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2014년 2월 12일 수요일 제381호 한 국 의 맛 -언제부터 요리를 하셨는지요? “부모님이 미국 요식업계에서 총괄매 니저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연스 럽게 요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열넷 살 때부터 요리를 시작했지요.” -셰프가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운동을 좋아해 고등학교 시절 유도를 했어요. 그런데 허리를 다쳐 운동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슬럼프에 빠져 배낭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 도중 우연히 에머 럴 라가시 셰프가 미국 케이블TV 방송 인 푸드네트워크에서 요리토크쇼를 진 행하는 것을 보았어요. 갑자기 ‘저것 해 야지’ 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어요. 일 단은 요리를 계속해왔으니까 다른 어떤 일보다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 고요. 3년 안에 에머럴 라가시 같은 최고 의 셰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재미로 하던 요리와 셰프로서 하는 요리가 달랐을 텐데…. “우선 마음가짐을 달리했어요. 저에게 인생의 다른 출구가 없다는 압박감은 며 칠씩 밤샘을 하면서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보통은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 면접을 보고 가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곳 을 무작정 찾아가서 일하게 해달라고 간 청했어요. 유명인과 연예인이 자주 찾는 뉴욕 맨해튼 42번가 시프리아니의 뒷문 으로 들어가서 총주방장에게 요리를 하 고 싶다고 했어요. 면접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무작정 찾아갔지만 요리에 대한 저의 열정을 높이 사 일단은 일하게 해주 었어요.” -시프리아니는 직원이 수백 명이나 되 는 유명 레스토랑 아닙니까? “이탈리아 요식업계의 재벌이 운영하 는 곳입니다. 이탈리아인 여성 총주방장 이 ‘내가 한 번 트레이닝을 시켜보겠다’ 고 한 후 말할 수 없는 고된 일의 연속이 었어요. 새벽 4시에 일이 끝나도 아침 7 시에 다시 출근해서 일해야 했어요. 식당 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하는가 하면, 일주일에 밤낮을 두서너 번 바꾸니 초인 적으로 견뎌야 했어요.” ‘영혼이 자유로운 조리사’ 19세때 최연소 셰프 집에서 따라해 보는 김용휘 셰프의 비법 2 題 ■ 김용휘 셰프의 벌집 채꿀 버터 케이크 레시피 계란 흰자 192g, 계란 노른자 108g, 설탕(반으로 나누기) 230g, 우유 80g, 생크림 20g, 벌집 채꿀 65g, 버터 50g ■ 벌집 채꿀 버터 케이크 만드는 방법 ① 우유, 생크림, 버터, 벌집 채꿀을 냄비에 넣고 중불에 끓인 다. ② 계란 흰자에 설탕 반을 3회에 걸쳐 넣고 부드러운 머랭을 만든다. ③ 계란 노른자에 설탕 반을 넣고 노른자가 진득해질 때까지 거품기로 젓는다. ④ 계란 노른자 혼합물 안에 따뜻하게 식은 우유 혼합물을 거품기로 섞는다. ⑤ 머랭을 3회에 걸쳐 나누어 노른자 혼합물에 넣어 휘젓는 다. ⑥ 반죽을 틀에 반쯤 넣어 160℃에 약 30분간 굽는다. ♠ 벌집 채꿀 버터 케이크 ♠ 크레페 파우치 미국이민 1.5세로 부모님들 음식 DNA이어받아 맨해튼42번가 명물 ‘시프리아니’무작정 찾아가 초인적 노력 끝에 1년만에 야간작업 총책 맡아 ‘N0’를 불허하는 카리스마로 ‘주방의 악마’별명 살아남은 3명 세계 유명레스토랑에 스카우트돼 -어떻게 살아남았습니까? “전 직원이 남미와 이탈리아 출신이었 고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했어요. 레스토 랑의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면 자주 하는 일에는 익숙해지겠지만 ‘스타 셰프’가 되는 데 필요한 스킬을 익힐 수가 없어 요. 동료보다 2~3시간 먼저 출근해 선배 들이 밀가루 반죽하는 걸 보고 그 다음날 에는 그대로 따라해보는 일을 1년 간 반 복했어요. 그렇게 했더니 1년 만에 열아 홉 살에 불과한 저에게 야간 작업 총괄을 맡기더군요.” -미슐랭2스타인 펄새로는 어떻게 옮 기게 되었나요? “잡페어에서 펄새의 총괄 셰프를 만났 어요. 그후 2주일 동안 하루에 서너 번씩 그에게 전화를 해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 어요. 거기서도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어요. 밤 9시부터 시작해 낮 까지 일하고, 그 다음날은 새벽 4시에 출 근하고…. 몸이 적응할 때쯤이면 또 주 야간이 바뀌었어요. 초호화 파티에 빵으 로 데코레이션을 하는 일도 재미있었고, 저에게 셰프의 꿈을 키워주었던 스타 셰 프 에머럴 라가시도 직접 만났어요. 1년 반 만에 부주방장으로 승격되었고, 인원 감축 때에도 살아남아 부숀 베이커리까 지 맡게 되었어요. 인원이 부족해 반죽 도 하고 오븐도 돌리고, 뒤에서는 도넛 도 튀기고 정리도 하는 등 6가지 일을 동 시에 해야 했어요. 너무나 바빠 스케줄 을 짤 때 시간 단위가 아닌 분 단위로 짜 야 했어요.” -배움에 대한 갈망이 뉴욕 포스트지 4 스타 레스토랑 오시아나로 옮기게 했나 요? “면접을 보러 갔는데, 저를 주방에 세 워두고 가브리엘라 리바는 자기 요리만 하는 거예요. 총괄 셰프가 직접 요리하 는 것도 처음 봤지만, 1시간 동안 즐겁 게 춤을 추듯이 요리를 해요. 얼마나 멋 진 솜씨를 발휘하던지 옷에 요리한 흔적 이 하나도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 어요.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1 시간 만에 하는 첫 한마디가 ‘네 이름이 뭐냐’였어요. 그러고는 ‘잠깐 기다리라’ 하고 다시 요리를 하더군요. 1시간 후에 다시 ‘여기 왜 왔어?’라고 묻고는 또 요 리를 하며 기다리게 했어요. 아무 말 없 이 세 시간 동안 자신의 요리를 하며 저 를 관찰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제야 이 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하고서도 ‘세프 를 뽑지 않는다’고 해요. 정말 당황스러 웠어요. 그는 셰프가 아니라 요리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거지 요. 최연소 셰프에, 최연소 부총주방장 을 지낸 저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어요.” -가브리엘라 리바 셰프에 대해 더 이 야기해주시죠?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요리를 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셰프예요. 지금까지 저의 멘토로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 어요. 프랑스, 이탈리아, 중남미, 일본, 오세아니아 등의 다양한 식재료를 사 용했어요. 한 가지 메뉴를 만들 때 보통 2~3주 걸리는데, 가브리엘라 리바 셰프 는 그 사이에 수십 종의 메뉴를 탄생시켜 요. 특히 명상을 하듯 가만히 서 있다가 메 뉴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내공이 보통 이 아니지요. 머릿속에서 다양한 식재료 를 섞어 이미지로 메뉴를 만들기 때문에 재료 낭비도 거의 없어요. 프로 중의 프 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셰 프, 셰프’ 라고 부르면 그만 좀 하라고 짜 증을 내요. 자신은 셰프가 아니라 ‘갭’이 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해요. 단독직 입적으로 ‘왜 셰프를 싫어하는냐’고 물 었더니, 그는 ‘나는 예술가이며 사상이 자유로운 사람이다(I am a artist, and a freeman)’고 답해요. 그러면서 자신을 셰프라는 타이틀로 묶어두지 말라는 거 예요.” -한국에는 언제 오셨습니까? “2011년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어 대사관에서 일했어요. 제가 그동 안 배운 경험을 적용해볼 때 한국의 조리 사들은 너무 큰 착각을 하고 산다는 느낌 입니다. 한국의 조리사들이 힘들다고 불 평하는데, 사실 영국이나 미국의 조리사 들이 힘들고 한국의 조리사들은 가장 편 한 쪽에 속합니다. 셰프 복장 하나만 보 아도 그들은 옷에 구김이 가 있으면 그날 요리를 안 합니다. 유니폼이 요리의 시 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철저하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짧은 양발을 신거나 반바지를 입고 있거나 심지어는 단추가 풀려 있어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요리 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고 있어요. 이 처럼 셰프 문화가 달라서 적응하기가 힘 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조리사를 뽑을 때 어떤 점을 물어보 나요? “4가지만 물어봅니다. 첫째, 요리를 좋 아하십니까? 둘째, 어떤 요리를 좋아하 십니까? 셋째, 요리 아니면 죽을 것 같습 니까? 넷째, 내일 당장 출근할 수 있습니 까? 이렇게 4가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요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빨리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으라는 뜻에서입 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요리가 아니 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통해 할 수가 있으니까요.” -면접을 통과하면 끝까지 몇 명이나 남습니까? “3개월 간 로테이션 하며 60명이 바뀌 었어요. 덕분에 제 별명이 ‘악마’입니다. 사생활에서는 존경하지만 주방에 들어 가면 전혀 웃지 않고 철저하게 명령체계 에 따라 일하게 합니다. ‘잠시만, 셰프!’ 하거나 ‘노! 셰프’라고 하면 안 됩니다. 레시피는 한 번만 불러주기 때문에 집중 하지 않으면 못 따라옵니다. 처음에는 동료들끼리 레시피를 나누어 외워서 하 다가 집중하면 다 알아듣게 됩니다. 뿐 만 아니라 주방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존댓말 대신에 반말을 하게 합니다. 이 런 혹독한 훈련 탓인지 끝까지 살아남은 조리사는 여성 3명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들은 일본, 캐나다 등으로 스카우트 되어 갔어요.” -동료나 후배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을 것 같은데…. “주방에서는 악마 노릇을 하지만 그곳 을 벗어나면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그 래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니까 제가 없 는 곳에서는 실컷 욕하라고 합니다. 한 번은 가족들이 놀러와 화장실에서 직원 들이 저에 대해 욕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 고 해요. 그러나 나중에 셰프가 되면 제 가 왜 그렇게 엄격하게 했는지 이해할 것 이기 때문에 욕을 먹어도 원망하지 않습 니다.” 노정용 기자 ■ 김용휘 셰프의 크레페 파우치 레시피 계란 115g, 설탕 14g, 소금 2g, 강력+박력 38g+38g, 생크림 60g, 우유 210g, 바닐라빈 1/2개 ■ 크레페 파우치 만드는 방법 ① 모든 재료들을 하나로 섞어 거품기로 부드러워질 때까지 젓는다. ② 반죽을 채에 걸러 냉장고에 약 30분간 보관한다. ③ 차가워진 반죽을 예열된 프라이팬에 얇게 굽는다. 김용휘 전 헤럴드올가니카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는 미국이민 1.5세로 진짜 조리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시간 단위가 아닌 분 단위로 스 케줄을 짜고 출근 시간에 1초만 늦어도 그만두게 하는 카리스마와 철학은 온 전히 그의 경험에서 나왔다. 때문에 셰프로서의 마음가짐과 요리를 대하는 태 도, 주방에서의 활동은 한국의 여타 셰프와는 다르다. 그의 몸에는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요리DNA가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 요식업계에 종사하고 있 는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배웠고, 미슐랭3스타 셰프 아래에서 일하며 최연소 셰프로서의 기록을 써나갔다. 하지만 그는 셰프라는 이름에 갇히지 않 은 영혼이 자유로운 요리사를 꿈꾸고 있다. <편집자 주> 헤럴드올가니카 김용휘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 사진=윤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