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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1. 조선문인협회와 문예동원의 길 2. 문인순회강연과 새로운 자기의 구축 3. 부여신궁 조영 근로봉사와 내선일체의 역설 4. 내지 성지순례와 일본인되기의 비약 5. 식민지 문학자의 불안과 우울 동아시아문화연구 제52집207~238쪽2012.11 식민지 문학자와 이동의 정치학* 식민지 후반기 이석훈의 문학작품을 중심으로34) 오태영** [국문초록] 조선문인협회 가담 이후 이석훈은 문예동원의 일환으로 지방 문인순회강연, 부여 신궁 조영 근로봉사, 내지 성지순례, 만주 개척촌 시찰 등 조선, 일본, 만주 지역을 이 동하는 한편, 그러한 이동의 체험을 문학작품화하면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자장 안 에서 새로운 자기를 구축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그의 이러한 이동은 단순 히 제국의 권역 내 지리적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식민지 체제 내 지 방에서 중앙으로, 식민지 조선인에서 제국 일본인으로의 정치적사회적 이동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전시총동원체제기 국민문학으로 재편된 조선문단 내 식민지 문학자라는 제한적폐쇄적 지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위상을 구축하려는 욕망 표출 의 이동 과정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석훈은 그러한 이동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기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고, 그로 인해 불안과 우울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그것은 자 * 이 논문은 2012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2-S1A5A2A01-020714). 또한, 이 논문은 20128월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금연포럼>에서 발표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발표회 자리에서 유익한 논평을 해주신 금연포럼 동인 연구자분 들께 감사드린다. **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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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문학자와 이동의 정치학210.101.116.28/W_files/ftp42/0e000687_pv.pdf[주제어] 식민지 문학자, 이동성, 이동의 서사, 문예동원, 이석훈, 조선문인협회,

Sep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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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조선문인협회와 문예동원의 길

    2. 문인순회강연과 새로운 ‘자기’의 구축

    3. 부여신궁 조영 근로봉사와 내선일체의 역설

    4. 내지 성지순례와 일본인-되기의 비약

    5. 식민지 문학자의 불안과 우울

    동아시아문화연구 제52집|207~238쪽|2012.11

    식민지 문학자와 이동의 정치학*

    -식민지 후반기 이석훈의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34)

    오태영**

    [국문초록]

    조선문인협회 가담 이후 이석훈은 문예동원의 일환으로 지방 문인순회강연, 부여

    신궁 조영 근로봉사, 내지 성지순례, 만주 개척촌 시찰 등 조선, 일본, 만주 지역을 이

    동하는 한편, 그러한 이동의 체험을 문학작품화하면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자장 안

    에서 새로운 ‘자기’를 구축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그의 이러한 이동은 단순히 제국의 권역 내 지리적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식민지 체제 내 지

    방에서 중앙으로, 식민지 조선인에서 제국 일본인으로의 정치적․사회적 이동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전시총동원체제기 ‘국민문학’으로 재편된 조선문단 내 식민지 문학자라는 제한적․폐쇄적 지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위상을 구축하려는 욕망 표출

    의 이동 과정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석훈은 그러한 이동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기’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고, 그로 인해 불안과 우울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그것은 자

    * 이 논문은 2012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2-S1A5A2A01-020714). 또한, 이 논문은 2012년 8월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에서

    발표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발표회 자리에서 유익한 논평을 해주신 금연포럼 동인 연구자분

    들께 감사드린다.

    **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초빙교수

  • 208 동아시아문화연구 제52집

    신의 문학적 행보에 대한 타자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1940

    년대 전반기를 식민지 문학자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동화와 이화, 저항과

    협력으로 수렴되지 않는 문학자 개인의 분열증적인 욕망에 이끌리는 삶이었다.

    [주제어] 식민지 문학자, 이동성, 이동의 서사, 문예동원, 이석훈, 조선문인협회,

    국민문학

    1. 조선문인협회와 문예동원의 길

    1939년 조선문인협회가 창립되었다. 10월 17일 발기회를 시작으로 22일 회

    칙과 강령을 결정한 뒤, 29일 부민관 중강당에서 결성대회가 개최되어 시오바

    라 도키사부로(鹽原時三郞)가 명예총재로 추대되고, 회장에 이광수, 간사에 모모

    세 지히로(百瀨千尋), 스기모토 나가오(杉本長夫), 가라시마 쓰요시(辛島驍), 쓰

    다 다카시(津田剛) 등 일본인과 김동환, 정인섭, 주요한, 이기영, 박영희, 김문집

    등 조선인이 임명되었다. 조선문인협회 회칙에는 국민정신총동원의 취지1)를 달

    성하고, 문인 상호의 친목 향상을 도모한다는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2) 또한, 성명

    1)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의 강령은 ‘황국정신의 현양(顯揚)’, ‘내선일체의 완성’, ‘생활의 혁신’, ‘전

    시경제정책에의 협력’, ‘근로보국’, ‘생업보국’, ‘총후의 후원’, ‘방공방첩’, ‘실천 강령의 조직에 의

    한 지도의 철저’ 등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朝鮮總督府, 朝鮮に於ける國民精神總動員(朝鮮總督府, 1940), 67~70면 참조.

    2) 朝鮮文人協會會則(抄)

    第一條 本會는朝鮮文人協會라稱하고, 그事務所를京城에置함.

    第二條 本會는國民精神總動員의趣旨의達成을期하고 且文人相好의親睦向上을圖하므로써目

    的으로함.

    第三條 本會는本會의趣旨에贊同하는文人으로써組織함 但本會에加入하랴면 幹事一人의推薦

    에依하여 幹事會此를審議決定함.

    第四條 本會는 本會의 趣旨目的을 實行하기 爲하야 左의 機關을 置함.

    가, 名譽總裁 一名

    나, 會 長 一名

    다, 幹 事 若干名

    第五條 會長은大會에서選擧하고 幹事는會長이이를指名함.

    第六條 本會의經費는會費及有志의贊助金으로써 此에充함.

    第七條 本會의會費는年壹圓으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