이 최근 들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 등으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
고 있지만, 위기 이전과 같은 본격적인 상승세로 연결될 지는 여전히 미지
수다.
주택매매 시장이 장기 부진을 보인 여파의 영향으로 주택임대차 시장
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소비와 저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하락함에 따라 임대인의 입장에서 레버리지
로 활용되어 오던 전세보증금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전세주택 공급이 감소
하였다. 반면에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
주택시장의 부진과
임대차 시장의
구조변화도 흑자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
-10
0
10
20
30
40(%)
2000 2002 2004 2006 2008 2010 2012
주택매매가격지수(전국)
장기평균(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서울아파트)
<그림 13>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정체 장기화
주 : 전년동기대비 상승률, 장기평균은 1987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주택매매가격지수(전국) 상승률 평균
자료 : 한국감정원
(%) (%)
0
10
20
30
40
50
60
70
0
50
100
150
200
250
300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전세(←)
월세(→)
<그림 14> 소득대비 전월세 보증금 상승세
주 : 가처분소득대비 임대보증금 비중. 월세는 보증부 월세 가구 포함.
자료 :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LGERI 리포트
28 LG Business Insight 2014 2 19
고 있는 전월세 전환율3로 인해서 보증부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가운데 일부
구매력이 높은 가구의 경우에도 주택가격의 불확실성을 헤지할 목적으로 주택 매입
보다는 안전한 전세주택에 대한 수요를 높이면서 전세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지속
되었다. 이에 따라 급등한 임대료 부담에 직면한 임차인들의 예산을 제약했을 가능
성이 존재한다. 전세가구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전세 보증금 비율은 2007년
190%에서 2012년 269%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보증부 월세 가구의 보
증금 비율도 2007년 43%에서 2012년 66%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4> 참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자산 수요가 증가한 것도 소비를 줄이고, 저
축을 늘린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노후에 대한 불안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사적
연금이나 저축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 대비 저
축성 보험 납입액의 비중이 2007년 8.8%에서 2012년 9.8%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
난다. 전통적으로 가계 금융자산의 중요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예금 불입액이 동기
간 가처분 소득대비 8.8%에서 9.1%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다(<그림 15> 참조). 자금순환표 상의 가계 금융자산 구성변화를 보면 현금과 예금
의 비중이 2007년말 42.5%에서 2012년말 45.4%로 소폭 증가하는 사이 보험 및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