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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리고 등해소: 면-통모델과 통의 가능성 모색 315 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김영욱양정은 (이화여자대학교) 1. 한국인의 체면과 의사소통 한국사회가 가지는 소통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적인 변수와 밀접하게 연결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범국가적인 문화변수와 개별 국가 고유의 문화변수가 가지는 설 명력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국가 고유의 문화변수가 소통의도에 좀더 높은 설명력을 가지는 것 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체면은 가장 중요한 고유 문화변수의 하나이다(임태섭, 1994, 1995; Lim & Choi, 1996). 체면은 서양의 페이스(face)와는 다른 개념이며, 일본이나 중국의 페이스와도 구분되는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적 정서이다(최상진과 김기범, 2000). 체면 은 한국인들이 가진 집단주의적 정서와 권위주의적 정서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최상진, 2000), 이러한 체면 의식이 종종 갈등상황에서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 음이 보고되고 있다(김영욱, 2008; Kim & Yang, 2011a). 아래 기사는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 싸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에 벌어지고 있는 공방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그 룹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과 관련한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상 그 근저에는 체면 을 지키기 위한 양측의 극심한 대립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 듯이 체면이 문제해결을 위한 원활한 의사소통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법정에서 양측은 상대방이 먼저 사과를 하면 재판을 끝내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그룹 측은 이 소송은 서로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려있는 문제 인 만큼 이번 소란에 대해 피고 측이 사과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결 가능하 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소송을 통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현대그룹 측인 만큼 사과를 받아야할 사람은 우리라고 반발했다(한국경제, 2011년 5월 6일자). 체면이 다른 구성원과의 끊임없는 비교와 정형화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경쟁을 극심화 시키고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한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불통의 원인을 제거하고 소통의 단서를 탐색하기 위한 방법론도 체면에서 찾 을 수밖에 없다. 문화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장기간에 걸쳐 체득한 원형질이기 때문에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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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adic.co.kr/data/sem/pdfdata/0110620_14.pdf · 페이스와 페이스 전략에 대한 좀

Jun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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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15

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김영욱⋅양정은 (이화여자대학교)

1. 한국인의 체면과 의사소통

한국사회가 가지는 소통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적인 변수와 접하게 연결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범국가적인 문화변수와 개별 국가 고유의 문화변수가 가지는 설

명력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국가 고유의 문화변수가 소통의도에 좀더 높은 설명력을 가지는 것

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체면은 가장 중요한 고유 문화변수의 하나이다(임태섭,

1994, 1995; Lim & Choi, 1996). 체면은 서양의 페이스(face)와는 다른 개념이며, 일본이나

중국의 페이스와도 구분되는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적 정서이다(최상진과 김기범, 2000). 체면

은 한국인들이 가진 집단주의적 정서와 권위주의적 정서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최상진,

2000), 이러한 체면 의식이 종종 갈등상황에서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

음이 보고되고 있다(김 욱, 2008; Kim & Yang, 2011a). 아래 기사는 현 건설 인수를 둘러

싸고 현 그룹과 현 차그룹 간에 벌어지고 있는 공방을 보여주고 있다. 현 그룹이 현 차그

룹을 상 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과 관련한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상 그 근저에는 체면

을 지키기 위한 양측의 극심한 립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

듯이 체면이 문제해결을 위한 원활한 의사소통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법정에서 양측은 상 방이 먼저 사과를 하면 재판을 끝내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 다. 현 그룹 측은 이 소송은 서로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려있는 문제

인 만큼 이번 소란에 해 피고 측이 사과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결 가능하

다고 강조했다. 현 차그룹 측은 이에 해 적반하장이라며 소송을 통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현 그룹 측인 만큼 사과를 받아야할 사람은 우리라고 반발했다(한국경제,

2011년 5월 6일자).

체면이 다른 구성원과의 끊임없는 비교와 정형화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경쟁을 극심화

시키고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한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불통의 원인을 제거하고 소통의 단서를 탐색하기 위한 방법론도 체면에서 찾

을 수밖에 없다. 문화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장기간에 걸쳐 체득한 원형질이기 때문에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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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거역하는 상황진단이나 해결방법은 실질적인 안이 될 수 없다. 체면 관련 실증 연구에서도

한국인들에게 미치는 체면의 향력은 매우 역설적이다. 체면이 의사소통을 가로막기도 하지

만 체면으로 인해 비윤리적인 행위를 꺼리는 경향도 발견되기 때문이다(김 욱과 양정은,

2009). 체면이 가지는 이러한 양가적인 속성은 분명 상황진단과 안제시에 한 좀더 심층

적인 연구와 해석의 필요성을 증 시킨다.

이 연구는 체면의 향력과 관련 지어 한국 사회 소통의 문제, 특히 갈등 상황에서 의사소

통의 문제를 진단하고, 체면과 관련된 사회문화적인 장벽을 극복하고 소통을 진작시킬 수 있

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갈등 상황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통의 문제가 가장 극단화되

어 구현되는 맥락이다. 이 연구는 한국인들이 가진 문화적인 특성 때문에 한국인들이 갈등

상황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더 체면

의 속성에 해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그러한 논의를 갈등해소를 위한 다양한 논의들

과 연결 지을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 논문은 크게 세 파트의 연구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이 연구의 중심논의개념인

한국인의 체면에 한 철저한 개념화와 구성요소에 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둘째는 이러한

개념화를 바탕으로 체면과 의사소통의 관련성에 한 상황 진단이 이루어진다. 이 장에서는

체면이 갈등상황에서 소통에 미치는 향에 한 기존 실증적인 논의 결과에 한 해석을 중

심으로, 체면과 갈등상황의 관련성에 향력을 미치는 맥락적인 변수에 한 고려가 함께 이

루어진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서 체면의 장벽을 넘어 소통을 진작시킬 수 있는 방법에

한 논의가 이루어지는데, 체면과 소통의 관계에 한 전반적인 모델 제시와 함께 문제해결

을 위한 갈등해소 커뮤니케이션 논의가 포함된다.

이 논문은 광범위한 문헌연구와 연구자들이 기존에 발표했거나 수행중인 연구 결과에

한 해석을 결합하여 구성했다. 체면과 소통, 갈등해소와 관련하여 연구자들의 기존 연구

(Kim & Yang, 2011a; Kim & Yang, 2011b; 김 욱과 양정은, 2009) 및 현재 진행되고 있

는 연구(Kim & Yang, 2011c; 김 욱, 2011)를 문헌연구와 종합하여 논의를 전개하 지만,

좀더통합적인 모델 제시와 전반적인 방향성을 수립하는데 신경을 썼다. 한국형 체면-소통모

델과 관련된 변수들의 관계는 향후 실증적인 검증을 위해서 명제로 제시했다.

2. 체면이란 무엇인가

1) 한국인의 체면

체면은 남을 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이다(우리말 큰 사전, 1994). 우리나라의 체면과

비슷한 개념으로 서양에는 ‘페이스(face)’라는 개념이 있으나, 서양의 페이스와 우리나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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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17

체면에는 차이가 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체면과 유사한 ‘미엔쯔

(mientzu)’와 ‘멘쯔(metsu)’와 같은 개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체면은 서양의페

이스, 중국이나 일본의 유사 개념과 비교하여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서양의 페이스(face)와 우리나라의 체면을 비교하여 보자. 고프만은 서양의 페이스

개념이 가지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 다(Goffman, 1967). 페이스란, (1)자아에 한

이미지로서, (2)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주장되고 강화되며, (3)긍정적 사회 가치와 관련을

가진다. 한편 한국의 체면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서양의 페이스와 차이점을 갖는다. 한

국의 체면은 서양의 체면이 가진 모든 속성을 포함하긴 하나, (1)개인적인 자아보다는 사회적

인 자아와 관련되어 있고 (2)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주장되고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나 체면

의 많은 부분은 부분 사회에 의해 거의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것이며, 개인은 그러한 사회

적 기준에 부합함으로써 체면을 보호하려고 한다. 또한 서양의 페이스는 연속상의 개념을 갖

는 것임에 비해, 한국의 체면은 종종 (3)체면을 지켰느냐, 잃었느냐의 이분법적인 잣 로 평

가된다(Lim & Choi, 1996).

또한 우리나라의 체면은 종종 본인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개인이 소속된 내집단

(in-group)에까지 확장되어 적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식이 어느 학을

갔느냐는 학입시를 치른 당사자의 체면뿐 아니라 그 자녀의 부모의 체면에까지 향을 미

친다. 자녀가 부모의 기 에 부응하지 못해 부모의 체면이 남들 앞에서 심하게 손상되는 경

우, 자녀는 재수를 선택하게 되기도 한다. 시골 학교의 학생이 명문 학교에 진학할 경우, 학

교는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학교 정문 앞에 현수막을 걸어 진학한 당사자뿐 아니라 학교의

체면을 세우고자 한다. 이처럼 한국의 체면은 내집단 안에서 ‘공유(share)’된다는 면에서 집

단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Shim, Kim& Martin, 2008). 서양의 페이스와

체면의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서양의 페이스(face)와 한국 체면의 비교

페이스(face) 체면

개인차원 개인차원과 사회차원

평등성 지위 중심

보이는 상 보이는 상 와 보이지 않는 상

상황 특수성 보편성

상호 작용성과 경쟁성 현상 인정 및 위계성

가변성 지속성

커뮤니케이션 역할 확 커뮤니케이션 역할 축소

(출처: 김 욱, 2008)

한편 우리나라의 체면은 같은 동양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의 체면과도 다르다. 중국에서 체

면을 가리키는 말은 ‘미엔쯔(mientzu)’로서 이는‘리엔(lien)’과 응되는 개념인데, 리엔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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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기 스스로를 보고 느끼는 자괴적이며 반성적인 부끄러움이라면, 미엔쯔는 남에게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부끄러움이다(Gao& Ting-Toomey, 1998). 즉 미엔쯔는 밖으로

보여지는 사회적인 자아와, 그리고 리엔은 스스로 평가하는 내면의 자아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한국의 체면은 중국과 같이 사회적 체면(미엔쯔)과 개인적

체면(리엔)을 구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체면은 이 두 가지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최상진과 김기범, 2000).

일본의 체면인 멘쯔(面子)는 한국의 체면보다는 더욱 집단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본의 체면인 멘쯔는 집단적 명분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행동에 더욱 민감하게 나

타나며(Sueda, 1995), ‘본심’에 해당되는 단어인 혼네(本音)보다는 일본의 사회적 교류 방식

인 다테마에(健前)에 의존한다는 측면에서 의례적 측면의 체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즉, 일본

인의 체면은 집단 수준의 명분 체면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한국의 체면과 차이를 갖는다

(최상진과 김기범, 2000). 일본인들에게 있어 체면은 집단과의 조화를 통해 유지되는 것이

며, 집단의 조화를 깨는 행동은 체면의 손상으로 이어진다. 반면 한국의 체면은 내집단 내에

서의 ‘인정(recognition)’을 통해 세워진다는 점에서 일본의 체면과 차이를 갖는다. 예를 들

어, 한국의 부모는 자녀들이 학급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도록 가르치는 반면 일본의 부모는

자녀가 학급에서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Shim, Kim & Martin, 2008).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체면이 서양의 페이스, 중국과 일본의 체면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

징은 체면의 ‘사회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차원의 체면 요소도 존재하지만 사회적

체면은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 보다는 ‘남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더욱 접하게 관련

되어 있다. 사회적 체면은 개인의 상호 작용 차원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청중을

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일정한 사회적 기준을 넘어서지 않을 때 자신의 체면이 유지

될 수 없다고 느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형차와 명품, 명문 를 선호하는 심리에도 이러

한 사회적인 체면이 깊게 깔려있다. 아래 기사의 사례들도 그러한 사회적인 체면이 일상생활

을 지배하는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뚜렷한 청중이 없지만 남을 의식하게

되며, 어떤 기준을 통과해야만 체면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억원짜리 전세아파트에 사는 김모(36)씨는 최근 3500만원짜리 형차를 구입했다.

몇 달 전만 해도 경차를 탔지만 고급 음식점이나 백화점 같은 곳을 가면 왠지 무시당

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과장인 그는 ‘기 죽지 말자’는 생각에 연봉과

맞먹는 차를 36개월 할부로 사버렸다. (국민일보, 2009년 2월 24일자)

최유민(31. 가명)씨는 지난 달 강남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했는데 2천300만 원이 들

었다. 식사비로 1천750만 원(음료까지 포함해 한 명당 7만원), 꽃 장식에 420만 원,

웨딩케이크와 얼음조각 등에 100만 원 등이다. 최씨와 그의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

고, 집안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최씨는 “최근 결혼한 친구들도 그렇고 주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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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19

다들 이 정도는 하니까 나도 남들 보기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

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너무 큰돈을 들인 것 같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

고 말했다(연합뉴스, 2010년 2월 1일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체면, 특히 사회적 체면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학자들은 체

면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에 큰 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활 전반에 거쳐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한다(임태섭, 1994; 최상

진, 2000).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면을 잃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서양인들이

체면을 잃었을 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강하다. 체면이 손상되었을 때 우리는 종

종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는 말을 한다(Lim & Choi, 1996). 우리나라 사람들

은 체면을 세웠을 때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끼는 반면, 체면

을 잃었을 때에는 스스로를 실패자, 낙오자라고 느낀다.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체면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다. 이처럼 체면을 유지하고 체면을 잃고 싶지 않은 체면 유지 욕구는 때로 사람

들로 하여금 인관계나 상호작용을 회피하게 만들기도 한다. 체면 의식이 가진 이러한 경직

성은 이후 논의될 소통 장벽과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2) 체면의 구성요소

고프만(Goffman, 1967) 이래, 서양의 학자들은 ‘페이스’를 개념화하고 페이스의 구성요소

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페이스가 가진 개념의 복합성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본격적으

로 밝히고자 했던 학자들은 브라운과 레빈슨(Brown & Levinson, 1987)이었다. 브라운과 레

빈슨은 페이스를 긍정적인 페이스와 부정적인 페이스로 구분하 는데, 긍정적인 페이스가 스

스로에 한 긍정적 자아 이미지를 남들이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욕구인 반면, 부정적인 페이

스는 자신이 가진 역을 침해 받지 않고 싶은 욕구, 즉 자율성에 한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

고 보았다(Brown & Levinson, 1987).

임태섭과 바우어즈(Lim & Bowers, 1991)는 브라운과 레빈슨의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

가, 긍정적인 페이스를 다시 동반자(fellowship) 페이스와 자질인(competence) 페이스로 구

분하고, 부정적인 페이스를 ‘자율인(autonomy) 페이스’로 고쳐 불 다. 동반자 페이스는 집

단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나타내며 자질인 페이스는 스스로의 능력을 남에게 인

정받고 싶은 욕구를 의미한다. 자율인 페이스는 타인으로부터 자율성을 침해 받지 않고자 하

는 욕구를 뜻한다(Lim & Bowers, 1991; 임태섭, 1994).

페이스와 페이스 전략에 한 좀 더 심층적인 연구는 팅-투미(Ting-Toomey, 1988; 2005)

와 동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팅-투미는 페이스를 문제가 되는 주체에 따라 자기 페이스

(self-face), 상 페이스(other-face) 및 상호 페이스(mutual-face)로 구분하 다. 자기 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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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이스는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고자 하는 욕구이고, 상 페이스는 상 의 페이스를 지켜주고자

하는 욕구이며, 상호 페이스는 상 와 나의 페이스를 모두 지키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한다

(Ting-Toomey, 1988; 2005). 또한 페이스의 내용에 따라 자율성 페이스, 소속감 페이스, 지

위 페이스, 신뢰감 페이스, 능력 페이스 및 도덕성 페이스로 구분하 다(Ting-Toomey,

2005).

그렇다면 한국인의 체면은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최상진과 유승엽(1992)은

체면이 크게 인격, 능력, 권위의 세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 다. 또한 이석재와 최

상진(2001)은 인격, 능력, 권위의 내용에 더하여 체면을 크게 구성적 체면과 방어적 체면으

로 나누었는데, 구성적 체면이란 스스로 지위와 신분에 적절한 인격, 능력 및 권위가 있음을

보임으로써 체면을 세우고자 하는 체면 행동을 의미하며, 방어적 체면은 자신의 인격, 능력

및 권위가 인식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체면 손상을 최소화하려는 체면 행동을 의미한다(이석

재와 최상진, 2001). 구성적 체면과 방어적 체면은 체면의 내용보다는 체면 주체의 체면 욕

구에 따른 구분이라고 볼 수 있다.

임태섭(1994)은 요인분석을 통해 체면의 내용이 처신, 인품, 품위, 역량, 성숙의 다섯 차원

으로 구성되었음을 밝혔다. 처신은 겉으로 드러나는 몸가짐이 얼마나 바람직한가에 한 것으

로, 유교적 전통 아래서 몸가짐이나 행동거지가 개인의 성품이나 사람 됨됨이와 연결되어 체면

을 구성하게 된다. 인품은 사람의 인간 됨됨이가 얼마나 바람직한가를 일컫는 말로서, 어느 사

회에서나 인품이 중시되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능력에 앞서 인품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품의 소유자로 인식되길 희망한다. 품위는 앞

서 처신이나 인품과 달리 개인의 사회적 혹은 경제적 지위와 관련되어 있다. 품위는 경제적으

로 부유한 사람들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의미하며,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외적인 과시가 있어야 내적으로도 실질적인 지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

향이 있다. 따라서 품위는 한국사람들에겐 중요한 체면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역량은 개인

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보다는 사회적으로 입증된 능력, 사회적 인정이나 성공을 통해 입증된

능력을 의미한다. 역량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상 적으로 우월함을 보여야 하며, 이

러한 비교우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면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마지막

으로 성숙은 성인으로 갖추어야 할 소위 ‘제 앞가림’을 의미하는데, 기본적인 자질과 자율성,

상 로부터의 존중을 갖추었을 때 성숙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다(임태섭, 1995).

한편 최상진, 최인재와 김기범(1999)은 체면 민감성 척도를 개발하 는데, 이에 따르면 체

면은 ‘창피의식성 체면’, ‘자괴의식성 체면’ 그리고 ‘사회격식성 체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창

피의식성 체면이란 남의 평가를 의식하고 나에 한 남의 생각에 민감하며 남의 눈치를 보고

남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를 걱정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체면을 뜻하고, 자괴의식성 체

면은 위신과 관련된 부분으로, 위신 때문에 부탁을 망설이고, 원치 않은 일도 위신 때문에 해

야 하며, 상 에게 거절당하는 것에 한 두려움과 관련된 체면을 뜻하며, 사회격식성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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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21

이란 사석에서도 교양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예절을 중시하며 격식을 차리는 체면을 뜻한

다(최상진과 김기범, 2000).

학자들이 정리한 체면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체면의 내용에 따라 크게 인격에 한 부분

과 능력에 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 체면의 가장 큰 특징으

로 논의된 체면의 사회적 측면이 뚜렷하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임태섭 (1994; 1995)의 연구

에서는 처신, 인품, 성숙이 개인적 체면에, 품위, 역량은 사회적 체면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보이지만, 실제 연구에서 개인적 체면의 요인과 사회적 체면을 구분하지는 않았다. 최상진과

동료들의 연구(최상진과 유승엽, 1992; 이석재와 최상진, 2001; 최상진, 최인재와 김기범,

1999)에서도 개인적 체면과 사회적 체면의 개념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체면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사 소통에 미치는 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체면의

구성요소를 사회적 체면과 개인적 체면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Kim & Yang,

2011a).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적 체면이 우리나라의 체면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인이라

면, 체면의 사회적 측면을 개인적 측면과 구분하여 각각의 요소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사

소통에 미치는 향을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김 욱과 양정은(Kim & Yang, 2011a)은 체면의 각 구성요

소가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향을 좀 더 확실하게 살펴보기 위해 기존의 체면 문헌에서 추

출한 133개의 항목에 한 요인분석을 통해 7개의 체면 차원을 추출하 다. 7개의 체면 차원

은 윤리(ethics), 사회적 역량(social performance), 사회적 인품(social personality), 사회

적 품위(social pride), 능력(competence), 처신(demeanor), 수치(shame)로 나타났다. 윤리

는 도덕적 및 윤리적 행동과 관련된 내용으로, 스스로 도덕성을 지키지 못하 거나 비윤리적

인 행동을 하게 될 경우 체면을 잃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역량, 사회적 인품, 사회적 품위는

모두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 한 부분인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여기서 ‘남’은

눈 앞에 있는 상 가 아닌, 자신을 둘러싼 불특정 다수를 의미한다. 사회적 역량은 남에게 보

여지는 능력으로, ‘겉으로 보여지는’ 능력인 직장, 학벌, 집안, 재산 등과 관련되어 있다. 사

회적 인품은 남에게 보여지는 인품으로 역시나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 즉 남들이 나

의 인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스스로의 인품이 어떤가와 상관없이, 남에게

인격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의미한다. 사회적 품위는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관련되어 있

으며,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우를 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함께, 스스로가 가진 사

회적 위치에 요구되는 사회적 규범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포함된 것이다. 능력은

스스로의 전문성과 경쟁력에 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이며, 처신은 스스로 바른 몸가짐을

하여 행동거지가 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한다. 마지막 수치는 상 에게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거나 남들 앞에서 낯뜨거운 일이 벌어졌을 때 느끼는 모욕감과 부끄러

움을 의미한다(Kim & Yang, 2011a). 이와 같은 7개의 체면 차원 중 ‘사회적 역량’,‘사회적

인품’ 그리고 ‘사회적 품위’의 세 개 차원은 체면의 사회적 측면을 반 하는 ‘사회체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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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윤리’, ‘능력’ 그리고 ‘처신’의 세 개 차원은 체면의 개인적 측면을 반 하는‘개인체면’으로 구

분될 수 있다고 보았다(Kim & Yang, 2011a).

3. 상황 진단: 체면, 갈등 그리고 소통

1) 갈등 상황과 체면의 영향

개인의, 혹은 조직의 체면 때문에 갈등 상황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우리는 주

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도 체면으로 인해 소통

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인 관계에서 뿐아니라 조직과 조직간의 관계에서도 체면은 문제

가 된다. 노사간의 갈등이 발생하 을 때, 정부와 NGO 간의 갈등이 발생하 을 때, 기업과

기업, 혹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갈등이 발생하 을 때, 개인과 조직은 스스로의 체면을 유지

하기 위해 소통 자체를 회피하거나 상당히 공격적인 소통 전략으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기

도 한다. 일례로 최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거친

설전을 벌인 뒤 강기갑의원에게 사과를 해야 했던 사건이 있었다. 아래 보도를 보면 체면의

강한 향력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김 본부장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한 책이 미흡하다는 강 의원의 지적

에 해 “공부좀 하고 얘기하십시오”라고 한데 이어 강 의원이 “공부 잘한 사람이 이렇

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냐”고 격노하자 “말씀 조심하십시오”라며 고함을 치며 맞 응

해 물의를 빚었다[이후 사과 과정에서] 김 본부장은 “취지를 잘 알겠다”고 짧게 답했

다. “그것은 내용을 알고 말씀하는 게 좋겠다고 한게 표현이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작은 목소리로 “앞으로 이런일이 없도록 조심하겠다. 국회와 국민에게 송구

스럽다”고 덧붙 다. 강 의원실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답변 태도도 여전히 고압적

이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CBS, 2011

년 4월 19일자)

이 기사는 공식적인 사안에 한 질의응답에도 여전히 개인의 체면의식이 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공부 좀 하고 얘기하십시오” 혹은 “공부 잘한 사람이 이렇

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냐” 등의 언변은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둘러싸고 체면을 지키려는 강

력한 욕구를 변하며, 이러한 체면유지욕구가 갈등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화해의 방법에서도 여전히 체면의 지배적인 작용이 드러나고 있는데, 김종훈 본

부장의 짧은 답변과 내키지 않는 듯한 사과 태도는 자신의 체면과 타협하기 위한 개인의 갈

등을 엿볼 수 있는 측면이다. 이렇듯 체면 의식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소통은 매우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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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23

잡한 심리적인 장벽과 마주치게 된다.

이렇듯 체면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

면이 한국인의 의사소통에 미치는 향에 한 연구는 많지 않다. 체면이 너무나 당연시 되

기 때문에 체면과 의사소통의 관계에 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

른다. 그러나 페이스에 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페이스전략(facework)에 한 연구는 서양

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브라운과 레빈슨(Brown & Levinson, 1987) 및 임태섭과 바우어스(Lim & Bowers, 1991)

의 연구를 발전시켜 ‘페이스 협상이론(Face-Negotiation Theory, FNT)’을 제시한 팅-투미

(Ting-Toomey, 1999, 2005)는 모든 갈등 상황이 필연적으로 ‘페이스위협(face- threatening)’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갈등상황은 페이스와 페이스전략이 가장 표적으로 구현되는 맥락이

며 페이스 위협에 해서 가장 예민하게 응하는 지점이다. 그러기에 갈등 상황은 페이스

또는 체면과 매우 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갈등 주체들은 이러한 페이스위협으로부터 스스

로의 체면을 보호하기 위한 ‘페이스전략’을 강구하게 된다.

팅-투미와오첼(Ting-Toomey &Oetzel, 2001)은 11개의 페이스 전략을 제시하고, 개인주

의 문화와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페이스전략에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

보았다. 연구 결과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직접적이며 자기-페이스 중심의 페이스전략(예를

들어, 지배적 스타일이나 경쟁적 스타일)을 선호하는 반면,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간접적이

며 상 -페이스(other-face) 혹은 상호-페이스 중심의 페이스전략(예를 들어 회피스타일

또는 순응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 다(Ting-Toomey &Oetzel, 2001). 즉,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갈등 상황을 회피하기 보다는 직접적으로 맞닥뜨려 스스로의 페이스를 유지하

고자 하는 반면,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갈등 상황을 회피함으로써 체면이 손상되는 것을 방

지하고자 한다. 선호하는 갈등 해소 전략과 관련해서도 사람들은 비슷한 경향을 보 는데,

자기-페이스욕구가강한 사람의 경우 보다 경쟁적이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전략을 선

호하는 한편 상 -페이스나 상호-페이스 욕구가 강한 사람의 경우 회피 또는, 타협하거나

협동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 다.

팅-투미와오첼(Ting-Toomey &Oetzel, 2001)이 제시한 11개의 체면 전략을 활용하여, 김

욱과 양정은(Kim & Yang, 2011a)은 실증 연구를 통해 체면이 페이스전략과 갈등해소 스

타일에 미치는 향을 살펴보았다. 우선 요인분석을 통해 추출된 7개의 체면 요인을 다시 사

회체면과 개인체면으로 구분하고, 사회체면과 개인체면이 11개의 페이스전략에 미치는 향

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사회적 체면은 회피전략(pretending no conflict)과 제3자 개입

(involving third party)에 해서만 양(+)의 방향으로 유의미한 향을 미치고 있었던 반

면, 개인적 체면은 앞의 두 전략을 제외한 6개의 체면 전략(침묵, 사과, 존중, 개인적 화,

방어, 문제해결)에 해 양(+)의 방향으로 유의미한 향을 미쳤다. 즉 사회체면이 높은 사

람일수록 갈등에 한 적극적 해결보다는 갈등을 회피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한편, 개인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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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이 높은 사람일수록 존중, 사과, 개인적 화, 문제 해결 등과 같은 적극적 갈등 해소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좀 더 분명하게 살펴보기 위해 체면과 갈등 스타일

(Thomas &Kilman, 1976)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사회체면은 회피(avoidance)와 경쟁

(competition) 스타일에, 개인체면은 협동(collaboration)과 타협(compromise) 스타일에 유

의미한 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사회체면 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갈등을 회피하거나, 회피

할 수 없을 경우 극단적으로 경쟁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반면, 개인체면 의식이 높은 사람들

의 경우 협동과 타협이라는 건설적인 갈등해소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

Yang, 2011a). 이러한 결과는 팅투미와오첼의 선행연구(Ting-Toomey &Oetzel, 2001)와는

차이가 있는 것인데, 팅투미와오첼의 연구에서 회피는 집단주의의 향을, 경쟁은 개인주의

의 향을 받았던 반면 이 연구에서는 모두 사회체면의 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체면의 속성 안에 집단주의 문화와 개인주의 문화의 특성들이 혼재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로 유추해볼 수 있다.

한편, 갈등 상황에서 체면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미치는 향을 살펴보면, 앞에서 논의

한 바와 같이 개인체면과 사회체면의 향이 상이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체면은

체면의 구성요소 중 ‘자기 자신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관련된 체면으로서, 스스로의

능력이나 인품에 한 자기 스스로의 인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Kim & Yang, 2011a). 이러

한 개인체면은 갈등 상황에 놓인 주체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과 적극적이고 협력적인 갈등 해

소의 방법을 찾게 하는데, 연구 결과에서도 개인체면은 사과하기, 존중하기, 사적인 화, 문

제 해결하기등의 긍정적인 체면 전략에 유의미한 향을 미치고 있었다(Kim & Yang,

2011a). 반면 사회체면은 갈등 회피하기 및 제3자 개입에 해서만 유의미한 향을 주고 있

었다(Kim & Yang, 2011a). 사회체면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남들이 평가하는’ 개인의 능력

이나 인품과 관련된 체면이다. 사회체면이 높은 사람들은 남들에 의한 체면 손실에 무척 민

감한 경향을 보인다(최상진 & 김기범, 2000). 그렇기 때문에 사회체면이 높은 사람들은 갈등

상황에 부딪힐 경우 스스로의 체면이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 자체를

회피해 버리거나, 직접 면하지 않고서 제 3자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향

을 보이게 된다. 제3자를 통할 경우 상 를 직접 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체면 손상이

최소화될 수 있다. 따라서 제3자를 통한 갈등 해소는 사회체면이 높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갈등해소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체면이 높은 사람들은 갈등 상황에서 종종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개인체면

이 협력이나 타협과 같이 긍정적인 갈등 해소 전략에 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사회체면은

회피와 경쟁이라는, 다소 상반된 갈등 해소 전략에 유의미한 향을 미치고 있다. 즉, 사회체

면이 높은 사람은 갈등을 회피함으로써 체면 손상의 위험을 아예 제거하거나, 그것이 불가능

한 경우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체면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체면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체면은 연속성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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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25

에 있는 개념이 아닌, ‘지켰느냐’ ‘잃었느냐’ 라는 이분법적인 특징을 갖는 개념이다(Lim &

Choi, 1996). 이러한 이분법적인 극단성이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 행위에서도 그 로 드러나

게 되는 것이다.

갈등관련 상황에서 사회적 체면 때문에 사과를 해야 하는 순간에도 진정한 소통을 회피하

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김 욱, 2011, working paper). 삼성중공업의 태안

반도 기름유출 사건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47일 후에야 삼성중공업 사장과 임원진들

이 사과문을 발표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사

건이 발생한 이후 2달여가 지난 후에야 김승연 회장이사과문을 발표하 다. 또한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이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후 처음에는 무조건 부인하

다가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일은 일상적일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법적인 고

려를 제외한다면 부분 사회적 체면이 소통 회피를 가져온 결과이다. 사회적 체면은 소통을

시도하기 보다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원인이 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적 위치나

지위가 높거나 잘 알려진 사람들의 경우 사회체면에 더 민감하며, 사회체면이 높은 사람들은

체면을 잃게 되는 상황에 한 두려움 또한 더욱 크게 가진다.

갈등 상황에 처하는 태도와 함께 명백한 잘못이 귀속되는 경우에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

과할 것을 꺼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회체면 의식이 높은 사람이나 조직의 사과문에는 스스

로 갈등 상황이나 위기 상황에 한 책임을 지고 개선 행위를 제시하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

이 아니었음을 변명하거나 사건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희생

양을 만들거나 불가항력이었음을 강조하거나(예를 들어 직원의 잘못으로 미루거나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의 탓으로 돌리는 것 등), 과거의 선행을 들어 ‘원래 이런 사람 혹은 조직은 아

니다’는 것을 나타냄으로써 체면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앞서 예를 든 삼성중공업의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건과 관련한 사과문에서는 “서해 북서방

해상 크레인이 항해 도중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해

원유가 유출됐다”라며 원유 유출의 책임을 전적으로 기상악화에 돌리고 있다. 사건의 원인이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기업인 삼성중공업의 체면

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한편 폭행사고와 관련한 한화 김승연 회장의 사과는 체면 유지를 위

한 정당화 전략을 보여준다. 즉 과거의 선행을 강조함으로써 현재의 체면손실을 막고자 하는

시도가 사과문 곳곳에 드러난다. 사과문에서 김승연 회장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수많은 기업들이 이번 일로 위축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넓은 아량으로 도와주시

길 바란다”라며 과거의 선행을 강조하고 현재의 잘못을 뛰어넘는 자기 존재의 중요성을 내세

우고 있다. 즉 직접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소통하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에 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체면 유

지 언변을 구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와 사례를 종합해 보았을 때, 사회체면이 한국 사회에서 소통을 가로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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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연구 결과를 통해 나타났듯 개인적 체면은 소

통을 진작시킬 수 있는 기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체면은 갈등 상황에서 분명한 향

력을 행사하지만, 복합적인 경로로 향을 미치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2) 맥락(context)에 따른 체면의 영향력

앞서 연구 결과들을 통해 사회적 차원의 체면이 한국 사회에서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 다. 여기서는 체면이 갖는 중요한 특징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그것

은 바로 체면이 맥락(context)의 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체면의 효과가 맥락의 향을 받

는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체면의식이 많이 발현되기도 하고 적게 발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체면이 맥락의 향을 받는다는 것은 체면에 한 기존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또 여자보다는 남자가 체면을 더 중시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아주 가까운 사이 보다는 적당하게 안면이 있는 사이에서 체면은 더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임태섭, 1994, 1995; 최상진과 김기범, 2000). 맥락의 향을 받는 체

면의 특징 때문에,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는 맥락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기존에 이루어진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일관되지 않

으며 연구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회피

성향, 주장성, 건설적 논쟁성(argumentativeness) 및 공격성에 한 선행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하고(Hong, 2003; Kim, Aune, Hunter, Kim

& Kim, 2001; Yook & Ahn, 1999), 논쟁성도 약하며(Jekins, Klopf, & Park, 1991), 간접

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는가 하면(Kim, 2002; Merkin, 2009a;

Merkin, 2009b),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한국인이 미국인이나 일본인보다도 공격적인 커뮤니

케이션 스타일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Klopf& Park, 1992). 한국인과 일본, 중국인의 협

상스타일을 비교하 던 한 연구에서도, 한국인은 같은 동양문화권인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에

비해 더 직접적인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며 ‘No’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하는 경향을 보 다

(Graham, Kim, Lin, & Robinson, 1988). 또한 한국의 매니저들은 상 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을 경우 매우 비협조적인 협상스타일을 보이다가도, 상 방과 감정적 공감 가

형성될 경우 융통성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보고되었다(Paik & Tung, 1999).

결국 서양의 이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고유의 문화 변수인 체면이 의사소통 행위에 미치는 향력을

이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즉, 체면이 가지는 맥락성을 이해하고, 어떤 상황일 때 특히 체면

이 의사소통행위에 향을 주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욱과 양정은(Kim & Yang, 2011c)은 체면이 갈등상황에서 개인의 건설적인 논쟁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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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27

공격성에 미치는 향을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다. 특히 논쟁 주제가 공적인 이슈냐 사적인 이

슈냐에 따라, 또 논쟁 상이 나보다 사회적 지위 및 연령이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 개인의 논

쟁성과 언어적 공격성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갈등상황인 사적인 이슈 상황에서는 개인의 인격과

관련한 관여도가 높아지는 만큼 갈등 당사자들은 덜 공격적이며 논쟁적이 되지만, 사형제도

나 환경문제 등과 같은 공적인 이슈에 한 의견 불일치 상황은 개인 인격과 관련한 관여도

가 낮아지므로 좀 더 편안하고 적극적으로 건설적 논쟁(argumentativeness)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선행연구의 결과 다(Johnson, 2003; Johnson, Becker, Wigley, Haigh, &

Craig, 2007).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체면이 개입될 경우 달라졌다. 사회체면이 높은 사람들

의 경우 사적인 이슈보다는 공적인 이슈에서 건설적 논쟁성향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 다

(Kim & Yang, 2011c). 이러한 결과는 사회체면이 가진 ‘공적’인 성격에 기인한다. 인관계

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이슈보다 사회문제와 같은 공적인 이슈가 체면 손상에 더 큰 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사회체면의식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공적인 이슈에 해 적극적으

로 소통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사회체면의 향력은 상 의 지위에 의해서도 조절되었다. 사회체면이 건설적 논쟁

성에 미치는 향력은 상 의 지위가 자신보다 낮을 경우 훨씬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 다.

즉 권력관계 측면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 앞에서 체면 의식은 더욱

강해지고, 의사소통 의도가 약화되는 성향을 보 다.

반면 개인체면이 건설적 논쟁성과 공격성에 미친 향력은 갈등전략에서 살펴본 바와 일

맥상통하게, 건설적 논쟁 회피(avoid argumentativeness) 성향 및 공격 성향과 부(-)적인

상관관계를 보 다. 개인적 체면이 높은 사람일수록 논쟁을 회피하려는 성향 및 언어적 공격

성향이 줄어든다는 결과이다. 즉 개인적 체면은 적극적이며 협력적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관련이 있음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4. 불통의 원인 분석과 소통의 탐색

앞선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로, 체면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이 요구된다

(최상진과 김기범, 2000; Lim & Choi, 1996; Kim & Yang, 2011c). 따라서 본질적으로 권

력관계에 종속되어 있고 비민주적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약속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 취소를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이 사과하 다.

이 통령은 오늘 청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해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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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만 때로 이를 지키는 것이 국익에 반할 때는 계획을 변경하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 다. (동아일보, 2011년 4월 1일자)

이 사례에서 ‘국가의 이익’이라는 초월적인 단서를 제시하면서 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렸다

고 하면 분명 통령의 체면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갈등사안으로부터 초

래된 많은 이해당사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소통을 통하여 갈등을 해결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

색해보겠다는 시도를 차단한다.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라고 하는 것은 지도자의 개인적인 결

단이 강조되었을 뿐, 조금도 소통을 통하여 권력을 공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체면

이 소통을 가로막는 이유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권력적이기 때문이며, 권력유지 욕구를 극

화시키는 가운데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서라도 상 방의 소통 욕구를 무시하거나 억누르기가 쉽다.

사회적인 권력관계는 의사소통 당사자들의 역할을 규정하는데, 이는 체면 전략의 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Brown & Levinson, 1978). 체면 의식은 의사소통 당사자 간

사회적 거리감과 당사자 간의 권력관계에 따라 민감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사실 권력관계는 어느 문화에나 존재하는 것이며, 권력관계가 의사소통행위에 향을

미치는 것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권력관계가 우리나라 사람

들의 의사소통에서 특별히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체면이 권력 혹은 일반화된 형태로

서 권위와 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한국의 문화가 ‘권위주의 문화’라고 이야기한다(최상진 외, 2000). 동서양의 문화

를 비교했던 홉스테드(Hofstede, 1991)의 연구에서도 한국은 ‘권력 거리(power distance)’가

큰 문화로 규정되고 있다. 홉스테드의 권력 거리는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를 문화의 구성원들

이 수용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문화가 권력거리가 높다는 것은 한국인들이 권력

의 차이와 그 권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를 수용하는 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거리가 높은 사회, 또는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약자에게는 강하되 강자에게는 약한 이중

적인 모습이 발견되는 경향이 있으며, 소수집단에 한 부정적 편견이 강하게 작용되기도 한

다(최상진 외, 2000).

이처럼 권력거리가 높고 권위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서, 한국인은 권

위주의적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 한국인은 남성, 아버지, 상사, 연장자들에 해 과도한 권위

를 인정하고 복종하며, 이것은 사회관계로 확 되어 유력한 인물이나 사회적인 힘(권력)과

같은 권위를 맹신하고 의존하는 사고방식을 보이게 된다(최재석, 1994). 앞선 연구 결과(Kim

& Yang, 2011c)에서도, 상 방의 지위가 자신보다 더 낮을 경우에는 사회체면이 강화되어

소통보다는 권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체면은 바로 이러한 권위주의 사회와 접하게 연관되어 탄생한 문화적 관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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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29

다. 체면은 권위 준거에 따른 사회적 권위체제를 삶의 활동 속에서 실현하고 구체화하는 문

화적 현상이며, 평등에 반하는 우열이나 상하를 전제하고 있다(최상진 외, 2000). 체면 행동

은일반적으로 사회적 지위와 신분이 높은 사람(권위기득자)의 권위와 인격을 지켜주고 세워

주는 목적 하에서 이루어지며, 지위와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상 적으로 지위가 높은 상 방

의 체면을 세워주는 행위를 하게 된다. 최상진 외(2000)는 이와 같은 체면 행동이 권위주의

에서 권력자의 권위를 힘없는 약자가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인정해주는 관계와 매우 유

사하다고 설명한다. 한국인들은 체면활동을 통해서 인간관계 속에 내재된 권위의 우열을 사

회적으로 공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서 볼 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은 체면, 그 중에서도 사회체면

의식이 높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상 와의 권력관계에 따라 체면 의식이 발

현되는 양상 또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권위주의 성격이 강한 사람들은

모든 인간관계를 수직 관계로 보고 강자에 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당연시 하며, 약자가 그

것을 어겼을 경우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김재신과 한성열, 2004). 또한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보다 소속집단에 한 우월의식이 높았고 권위가

있다고 간주하는 권위 준거에 해 과도한 승인을 부여하며(민경환, 1999), 권위 준거에 의

거한 무조건적 수직관계의식을 가지고 있다(윤상현과 한성열, 2005). 즉 권위주의 문화에서

는 인간 관계 상의 권력 관계가 의사소통 행위에 향을 주며, 체면은 권력 관계 속에서 발현

되어 의사 소통 행위에 직접적인 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한편 권력관계는 의사소통의 역할을 규정하지만 또 역으로 의사소통 역할이 권력을 드러

내면서 동시에 권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이준웅, 2009). 특히 권력관계나 의사소통 역할

이 모호한 경우, 공격적인 의사소통 행위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교통사고 상황과 같이 권력관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사소통 역할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으며, 이런 경우 권력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상황과 문제 해결을 자신에게 유리

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동기를 가진 자가 ‘험하게 말하기’ 전략을 사용하여 문제적 상황에서

권력적 우위를 점하려 하게 된다(이준웅, 2009). 여기서 말하는 문제적 상황이란, 정보가 충

분치 않고 이해가 부족하여 권력관계에 모호함이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상황

에서는 권력적 우위에 한 경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위계적 권

력관계가 강한 사회에서는, 권력이 약한 자들이 권력관계를 재구성하고자 할 때(Berger,

1985) 혹은 서로 평등하며 권력을 다투는 관계에서(Felmlee, 1994) 일방적이며 무례한 의사

소통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즉, 권위주의적인 문화에서는 인간 관계 상의 권력관계가 모호한 경우 당사자들 사이에 권

력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경쟁 의지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권력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자 하는 의지’는 체면과 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체면의 궁극적 목표가 권위 준거 기득자의 권위를 인정받고(혹은 인정하고)높임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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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혹은 높여주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체면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권위를 인정받고 권력적

우위를 장악하고 싶은 욕구는 클 것이다(Brown & Levinson, 1987). 요약하자면, 경쟁 관계

에서 체면은 권력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욕구에 향을 미칠 것이며, 이것이 의사소통 행

위를 통해 발현될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따라서 체면은 자신의 지위, 권력을 유지하려

는 과도한 표현전략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기존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불확실한 권력관

계에서는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여 자신의 체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 방과 진

정으로 의사 소통하려는 욕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서 논의한 로 체면이 내재화된 권력관계를 통하여 불통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이러한

체면의 부정적인 향력을 시정할 수 있는 방법에 한 탐색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연구는

체면과 전통적인 갈등해소 커뮤니케이션 방법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측면에 집중된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인의 체면은 페이스 전략 및 갈등해소 전략,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스

타일에 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 Yang, 2011a; Kim& Yang, 2011c). 현재 한

국사회의 상황은 체면의 경직되고 상호 비교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사회 구성원 간의 소통에

부정적인 향을 미치고 있으며, 권위주의적인 사회 분위기와 연결되어 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체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진단을 바탕으로 지금부터는 실질

적인 소통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체면이 갈등해소 커뮤니케이션 활동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체면의 부정적인 향력을 뛰어넘어 소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방

법론을 모색한다.

갈등해소 커뮤니케이션은 갈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Lewicki, Barry, Saunders & Minton, 2004). 그러나 이러한 갈등 해소 커뮤니케이션의 과

정에도 문화적인 변수가 향을 미치기 마련이다(Adair, Okumura & Brett, 2001; Cai&

Fink, 2002). 체면이 갈등해소 과정에 미치는 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연구가 되었는

데, 첫째는 상호 간 협상 상황에서 체면이 협상윤리에 미치는 향에 한 연구이며(김 욱

과 양정은, 2009), 둘째는 체면과 효과적인 합의창출을 위한 제3자 조정 방식에 한 연구이

다 (Kim & Yang, 2011b).

김 욱과 양정은(2009)은 홉스테드(Hofstede) 문화변수와 체면이 비윤리적 협상전략

(Lewicki& Robinson, 1998)에 어떤 향을 미치는 지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비윤리적 협상

전략에 한 체면 변수의 설명력이 홉스테드의 문화변수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

비윤리적 협상 전략에 한 우리나라 협상자들의 인식과 태도에 체면이 중요한 향을 미치

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체면의식이 높을수록 상 를 공격하는 방식의 비윤

리적 전략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면이 협상의 과정에서 소통을 진작시킬

수 있는 규범적인 성격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선행 연구의 결과(Kim & Yang, 2011a)를 통해 체면이 발현되는 상황에서 제3자의

개입에 의해서 소통이 진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드러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회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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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31

을 제외하고 사회적 체면이 유일하게 긍정적인 향을 미치고 있었던 체면 전략은 ‘제3자를

통한 화’로 나타났다(Kim & Yang, 2011a). 따라서 체면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통을 진작시

키기 위해서는 제3자 개입을 포함하여 기존의 갈등해소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에 한 논의를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갈등해소 커뮤니케이션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체적 분쟁 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 방법을 원용하는데, ADR에는 크게 당사자 간의 협상과 제3자를 통한 문

제 해결 방법이 있다(김 욱, 2008). 갈등 상황에서 제3자의 개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갈등 해소 방법이다. 중재, 조정과 같은 제도가 이미 존재해 왔으며 갈등 해소의 방법으

로 이용되어 왔다. 조정이란 제 3자가 개입하여 갈등 당사자들의 합의를 돕는 방법으로 비록

제 3자가 결정권을 가지지는 않으나 당사자들의 소통을 도움으로써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Nolan-Haley, 2001). 조정자의 역할에 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는데, 단순한 촉진자

의 역할에서부터 적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상황 평가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

되어지기도 한다. 개입의 정도에 한 이견은 있으나, 조정은 커뮤니케이션과 갈등 해소를

제도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가장 유효한 갈등해소 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Bush &Folger, 1994). 중재는 제3자를 갈등 해소에 이용한다

는 측면에서는 조정과 유사하지만 조정과 달리 제3자가 결정권을 가지며, 강제성을 띈다는

측면에서 조정보다는 간략화된 판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Menkel-Meadow, Love,

Schneider &Sternlight, 2007).

조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예로부터 동양권에서 조정이 갈등해소의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

어 왔음을 주목하고 있다(Wall, 1993; Kim, Wall, Sohn, & Kim, 1993). 동양 문화권에서

제3자가 개입하는 조정은 갈등 당사자들의 체면 보호(face-saving)와 관련이 있다. 사회적

인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문화권에서는 갈등이 발생하 을 경우 조정자가 나서서 갈등을 조정

함으로써 사회적 조화를 유지하고자 하 다. 조정자를 통할 경우 자신의 체면을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 의 체면 또한 보호해줄 수 있기 때문에,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조정

은 특히 선호되어 온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로, 조선시 부터 ‘향약’과 같이

제 3자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Kim et al., 1993). 사회체

면 의식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제3자에 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것

이다(Wall, 1993; Kim et al., 1993).

그러나 동양문화권에서 조정자의 역할은 서양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Lee, 2008). 사회

적 조화를 중시하는 유교주의의 전통은 조정이라는 방법 자체에 한 선호뿐 아니라 ‘조정의

스타일’에 한 선호에도 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 일본, 말레이지아 등 동양 문

화권에서의 조정에 한 연구를 진행해온 월과 동료들에 따르면, 동양 문화권에서 조정자의

역할은 적극적인 갈등의 해결을 주도하며, 권위를 가지고 갈등 당사자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한국에서도 조정자는 종종 갈등 당사자 양쪽 모두를 알고 있고, 갈등 당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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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보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 혹은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규범에 따라 갈등 당사자들

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경향을 보 다(Kim et al, 1993). 이러한 경향은 기

존의 권력관계를 체하는 권위를 도입함으로써 체면 손상의 기회를 희석하고자 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조정 스타일을 살펴본 결과, 한국인들의 사회적 체면 의식이

조정 스타일에 한 선호, 나아가 협의를 하고자 하는 의지에까지 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났다(Kim & Yang, 2011b). 김 욱과 양정은(Kim & Yang, 2011b)은 체면과 문화 변

수가 제3자 조정 스타일에 미치는 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 다. 구체적으로, 권력거리

(power distance), 집단주의(collectivism), 개인주의(individualism), 커뮤니케이션 맥락

(communication context)의 4개 문화변수와 사회체면, 개인체면이 제3자의 커뮤니케이션

조정 스타일에 어떤 향을 미치는 지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조정자가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고 당사자간의 협의과정을 도와주는 입장에 머무는 ‘촉진적 조정’ 스타일 상황에서는 권력

거리가 회피, 타협 및 수용 전략에 유의미한 향을 주었으나, 조정자가 일정한 평가 권한을

가지며 타협안을 능동적으로 제시하는 ‘평가적 조정’ 스타일 상황에서는 권력거리의 향력

이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촉진적 조정 스타일 상황에서 회피와 경쟁에 유

의미하게 나타났던 사회체면의 향력이 평가적 조정 스타일 상황에서는 사라지는 것으로 나

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동양권 문화에서는 조정 상황에서 권위있는 제3자가 나서서 적극적

으로 합의안을 제시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평가적 조정 스타일이 선호된다는 선행연구 결과

(Wall, 1993; Kim et al., 1993)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즉, 권력거리와 사회체면이 갈등 해

소 회피에 미쳤던 향력이 평가적 조정 스타일 상황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향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Kim & Yang, 2011b). 이러한 연구 결과는 분명 체면의

한계를 넘어서서 한국 사회의 소통을 진작 시킬 수 있는 갈등해소 방법론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조정제도는 실질적으로 자기결정권, 기 성, 상호 이해, 갈등해소

등의 본래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김 욱, 2008). 한국에서 조정은 신속한 사법

판결에 다름없으며, 본래 의미에 기반하여 상호 이해 증진을 통한 갈등 해소와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신속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에 치중한 경향을 보

이고 있다. 예를 들어 언론중재위원회의 경우에도, 당사자간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보다는 제

3자 조정인의 손쉬운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도에서 조

정은 조정의 본래 의미 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김 욱과 임유진, 2010). 미국

의 경우에는 조정인이 직업화되어 있으며 각 주마다 조정을 담당하는 전문 기관도 활성화되

어 있다(Menkel-Meadow et al., 2007). 우리나라에서도 제 3자 개입, 특히 조정을 통해 커

뮤니케이션을 진작시키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와 학교에서의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

의사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기본이 되는 조정의 특성상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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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33

인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새로운 직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김 욱, 2008).

특히 체면 의식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조정은 효과적인 갈등해소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5. 모델화: 체면의 이중성과 체면-소통 모델

의사소통의 상호성 원리가 위배되는 이유는 의사소통 참여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력

관계를 설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이준웅, 2009). 이러한 권력관계의 유지 혹

은 설정의 욕구는 사회차원의 체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최상진, 2000; Lee& Choi,

1996).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사회체면이 소통에 미치는 향은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특히

사회체면은 갈등 상황에서 회피와 경쟁에 몰두하게 하는 경향을 보 고, 공적인 이슈에 해

서는 건설적으로 논쟁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작용을 했다. 이러한 사회체면의 부정적인 효과

는 경직되고 위계적인 사회문화의 권력질서를 그 로 반 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차원의 체면은 이와는 반 로 어떤 윤리적인 규범을 기반으로(김 욱과 양정은,

2009), 갈등 상황에서도 협동과 타협을 유도하는 특성을 보 고, 상황을 회피하기 보다는 상

방을 존중하거나 화를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과 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개인체면이 높을 경우, 논쟁을 회피하려는 성향과 상 방을 언어적으로 공격하려는

성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소통과 긍정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체면과 개

인체면의 이러한 립되는 특성은 평소에 쓰이는 체면의 의미가 통일되지 못하는 측면과도 연

결된다. 개인 혹은 조직은 어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을 지향하기 위해서 체면을 사용하기

도 하지만(내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바르게 살아야 한다), 사회 기존권력을 유지하고 기존권

력을 변하기 위해서 체면을 사용하기도 한다(내 체면에 이런 하찮은 일을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회차원과 개인차원 체면의 립적인 성향은 체면의 이중적인 특성을 반 한다.

체면의 어떠한 특성이 발현되는가에 따라서 체면이 소통에 미치는 향은 상이할 수 있으며,

어떤 체면 특성이 우세한가에 따라서 소통 의도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

의를 종합하면 [그림 1]에 나타난 것처럼 체면의 특성과 갈등해소 전략은 상호 연결되는 측면

이 있다. 즉 개인체면에 가까울수록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협력적인 전략, 즉 협동과 타협

과 같은 방법을 선호하고, 상 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전제로 개인적인 화를 통하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해결하려는 성향을 보여준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또한 건설적인 논쟁을

이어가려는 성향이 강했고, 언어적으로 공격하려는 성향도 낮았다. 하지만 사회체면에 가까

울수록 갈등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포함하여 체적으로 경쟁적인 전략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

여주었으며, 사회적으로 토의가 필요한 공적인 이슈에 해서는 건설적인 논쟁을 이어가려는

성향이 현저히 떨어지는 특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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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개인체면 사회체면

협력전략

건설적인 논쟁

쌍방향 (two-way)개인적 화

갈등전략

논쟁회피 또는 경쟁적 공격

제3자 조정

[그림 1] 체면의 특성과 갈등해소전략과의 조합(matching) 관계

지금까지 논의한 체면의 특성과 갈등해소전략과의 조합관계를 바탕으로 체면과 소통의도

사이의 관련성을 모델화 해볼 수 있다. 우선 체면과 관련하여 개인이 채택하는 의사결정 방

법에 따라 개인체면통로와 사회체면통로로 나누어볼 수 있다. 개인체면통로는 의사소통 당사

자가 개인체면을 바탕으로 소통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는 통로이고, 사회체면통로는 반 로

사회체면을 바탕으로 소통 관련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통로이다. 이러한 체면 통로를 결정하

는 선행변수로는 앞서 논의에서 살펴본 로 권력관계 의식과 경쟁상황 인식이 있다. 따라서

이 두 변수의 조합(권력관계 의식 고 저, 경쟁상황 인식 고 저)에 의해 네 가지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

네 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권력관계 의식과 경쟁상황 인식이 모두 높은 경우에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고, 갈등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사회체면통로를 채택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권력관계 의식과 경쟁상황 인식이 모두 낮은 경우에는 굳이 상

방에게 권력관계를 강요하거나 협력을 회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개인체면통로를 채택할 가

능성이 높다. 권력관계 의식이나 갈등상황 인식이 하나만 높은 경우에는 다른 맥락적인 요인

에 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회체면통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관계 의식은 낮더라도 경쟁상황 인식이 높은 경우에는 향후 이익이나 권력구

도의 형성이 불확실한 상태로 접어들기 때문에 방어적인 차원에서 사회체면을 강화할 가능성

이 높아지게 된다. 권력인식이 높은 경우는 당연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지킬 것인

가, 아니면 잃을 것인가하는 이분법으로 상황에 접근하게 된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권력관계 의식과 경쟁관계 인식이 체면의식에 미치는

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매일유업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사이에

벌어졌던 분유 식중독균 검출 사건이다. 정부기관인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매일유업 분유에

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포도상구균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자, 매일유업은 즉각 반격에

나서게 된다. 매일유업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문제 삼았던 해당 제품을 독자적으로 외부

검사 기관에 의뢰했고, 그 결과 포도상구균이 모두 불검출되어 안정성이 입증되었다고 발표

했다. 하지만 검역을 담당한 정부기관은 이러한 결과를 참조하여 재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합

리적인 소통을 하기 보다는, 아래 언변에서 보는 것처럼 매우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구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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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35

검역원 측은 자신들이 실시한 조사의 신뢰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검

역원의 한 관계자는 외부 조사기관이 사용한 검사시료에 해 균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일 뿐 절 적인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외부 조사결과 이상

이 없다고 결론이 났어도 검역원 검사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황색

포도상구균이 분유의 생산 제조 과정 중에 오염돼도 검사결과 균이 검출되지 않는 경

우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러 번의 검사 중에 한 번이라도 균이 검출되면 안전

성은 보장하기 어렵다는 논리다(서울경제신문, 2011년 3월 16일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입장은 사회적인 체면 유지를 위해서는 협상과 타협과 같은 소통

방식을 채택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매일유업과 정부검역기관 사이의 갈등은

권력관계 의식도 높고 경쟁상황 인식도 높은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권력관계의 고

저에 한 인식은 분명히 있지만, 매일유업은 비록 정부검역기관이라고 할지라도 회사의 체

면 유지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러한 상황에서는 부분 서로 간의 타협점을 모색하고 화에 나서기 보다는 사회체면을 강

화함으로써 공격적인 의사소통 전략을 통하여 갈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타협의 가능성은 낮

으며, 한 쪽의 힘이 월등하게 우세한 것이 판명되면 다른 한쪽이 굴복하거나, 힘의 균형이 유

지되면 갈등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권력관계 의식이 높으면서 경쟁인식이 낮은 갈등 상황은 보통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교수

와 학생, 기업과 하청업체 등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갈등상황은 권력관계 의식이

높기 때문에 매우 일방적으로 권력관계의 우위를 점한 측의 사회체면을 지켜주기 위한 방향

으로 소통이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건설적인 화나 논쟁은 권력관계의

우위를 점한 측의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진정한 소통은 왜곡되고 갈등상황

을 회피하거나 논쟁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인 소통이 이루어진다. 아래 언론에 언급되

었던 사례도 권위주의가 팽배한 학 사회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러한 권위에 도전했을 때는 사회적인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러한 위험 인식을 학생들이 하고 있다는 점

만으로도 사회체면의 내면화와 자기검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인터뷰한] 학생들은 교수의 권위주의 등 폐쇄적 학 문화를 지적했다. 유년 시절

을 미국에서 보내고 A 경 학과에 입학한 김모(24)씨는 “1학년 때 교양과목 수업 도

중 교수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했다가 F학점을 받았다”며 “한국 학에서는 감히 교수

와 토론을 하려는 학생보다는 교수 뜻을 잘 받드는 학생을 우등생이라고 하는 것 같

다”고 말했다(한국일보, 2011년 4월 15일자).

권력관계에 한 의식은 낮으면서 경쟁인식은 높은 사례는 정치인들의 소통방식에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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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등한 권력관계를 유지하지만 높은 경쟁상황에 있기 때

문에 향후 설정될 권력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회체면을 보호하고

상 방의 사회체면을 공격하기 위한 언변에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사례는 정당 간 정

치 공방에서 일상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지난 해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를 둘러싸고 민주당

변인은 한나라당 지도부에 해 “국회에 을사오적에 필적할만한 병인오적이 등장했다”고 비

난했고, 한나라당 변인은 민주당의 “막가파식 논평은 민주당이 공당인지 길거리 단체인지

헷갈리게 한다”고 비난했다 (동아일보, 2011년 3월 28일자). 이러한 독한 공격적인 언변의 사

용은 상 방의 체면에 흠집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이용된다. 이러한 언변에는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손쉬운 단어 프레이밍을 이용한 감정적인 언변을 사용하여 상 방에게 낙인을 찍

으려는 시도가 많다. 따라서 많은 의사소통이 상 방에 한 폄하나 조롱, 놀림의 상 삼기

에 주력한다. 이러한 시도는 미래에 형성될 권력을 선점하기 위한 도구로서 언변을 이용하고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서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체면보다 개인체면에 한 인식이 더 우세하여 건설적인 논쟁과 협력적인 갈등

해소 접근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는 권력관계에 한 의식이 낮고, 경쟁상황 인식이 낮은 친

구 사이나 동료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경우에 해당된다. 이러한 경우는 주로 서로 간의 신

뢰수준이 높고,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건설적인 논쟁과 협상을 통하

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높다. 또한 사회체면에 한 욕구가 낮기 때문에 남에게 보여

지는 것 보다는 자기 스스로 용인하고 만족할 수 있는 상호호혜적인 소통 방법을 탐색할 가

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지금까지 논의를 종합하면, 권력관계 의식 및 경쟁상황 인식이 체면의식에 향을 미치며,

발현된 체면의식은 각각 다른 체면 경로를 통하여 의사소통 결과에 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체면-소통 모델로 나타내어 보면 [그림 2]와 같다.

[그림 2]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개인체면경로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이고 배려하는 소

통방법을 보여주지만, 사회체면경로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건설적인 논쟁을 회피하거나,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

다. 앞서 체면을 개념화하면서 설명했지만 사회적인 체면과 개인적인 체면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조직의 체면 속에 양립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체면과 개인체면

은 각각의 구성요소간에 응이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 강조점이 바뀔 수 있는 속성을 가진

다. 다만 개인체면은 개인 혹은 조직이 내적으로 성찰하면서 생기는 체면이고, 사회체면은

사회적으로 남을 의식했을 때 생기는 체면이다. 따라서 두 유형의 체면은 윤리, 능력, 품위와

같은 역을 다른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이 처

한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서 개인체면이 우세해지는 경우도 있고, 사회체면이 우세해지는 경

우도 생기게 된다. 체면-소통 모델은 그러한 갈등상황에서의 체면과 소통의 역학 관계를 두

가지 경로 개념으로 모델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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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37

선행변수 체면결정 소통경로 결과

권력관계의식 저

경쟁상황인식 저

(친구, 동료 간 갈등)

개인체면경로

배려하는 화

협력

건설적인 논쟁

개인체면 우세

개인체면> 사회체면

권력관계의식 저

경쟁상황인식 고

(교통사고, 지역갈등)

권력관계의식 고

경쟁상황인식 저

(상사-부하직원,

교수-학생관계 갈등)

사회체면경로

공격적인 화

갈등 상황 회피

건설적 논쟁 회피

사회체면 우세

사회체면> 개인체면

권력관계의식 고

경쟁상황인식 고

(노사관계, 정부-시민

단체 갈등)

<그림 2> 갈등상황에 따른 체면-소통 모델의 개념화

체면-소통 모델을 바탕으로 관련 변수들의 관계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명제를

도출해볼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명제들을 실증적으로 테스트함으로써 체면이 소통에

미치는 이중적인 향력을 보다 명확하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명제 1) 권력인식이 높고 경쟁인식이 높은 경우에는 사회체면경로를 통함으로써

진정한 소통을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명제 2) 권력인식이 낮고 경쟁인식이 낮은 경우에는 개인체면경로를 통함으로써

상 방을 배려하는 소통을 도모할 것이다.

(명제 3) 권력인식이나 경쟁인식 한 쪽이 높은 경우에는 개인체면경로보다 사회

체면경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명제 4) 공적 이슈는 사적인 이슈에 비해 사회 맥락적인 차원에서 사회체면경로

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명제 5) 사회체면경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개인체면경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진정한 소통을 회피함으로써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

맥락변수

- 공적/사적 이슈맥락

- 성별, 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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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6. 마무리한국 사회의소통을 진작하기 위한 방안

이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체면 의식이 의사소통에 미치는 향에 해 살펴보았다 .한국인

의 체면은 개인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을 가지는데, 체면의 사회적 측면이 다른 문화권의

유사개념과 체면을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논의되었다. 한편 각각의 체면요인은 갈등상황

에서 립적인 방식으로 한국인의 소통에 향을 주고 있었다. 따라서 체면이 가지는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에 근거하여, 권력관계와 경쟁상황에 한 인식이 체면을 매개로 하여 의사소

통행위에 미치는 향을 모델로 제시하 다. 개인체면은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소통을 가능하

게 하는 반면 사회체면은 소통을 회피하거나 공격적인 소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

서 소통을 진작시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체면의 우세를 극복하고 개인체면에 집중

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요구된다.

개인체면이 우세한 경우에는 건설적인 논쟁을 즐기면서 개인적인 화를 통하여 협력하려

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상 방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하여 합의를 창출하는

소통모드가 갈등을 해소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동원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체면이 우

세한 경우에는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의도를 가지기 때문에 체

면을 잃을 상황을 아예 회피하거나 상 방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상 방과의 직접적인 화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제 3자를 동원하여 갈등을 해

소하는 소통모드가 필요해 진다. 앞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사회체면은 제3자의 개입

에 우호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며, 제3자가 개입하는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립성향 또

한 조금은 잦아드는 경향을 보 다(Kim & Yang, 2011c).

체면상황 소통모드 결과

개인체면>사회체면 개인협상을 통한 소통진작

갈등의 해소

사회체면>개인체면 제3자 개입을 통한 소통진작

[그림 3 체면-소통 모델과 갈등해소의 연결

예를 들어, 노사협상의 갈등상황에서 경 진 측의 경우 노조가 어떤 요구를 하게 되면 사

회체면이 발동하게 되어 직접적인 협상을 통하여 문제를 풀려고 하기 보다는 현재의 권력상

황을 그 로 유지하기 위해서 립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 3자가

개입하여 경 진과 노조가 가진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조사하고 간접적으로 소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합의를 창출하고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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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39

최근 문제가 되었던 노사 갈등 사례 두 가지를 통해서도 원만한 노사 갈등 해소를 위한 제

3자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지난 1월 시작되어 아직까지도 극단적인 시위가 계

속되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사갈등 사례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지난 1월 시작되어 4개월 동

안 계속되다가 5월 초 극적으로 타결된 제주의료원 노사 갈등 사례이다. 협상이 극적으로 타

결이 되었던 제주의료원 노사 갈등의 경우, 제3의 조정인이 개입했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연합뉴스, 2011년 1월 5일자).

제3자가 개입하는 표적인 갈등해소 방법인 조정(mediation)에 해서는 이미 앞서 설명

하 다. 선행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나듯, 사회적 체면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첨예

한 갈등 상황에서 허심탄회한 협상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의 개입, 특히

조정은 사회체면이 주는 부담감을 완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의사 결정을 진작시키는 역

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유효한 갈등 해소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할 수 있

다. 사회적인 갈등이 첨예화 되었을 때는 당사자들 간의 협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럴 때 중립적 제 3자가 회의를 주선하고, 당사자간 결정권을 보장하면서 상호 이해를 유도하

다보면 갈등해소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김 욱, 2008).

예를 들어, 통령의 체면유지를 위해 회피 상이 되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논란도 조정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극심한 립

즉 경쟁상황이 조성되면 당사자들은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을 형성하고 사회체면을 강화하여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권위를 갖

춘 제 3자인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게 되면 사회체면을 강화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지가 약화되

면서 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성찰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회체면에 의해서 지배되는 갈등상황을 개인체면이 우세한 상황으로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조정 제도가 본래의 의미 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우

리나라에서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제도들이 사실은 제3자의 판단과 결정에 의

존하는 중재를 지칭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조정의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촉

진 역할을 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김 욱, 2008). 물론 선행연구에서도 나타

났듯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정이라 할 지라도 권위를 가진 제3자의 평가 방식이 좀더 효

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권위는 단순한 위계의 의미가 아니라 독

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촉진 기능을 포함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지금부터

라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제3자 개입의 방법을 도입하여 사회적인 갈등 상황에서

실제적으로 실험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 3자 개입의 방법을 조정-중재와 같이 이분법적

으로 분리하기 보다는,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원화된 체적 갈등해소 방법(ADR), 즉

조정-중재, 중재-조정, 비구속적 중재, 합의회의, 사전중립평가, 약식소송 등 다양한 제도

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김 욱과 임유진, 2010). 다양한 ADR 방법은 사적-공적 차원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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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다양하게 유형화할 수 있다(자세한 ADR 방법은 김 욱, 2008; Menkel-Meadow et al.,

2007 등 참조).

사회체면을 억제하고 갈등해소를 유도할 제 3자 즉 조정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

육 프로그램의도입이 필요한데, 이 일은 커뮤니케이션 교육의 새로운 분야로 모색해볼 필요

가 있다. 조정 전문가는 법률가와는 다른 차원에서 의사소통을 진작하고 갈등해소를 도모하

는 새로운 사회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정 전문가를 인정하고 권위를

부여해줄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사회적인 합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적인 도입

을 위해서는 조정제도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선진국의 시스템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김 욱, 2008).

결국 의사소통을 진작시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사회체면에 바탕을 둔 왜곡된 갈등 상황

을 완화하면서 상호간에 개인체면이 우세한 상황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부분의 갈등상황에서 사회체면의 향력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막힌 의사소통을

뚫을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제 3자의 개입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사회체면의 향력을 낮추기 위해 도입이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개인체면을 고양하고 사

회체면을 낮추는 문제는 결국 개인의 성찰이라는 문제와 기본적으로 연결된다. 울리히벡이

위험사회의 해법으로 주장했듯이 지금 한국사회의 소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찰이

병행되어야 하고, 성찰은 개인체면을 고양함으로써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스스로 윤리적이고

품위있으며 내실을 쌓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성찰이 자리를

잡아 전체 사회의 신뢰수준이 높아지지 않고서는 사회체면을 낮추기 위한 사회제도 차원의

실험들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는 힘들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의사소통을 진작하기 위한 생활세계가 많이 위축되어 있다. 이는 한국인

의 문화적인 속성인 체면이 의사소통을 가로막으면서 사회를 권력관계로 체계화하는 경향과

도 관련이 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근 화의 합리성 요구에 따라 생활세계의 식민지화가 점

진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문화적인 요인 즉 전통적인 체면 의식 등이 작용하여 생활세계의

침식을 더욱 가속화시켰을 가능성이 농후함을 보여준다. 의사소통은 상호이해를 위한 타당성

요구에서 비롯되는데, 체면은 그러한 상호이해의 폭을 좁히면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따라

서 제3자 개입과 같은 갈등해소 방법들은 그러한 체면 의식을 견제하면서 생활세계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사회체면을 자제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경험들을 축적하게

되면 의사소통이 고무되는 생활세계가 생각보다 빨리 복원될 수도 있다. 결국 체면에 한

이해와 체면-소통 모델을 적용한 문제 상황 극복 방법들이 이러한 시도들에 이론적인 기반

을 제시해줄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에 한 고려는 이 논문에

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들이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권력적인 기반

을 약화시키거나 구조적인 한계를 뛰어넘게 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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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소통 그리고 갈등해소: 체면-소통모델과 소통의 가능성 모색 341

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지 못한 의사소통의 문제점도 꾸준히 함께 지적되고 있다. 이는 사회체

면이 미디어의 유형에 상관없이 권력관계를 자극하여 의사소통을 방해하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권위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이

논문의 역을 벗어나며 후속 연구의 실증적인 검증에 맡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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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한국 사회의 소통 위기: 진단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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