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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音樂論壇 32집 ⓒ 2014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2014년 10월, 229-280쪽 한양대학교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 음악사적 연속성 위에서 살펴본 ( ) 대위적 대위 (한국교원대학교) I. 들어가면서 20세기는 19세기까지의 서양음악사의 전개양상에 비해 혁신적인 변화들 이 여러 측면에서 일어난 시기로, 음악사에 있어 거의 단절이 느껴질 만 한 큰 변화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측면은 성부와 성부의 관계성, 즉 대위에 관한 것으로, 조성 또는 선법적 화성이나 음정이 대위의 토대가 되며 좋은 대위의 규칙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되었던 이전 시대와 달리, 화성적 토대를 잃은―또는 공통적 화성언어를 잃은―20세기 이후에는 대 위에 대한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음악어법이 작곡가들 사이에 전제되어 있 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공통의 화성언어를 잃은 20세기는 바로 이 이유로 인해 화성보다는 대위적 사고가 다시 우위를 갖 게 된 시대였다. 20세기 음악이 공통어법과 관습을 갖지 않고 있어 일정한 규칙이나 식을 논의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모노포니나 헤테로포니가 아닌 서로 른 여러 성부가 동시에 진행하는 폴리포니 음악구조에서라면 사실상 ‘위’라는 개념이 언제나 존재하고 1)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1) 이때 ‘대위’의 개념은 광의의 것이다. 필자는 졸고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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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Ⅲ)mrc.hanyang.ac.kr/wp-content/jspm/32/jspm_2014_32_07.pdf · 2020. 8. 27. · 쉔커(Heinrich Schenker, 1868-1935)의 분석틀이

Feb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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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9

    �音樂論壇� 32집 ⓒ 2014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2014년 10월, 229-280쪽 한양대학교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Ⅲ) :

    음악사적 연속성 위에서 살펴본

    비(非)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

    서 정 은

    (한국교원대학교)

    I. 들어가면서

    20세기는 19세기까지의 서양음악사의 전개양상에 비해 혁신적인 변화들

    이 여러 측면에서 일어난 시기로, 음악사에 있어 거의 단절이 느껴질 만

    한 큰 변화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측면은 성부와 성부의 관계성, 즉

    대위에 관한 것으로, 조성 또는 선법적 화성이나 음정이 대위의 토대가

    되며 좋은 대위의 규칙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되었던 이전 시대와 달리,

    화성적 토대를 잃은―또는 공통적 화성언어를 잃은―20세기 이후에는 대

    위에 대한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음악어법이 작곡가들 사이에 전제되어 있

    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공통의 화성언어를 잃은

    20세기는 바로 이 이유로 인해 화성보다는 대위적 사고가 다시 우위를 갖

    게 된 시대였다.

    20세기 음악이 공통어법과 관습을 갖지 않고 있어 일정한 규칙이나 양

    식을 논의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모노포니나 헤테로포니가 아닌 서로 다

    른 여러 성부가 동시에 진행하는 폴리포니 음악구조에서라면 사실상 ‘대

    위’라는 개념이 언제나 존재하고1)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1) 이때 ‘대위’의 개념은 광의의 것이다. 필자는 졸고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적

  • 230 서 정 은

    대위에 관한 연구는 국내외를 합하여 이른바 ‘learned style’의 탁월한

    기술을 보였던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특정시기에 한정해서만 풍성히 이루

    어져 있는 현황으로, 특히 20세기 이후 음악의 대위를 다루는 저술은 매

    우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필자는 20세기 대위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의식하고 이와 관련된 두 편의 졸고를 작성한바 있다.

    20세기 비조성 푸가에 대해 살폈던 필자의 이전 논문2)에 이어서 이 글

    에서는 ‘비(非)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에 관해 논의하려 한다. 우선 ‘비

    (非)대위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설명되어야 할 터인데, 모방기법을 토대로

    하는 푸가 · 인벤션 · 캐논 등의 이른바 ‘대위법적 양식’이 아닌 음악, 예컨

    대 무반주 현악기나 관악기를 위한 작품과 같이 단성부로 이루어진 음악,

    또는 다성음악 가운데 호모포니의 성격이 지배적인 음악을 ‘비(非)대위적’

    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작품 가운데 나타나는 대위적 양상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대위’와 ‘폴리포니’, ‘호모포니’ 등 본 논문에 사용되는 몇 가지

    주요개념들에 대해서는 이 글의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Ⅲ장에 앞서

    Ⅱ장에서 살펴보게 될 것이다. (단, 개념정의에 있어서 필자가 앞서 두 편

    의 졸고에서 논의한 내용과 중복되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하나, 본 논문의

    전개에 있어 필수적인 개념을 확립하기 위한 용어들은 인용의 형태로 다

    시 언급될 것이다.)

    쉔커(Heinrich Schenker, 1868-1935)의 분석틀이 다성부 작품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주요음들 간의 대위관계를 2성부로 함축해내는 것이라

    면, 본 논문에서 주목하려는 것은 대위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

    는 단성부 음악 안에서의 다성적 텍스처, 그리고 호모포니적 성격이 지배

    텍스처의 양상들 (Ⅰ)”(『서양음악학』 10/2 (2007), 95-123.)에서 대위의 어원인

    ‘contra punctum’에 근거해 가장 확장된 개념의 대위를 ‘다성음악에서 음과 음의

    동시적 울림’으로, 보다 좁은 의미의 대위를 ‘좋은 울림’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했던

    ‘규칙’―예컨대 16세기나 18세기의 것과 같은―에 의거한 소리들로, 그리고 더 좁은

    의미의 대위를 푸가나 인벤션과 같은 대위법적 작품들(장르 또는 곡명으로서)이라고

    정리한바 있다. 본 논문에서 사용될 몇 가지 주요개념에 대해서는 Ⅱ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2) 서정은,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적 텍스처의 양상들 (Ⅱ): 비조성 푸가의 경우,”

    『서양음악학』 15/2 (2012), 101-142.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31

    적인 악곡에서의 폴리포니이다. ‘비(非)대위적’인 텍스처 안에서 ‘대위’를

    찾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모순된 발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양립불가

    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두 가지 속성이 실제로 서양음악사 속에 공존해 왔

    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이 논문을 출발하는 논지가 될 것이며, 이러한

    양상이 20세기 음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음—물론 이전 시대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을 밝히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두 편의 20세기 대위 관련 졸고에서 20세기 음악을 논의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 이전 시대와의 차이점을 고찰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글에서는 비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적 양상을 보여주는 음악사적 연속성

    을 탐색하는 것에 보다 초점이 놓인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비대위적 텍

    스처 안의 대위적 양상을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이를

    각각 보여주는 음악사의 작품 예들을 살펴본다. 이 글의 중심이 될 Ⅲ장

    에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와 프

    레데릭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의 몇 가지 작품

    예를 통하여 서양음악사 전통에서의 이러한 양상을 살펴본 후 이를 20세

    기의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 1923-2006), 루치아노 베리오

    (Luciano Berio, 1925-2003), 알프레드 슈니트케(Alfred Schnittke,

    1934-98), 도시오 호소가와(Toshio Hosokawa, 1955-), 진은숙(1961-)

    과 연관하여 논의하고, 이를 통해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작곡가들의 사고

    에서 나타나는 연속성의 한 가지 양태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에 따라,

    글의 제목이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이지만 바로크에서 낭

    만주의까지의 몇몇 작품들이 특정한 맥락 속에 논의될 것임을 밝힌다.

    아울러 전제할 것은, Ⅲ장에서 살펴볼 바로크-낭만주의 작품들과 20세

    기의 작품들이 서로 표면적인 유사성, 즉 비대위적 텍스처 안에 대위를

    구현하는 ‘방법론적’ 유사성을 직접적으로 띠고 있는 것이 아니며3), 어법

    과 양식 · 시대의 차이를 막론하고 작곡가의 ‘근본적 사고’의 연속성을 보

    3) Ⅲ장에서 소개될 일부 20세기 작품에서는 이전 시대의 작품들과 방법론적 유사성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에 관해서는 Ⅲ장에서 상세히 살펴볼 것이다.

  • 232 서 정 은

    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근본적 사고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방법에

    있어 각 시대와 작곡가마다의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

    로서, 20세기에는 이전 시대와 다른 새로운 방식들을 통해—그러나 음악

    사적 연속성 위에 발견되는—유사한 작곡적 사고를 드러내고 있음을 고찰

    하려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살펴볼 두 가지 범주 가운데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니’라는

    주제에 연관한 선행연구로는 (물론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니’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디터 델라 모트가 『대위법』 제9장에서 ‘내적 성부’

    (innere Stimme)라는 용어-슈만이 피아노곡 《유모레스크》(Humoreske,

    op.20)의 한 부분에서 3단으로 악보를 그리면서 중간성부에 표기한 용어

    로부터 빌려온-를 통해 슈만과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들을 매우 통찰력

    있게 다룬 것을 들 수 있다.4) 또 20세기 음악에 대한 연구물 중 필자의

    관점과 어느 정도 통하는 것으로는 리게티의 《목관5중주를 위한 10개의

    소곡》(Ten Pieces for Wind Quintet, 1968)에서의 순차진행이 보여주는

    연속성을 연구한 논문5)과 리게티의 그물망 구조를 보이는 몇몇 작품에서

    의 화성·형식적 전개에 대해 연구한 논문6)이 있다. 그러나 특정 시대나

    특정 작곡가에 한정해 고찰한 이들 선행연구물과 달리, 본 논문에서는 20

    세기음악에서의 양상들이 음악사적 맥락 가운데 연속성을 띠고 나타났다

    는 점에 초점을 두고 논의하게 될 것이다.

    II. 몇 가지 주요개념에 대하여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이 글에서 주요개념으로 사용되는 몇

    4) Diether de la Motte, 『대위법』(Kontrapunkt), 최우정 역 (서울: 음악춘추, 2013),

    410-424. (원서: München: Deutscher Taschenbuch Verlag, 1999, 294-303)

    5) Charles D. Morrison, “Stepwise Continuity as a Structural Determinant in

    György Ligeti’s Ten Pieces for Wind Quintet,” Perspectives of New Music

    24/1 (1985), 158-182.

    6) Miguel A. Roig-Francolí, “Harmonic and Formal Processes in Ligeti’s

    Net-Structure Composition,” Music Theory Spectrum 17/2 (1995),

    242-267.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33

    가지 용어에 대해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몇몇 주요음악사전에 정

    의된 내용을 살펴본 후 필자가 이 글에서 사용하는 ‘비(非)대위적’이라는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한다.

    1. 폴리포니와 대위7)

    대위(對位, 영: counterpoint, 불: contrepoint, 독: Kontrapunkt, 이:

    contrappunto)는 14세기 초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라틴어의

    ‘contra punctum’(against note)에서 비롯된 ‘contrapunctus’를 옮긴

    말이다.8)

    『그로브 음악사전』에 따르면 대위는 “규칙체계에 따라 동시에 울리는

    선율들의 조합”(the combination of simultaneously sounding musical

    lines according to a system of rules)을 의미9)한다. 이와 매우 유사

    한 설명을 『MGG』(Die Musik in Geschichte und Gegenwart)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동시에 울리는 선율들을 조합하는 기술”로서 오늘날

    의 개념에는 “개별성부들이 리듬·선율적 관계에 있어 서로 독립적이면서

    도, 동시에 화성학과 같은 ‘미리 규정된 원칙에 따라’(nach gewissen

    vorbestimmten Grundsätzen)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된다”

    고 서술하고 있다.10) 이와 더불어 대위는 “대위원칙에 따라 작곡된 하나의

    7) Ⅰ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Ⅱ장에 서술될 주요개념 중 제1절 ‘폴리포니와 대위’ 부

    분에는 필자가 앞서 두 편의 졸고에서 논의한 내용과 중복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이전 논문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필자의 주요논지는 대위에 관련해 이미 확립된 음

    악사적 용어와 개념들을 재정립한다거나 수정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개념들을 토

    대로 필자의 20세기 대위에 관한 논지를 전개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의 전

    개를 위해 꼭 필요한 몇 가지 개념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용어들은 필자의 이전논

    문으로부터 인용의 형태로 다시 언급될 것이나, 그 중 필자의 견해가 전혀 개입되

    지 않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서술은 (졸고가 아니라) 원전을 밝히는 것으로 대

    신하려 한다. 원전의 인용이 아닌 필자의 문장은 해당하는 졸고의 출처를 밝힌다.

    8) Klaus-Jürgen Sachs, “Counterpoint,”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2014년 7월 8일 접속), http://www.oxfordmusiconline.com/subscriber/

    article/grove/music/06690 ; Knud Jeppesen, Counterpoint : the

    polyphonic vocal style of the sixteenth century (New York: Dover

    Publications, 1992), 3.

    9) Sachs, “Counterpoint,”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 234 서 정 은

    성부, 심지어 하나의 작품—예를 들어 바흐의 《푸가의 기법》 중 con-

    trapuncti의 경우—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11)는 설명이 덧붙여

    져 있다.

    필자는 앞서 각주 1)에 밝힌 바와 같이, 대위의 어원인 ‘punctus

    contra punctum’, 즉 우리말로 ‘점 대 점’, 음악용어로 바꾸어 ‘음 대

    음’에 근거해 가장 확장된 개념의 대위를 ‘다성음악에서 음과 음의 동시적

    울림’으로 보고, 본 논문에서 다성음악에서 발생하는 성부와 성부의 동시

    적 울림 및 그 관계성을 대위라는 용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한편, 이와 관련해 흔히 혼용되는 용어인 폴리포니와 대위의 개념을 구

    분할 필요가 있을 터인데, 현재 두 용어의 명확한 개념구분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로, 『그로브 음악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있다:12)

    ‘polyphony’와 ‘counterpoint’의 관계는 용어의 정의보다는 전통적인

    분류관습(traditional musical classifications)에 의한 것이다. 사실

    상 두 용어는 간혹 구별되었을 뿐이며, 더 많은 경우 polyphony가

    counterpoint의 유의어로서 혼용되었다. […] 두 용어가 다른 용도로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는 유의어이다.13)

    ‘폴리포니’라는 용어 자체가 단성음악(monophony)이 아닌 ‘여러 성부로

    이루어진 음악’(다성음악)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동시에 ‘화성적 · 호모포니

    적’이지 않은 ‘대위적(contrapuntal) 음악’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혼용되어

    오던 상황이어서, 폴리포니와 대위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물론 학자들이 개별적으로 두 용어를 구분하려는 시도

    10) Werner Krützfeldt, “Kontrapunkt,” Die Musik in Geschichte und

    Gegenwart: allgemeine Enzyklopädie der Musik Bd. 5, ed. Ludwig

    Finscher, zweite Ausg. (1994), 596.

    11) Sachs, “Counterpoint,”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12) 서정은,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적 텍스처의 양상들 (Ⅰ),” 98.

    13) Wolf Frobenius, “Polyphony,”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2014년 7월 8일 접속), http://www.oxfordmusiconline.com/subscriber/

    article/grove/music/42927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35

    들은 있었다. 예를 들어 아도르노는 하인리히 얄로베츠(Heinrich Jalowetz)

    의 개념을 빌려 두 가지 용어를 이렇게 설명한다:14)

    ‘폴리포니’는 그 비중이나 선율성에 있어서 거의 동등한, 독립적인 여러

    성부들의 관계성이다. ‘대위’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주요성부들에 대

    해, 마찬가지로 독립적이지만 주요성부에 비해 부수적이고 2차적 서열

    에 있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성부들이 더해지는 절차와 방식이다.15)

    즉 폴리포니에서는 성부들 간의 동등성을, 대위에서는 서열적 관계를 주

    요한 구분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도르노의 이러한 구분은 현재 음악

    학에서 통용되고 있는 개념은 아니다. 두 용어의 공통보편적인 개념정의

    와 나아가 개념구분은 지금까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

    다.16) 이러한 혼란은 한국의 현실에서도 전혀 다르지 않아서, 폴리포니를

    번역한 ‘다성음악’이라는 용어는 ‘성부가 여럿인 음악’을 의미하는 동시에

    ‘대위적 음악’을 뜻하기도 한다. 글의 문맥에 따라 의미를 구분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몇몇 음악용어들에 대한 재정립의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2. 호모포니와 호모리듬

    호모포니와 호모리듬은 본 논문 Ⅲ장 2절에 특히 관련해 사용될 개념이

    다. “그리스어 ‘homophonia’ 즉 ‘비슷하게 소리나는’(sounding alike)

    이라는 의미”를 어원으로 둔 호모포니는 “모든 선율성부들이 어떤 정도로

    든 동일한 페이스로 함께 움직이는 폴리포니 음악”17)으로, 더 구체적으

    14) 서정은,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적 텍스처의 양상들 (Ⅰ),” 99.

    15) T. W. Adorno, “Die Funktion des Kontrapunkts in der neuen Musik,” in

    Klangfiguren: Musikalischen Schriften Ⅰ (Berlin & Frankfurt: Suhrkamp,

    1959), 148; 서정은,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적 텍스처의 양상들 (Ⅰ),” 99로

    부터 재인용.

    16) 서정은,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적 텍스처의 양상들 (Ⅰ),” 99.

    17) Brian Hyer, “Homophony,” in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2014년 7월 25일 접속), http://www.oxfordmusiconline.com:80/subscriber/

    article/grove/music/13291. 이 사전의 정의에서도 호모포니를 설명하며 ‘폴리

  • 236 서 정 은

    로 구분하면 “첫째, 호모리드믹(homorhythmic)한 호모포닉 텍스처와 둘

    째, 멜로디와 반주의 명확한 구별이 있는 호모포닉 텍스처로 나뉜다.”18)

    이때 ‘호모리듬’이라 함은 예컨대 찬송가나 코랄, 초기 오르가눔과 같이

    모든 성부들이 동일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경우19)로, 따라서 호모포니의

    한 특정한 유형20)이라 하겠다. 본 논문 Ⅲ장에서 살펴볼 작품 가운데 쇼

    팽의 마주르카 op.17, no.4와 리게티의 쳄발로를 위한 《콘티눔》에서 호

    모리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호모포닉한 음악은 “각각의 성부의 선율적(melodic) 진행과, 성부

    들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하는 화성 사이의 균형을 이루지만, 대개

    한 성부—흔히 최상성부—가 전체 텍스처를 지배한다. 원칙적으로는 동일

    한 기본규칙이 모든 성부의 선율적 움직임을 지배하지만, 실제적으로 최

    상성부가 다른 성부들보다 활동적이며 넓은 음역을 갖는 경향을 띤다.”21)

    지금까지 살펴본 몇 가지 용어들의 본 논문에서의 용례에 대해 정리하

    자면, 앞서 언급한바 두 가지 의미로 혼용되는 ‘폴리포니’와 ‘다성음악’은

    이 글에서 각각 상대적 개념이 무엇이냐에 따라 서로 다른 용례로 사용될

    것이다. 다시 말해 ‘단성부’에 대한 상대개념으로서는 ‘다성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호모포니’라는 말의 상대개념으로서는 ‘폴리포니’를 쓰려 한다.

    이에 따라 본 논문에서 필자가 사용하는 ‘다성적’이라는 용어는 Ⅲ장 1절

    의 경우 ‘여러 성부’라는 의미를 주로 띠며, ‘폴리포니’라는 용어는 Ⅲ장 2

    절에서 대위적 텍스처를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된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호모포니의 사전적 설명 중 “내성부들은 음악의 대위적 틀(con-

    포니’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폴리포니라는 개념의 혼용이 얼마나 보편화되어있는

    지 보여주는 한 예다.

    18) Hyer, “Homophony,” in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19) “Homorhythm” in The Oxford Companion to Music, Oxford Music

    Online, ed. Alison Latham (2014년 7월 15일 접속), http://www.

    oxfordmusiconline.com:80/subscriber/article/opr/t114/e3313.

    20) “Homorhythmic” in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2014년 7

    월 15일 접속), http://www.oxfordmusiconline.com:80/subscriber/article/

    grove/music/13292

    21) Hyer, “Homophony,” in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37

    trapuntal framework)을 형성하는 두 외성을 채우기 위해 사용된다”22)

    는 것과 “성부들이 독립성과 동등성의 경향을 띠는 폴리포니의 반대개

    념”23)이라는 내용은 위의 인용문 “최상성부가 전체 텍스처를 지배한다”는

    내용과 함께 본 논문 Ⅲ장 2절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니’에서 필자가 전

    개하려는 논지의 출발점이 된다. 이 인용구들에 서술된 내용이 호모포니

    의 본래 속성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리포니적 성격을

    함께 띰으로써 이 사전적 정의를 부정하는 듯한 음악사의 예들을 통해 보

    다 흥미로운 대위적 양상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III. 작품예를 통해 살펴본 “비(非)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

    본 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폴리포니와 대위, 호모포니의 개념을 토대로 비

    (非)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바로크시대로

    부터 현대까지의 몇 가지 예를 통해 여러 시대와 양식을 관통하여 작곡가

    들이 즐겨 사용해온 숨겨진 대위구조를 고찰해보려 한다. 현대뿐 아니라

    바로크-고전-낭만주의 시대에서 예를 택한 이유는 앞서 서론에서 언급했

    듯이, 음악의 실제적 텍스처를 형성하는 한 기법으로서의 비대위적 텍스

    처 안의 대위는 어느 특정시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음악사적 연속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크시대는 조성(tonality) 체계가 확립되어 서양

    음악의 지배적인 음고 · 화성적 토대로 자리 잡힌 시대, 즉 르네상스까지와

    는 달리 화성의 시대로서, 위와 같은 양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라 하겠다. (물론 13세기의 콘둑투스나 15세기의 프로톨라와 같은 호

    모포니적 성격의 악곡을 중세 말과 르네상스시대에도 찾아볼 수 있으나,

    조성시대와 같이 체계적인 화성운용에 근거한 화성적 사고가 우위에 놓였

    던 시대가 아니므로 이 글에서는 따로 예를 들지 않는다.) 고전-낭만주의

    를 거치면서 더욱 다양한 양식과 개인적 어법 안에서 사용된 조성체계는

    22) Hyer, “Homophony,” in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23) “Homophony,” in The Oxford Companion to Music. (2014년 7월 25일 접속),

    http://www.oxfordmusiconline.com:80/subscriber/article/opr/t114/e3312

  • 238 서 정 은

    19세기까지 공히 서양음악문화권의 공통언어로 쓰이면서, 대위적 작품과

    비대위적 작품 전반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 후 19세기말을 거쳐

    20세기로 오면서 서서히 조성체계가 지배력을 잃고 화성보다 대위의 시대

    로 변화한 바, 20세기 이후의 ‘비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를 음악사적 맥

    락에서 고찰해보려는 것이 이 글의 의도라 하겠고, 이를 위해 크게 두 가

    지로 분류하여 접근하고자 한다.

    첫째, 단성부로 이루어진 음악에 내재된 다성적 텍스처에 대해 살펴본

    다. 물론 여기서 다뤄지는 음악양식은 단성부 자체만으로 존재했던 중세

    초기의 모노포니가 아니라 다성음악이 발전한 이후의 단성부 음악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바로크시대 이후에 조성이라는 음체계에 의한 화

    음(chords) 및 화성(harmony)의 진행이 악곡전개의 근본적 토대가 된

    사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조성체계를 벗어난 20세기 비조성음

    악에서의 이러한 단성부 안의 다성적 텍스처는 여러 작곡가들에게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지 살펴본다.24) 둘째, 단순한

    호모포닉 텍스처의 외양 안에 실제적으로는 폴리포닉 텍스처를 내재하고

    있는 악곡들의 예를 고찰한다. 이는 일반적인 호모포니에서 볼 수 없는

    성부의 잦은 역할변화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성부들 간의 섬세한 관계형

    성 및 관계의 변화를 통해 전체 성부들이 각기 일정 정도의 고유성과 독

    립성을 띠게 되는 작품들을 통해 예증된다. 물론 현대의 음악양식에서는

    보다 새로운 방식을 통해 다양한 대위적 상황을 만드는 예들을 살피게 될

    것이다.

    1. 단성부 안의 다성적 텍스처

    1.1.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Suite for Vc. solo)

    BWV1007 중 ‘전주곡’

    바흐가 서양음악사상 가장 뛰어난 대위기법을 보여준 작곡가 중 하나라는

    24) 앞서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조성시대의 작품들과 20세기 비조성작품들 사이의 표

    면적 ·방법론적 유사성이 아닌, 작곡가들의 근본적 사고의 유사성을 살펴보려는 것

    이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39

    것은 이견이 있기 어려운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필자가

    본 논문에서 바흐의 작품을 예로 드는 것은 그의 탁월한 대위작품인 푸가

    나 캐논에 대해 살펴보기 위함이 아니라, 외양상 대위적인 특징을 갖지

    않은, 즉 일반적으로 대위적 작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단성부 독주작품들

    을 통해 단성부 구조 또는 호모포니 구조 안에 내재된 대위적 양상을 고

    찰해보려는 것이다.25)

    우선, 대위라는 개념이 형성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무반주 첼로음악

    의 예를 통해 단성부 선율의 외양 안의 다성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

    는 3성 대위의 양상을 살펴보려 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BWV

    1007의 전주곡을 보면, 실제로 동시에 두 음 이상이 울리는 경우는 마지

    막 마디의 3성부 종지화음 외에는 한 번도 없다. 즉 전적으로 단선율로

    이루어진 곡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안에 본질적으로는 다성부의 구조

    가 내재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은 특징으로 인해 이 곡은 (또한

    바흐의 다른 무반주 첼로모음곡도 마찬가지로) 반주를 따로 필요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악기와의 중주 없이도 독주만으로 충분히 조성에 근

    거한 화음구조와 진행을 충족시키면서 다성부 텍스처를 이루어 나가게 된

    다. 마치 2성이나 3성의 호모포닉한 작품을 1성부로 수평적으로 펼쳐놓은

    것 같은 실재를 보이는 것이다.

    은 실질적인 3성부 진행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페달포인트 역할

    을 하는 베이스성부의 G2음이 마디 5까지 지속된 후 마디 6부터 큰 도약

    을 통해 화성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한편, 상성부에서는 B3-C4-C4-

    B3-B3-A3-D4-G3 선율이 이어지고, 동시에 중성부는 D3-E3-F#3-G3의 순

    차상행진행에 이어 (F#3)-E3-G3-A3-(F#3)-B2로 진행하면서 내성의 역할

    을 담당한다. 이를 요약해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예 2).

    25) 본 Ⅲ장 1절에서는 무반주 첼로모음곡과 바이올린파르티타를 통해 단성부 안의 다

    성적 텍스처를 살펴보고, 2절에서는 바이올린소나타를 통해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

    니적 구조를 고찰하려 한다.

  • 240 서 정 은

    베이스성부의 페달포인트 G음 위로 내성부의 상행순차진행 및

    상성부의 선율 (원곡: 마디 1-8)

    마디 1-8을 화성적으로 축약한 악보 (성부진행을 선으로 표시함)

    마디 31-36(예 3)에서는 개방현인 A3음을 이용하여 이 음을 중심으로 하

    는 상성 또는 하성 대선율을 만들고 있다. 즉 A3음을 축으로 하는 2성부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요약해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예 4).

    A음을 축으로 개방현을 이용해 상 · 하성을 형성하는 2성 대위

    (원곡: 마디 31-36)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41

    성부진행을 축약해 나타낸 악보 (마디 31-36)

    는 에 이어지는 이 곡의 마지막 부분으로, 에 제시된

    A3음으로부터 이 악곡의 딸림음인 D3음으로 5도 하행하여 개방현을 이용

    한 또 하나의 축을 만들고 있다. 이 D3음을 하성부로 둔 채 반음계로 상

    행하던 상성부는 마디 39에 이르러 으뜸음인 G에 이르면서 3성부로 확장

    되고, 마지막 마디에 이르러 딸림화음→으뜸화음으로 정격종지하면서 지

    금까지 단선율 형태로 진행되던 실질적 3성부를 그대로 제시해준다. 이

    부분을 축약해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예 6).

    D음을 축으로 2성에서 3성으로 확장되는 대위 (원곡: 마디 37-끝)

    성부진행을 축약해 나타낸 악보 (마디 37-끝)

    위의 작품 예들을 ‘구조적으로 청취’한다면 실제로 에 제시한

    성부진행과 텍스처를 들을 수 있다.

  • 242 서 정 은

    1.2.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Partita for Violin Solo)

    BWV1004 중 제5곡 ‘샤콘느’

    위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에서 살펴본 ‘단성부 내의 다성부’ 구조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에서 더욱 명확하고 발전된 형태로 나타난다. 그 한

    가지 예로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BWV1004 중 제5곡 ‘샤콘느’를

    살펴보려 한다. 은 3-4성부로 작곡된 샤콘느의 주제부분이며, 은 이 다성부 주제를 단선율로 펼쳐 놓은 형태의 변주를 보여주는 마디

    33-36이다.

    샤콘느 주제부분 (원곡: 마디 1-4)

    주제가 단성부로 펼쳐진 부분 (원곡: 마디 33-36)

    필자가 주목하려는 것은 에 내재된 다성부 구조로, 켄트 케넌의 대

    위법 저서에서 이 부분을 2성부로 파악한 좋은 예를 볼 수 있다(예 9).26)

    Kent Kennan, 마디 33-36을 2성부화한 악보

    26) Kent Kennan, 『대위법: 18세기 양식』(Counterpoint : based on eighteenth

    Century practice), 나인용 역 (서울: 세광음악출판사, 1991), 18.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43

    케넌은 이 악보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으나, 다음과 같이 악보를

    해석해 볼 수 있다. 는 화성적 베이스 역할을 하는 하성부와 선율

    적 역할을 하는 상성부로 구분하여 2성부화한 악보다. 이때 원래의 바흐

    악보(예 8)와 비교해 하성부의 음가가 다른 것은, 베이스 역할을 하는 각

    음들이 실제적으로 유효성을 띠는 지속시간에 의거해 표기했기 때문이다.

    즉 각 음들이 울리는 물리적 지속시간이 아니라 화성의 베이스로서 실제

    적 역할을 하는 지속시간을 나타낸 것으로서, 위 을 구조적 청취할

    때 인지되는 결과가 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는 한 단계 더 축약하여 다음과 같은 악보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예 10). 원래의 바흐악보에 나타난 표층적 리듬을 축약하

    고 화성 및 성부진행을 중심으로 표기하면 다름 아닌 이 악곡의 주제, 즉

    마디 1-4의 베이스성부와 화성진행이 거의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디 33-36을 3성부로 화성화한 악보

    이에 관련한 한 가지 예를 더 살펴본다. 다음 은 바흐에게 있어

    단선율 형태가 얼마나 화성적 사고로부터 근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단성부와 다성부를 오가며 샤콘느의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가던 바

    흐는 마디 89-120에 이르러 마치 3성부 화성진행처럼 기보한 후 ‘아르페

    지오’라는 기호만으로 이 부분이 마디 89의 첫 박과 동일한 단선율 아르

    페지오 진행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식의 표기는 이 샤콘느에서 이후에

    도 수차례 등장한다.

    을 다음 와 비교해보면 바흐의 화성적 사고와 선율적

    사고가 동일한 토대 위에 이루어졌음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의

    셋째 마디(즉 마디 126) 이후는 표기가 4성부로 되어있을 뿐 아니라 실제

    연주도 4성부 화음으로 진행하도록 지시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작곡가의

  • 244 서 정 은

    사고는 샤콘느 주제가 담고 있는 화성진행 또는 베이스진행을 토대로 악

    곡 전체를 전개시키되, 어떤 부분에서는 이를 실제 다성부 화음의 형태로

    연주하게 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이를 단선율로 펼쳐 놓아, 청자는 결과적

    인 음악작품의 소리를 화성진행으로도 또는 선율진행으로도 듣게 되지만

    그 진행들의 근원이 되는 작곡적 사고는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성부 화성진행을 통해 기보된 단성부 아르페지오

    (원곡: 마디 89-92)

    기보와 실제 연주가 모두 4성부인 부분 (원곡: 마디 124-128)

    1.3. 진은숙 《피아노 연습곡》(Piano Etudes) 제5곡 ‘토카타’(2003)

    위에서 살펴본 바흐의 몇 가지 예와 매우 유사한 경우를 진은숙의 《피아

    노 연습곡》의 제5곡 ‘토카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6마디에 걸친 단선

    율로 시작되는 첫 부분은 C2음을 기음으로 하는 배음열의 고차배음들로

    선율을 만들면서 간헐적인 액센트와 스타카토로 특정음들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단성부로부터 2성부의 짜임새가 만들어진다. 즉 배음열 중 강

    세가 주어지는 음들(mp의 다이내믹과 액센트, 스타카토를 통해)과 강세가

    주어지지 않는 음들(p의 다이내믹, 그리고 액센트와 스타카토가 아닌 일

    반타건을 통해 전자와 구별함)이 각각 ‘전경’과 ‘배경’을 형성하면서, 표면

    상의 단성부는 실질적인 2성부로 나뉘게 된다(예 13).

    에 표시된 숫자는 강세가 부여된 음들이 C2배음열상의 몇 차

    배음들인지 나타낸 것으로, 같은 음들이 계속 반복되므로 새로운 음이 하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45

    나씩 추가될 때만 아래에 숫자로 표기했다. 제8, 9, 10, 11, 12, 14, 15,

    16, 19, 20배음들이 등장하며, 마디 13부터는 배음열에 속하지 않는 음들

    이 나타나기 시작해 따로 표시하였다. (물론 이 곡이 피아노를 위한 곡이

    기에, 순정율을 바탕으로 하는 배음열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음들이 여

    럿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오선보 상의 배음열에 의거하여 아

    래와 같은 숫자들을 부여했으며, 작곡가 역시 이러한 불일치를 감안한 채

    피아노라는 악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이유로 예컨대 마디

    9와 13에 각각 제11배음으로 표시된 F#과 F음은, F#의 경우 실제 11배

    음보다 49cents 높고 F의 경우 51cents 낮은 음고이기 때문에 평균율의

    어느 음과도 일치하지 않아, 두 음 모두를 제11배음으로 표기했다.)

    앞서 살펴본 바흐가 주로 음고와 음역의 차이를 통해 단성부로부터 다

    성부를 이끌어냈다면, 진은숙의 경우 동일한 음역 안의 동일한 음고들을

    액센트와 스타카토, 다이내믹 등의 요소들을 사용해 단성부 안에 다성적

    구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 음높이가 아니라 아티

    큘레이션과 다이내믹을 통한 다성부 형성의 방식이라 하겠다.

    진은숙 《피아노연습곡》 제5번 ‘토카타’ 시작부분 (마디 1-16)

    • 원: C2배음열상의 배음들(새로운 음이 추가될 때만 숫자로

    표기함)

    • 사각형: C2배음열에 속하지 않는 음들

  • 246 서 정 은

    곡 첫머리의 이러한 특징은 이어지는 마디들에서 다성부—내재된 다성부

    가 아니라 표면적으로 악보에 나타나는 다성부—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성

    부형성의 틀로서 작용하게 된다. ~은 위 의 단선

    율을 일종의 오스티나토 주제로 삼아 조금씩 성부가 첨가되면서 텍스처가

    확대되어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의 경우 오른손성부에서는 바로

    앞선 마디 1-16과 유사한 진행이 이어지는 한편, 왼손성부에서는 한 옥타

    브 아래의 C1음을 기음으로 하는 배음열상의 음들이 긴 음가로 진행한다.

    이로써 표면적인 전체 2성부는 실질적인 3성부를 내재하게 된다.

    는 단선율이었던 왼손성부가 2성부로 확장되면서 전체 3성부가

    실질적인 4성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때 오른손성부의 강세가 주어지는

    음들도 두 음으로 확대되고 있어 그 순간마다 좀 더 두터운 음향을 만들

    어낸다(그러나 오른손의 동시에 울리는 두 음은 양적으로만 배가되었을

    뿐 역할에 있어서 구별되지 않으므로 성부 수가 확대된 것으로 보기는 어

    렵다).

    나아가 에서는 왼손성부가 세 음 구성의 화음으로 두터워지면

    서 호모리듬을 형성하고, 앞서 에서와 달리 짧은 음가와 mf의 다

    이내믹에 액센트가 동반되어 있어, 이전까지의 전개양상에 비해 한층 긴

    장과 밀도가 상승된 모습을 보인다. 정리하자면 에 제시된 악곡

    첫머리의 단성부가 여러 요소들을 통해 조금씩 확장, 전개되는 모습을 보

    이는데, 이때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은 단성부 속에 내재되었던 다성부

    구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47

    진은숙 《피아노연습곡》 제5번 ‘토카타’ 마디 17-24

    진은숙 《피아노연습곡》 제5번 ‘토카타’ 마디 27-30 (양손 모두

    높은음자리표)

  • 248 서 정 은

    진은숙 《피아노연습곡》 제5번 ‘토카타’ 마디 35-38 (양손 모두

    높은음자리표)

    1.4.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 《시퀜자》(Sequenzas) 제3번, 제

    10번

    루치아노 베리오의 《시퀜자》 시리즈는 그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에 속하는

    곡들로, 현 · 관 ·건반악기와 인성에 걸친 다양한 독주자를 위한 연작이다.

    전통주법으로부터 현대특수주법에 이르기까지 연주자의 갖가지 기교를 최

    대한 이끌어내도록 작곡된 곡들인 만큼, 독주편성이면서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다성부를 구사하고 있다. 그 중 전통적인 작법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흥미로운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27)

    27) 예컨대 바이올린을 위한 《시퀜자 VIII》(1976)에서도 독주악기를 통해 가능한 모든

    다성부의 가능성을 구사하지만, 이 곡에서의 방식은 앞서 살펴본 바흐의 무반주

    현악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근본적인 새로움을 보여주지는 않으므로 본 논문에

    서 다루지 않는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49

    1.4.1. 여성 목소리를 위한 《시퀜자 Ⅲ》(Sequenza III for woman’s

    voice, 1965)

    여성 목소리를 위한 《시퀜자 Ⅲ》에서 베리오는 3성 인벤션을 시도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28) 이때 3성부란 마르쿠스 쿠터(Markus Kutter)29)

    의 텍스트, 보컬 제스처(vocal gesture), 표현(expression)으로서, 각 성

    부들은 고유의 진행을 한다고 작곡가는 말한다. 물론 이때 베리오가 말하

    는 인벤션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으나, 단성부 인성

    작품으로부터 다성적 구조를 발생시키려 한 작곡가의 의도를 악보에서 해

    석해낼 수는 있다. 악보의 한 예를 통해(예 17) 이 세 가지 성부를 이루는

    요소들의 예를 도표로 제시하면 과 같다.30)

    베리오, Sequenza III for woman’s voice (1965): 시작부분

    28) Luciano Berio, Two interviews with Rossana Dalmonte and Bálint András

    Varga, trans. and ed. David Osmond-Smith (London: Marion Boyars

    Publishers Ltd, 1985), 96.

    29) 1925-2005. 스위스의 역사가이자 정치가.

    30) 3성부의 각 요소들을 베리오가 악보상에 구분해 놓지는 않았으나, 악보로부터 세

    가지 요소를 파악해낼 수는 있다. 성부 Ⅱ의 보컬 제스처는 악보 마지막 부분의

    ‘작곡가의 노트’(composer’s note)에 설명되어 있다.

  • 250 서 정 은

    성부의 종류 악보상의 예들

    Ⅰ 표현 urgent / distant and dreamy / tense muttering / witty

    nervous laughter / relieved / wistful …

    Ⅱ보컬

    제스처

    : 노래하는 음 / : 속삭이는 무성음 / :터져 나오는 웃음

    : 최대한 짧게 노래하는 음 / : 혀차는 소리 / : 기침 …

    Ⅲ 텍스트

    give me a few words for a woman

    to sing a truth allowing us

    to build a house without worrying before night comes

    세 가지 성부들의 구성요소의 예들

    여기서 표현(성부 Ⅰ)이란 악보의 기준선(1선, 3선, 또는 5선)의 위쪽에

    영어로 표기된 다양한 감정의 표현들로, ‘다급한’, ‘멀리서 꿈꾸는 듯이’,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긴장해서 중얼거리며’ 등의 예를 보인다.

    또한 보컬 제스처(성부 Ⅱ)란 악보의 기준선을 중심으로 표기된 다양한 기

    호들을 통해 ‘노래하는 음’, ‘속삭이는 무성음’, ‘혀차는 소리’, ‘기침’과 같

    이 연주자가 성대를 통해 어떠한 소리를 내야하는지를 나타낸 부분이다.

    그리고 텍스트(성부 Ⅲ)란 악보의 기준선 아래쪽에 적힌 마르쿠스 쿠터의

    영어로 된 모듈식(modular) 시31)로서, 이 곡에서 시의 텍스트는 처음에

    주로 음운(phoneme)으로만 사용되다가 악곡이 진행하면서 점차 단어와

    문장의 형태로 확장된다. 이와 같이 세 가지의 층(layers)이 동시에 진행

    됨을 통해, 한 사람의 목소리라는 단성부의 한계를 띤 편성으로부터 3성

    부를 끌어내어 결과적으로 다성부 구조가 형성되도록 하고 있다.

    1.4.2. C 트럼펫과 피아노 공명을 위한 《시퀜자 X》(Sequenza X for

    trumpet in C and piano resonance, 1984)

    《시퀜자 X》는 트럼펫과 피아노로 편성된 곡이나, 피아노는 타건을 통한

    31) 모듈식 시(modular poem)이므로 위 에 제시된 아홉 개의 단편들(단어 또

    는 구)은 어떤 순서로도 배열될 수 있다. 베리오는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이 《시퀜

    자 Ⅲ》에서 텍스트를 매우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51

    소리를 내지 않고 오로지 트럼펫을 위한 공명통의 역할을 한다. 이는 건

    반을 누르지 않은 채 페달을 밟고 있거나, 건반을 소리 없이 누르고 있음

    을 통해 피아노 내부의 현들이 댐퍼의 방해를 받지 않고 울릴 수 있는 환

    경을 만듦으로 가능해진다. 트럼펫 독주자가 피아노의 내부를 향하여 악

    기를 불게 되면 피아노의 현들이 트럼펫 음향을 공명시키게 되고, 이로써

    트럼펫이 실제 연주하는 음향 외에 공명을 통한 잔향이 지속적으로 트럼

    펫의 카운터파트로서 존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실제 ‘연주’를 하는 악기는 독주 트럼펫이고, 금관악기의 특

    성상—멀티포닉스(multiphonics)라는 특수주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동

    시에 한 음 밖에 울릴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으나, 피아노의 공명현상을

    이용하여 다양한 잔향들이 동시에 울리도록 장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건반을 소리 없이 누른 음들은 트럼펫이 연주하는 음들과 부분적으로 일

    치함으로써, 유사한 진동수를 가진 파동끼리 간섭을 일으켜서 발생하는

    맥놀이 현상이 함께 일어나게 된다. 이는 트럼펫의 공명, 즉 트럼펫의 대

    선율을 보다 효과적으로 들리게 한다.

    C 트럼펫과 피아노 공명을 위한 《시퀜자 X》

  • 252 서 정 은

    1.5. 도시오 호소가와(Toshio Hosokawa, 1955- ): 플루트 독주를 위한

    《버티컬 송 Ⅰ》(Vertical Song Ⅰ, 1995)

    일본작곡가 도시오 호소가와의 플루트 독주를 위한 《버티컬 송 Ⅰ》은

    그 제목에서 암시되듯이 독주관악기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수직적 텍

    스처를 구사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즉 수직적(동시적) 울림이 기본적으

    로는 불가능한 관악기를 통해 다성부 구조를 생성하는데, 앞서 본 예들

    과는 또 다른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에서는 공기를 많이 주입하면서(음표머리에 동그라미 기호) 플

    루트연주를 하는 동시에, 연주자가 허밍하듯 노래를 하도록 지시되어 있

    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의 플루트연주자가 두 성부를 소리내는 것이 가능

    해진다.

    호소가와 《버티컬 송 Ⅰ》

    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루트로 멀티포닉스를 연주하면서 노

    래를 동시에 하게 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3성부가 울리게 된다. 기교적으

    로 매우 어려운 주법이나, 현대특수주법에 익숙한 연주자의 경우 3성부의

    울림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53

    호소가와 《버티컬 송 Ⅰ》

    두 예 과 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부분에서 나타나는 다성부 구

    조는 앞서 살펴본 다른 작곡가들의 예들과 약간 다른 특징을 보인다. 단

    성부 구조 안에 내재되어 있는 다성부라기보다는, 단선율 악기를 통해 구

    현되는 다성부 구조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엄밀히 볼 때,

    과 는 Ⅲ장 1절과 2절의 경계, 즉 중간영역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나, 본 논문에서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비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적 양상을 살피고 있으므로 이 두 예를—다소의 부적확함을 감

    수하고—1절에 포함시켜 다루기로 한다.

    한편 에서는 위와 조금 다른 방식이 사용되는데, 연주자가 노래

    를 하는 것 외에 플루트로 매우 넓은 음역을 빠른 속도로 도약해 오르내

    림으로써 상성부와 하성부의 선들을 만들고 있다. 이는 마치 앞서 살펴본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과 바이올린파르티타에서와 유사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호소가와 《버티컬 송 Ⅰ》

  • 254 서 정 은

    2.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니

    앞에서 살펴본 ‘단성부 구조 안에 내재된 다성적 텍스처’보다 사실상 음악

    사에서 훨씬 더 빈번히 나타나는 비(非)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적 양상은

    ‘화성적 텍스처 안의 대위,’32) 즉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니라고 할 수 있

    다. 본 장에서는 바흐, 쇼팽 그리고 리게티와 슈니트케의 작품을 통해 이

    에 접근해보려 한다.

    2.1.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 C장조 BWV1005 1악장

    놀랍게도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의 1악장은 무반주 현악작

    품임에도, 그리고 그의 세 곡의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의 2악장들과 같이

    ‘푸가’라고 명시된 악장이 아닌데도, 거의 시종일관 3-4성부의 다성부 텍

    스처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1악장은 푸가와 같은 대위 양식을 의도

    한 곡이 아니므로 줄곧 호모포니적 텍스처의 다성부를 유지하고 있다. 동

    일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작품인데도 필자가 파르티타 제2번의 샤콘느

    는 앞의 Ⅲ장 1절에서 다루면서 소나타 제3번의 1악장은 본 절에서 다루

    게 된 이유는, 이렇듯 건반악기 또는 실내악을 위한 호모포니 작품과 거

    의 다름없이 작곡된 이 1악장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를 보면 첫 마디에 제시되는 단성부의 선율이 모티브처럼 악장

    전체에 걸쳐 활용되는데, 이때 첫 마디의 단선율 형태가 둘째 마디에서는

    하성부를 동반한 상성부로 역할이 바뀌어 전체 2성부를 만들고, 셋째 마

    디에서는 또 하나의 하성부—전체 성부구조 안에서는 중성부—가 첨가되

    면서 전체 3성부로, 이어 넷째 마디에서는 또 한 번 하성부—전체 성부구

    조 안에서는 둘째 상성부, 즉 알토—가 첨가되면서 전체 4성부로 점차 확

    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2) 이때 ‘화성적 텍스처 안의 대위’가 의미하는 것은 바흐의 대위작품을 가리켜 자주

    언급되는 ‘화성적(즉 조성을 토대로 하는 화성적) 기반에 의거한 대위’라는 뜻과는

    전혀 다르다. 위에서 ‘화성적’이라는 것은 음고에 대한 것이 아니라 텍스처에 대한

    것으로, ‘호모포니적’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55

    예 24>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 BWV1005 1악장 마디 1-5

    그 후 마디 5의 연결구를 거쳐 마디 6에서는 이 모티브 선율이 전체 3성

    중 중성부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마디 8부터는 다시 상성부에 자리 잡으

    면서 이 악장의 최고음인 C6(마디 9)에 도달하게 된다. 마디 12의 짧은

    단성부 연결구를 거쳐 마디 15에 다시 그 모티브가 등장하는데, 이때는

    상성부를 동반한 하성으로 자리를 옮겨서 나타나며, 이어 마디 16에는 전

    체 3성부 중 중성으로, 마디 17에는 다시 상성으로 옮아가면서 총 3성부

    에 걸친 모티브 제시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예 25).

    마디 18이하에서 다시 한 번 하성-내성-상성을 옮아가며 선율이 연결

    되는데, 이때 마디 20부터는 전체 4성으로 확장됨과 동시에 모티브의 전

    위(inversion)기법이 함께 사용된다. 즉 마디 1의 단선율 모티브가 정확

    히 반진행되어 2도 상행이 2도 하행으로, 3도 상행이 3도 하행으로 전환

    되는 것이다. 마디 20의 알토 성부에서 전위형태로 나타난 모티브는 마디

    22-23에서 알토와 테너의 두 성부에서 함께 또 다시 전위형을 형성한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 BWV1005 1악장 마디 6-24

  • 256 서 정 은

    이와 같이 성부의 수가 1-2-3-4개 사이에서 확장 또는 축소되면서 각 성

    부의 역할이 변화해 가고, 아울러 모티브의 원형과 전위형이 함께 활용되

    는 방식으로 이 악장은 전체를 구성하게 된다. 대개 소프라노 성부에 주

    선율이 오며 소프라노-베이스라는 외성간의 대위적 틀이 중시되는 일반적

    호모포니 악곡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33) 이는 앞서

    논의했듯이 이른바 ‘대위작품’이라 일컬어지는 푸가나 캐논 등과 같이 엄

    격한 규칙을 따르는 협의의 대위적 양상과는 다르지만, 일반적인 호모포

    니에서 볼 수 없는 성부의 잦은 역할변화, 그리고 그로 인해 빚어지는 성

    부들 간의 섬세한 관계형성과 관계의 변화를 통해 전체 성부들—단성부일

    경우부터 전체4성부로 확장된 경우까지—이 각기 일정 정도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띠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폴리포니적 속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즉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니’ 양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2.2. 쇼팽 마주르카

    위에서 살펴본 바흐 바이올린소나타 C장조 1악장에 나타난 특징은 쇼팽

    마주르카 op.17, no.4와 op.6, no.2의 텍스처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

    는다.

    이 글에서 쇼팽을 예로 드는 것은 일반적으로 쇼팽의 대부분의 작품은

    폴리포니적이라기보다는 호모포니적인 특징을 보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마주르카는 쇼팽의 화려한 피아니즘이 상대적으로 억제되어 있는 간결하

    고 단순한 외양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마주르카 op.63, no.3 c#

    단조의 마지막 부분에서처럼 캐논과 같은 엄격한 대위기법을 보이는 예도

    있으나, 본 논문에서는 그러한 작품예가 아닌 단순한 호모포니의 외양 안

    에 내재된 폴리포니의 양샹을 살펴보고자 한다.

    33) 앞서 Ⅱ장 2절 ‘호모포니와 호모리듬’에서 언급한 “내성부들은 음악의 대위적 틀

    (contrapuntal framework)을 형성하는 두 외성을 채우기 위해 사용된다”거나

    “성부들이 독립성과 동등성의 경향을 띠는 폴리포니의 반대개념”이라는 호모포니

    의 사전적 정의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바흐의 이 소나타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본

    Ⅲ장 2절에서 살펴볼 모든 곡들에서 전반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57

    2.2.1. 마주르카 op.17, no.4 a단조

    마주르카 op.17, no.4는 서주인 동시에 후주로 등장하는 마디 1-4가 매

    우 특징적인 역할을 하는 곡이다. 마디 1-3은 앞서 Ⅱ장 2절에서의 호모

    포니 분류에 의한다면 ‘호모리드믹’ 호모포니에 해당하는 매우 흔한 텍스

    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홀로 등장하는 왼손성부를 보면 하성부의 a

    음과 상성부의 f음 사이의 내성부 선율이 이 부분의 주선율로서 역할한다

    (실제로 이 작품을 들어보면 중성부의 선율이 마치 일반적 호모포니의 최

    상성과 같이 가장 부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내성부의 주선율은 마디

    4에서 오른손의 단성부로 이어졌다가 다시 왼손의 3성 화음 속으로 자연

    스럽게 스며들어간다(예 26). 이때 마디 4의 첫 박에서 새로운 리듬(셋잇

    단음표)이 등장하면서 ‘멜로디’로서 좀 더 주목받게 되고, 이것이 자연스

    럽게 연결되어 마디 5부터는 소프라노 성부로 자리를 옮긴다(예 27).

    쇼팽 마주르카 op.17, no.4 마디 1-4

    쇼팽 마주르카 op.17, no.4 마디 5-8

    그 후 첫 섹션이 끝나는 마디 60에 이를 때까지 최상성이 주선율을 독

    점하는 일반적 호모포니 양식을 보이던 악곡은 두 번째 섹션에서 다시

  • 258 서 정 은

    마디 1-4와 같은 특징을 나타낸다. 즉 A장조로 전조되어 두 번째 섹션

    이 시작되는 마디 61에서 전체 4성부 중 소프라노와 알토성부가 서로

    선율을 주고받으며 마디 1-8의 진행을 유사하게 재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디 1-8에서 내성으로부터 상성으로 주선율이 이동했다면, 마디

    61이하에서는 순서가 바뀌어 상성으로부터 내성으로 옮겨가는 변화를

    보인다(예 28).

    쇼팽 마주르카 op.17, no.4 마디 61-64

    이 마주르카의 마지막 네 마디는 첫 네 마디와 완전히 동일한 진행을 하

    는데, 이로써 평범한 호모포니 텍스처를 다시금 처음 마디 1-4의 독특한

    호모포니—내성부가 부각되는—로 되돌리면서 악곡이 마무리된다(예 29).

    이 부분은 한편, 모호한 화성진행 및 조적 귀결로 인하여 이 곡의 화성적

    중의성을 배가시키는 매력적인 끝부분이다.

    쇼팽 마주르카 op.17, no.4 마지막 부분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59

    정리해보면, 순차상행이 주를 이루며(b-c-d의 상행선율이 세 번 연속 등

    장함) 그 사이에 3도하행진행이 삽입되어 있는 마디 1-4의 내성부 주선율

    의 특징은 마디 5-8(예 27) 뿐 아니라 이 곡에서 전반적인 선율의 특징으

    로 역할하게 된다. (예 28에서 보듯이 순차상행이 순차하행으로 전위되는

    경우를 포함해 이 마디 1-4의 선율동기는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즉, 이

    곡의 주요선율동기가 첫 네 마디의 내성부를 통해 처음 제시된 후 악곡

    전반에서 상성과 내성을 오가며 전개되다가, 마지막 네 마디에서 다시금

    첫 네 마디의 내성부 안으로 스며들어가면서 곡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2.2.2. 마주르카 op.6, no.2 c#단조

    쇼팽의 마주르카 op.6, no.2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특징이 좀 더 길게 여

    덟 마디로 확장되어 나타난다. 특히 이 곡에서는 작곡가 자신이 내성부의

    주선율을 나타내는 실선을 악보에 표기하고 있어, 이러한 독특한 호모포

    니 텍스처에 대한 작곡가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 앞서 살펴본 op.17,

    no.4와의 공통점이라면 페달포인트 역할을 하는 상성과 하성 사이의 내성

    부에 주선율이 온다는 것이라 하겠다. 오른손성부의 g#4, 왼손성부의 g#2

    와 d#3 음이 이 곡의 조성인 c#단조의 딸림화음의 근음과 5음으로서 여덟

    마디동안 지속됨을 통해, 마디 9부터 펼쳐질 c#단조의 본격적인 전개를 기

    대하게 한다. 4성부 중 알토에 위치한 주선율은 이처럼 배경을 이루는 외

    성들 사이에서 악보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뚜렷이 부각되어 나타난다.

    두 곡의 차이점이라면, op.17, no.4에서와 달리 이 곡에서는 마디 1-8

    까지가 모두 딸림화음의 연장이므로 화성적 모호성이나 의외성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이 부분의 내성부 선율은 op.17, no.4에서와 같

    이 악곡 전반을 이끌어갈 선율동기로 역할하기보다는, 마디 9부터 등장할

    최상성의 주선율을 예비하는 과정 정도로만 역할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라

    하겠다. 이는 마디 1-8의 특징이 이후 다시 나타나지 않다가 악곡의 마지

    막부분에서 첫 섹션이 재현되기에 앞서 마디 1-8과 동일한 모습, 동일한

    역할로 등장함을 통해 확인된다.

  • 260 서 정 은

    쇼팽 마주르카 op.6, no.2 시작부분

    2.3. 슈니트케(Alfred Schnittke) 《피아노5중주》 (1972/76)

    이 곡의 1악장은 앞서 살펴본 쇼팽 마주르카 두 곡과 상당한 유사성을 띠

    며 진행된다. 서두에 등장하는 피아노독주의 호모포닉한 4성부 화성진행에

    서는 각 성부들이 장·단2도의 상행과 하행이라는 동일한 모티브를 공유하

    는 것을 볼 수 있다(예 31). 외양상 최상성에 좀 더 선율적 우위가 주어지

    고 아래 3성부들은 화성을 채우는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첫 부

    분은 악곡이 진행되면서 미세한 변화를 거쳐, 하3성들이 최상성에 버금가

    는 독립적 진행을 하게 된다(예 32). 의 네 성부 하나하나는 의 성부진행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진행을 하지만, 리듬의 독립성이 좀

    더 드러나면서 호모포니보다는 폴리포니에 가까운 성격을 보이게 된다.

    슈니트케 《피아노5중주》 1악장, 마디 1-4 (피아노 독주부분)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61

    슈니트케 《피아노5중주》 1악장, 마디 13-18 (피아노 독주부분)

    이러한 변화는 악곡이 흐르면서 보다 본격적으로 일어나서, 마디 50에 이

    르면 피아노를 제외한 네 개의 현악성부들이 모두 미분음을 동반한 채 곡

    의 서두 피아노 성부에서와 같은 2도 상·하행진행을 하면서 진정한 폴리

    포니를 구사한다. 근본적으로는 의 피아노성부와 동일한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으나, 평균율이 아닌 4분음들을 통해 좀 더 미세한 상·하행 진

    행이 가능해지고, 이와 더불어 각 네 성부들이 확보하게 된 리듬적 독립

    성으로 인해 의 다소 호모포니적이던 속성은 이제 에서

    완전히 폴리포닉한 것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의 폴리포니 현상

    은 리게티의 대표적 개념인 ‘미크로폴리포니’(micropolyphony)와 대단히

    유사해 보인다.

    슈니트케 《피아노5중주》 1악장, 마디 50-53

  • 262 서 정 은

    그러나 슈니트케의 이 부분을 리게티의 미크로폴리포니와는 다른 관점에

    서 보게 되는 것은, 마디 50-53에 이르기까지의 악곡의 전개과정에서 나

    타나는 작곡가의 사고 때문이다. 즉, 결과적 양상은 유사하나 그 결과를

    유도하는 작곡적 사고에 있어서는 슈니트케의 부분과 리게티의

    미크로폴리포니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위에 설명했듯이, 곡의 첫

    머리인 의 호모포니적 속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를 거쳐

    에 이르는 과정이 작곡가의 분명한 의도 안에서 파악되기에, ‘호

    모포니 안의 폴리포니’라는 범주 안에 이 부분을 고찰할 수 있다고 본다.

    리게티의 미크로폴리포니에 관해서는 이어지는 2.4절에서 언급된다.

    2.4.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

    리게티는 이른바 ‘미크로폴리포니’(micropolyphony)라는 기법으로 잘 알

    려져 있다. 이는 전통적 폴리포니의 개념을 리게티가 자신의 음악에 고유

    한 방식으로 적용한 것으로, 미크로폴리포니 텍스처와 전통적 폴리포니

    텍스처의 차이점에 대해 리게티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항상 성부작법(part-writing)을 통해 음악의

    텍스처에 접근해왔다. 나의 몇몇 작품은 촘촘한 캐논구조를 갖고 있으

    나 사실상 폴리포니(캐논)는 들리지 않는다. 귀에 들리는 것은 매우 촘

    촘히 짜인 거미줄과 같이 관통할 수 없는(impenetrable) 텍스처다. 나

    는 작곡을 할 때 선율선(melodic lines)을 계속 유지해왔다. 선율선들

    은 팔레스트리나 또는 플레미쉬 악파의 것만큼 엄격한 규칙에 지배되지

    만, 이 폴리포니의 규칙은 나에 의한 것이다. 폴리포니 구조는 귀에 들

    리지 않으며, 현미경으로 볼 만큼 미세한 수중세계 안에 숨겨져 있다.

    나는 이것을 미크로폴리포니라 부른다.34)

    즉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율선들이 밀집되어 서로 다른 템포나 리듬으로

    34) Jonathan W. Bernard, “Voice Leading as a Spatial Function in the Music

    of Ligeti,” Music Analysis 13/2-3 (1994), 238.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63

    움직이는 여러 성부의 캐논을 통해 개별 성부들이 귀로 인지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얽힌 텍스처로, 작곡가는 여기서 전통적인 폴리포니에서와

    같은 음고와 음고 간의 관계보다는 “전체 음색의 지속적인 변형”35)에 보

    다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주로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의

    관현악곡들에서 사용된36) 이 기법을 통해 “리게티가 꿈꿨던 측정할 수 없

    는(unmeasured) 리듬, 환상적인 복잡성, 음향의 드라마를 실현”37)한다

    거나 “음향기법도 선율기법도 아닌, 어쩌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합친 기법

    을 발전시켰다”38)는 논평들은 미크로폴리포니가 갖는 의미를 타당하게 해

    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크로폴리포니와는 또 다른 양상의 ‘호모포니 안의 폴리포

    니’(polyphony in homophony), 즉 ‘화성적 텍스처 안의 대위’를 리게

    티의 여러 작품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는 특정 작곡가의 특정 기법으로서

    가 아니라 훨씬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20세기 음악의 양상으로, 앞

    서 언급했듯이 중세후기 다성음악이 발생한 후 음악사적 맥락 위에서 연

    속성을 띠고 발전해온 주요 특징 중 하나다. 리게티의 경우 20세기의 많

    은 작곡가들 가운데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좋은 예라고 여기기에,

    이러한 면모를 보이는 그의 몇 작품을 살펴보려 한다.39)

    35) György Ligeti, “Rhapsodische, unausgewogene Gedanken über Musik,

    besonders über meine eigenen Kompositionen,” Neue Zeitschrift für

    Musik 154/1 (1993), 25.

    36) 관현악곡 Apparitions(1958–9) 2악장의 일부, 관현악곡 Atmosphères(1961)의

    일부, 그리고 100대의 메트로놈을 위한 Poème symphonique(1962), 합창과 관

    현악을 위한 Requiem(1963–5)의 1악장, 무반주합창 Lux aeterna(1966), 관현악

    곡 Lontano(1967), Kammerkonzerto(1969) 등이 그 예다.

    37) Paul Griffiths, “Ligeti, György” Grove Music Online. (2014년 7월 25일 접

    속), http://www.oxfordmusiconline.com:80/subscriber/article/grove/music/

    16642.

    38) Motte, 『대위법』, 521. (원서: 369)

    39) 리게티 작품들에서의 대위관계를 논의할 때 리듬에 관한 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이다. (리게티의 리듬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단행본과 논

    문 등에서 다룬 바 있다.) 리게티가 즐겨 사용하는 폴리미터(복합박자), 또는 작곡

    가 자신의 용어로 ‘폴리템포’(polytempo)라는 장치는 악곡의 폴리포니적 층위를

    이루는데 있어 매우 흥미로운 기반이 된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이러한 박자 디

    소넌스(metrical dissonance)는 이에 관해서만 한 편의 논문작성이 가능한 커다

  • 264 서 정 은

    2.4.1. 쳄발로 독주를 위한 《콘티눔》(Continuum, 1968)

    리게티의 대표적 미크로폴리포니 작품인 《아트모스페레》(Atmosphères,

    1961)나 《론타노》(Lontano, 1967)가 주로 느리게 움직이는 무정형의 긴

    프레이즈들의 촘촘한 짜임으로 진행되었다면, 이 《콘티눔》은 리게티의 또

    다른 주요측면을 보여주는 곡으로서 마치 기계처럼 빠르고 규칙적으로 움

    직이는 끊임없는 운동성을 띤다. 리게티는 자신의 음악의 이러한 측면에

    대해 칼 포퍼의 글제목에서 인용한 ‘구름’(clouds: 《아트모스페레》나 《론

    타노》의 특징을 묘사)과 상대되는 ‘시계’(clocks: 《콘티눔》, 《현악4중주

    제2번》, 《피아노연습곡》 중 몇 곡의 특징)로 표현하기도 했다.

    《콘티눔》에서는 8분음표라는 단일 음가가 기계적인 규칙성을 띠고 처

    음부터 끝까지 곡을 이끌어 가는데, 8분음표를 배가하거나 더 이상 분할

    하지 않고 일정한 기본단위로 다룸으로써 오로지 ‘몇 개의 8분음표가 한

    그룹으로’ 묶이느냐에 의해서 프레이즈나 템포와 같은 시간적 차원의 변

    화를 발생시킨다. 이때 기본단위인 8분음표들을 다양한 그룹으로 묶게 되

    는 토대는 바로 음고의 변화로서, 두 음씩 또는 세 음이나 네 음씩, 나아

    가 다섯 음씩 동일한 음들의 패턴이 반복됨을 통해, 실제 연주되는 음가

    는 변함없이 8분음표들 뿐이고 템포 또한 일정하게 유지되는데도 마치 리

    타르단도나 아첼레란도를 통해 템포가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것처럼 들리

    게 된다. 곡의 첫 부분의 두 음 그룹으로부터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양

    상을 악곡 중 몇 개의 단편을 발췌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예 34).

    정리하자면 이 곡은 매우 다양한 변인들―한 그룹으로 묶이는 음의 개

    란 주제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에서 다룰 예정으로 남겨두고, 이 글에서

    는 리듬에 관한 측면보다는 음고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기로 한다. (대위적 음악의

    리듬 또는 시간적 측면에 관해 덧붙이자면, 푸가나 캐논, 인벤션, 나아가 현대의

    대위적 작품에서 핵심적이지만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 요소는 성부들의 ‘시간차

    도입과 진행’이라는 점이다. 여러 성부들이 동일한 주제선율을 동시에 시작하여 진

    행해가는 것이 아니라 몇 박자, 또는 한두 마디의 시간차를 두고 차례차례 도입되

    고 그러한 시간차를 유지한 채 진행해감으로써 진정한 대위적 텍스처가 형성된다.

    몇 도 음정의 위 ·아래에서 주제선율을 모방하느냐라는 문제와 함께,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욱 중요할 수 있는 문제라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에

    서 살펴볼 예정이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65

    수의 변화,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동시에 추가되거나 제외되는 음고들, 음

    역의 점차적 상승이나 하강, 이러한 움직임이 발생하는 현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인하여 점진적 변화의 인상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필자가 본 논

    문에 관련해 주목하는 측면은, 이때 성부 개수의 증가나 감소, 음역의 밀

    집 또는 분산, 음역의 상승 또는 하강, 그리고 완전어울림 음정으로부터

    단2도 구성의 클러스터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요소를 이용해 다양한 대

    위적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를 축약해 나타낸 를 살펴보

    면 위와 같은 변화가 쉽게 파악된다. 처음에 2성부로 출발한 후(오른손과

    왼손이 동일한 옥타브 음역에 있으므로 2성이다) 오른손과 왼손성부에 한

    음씩 추가되어 나가며 텍스처가 점점 두터워지는데, 음고가 변화하는 과

    정에서 앞의 음이 지속되기도 하고 새로운 음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다양

    한 대위관계를 만들어간다.

    ⇨ ⇨

    ⇨ ⇨ ⇨

  • 266 서 정 은

    ⇨ ⇨ ⇨

    《콘티눔》의 음고변화 양상 (주요부분들만 발췌함)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67

    《콘티눔》의 음고 진행을 축약한 악보: 앞의 음이 지속되는 경

    우 붙임줄로 표시함

    이러한 양상은 앞서 언급했던 미크로폴리포니와 구별되는 또 다른 형태의

    폴리포니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성부가 식별되기 어려운 미크로폴리포

    니와 달리 이러한 진행에서는 성부진행이 귀로 인지 가능하며, 성부마다

    서로 미세하게 다른 리듬과 템포로 폴리포니를 형성하는 미크로폴리포니

    와 달리 이 곡에서는 모든 성부가 동일한 리듬과 템포로, 즉 ‘호모리듬’의

  • 268 서 정 은

    배경 안에서 음고와 음역, 음의 그루핑, 성부수의 변화 등을 통해 폴리포

    니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게티는 그의 《피아노협주곡》(1980–88) 3악장과 관련한 설명에서, 빠

    르고 규칙적인 기본박 내에서 ‘내재적 패턴’(inherent pattern)이 등장하

    는 것을 TV영상과 비교한 바 있다.

    이것은 TV화면의 픽셀과 그림 사이의 관계와 유사하다. 픽셀의 반짝임

    과 사라짐은 빠르게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픽셀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

    러나 움직이지 않는 그림요소의 반짝임과 사라짐의 교대로부터 움직이

    는 그림이라는 환각(환영)이 생겨난다.40)

    작곡가의 이러한 언급은 《피아노협주곡》 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먼저 작

    곡된 《콘티눔》과 관련해서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게티에 대해 저술한 연구자들을 매혹시킨 것 중 하나로 드로트

    가 꼽는 “리게티의 패러독스, 예컨대 미크로폴리포니가 발생시키는 변증

    적 역전―단순성과 복잡성, 개별성과 집단성, 가청성과 불가청성, 정적인

    성질과 역동성”41)과 같은 역설적 면모들이 필자의 견해로는 미크로폴리포

    니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이 《콘티눔》에도 해당한다고 보인다. 음

    고의 진행을 와 같이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조직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복잡한 흐름으로 인지되고, 개개의 성부

    들이 쉼 없이 움직이지만 어느 정도는 클러스터와 같이 덩어리로 인식되

    며,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히 동적이지만 동일한 음고패턴(그룹) 안에 머물

    러 있는 동안 정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42)

    40) György Ligeti, ‘Einführungstext für das Begleitheft’ zur CD-Edition bei

    Teldec Classics, Hamburg, 2001, 300. (Sonja Huber, Das zeitgenössische

    Klavierkonzert, Wien: Böhlau Verlag, 2014, 91에 재수록)

    41) Eric Drott, “Lines, Masses, Micropolyphony: Ligeti's Kyrie and the

    ‘Crisis of the Figure’,” Perspectives of New Music 49/1 (2011), 7.

    42) 이 곡의 리듬과 관련된 작곡가와 학자들의 논의, 예컨대 “피아노협주곡에서 새롭

    게 나타나는 요소들 또한 이전의 작품들에서 이미 보인다. (무엇보다 리듬의) 복잡

    함을 통해 산출되는 부유상태의 하나인 ‘illusion 리듬’의 아이디어는 Poeme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69

    2.4.2. 《피아노연습곡》(Piano Etude) 제6번(1985)

    리게티의 《피아노연습곡》 제6번 ‘바르샤바의 가을’은 전통적 대위기법에

    의한 곡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리듬과 템포, 선율(이 곡에서는 스케일)의

    여러 층위(layers)-최대 4개의 층까지-의 동시적 진행을 통해 폴리포니

    텍스처가 잘 드러나도록 작곡된 곡이며, 작곡가는 이러한 층위를 나타내

    기 위한 의도를 기보에 담고 있어서, 앞서 살펴본 《콘티눔》에 비해 대위

    적 양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곡이다.

    앞서 리게티 자신의 말을 인용한 바 있듯이43) 그의 작품일생 거의 전반

    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폴리포니―앞서 인용문에서 자신이 ‘성부작

    법’이라고 표현했던, 음악의 수직적 측면보다 수평적 측면을 우위에 두는

    작법상의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1980년대에 이르러 조금 변모된

    양상을 보인다. 1960년대의 미크로폴리포니 대신에 “보다 기하학적이고

    그래픽적인, 리듬에 있어 다차원적인 폴리포니”44)로 방향을 약간 전환한

    그는 새로운 모습의 폴리포니를 1980년대 여러 작품에서 선보인다. 이 시

    기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피아노연습곡》 시리즈 중에도 다수의 곡이 여기

    에 해당하는데, 본 논문에서는 연습곡 제6번을 통해 그러한 모습을 살펴

    보고자 한다.

    이 곡에서는 한 성부 또는 여러 성부가 서로 다른 리듬과 템포로 끊임

    없이 하행하는 음계를 연주한다. 그런데 이 곡에서 사실상 리듬보다는 템

    symphonique(1962), Continuum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Christian Utz,

    “Gefrorene Turbulenz: Die Rezeption afrikanischer Musik in György

    Ligetis Klavierkonzert,” Neue Zeitschrift für Musik 164/3 (2003), 43.)거나

    “내가 의식적으로 illusionary 리듬을 만들고자 했던 Continuum 같은 곡에서 나

    는 아프리카 남부 사하라지역의 음악의 리듬적 특징에 무의식적으로 가까워졌

    다”(György Ligeti, “On My Etudes for Piano,” trans. Sid McLauchlan,

    Sonus 9/1 (1988), 6(Stephen Andrew Taylor, “Ligeti, Africa and

    Polyrhythm,” 87에 재수록))는 리게티의 언급에 대해서는 각주 39)에서 밝혔듯이

    본 논문이 아닌 다음 논문에서 고찰할 예정이다.

    43) 각주 34)에 해당하는 인용문을 참고하시오.

    44) György Ligeti, “Rhapsodische, unausgewogene Gedanken über Musik,

    besonders über meine eigenen Kompositionen,” Neue Zeitschrift für

    Musik 154/1 (1993), 25.

  • 270 서 정 은

    포의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설명

    될 수 있다. 리게티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러하듯이(그리고 자신이 모든

    악보나 저술에서 세심한 설명을 통해 명확히 밝히듯이) 이 곡에서도 박자

    표나 마디줄을 전통적 방식으로 기보하고는 있으나 이는 연주의 편의를

    위한 일종의 표식일 뿐, 실제로 기본박이나 마디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다. 그러므로 이 곡에서 마디선을 넘어, 또는 기본박의 단위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음가들은 일종의 헤미올라(기본박이 전제되어 있는)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템포의 선율들이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며,

    음악을 들으면 실제로 그렇게 들려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곡은 개별적인 템포를 가진 여러 개의 성부가 각기 다른

    음고에서 출발해 하행음계를 타고 내려오며, 그 하행하는 성부들의 개수,

    그리고 서로 다른 템포들의 개수가 악곡이 진행하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

    기 때문에 일정 지점에 이르면 악보를 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수로 분화된 텍스처에 도달하게 된다. 아래

    으로부터 까지의 대위적 텍스처 변화양상을 살펴보면 이러한 흐

    름이 파악된다. 은 각각 의 원

    곡 악보를 축약해 성부진행을 알 수 있도록 표기한 악보들이다. 악곡의

    첫머리에서 마치 상성부의 주선율과 그 외 성부들의 배경(반주), 즉 호모

    포니와 같이 시작된 모습은 점차 선율적 속성을 띠고 부각되는 성부들의

    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템포들이 중첩되면서 마침내 매우 폴리

    포니적인 속성으로 전개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71

    리게티 《피아노연습곡》 제6번, 마디 1-4

    마디 1-4의 성부진행을 축약한 악보

    마디 13-14

  • 272 서 정 은

    마디 13-14의 성부진행을 축약한 악보

    마디 19-22

    마디 19-22의 성부진행을 축약한 악보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73

    마디 80-81

    마디 81-82의 성부진행을 축약한 악보

    IV. 나가면서

    이 글은 ‘비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를 탐색하는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시도에서 출발하였다. 단성부로 이루어진 음악에 내재된 다성적 텍스처,

    그리고 단순한 호모포닉 텍스처의 외양 안에 실제적으로 내재된 폴리포닉

    텍스처를 찾는 작업을 통해 ‘대위’의 개념이 어떤 특정양식(이른바 대위법

    적 양식)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매우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임을 고

    찰하려는 것이 이 글의 한 가지 의도였다.

  • 274 서 정 은

    나아가 이러한 양상이 어떤 특정 시대의 고유한 작곡기법이 아니며, 서

    양음악사에서 다성음악(성부가 여럿이라는 의미의)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다양한 성부관계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통해 20세기 음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견되는 비대위적 텍스처 안의 대위의 음악사적 연속성을 밝히

    고자 했다. 교회선법, 조성, 비조성 등의 음고체계 또는 작품양식의 변화

    와 무관하게, 음악사의 여러 시대를 관통하여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한 성

    부작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전 시대의 작곡가들이 주로 음고와 음역의 차이, 즉 음높이를 통해

    단성부로부터 다성부를 이끌어 내거나 호모포니 속에 폴리포니적인 성부

    의 독립성을 만들어냈다면, 20세기 이후의 작곡가들은 음고 외에 새롭고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대위를 창출한다.

    진은숙의 경우 동일한 음역 안의 동일한 음고들에 액센트와 스타카토

    등의 아티큘레이션과 다이내믹을 사용해 단성부 안에 다성적 구조를 조성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가하면 베리오는 성악가의 음성 뿐 아니

    라 감정표현과 텍스트라는 세 가지의 층(layers)을 동시에 진행하게 함으

    로써, 한 사람의 목소리라는 단성부의 한계로부터 3성부를 끌어내고 있다.

    또한 트럼펫의 대선율을 또 다른 어떤 악기가 아니라 피아노의 공명에 맡

    기기도 한다. 호소가와의 곡에서는 플루티스트가 악기연주와 노래를 동시

    에 함으로써 다성부를 형성하기도 한다. 미크로폴리포니라는 대표적 작법

    을 지닌 리게티는 또 다른 작품들에서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호모포니 구

    조 속에 폴리포니를 만든다. 그러나 이 다양한 현대작곡가들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작곡적 사고는 오래전의 음악사로 거슬러 올라가 그 뿌리를 찾

    을 수 있다.

    역사적 맥락 위에서 새로운 오늘을 바라보는 것은 때로 유익한 관점을

    제공해준다. 20세기음악이 과거와의 단절로서만, 또는 단절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모종의 연속성 안에서 이해되고 파악될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음악에 대한 보다 친숙한 접근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 20세기 음악에 나타난 대위의 양상들 (Ⅲ) 275

    한글검색어: 20세기 음악, 대위, 호모포니, 폴리포니, 텍스처, 바흐, 쇼팽,

    리게티, 진은숙, 베리오, 슈니트케, 도시오 호소가와

    영문검색어: 20th-century music, counterpoint, homophony,

    polyphony, texture, Johann Sebastian Bach, Frédéric

    François Chopin, György Ligeti, Unsuk Chin, Luciano

    Berio, Alfred Schnittke, Toshio Hosokawa

  • 276 서 정 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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