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황유미 *·남기춘 ** ·강명윤 * (* 고려대학교 언어과학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황유미·남기춘·강명윤 . 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 『언어청각장 애연구』, 2001, 제 6 권 , 제 1호 , 131-159. 본 연구는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화시적인 대명사 와 조응적인 대명사의 처리를 살펴보기 위하여 실시되었다. 인칭대명사와 지시대명사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각각 화시적인 대명사와 조응적인 대명사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 실험을 통해서 실 어증 환자들은 화시적 대명사를 조응적 대명사보다 더 잘 처리하는 동일한 경향성을 보였다. 이러 한 실험 결과들은 실어증 환자들이 뇌손상으로 인해 문법적 언어처리에는 어려움을 보이지만 비언 어적인, 세상지식과 관련된 화시적 대명사의 처리는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 해준다. 또한 이러한 실험결과를 통해 대명사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화시와 조응의 처리가 구분되어 있음을 시사 한다. Ⅰ. 서 론 대명사는 명사나 명사구를 대신하여 쓰이는 문법범주이다. 대명사가 사용되는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언어적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경우와 언어외적 요소가 개입된 맥락에서 사용하는 경우이다. 본 논문에서는 전자의 경우를 조응적(anaphoric) 지시기능으로 후자의 경우를 화시적인(deictic) 지시기능으로 재분류하였다. (1) 철수i는 영수j 가 그 i 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화를 냈다. (2) 지훈i이가 경은j 이를 자 기 i 가 있던 방으로 안내했다. (3) 철수가 나에게 책i을 사주었다. 그 책 (그 것 i ) 은 재미있었다.(아래첨자 I, j 는 동지표됨을 표현한 것이다) (4) 수진이와 미선이는 전화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수진: 너 (는) 오늘 학교에 갔니? 미선: 아니, 나 (는) 오늘 학교에 안 갔어. (5) 아버지가 연희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연희야, 그 것 좀 다오. 연희: 이 거 요? 언어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대명사란 어떤 명사나 명사구가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이미 알려 졌을 경우, 그 명사를 반복하여 사용하지 않고 대신 가리킬 때 사용된다. 선행 문맥에서의 언어 표 현을 되풀이하여 가리키는 것이므로 언어표현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위에서 제시된 예문 (1), 교보문고 KYOBO Book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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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 CSD(*고려대학교 언어과학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황유미·남기춘·강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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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황유미*·남기춘**·강명윤*(*고려대학교 언어과학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황유미·남기춘·강명윤 . 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 『언어청각장
애연구』 , 2 0 0 1, 제6권 , 제 1호 , 13 1- 15 9 . 본 연구는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화시적인 대명사
와 조응적인 대명사의 처리를 살펴보기 위하여 실시되었다. 인칭대명사와 지시대명사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각각 화시적인 대명사와 조응적인 대명사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 실험을 통해서 실
어증 환자들은 화시적 대명사를 조응적 대명사보다 더 잘 처리하는 동일한 경향성을 보였다. 이러
한 실험 결과들은 실어증 환자들이 뇌손상으로 인해 문법적 언어처리에는 어려움을 보이지만 비언
어적인, 세상지식과 관련된 화시적 대명사의 처리는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 해준다. 또한
이러한 실험결과를 통해 대명사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화시와 조응의 처리가 구분되어 있음을 시사
한다.
Ⅰ. 서 론
대명사는 명사나 명사구를 대신하여 쓰이는 문법범주이다. 대명사가 사용되는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언어적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경우와 언어외적 요소가 개입된 맥락에서
사용하는 경우이다. 본 논문에서는 전자의 경우를 조응적(anaph or ic) 지시기능으로 후자의 경우를
화시적인(de ictic) 지시기능으로 재분류하였다.
(1) 철수i는 영수j가 그 i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화를 냈다.
(2) 지훈i이가 경은j이를 자기 i가 있던 방으로 안내했다.
(3) 철수가 나에게 책i을 사주었다.
그 책 (그것 i )은 재미있었다. (아래첨자 I , j는 동지표됨을 표현한 것이다)
(4) 수진이와 미선이는 전화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수진: 너 (는) 오늘 학교에 갔니?
미선: 아니, 나 (는) 오늘 학교에 안 갔어.
(5) 아버지가 연희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연희야, 그것 좀 다오.
연희: 이거요?
언어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대명사란 어떤 명사나 명사구가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이미 알려
졌을 경우, 그 명사를 반복하여 사용하지 않고 대신 가리킬 때 사용된다. 선행 문맥에서의 언어 표
현을 되풀이하여 가리키는 것이므로 언어표현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위에서 제시된 예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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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3)은 선행 문맥에서 제시된 명사를 대명사가 다시 되받고 있다. 각각의 대명사 그 , 자기 , 그
것(그 책) 은 각각 문맥 내에서 동지표(coin dex)된 명사를 선행사(ante ce dent)로 취하고 있다. 이
선행사는 문장 내에 있을 뿐만 아니라 (3)에서 보듯 선행 문장에도 존재할 수 있다.
언어외적 표현의 상황에서 사용되는 대명사란 선행 문맥 속의 언어표현을 되받는 상황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쓰이는 것이다. 언어표현에 의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황 맥락을 통해 대명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된 예문 (4) , (5)는 대화 상황에서 직접적
으로 가리킬 수 있는 경우를 나타내고 있다. 예문 (4)에서 대화 참여자들은 너 와 나 가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예문 (5)에서도 동일하게 그것 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대화 참여자들은 알
고있는 것이다.
국어의 대명사 체계는 전통문법이나 구조주의 문법서에서는 대개 1인칭, 2인칭, 3인칭, 부정
칭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서정수, 1996). 국어의 대명사 체계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표 - 1> 대명사 갈래
갈 래 인 칭 대 상 보 기
정칭대 명사
1인 칭 말하는 이 나 , 저
2인 칭 말듣는 이 너 , 당신 , 임자 , 그대
3인 칭제 3의 인물
사물
그 , 그이 , 저이 , 그애 , 이양반
그 것 , 이것 , 여기 , 저기
재귀대 명사 각 인칭사람
사물
자 기 , 자신 , 저 , 당신 , 서로
자체
부정칭대명사 3인칭사람
사물
누구 , 아무
무엇 , 어디 , 언제
의문대명사 3인칭사람
사물
누구
무엇 , 어디 , 언제
출처: 서정수(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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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으나 본 논문에서는 서정수(1996)를 기준으로 삼되 재귀대명사 에 관한 설정
은 달리하기로 한다(<표 - 1> 참조).
본 논문에서 언급할 인칭대명사와 지시대명사란 <표 - 1>에서 정칭(定稱)대명사의 범주에
속한 것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1, 2 , 3인칭 대명사를 말하고 3인칭 가운데 사물을 지시하는 대명사
를 지시대명사로 간주하였다. 특히 인칭대명사의 경우는 대표적인 형태인 나 와 너 , 그 , 자기 에
국한하였고 지시 대명사의 경우는 이것/그것/저것 이나 여기(이곳)/거기(그곳)/저기(저곳) 이외에
이- /그- /저- 에 명사가 결합된 형태도 포함하였다.
우선적으로 인칭대명사 내에서 1인칭( 나 )과 2인칭( 너 )은 화시적 기능이 지배적인 것으로 3
인칭( 그 )은 조응적 기능이 지배적인 것으로 분류하였고, 3인칭 재귀대명사 자기 의 경우는 화시적
인 기능과 조응적 기능이 혼재된 중간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지시대명사의 경우는 이- 0)와
저- 는 화시적 기능이 지배적인 반면에 그- 는 화시적인 기능과 조응적인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
다. 화시적 성격의 이- /그- /저- 와 조응적 성격의 그- 로 나누어 위치를 설정해 보았다. 아래의 <
그림 - 1> 및 <그림 - 2>와 같이 도식하여 볼 수 있다.
인칭대 명사
화시 적 (de ic tic )
조응 적 (an apho ric )
1, 2인칭
3인칭
나 / 너 자기
그
<그림 - 1> 인칭대명사
지 시대명 사
화시 적 (de ic tic )
조응 적 (an apho ric )
이 - / 저 - / 그 d-
그 a -
<그림 - 2> 지시대명사
0 이- 와 관련하여 이- 의 조응적 현상을 다룬 연구가 있으나 조응적인 이- 는 그- 의 조응성과 비교해 볼 때
성격이 다르며 조응의 이- 가 쓰이는 환경 또한 제약이 많으므로 본 논문에서는 이- 를 화시적인 기능이 지
배적인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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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생성문법적 측면에서는 3인칭 재귀사 자기 와 3인칭 대명사 그 를 결속이론으로 설
명하고 있다. 결속이론에서는 선행사의 개념을 결속에 의하여 파악하고, 그 결속관계의 가부에 관
한 영역은 지배범주의 개념에 따라 규정한다. 대용사, 대명사류, 지시표현은 각각 다음의 결속원리
를 갖는다.
결속원리
(A) 대용사(an aph or )는 그 지배범주의 내부에서 결속되어야 한다.
(B) 대명사류(pr on oun)는 그 지배범주의 내부에서 자유로와야 한다.
(C) 지시표현(r e fer ential expr ess ion)은 자유로워야 한다.
재귀사 자기 는 대용사에 속하는 범주로 결속원리 (A)를 만족해야 하고, 대명사 그 는 결속원
리 (B)를 만족해야 한다. 즉, 자기 와 그 는 결속의 영역만 달리하는 것으로 구조적으로 둘 다 조응
적 기능만 가지는 것으로 본다. 생성문법의 설명을 따르면 <그림 - 1>의 인칭대명사에서 자기 와
그 는 아래 <그림 - 3>과 같이 도식되어야 할 것이다.
조응 적 (anapho ric )
자 기 - 결속 원 리 (A ) 만족
그 - 결속 원 리 (B ) 만족
<그림 - 3> 자기 대 그
이런 분석에 의면 자기 와 그 의 수행정도는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
했듯이 본 연구에서는 자기 가 조응과 화시의 중간자적인 것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Kuno(1987)의
직접담화관점(Dir e ct Dis cour s e P ers p ectiv e)에 근거한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3인칭 재귀사
자기 의 경우, 직접화법 견지에서 보면 결국 대화 참여자인 나 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아래의 예문
을 살펴보자.
(6) 수진이는 철이에게 자기가 그곳에 가겠다고 말했다.
수진이가 철이에게 내가 그곳에 가겠어 라고 말했다.
위의 예문에서 자기 는 곧 수진 을 가리킨다. 결국 자기 는 화자와 동일시를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위에서 주장한 자기 의 화시적인 속성을 반영하는 것이다1).
1 Kuno(1987)에서는 이러한 직접담화관점과 연관된 자기의 여러 가지 성격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주어편향성, 인지전달성(logophoricity), 공감도(empathy) 등이다. 인지전달성의 경우 다음과 같은
예문이 있다.
(가) 영이i는 순이j한테 (로부터) 자기i/ j가 암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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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본 실험의 목적은 실어증 환자들의 화시적인 대명사와 조응적인 대명사 처리에 있어 각각의
차이점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실시하였다. 특히, ( 1) 실어증 환자의 사례를 통하여 과연
화시적인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의 판별 사이에 차이점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와 (2) 자기 를 순수
하게 조응적인 현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화시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검증하고자 하였
다. 화시적인 현상은 언어외적 요소가 개입된 현상으로 조응적인 현상을 언어적인(언어표현 의존
적, 문법적) 현상으로 구분할 때 실어증 환자들은 조응적인 대명사를 선별적으로 더 못할 것으로
예견된다. 즉, 뇌손상으로 인해 문법적 언어처리는 잘 못하지만 비언어적인, 세상 지식과 연관된 화
시적 대명사의 처리는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자기 의 경우 화시와 조응이 섞여있는 중간위치
로 설정하였는데, 문법적 처리가 어려운 실어증 환자의 경우 자기 를 그 보다 더 잘 처리한다면, 이
것은 자기 가 가지는 화시적인 속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동일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가운데에서 인칭과 지시 대명사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Ⅱ. 실 험
본 실험의 목적은 실어증 환자들이 화시적인 대명사와 조응적인 대명사를 처리하는데 각각
의 차이점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실시되었다. 선행연구로 김가영 외(1999)에서는 실어
증 환자를 대상으로 인칭대명사와 지시대명사의 처리를 살펴본 바 있다. 건망성실어증 환자와 이
해성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하였는데 각 환자의 경우에서 인칭대명사와 지시대명사
간에 이중해리(double dis s ociation)2)를 밝힘으로서 두 대명사의 처리 기제가 독립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었다. 그러나 환자들의 오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시대명사에서 유독 그- 에
대한 처리를 잘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환자들이 처리하지 못한 그- 는 단순히 발화 상황
내에 존재하는 지시물을 가리키는 화시적인 대명사 그- 가 아니라 선행 문맥에서 이미 언급된 것
을 지칭할 때 쓰이는 조응적 대명사의 그- 였다. 또한 실험 재료에서 인칭대명사는 1인칭과 2인칭
에만 국한하였고 지시대명사는 이, 그, 저 가 결합된 형태로 기능에 관계없이 만들었기 때문에 인
(자기 = 영이, 또는 순이)
(나) 영이i는 순이j에게 자기i/ * j가 암이라고 말했다.
(자기 = 영이, *순이)이러한 두 예문의 차이는 결속이론만 가지고 자기 와 관련된 모든 현상을 적절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의
미한다. 필자들은 이들 주어편향성, 인지전달성, 공감도 등이 자기 의 화시적 속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이
와 관련된 예들이 실험재료로 이용하였다.
2 이중해리 현상이란 피험자A와 B에게 과제a와 b를 실시했을 때 피험자A는 과제a는 잘하고 b는 잘못하는 현
상을 보인 반면 피험자B는 과제a를 못하고 b는 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이런 경우 과제a와 b의 처리기제
는 독립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피험자A와 B가 동일하게 과제a는 잘하고 과제b를 잘못했다면 이런
경우 과제a와 b의 처리기제가 독립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과제a의 영향으로 과제b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
다. 따라서 두 피험자에게 두 과제에 대해서 반대 결과가 나왔을 때 두 과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적인 처리 과정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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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대명사에서 3인칭을 첨가하는 후속연구가 요구되었다. 언어학적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인칭대
명사 내에서도 1인칭과 2인칭은 3인칭과 달리 직접 가리키는 화시적인 성격이 두드러진 대명사로
파악되고 3인칭의 경우는 생성문법적 견지에서 이미 언급된 요소를 선행사로 다시 받는 조응적인
대명사로 결속이론으로 많이 연구된 바 있었다(김광희, 1992 ; 성광수, 198 1, 장석진, 1984 ; 홍순
성, 198 1, 1986). 또한 지시대명사의 경우도 발화상황 내에서 직접 가리킬 수 있는 화시적 기능의
이- , 그- , 저- 와 이미 언급된 것을 다시 받는 조응적 기능의 그- 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화시적인 현상을 언어외적인 요소가 개입된 현상으로 조응적인 현상을 언어내적인(언어표현
의존적, 문법적) 현상으로 구분할 때 실어증 환자들은 조응적 대명사를 선별적으로 더 못할 것으로
예견된다. 다시 말해서 화시적 인칭대명사 1, 2인칭 대명사와 지시대명사 이- , 그- , 저- 를 가장 수
월하게 처리할 것이고, 화시와 조응적인 중간에 위치한 인칭대명사 자기 를 그 다음으로, 조응적인
3인칭 대명사 그 와 지시대명사 그- 를 가장 어려워할 것으로 가정하였다. 왜냐하면 뇌손상으로
인해 문법적인 언어처리는 잘 못하지만 비언어적인, 세상지식과 연관된 화시적 대명사의 처리는 가
능할 것으로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화시적 대명사 가운데에서 인칭과 지시 사이에 차
이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마찬가지로 조응적 기능의 대명사 내에서도 인칭과 지시에 따른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논문의 실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세 가지 실험을 실시하였다.
실험1인 1, 2인칭 관련 실험으로 나/너 관련 문항으로 구성되었고, 실험2는 자기 와 그 관련 문항
으로 구성되었으며, 실험3은 지시대명사 관련 실험으로 화시적으로 쓰인 이- ,그- ,저- 와 조응적인
그- 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었다. 세 실험은 각기 다른 날짜에 4번에서 6번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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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 사례를 통한 화시적 대명사와 조응적 대명사 연구
1. 실험 1
실험1은 1, 2인칭 화시적 대명사 처리를 살펴보기 위해 실시되었다. 실어증 환자들은 화시적
인 대명사의 처리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하였다.
가 . 방법
(1) 피험자
총 6명의 뇌손상 환자를 피험자로 하여 실험이 진행되었다. 두 명의 브로카실어증 환자와 두
명의 건망성실어증 환자, 한 명의 말실행증 환자와 한 명의 우반구 환자3)가 피험자가 되었다. 다양
한 피험자를 선정함으로서 환자간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각각의 병변 및 병명, 증상
은 아래와 같다.
. 건망성실어증 환자 S
57세의 남자로 대졸학력을 지닌 회사원이었으며 서울 말씨를 사용하고 오른손잡이었다. 평소
고혈압의 병력은 없었으나 1995년부터 당뇨병으로 투약중이었으며, 1998년 8월 1일 갑자기 발생
한 우측 편마비와 실어증으로 응급실을 통해 내원하였다. 발병당시 촬영한 뇌자기공명영상(MRI)에
서 좌측 뇌의 중심 반난원(centr um s emiovale ) , 뇌실주위 백질(p er iv entr icular white matt er ) , 미
핵 두부(caudate nucleus h e ad), 내포의 전각(anter ior limb of in tern al caps ule ) , 기저핵(b as al
g anglia) , 도(ins ula) , 측두엽 전각(anter ior tip of th e temp or al lob e)에 광범위한 급성 뇌경색과
함께 출혈성 전이(h emmorrh agic tr ans for mat ion)가 함께 발생한 소견을 보였다. 자기공명뇌동맥
조영술에서는 좌측 경동맥, 전뇌동맥과 중뇌동맥의 분절에서 혈관이 좁아진 사실이 관찰되었다.
환자 S는 급성기 약물치료후 상태가 안정되어 1998년 8월 12일 재활의학과 언어치료실에서
한국어판 Wes t ern Aph as ia Battery (K- WAB)를 이용해 1차 언어평가를 받았다. 이 검사에서 자발
적인 발화는 15/ 20점으로 긴 문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만 낱말찾기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