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식민주의를 거쳐, 모더니티를 넘어, 트랜스모더니티로 김 은 중* 단독/서울대학교 Kim, Eun-Joong (2010), Hacia la transmodernidad por vía de la postcolonialismo para superar la modernidad. Abstract Bajo el hechizo del neoliberalismo y la magia de los medios de comunicación que lo promueven la modernidad se considera como un proceso universal, global y punto de llegada. La teoría de dependencia, sin embargo, sigue manteniendo el debate en lo político y la economía, analizando las relaciones que se dan en esas esferas entre centro y periferia. A esto habrá que agregar todo un horizonte categorial que procede de la economía crítica que exigía la incorporación de las clases sociales como actores intersubjetivos a integrarse en una definición de cultura. De ahí que vivamos un tiempo intelectual complejo que se puede caracterizar de forma algo paradógica: la cultura política occidental es tan indispensable cuanto inadecuada para comprender y transformar el mundo. La perspectiva postcolonial parte de la idea de que, a partir de los márgenes o de las periferias, las estructuras de poder y de saber son más visibles. Pero tiene poco sentido hacer una crítica postcolonial a la modernidad occidental dejando en la sombra los procesos económicos, sociales y políticos que tanto se reproducen en la crítica de la cultura como en la cultura de la crítica. Se trata de saber si la crítica transmoderna puede ser hecha a partir de dentro o se presupone la exterioridad de aquellas que fueron parte de la modernidad por la violencia, exclusión y discriminación. Key words Postcolonialism, Modern/Colonial Capitalist World-System, Colonial Difference, Transmodernity, Identity in Politics, Decoloniality 포스트식민주의, 근대/식민 자본주의 세계체제, 식민적 차이, 트랜스모더니티, 정치적 정체성, 탈식민성 01 01 Revista Iberoamericana 21.1 (2010): 1-32. *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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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식민주의를 거쳐, 모더니티를 넘어, 트랜스모더니티로
김 은 중*단독/서울대학교
Kim, Eun-Joong (2010), Hacia la transmodernidad por vía de lapostcolonialismo para superar la modernidad.
Abstract Bajo el hechizo del neoliberalismo y la magia de los medios decomunicación que lo promueven la modernidad se considera como unproceso universal, global y punto de llegada. La teoría de dependencia, sinembargo, sigue manteniendo el debate en lo político y la economía, analizandolas relaciones que se dan en esas esferas entre centro y periferia. A esto habráque agregar todo un horizonte categorial que procede de la economía críticaque exigía la incorporación de las clases sociales como actores intersubjetivosa integrarse en una definición de cultura. De ahí que vivamos un tiempointelectual complejo que se puede caracterizar de forma algo paradógica: lacultura política occidental es tan indispensable cuanto inadecuada paracomprender y transformar el mundo. La perspectiva postcolonial parte de laidea de que, a partir de los márgenes o de las periferias, las estructuras depoder y de saber son más visibles. Pero tiene poco sentido hacer una críticapostcolonial a la modernidad occidental dejando en la sombra los procesoseconómicos, sociales y políticos que tanto se reproducen en la crítica de lacultura como en la cultura de la crítica. Se trata de saber si la críticatransmoderna puede ser hecha a partir de dentro o se presupone laexterioridad de aquellas que fueron parte de la modernidad por la violencia,exclusión y discriminación.
Key words Postcolonialism, Modern/Colonial Capitalist World-System, Colonial
Difference, Transmodernity, Identity in Politics, Decoloniality
포스트식민주의, 근대/식민 자본주의 세계체제, 식민적 차이, 트랜스모더니티,정치적 정체성, 탈식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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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sta Iberoamericana 21.1 (2010): 1-32.
* 서울대학교라틴아메리카연구소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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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포스트식민주의 - 세계화로 들어가고 나오기 위한 전략1)
봄베이출신으로미국에서활동하는아르준아파두라이(Arjun Appadurai)
는『고삐풀린현대성Modernity at large: Cultural Dimensions of Globalization』
(1996)에서매체(media)와이주(migration)라는두가지분석개념을통해지
구화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혁신적 전자 매체의 등장과
대량 이주 현상의 결합이 급격히 바꿔놓고 있는 현대인의 삶의‘풍경’
(scape)이“더 이상 현존하는 중심-주변 모델(심지어 이러한 모델들이 복수
의중심들과주변들을고려한다고하더라도)의용어로는이해될수없는, 복
합적이고 중층적이며 탈구적인 질서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아파
두라이 2004, 60).2) 모든것이불변의중심이나질서로부터벗어나항상미끄
러지는‘흐름’을형성하기때문에, “근본적으로프랙탈한것, 즉유클리드적
경계나구조, 규칙성을가지고있지않은것처럼생각하는것으로부터출발
해야하며 (중략) 일군의과학자들이혼돈이론이라고부르는이론을적용하
지않으면안된다”는것이다(84-85). 아파두라이는이러한문화적형식의재
배치를 통해 근대 사회학이 저지른 오류, 즉“단일한 계기를 상정하고 그런
운동의출현이스스로를극적단계로끌어올림으로써과거와현재를극단적
이고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구분하려는 시도”를 비판했다(10). 한국어 역자
들이밝히고있듯이아파두라이는제목에포함된수식어‘at large’를통해서
“마르크스와베버이래현대의정체성문제를완결된틀속에서사유했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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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에서는 post-colonial(post-colonialism)과 de-colonial(de-colonialism)을구분하고 post-colonial은‘포스트식민’으로, de-colonial은‘탈식민’으로옮긴다. 식민주의‘이후’(post-) 혹은식민주의를‘넘어선’(beyond) 이라는면에서는공통점을갖지만지리-역사적이고지리-정치적인맥락에서는차이가있으며, 이러한차이를드러내는것이이 의목적중의하나이다.
3) 아파두라이가문화적위계를허물고상호습합과융합을통한문화적혼종을주장한다는 점에서 흔히 그를 포스트식민주의(post-colonialism) 연구자로 소개되지만근대성에내포된식민성의문제를간과하고있다는점에서구하(Ranajit Guha)나바바(Homi Bahbha) 혹은스피박(Gayatri Spivak)과같은계열로생각하기는어렵다.
7) 페루사회학자아니발키하노(Aníbal Quijano)가맨처음으로사용하기시작한식민성(coloniality)이라는개념과일반적으로사용되는식민주의(colonialism)는다르다. 식민주의가역사의특정한시기에한정된다면, 식민성은식민적제국의틀이형성되는원리와믿음을가리킨다. 식민주의가지리-역사적으로다양하게드러난제국주의의 구체적인 물증이었다면, 식민성은 일반적인 원리의 역할을 하는 근대성의논리적보완이었다. 식민주의이데올로기를실행하는것은식민성의지배논리이다. 따라서 식민성은 식민주의보다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권력 기반의 토대를이룬다. 이런맥락에서스피박의표현이의미하는바는식민성개념과직접적인관
련이있다. 키하노는식민성의개념을표현하기위해‘권력의식민성’(colonialidaddel poder) 혹은‘식민적권력기반’(la matriz colonial del poder)이라는용어를사용한다. 이런맥락에서식민성이라는개념은푸코가주장하는‘삶-정치’(biopolitics)개념과 유사한 면이 많다. 차이가 있다면 개념이 적용되는 범위가 유럽 내부와 외부라는점이다. 두개념의유사성과차이점은접어두고한가지더지적해야할것은식민성이라는개념보다삶정치라는개념이지식인들사이에더확산된것은지식의식민성을드러내는명확한예증이라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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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에서살아간다는사실”(62)임을강조하고있지만타자를배제하고억압
하는 식민성을 누락시킨다면, 그것은 그가 근대성의 이데올로기 개념을 형
식적으로반대하고거부하면서결과적으로는뒷문으로다시근대성의이데
올로기를끌어들이는셈이된다(호르헤라라인 2009, 9-10).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직접적인 토 지배를 통한 식민주의가 종식된 것은 자본주의의 작
동에부적절한방식이되었기때문이지, 아파두라이가강조하듯이어디에서
나인간의움직임이라는씨줄이완고한식민성의날줄들을해체했기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의 현실은 중심-주변이 해체된 것이 아니라 주변에도
중심이존재하며중심에도주변이존재한다는것을보여주고있다.8)
모더니티에반대하면서포스트-모더니즘으로돌아선이론들은그자체가 이데올로기적이라는 게 나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성의 역할을 비판하면서 자본주의로부터 관심의 초점을 바꿈으로써 결국 자본주의의핵심문제를숨기게되었기때문이다. 루카치(G. Lukács)가주장했듯이,이러한 이론들은 대체로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의 출현 또는 진보와 연관되어있는몇몇주요한위기에대한반작용으로나타나는것이다.(중략) 또한 이러한 이론들은 문화적 차이, 다원주의, 상대주의를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이 이론들은 때때로‘타자’를유럽적인주류문화와무관한것으로, 열등한것으로생각하 고, 적어도위험에직면한문화정체성을보존하기위해서보호정책이필요한아주다른어떤것으로간주했다.(호르헤라라인 2009, 12-13)
이런 맥락에서, 포스트식민주의가 여러 가지 면에서 애매하고 위태롭고
혼란스러우며 한계를 갖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식민주의의‘포스
트’가 식민주의를 통해 근대성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식민주의는 논
란의중심에있는‘미확인진행물체’(UPO)인세계화에들어가고나오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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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국주의 헤게모니 이행 과정에서 냉전 시기의 양극화에서 일극화로, 일극화에서다시다극화되어가는최근의상황에서중심-주변이라는용어대신에북(Norte)-남(Sur)이라는용어가더많이사용되고있다. 신자유주의세계화에서심각한갈등관계는남-북의대립일뿐만아니라, 남남(Sur del Sur)-남북(Norte del Sur), 북남(Surdel Norte)-북북(Norte del Norte) 대립이기도하다(Santos 2009,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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략으로유효하다.
II. 포스트식민주의와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포스트식민주의가 애매하고 위태롭고 혼란스러우며 한계를 갖는 개념이
라는사실은‘포스트식민은언제인가?’, ‘포스트식민은어디인가?’, ‘포스트
식민은 누구인가?’, ‘포스트식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과 연관되어 있다
(피터차일즈·패트릭윌리엄스 2004, 17-59). 이러한질문들은특수한맥락
에서만들어진개념과해석이무비판적으로다른맥락에적용되고, 그결과
정치적이고 대중적인 호응을 얻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따라서어떤개념과해석을이해하기위해서는그것들이만들어지고전파되
고 수용되는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스트식민주의는 대부분
국의 식민지 던 국가 출신으로 어를 사용하는 지식인들의 다양한 정치
적·이론적비판으로시작되었다. 또한제2차세계대전이후에 국의식민
지로부터 독립한 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 일부 지역의 탈식민화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포스트식민주의의 지정학적 지도에는 카리브 지역을 포함한
아메리카 전체와 북아프리카, 그리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이
빠져있다. 앞의인용문의언급처럼, 만일식민담론과포스트식민이론이‘타
자’를규정하는지식생산과정에대한비판이라면, 연방(Commonwealth)
이라는유미주의적표현을통해일치된단일성을유지하려는 국의제국주
의에대한저항으로등장한일부작가와지식인의목소리에국한되는것은문
제가된다.
더문제가되는것은개념과해석이생산된배경의편협성이방법론의식
민주의 혹은 지식의 식민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포스트식민
주의연구자들은포스트식민주의의뿌리를그들이“묵시록의네마리말”이
라고불 던푸코, 데리다, 그람시, 구하에게두었다(Mignolo 2007, 33). 구하
를제외한세사람은유럽의철학자이고, 특히데리다와푸코는포스트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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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와해체주의의정전을이룬다. 앞에서인용한차일즈와윌리암스의『탈
식민주의이론 An Introduction to Post-Colonial Theory』(1997)은물론이고,
포스트식민주의 연구서 중에서 가장 정교한 이론적 분석으로 평가되는 로
버트 (Robert Young)의『백색신화: 서양이론과유럽중심주의비판 White
Mithologies』(1990)에서도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의 삼총사로 불리는 사이드
(Edward Said), 바바, 스피박이유럽의포스트모더니즘이론을얼마나적절
하게전유하고있는가에초점이맞춰지고있다(이경원 2003, 32-33).9) 이러
한 상황은 포스트식민주의가 라틴아메리카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역설적현상에서도잘드러난다. 즉식민지본국의권력을등에업고맥락과
무관하게타자에게강요되는외재적담론을비판했던포스트식민주의가이
번에는 스스로가 권위를 갖는 외재적 담론이 되어 라틴아메리카에 등장한
것이다.
포스트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은 포스트식민주의가 준거로 적용되는 맥락만큼이나다양하고모순적인논쟁거리를만들것이라고예상할수있다. 예를들어, 라틴아메리카의식민적담론을연구하는학자들은포스트식민 이론에 대한 거부감을 통해서 역사 편찬에 관해 중요한 논쟁을벌 다. (중략) 구조주의와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에 친숙한 비평가들에게포스트식민문학은기존의포스트모던패러다임과크게다르지않았다. 반대로, 확고하게 포스트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던 문학의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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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로버트 은「다시읽는백색신화」에서포스트식민주의를‘문화횡단적마르크스주의’(transculturated Marxism), ‘새로운트리컨티넨탈리즘’(new tricontinentalism), ‘남부의사회주의’(socialism of the South)로정의할것을제안함으로써그역시유럽중심주의에서벗어나지못했다는혐의를부정하려고시도했다. “필자는트리컨티넨탈포스트식민주의가 현재의 전지구적 불평등이라는 상황을 반박하는 행동적 실천철학을위한넓은전선을제공하고과거의반식민투쟁을새로운방식으로계승한다고주장하고싶다. 그것은기존의정통적인좌파적사고의노선을직접따르지않는_가령경제적착취라는일상적박탈뿐만아니라여성, 토지문제, 인종주의, 이민, 추방,환경, 포스트식민 근대도시들에서의 혼종적 정체성 등과 관련된_쟁점들을 둘러싼일상적투쟁을표현하는수단들을제공하기위해출현했다. 하지만무엇보다도포스트식민정치학은세계의불평등한권력구조를바꾸고자한다.”(로버트 2008, 87)이러한변화는『백색신화』(1990)와「다시읽는백색신화」(2004) 사이의시간적격차에서발생한역사적사건들때문에더구체화되었다고생각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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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는 학자들은 포스트식민주의가 라틴아메리카의 해체주의 비평에전혀기여할바가없다고생각했다. 증언문학의유행과그것을통해해체주의를 연구하는 비평가들에게 하위주체 이론과 포스트식민주의간의연관관계는새로울것이없었다. 또어떤사람들은포스트식민주의이론을통해서넓은의미의라틴아메리카연구와 미의문화연구의최신결과들을소통시키려고시도했다.(De la Campa 1999, 48)
서구근대성이절대적진리와역사적연속성을내세워환원주의로나아가
고타자의특수성을무시했다면, 서구근대성을비판하는이론들—포스트식
민주의는말할것도없고, 근대성의적자인포스트모더니즘조차도—은문화
적 차이와 역사적 불연속성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포스트식민주의는 타자
를부정의관계, 혹은동일성을위협하는모든것을자아로동화시키는자아
중심주의를 벗어나 타자를 서구 근대성의 지배 역 바깥에 두려고 시도했
다. 그러나 차이로서의 타자성을 강조한 포스트식민주의는 포스트식민주의
라는 개념을‘또-다른’동일성의 개념으로 내세우는 오류를 저질 다. 이것
은 서구 근대성을 비판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저지른 오류와 동일하다. 각각
의비판적담론은저마다의지역적역사를배경으로만들어지며포스트식민
주의도예외가아니다. 자본주의근대세계체제에포함되지않은지역이지
구상의어디에도존재하지않는상황때문에포스트식민주의가불가피하게
전지구적차원을가지고있다고하더라도포스트식민주의이론이모든상황
을 환원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포스트식민주의를 수
용한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에서 볼 때, 유럽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비교해서
포스트식민주의는크게새로울것이없으며, 수용자들의이론적·실천적경
향에따라다양한반응을보 다는점이이를잘보여준다.
차이와불연속성을강조하며근대성을비판한포스트식민주의가또다른
차이와 불연속성을 가능한 한 많이, 그러나 비환원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려
고노력하는대신에포스트모더니즘에투항한것은‘돌아온탕자의비유’에
견줄 수 있다.10) 로버트 이 지적한 것처럼, 포스트모더니즘이“단지 후기
자본주의의새로운단계의문화적효과를나타내는것이아니라, 대문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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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문화로서의유럽역사와문화의상실, 즉세계의중심이라는확고한위
치의상실”에대한자의식이라는점에주목하면‘탕자의비유’가더욱실감
나게다가온다(2008, 109-110).
포스트식민주의가드러낸한계는자신이비판한보편적진리와이데올로기
개념을자신도모르는사이에뒷문을통해다시끌어들인것만이아니다. 포스
트식민주의는 식민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신식민지 헤게모니와 불균등한 권력
관계를효과적으로재생산하는전지구적자본주의체제를인식하지못했다.
해체주의나 후기구조주의처럼, 포스트식민주의 연구에 때로는 지나치게명백하게드러나는유럽중심적전통들은포스트식민주의연구를정치적으로 무장해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평등을 보장하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조건을무시한채차이의인정만을강조하는것은근본적인비판이실천의측면에서는소극적인저항으로변질될위험성을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의조건에서사회적재분배없이는 (인종적, 성적, 종족적, 종교적등) 차이에대한효과적인인정도있을수없다는것이확실할수록이러한결과는더중대한문제가된다.(Santos 2009, 352)
산투스의지적은마르크스주의지리학자인데이비드하비(David Harvey)
가프랑스를배경으로한두편의 화를통해비유적으로설명한 68혁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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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장정일은‘돌아온탕자’에대해다음과같이썼다. “휴머니스트들은휴머니즘이라는 오아시스에 발 뻗고 누워 자신의 근거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오아시스를 벗어난사막끝에무엇이있는지모험을떠나는휴머니스트는없다. 간혹이틀치의물과 떡을 약대에 싣고서 사막 가운데 무엇이 있는지 구경하기 위해 오아시스를 잠시 벗어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 소심한 모험가들은 오아시스로 돌아와 오아시스를떠나기전보다더열렬한휴머니즘예찬자가된다. (중략) 휴머니스트들의의사 진보가 종국에는 보수 반동이 될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돌아온 탕자의 비유가휴머니스트들이고심해만든십계명이라는것을가르쳐준다. 돌아온탕자는쳐죽여야한다. 왜냐하면돌아온탕자는더나쁜것(보수반동)을가져오니까. 또돌아온 탕자만큼 우리를 왜소하게 하는 것은 없다. 진정한 탕자는 한 방울의 물이나한점의떡도지니지않은채, 약대도없이사막끝으로나가죽어야한다. 한곳이아니라, 점점이, 여러 곳에! 그리고 탕자들이 뼈를 묻은 곳에서 또 다른 탕자가 숱하게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의 오아시스 주위에만 국한되지 않은더넓은세계를자신의인성으로삼을수있게되고, 마지막엔인간도신과같이될것이다.”(장정일 199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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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부터 냉전 이데올로기가 붕괴된 1990년대 중반까지의“한 세대가 만든
차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 편은 마티유 카쇼비츠 감독의 <증오>
(1995)이고, 다른한편은장뤽고다르의고전 화인 <내가그녀에관해아
는한두가지>(1966)이다. 화제목이시사하듯이전위적좌파감독인장뤽
고다르는 프랑스의 마오주의(Maoism)와 알튀세주의의 문제의식을 접합하
는 방식으로 포스트-모더니즘에로의 시대적 이행을 미학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한세대가지난뒤고다르 화에서의문부호로제시되었던미래의
도시는 카쇼비츠 작품에서 실업, 차별, 절망, 소외가 뒤섞인 증오로 드러난
다. 화는 억압과 분노가 도처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지적이
고 심미적인 방어 기제는 존재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증오>는
10년뒤인 2005년 7월프랑스에서발생했던무슬림빈민가청년들의폭동을
예시했다. 하비가 비평하듯이“고다르는 어떤 종류의 마르크스주의/마오주
의적 미래에 대한 신념을 유지하면서 특정 역사적 시점에서 교조적 마르크
스주의의 사슬로부터 그 자신을 자유롭게 하려고 투쟁했다면, <증오>는 이
것의어떤변형이분명적절해야만하는시간과장소에서이러한정치의부
재를기록하고있다”(데이비드하비 2001, 32).
포스트식민주의는, 한편으로는푸코가보여준지식과권력의문제에대한
미시 분석을 받아들여 탁월한 결론을 끌어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경제적·문화적층위에서세계화하면서동시에파편화하는권력들
의함수관계를보지못하는근시안적결과를가져왔다. 이것은포스트식민
주의의 내재적 한계이기도 하지만 헤게모니를 갖은 권력의 우회 전략 때문
이기도하다. 지금은많은학문분야에서받아들이고있고, 특히학제적연구
를대표하는‘문화연구’ 역에서전유한‘문화’라는개념에내재된식민적
경향성은 차이를 내세워 정치를 봉쇄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류학과
연관되어 있던 문화라는 개념이 자주 논쟁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러
한 이유 때문이다. ‘차이의 정치학’을 목표로 등장한 문화연구에서 문화적
차이가정치적갈등을조절하고지배하는수단으로변질되었음을명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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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준것이그람시의헤게모니이론이었다. 이지점에서포스트식민주의는
아파두라이가분석한‘세계화의문화적차원’에합류하는결과를가져온다.
문화 개념을 둘러싼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난 탈식민화의물결을 반 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초에 인종적이고 민족적인 배제를더이상공공연하게도덕적이고사회적인원리로유지할수없게된미국의 정치문화 내부의 위기를 반 한다. 이러한 독특한 사회적 분위기속에서‘문화 전쟁’과‘학문 전쟁’은 미국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분할구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다. 즉‘문화’에 관한 토론은 인종주의가더이상표면화될수없는상황에서권력에대해말하고, 권력을협상하는수단이되었다. 이런의미에서, 문화의개념은문화적차이를물신화시킴으로써헤게모니를유지하는데기여하고있으며, 다문화주의는문화와상징, 그리고전통이평등과사회적정의를세우는데큰역할을하지못하는사회에서정치적조화를유지하기위한기능주의적이론의토대로변화되고있다.(Ribeiro 2005, 페이지없음. 강조는필자의것임)
포스트식민주의는 식민주의를 통해 강압적으로 유럽의 근대성에 들어간비유럽 지역이 근대성에 대한 비판을 통해 근대성으로부터 나오기 위한 전략이다. 포스트식민주의의 출구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역사전체를식민주의로환원시킬수는없지만식민주의가근대세계가 형성되는 기본적 과정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포스트식민주의의‘식민주의’가 가리키는 것이 이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를 바라보는 특권적인 인식의 위치를 차지한 유럽중심적 근대성을 비판하고 넘어서는 것이다.
월러스틴은근대세계체제는프랑스혁명이전까지스스로의개념적일관성을 유지하는 사상(=지구문화)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근대세계체제의지구문화가서로경쟁적이면서동시에상보적인관계에있는세개의이데올로기_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_가새롭게등장하면서가능하게되었다고말한다. 제국의관점에서식민지를바라보거나, 혹은 근대성이 유럽에서 나머지 세계로 전파되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가언급하는세개의이데올로기는적절해보인다. 그러나식민지의 관점에서 제국을 바라보거나, 혹은 유럽의 근대성이 나머지 세계를 침략하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서구 계몽주의가 만들어낸 세 개의이데올로기로모든것을설명할수없다는것은확실하다. 라틴아메리카라는‘개념’을이해하기위해핵심적인이데올로기가누락되어있는데, 그것은 16세기까지거슬러올라가는식민주의라는이데올로기이다.근대/식민 세계를 구성하는 네 개의 이데올로기를 한꺼번에 바라보면월러스틴이언급한세개의이데올로기와식민주의이데올로기사이의단층이 드러나게 되고, 네 개의 이데올로기가 단지 서구의 정치이론과인식론의내부적역사를넘어서서, (근대성/식민성이라는) 지식의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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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에서어떻게작용했는지이해할수있게된다.(Mignolo 2005, 82-83)
따라서 포스트식민주의가 식민주의의 관점에서 근대성을 이해하려는 시
도를통해라틴아메리카의식민주의역사를일깨웠다면, 라틴아메리카는식
민주의의 시작을 15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식민주의/근대성/근
대세계체제의역사적현실을드러낸다. 독립시기와독립이후의상황이다
르다는점때문에포스트식민주의연구에서누락되어있던라틴아메리카가
포스트식민주의연구에개입함으로써드러난사실은첫번째근대성의시기
는계몽주의가아니라식민주의 다는것이다.
서구 근대성이라는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은 16세기에 시작되어 18세기말부터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견고해졌다. 서구 근대성을 구성하는 두개의축_사회적규제의축과사회적해방의축_은변증법적긴장관계를형성한다. 두개의축이만드는변증법적긴장관계는유럽의현실, 특히선진화된유럽의현실에는적합하지만유럽의세력이확장된유럽바깥의사회에는그렇지못하다. 예를들어, 세개의원리_국가, 시장, 공동체_에 바탕을 둔 사회적 규제는 식민지의 (탈)규제 형식에는 들어맞지않는다. 식민지에서국가는타국이고, 시장은인간을상품(노예)으로취급하며, 공동체는자본주의와문명화의이름으로초토화되어국가가강제하는인종화되고파편화된사회로대체된다.(Santos 2009, 343-344)
300년동안의유럽중심적인근대/식민자본주의역사가진행된이후에씌어진마르크스의저작에서다음과같은점들이전혀거론되지않았다는것은놀라운일이다. (1) 자본주의하에서모든형태의노동지배/착취가공존하고연관되어있다는것; (2) 자본주의세계에는자본가계급과노동자계급이존재할뿐아니라노예, 농노, 평민, 자유농민도존재했다는것; (3) 원주민, 흑인, 황인, 혼혈인에대한유럽백인의지배경험에서유래된지배관계는뿌리깊은권력관계로자리잡았다는것; (4)자본-임금관계는권력의유일한축이아니고인종과성차라는또따른권력의축이존재한다는것; (5) 결과적으로, 사회구성원간의권력의분배는 단지 노동력의 통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으로 환원될수도없다는것.(Quijano 2007, 108)
역사적 자본주의의 이행과정에 인종차별주의와 보편주의가 통합되어 있
다는월러스틴의지적은첫번째근대성과두번째근대성의관계를다른방
식으로표현한것이다. 그는그리스-로마-근대로이어지는서구문명의적통
성을 주장하는 유럽중심적 보편주의에 갇혀 있지 않으며, 16세기부터 시작
된자본주의-식민주의-근대성을떠받치는보편주의가자유롭게떠도는이데
올로기로서발전해온것이아니라역사적자본주의라는세계체제안에서정
치적·경제적권력을장악한사람들이퍼뜨린이데올로기로서발전해온것
임을밝히고있다. 덧붙여서, 지금까지역사적자본주의의내적모순이억제
되어온 이유는 보편주의와 인종차별주의라는 서로 대립적이면서도 상호보
완적인교의가기묘하면서도불안정한결합속에서균형을이루어온덕분이
라고말한다(1993, 163). 이런맥락에서‘근대세계체제’는‘근대/식민세계
체제’로불러야하며, 더정확하게는‘자본주의적근대/식민세계체제’로불
러야한다.
지난 500여년간자본주의문명에서가장두드러진사실은이두주제_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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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주의와 인종차별주의-성차별주의—에 대한 믿음이 철저해짐과 발맞추어
이 주제들이 사회적으로 실행되는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정도가 나란히
커져왔다는 점이다. (중략) 인종차별주의-성차별주의는 보편주의가 지나치
게 평등주의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데 이용되고, 보편주의는 인종
차별주의-성차별주의가 일종의 카스트제도로까지 발전하여 자본주의적 축
적과정에 꼭 필요한 노동력 동원을 불가능하게 하는 일을 막는데 이용되었
던것이다(월러스틴 1993, 164-165).
동서고금을 막론하고“이주민들이 원주민들의 터를 빼앗는 방식은 대체
로두가지이다. 첫째는폭력이고, 나머지는합법적인정당성을부여받는일
이다. 역사 속의 종교와 정치는 이 두 가지 테크닉을 절묘하게 섞어 자신의
입지를넓혀온것이사실이다”(김 민 1996, 15). 유럽중심주의의토대가되
는목적론적역사관(historicismo)은정복과착취의합법적인정당성을계속
해서바꿔왔는데, 16세기에는가톨릭복음의전파 고, 18-19세기에는문명
화 사명이었으며, 20세기에는 발전주의 다면, 20세기 말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으로바뀌었다. 그리고이런개념들은“종종소위자연법이라고일컬어
지는것의외피를쓴채보편적가치의표현으로해석되었다. 따라서인류에
게 유익할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주장됐다”(월러스틴 2008,
16). 세계체제론에큰 향을끼친종속이론이중심-주변의관계론적사고를
통해자본주의세계경제의기축적(axial) 분업이가져오는불평등교환을밝
혀냈지만, 합법적정당성을내세우는근대성을비판하는면에서는성공적이
지못했던것도이런보편주의의덫에서빠져나오지못했기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화는 아메리카의 성립과 더불어 시작된 과정의 정점이며 새로운 세계적 권력 기반으로 등장한 유럽중심적인 근대적/식민적자본주의의정점이다. 그러한권력기반의기본축중의하나는인종개념에의거한인류의사회적분류이다. 인종에따른사회적분류는아메리카 식민지 지배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세계 권력의 가장중요한 차원으로 스며들었으며, 유럽중심주의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게된정신적구조물이다. 따라서인종(차별)주의는식민주의에기원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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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지만 그것을 성립시킨 식민주의보다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지속되고있다. 결과적으로, 인종주의는오늘날세계적인헤게모니권력기반을구성하는식민성의요소이다.(Quijano 2000, 페이지없음)
역사적자본주의에대한월러스틴과키하노의언급은앞에서살펴본포스
트식민주의의한계에대한적절한대답일뿐만아니라, 자본주의에대한환
원주의적인 정치경제적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포스트식민주의가 자본
주의적세계체제를문화에의해우선적으로구성되는것으로개념화했다면,
정치경제학은경제적관계를가장우선적인결정요인으로이해하기때문이
다. 그러나국지적-국가적-초국가적관계에서헤게모니를위한투쟁은두개
의 대립적 원리인 재분배의 원리(equity)와 인정의 원리(difference) 사이의
갈등이다. 재분배의정치학은인정의정치학을고려하지않고성공할수없
으며, 그반대도마찬가지이다. 근대성에대한탈근대적비판이인정의원리
를중심으로이루어졌다면근대세계체제의토대는자본주의를중심으로한
재분배의원리이다. 결국, 포스트식민주의와정치경제학은재분배의원리와
인정의 원리를 다른 차원으로 구분하여, 포스트식민주의는 인정의 원리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고, 정치경제학은 재분배의 원리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환원주의의오류에빠진셈이다.
IV. 식민적 차이(Colonial Difference)와 정치적 정체성(Identityin Politics)
월러스틴은세계체제분석을통해근대세계체제를총체적인관점에서파
악하고, 유럽이인종차별주의와보편주의이데올로기를통해재분배의원리
와인정의원리의헤게모니를장악해왔음을밝혔음에도불구하고그는근대
세계체제를 근대/식민 세계체제로 규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체
제의 성립을 장기 16세기로 인정하면서도11) 근대 세계체제와 두 번째 근대
성이 겹쳐지는 18세기, 더 정확하게는 프랑스 혁명을 지구문화가 성립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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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로 보기 때문이다. 월러스틴의 이러한 관점은 서구 정치이론과 사상사
에서볼수있는것처럼, 그역시식민주의는더나은세계로가기위해, 유쾌
하지는 않지만 불가피한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16세기
에성립된자본주의세계경제가수동적이었으며대다수의일반사람들이받
아들일 수 있는 내부적 가치와 기본 규범으로서의 지구문화로 성립되지 않
았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12) 그러나월러스틴이근대의시작이아니라중세
의 끄트머리에 놓았던 세계체제의 첫 3세기는 인종차별주의-성차별주의의
근거인식민적차이가튼튼하게뿌리내리는과정이었다.
권력의식민성은서구문명과근대세계체제라는거대서사의모든수준에서작용했다. 전세계의식민지역은서구문명의기획인복음화와문명화임무의표적이었고, 근대세계체제의기획인발전, 근대화, 새로운시장의표적이었다. 두개의거대서사에대한내부적인비판은비판자체가서구문명과근대세계체제의프로그램에내장되어있다는의미에서총체성을구성하는 일부분으로 인식되었다. 근대/식민 세계체제(modern/colonialworld-system)에삽입된‘식민적’(colonial)이라는수식어는두개의거대서사가은폐한현실을드러낸다. 즉탈식민화(decolonization)를위해서필수적인 조처는 식민적 차이의 관점에서 지식 생산과 근대성/식민성을 비판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월러스틴이 제안하는 것처럼)사회과학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는 좌파가 보여주는 선의와는 상관없이식민주의를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근대/식민 세계체제의서사에스며들어있는역사구조적종속은식민적차이를전제하기때문이다. 야만인, 원시인, 저개발된지역의사람들, 유색인종이라는범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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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근대세계체제는 장기 16세기에 탄생했다. 지리사회적 구성물인 아메리카도 장기16세기에탄생했다. 지리사회적실체인아메리카의창조는근대세계체제의구성적행위 다. 즉아메리카는이미존재하고있던자본주의세계경제에편입된것이아니었다. 아메리카가 없었다면 자본주의 세계경제도 존재할 수 없었다.”(Mignolo2000, 53에서재인용)
기독교 복음화, 문명화, 근대화와 발전, 소비주의라는 이름으로 이행되어온지구적구상이저지른인식적종속이다.(Mignolo 2008, 250-251)
미뇰로가 강조하는 것은 세계체제의 첫 3세기가 식민주의의 시기 을 뿐
만 아니라“밑바닥에 있는 자들이 왜 거기에 있는가를 설명하는”(월러스틴
1993, 164) 존재론적·인식론적열등성을의미하는식민적차이가강요된시
기 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월러스틴이 세계체제분석에서 인식하지
못하고있는또다른중요한사실은스페인이근대/식민세계체제를장악하
고있던시기의왕권과식자(識者)들은식민주의보다옥시덴탈리즘에더관
심이 있었으며, 국민국가 건설 시기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지식인들 역
시마찬가지 다는사실이다. 다시말해, 식민시기뿐만아니라독립이후에
도라틴아메리카지배층과지식인은자신들이서구유럽과동일하다고생각
했고, 아시아나아프리카와달리 18세기에는유럽의‘딸’이자‘상속인’이되
었다. 따라서 19세기 초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그들의 관심사는
식민주의를비판하는포스트식민주의가아니라포스트옥시덴탈리즘이었다.
19세기전반의유럽의계몽주의를앞세운외세와 19세기후반의미국의새로
운 식민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 내세웠던 구호가“우리 아메리카”(Nuestra
América) 다는 점이 포스트옥시덴탈리즘의 좋은 예다. 따라서 세계체제의
첫 3세기는단지봉건적이데올로기의의상을벗어던지지못하고있었던시
기가아니라, 스페인이내건‘식민적기독교주의’(colonial christianity)가옥
시덴탈리즘의 토대를 형성하는 시기 다. 그리고 옥시덴탈리즘은 3세기 후
에 국과프랑스가아시아와아프리카로제국주의적팽창을시도하는과정
에서 오리엔탈리즘을 발명할 수 있었던 식민주의 혁명과 조건이 만들어낸
결과들중의하나 다.
‘옥시덴탈리즘’에는두가지차원이서로얽혀있다. 첫째, 서구문화의지리-역사적공간을자리매김하는역할을했다. 둘째, 앞의사항보다는덜명백하지만서구문화에발화의특권적위치를부여했다. 그특권적위치에서서구는나머지세계를기술하고개념화하며서열화한다.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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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본체론적으로정해진역사과정이라기보다는유럽이자기자신에게부여한역사속의역할이다. 제멋대로인식한서양이라는발화의위치(locus of enunciation)가없었다면동양이라는위치는설정될수없었을것이다. (중략) 16세기는세상을바라보는신(神)의관점과항해기술을통해얻을수있었던경험적관찰이겹쳐지는시기 다. 관찰자의위치가 갖는 권위와 지도 제작에 진실성을 부여한 것이 신학이었기 때문이다.‘옥시덴탈리즘’은 18세기말이후프랑스와 국지식인들의손과펜에의해발명되었던‘오리엔탈리즘’처럼하나의연구 역이아니라관점자체이며, 그관점으로부터동양이인식될수있다. 왜냐하면동양과대등한관계를넘어서서‘오리엔탈리즘’의존재조건이되는‘서양’을 전제하지 않고는‘오리엔탈리즘’은 지정학적 개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옥시덴탈리즘’은 지정학적 개념일 뿐만 아니라 모든사유의 범주와 나머지 세계에 대한 분류가 결정되는 지식의 근거 다.
‘오리엔탈리즘’은그러한특권을갖지못했다. 서양사람들은전문적인학문지식을가지고있고동양사람들은서양학문의연구대상이되는문화를가지고있을뿐이다. 서양은과거에도그랬고지금도여전히유일한지리-역사적위치를차지하고있으며, 서양의지리-역사적위치는세계의 부분이면서 동시에 나머지 세계를 기술하고, 분류하고, 이해하고, ‘향상’을판단하는척도가된다.(Mignolo 2005, 34-36)
따라서자본주의적근대/식민세계체제의첫 3세기동안의식민주의는, 두
셀이지적한것처럼두번째근대성의물적토대일뿐만아니라(Dussel 1995,
148-149) 유럽중심주의를 떠받치는 옥시덴탈리즘의 토대가 되었다. 인용문
에서 미뇰로가 지적하듯이 옥시덴탈리즘은 인종적·종교적·철학적·과학
적인 면에서 가치 판단의 척도라는 헤게모니적 신념이다. 미뇰로는 오리엔
탈리즘은옥시덴탈리즘이라는개념이먼저존재하지않고는생각될수없었
으며, 오리엔탈리즘과대립되는옥시덴탈리즘은연구의대상이아니라고정
된 발화의 위치, 즉 척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이드와 포스
트식민연구자들은아메리카발견의결과를제대로보지못했다. 사실상‘오
리엔탈리즘’을통한식민적권력기반의형성과등장은세계질서변화의제
2라운드에해당한다는것을의미하기때문이다. 마르크스조차도식민주의를
유럽의 확장이 가져온 부수적 효과이며 공산주의의 도래를 위해 필요한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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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라고생각했던것은보편사의이행과정에서계급투쟁을중요하다고생
각했고인종·종족차별을전(前)자본주의적현상정도로받아들 기때문이
다. 그러나 식민주의를 넘어서서 권력의 식민성의 뿌리가 되는 인종차별주
의는 존재의 식민성이자 인식의 식민성의 뿌리다. 미뇰로는 이러한 차이를
‘식민적차이’라고부르고, 산업화되고발전된제국주의국가들과저개발된
개발도상국가들의 관계는 식민적 차이이며, 이 식민적 차이가 지식과 주체
성, 젠더와성, 노동, 천연자원의착취, 재정, 권위등모든면의토대를이루
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보편성과 대립하는 특이성을 부각시키려
고 노력했던 푸코나 리오타르의 시도조차 문화적 차이라는 관념이 권력 관
계를 간과하고 있으며 식민적 차이라는 개념은 전적으로 제국적/식민적 권
력차별에근거하고있음을성찰하지못했다는것이다.
근대/식민 세계체제의 성립이 대서양 상권의 등장과 동시적이며 식민적차이를만드는데역할을했다는점에더주목해야한다. 요컨대, 식민적 차이는 근대/식민 세계체제 역사를 거치면서 식민적 차이들의 면모가어떻게변화되었으며, 근대성, 탈근대성그리고서구문명을중심으로 한 주도적인 담론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나머지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침묵시켰는지알게해주는연결고리이다.(2008, 229-230)
근대 서구문명과 근대/식민 세계체제라는 두 개의 보편주의는 한마디로
‘내부성의사유’, 외재적인모든것을내부화하는사유다. 모든것을정신이
‘외화’한것으로간주함으로써모든외재적인것을항상-이미관념의내부로
만들어버리는관념론처럼, 내부성의사유는“아직경험하지못했던것, 저기
에 직접적으로 있다고 생각되는 것, 혹은 아직은 이성에‘외부적인 것’으로
남아있던것을자기안에포괄해가며자기화한다”(이진경 2009, 51). 따라서
내부성의사유의최종심급은중세의종교보편주의(religious catholicism)일
것이다. 편재하는신에게외부는없기때문이다. 이런맥락에서, 앞에서언급
한‘식민적기독교주의’가옥시덴탈리즘이라는보편주의의토대가되었다는
것은틀린말이아니다. 또한근대/식민세계체제도자기자신의내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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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되고 이론화되는 체제 으며, 다양한 식민지 경험과 역사는 체제에 부
속되고체제 내부로부터만사유되었다. 그러나역설적 시간을살고있는 20
세기말부터근대/식민세계체제는역사를사건들의직선적연쇄대신에이
질적인역사적-구조적매듭으로인식할수있는단서를던져주고있다. 즉보
편주의에의해침묵을강요당한식민적차이들이여전히생명력을유지하며
체제에균열을일으키고외부경계를드러내고있다.
식민적 차이는 권력의 식민성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또한 하위주체 지식이복권되고경계사유(border thinking)가등장하는공간이기도하다.
정체성정치(identity politics)가아니라정치적정체성(identity in politics)이다.
다문화주의와상호문화주의의차이가뭘까? ‘상호문화성’은서로다른두
개의우주론이작용하고있음을의미한다. 그러나‘상호문화성’은같은논리
를두개의다른언어로말하는것이아니라, 공동의선을위해서두개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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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다윈의 제자이자‘다윈의 불독’이 되기를 자처했을 만큼 다윈의 열렬한 지지자던 토마스 헉슬리는「인간사회에서의 생존경쟁」(1882)이라는 논문에서 삶은 자유경쟁의 연속이고, 한정적이고 일시적인 가족관계를 넘어서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경쟁이라는홉스의이론에따른투쟁이존재의일상태라고주장했다. 그후 10여년뒤인 1899년 국의작가루드야드키플링은「백인의임무」라는시를발표했고, 같은해미국의풍자만화가빅터길램은「백인의임무: 키플링을위한변명」이라는제목으로 만화를 그렸다. 이 만화에는 제국주의적 침탈에 앞장섰던 국과 미국이‘야만인들’을등에업고문명의장애물인야만, 억압, 무지, 미신, 악, 잔혹함, 노예근성, 식인주의등을상징하는바위들을헤쳐나가는모습이리얼하게(?) 그려져있다.(하승우 2006, 49-52) 그후 1세기가지난현재도이러한인식에는큰변화가없다고해도지나친말이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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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논리가서로에게도움이되는대화를나누는것이다. 반면에, ‘다문화적’
이라는말이의미하는것은지식, 교육, 국가와정부의개념, 정치경제학, 도
덕등의지배적인원리를국가가통제하고, 이러한국가의통제하에국민들
은국가가관리하는정치, 경제, 윤리의토대를이루는‘인식적원리’에도전
하지않는선에서자신들의‘문화를향유할자유’를갖는것이다. 국가의입
장에서‘상호문화성’은 달갑지 않다. ‘상호문화성’은 넓은 의미에서‘문화
적권리’와는완전히다른‘인식의권리’에대한근본적인요구를뜻하는것
이기때문에국가가장려하는것은‘다문화적’사회이다(Mignolo 2005, 118-
119). 따라서정체성정치가척도가지배하는틀안에서차이를인정하는것
이라면, 정치적정체성은척도에의해관리되고포섭되고순치(馴致)되는차
이가 아니라, 차이를 통해 소통하고 거역하며 변화시키고/변화하는 차이를
주장한다.
V. 결론 - 탈식민적 전환과 트랜스모더니티
복음화→문명화→근대화→세계화로이어지는근대성의수사학이감
추고있는근대/식민자본주의세계체제의폭력과불의를고발할수있을때
칸트가설파했던계몽의이성은비로소해방의원리가될수있다. 그리고계
몽적 이성을 앞세운 유럽중심주의와 발전주의의 오류가 드러날 때 추상적
보편주의에가려져있던현실의풍경이온전하게드러날수있다. “르네상스
이후유럽화의 향을배제한채세계의역사를생각할수없는것처럼, 식민
화의 향을 배제하고 르네상스 이후 유럽문화를 사고하는 것 또한 가능하
지않기때문이다.”( 2008, 315) 따라서미완의기획은근대성이아니라탈
식민성이라는두셀의주장은유럽의지식체계가작동해온장구한역사가그
식민적타자의효과임을증명함으로써유럽의지식체계를재배치해야한다
는문제의식이다.
근대/식민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유럽중심적 근대성은 진리(眞理)를 자
김은
중포스트식민주의를
거쳐, 모
더니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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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스모더니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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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했고, 타자의문화들은무리(無理)로전락했다. 미완의기획인탈식민성을
완성시키는 작업은 일리(一理)들의 지평(地坪)을 세우는 것이다. 일리란 서
구문명의서사나근대세계체제의서사가만들어내는‘관념의외부’가아니
라, 앎이삶의터에기반을두고, “앎과삶이서로융통하는과정에서생겨나
는생각과행위의길”이다.(김 민 1999, 182) 따라서일리들의지평은진리
를자처했던유럽중심적근대성이일리의자리로낮아지고무리로전락했던
타자들의문화가일리로인정되고긍정될때가능하다. 진리가일리로내려
오고 무리가 일리로 올라가는 이중적이고 동시적 변화를 통해 창조되는 일
리의지평을두셀은트랜스모더니티(transmodernity)라고부른다. 두셀에따
르면, 트랜스모더니티는근대성의구성적부분이었던타자성을인정하는전
지구적수준의윤리적해방프로젝트이다.
중요한것은트랜스모더니티기획이과거의민속들을애지중지하는전근대적(premodern) 기획도아니고, 보수주의자, 우익, 민중주의자, 파시스트 집단이 추구하는 반근대적(antimodern) 기획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근대성을 부정하고 이성을 무조건 비판함으로써 허무주의적비합리주의로추락하거나, 불가공약적(incommensurable)인순수한차이만을긍정하는탈근대적(postmodern) 기획도아니라는것이다. 트랜스모더니티기획은근대성에내재한합리적인해방의특성을실제적으로 포섭하는 것이며, 근대성이 저질 던 희생제의적-신화적 특성을 부정함으로써은폐되었던타자성을포용하는것이다.(Dussel 2000, 474)
서구중심적근대성을재생산하는근본적인메커니즘을비판하지않은채
근대성을 비판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큰 의미가 없으며, 사회적·정치적·
경제적종속을간과한채문화적인차원에서근대성을비판하는포스트식민
적비판또한큰의미가없다. 식민적차이를문화적차이로이해한포스트모
더니즘이나정치적정체성을정체성정치와혼동한포스트식민주의비판은
서구 근대성에 내재된 해방의 본질을 비판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 기 때문
이다. 진리를 자처했던 유럽중심적 근대성은, 무릇 절대성과 독단주의와 보
편주의가그렇듯이, 외부로서의타자성을인정하지않으며컨텍스트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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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로아메리카연구
Revista 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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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다는 텍스트의 정합성을 고집한다.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주장한다. 진리가 일리 지평으로 낮아지는 것은 자신의
입지가유일한입지, 즉입지를벗어난입지라는오만에서벗어나는것을뜻
한다. 즉‘숨은 신’(Deus Absconditus)의 위치에서‘오점(汚點) 있는 인간’
(homo sapiens de la mancha)의자리로돌아오는일이다. 여기서잊지말아
야할것은유럽중심적근대성이숨은신의위치에서일리의지평으로내려
서는것은식민성의삼각구조_존재의식민성, 권력의식민성, 지식의식민
성_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헌팅턴이 언급하는
‘서구와 나머지 세계’는 극복되어야 할 모델이다. 오늘날‘나머지 세계’는
다양한경계사유가출현하는장소가되었다. 또한세계화가한편으로는, 서
구의 보편주의적 구상을 수정하고 새롭게 적용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지구적구상들이출현했던유럽의국지적역사들을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평등한) 국지적역사들을창조하는장소가되었다. 따라서트랜스모
더니티라는용어의철학적함의가무엇이며트랜스모던적인정치적실천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떠나서 중심-주변, 발전-저개발, 총체성-외부성, 보편-
특수라는 위계적인 이원론을 평등한 다원론으로 인식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트랜스모더니티를 일리 지평으로 이해할 때 트랜스모더니티가 보여주는
‘가능한 다른 세계’는 식민적 차이들이 인정되는 현실이다. 또는 위계적인
식민성에 의해 은폐되고 억압되고 희생당한 차이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현실이다. 혹은“삶속에서앎과행위의조건과한계, 그리고길로서이미기
능하고있는‘층’, ‘켜’, ‘면’, 그리고‘맥’들을가능한있는그대로드러내주
는”현실이다(김 민 1999, 179). 또는 아메리카가 역사에 등장한 순간부터
권력의식민성에의해불평등한‘식민적차이’로규정되었던타자들이평등
하고생성적인‘구성적차이’(diferencia constitutiva)로복권( 權)되는현실
이다. 식민적차이는서양철학의한계가드러내는경계에서등장하는다양
한국지적역사들(local histories)이며좌파와우파를가리지않고서구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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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포스트식민주의를
거쳐, 모
더니티를
넘어, 트
랜스모더니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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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폐하고억압했던일리들이다. 즉식민적차이에서출발한사유와지식
생산혹은‘지식의지정학’은무리로취급되던일리들이‘발화하는지점들’
(loci of enunciation)이다. 진리의자격을박탈당한일리와무리라는누명을
썼던일리가새로운일리지평에서관계맺는방식은과거의식민적차이로
부터 벗어나(de-link) 차이들의 관계를 정치적·경제적·사회적·존재론
적·인식론적 차원에서 새롭게 설정하는(re-link)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이미시작되었다.
참고문헌
김 민(1996), 『컨텍스트로, 패턴으로』, 문학과지성사.
김 민(1999), 『진리, 일리, 무리』, 철학과현실사.
김은중(2009a), 「유럽중심적 근대성을 넘어서: 권력의 식민성(Colonialidad del
Poder)과 경계 사유(Pensamiento Fronterizo)」, 이베로아메리카, Vol.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