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Banner
424 55. Certain Property 사건 (Liechtenstein v. Germany, 2005. 2. 10.) 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2 차 대전 중 몰수된 리히텐시타인 재산 반환을 위해 독일에 청구된 소송이 1952 년 청산 협정을 이유로 심리가 기각된 것에 대해 리히텐시타인이 독일을 상대로 주권 및 중립성 훼손 확인 소송을 ICJ 에 청구하였으나 관할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된 사건이다. 2 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으로 참전한 체코슬로바키아는 1945 년 6 월 21 일 적국 재산 몰수령을 발동하여 독일과 헝가리에 속한 사람은 국적을 불문하고 그 소유의 건물, 시설 및 그 내부의 동산 일체를 몰수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리히텐시타인 국민의 재산도 몰수되었는데 그 중에는 리히텐시타인의 Franz Josef II 세 공작의 재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몰수 재산 중에는 공작 가문이 대대로 소장하고 있던 네덜란드 화가 Pieter van Laer 의 Scene set around a Roman lime kiln 라는 유화가 있었다. Franz 공작은 전후 체코슬로바키아 법원에 재산 반환 청구 소를 제기하였으나 이 법원은 1951 년 11 월 21 일 Franz 공의 재산 몰수는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법에 의거한 합법적인 조치였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1952 5 월 5 일 2 차 대전 중 몰수된 독일의 해외 자산 및 기타 재산에 대한 보상 방안을 규정하는 청산 협정(이하 1952 년 청산 협정)을 체결하였다. 동 협정 3(1)조 228 는 독일은 228 1. The Federal Republic shaIl in the future raise no objections against the measures which have been, or wiIl be, carried out with regard to German external assets or other property, seized for the purpose of
5

55. Certain Property 사건

May 11, 2022

Download

Documents

dariahiddleston
Welcome message from author
This document is posted to help you gain knowledge. Please leave a comment to let me know what you think about it! Share it to your friends and learn new things together.
Transcript
Page 1: 55. Certain Property 사건

424

55. Certain Property 사건

(Liechtenstein v. Germany, 2005. 2. 10.)

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2 차 대전 중 몰수된 리히텐시타인 재산 반환을 위해 독일에 청구된

소송이 1952 년 청산 협정을 이유로 심리가 기각된 것에 대해 리히텐시타인이 독일을

상대로 주권 및 중립성 훼손 확인 소송을 ICJ 에 청구하였으나 관할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된 사건이다.

2 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으로 참전한 체코슬로바키아는 1945 년 6 월 21 일 적국 재산

몰수령을 발동하여 독일과 헝가리에 속한 사람은 국적을 불문하고 그 소유의 건물, 시설

및 그 내부의 동산 일체를 몰수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리히텐시타인 국민의 재산도

몰수되었는데 그 중에는 리히텐시타인의 Franz Josef II 세 공작의 재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몰수 재산 중에는 공작 가문이 대대로 소장하고 있던 네덜란드 화가 Pieter van

Laer 의 Scene set around

a Roman lime kiln 라는

유화가 있었다. Franz

공작은 전후

체코슬로바키아 법원에

재산 반환 청구 소를

제기하였으나 이 법원은

1951 년 11 월 21 일 Franz

공의 재산 몰수는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법에

의거한 합법적인

조치였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1952 년

5 월 5 일 2 차 대전 중 몰수된 독일의 해외 자산 및 기타 재산에 대한 보상 방안을

규정하는 청산 협정(이하 1952 년 청산 협정)을 체결하였다. 동 협정 3(1)조228는 독일은

228 1. The Federal Republic shaIl in the future raise no objections against the measures which have been, or

wiIl be, carried out with regard to German external assets or other property, seized for the purpose of

Page 2: 55. Certain Property 사건

425

보상 및 배상 목적으로 몰수된 독일의 해외 자산에 대해 집행되는 조치나 동 재산의

전쟁으로 인한 상태 및 동 재산에 대하여 연합국 간에 체결되었거나 체결될 약정의

적용과 관련되어 동 재산에 대해 집행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1 항), 1 항의 조치에 의해 해당 재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거나 이전한 사람, 국제

기구, 외국 정부 및 그 관헌에 대하여 제기된 소송은 수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1991 년 문제의 Pieter van Laer 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체코의 박물관이 이를

대여하여 주어 독일에서 전시되었다. 당시 리히텐시타인 공국의 수장이었던 Hans-Adam

II 공작은 개인 자격으로 독일 법원에 동 작품의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독일

법원은 1952 년 청산 협정 3 조를 근거로 동 소송을 수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이는

1998 년 1 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되었다. 1998 년 Hans-Adam 공은 유럽 인권

재판소에도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다.

리히텐시타인은 독일의 조치는 리히텐시타인의 주권과 중립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2001 년 6 월 1 일 ICJ 에 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 근거로 리히텐시타인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유럽 협정(이하 1952 년 협정) 1 조229

를 원용하였다. 독일은

리히텐시타인과는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1952 년 협정 27 조230

는 당사국

간에 협정이 발효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실과 상황과 관련된 분쟁에는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있고 동 협정이 독일과 리히텐시타인 간에 발효한 일자는 1980 년

2 월 18 일이므로 리히텐시타인의 시비하는 분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협정 발효일 이전

발생한 것이므로 재판부는 관할권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reparation or restitution, or as a result of the state of war, or on the basis of agreements concluded, or to be

concluded, by the Three Powers with other Allied countries, neutral countries or former aIlies of Germany.

229 1. The High Contracting Parties shall submit to the judgement of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all

international legal disputes which may arise between them including, in particular, those concerning:

a. the interpretation of a treaty;

b. any question of international law;

c. the existence of any fact which, if established, would constitute a breach of an international obligation;

d. the nature or extent of the reparation to be made for the breach of an international obligation.

230 27. The provisions of this Convention shall not apply to:

a disputes relating to facts or situations prior to the entry into force of this Convention as between the

parties to the dispute;

b disputes concerning questions which by international law are solely within the domestic jurisdiction of

States.

Page 3: 55. Certain Property 사건

426

1) 분쟁 존부

리히텐시타인이 독일에 대해 제기하는 분쟁은 체코가 몰수한 그림의 반환이나 보상이

아니었다. 리히텐시타인은 독일이 1995 년 이전까지는 리히텐시타인 재산을 1952 년 청산

협정상의 독일 해외 재산으로 취급하지 않았다가 1995 년 이후 입장을 변경하여 청산

협정을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입장 변경이 리히텐시타인의 중립성과 주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리히텐시타인은 1995 년 이후 독일의 입장 변경에 대해 항의하였고

독일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으므로 독일의 입장 변경 존부에 관한 양국의

입장 차이는 분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독일은 위와 같이 입장을 변경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였다. 독일은 체코 몰수령의

합법성과 이에 대한 독일 법원의 관할권 존부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여 전자의

경우 체코의 리히텐시타인 재산 몰수 조치의 적법성을 인정한 바 없고, 후자의 경우

1952 년 청산 협정상 체코 몰수 조치의 적법성을 심리할 관할권이 독일 법원에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고 강변하였다. 독일은 이 사건의 심리 대상(subjet-matter)은 체코 몰수

조치에 관한 독일의 행위가 아니라 체코 몰수 조치의 합법성과 보상 의무이며 이 문제는

리히텐시타인과 체코슬로바키아 간에 처리할 문제로서 분쟁이 존재한다면 그 두 나라

간에 존재하는 것이지 독일과 리히텐시타인 간에는 1952 년 협정을 적용할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분쟁이란 법규나 사실 관계에 대한 의견의 불일치, 당사자간 법적인 견해나

이해 관계의 상충이라고 확인한 판례 231를 인용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리히텐시타인이

주장하는 사실 관계와 법규에 대한 시비를 독일이 부인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부인

행위로 인해 법적인 분쟁이 성립한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심리 대상은

독일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체코 몰수 조치의 합법성이 아니라 독일이 체코 몰수령의

대상이 된 중립국 리히텐시타인의 재산에 대해 1952 년 청산 협정을 적용함으로써

리히텐시타인에 대한 국제적 의무를 독일이 침해하였는지 여부와 침해하였을 경우의

국제적 책임 범위라고 정의하였다. 재판부는 당사국간 분쟁의 존재와 심리 대상이

확인되므로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독일의 관할권 항변을 기각하였다(판결문 para.

25~26).

2) 시간적 관할권 존부

231 Mavrommatis Palestine Concessions. Judgment No. 2,1924, PCIJ., Series A, No. 2, p. 11

Northern Cameroons, Preliminary Objections, Judgment, lCJ Reports 1963, p. 27

East Timor, Judgment, ICJ Reports 1995, pp. 99-100, para. 22

South West Africa, Preliminary Objections, Judgment, ICJ Reports 1962, p. 328

Page 4: 55. Certain Property 사건

427

독일은 이 사건 분쟁이 실재한다 하더라도 1952 년 협정이 양국간에 발효한 1980 년

2 월 18 일 이전에 발생한 사실과 상황과 관련된 것이므로 동 협정 27(a)조에 의거하여

재판부는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동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분쟁 발생 시점이 아니라 분쟁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상황의 발생 시점이고 양국간에는

이러한 사실과 상황이 1980 년 2 월 18 일 이후에 발생할 경우에만 재판부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부연하였다. 독일은 Hans-Adam 공이 1990 년 독일 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1952 년 협정에 의해 규율되므로 1995 년 1 심 법원을 필두로 동 소송을 기각한

것은 동 협정 규정을 준수한 것이고 독일 법원은 동 소송 이전부터 체코 몰수령의

적법성을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여 왔다고 언급하였다. Hans-

Adam 공의 소송과 관련된 분쟁은 1952 년 청산 협정과 1945 년 체코의 몰수령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고 이들이 이 사건 분쟁의 원천이므로 분쟁과 관련되는 사실과

상황은 1980 년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리히텐시타인은 Hans-

Adam 공이 제기한 소송에서 독일이 이전까지의 입장을 변경하여 1952 년 청산 협정을

적용한 것이 이 사건 분쟁과 관련된 사실과 상황이라고 반박하고 관할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독일은 입장 변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였다.

결국 분쟁과 관련되는 사실과 상황을 확정하고 그 발생 시점을 살피는 것이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분쟁과 관련되는 사실과 상황이 특정 시점 이후에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 쟁점이 되었던 과거 3 개 사건, 즉 Phosphates in Morocco 사건, Electricity

Company 사건, Right of Passage 사건에서 분쟁과 관련되는 사실과 상황이란 분쟁의

실질적인 원인, 분쟁의 원천이라고 일관되게 판시232되었음을 환기하였다. 재판부는 이들

사건에서 확인된 분쟁의 원천, 직접 원인 기준을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이 사건 분쟁의 직접 원인과 원천이 독일 법원의 판결이었는지 체코의

몰수령이었는지 살펴보았다.

재판부는 독일의 입장 변경이 분쟁의 직접 원인과 원천이라면 Hans-Adam 공의

제소에 대한 독일 법원 판결 이전에 리히텐시타인과 독일 사이에 1952 년 청산 협정은

독일의 해외 재산으로서 몰수된 리히텐시타인 재산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동의 이해가 있었어야 하나 그렇게 볼 근거가 없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리헤텐시타인 재산에 대한 청산 협정 적용 가능 여부는 Hans-Ada 공 제소 이전에 독일

법원에 청구된 바 없고 양국간에 이 문제가 협의된 바가 없으며 독일 법원은 독일

재산으로 취급되어 몰수된 재산과 관련하여 동 몰수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심리할

232 [t]he facts or situations to which regard must be had ... are those with regard to which the dispute has

arisen or, in other words, as was said by the Permanent Court in the case concerning the Electricity Company

of Sofia and Bulgaria, only 'those which must be considered as being the source of the dispute', those which

are its 'real cause (Right of Passage over Indian Territory. Merits, Judgment, ICJ Reports 1960, p. 35).

Page 5: 55. Certain Property 사건

428

관할권은 1952 년 청산 협정에 의해 독일 법원에 있지 않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여

왔음이 확인된다고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리히텐시타인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독일이 입장을 변경하였거나 그 이전에 양국간에 변경된 입장과 상반되는 공동의 양해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리히텐시타인의 주장은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Hans-Adam 공이 소를 제기하였을 때 독일 법원이 당시까지 처리하여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 아니며 동 사건은 독일 법원이 이전에 처리하여 온

해외 독일 재산의 몰수 사건과 마찬가지로 불가피하게 1952 년 청산 협정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Hans-Adam 공 제소 사건의 판결은 청산 약정과 체코의

1945 년 몰수령과 분리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이 사건 분쟁의 원천이나 직접 원인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비록 Hans-Adam 공 제소 사건에 대한

독일 법원의 판결의 결과로서 리히텐시타인이 개시한 것이기는 하나 독일 법원의 판결과

리히텐시타인의 제소 행위는 모두 1945 년 체코슬로바키아에 의해 시행된 몰수 조치와

청산 협정에 의해 성립된 법제(legal regime)에 그 원천을 두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독일

법원이 Hans-Adam 제소를 기각한 판결은 청산 협정 3(3)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

판결이 양국간의 분쟁을 촉발하기는 하였으나 분쟁의 원천이나 직접 원인은 청산 협정과

몰수령에서 찾아야 한다고 재판부는 강조하고 1952 년 협정 27(a)조에 따른 독일의

관할권 항변은 정당하다고 판결,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관할권이 없다고

확인하였다(para. 44~52).

(작성자 :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