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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공영방송의 책무성/거버넌스 논리와 한국의 방송 장* 1) 조항제(부산대) 1.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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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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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책무성/거버넌스 논리와 한국의 방송 장*1)

조항제(부산대)

1. 들어가며

한국의 공영방송과 그 제도가 나름의 사회적 합의로 재확립된 이후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위기는 한국 방송학계의 그치지 않는 논제가 되었다. 이 ‘그치지 않음’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과 위기 극복이 그만큼 지난한 과제이었다는 증거이며, 이

논의가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보다는 기존의 문제점을 확인하거나 새로운 문제점을

만들어나가는 모순적인 과정이었음을 반증한다. 한국사회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민

주화를 달성해 ‘민주주의와 공영방송’이라는 적절한 짝을 찾고, 다미디어․다채널

시대의 개화를 통해 ‘품질(공영방송)과 경쟁력(상업방송)의 조화’라는 이상을 추구했

지만, 그것이 민주주의가 되었건 공영방송이 되었건, 또 품질이든 경쟁력이든 여전

히 무언가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한국방송의 ‘역사적 시간’이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민주화를 이룩하고 공영방송을 정착시킨 유럽에서도 수준과 정도는 다르지만 같은

이유로 고민하고 있다. 많은 논자들이 지적한 대로 유럽의 공영방송의 위기는 단순

히 공영독점이 와해되고 전파자원의 희소성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시민과 정

치/사회를 연결하는 기존의 합의가 약해지면서 이의 지원을 받던 주변 제도와 기관

모두가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합의 자체가 신생인 한국이 위

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경우, 유럽과 다른 점은 합의를 형성해나가면서 그 합의에 위협이 되는

새로운 현상에도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물론 구래의 문제와 새로운 도전이 전혀 다른 성격의 것만은 아니다. 때로 얼

굴만 바꾼 채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 글이 다루는 책무성과 거버넌

스의 문제도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개념을 제기하고 논의를 촉발시킨 것은 서구였

지만 우리의 경우에도 이 논의는 유용한 문제 제기를 해준다.

이 글의 목적은 이러한 책무성과 거버넌스를 우리 방송 ‘장’(field)에 적용하고 이

* 이 글은 “미디어 빅뱅시대 한국방송을 말한다”(2010. 8. 26) 세미나에서 발제한 “공영방송과 시청자 권익”의 이론부분을 수정․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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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통해 나름의 숙제와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하는데 있다. 책무성과 거버넌스가

서구적 개념이고 이의 도입․검토과정이 우리의 경우에도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만

큼 앞서의 논의는 이에 대한 고찰에 할애하고자 한다. 둘째는 이를 우리 방송 장에

적용하는 것인데, 여기서의 ‘장’은 부르디외의 개념으로 정치․경제 같은 다른 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방송 또한 자신에 독특한 구조와 논리, 자본이 있는 장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원용했다(같은 원용은, Tjernstrom, 2002). 이의 의미는 2000년

대 들어 한국방송에서 여러 경향․논리, 예를 들어 방송의 정치화, 공영방송의 정

착, 방송의 시장화, 방송의 뉴미디어화, 수용의 개별화․파편화 등)가 동시다발적으

로 진행되면서 특유의 대중적 공공방송체제, 또는 여전히 지상파방송이 중심이면서

단기간에 큰 변화가 있기는 어려운 체제가 형성되었고, 이 체제가 책무성이나 거버

넌스 논의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2. 책무성

미디어에서 책무성(accountability) 개념의 등장은 1940년대의 허친스 위원회로까

지 연대가 거슬러 올라가지만, 잘 알려진 ‘사회적 책임’이 아닌 책무성이 2000년대

에 들어 재연․확대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한 선구적 논의를 펼

친 맥퀘일(McQuail, 1997)에 따르면, 그 원인은 상업화나 집중화․글로벌화 같은 최

근에 나타난 미디어의 변화에 있다. 이 변화가 미디어의 대 사회관계를 달리 만들

었음에 비해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책임메커니즘은 여전히 과거의 관행을 답습한다

는데 있다.

미디어/사회적 책임의 비대칭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이전에는 별반 주목되지 않

았던 호지스(Hodges, 1986, p. 14)의 다음과 같은 언명, 곧 “사회적 책임이 미디어와

저널리스트에 충족시켜주길 기대해야 하는 사회적 필요성이라면, 책무성은 이러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사회가 미디어와 저널리스트에 하는 요구”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즉 미디어가 책임을 지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화하므로 이에 대해 무언가

를 묻기 위해서는 그 방식도 과거와는 다른 형태, 곧 책임이 아닌 책무로 개념 자

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무는 막연하고 도덕적인 책임에 비해 구체적이

고 분명한 것이다. 예를 들어 책무는 책임을 네 가지 분석적 측면, 곧 “누구에게, 무

엇(임무나 결과)을, 어떤 기준에 기초해서, 어떤 다양한 정도로 엄격하게”(McQuail,

1997, p. 517) 등으로 나누어 설정한다. 책임을 보다 분명하게 지우기 위한 목적에서

이다. 맥퀘일(McQuail, 2003)은 이러한 사고의 절차를 거쳐 미디어의 책무시스템(처

음에는 프레임이라고 했다)을 기존의 ‘정치’(법적/규제적) 외에도 ‘시장’(재정적/시장

적)과 ‘미디어(현장)’(전문직주의), ‘시민사회’(공적․사회적) 등의 네 가지 유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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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눈다.

이렇게 맥퀘일이 책무를 다양화시키는 근저에는 책무적 사고가 방임과 통제의

이분법적 틀을 가진 기존의 규범이론을 벗어나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맥

퀘일(McQuail, 1997)은 책무성의 유형을 미디어가 끼칠 수 있는 해악의 방지와 관

련된 부정적․적대적 ‘귀책성’(liability)과 미디어의 품질 향상을 위해 당사자 간 토

론과 협상이 중요한 적극적․대화적인 ‘답책성’(answerability)으로 나누는데, 맥퀘일

은 후자가 미디어의 ‘이성적 자유의 옹호’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책임의

개념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귀책성에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공존시키

는 답책성으로 확장된다. 이 점에서 책무는 1차원적 개념인 책임에 비해 상호작용

을 내포한 2차원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Plaisance, 2000).

이러한 답책성은 성격상 귀책성과 가까운 정치에서 시장과 미디어․시민사회로

미디어의 책임 상대를 넓히는데 기여한다. 특히 시장이 특이한데, 시장은 사실 책무

의 하나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책무적 체계가 나오게 만든 원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퀘일은 시장이 자유를 보장해 책무를 다하게 하는 중요한 하나

의 기제이며, 수용자와 시장 분석은 공중의 선호, 호불호, 사회적 태도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비효율성, 경직성, 관료화, 가부장주의, 대중적 취향에

대한 무관심이나 혁신의 결여에도 시장은 효과적이다(Bardoel & d'Haenens,

2004a).1)

이렇게 보면, 책무적 사고는 기존의 전반적․추상적인 책임 개념이 구체적이면서

실용적인 것으로, 그리고 소극적․일원적인 것에서 다원적․적극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정치․미디어(전문직주의)․시민사회(공적) 사이는 서

로 어울리는 부분도 있지만, 절충하기 어려울 만큼 대각적인 것 또한 적지 않다. 또

각자는 효과적인 것 못지않게 약점 또한 뚜렷하다. 예를 들어, 경쟁과 기업가 정신

이 원리가 되는 시장의 경우, 수요와 공급을 책무의 결정 기준으로 하여 경제성장

과 탄력성을 꾀하지만, 주류 위주의 편견을 조장한다는 큰 약점이 있다. 시민사회의

경우,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자본을 구성하는 효과가 있지만, 자발주의에 대한 높

은 의존 때문에 대표성이 약하고, (민도가 낮은 대부분의 후진국의 경우에 특히)산

발적이며 미발전된 약점이 있다. 이 지점에서 책무체계는 이들 사이의 나름의 조화

와 균형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의 기준은 시민이 약화되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Bardoel & d'Haenens, 2004b). 이에 따르면 책무체계는 (집합적)시민으

로 하여금 미디어의 답책성을 강화할 수 있게, 달리 말해 시민이 미디어와 대화적

이성을 통해 절충하고 협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장․정치․미디어․시민

사회는 이를 위한 역할분담의 ‘목록’의 일부일 뿐이다.

1) 이 점은 특히 방송에서는 최근의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른 기능 확대 또는 정책의 패러다임 변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와 연관해 탈규제나 신자유주의를 나름의 추세로 받아들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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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책무는 이렇게 대화나 협상을 강조하게 되면 기왕의 미디어의 자유와

상반되지 않지만, 이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으로 만들면 미디어를 옭죄는 것

이 될 수도 있고, 정작 필요한 대화는 실효를 잃을 수도 있다(Bardoel & d'Hae-

nens, 2004a).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미디어 윤리와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장

치들을 모색․망라하는 이른바 ‘미디어 책무시스템’(Media Accountability System)

이다. 정수영(2009)이 적절하게 비판한 대로 이 시스템에서는 책무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채 미디어의 대 사회관계의 모든 장치들이 책무의 실현이

되는 ‘체제적 편향’에 빠지게 된다. 책무는 다양한 미디어 주변 당사자들이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미디어와 대화하면서 미디어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고 책임지게

하는 방법에 가깝기 때문이다.2) 이 점에서 이 대화가 강제되느냐, 자율적이냐는 그

렇게 중요하지 않다. 대화가 가진 나름의 원칙이 그 안에서 구현되느냐 그렇지 않

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표 1>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의 조직

메커니즘 원리 결정 참여 도구 효과 약점

시장

경쟁,

기업들

(기업가정신)

수요과 공급 구매력, 돈시장점유,

시장연구

경제성장,

탄력성

‘주류’

위주의 편견

정치위계제,

관료제법과 규제 권위, 강제력

재원,

연례평가,

계약/헌장

사회정의

문제가 된

‘내용’에

늦은 대응

전문직주의전문직주의,

(직업)윤리자율규제

교육,

(동업자간)

‘상호평가’

반성,

(윤리)강령,

저널리즘

평의회

독립성대표성의

부재

공적

(시민사회적)

자발주의,

협회(조직),

압력단체

토론, 대화 참여

개방성,

피드백;

공청회,

옴부즈맨

여론의 형성,

사회적 자본

자발주의

(에 대한

높은 의존)

* 출처: Bardoel & d'Haenens(2004b, p. 188).** 괄호는 인용자가 부연

이러한 책무의 논의구도를 한국으로 옮기면, 나름의 특성이 발견된다.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책무가 가진 규제의 방식과 관련된 구체성이다. 예를 들어 이를 가장

먼저 검토한 박홍원(2004)은 미디어의 변화를 제어하기 위해 사회는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하며, 이는 책임의 차원을 책무로 바꾸는 계기라고 주장한

다. 그가 언급한 수단은 미디어 교차소유의 제한이나 언론사의 소유지분에 대한 제

한 등 주로 주로 소유권에 관한 것이다. 정수영의 연구는 허친스위원회 이후에 나

2) 이 점에서 안창현(2008)이 이를 ‘설명책임’이라고 번역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며, 박홍원은 필자와의 대화에서 이를 책무보다는 ‘설득력’으로 번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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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책무성 논의를 정리한 것으로, 책무성은 ‘내용적․실천적 측면에서의 적극적 자

유 추구’, ‘미디어의 공개성을 바탕으로 한 상호 커뮤니케이션’, ‘상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가하는 시민’ 등으로 핵심이 요약된다. 적극적 자유와 시민사

회가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특징이 있고, 서구에 비해 시장이나 미디어 내부(전문직

주의)는 그렇게 주목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서구에 비해 시민사회의 힘이 상대적으

로 약하고(또는 무시되고), 오랜 기간 굳어져 온 정치나 시장의 시민 배제를 감안했

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연구들이 미디어 일반을 대상으로 했음에 비해 이후의 연구는 주로 방송, 특

히 공영방송에 집중된다(강형철, 2006; 배진아, 2007; 안창현, 2008; 방정배 외,

2008). 그 이유는 책무의 성격에 공영방송이 상업적 미디어에 비해 더 어울리고, 이

시기 들어 신문 등의 다른 미디어들은 상대적으로 정파성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디어 일반에 책무를 환기시킨 서구에 비해 왜소한 적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는 공영방송 조차도 책무적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적용으로 보인다.

강형철의 경우는 책무를 책임을 강제하고 이를 사후적으로 측정․평가하는 과정

으로 좁혀 정의했고, 배진아는 행정기관에 적용될 수 있는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책

무성을 적용했으며, 안창현의 경우는 이러한 책무성을 NHK의 ‘개혁재생사업’에 적용

했다. 방정배 외의 연구는 이를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위한 방안에 활용했다. 이러한

한국 연구의 의의는 ‘제도나 틀 이상으로 시민으로부터 시작되는 시민과 미디어 간

의 상호작용의 과정’(染谷學; 안창현, 2008, 279쪽에서 재인용)이라는 책무성 본연의

개념에 충실해 반대급부가 분명한 정치권이나 시장에 비해 경시될 수 있는 시민사회

를 강조했다는 미덕이 있다. 특히 공영방송(KBS)의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한

국에서 이러한 논의는 공영방송의 시민적 거버넌스와 직결되는 효과가 있다.

3. 거버넌스

1) 개념과 유형화

거버넌스는 최근 들어 자주 쓰이는 개념인데 쓰임의 방식이 매우 다양하고 정의

또한 그러하다. 앞서의 책무성 개념과 연결시키면, 거버넌스는 책무성을 구현하는

한 수단으로 간주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집합적 조정(collective coordination)의 원

리’ 같은 광의의 개념을 채택할 경우 두 개념의 차이는 거의 없어진다.3) 책무성의

3) 예컨대 맥퀘일은 거버넌스를 “가장 구속력이 큰 법에서부터 경미한 압력이나 스스로 선택한 훈련에 이르기까지 매스미디어가 제한․지시를 받거나 고무․경영되거나 책무를 지도록 하는 모든 수단”(Mc-Quail, 2003, p. 91)으로 정의한다. 앞서의 책무가 일부 타율적 수단을 포함해 미디어 스스로 말하고 책임지게 하는 방법이라면 이러한 거버넌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이 글은 거버넌스에 ‘수단’이라는측면을 좀 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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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이 당사자들 사이의 이성적 대화와 협상이라면, 집합적 조정은 이 같은 책무성

이 구현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무성의 당사자가 다양한 만큼 거버넌스 역시 그러하다. 이 점에서 거버넌스의

번역어 중의 하나인 ‘협치’나 ‘공규제’(co-regulation)의 뜻이 더욱 실감나게 들어온

다. 거버넌스는 “사회 전반에 대한 규제가 국가 중심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유형의

네트워크와 협력관계를 가진 자기 규제와 조정에 기초한 시민 중심적인 것으로 바

뀌는 경향”(Hamelink & Nordenstreng, 2007, p. 230)을 포착하기 위한 개념으로 쓰

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거버넌스의 용례에는 이렇게 규범적으로 시민을 강조하는

것도 있지만, ‘나쁜 정부’와 ‘좋은 거버넌스’라는 표현처럼 비정부, 특히 시장을 옹호

하는 신자유주의적 개념도 있다. 이런 쓰임들의 공통적 핵심은 ‘명령-통제’로 일관

되었던 기존 규제체계의 다원화, 또는 그런 규제원리의 변화이다.

이 점은 변화된 거버넌스의 형식에서 잘 나타난다. 다음의 <표 2>은 앞의 책무

성과 같은 차원에서 거버넌스의 형식을 유형화한 것인데,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제작현장(미디어) 내부가 경영과 전문직주의로 나누어지면서 미디어조직 내부가 분

화되고, 특히 시장권력과 여론이 같은 범주(외적․비공식적)에 설정되어 있다는 점

이 특기할만하다. 이는 이전에 비해 미디어 경영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여론(또

는 시민)과 시장(소비자)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같은 논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앞서 제시한 시민-소비자 개념을 상기시킨다.4) <표 2>로 미루어 볼 때,

이제 미디어의 책무성을 달성하는 거버넌스는 여러 형태로 다양화되게 되었다.

<표 2> 거버넌스의 형식

구분 공식적 비공식적

외부적 법과 규제

시장권력과 시장관계

압력과 로비

여론의 논평과 비판

내부적경영 및 재정적 통제

자기 규제

전문직주의

조직 문화

규범과 윤리

* 출처: McQuail(2003, p. 98).

이러한 거버넌스 논의는 2000년대 들어 공영방송에서 자주 언급되는데, 이에는

앞서 언급한 방송의 테크놀로지 발전 외에도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다소 수세적인 이유로서 채널희소성이 완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 더욱 날카로워진 공영방송의 비판에 대한 대응, 특히 수신료의 정당성을

4) 이처럼 시장이 중요해지는 이 유형화에 비해 행정적 기업에 적용되는 도식(배진아, 2007)은 상대적으로정치적 책무성을 중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맥퀘일의 것에서 정치적 측면은 외부적-공식적 유형인 ‘법과 규제’ 속에 포함되는데 대체로 공정성이나 진실성, 프로그램의 질 같은 미디어의 공적 가치의구현은 공식적인 것으로 측정․제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는 배진아의 도식이 더 어울린다고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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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하는 측면이고, 둘째 이유는 이보다 공세적인 것으로 현실의 시장 우세에 거버

넌스의 변화를 결합시켜 미래의 다 미디어․다채널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영방

송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공영)독점이 사라지고 각종 상업방송과 뉴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공영방송은

“성공적이면 시장을 왜곡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정당성이 없고 공적 재원을 낭비한

다”(Wessberg; Tjernstrom & Tjernstrom, 2008, p. 260에서 재인용)는 비판을 받았

다. 공영방송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꼭 구래의 모델이어야 하는가, 꼭 지

금처럼 시장에 대해 강하게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합리적 비판

주의자들(예컨대, Collins, 2008)도 적지 않다. 이들의 눈에 BBC 같은 거대 공영방

송은 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영역으로 활동이 제한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거나 투자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공영방송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

(신자유주의)를 띤다고 보고, 시장에 대한 ‘윤리적 대안’으로서의 공영방송 상

(Murdock, 2004)을 제기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공영방송의 미래형은 BBC에서 전형

을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플랫폼이나 시장, 서비스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자

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충분한 포트폴리오’ 모델이다(Jakubowicz, 2003). 따

라서 이들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수신료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이어서 이를 물가

에 연동시켜 인상하거나 새로운 (개념)정의5)를 강구한다. 시청률은 낮다 해도 프로

그램 자체의 가치는 높게 평가받지 않으면 안되며,6) 이 점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외

부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물론 BBC의 경우에도 이런 ‘보장’에만 치우친 것은 아니고, 트러스트(BBC

Trust)처럼 이전의 경영위원회보다 더 전문적이면서 힘이 큰 감독기구를 신설해서

거버넌스를 바꾸었다.7) 이 점은 공영방송이 설사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해도

선택과 경쟁이 당연시되는 시장상황에서, 더욱이 공영방송이 하나가 아니고 여럿

있는 구조에서는 특정 공영방송에 수신료가 필요한 점을 설득하는 것이 그렇게 쉽

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수신료를 통해, 한편으로는 시장을 견제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을 소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금 시대의 공영방송의 ‘존재조건’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꼭 거래나 조건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시장과 직간접적

으로 연계되는 수신료 지불의지와 공영방송의 건재 정도는 같은 방향으로 작동한

다.8)

5) 최근 영국 정부는 수신료에 ‘창조적 생산을 위한 벤처 자본’이라는 더 큰 정의를 부여했다(DCMS,2005). ‘클럽재’(club good) 모델의 ‘회비’(membership fee) 역시 디지털화가 공공재의 비배제적 성격은크게 약화시키지만 비경합성은 유지시킨다는 측면에서 새롭게 내려진 정의이다(Helm, 2005).

6) 이 점은 시청자들이 잘 보지는 않는다 해도 반드시 필요하고 가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영국의 사례는, Terrington & Dollar, 2005 참조),

7) 물론 이 점은 BBC의 전체적인 비중이나 국민적 신뢰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자율규제의 폭이 오히려더 넓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트러스트가 외부로부터의 규제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8)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특히 공영방송이 모범적인 국가에서 수신료 재정(크게 보아 공적 재정)과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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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을 “분명하면서도 적극적인 임무를 부여받고, 그 권한도 따르는 유일한

미디어”(McQuail, 2003, p. 261)로 정의하는 맥퀘일(McQuail, 2003)은 공영방송에 필

요한 책무성이 ‘답책성’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는 단순히 법의

준수나 집합(사회)적 필요성의 주창에만 그쳐서는 높은 수신료에 대한 시청자들의

자발적․개별적 지불의지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답책성은

귀책성격의 정치나 시장과는 다른, 시민사회와 직업 내부(전문직주의)에서 작동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이 점에는 경험적 차원과 규범적 차원이 혼재하는

데, 그 이유는 달라진 방송의 위상이 공영방송을 포함해 기존 체제의 변화를 요구

할 때, 그 변화를 비판적으로 의식한 규범적 방향성도 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달

리 말해, 변화-작용이 ‘시장’적인 것(혹은 그 뒤에 숨은 ‘국가나 정치’적인 것)이라면

그에 따른 규범-반작용은 ‘시민사회’와 ‘전문직주의’적인 것이다. 앞서 제시한 하멜

링크 등의 거버넌스가 후자라면 퍼피스(Puppis, 2010)가 예리하게 지적한 광의의 실

제적 거버넌스는 전자를 가리킨다.9) 그러나 일반적인 공적 기관에 대한 책무적 비

판과 미디어와는 차이가 있는데, 그 이유는 미디어가 자유를 보장받는, 달리 말해

자율규제를 기본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율규제의 근간인 전문직주의는 직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주로

교육이나 윤리강령, 저널리즘평의회 같은 자율적 준칙․조직에 따른 규제의 방식으

로 책임이 수행된다. 미디어 스스로 하는 것이므로 갈등의 내부화, 규제와 피 규제

간 정보의 공유, 피 규제 측의 작은 반발, 비용의 절감 등의 다양한 장점이 있는 반

면(Campbell, 1999), 아무래도 (미디어)직업의 사적 이익이 반영되기 쉬워 공적 이

익과 배치될 수 있고, 대표성이 없어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될 수 있으며, 가장 결정

적인 것으로 필요한 강제가 행사되기 어려운 약점이 있다(Puppis, 2007). 만약 공영

방송이 시청자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라면, 필요한 규제나 희생을 감

당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공영방송 자신의 내부, 곧 전문직주의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경쟁의 시대를 맞아 기업적 생존의 어려움과 상업적 확장에 따른 내외의 비

민적 거버넌스 사이에 경험적으로 뚜렷한 상관관계가 발견된다. 물론 몇 나라는 처음부터 수신료가 없었거나 중도에 포기 또는 사실상 크게 줄였고(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네덜란드,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가 광고를 도입해 혼합재정을 갖췄으며(물론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천차만별이다), 또 일부 잘되는 나라에서도 수신료의 지불의지와 공영방송의 존재가치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국민과 방송 사이에 직접적인 ‘끈’인 수신료가 ‘자발적 충성’에 의해 납부된다면 가장 바람직한재원임에 큰 이견이 있지는 않지만(Picard, 2005), 그렇다고 해서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사실상)역진세적 성격의 수신료가 계속해서 높아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공영방송의 독립에 즉효약인 것 같은 수신료 역시 징수에 큰 난관이 없는 일부 나라에서조차 상당한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된다(독일의 경우,Meier, 2008). 앞서 주4에서 보았던 클럽재적 정의에서도 수신료의 강제성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그러니까 그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회원’이 되어야 한다). 물론 최근에 수신료를 중단한 나라들에서 공영방송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수신료를 대체할만한 재원이 발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Jakubowicz, 2007). 이 점 등은 수신료가 외견보다 어려움이 크며 수신료 자체보다는 그 수신료를 성립시키는 정치적․사회적 맥락, 곧 책무성-거버넌스와 수신료의 관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일깨워준다.

9) 이를테면, 쿠이만(Kooiman; Puppis, 2010, p. 137에서 재인용)은 결코 전통적인 법령적 규제가 거버넌스에 의해 낡은 것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자율규제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강조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이 과거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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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직면해 있는 공영방송에 이러한 전문직주의가 ‘자율’로 충분할 지는 의문이 아

닐 수 없다.

시민사회는 각종 자발적 조직, 단체, 협회 등으로 구성되는데 공영방송은 여러

(비)제도적 장(場), 예를 들어 (내용과 관련된 피드백적 성격의)위원회(content

board)나 공청회, 세미나, 옴부즈맨프로그램 등에 이들의 참여를 허용․독려하고, 이

들과 적극적․공개적으로 대화․토론해 여론을 형성하며, 정당성을 축적해야 한다.

여러 논자들(예를 들어, Hamelink & Nordenstreng, 2007)이 달라진 거버넌스를 말

하면서 시민사회를 강조하는 이유도 사실은 대화와 여론이 가진 중요성을 환기시키

기 위함이다.10) 그러나 시민사회는 대부분 자발성이 높은 소수에 의해 형성되므로

그렇지 않은 다수는 어떻게 대표하느냐 하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점에

서 시민사회 역시 독단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시장의 소비자조사나 시청률, 정

치의 여론조사․투표 등과 같은 시장적 대표성과 견제 및 보완관계에 있다.

이러한 긍정적 의미의 참여 외에도 시민사회는 부정적 의미의 공영방송 거부운

동도 펼칠 수 있다.11) 물가에 연동되어 수신료가 인상되는 영국의 경우, 공영방송에

대한 높은 가치 부여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지불의지는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태이

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공영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치 부여’와 (수신료

를 내겠다는)‘지불의지’ 사이의 차이가 20%나 된다(Yoshiko, 2006/7). 수신료의 강제

성은 시민으로 하여금 제도가 책임질 수 있게 하는 세 가지 방법, ‘요구’(voice), ‘충

성’, ‘거부’(exit) 중 거부의 권리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Collins & Sujon, 2007). 이

는 그런 방식(강제)이 더 많은 복지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예를 들어, Robinson,

Raven & Low, 2005)과 별개로 공영방송이 조금이라도 대중적 설득력을 얻지 못할

때, 예를 들어 책무성을 등한하게 하거나 수신료가 시민의 지불의지를 넘는 어느

선 이상으로 올라갈 때, 상당한 수준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문직주의와 시민사회는 자유와 책임이 공존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

이지만 피드백의 가시성이 작아 상대적으로 경시되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을

강제하는 ‘규제된 자율적 규제’(regulated self-regulation), 또는 ‘공규제’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고, 여러 거버넌스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네트워크 거버넌스’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패러다임이 변화되었다고는 하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문화적 지위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며 또 각국의 정책이 급격하게 기존 방향을

10) 이 점과 관련해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방송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 다목적 조직이므로 대화나 토론에서 방송사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방송 감시를 주로 하는 시청자단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Hasebrink, Herzog & Eilders, 2007).

11) 시청자가 지불하는 수신료에는 공영방송의 재원이라는 경제적인 의미 외에 다음과 같은 정치적 맥락이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공영방송에 참여 한다’는 의미로 이는 시청자의 방송 거버넌스에 직결된다. 둘째는 ‘공영방송에만 지불 한다‘는 의미로 이는 공영방송프로그램의 질적 차별성으로 이어진다. 셋째는(보지 않는 사람까지)’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공영방송이 가지는 국가공동체에 대한 직접적․긍정적 영향력이 전제된다. 따라서 수신료 거부운동은 직접적 동기가 설사 조세저항이라 하더라도방송만이 아닌 국가에 대한 저항으로까지 맥락이 확대된다. 특히 한레티(Hanretty, 2007)는 보지 않아도수신료를 내야했던 독점 시대의 경험을 원활한 수신료 징수에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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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꾼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12) 영국의 사례에서 본대로 유럽에서는 시장의 강화와

정치적․공적 제도의 변화가 병행되는 균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움직임은

공영방송에서 ‘시민-소비자’ 같은 혼합적 정체성(Livingstone, Lunt & Miller, 2007)

을 등장시키고, BBC의 거버넌스가 강화되는 공규제의 성격을 띤다. 공영방송에서

광고를 폐지한 프랑스의 경우(성욱제, 2009)도 시장에 대응해 정치적 책임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거버넌스의 측면(들)

방송의 변화에 발맞춘 거버넌스에서는 제도 못지않게 비제도․비공식 참여인자

들이 중요해진다. 공영방송의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인자들은 다음과 같이 중요한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방송 외부에서는 정부, 의회, 독립적 규제기구, 수용자

(조직) 등을 꼽을 수 있고, 내부에는 경영위원회, 집행위원회(사장),13) 직원조직(노

동조합이나 전문직협회 등) 등이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볼 때, 대체로 공영방송은

거버넌스의 구성원리나 의사결정권의 설정범위 등에 따라 ‘정부모델’, ‘전문직모델’,

‘의회모델’, ‘시민(코포라티즘)모델’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Hallin & Man-

cini, 2004).

이중 좀 더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 받는 전문직모델과 시민모델은 자세하게 살펴

볼 필요성이 있다. 전문직모델은 방송의 자율적 전문직주의에 기대를 걸고 정치와

방송을 분리시키는 거버넌스를 추구한다. 공식적으로는 인적 임명이나 재정(수신료)

을 정부가 담당하지만 내부적으로 힘을 가지는 것은 방송 자신의 전문직주의이다

(Sparks, 1995). 시민모델은 특정 세력(특히 다수당)의 전횡 방지를 위해 정치․시민

사회 내 다양한 갈등과 적대를 방송 거버넌스에 포함시키는 유형이다. 이렇게 거버

넌스를 구성하는 목적은 회의체의 담론적 정당성이나 전문성을 겸한 비정치화를 활

용해 개별 정파를 뛰어넘는 ‘공동선’을 추구하면서 “실용적 협동과 이데올로기적 갈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데 있다”(Kazenstein; Hallin & Mancini, 2004, p. 191에

서 재인용). 이 점은 이 모델이 공동선과 이를 추구하는 조직(정당이나 사회조직

등)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사회적 신뢰에 기반해 있음을 일깨워준다.

수적으로 적으면서 전문성이 강조되는 경영위원회․트러스트나 (최근에 등장한)

시청자평의회(audience council)는 전문직모델에서, 상대적으로 수가 많으면서(약3-40

12) 예를 들어 반 큐일렌버그와 맥퀘일(van Cuilenberg & McQuail, 2003)이 주장했던 패러다임 변화론을비판하면서 공영방송에 여전히 작용하는 정치․문화 논리를 분석한 롤랜드(Rolland, 2008)의 연구는노르웨이의 사례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영국과 독일, 노르웨이를 대상으로 ‘공적 가치 테스트’를 분석한 모(Moe, 2010)의 연구에서도 이전 관행이 새로운 제도에영향을 미치는 ‘경로 의존’ 현상이 발견되었다.

13) 유럽의 공영방송은 대부분 감독기구와 집행기구를 분리하는 이중체제를 취하는데, 그 이유는 인적 임명(특히 사장)이나 각종 로비 같은 정치적 압력을 감독기구를 통해 중화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러다보면 감독기구가 제대로 감독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Hanretty,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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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정치․시민사회의 참여가 특징인 방송평의회는 시민모델에서 중심이 되는 제도

이며, 공영방송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독립적 (규제)위원회는 양자 모두에 존

재한다(과거 영국의 ITC나 독일의 KEF). 미디어의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스웨덴 신

문의 옴부즈맨 역시 이와 같은 정도는 아니라 해도 여러 나라에 도입된 예이다. 경

영위원회나 방송평의회는 외부의 정치적 압력을 중화시키고 시민사회의 감시를 통해

내부(집행기구)를 보호하기 위해, 옴부즈맨은 외부 특히 시장의 양적․개인주의적 압

력(시청률)을 방송사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교정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다른 나라에 도입될 때, 원래 나라들의 것과 다르게 적

응된 경우가 적잖게 발견된다. 그 단적인 이유는 도입한 나라의 정치경제의 수준

및 사회문화적 형편, 방송 장의 논리 등이 이러한 제도를 낳은 나라와 다르기 때문

이다. 예를 들어, ‘평범한 시민’ 또는 ‘(정치적)비전문가의 감독’을 의도한 독일식 시

민모델의 경우, 평의회 의원의 선출에 정당의 개입이 제도화되어 있어 평의원의 정

치화․아마추어화․(클럽)회원화 등의 문제가 있다(Kleinsteuber, 2010 참조; 그는

그래서 독일식을 ‘개발도상국’ 수준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독일은 정당에 대한 국민

적 신뢰가 남다르고, 정당구조 또한 집중되어 있지 않으며, ARD의 경우 주별로 방

송이 나누어진 연립-분권형이고, 방송평의회에 여러 시민조직이 참여해 이러한 정

치화 경향을 어느 정도는 상쇄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이러한 저변이 없는 나라

가 이러한 모델을 도입할 경우 다수당의 전횡과 평의회의 정치화 문제가 모두 나타

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재원으로 간주되는 수신료의 경우도 역시 유럽적 맥락을

벗어나게 되면 전형성을 얻기 어렵다. 일본의 NHK 정도만 유럽에 가까우며 미국이

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 등의 영어권조차 수신료가 처음부터 없었거

나 최근 들어 중단했기 때문이다.14) 경제적 낙후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해 텔레비

전에 조세격 수신료를 적용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했던 제3세계 저 발전국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경우는 유례없이 수신료 거부가 정치적 저항의 수

단으로 활용된 적도 있다.15)

일반적으로 제도에는 도덕적 의무에 따른 ‘규범적 측면’이나 제도의 강제적 제재

와 연관된 ‘규제적 측면’과는 다른 차원의 “당연시되는 가정과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이해”, 곧 ‘문화적-인식적 측면’(cultural-cognitive pillar)이 있는데(Puppis, 2010), 이

렇게 도입의 취지와 실제적 적응이 다르면 규범적 측면과 문화적-인식적 측면 사이

에 괴리가 생겨난다. 제도를 도입한 당초 취지가 실제 운용에서 사라지고, 그런 편

법적 운용 자체가 하나의 문화-인식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이는 제도에 조직이 보

14) 특히 유럽과 미국의 영향을 모두 받은 캐나다에서 수신료의 징수 문제는 수신료가 유럽적 맥락을 떠났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잘 보여준다(Vipond, 1995).

15) 또 어떤 제도는 아예 원래의 것과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형태, ‘독자의 수호자’와 ‘신문 측의 외교사절’로 모두 정착된 예도 있다(네덜란드의 옴부즈맨제도의 경우; van Dalen & Deuz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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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수 있는 여러 대응전략(Oliver, 1991; Puppis, 2010, p. 144에서 재인용) — 무비

판적 ‘순응’에서부터 일부만 순응하는 ‘타협’, 순응의 필요성을 없애는 ‘회피’, 제도적

요구사항을 거부하는 ‘저항’, 이를 아예 다른 걸로 바꿔버리는 ‘왜곡’에 이르는 — 이

다양하게 조합․축적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개별 공영방송의 (거버넌스)제도 운용

에는 이러한 여러 측면들이 공존하므로 제도에 대한 심층적 접근은 이를 모두 포괄

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는 무대가 한국으로 옮겨지면 책무성과 유사하게 논의가 다소 규범적인

성격을 띤다. 즉 방송의 지배․규제체계의 복원 또는 개편이 중심이 되면서 거버넌

스의 의미가 다소 좁아지는 것이다. 현재의 KBS의 (지배)체제 문제(방정배 외,

2008), 직접민주주의의 구현 문제(이창근, 2009) 등을 그러한 논의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물론 KBS를 비롯한 한국의 공영방송이 정치적(공정성)으로나 편성․프로그램

(상업성)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이러한 문제점의 시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의 제도적 참여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점 역시 규범적이지만 논의의 방향이 서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역시 한국의 문

제는 정치적 개입을 어떻게 하면 분산․중화시키느냐의 방안에 따라 ‘이중 감독체

제’(방정배 외), ‘시민의 직접참여’(이창근)로 나누어질 뿐이다.

4. 한국의 방송 장의 논리와 책무성/거버넌스

앞서 언급한 대로 공영방송의 변화된 거버넌스와 책무성 논의는 한국에서도 재

연되는데 한국의 방송 장이 서구와 다른 것처럼, 논의의 양상 역시 같지는 않다. 대

체로 한국적 논의는 공영방송(KBS)이 중심이 되면 규범적인 성격이 강해진다. 그

이유는 한국의 방송 장의 가장 두드러지는 논리가 지상파방송 전반의 공공성과 특

권에서 KBS를 특별하게 차별화시키지 않기 때문이고, 그 이유이자 결과로서 KBS

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의 지상파방송은 ‘여러 공영방송들’이 모두 광고의 ‘통제된 시장’(con-

trolled market)에서 독점과 균분의 혜택을 누렸으며, 이 점에서는 공영방송의 비상

업적 모델에 가장 가까운 EBS나 KBS 1TV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유독 KBS만이

그것도 같은 KBS에서 한 채널(2TV)이 다른 채널들과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펼

치는 가운데 본원적 공영방송으로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특히

혼합적 형태(공적 소유와 상업적 재원)를 지니면서 구성원 스스로가 공영방송으로

서의 정체성이 강한 MBC는 KBS가 자신의 국민적 정당성을 확립하기 어렵게 만드

는 존재이다.16) 그런 이유로 책무성이나 거버넌스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방송에서

16) 한국의 공영방송이 가진 주요 공적가치에 대한 최근의 한 조사에서도 우리 방송의 수용자, 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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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곤혹스러운 것 또한 MBC이다. 소유와 운영이 각각인 MBC를 기존 공영방송

의 체계에 넣게 되면 “적정한 책무성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된

다”(방정배 외, 2008, 203쪽).17)

또 규제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지상파방송이 같은 기관에 의해 같은 형태로 받

았다. 이 같은 비차별성은 KBS가 전체적인 방송 장의 논리에 대응한 지상파방송의

집단 논리에서 다른 방송과 다른 ‘특별한 방송’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규

모의 방송’ 또는 ‘지상파방송의 대표’로 더 많이 행세해왔고, 사실 더 익숙했다는 점

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집단논리는, 이를테면 ‘무료방송 대 유료방송’, ‘올드미디어

대 뉴미디어’, ‘방송 대 비 방송(정부, 정당, 시청자단체, 신문 등)’, ‘방송사 대 독립

제작사’ 등의 방송 전체를 포괄하는 상당히 넓은 대립구도에서 모두 작동한다.

그러나 이 같은 비차별을 낳은 궁극적인 이유는 공영방송의 차별적 재원(수신료)

과 이의 필요(충분)조건인 KBS의 신뢰도 향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

반, 당시의 권위주의체제에 대항해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KBS 시청료 안내기 운

동’과 같은 맥락의 ‘KBS 안보기 운동’은 KBS의 정당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쳐 이

후 KBS는 단 한 번도 수신료를 인상하지 못했다.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수신

료를 전기료에 병산시켜 실질적인 인상의 효과를 거둔 조치 외에는 모두 실패로 돌

아간 것이다. 그러나 KBS에는 앞서 언급한 광고비의 교차보조가 있었고, 이는 사실

책무성이 강해 ‘돈 값어치’(value for money)를 증명하는데 큰 힘이 드는 수신료보

다 더 쉽고 원활하게 KBS의 운영을 도왔다.

수신료에 대한 KBS의 대응은 어찌 보면 매우 이중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KBS는 수신료를 통해 주어지는 반대급부(각종 통제나 감사로 인한 외부적 개입)

때문에 광고료를 선호했고, 국민의 직접적 부담이 커지지 않게 하는 것을 명분으로

한 이 광고료는 대중성․인기라는 또 다른 ‘권력’을 동반할 수 있어 좋았다. 정치권

력 역시 아직도 거부운동의 입김이 강한 수신료를 건드리려 하지 않아 쉽게 ‘공생’

의 관계가 성립되었으며, 정체된 수준이었지만 경제사정이 어려웠던 IMF 직후에는

수신료가 큰 도움이 되어 ‘나름의 수신료 + 부수적 이익이 있는 광고료’의 조합은

KBS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최상의 조합이 되었다. 따라서 수신료에 대한 KBS

KBS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자신들의 의사를 밝힌 비교적 적극적인 시청자군은 공정성, 신뢰, 신속보도 등의 사회적 가치에서만 KBS와 MBC가 같았을 뿐(이 역시 ‘같다’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 품질이나 균형성, 소구 다양성, 개인적 실용가치 등에서는 오히려 KBS가 MBC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강형철․심미선․오하영, 2011).

17) 그러나 달리 보면 한국처럼 방송의 독립성이 문제가 되는 곳에서 MBC같이 ‘상업적 동기가 약한 상업방송’은 오히려 매우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유사한 내홍을 겪었던KBS/MBC의 달라진 정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KBS에 대해서는, 박인규, 2010 참조). 브랜츠와 드 한(Brants & de Haan, 2010)은 공중에 대한 방송의 대응을 ‘시민적’, ‘시장적’, ‘감정이입적’(emphathic)등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 적이 있는데, 대체로 방송이론가들이 규범화하는 것은 시민적인 것이고,‘도덕적 십자군’으로 약자의 편에 서는 감정이입적 유형은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야말로 특정 대응방식을 특권화하는 것으로 사회적 고발 동기를 크게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몰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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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논리는 “어떻게 하면 큰 부담 없이 안정적인 재원만 얻을 수 있느냐”로 요

약될 수 있는 것이다(조항제, 2010).

물론 이의 대가 역시 작다고 할 수 없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보

다 오히려 수요와 공급이 기초가 되는 시장논리에 더 충실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

실 KBS를 비롯한 한국의 공영방송이 본보기로 삼은 것은 BBC를 전형으로 하는

분리/전문직 모델이었으므로 국회나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일상적 규제가

있다고는 하나 방송 자신의 자율성이 작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낮은 수신료

와 높은 시장 논리가 더해졌으므로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의 자발적 책무성은 불충

분할 수밖에 없었고, 가치 또는 방안으로서의 제도와 구성원이 느끼는 문화-인식적

관행 사이에는 늘 괴리가 있었다.

2000년대 들어 KBS의 거버넌스를 바꾸려 했던 여러 움직임들, 예를 들어 ‘기간

방송’의 명칭으로 KBS를 국영에 가깝게 만들려고 했던 국가기간방송법이나 언론기

관으로서의 KBS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공공기관운영관리법의 저촉 시도 등은

이런 맥락에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과는 다른 방향이지

만, 앞서 살펴 본, 공영방송에 대한 민주적 거버넌스의 구축(이창근, 2009)이나 내부

적 감독기구의 도입 및 확충(방정배 외, 2008)을 강조하는 주장 등도 공영방송으로

서의 KBS에 대한 차별적 주문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의 방송 장은 특정한 공영방송의 차별화․육성보다는 지상파방송 전

체를 공공적인 틀 안에 가두는데 주력했다. 이 체제의 약점은 KBS의 가치와 실제

사이의 괴리, 이의 원인이자 결과로 볼 수 있는 수신료의 정체와 시장 효율성을 앞

세운 네트워크 중심의 과도한 중앙 집중성(달리 말해 방송로컬리즘의 위축), 그리고

부족한 재원문제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EBS이었다. 반면 장점은 역시 (지

상파)방송프로그램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와 이에 힘입은 공공체제의 지속적인 ‘시

장 지배’였다(방정배 외, 2008). 서로 간에 정체성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방송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프로그램의 질을 크게 향상․고양시켜 뉴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는 가

운데서도 지상파방송의 (독)과점이 사실상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서구에서도 뉴미디어가 방송시장 전체에 미친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각 나라나 사회가 처한 조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원인으로 공통

적인 것은 기존 공영방송의 높은 시장 점유, 정부의 공영방송에 대한 변하지 않는

지원(수신료)과 공영방송 자신의 정당성(Storsul & Syvertsen, 2007), 그리고 여전히

유지되는 대량 생산/소비 상품에 힘입어 광고시장에서 장점이 있는 지상파방송의

새삼스런 위력 때문이었다18)(Christophers, 2008). 시장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이 위

력은 더욱 컸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비록 2000년대 이후로 케이블TV 등에 의

18) 예를 들어 일부의 특정 수용자를 가진 케이블TV나 인터넷에 비해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방송의 광고는 훨씬 더 많은 수용자에게 일시에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TV나 인터넷의 반복 광고도 수용자를 넓힐 수 있지만 중복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상파 광고는 여전한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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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속적으로 잠식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위기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것이다.19)

이러한 체제는 일정한 공공적 틀 내에 있기는 하지만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사이

에 겹치는 부분이 많은 ‘혼합적 공민영체제’로 부를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많았던

규범적 논의는 틀의 공공성이 이보다 강하고 서로 간에 정체성이 뚜렷한(그래서 겹

치는 부분이 없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공존하는 체제로 <그림 2>의 B형에서

볼 수 있는 ‘공공적 공민영체제’였다.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답게 민영방송은 민영방

송답게’라는 슬로건이 잘 보여주는 보수적 방송개편론은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공

역대가 없으면서 틀 자체가 서로 다른 B형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은 한국의

방송 장이 공공적 방송구조를 사실상 어느 정도, 적어도 차선의 형태로는 구현했다

는 점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이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KBS 내부에 흐르는 문화-인식적 관행이 전문

직주의와 시민사회의 참여에 가져오는 해악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방송의 범위

가 확대되면서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는 기존의 법적 규제 외에 시장과 전문직주의,

그리고 시민사회에 기대는 바가 커진다. 그러나 외적으로는 KBS를 차별화시키지

않는 장의 논리가 있고, 내적으로는 국영의 유산이 잔존하면서 이미 시장에도 젖어

있는 KBS에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전문직주의가 정착되기 어

려웠고, 시민사회의 참여 역시 권력을 대하는 기존 관행을 저촉하고 방해하는 귀찮

은 ‘개입’에 불과했다. 이런 거버넌스 사이의 불균형 및 제도의 목적과 구성원 사이

의 문화-인식의 괴리는 한국 방송 장의 보이지 않는 논리였다.

이런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앞서 책무성에서 본, 공영방송이 제도적 틀

을 넘어 다양한 관계자들과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진정성 있게 대화하면서 ‘스

스로 말하고 책임지(게 하)는 방법’이고, 이를 통해 제도적 거버넌스와 문화적․인

식적 거버넌스 사이의 괴리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길이다. 책무성이나 거버넌스가

나름의 한계가 있는 시민사회나 전문직주의, 자율규제나 공규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들이 공영방송으로 하여금 인식하고 대화하고 문화화 되며, 마지막에는 기꺼이

책임까지 지게 하는 채널이나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감사’ 같은

제도화된 책임(institutionalized responsibility)이 아니라 ‘방송’이기 때문이다(Born,

2002).

19) 이 점에서 최근의 ‘미디어법-종편 허용’은 이러한 위기를 증폭시켜 실제적 위기로 만드는 ‘획기적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방송 장의 ‘공공성/특혜’의 등가는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상업성의 가장 큰 해악은 주지하다시피 사적 소유에 따른 전횡이며, 여기에서 제기되는 논조의 편향성 문제는 표현의 선정성이 낳는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이다. 또 종편의 무더기허용에 따른 무한 경쟁은 기존의 공공적 틀을 크게 훼손시켜 KBS의 제 자리 찾기를 더욱 방해할 뿐이다. 이 점이야말로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과 ‘매체간 차별화’, ‘저가 시장의 고급화’에 가장 동떨어진 것이 아닐까? 이러한 ‘문제 따로 해답 따로’의 궤변은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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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유형별 방송체제20)

* 출처: 이창근(1994, 289쪽)에서 C형 추가

5. 결론 및 제언

책무성이나 거버넌스가 공영방송을 비롯한 미디어의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사회

적 필요로 떠오르면서 시민사회와 전문직주의는 새삼스러운 주목을 받고 있다. 책

무성의 근간이 답책성이고 적극적 자유라면 사실 공영방송에 책무성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책무성은 공영방송의 예견된 변화, 곧 시장논리의 강화를 사전에

제어하려는 움직임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수단적 의미가 큰 거버넌스의 경우는

논의의 대종이 책무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제도적 측면과 문화-인식적 측면 사이

의 괴리를 지적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한국의 KBS의 경우는 공영방송

임에도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 이 둘 사이가 일치되지 못하는 모순 속에 있었다.

20) 사실 이 그림은 특히 B형의 경우,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사이에 전혀 공역대가 없다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 아무리 공영방송이라 하더라도, 또 설사 차별성이 큰 유형인 BBC라 하더라도 그것이 불특정대중을 상대로 하는 방송인 한, 상대성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상업(민영)방송과 유사해질 수 있으며,공영방송의 정체성은 그 차이의 정도에 따라서만 가늠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이를 감안한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공역대의 의미에 대해서는, 조항제, 2008 참조; BBC와 ITV의 공민영 방송체제를상대적 경쟁성의 성격을 감안해 ‘공공적 방송체제’로 평가한 것은, Sparks, 1995 참조; 상업방송과 유사한 포맷으로도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수용자의 참여를 유도한 공영방송의 새로운 시도와 공영방송의 과거의 엘리트주의와 다른 지금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Enli, 2008 참조). 상업방송의 ‘대중적․상업적’ 경향에 대응해 ‘대중적․비상업적’인 것을 공영방송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제시한 시도(강형철,2007)도 이 공역대를 의식한 것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든지 현실은 B유형보다 A유형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인데, 한국의 경우는 이 공역대가 상대적으로 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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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송 장은 일정한 공공적 틀 내에서 차별화가 잘 되지 않는 지상파방송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혼합적 체제이다. 이러한 장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지상파방송의 경쟁력이고, 단점은 공영방송의 약한 정체성이다. 이 장을 바

꿀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수신료의 인상을 통한 KBS의 공공적 비중의 강

화이지만, 이 장의 이유이자 결과로 수신료는 좀처럼 움직이기 어렵다. 이 가운데

종합편성채널이 무더기로 허가되면서 시장적 논리는 더욱 강화되게 되었다. 지금의

추세에 별 변화가 없다면 장이 가진 경쟁적 정도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이런 예측에 처해 KBS를 비롯해 공영방송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 (매우

원론적이기는 하지만)국민적 신뢰의 회복과 수신료의 인상 밖에 없다. 이 점이야말

로 책무성과 거버넌스 논리가 ‘시민’과 ‘시민사회’를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미 시민사회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미 드러난 바대로 야당 정부

10년간 시민사회는 크게 성장했지만, 바로 그 성공에서 오는 위기21)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에서도 다양한 거버넌스 사이의 균형과 조

화, 곧 네트워크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왕에

도 부각된 정치와 시장을 제외하면 결국 시민사회와 전문직주의에 대한 충실이 책

무를 다하게 하는 요인임을 알게 해준다.

21)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성공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언명에서 잘 드러난다. “언론노조가 해왔던 한국사회 제도변화 운동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의 완벽한 방어까지 포함해 대부분 현실화되었다”(양문석; 최용익 외, 2008, 372쪽). 노조위원장이 사장이 되고, 시민운동단체의 간부가 방송주무기관의 부위원장이 되는 현실은 이런 진술이 어느 시점까지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는 점을 웅변한다. 이러한 한국방송의 ‘성공의 위기’는 비단 시민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이의 한예는 한류이다. 일부 드라마프로그램의 국제시장에서의 성공은 예기치 않은 자금 유입을 불러와 제작비를 크게 상승시키는 등 한국방송의 시장화를 가속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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