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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자책을 여러분의 벗들과 나누시렵니까?cfs8.blog.daum.net/attach/18/blog/.../59/...korean.pdf · 3. 증오의 악순환 끊기 36 4. “너를 핍박하는 자를

Sep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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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iahiddle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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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자책을 여러분의 벗들과 나누시렵니까?

원하시는 대로 벗님들에게 보내십시오.

다만 원문을 부분 변경하거나 훼손하지는 마십시오.

만약 본 책을 방대한 발행을 위해 대량 복사하거나 뉴스나 잡

지류에 재출판하기 사용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제한 조건이

있음을 아시길 바랍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 책을 재출판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다음 크레디트 라인을 기입하셔야 합니다.

“Copyright 2007 by Plough Publishing House. Used

with permission”

이 전자책은 플라우 출판사의 출판물입니다.

Plough Publishing House,

Farmington, PA 15437 USA (www.plough.com)

Robertsbridge, East Sussex, TN32 5DR, UK

(www.ploughbooks.co.uk)

Copyright © 2007 by Plough Publishing House

Farmington, PA 15437 US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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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들어가는 말 9

서언 - 저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가? 12

1. 원한과 쓴뿌리 16

2. 사랑으로 증오 극복하기 23

3. 증오의 악순환 끊기 36

4. “너를 핍박하는 자를 축복하라” 46

5. 용서와 정의 62

6. 화해가 불가능할 때의 용서 76

7. 일상생활과 용서 84

8. 부부간의 용서 104

9. 학대하는 부모 용서하기 119

10.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138

11. 책임을 받아들이기 149

12. 하나님 용서하기 159

나오는 말 - 모든 것을 새롭게 171

부록: 잃어버린 기술 용서 학습교재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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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을 쓰려고 처음 펜을 들었을 때 제 마음에는

한번 저의 신념을 검증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

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짓누르는 쓴뿌리가 아무

리 힘겹게 보일지라도 용서를 통해서 다 해결할 수 있다

는 신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삼 년이 흘렀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크게 감격해서 편지

를 보내 주셨고, 그 결과 여러 나라에서 번역판이 출판

되었습니다. 한국어판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참된

자유를 맛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좌절 가운데 주저앉아

도저히 안 될 일이라며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솔직히, 용서를 말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

운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이론적인 토론을

피하고 실제 용서를 경험한 사람들로 스스로 말하게 한

의도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용서를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용서를 실천해 상처를 극복한 사

람들일 것이고,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 그러한 사람들

인 것입니다.

책장을 넘겨 가면서 알게 되겠지만, 이들 주인공들

중 대다수가 용서로 가는 길에 넘어서야 했던 상처들은

누구나 흔히 겪게 되는 그런 종류의 것들은 아니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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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기에 살인과 학대와 배반 그리고 전쟁으로 찢겨

진 마음의 상처를 극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마음에

더 와 닿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또한 우리

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사소하게 부닥치는 일상의 아

픔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역시 똑같이 중요하게 여

겨져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 가운데 잔인한 범죄로 인

한 아픔을 헤쳐나가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험담이나 비판 그리고 원만하지 못

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

기는 상처와 분노를 그대로 방치한 채 살아갈 수는 없

는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수

백 명이 시간을 내서 이 책이 각자에게 얼마나 감동으

로 다가왔는지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많은 분들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한

국의 독자들에게도 이런 열매가 맺혀지길 바랍니다. 여

러분 가운데 또 한 사람이 복수심과 원한을 털어버리기

로 결단한다면, 우리는 거기서 용서의 능력을 신뢰할 새

로운 이유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용서는

더는 결코 ‘잃어버린 기술’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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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Foreword

만약 당신에게 권총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로저에게 대답은 간단했다. 총을 사용한 것이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기회만 주어지면 다시 사용할

거라며 분노를 토해냈다.

로저는 자신의 딸을 죽게 한 사람에 대한 사그라들

지 않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다. 딸 사라는

자전거를 타다가 술 취한 사람이 몰던 차에 치어 손쓸

기회도 없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던 것이다. 기사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결국 사건

은 그 기사를 과실치사 혐의로 감옥에 보내는 것으로 마

무리되었다. 그러나 로저에게 이 사건은 그렇게 끝날 수

없었다. 결국 그 범인이 출소하는 날 로저는 총을 쏴서

그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이젠 거꾸로 로저가 살인미수혐의로 체포되고 말았

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인을 의도했던 로저는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었다. 배심원들은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

는 그 기사에게 어떤 반감을 느꼈던지, 만장일치로 로저

에게 무죄 선고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로저는 감옥생활

을 면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내가 로저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두 사람

은 쉬지 않고 딸을 죽인자에 대한 복수만을 생각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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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로저에게 물었다. 그 살인

자가 총에 맞아 고통 속에 쓰러지는 것을 본 것으로 만

족할 수 없느냐고. 로저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대

답했다. 그자가 죽는 것을 보지 않는 한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의 아내에게 어떻

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부인의 대답은 나를 더

놀라게 했다. “남편이 그자를 죽이게 놔두지 않을 거예

요. 그렇게 되면 제가 죽일 수 없으니까요. 제 손으로 직

접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요. 그래서 제 눈으로 그자가

죽는 것을 직접 봐야겠어요. 그리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싶어요.”

이 부부와 함께 대화하는 동안 두 사람의 고통과 분

노가 나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겪은 아픔을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그 살인자가 받은 그 정도의 형벌로는 정의가 실현된 것

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살인자가 보여준 도덕적 무감

각과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뻔뻔함은 나도 치가 떨

릴 정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하

는 것은 이런 분노가 두 사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

이라는 사실이었다. 딸의 죽음을 통해 한 번의 지옥 같

은 고통을 경험한 이들 부부는 이번엔 복수심과 분노 때

문에 다시금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들은 하루하루 증오와 쓴뿌리라는 치명적인 암에 병들

어 갔다. 과연 딸 사라가 부모님이 이렇게 되길 원했을

까? 분노와 원한을 통해 그 살인자의 삶이 아니라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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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삶을 망치면서 살아가는 것을 말이다.

과연 로저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용서를 배울 수 있

을까? 자신들을 괴롭히는 쓴뿌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이 과연 가능할까?

이 책에서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는 이런 질문에

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 책은 상상도 못할 어려움 가

운데서도 자신들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을 용서하여 평

화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폭탄 테러 사건

에서 딸이 죽임을 당한 고든 윌슨이나 월남전의 참혹한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홉 살짜리 소녀, 판

티킴푹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또한 서로 증오할 정도로 다투는 남편과 아내,

외도로 관계가 깨진 부부들, 그리고 부모에게 학대받은

자녀들의 이야기 등, 가정문제와 연관된 용서의 이야기

들도 담고 있다.

아놀드는 이런 이야기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판단 없

이 풀어 나가고 있다. 이 책의 사연들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며 도전을 준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사람은 누

구라도 아무런 변화 없이 예전처럼 살아갈 수가 없을 것

이다.

이 책을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어

렵다고 느끼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 스티브 초크

Steve Chal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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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언 Prologue

저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가?

한가지 변함없는 법칙이 있다 ….우리가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 용서하지 않는 한은 어떤 치유도 없다는 것이다. - 알란

패턴

1995년 9월 어느 날 아침,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

던 중, 대낮에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가 유괴당했다

는 기사를 보고 큰 충격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며칠 동

안 사건의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유괴 사건이 보도된 후 일주일이 못되어, 그 아이는

주립 교도소에서 몇 백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숲 속에

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범인이 그 아이를

강간한 후 살해했다고 밝혔다. 더 놀라운 것은, 경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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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한 범인이 그 아이가 잘 알고 지내던 이웃 사람이라

는 사실이었다.

여론의 반응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했다. 이 범인을

사형시키라는 주장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사형집행

에 관한 새로운 주 법령 하에서 그 자는 1순위 사형 대

상자였다. 지방검사는 시체를 숨긴 장소를 알려 주는 대

가로 그 자에게 최대한 20년 정도까지 형량을 감해 주

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딴 소리를

했다. 그 변호사는 아이의 사체를 찾기 위해서라면 악마

와도 계약을 했을 거라고, 그리고 자신은 최근 뉴욕 역

사에서 최초로 살인자를 사형대로 보내는 지방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신문에서 인터뷰한 시민들은

심지어 그 범인을 거리에 놓아주면 자기들이 직접 ‘처

리해 주겠다’고까지 분노를 표현했다.

사람들의 이런 분노가 충분히 납득이 가긴 했지만,

과연 비탄에 잠긴 희생자의 가족에게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나는 목사로서 어떻게 해야 하

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공동체의 대표를

보내고, 아이 부모에게 꽃을 전달했다. 또 그 가족들을

만날 생각까지도 해 보았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여전

히 무겁기만 했다. 아무래도 그 범인을 만나 봐야만 할

것 같았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인 그자를 만나서 스스

로 자신의 끔찍한 행동을 깨닫고 회개하도록 설득해야

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의도를 사람들이 완전히 오해하지는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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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 볼 것이 뻔했지만, 그

를 만나야 한다는 결심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몇 달 후, 나는 주립 교도소에서 수갑도 차지 않은 살인

자와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그자와 함께 했던 몇 시간

은 나의 마음을 깊이 흔들어 놓았고, 해결되지 않은 많

은 의문점들만을 내게 안겨 주었다. 사실 이 의문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다.

왜 우리들은 이 사람을 용서해야만 하는가? 용서한

다고 그 사람이 변할까? 먼저 그 사람이 후회하는 모습

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사람이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자격이 있는가?

그 사람이 내게 해를 끼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그를 방문하고 몇 개월 후, 이 살인자는 결국

법정에서 자기가 죽인 아이의 가족을 대면해야만 했다.

주 법정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적의에 찬 분

위기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선고

한 후에,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이제 감옥에서 맞이할 지옥이 나중

에 영원한 지옥에서 당할 고통의 맛보기가 되기를 바라

오.”

그리고 피고에게 마지막으로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의 부모에게, 그가 초래한 고

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그리고 날마다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하겠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방청객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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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서 분노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나 자

신에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정말이지, 저런 사람도 용서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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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한과 쓴뿌리

복수하기로 마음먹은 자는 무덤을 두 개나 파는 격이다. -

중국속담

용서는 평화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용서

는 하나의 신비이다. 우리가 용서를 추구하지 않

으면 용서는 우리에게서 숨어버릴 것이다. 이 책은 용서

에 대한 무슨 신학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

가에게 용서하는 법을 일러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

지 용서가 왜 필요한지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

길 바랄 뿐이다.

용서는 가능하다.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당신

을 용서의 문 앞으로 인도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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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일은 당신의 몫이다.

용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C.S. 루이스는 용서란

인간적인 공평함을 넘어서서, 절대로 그냥 봐줄 수 없는

문제들을 너그럽게 용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1 어떤

면에서 용서는 죄의 대가에서 면제해 주는 것 이상의 일

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책임을 면제해 준다고 하는 것은

그의 실수를 눈감아 주고, 그것에 대해 벌하지 않는 것

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용서를 말할 때는, 실패나

죄를 용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죄인까지도 감

싸주고, 다시 일으키고, 회복시켜 주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의 용서가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

다. 하지만 일단 화해의 손을 내밀 때, 우리는 분노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깊은 상처자국까지 없어지길 바

랄 수는 없겠지만, 그 상처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악행들이 지워지지 않

고 불현듯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되살아나면서, 그것은

원한이 돼 버리고 만다. 원한을 가지게 된 원인이 실제

적이든 상상에 의한 것이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일단 원한이 생기면 원한은 서서히 우리 자신을 삼켜 버

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말 것이다.

우리는 주변 곳곳에서, 쓴뿌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게 과거의 일들을 기억한 채, 자기 연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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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들은 자신들이 당한 모든 억울한 일들을 샅샅이 기억하

고 있으며, 틈만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입은

상처가 얼마나 큰지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겉으로는 안

정되고 침착한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내면은 억

눌린 증오로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분노에 대해 변명

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자기들은 너무 깊이, 그리고 너

무 많이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용서해야 할 사람에서 제

외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누구보다도 용서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이들의 마음은 깊

은 증오심으로 가득 차서 사랑이 파고 들어갈 자리가 없

는 것이다.

한 이십 년쯤 전에, 아버지와 나는 이런 문제로 고민

하던 한 여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 당시, 남편이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였는데도, 그녀의 마음은 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세상적인 눈으로 볼 때, 그녀는 나무랄 데

없는 삶을 살아왔다. 단정하고, 세심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유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

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몇 달간의 상담 후에, 그 차

가움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용서하지 못하는 마

음때문이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하나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커다란 상처는 없었지만 수없이 많은 조그만 상처

들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쓴뿌리는 단지 삶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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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남을 해치며 또한 자신까지도 해칠 수 있다. 의

도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원한을 품는 것은 자신의 영

혼에까지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다. 쓴뿌리는 또한, 악으

로 향하는 문을 열어 젖히고는 결국 상대를 죽이고 싶다

는 생각으로까지 우리를 몰아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

라, 분노는 우리의 기도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예

수께서 ‘제단에 제물을 드리기’전에 먼저 다른 사람

들과의 분쟁을 해결하라고 명령하신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원한을 품고 있다면 하루종일 기도를 한다해도

하나님께 이르는 문은 굳게 닫혀 있을 것이다.

쓴뿌리는 우리의 영혼을 파괴하고, 우리의 육체까지

도 해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위궤양이나 편두통을 일으

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원한이 불면증과 관

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의학자들은

분노가 심장발작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분

을 삼키고 억누르는 사람은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화를

풀어 버리는 사람보다 훨씬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한번은 삼촌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받아왔던 브렌

다라는 자매를 상담한 적이 있었다. 이 자매가

극악무도한 자에게 무고하게 희생당했다는 것은 분명했

지만, 불행이 지속된 데에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녀

자신의 책임도 없지 않았다. 용서하기 위한 내적인 힘을

모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수도 없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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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말도

못하며 학대하던 삼촌이 매일 가져다주는 술에 젖어 살

아왔던, 이 가련한 여자는 절망적으로 내게 울부짖었다.

지금까지 브렌다는 집중적인 심리 상담과 여러 가지 많

은 도움을 받아왔다. 좋은 직장과 도움을 주는 친구 등,

치료를 돕기위한 모든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브렌다는 안정을 찾지 못했고, 폭소

를 터뜨리다가는 곧 구슬프게 우는 등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거기다가 하루는 폭식을 하다가도 다

음 날엔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기도 하고, 또 술을 병

째 연달아 들이키기도 했다.

이 불쌍한 여자는 아마도 내가 도우려고 했던 사람

중에 가장 힘든 경우였을 것이다. 나는 조금이라도 죄

책감으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면서 상담

을 했다. 그리고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그녀만이 자신

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브렌다가 자신을 학대한

삼촌을 용서하는 것을 배우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피해

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타깝지만 우리의 모든

노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분노와 당혹감으로,

브렌다는 자신을 절망 속으로 점점 깊이 밀어 넣었고,

결국은 자살을 기도한 뒤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성적 학대로 입은 상처는 오랜 세월이 지나야 없어

지며, 종종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생 동안 고통으로 시달리거나 자살로 문제

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브렌다와 같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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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에 처한 많은 사람 가운데 용서를 통해 자유와 새로운

삶을 발견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용서한다는 것은 잊어버리거나 눈감아 주는 것을 의

미하지 않는다. 또, 용서하기 위해서 꼭 가해자와 직접

만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의식적인

결단을 통해 증오하는 행위를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왜

냐하면 증오는 전혀 유익이 없으며, 암처럼 사람의 마음

에 퍼져 완전히 자신을 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나는 델라웨어에 사는 앤 콜만이란 부인

을 만났다. 그 부인은 내게 아들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들 다니엘도 용서하는 데 어려움이 있던 사람

이었다.

1985년 1월 제 딸 프란세스가 살해되었을 때,

저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로스엔

젤레스에 있는 조카가 제게 전화를 걸어 울먹이

며 말하더군요. “프란세스가 죽었어요. 총에 맞

아 죽었어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비명을

질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당장 켈리포니아

행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비행기에 앉아서 저

는 정말이지 그 범인을 죽이려는 생각까지 했어

요. 만약 제가 그 살인자를 만났고 총만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그자를 죽였을 거예요. 비행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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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내릴 때가 되자, 저는 하와이에서 날아오는 아

들 다니엘의 얼굴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이 되더

군요. 그 애는 육군 상사였어요. 살인을 하도록

고도로 훈련 받은….

다음 날 아침 우리가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말은 내 딸이 죽었다는 것

뿐이었고, 그 외의 것은 우리가 관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답답하게도 우리가 로스엔젤레스

에 있는 며칠 동안 수사는 별 진전이 없었답니다.

강력범죄 담당형사는 나흘 안에 범인을 잡지 못

하면 더는 체포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이더군요. “우리는 지금 이 구역 내에서만

도 수많은 살인사건을 처리해야만 합니다. 그렇

기 때문에 각 살인사건에는 4일밖에 할애하지 못

합니다.” 이 말에 제 아들 다니엘이 분개했습니

다. 경찰이 제 여동생의 살인범을 잡는 데 별 관

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총을 사러 나가려고 하

더군요.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었나 봐요.

그 뿐만 아니라, 경찰은 우리가 프란세스의 차를

찾으러 차고에 갔을 때에도 아무런 귀띔도 해 주

지 않았던 거예요. 경찰에 의하면, 총알이 동맥과

심장과 양쪽 폐를 관통했기 때문에, 그 애가 차

안에서 피를 많이 흘리며 죽었다고 하더군요. 일

요일 아침에 변을 당했고, 우리가 차를 인수한 것

이 목요일 오후 늦게였어요. 그러니 얼마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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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고약했겠어요. 그 역겨운 냄새가 다니엘을 떠

나질 않았고, 그 애는 가장 악랄하게 보복할 마음

을 먹게 되었지요.

그 후 이 년 반 동안, 다니엘은 자신을 망쳐 버

렸답니다. 그리고 저는 다니엘이 제 동생의 무

덤 바로 옆에 묻히는 것을 지켜 봐야만 했습니다.

그 애는 마침내 복수를 했던 거예요, 자기 자신에

게…. 저는 증오가 그 애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증오는 한 사람의 마음과 몸까

지도 완전히 빼앗아 가 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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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으로 증오 극복하기

그 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가로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

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

수께서 가라사대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할지니라. - 마 18:21-22

1987년 어느 날, 고든 윌슨과 그의 딸 마리는 손을

잡은 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쓰러져 있었다. 그

날 북아일랜드의 에니스킬렌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는

데, 고든과 마리는 이곳에서 열리는 평화적인 추도예배

에 참석 중이었다. 그 날의 폭파로 인해 고든의 딸과 여

러 민간인들이 사망했고, 예순 여섯 명이 부상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놀랍게도, 고든은 분노나 비난이 자

신의 딸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북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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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보복에 반

대의사를 표시했다. 폭탄 테러 이후 불과 몇 시간 뒤, 그

는 BBC방송국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저는 딸을 잃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찢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런 앙심도 품

지 않습니다. 아무런 원한도 없습니다. 그렇게 한

다고 제 딸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비극에 어떤 목적이 있느냐고 묻지 말아 주

십시오.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있다면, 하나

님의 계획이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

했다면 저는 아마 자살했을 겁니다. 이 일도 다

위대한 계획의 한 부분이지요. 언젠가 우리 부녀

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2

후에 고든은, 그 당시 자신이 했던 말은 딸의 죽음에 대

한 신학적인 해석은 아니었고, 단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것들이 무심결에 입 밖으로 나온 것뿐이

라고 말했다. 폭탄테러 사건 이후의 날들 동안, 고든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

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가 지칠

때마다 쓰러지지 않게 잡아주고, 암울한 시간을 지내는

동안 낙담하지 않도록 지탱해 주었다고 한다.

자기 딸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범들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든 자신도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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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처벌하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

고 주장도 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말을 곡

해하여 그가 복수하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조소

를 보냈다.

이런 악을 행한 자들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 심판은 제가 개인적으로 그들을 용서한

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혹, 제가 한 말

이 이런 테러범들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었다면, 제 잘못입니다. 허

나, 이들이 이 땅에서 법의 심판을 받는 것과는 상관없

이, 저는 한 인간으로서 용서를 나타내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최종적인 결정은 하나님께 있는 것입니

다. 3

고든이 딸의 느닷없는 죽음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용서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용서의 영향

은 그의 개인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적어도 일시적

으로나마 그의 말들은 살인과 복수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동인이 되었던 것이다. 지방 개신교의회 지도부가

고든의 용기에 느낀 바가 컸는지 보복행위를 중단하기

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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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은 할 수 없노라고

억지부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너무 어렵

고 감당하기 힘들다. 그건 성자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지 나같이 죄 많은 사람에겐 해당 안돼….” 또 이렇게

도 말한다. “그 동안 나만 너무 상처받아 왔어. 내 말을

사람들이 오해만 했어.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

아….”

그러나 일단 용서하기로 결심했다면 하나님께서 일

하실 수 있도록 길을 내드려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지

고쳐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실

제로는 다 맡기길 꺼리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하나님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뭔가를 해 보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렇게 하는 것은 그분의 면전에서 문을 닫아 버리고, 하

나님의 은혜와 자비에서 우리 자신을 끊어 버리는 것과

같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스티븐 맥도날드의 사연을 듣고

마음에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은 그가 한 용서의 행위를 초자연적인 의지력으로 이룬

업적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뉴욕 경찰관이었

던 스티븐은 1986년 센트럴 파크에서 세 명의 젊은이

를 탐문 조사하는 중에 총에 맞아 목 아래로 전신이 마

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스티븐은 결혼한 지 채 1년

도 되지 않았고 부인은 임신 2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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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에게 총을 쏜 세보드 존스는 할렘가에서 태어

나 자란 반면, 스티븐은 부유한 백인 거주 지역인 나소

출신이었다. 이 두 사람의 짧은 만남은 한 사람은 감옥

에 가고 또 한 사람은 평생 상대방에 대한 원한을 가지

고 사는 것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보드

가 출소하기도 전에 스티븐은 그 젊은이의 삶에 ‘평화

와 목적’을 주고 싶은 마음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티븐은 그때의 일을 이렇게 적고 있다.

병원에 누워 저는 왜 그 사람이 나를 쏘려고

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천장을 쳐다보면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에 생각되는 것은 저는 그 친구를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그 친구가

총을 허리춤에 차고 그 날 센트럴 파크로 오게 만

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에게 저는 정부를 대표하는 제복을 입은 하

나의 상징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들의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의 방세를 받아가는 집주인과 한통속인 정부, 그

리고 고급 주택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빈민구역을 정

해 놓고, 선량한 시민이든 마약업자든 범죄자든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몰아넣는 시 당국의 꼭두각시였을 것입

니다.

세보드에게 저는 희생양이자 적이었습니다. 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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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저를 한 사람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남편과 얼

마 후에 아버지가 될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세보드는 그들 세계에 퍼져있는 경찰에 대한 삐뚤어진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인종차별주

의자이고 폭력적이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맞서려면 무

기를 가지고 다녀라는 등. 그러기에 저는 세보드를 원

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를 그렇게 만든 그의 가족과 사

회 구조, 그의 부모가 자식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

게 만든 사람들, 우리 사회가 이미 세보드가 저를 센트

럴 파크에서 만나기 이전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몰아갔던 것입니다.

가끔 기분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저도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를 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저를 쏜 세

보드에게 분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럴 때보다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더 많습니

다. 저는 다만 그 친구가 삶을 되돌려 다른 사람을 해치

는 것이 아니라 도우며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친구

를 용서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인생의 목적과 평화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4

처음엔 답장을 꺼리던 세보드도 나중에는 편지를 보냈

다. 하지만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세보

드의 부탁을 스티븐이 거절하자, 이 편지 왕래도 중단되

고 말았다. 그러던 1995년 말, 세보드는 출소한 뒤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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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후에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현재 스티븐

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

고 있다.

몇 달 전, 나는 롱 아일랜드에 있는 스티븐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우선은 그의 온화한 태도와 반짝이

는 눈에 놀랐고, 또 그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

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휠체어에서 살아간다는 것

은 나이든 노인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일인데, 한참 활동

할 29살의 나이에 몸을 꼼짝 못하게 된다는 것은 참으

로 끔찍한 일일 것이다. 거기다가 호흡을 하기 위해 필

요한 의료 장비들, 한 번 안아 주지도 못하는 열 살 된

아들…. 스티븐 맥도날드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러나 그에게선 분노도, 비통함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차분히 자기의 마음을 꺼내 놓았다. 스티븐은

그 때의 사고를 호된 신앙의 시험이자 그를 하나님께로

더욱 가까이 이끌어 주고, 내면과 영원에 집중하도록 해

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고백했다.

처음엔 용서한다는 것이, 그저 주저앉아 있어

서는 안 되겠기에 택한,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

은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어

요. 그러나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제 자신도 악

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용서가 필요한 것은 바로 제 자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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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티븐은 용서가 무엇이며, 왜 가르쳐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하나님이 주신 사명

이라 여기면서, 정기적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그리

고 대학교 졸업식에서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

신이 경험한 용서의 행위와 이 용서의 나눔을 통해서 사

람들이 하나님을 다시 발견하길 소망하고 있다.

그 사건이 있고 11년이 지난 지금, 스티븐의 아내 패

티는 여전히 충실하게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날마다

두 사람은 장애자로서 부딪히는 현실과 부부생활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스티븐도 실의에 빠지려는 자신과 싸우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지쳐서 자살할 생각까지 한 적

도 있었다고 한다. 혹, 용서하는 것이 하나의 고통스런

싸움은 아니었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아니’라고,

‘오히려 하나님의 선물이자 은혜라고’ 대답했다.

심한 상처를 입었을 경우, 용서한다는 것이 쉬운 일

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고통의 심연 속에서도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사랑할 것인가, 아니

면 미워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정죄할 것인

가? 화해를 위해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복수할 것인가?

스티븐은 적의와 쓴뿌리를 마음에 품고 살아갈 수도 있

었다. 하지만 평화와 화해의 길을 선택했기에 지금의 모

습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스티븐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그는 간호원이 펼쳐 준 민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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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명언집에서 즐겨 읽던 구절 하나를 내게 읽어 주

었다. “용서란 가끔가다 하는 행동이 아니다. 용서는

‘영속적인 태도’이다.”5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어도 마땅하다고 여기는 그

런 사람을 용서한 사람이 있다. 크리스 캐리어는

열 살 되던 해, 이전에 부친을 위해 일했던 사람에게 유

괴를 당해 폭행을 당한 뒤, 죽게 버려지는 사고를 당했

다. 그 때의 일을 그는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1974년 12월 20일 금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

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하

는 날이어서 수업이 일찍 마쳤습니다.

오후 1시15분에 저는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앞에 거의 다 왔을

때였는데, 제 앞에 길을 가던 사람이 저를 안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을

아버지의 친구라고 소개하더니, 아버지를 위해

파티를 준비하는데, 가서 같이 장식을 도와 줄 수

있겠냐고 물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을 따라 그의 이동 주택차가 주차 되어 있

던 청소년 회관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차에 올라

가방을 내려놓고, 별 의심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차는 빠른 속도로 마이애미를 벗어나서 북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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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향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길에 이르자, 그는

차를 세우고는 방향을 잃었다고 말하더군요. 그

러더니 제게 지도에서 어떤 번호를 찾아 달라고

하고는 자기는 차의 뒤쪽으로 가는 거예요. 지도

를 뒤지며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뭔가 쿡쿡 찌

르는 것을 느꼈어요. 뒤돌아보니 그 사람이 손에

얼음 꼬챙이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저

를 좌석에서 끌어내 바닥에 눕혀 무릎으로 누르

고는 가슴을 여러 번 찔렀습니다. 저는 소리치며

나를 풀어 준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애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몸을 일으켰을 때 저는 얼

마나 안심했는지 모릅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제

가 어디 있는지 전화로 알린 다음, 저를 내려놓

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저를 차의 뒤편에 앉

힌 다음 차를 몰았습니다. 그 때의 상황은 저로서

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태였어요. 왜

내게 이런 짓을 하냐고 묻자, 그 사람은 나의 부

친이 자기에게 많은 손해를 끼쳐서 그런다고 하

더군요.

한 몇 시간 지났을까, 그는 비포장 길로 들어

서더니 여기로 아버지가 찾아올 거라고 말하더군

요. 그리고는 저를 풀숲으로 끌고 가서 앉으라고

하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것이 제가 기

억하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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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후인 12월 26일 저녁, 크리스는 어느 사슴 사냥

꾼에 의해 발견되었다. 머리는 피범벅에다가 눈은 멍들

어 있었다.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뇌의 손상

은 없었고, 총을 맞은 것도 기억하질 못했다.

그 뒤로 몇 달 동안, 경찰은 유괴범을 체포하질 못했

고, 크리스는매일 불안 속에 떨어야 했다. 거기다가 크

리스는 그 때의 부상으로 신체적인 장애까지 감수해야

만 했다. 한 쪽 눈은 시력을 잃었고, 몸을 움직이는 운동

은 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여느 십대들처럼 크리스

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이라 마음의 상처는 더

심했다.

여론이 크리스가 살아남은 것을 ‘기적’이라고 떠

들어대자, 그는 자신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놓은 게

무슨 ‘기적’이냐며, 분개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열세

살 되던 해에 그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부

상이 훨씬 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악몽

같은 지난 사건을 저주가 아니라 은혜로 보기 시작한 것

이다. 사실 죽었을 수도 있지 않았는가? 또한 그는 언제

까지나 분노 속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적개

심과 복수심 그리고 자기연민에서 돌아서기로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1996년 9월 3일, 다시 한 번 그의 인생을

바꾼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왔다. 데이빗 맥앨리스터란

사람이 크리스를 유괴했었노라고 자백했다는 사실을 알

려 주기 위해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데이빗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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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고령으로 몸이 불편하셨던 숙부를 돌보도록 크

리스의 집안에 고용되어 일하다가 음주 문제로 해고된

사람이었다. 크리스는 다음 날 데이빗을 찾아갔다.

그 날 오후, 그를 찾아가 얼굴을 대하는 순간,

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북받치는 것을 느꼈습

니다. 데이빗 맥앨리스터는 이제는 험악한 유괴

범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일흔일곱의 나이에 병

들어 앙상하게 뼈만 남은 노인이 되어 있었습니

다. 두 눈은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몸은 술과

담배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가족

도 친구도 없이 외롭게 죽음만을 기다리면서 말

입니다.

내가 데이빗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는 다소 냉

담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아마도 나를 형사로 생

각한 것 같았습니다. 나와 함께 간 친구가 질문을

하면서 눈치 못 채게 저를 유괴했던 사건으로 대

화를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물었습니

다. “혹시 그 애에게 당신이 했던 일을 사과하고

싶단 생각을 해 보셨나요?” 그러자 그는 힘을 내

어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러고 싶소.”

저를 소개한 것은 바로 그 때였습니다. 비록

볼 순 없었지만, 그는 내 손을 꼭 움켜쥐고는 내

게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저도 그

에게 괜찮다고, 다 용서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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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는 용서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앞다투어 그의 용서하는 능력을

칭찬하면서도, 무엇이 그로 그렇게 하도록 했는지는 이

해하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용서의 주제만

나오면 늘 당황해 한다. 이들은 크리스의 유괴 사건이나

그가 당한 고통의 구체적 내용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어

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하게 인간

의 감정을 분석한다 할지라도, 용서의 의지를 만족스럽

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용서는 오직 하나님의 자

비를 경험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용서를 해야 하는 데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

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잘못을 저질렀

을 경우에, 우리는 앙갚음을 하던가, 아니면 용서

하던가 한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만일 복수를

선택했다면 우리의 삶은 분노로 불 타오를 것입

니다. 그리고 앙갚음을 했다 하더라도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일 것입니다. 분노란 것은 정말 만족시

키기 어려운 욕망인데다 또 습관적이 될 수도 있

습니다. 그러나 용서는 우리로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또 하나 더 절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용

서는 하나님의 선물이며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것

입니다. 제가 용서의 선물을 거저 받았기에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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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용서를 통해 저

는 정말 삶의 충만감을 누리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이 있고 난 후부터, 크리스는 할

수 있는 한 자주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데이빗을 면회 갔

다. 두 사람은 함께 대화하고, 책을 읽고, 기도도 하면

서 시간을 보냈고, 데이빗의 굳은 마음은 점점 녹아갔

다. 그리고 나서 3주 후 어느 날 저녁, 크리스에 의해 침

대에 눕혀지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데이빗은 세상을 떠

났다.

고든과 크리스와 스티븐의 사연은 이 책의 다른 어

떤 경우보다, 우리가 ‘용서’라고 부르는 신비 속에 들

어 있는 모순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비교적 작은 원한일지라도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너무도 끔찍한 고통을 겪

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용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위에 계신 능력자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었다. 결국 이 세 사람으로 하여금 용서를 경험하게 한

것은, 평화를 추구하는 자신들의 열망과 더불어, 하나님

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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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증오의 악순환 끊기

어디엔가 음흉하게 악을 행하는 악인들이 따로 있고, 단지 그

들을 나머지 선한 사람들에게서 격리시켜 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문제는 그 선과 악

을 갈라놓는 금이 우리 인간 마음 속에 그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자진해서 자신의 마음의 악한 부분을 없

애려고 할까?

- 알렉산더 솔제니친

수 백만의 기독교인들이 주기도문을 주일마다 암

송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라

는 기도 속에서 우리는 정말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 있을까? 너무나 자주 우리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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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않고, 이 거룩한 단어들을 반복하고 있다. 이 구절 속

에는, 우리 자신이 용서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

로 인정할 때, 우리도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는 의

미가 담겨 있다. 이렇게 스스로 죄인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차라리 자기는 의롭다는 생

각에 철저히 매달리는 것이 훨씬 안전한 것처럼 보이기

도 한다.

주기도문의 뜻을 설명하시기 위해 예수님은 이런 예

화를 드신다.

이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회계하려 하던 어

떤 임금과 같으니, 회계할 때에 일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갚을 것이 없는지라. 주인이

명하여 그 몸과 처와 자식들과 모든 소유를 다 팔

아 갚게 하라 한대 그 종이 엎드리어 절하며 가로

되 내게 참으소서 다 갚으리이다 하거늘,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

여 주었더니,

그 종이 나가서 제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관

하나를 만나 붙들어 목을 잡고 가로되 빚을 갚으

라 하매, 그 동관이 엎드리어 간구하여 가로되 나

를 참아 주소서 갚으리이다 하되,

허락하지 아니하고 이에 가서 저가 빚을 갚도

록 옥에 가두거늘, 그 동관들이 그것을 보고 심히

민망하여 주인에게 가서 그 일을 다 고하니,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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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저를 불러다가 말하되 악한 종아 네가 빌

기에 내가 네 빚을 전부 탕감하여 주었거늘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관을 불쌍히

여김이 마땅치 아니하냐 하고, 주인이 노하여 그

빚을 다 갚도록 저를 옥졸들에게 붙이니라. 너희

가 각각 중심으로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내

천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 - 마.

18:23-

우리 자신이 얼마나 용서가 필요한 사람인가를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

나 깊게 상처 입혔는가를 깨달을 때, 우리 자신의 깊은

상처도 치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공동체를 방문했던 보스톤 출신의 제

레드라는 흑인 대학생은 용서와 관련된 자신의

갈등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게

제 나이 여섯 살 때였습니다. 바로 큰 길 아래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저는 가족이

라는 보호된 환경에서 세상으로 떠밀려 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의회 법이 바뀌면서 다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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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로 전학하기까지 한 달 정도 그 학교에 다닌 것

이 전부였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이 결정에 대해

불만이셨지만, 제가 관심과 사랑 속에 공부할 수

있는 학교에 다니길 원하셨기 때문에, 당시 우리

농장이 있던 시골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시민권 운동에 경험이 많으셨

고, 우리 자녀들에게 흑인이건 백인이건 상관없

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

치셨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는 인종차별이 뭔지

도 모르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시골

학교에서도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고, 많은 아이

들이 흑인을 미워하도록 길들여진 게 분명했습니

다. 아이들이란 서로간의 차이점에 대해 난폭해

지기 쉬운 것이 보통입니다. 처음엔 별 악의 없는

질문으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왜 네 살은 까맣

니?’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리고 나선 비웃고 조

롱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도 검은 피

부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아니까요.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검은 피부가 ‘정상적인’게 아니라고

배운 겁니다.

저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

는 물 밖에 나온 고기였고, 아이들은 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한

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하루는 버스에서 저의 백

인 친구 한 명을 다른 백인 아이에게 소개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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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그 둘이 나

를 빼놓고 늘 붙어 다니는 거였어요.

몇 년 후, 저는 도시 흑인학교로 전학을 했습

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학교에서 유일한 백인이

었던 숀이라는 아이와 한 반이 되었습니다. 우리

는 그 애를 따돌리기도 하고, 인종차별적인 모욕

과 육체적인 폭행까지도 서슴지 않았더랬습니다.

그 애가 우리 중 누구에게도 해가 될 만한 어떤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백인에 대한 증오

를 그 애에게 모두 쏟아 내려 한 것 같습니다. 우

리는 정말 분개했으며, 백인들과 그들의 역사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을 깎아 내리며, 우리

의 적개심과 분노를 그 애에게 모두 돌렸던 것입

니다.

이제는 우리가 숀에게 한 행동들이 잘못된 것

이라는 것을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백인이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경멸한 우리 자신이 바로 인종차

별주의자였던 것입니다. 아직도 저는 제가 숀에

게 한 나쁜 짓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용서를 구합니다. 숀에

게 직접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

고 제가 유일한 흑인 아이였을 때 저를 사랑하지

못했던 아이들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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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의 식구로서 유태인인 헬라 에어리히는

나치 독일정권 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헬라

의 가족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 있었기에 죽음의 수용소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적잖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아버지는 4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할머

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소꿉 친구 전부를 홀로코스트로

잃어야 했던 것이다.

용서를 주제로 한 공동체 토론 모임에서, 헬라는 오

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쓴뿌리와 용서를 거부하는 마

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거기에

증오의 씨앗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 그 씨

앗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만한 생

각, 다른 사람에 대한 짜증, 냉담한 마음, 분노, 질

투, 심지어 무관심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것들은

또한 나치 독일이 행한 모든 죄악들의 원인이기

도 한 것입니다. 저는 이전의 어느 때보다 더 분

명하게 하나님의 용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

은 제 자신이란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리고 나서야 저는 완전히 자유함을 느낄 수 있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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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의 식구인 요셉 벤 엘리제르는 1929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유태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당시 박해와 가난을 피해 폴란드에서

피난 온 수천의 이민자 가정들 중의 하나였다.

제가 반유대주의와 처음 마주친 것은 겨우 세

살 때였습니다. 저는 우리집 앞으로 히틀러 청년

근위대가 행진하는 것을 창문을 통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린 나도 알아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유태인의 피가 우

리 칼에 흐를 때….’ 그 때 공포에 질린 부모님

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일이 있자마자, 우리 가족은 독일을 떠나기

로 결정하고 1933년 말에 폴란드의 로쯔바도우

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태인들로, 주로 기능공, 재단사, 목수,

그리고 상인들이었습니다. 다들 너무나 가난했기

에 우리 집은 어느 정도 중산층 대우를 받을 정도

였습니다. 우리는 그 곳에서 그 후로 6년을 더 살

았습니다.

1939년 전쟁이 터지고 몇 주도 안 되어 독일

군인이 우리 마을을 점령하였습니다. 아버지와

형들은 다락방에 숨어야 했고, 누가 찾을 때마다

집에 없다고 속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유태인은 마을 광장에 모이라는

그 끔찍한 안내 방송이 들려 온 것은 며칠이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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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몇 시간밖에 없

어서 우리는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은 죄다 대충

묶어서 가방에 쑤셔 넣어야 했습니다. 독일 군인

들은 우리를 광장에서부터 수마일 떨어진 곳까지

행진하게 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옆에

서 따라오던 군인들, 빨리 움직이라고 재촉하는

군인들의 고함소리, 한 군인이 아버지를 마구 때

리던 일 등, 그 때 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가 도착한 강둑에서는 이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우리에게서 돈이며 보석, 시계 등 귀중품을 샅샅

이 뒤져 빼앗아 갔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제

여동생 속옷에 숨긴 얼마의 돈은 찾아내지 못했

습니다.) 그리고 나서 군인들은 우리에게 당시 연

합군과 독일군이 대치하던 강 건너편으로 가라

고 지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강 건너편에 이르렀

을 때 그곳엔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

습니다.

며칠 후, 그 지역도 독일군에 의해 점령될 것

이라는 소문이 돌자,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다른

두세 가정과 함께 숨겨둔 돈으로 아이들을 위해

말과 마차를 구했습니다.

우리는 해지기 전에 국경에 도달할 희망을 갖

고 러시아를 향해 동쪽으로 마차를 몰았지만 어

둠이 깔렸을 땐 숲 속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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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무장한 강

도들의 습격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 위급

한 상황에서도 우리 중엔 그 강도들에게 저항하

는 용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전

거 한 대와 몇 가지 물건을 빼곤 다 빼앗기고 말

았습니다.

요셉의 가족은 시베리아에서 전쟁이 끝나길 기다려

야 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요셉은 1943년에 팔레스

타인으로 숨어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1945년 베르겐 벨젠과 부센발트에서 풀려난

아이들이 1차로 팔레스타인에 도착하기 시작했

습니다. 저는 겨우 열두 살에서 열네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를 들었을

때 정말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삼 년 동안, 저는 영국 식민 통치자들과

투쟁해야 했습니다. 특히 그들이 홀로코스트 생

존자들의 이민지역을 팔레스타인으로 제한하기

시작하자, 영국에 대한 저의 증오심은 더욱 거세

어졌습니다. 우리 유태인들은 싸움 한 번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더

는 살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우리는 마치

사나운 맹수가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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낌이었고, 살아 남기 위해선 그들처럼 되는 길밖

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영국 위임통치가 막을 내리자

유태인과 아랍인들간의 나라를 차지하기 위한 싸

움이 더욱 거세어 졌습니다. 저는 더 이상은 짓밟

히며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군에 입대하

게 되었습니다.

람라와 롯 지역 작전 수행 중, 우리 부대는 팔

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몇 시간 안에 그 지역을 떠

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평화롭게

떠나도록 그냥 놔두질 않고, 어처구니 없는 증오

심으로 그들을 공격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저

항도 하지 못하는 그들을 때리고 잔인하게 고문

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들 중 몇 명은 죽음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우리 마음대

로 일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우리 속에 억눌렸던

짐승 같은 본능의 고삐가 풀렸던 것입니다.

그 때 불현듯 전쟁 중의 폴란드에서의 어린 시

절이 눈 앞에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에서 쫓겨나던 열 살짜리 소년의 경험이 머

리 속에서 재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곳에도 역시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들이 얼

마 되지 않는 짐을 갖고 쫓겨나고 있는 것이었습

니다. 그들 눈 속엔 두려움이, 내 자신이 너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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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잘 알고 있는 그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순간

엄청난 갈등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명령

을 따를 수밖에 없었기에 계속 사람들에게서 귀

중품을 뒤져야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알게 되었

습니다, 제가 이제는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저

는 이제 가해자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즉시, 요셉은 군을 떠났지만 여전히 마

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유대주의를 버렸을

뿐만 아니라 종교 자체를 거부하고, 악을 합리화함으로

써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

도 그리 만족을 주진 못했고, 그러던 중에 브루더호프에

정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곳 브루더호프에서 저는 생전 처음 용서의

실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자신이

야말로 끊임없이 용서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

엇보다 제 가슴을 벅차게 한 것은, 언젠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구원했던 똑같은 성령에 의

해 사로잡힐 것이라는 소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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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헬라 그리고 요셉,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이유들

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본다면 이들은 무고

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짊어져야 했던 짐

들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 이들을 증오하고 편견을 가

지고 대했던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들의 반응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나는 지금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살해한 자들을 용

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목회자와 상담가로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내가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것은 자신들을 핍

박한 자들을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은 육체적 고통이나

위협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 여전히 피해자로 남아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제레드, 헬라, 요셉도 경험했듯이, 이들은 자

신들도 모르게 자신들을 그렇게 핍박한 사람들처럼 되

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용서를 통해서만

증오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고 몸서리치는 과거

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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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너를 핍박하는 자를 축복하라”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 특별히 인간의 죄에 직면해서

는—인간은 거기에 대해 폭력을 사용해야 할지, 겸손한 사랑

을 보여 주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당황해 한다. 그럴 때 우

리는 항상 겸손한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

리는 단번에 온 세상을 이기는 것이다. 겸손한 사랑은 어떤 것

보다 강하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우리만큼

강한 힘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

씀하신다. 정확히 본문에는 우리를 핍박하는 자

를 ‘축복’하라고 나와 있다. 이 말은 그저 미사여구

가 아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말씀을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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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도 확연하게 보여 주셨던 것이다. “아버지여 저희

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

다.” 최초의 순교자인 스데반도 그의 생의 마지막 순간

에 똑같은 기도를 했다.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

지 마옵소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태도가 자신을 망치는 어리

석은 짓이라며 조소를 보낼 것이다. 어떻게 우리에게 피

해를 주고 죽이려고 하는 자를 감싸줄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의 초기 원고를 펜실베니아의 사형수이며 흑인 저

술가인 나의 친구 무미아 아부 제말에게 보여 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다.

풍족한 먹거리, 농장, 부동산, 그리고 좋은 집

과 직장 등을 소유한 채, 현실에서 천국을 살아가

는 사람들에게 용서에 대해 설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옥 같은 곳

에서 직업도 없이,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지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들

에게 용서를 말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일까요?

사회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굶주리

는 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 살찐 수백 만의 기득권

층들을 용서해야 한단 말입니까? 전쟁을 하자고

투표한 사람이 누굽니까? 감옥을 만들자고 투표

한 자들이 누굽니까? 이들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억압을 가하도록 투표한 자들이 누굽니까?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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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뼈저리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또 있겠습니까? 이들이 앞으

로 계속 있을 억압에 대해서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요? 또, 앞으로 있을 대량학살에 대

해선 어떤가요?

하지만 이런 비참한 사람들을 향해서도 용서해야 한

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마틴 루터 킹 목사이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훈계보다

따르기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는 1963년도에

베스트셀러였던 <사랑하는 힘>에서 이렇게 쓰고 있

다.

진지한 고민 속에서 실제적인 용서의 실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말

한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내놓고 음흉하게 우리를 해하려는

사람까지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들의 위선적인 표어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따라야 하는 절대

적인 명령인 것이다. 원수까지도 사랑한다면 오

늘날 세계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

을 것이다. 예수님은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실제적인 현실주의자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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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를 증오로 갚는 것은 증오만을 더욱 부채

질할 뿐이며, 이미 깜깜해진 밤에 어둠을 더하는

것밖에 안 된다.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미움은 미움을 몰

아낼 수 없다. 오직 사랑만이 미움을 몰아낼 수

있다. 파괴의 소용돌이 속에서 증오는 증오를 낳

고, 폭력은 폭력을 부르며, 냉혹함은 냉혹함을 낳

을 뿐이다.

사랑은 원수를 친구로 뒤바꿈 시킬 수 있는 유

일한 힘이다. 미움으로 미움을 맞서서는 원수를

없앨 수 없다. 오직 적대감을 없앰으로써만 우리

는 원수를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미움은 본질상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다. 반면 사랑은 창조

하고 세우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

는 구원의 능력이다. 6

마틴 루터 킹이 정치적인 투쟁에서까지 사랑이란 무기

를 사용한 것은 그의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런 그의 사고 속에는 실용주의적인

입장도 내재해 있다. 현재 이곳에서 흑인들은 단지 피부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이백 년 동안이나 자신

들의 시민권을 박탈해 온 백인들과 싸우고 있지만, 결국

바로 이 땅에서, 앞으로도 몇 십 년은 더 백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킹 목사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

다. 만약 그들이 그 동안 당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쓴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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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가진다면 폭력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더 깊은 앙심과 증오만이 남게 될 것이다. 인종적인 증

오심의 장벽은 무너지기는커녕 더 높아만 갈 것이다. 오

직 압제자를 용서하는 것만이 흑인과 백인을 파괴의 소

용돌이 속에서 구해 낼 수 있고, 밝은 미래로 향하는 길

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용서의 능력을 습득하고 유지해야만

한다. 용서하는 능력이 결여된 사람은 사랑할 능

력도 없는 사람이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

을 거듭거듭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

지 않는다면, 원수를 사랑하는 행위는 그 자체

가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사실

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 언제나 먼저 용서의 행위

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깊은 상처를 입

은 사람, 불법적인 행위의 희생자, 그리고 압제

의 피해자들이 먼저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

해자가 용서를 구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탕자처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용서를 받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슴 벅차 오를 지도 모른다. 하지

만 상처입은 이웃만이, 사랑하는 아버지만이 용

서의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것이다.

용서는 죄악을 그저 무시해 버리거나 악한 행

위를 모른 척 무마시키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악

한 행위로 하여금 우리의 사귐에 방해가 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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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하는 것이다. 용서는 새롭고 신선한 시작을

하는 데 필요한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촉매제 같

은 것이다.

가장 험악한 적대자들에게 우리는 말한다.

“당신들의 고통을 가하는 힘에 우리는 고통을

감내하는 힘으로 상대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

의 물리적인 힘에 영혼의 힘으로 맞설 것이다. 당

신들이 우리에게 어떤 짓을 하더라도 우리는 언

제까지나 당신들을 사랑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의 선한 양심 때문에 당신들의 불의한 법에 따를

수 없다. 왜냐하면 선과 협력하는 것이 윤리적 의

무인 만큼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 것도 또한 우리

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감옥에 가둔다 해

도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할 것이다. 당신들이 보

낸 폭력의 하수인들이 우리 마을에 쳐들어 와서

우리를 때리고 초주검을 만들어 놓는다 할지라

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것이다. 하지

만 명심하라. 우리의 인내의 힘은 반드시 당신을

넘어뜨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의 자유

를 획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만을 위한 자유는

절대 아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마음과 양심에 호

소한다. 우리는 결국 당신들을 이길 것이다. 그리

고 우리의 승리는 당신들과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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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봄, 나는 알라바마주의 마리온에서 마틴 루

터 킹과 나란히 행진을 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부

정의에 맞서는 그의 깊은 사랑과 겸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마리온의 한 집회에서 짐미 리 잭슨이란 젊은이가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때였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시위대를 알라바마 전역에서 소집된 주

방위군이 경찰봉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

긴 일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당시의 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백인 구경꾼들

은 가로등과 기자들의 카메라를 부수고, 경찰들은 남자

고 여자고 잔인하게 짓밟았다. 그런 와중에도 교회 계단

에서 무릎 꿇고 기도 드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짐

미의 죄목은 자기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때리던 군인에

게 대들어 쓰러뜨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짐

미는 복부에 총을 맞고 반사 상태까지 머리를 구타당했

다. 그 지역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자, 짐미는 멀리 셀마

로 옮겨져야 했고, 그 곳에서 기자에게 자신이 당한 일

을 겨우 전하고는 며칠 뒤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짐미의 죽음에 관한 보도를 듣자마자 우리는 셀마로

차를 몰았다. 장례식이 있던 브라운 교회에 도착했을 때

짐미는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장의사가 애써 상처들을

가려 보려고 했지만 머리의 상처는 어쩔 수가 없었던 모

양이었는지, 큼지막하게 찢어진 상처가 귀 위와 머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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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그리고 정수리 부분에 드러나 보였다.

깊은 충격 속에서 우리는 장례 예배에 참석했다. 교

회당은 3천 명 정도의 사람으로 가득찼고, 더 많은 사람

들이 들어오지 못한 채 밖에 있었다. 우리는 뒤쪽 창틀

에서 예배가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지만, 분노나 복수를

조장하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아무도 나를

가로막게 하지 않으리.”라고, 흑인영가를 부르는 그들

에게선 오히려 꺾이지 않는 불굴의 용기가 느껴졌다.

마리온에 있는 시온 감리교회에서의 분위기는 더욱

차분했다. 건너편 주법원의 베란다에는 주방위군이 길

게 늘어서서, 손에는 야경봉을 들고 우리를 주시하고 있

었다. 그들은 바로 며칠 전에 마리온의 흑인들을 공격

했던 바로 그 군인들이었다. 시청 근처에 모인 백인 군

중들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쌍안경과 카메라로 무장

한 이들은 우리 하나하나를 이 잡듯이 살피고 사진을 찍

었다.

묘지에서 킹 목사는 용서와 사랑에 대해 말했다. 그

리고 모인 사람들에게, 경찰을 위해 기도하고 살인자들

을 용서하며 핍박하는 자들을 용서하라고 호소했다. 그

리고 나서 우리는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이기리라 ….”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증오와 복수를 말해

야 한다면 바로 이 자리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심지어는 짐미의 부모에게서조차도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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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에 찾아간다는 것은 안전한 일이 아니었다. 장

례식이 끝나고 나흘 후, 몽고메리를 향해 행진하던 사람

들은 도중에 기마경관의 최루탄 공격을 받고, 잔인하게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제임스 렙이라는

보스톤의 백인 목사가 셀마의 도심지에서 구타를 당해

이틀 후에 죽는 사고가 있었다. 또 얼마 후엔, 비올라 리

우조라는 디트로이트 출신의 백인 부인이 시위 행진 후

에 흑인을 집까지 태워 주다가 총에 맞아 죽는 일도 있

었다. (이 일이 있기 일주일 전엔 우리도 마리온까지 세

명의 흑인들을 태워 준 적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1965년 2월과 3월 시위

가 한창이던 당시 셀마의 어린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용

서의 행위에 대한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셀마의 학생들은 수업 후에 평화행진을 하고 있었

다. 곧, 그 도시의 악명 높은 보안관인 클라크가 부하들

과 달려와 아이들을 어디론가 강제로 몰아가기 시작했

다. 아이들은 거의 달리다시피 하면서 지방 교도소로 끌

려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마을에서 8킬로미

터나 떨어진 수용소를 향하던 것이었다. 보안관과 부하

들은 아이들이 구역질을 하며 토할 때까지 인정사정 봐

주지 않고 몰아쳤다. 후에 이들은 그저 셀마의 ‘시위

행진의 열병’을 영원히 잠재우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

장했다.

이 일이 있고 며칠 후, 클라크 보안관은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셀마의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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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위에서 두 번째 행진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기도송을 부르면서, 손에는 클라크의 회복을 비는 팻말

을 들고서 말이다.

미국의 저명한 아동 심리학자인 로버트 콜도

1960년 뉴올리언즈의 병원에서 일할 적에, 한

아이가 보여 준 놀라운 용서의 행위를 경험했다고 한

다. 백인 학부모들은 연방 법원의 학내 인종차별을 금

지하는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

은 흑인 학생을 받아들이는 학교에서 자녀들을 전학시

켰을 뿐만 아니라, 이런 학교당국에 대해 항의 시위까

지 했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흑인이었던 루비 브리지라는 여

섯 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수주 동안 그 아이는 연방 보

안관의 호위를 받으며 학교에 가야 했다. 하루는 욕지거

리를 하는 백인 학부모들 앞을 루비가 지나가면서 뭔가

속삭이는 것을 담임 선생님이 보게 되었다. 나중에 담임

이 이 일을 콜에게 이야기했을 때 콜은 호기심이 생겼

다. 그 애가 무슨 말을 했을까? 나중에 그 아이를 만날

기회가 있어 물어 보았을 때, 루비는 백인 부모들을 위

해 기도했다고 대답하였다. 콜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왜 그 애는 그들을 위해 기도한 것일까? “왜냐하면

요, 그 사람들은 기도가 필요하니까요.” 루비는 대답했

다. 루비는 교회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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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는 마음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루비가 교회에서 배

운 것은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

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란 말씀이었다. 콜은 루비

에게서 미국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소망을 보았다

고 한다. 8

최근에 나는 로마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장인 제임

스 크리스텐센에게서 용서와 관련된 감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996년 5월 알제리의 과격 이슬람 단체인 G.I.A.가

아틀라스 산맥에서 트라피스트 수사 7명을 납치하는 사

건이 있었다. 납치범들은 프랑스 정부가 감옥에 있는 자

신들의 동료들을 석방할 때까지 인질들을 놓아주지 않

겠다며 협박을 했다. 이 요구가 프랑스 정부에 의해 거

절되자, 납치범들은 인질로 잡힌 수사들을 죽여 버렸다.

프랑스 전체가 충격에 사로잡혔고, 프랑스에 있는

4만 개의 모든 성당은 일제히 같은 시간에 애도의 종을

쳤다. 하지만 이 비극적인 사건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이미 2년 전에 이 사건이 조용히 예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번 일의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인 알제리 수

도원장인 크리스천 드 체르게는 자신이 곧 폭력적인 죽

임을 당할 것이라는 이상한 예견과 함께 아직 일어나지

도 않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살인자를 미리 용서하는 편

지를 써 놓았다고 한다. 프랑스에 있는 어머니가 보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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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던 이 편지는 그의 죽음 직후 공개되었다. 그 편지

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바로 오늘일 수도 있다 —내가 현재

알제리에 사는 모든 외국인을 위협하는 테러의

희생자가 된다면, 나는 나의 공동체와 교회와 가

족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목숨은 하나님과

알제리에게 바쳐진 것이고, 모든 생명의 주관자

께서는 이 잔인한 죽음에 대해 모르고 계시지 않

다고 말입니다.

그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하나님과 나의 동

료 인간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청결한 마음

을 가지고 싶습니다. 더불어 나를 죽일 사람을 온

마음으로 용서하고 싶습니다.

나는 사실 그런 죽임을 당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

하는 알제리 사람들이 나의 죽음에 대해 비난을

받을 게 분명한데 어떻게 내가 그것을 원할 수 있

단 말입니까?

나의 삶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

감사 속에는 나의 삶의 모든 것이, 그리고 나의

마지막 순간에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

하는 살인자 당신까지도 포함됩니다. 나는 하나

님께 당신을 맡길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얼굴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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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나 모두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원하신다

면, 낙원에서 서로 만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용감하게 자신들의 죽음을 받아 들였다는 것만으로는

이 수도원장과 형제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

다. 이들 말고도 이런 죽음을 맞았던 사람은 수없이 많

다. 하지만 이들에겐 다른 사람들에게선 보이지 않는 겸

손과 용서의 마음, 바로 그리스도의 마음이 충만했던 것

이다.

지구상에서 이스라엘만큼 화해가 필요한 곳은 없

을 것이다. 내가 전쟁으로 피폐한 이 나라를 처

음 방문한 것은, 1988년 멜카이트 신부이자 팔레스타

인 행동주의자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오랫동안 열정적

으로 활동해 온 엘리아스 카쿠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는 우리 공동체를 두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엘리아스는 마음에 쓴뿌리를 가질 만한 충분한 이유

가 있는 사람이었다. 1947년 그의 고향 마을이 파괴된

이후로 ‘조국을 잃은 백성’으로서 그는 여러 차례 투

옥되었고, 수년 동안 이스라엘 정부에게 학대와 능욕을

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엘리아스는 내가 만난 사람 가운

데 가장 다정하고 겸손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설 곳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임에도 불구하

고 그는 ‘유태인들도 유태인이란 신분이 아니라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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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이유만으로 자신들의 고향에서 살 자격이 있

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얼마 전 영국에 있는 우

리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

다.

만약 나의 가슴이 유태인과 시온주의자들, 또

나의 형제의 뼈를 부러뜨린 군인들과 나의 아버

지를 감옥에 가둔 자들에 대하여 용서의 마음으

로 가득찬다면, 나는 이들 유태인들에게 가서 얼

굴을 마주하고 진실을 말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불법을 미워하는 것과 상관

없이 자기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네들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역할을 바꿔 그들에게 고

통을 주기보다는 그들을 회개로 부르고 싶습니

다.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성 조지 성당의 팔레스타인 출신

신부로서 잘 알려진 나임 아텍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1948년 이스라엘 군대에게 모든 것

을 빼앗긴 아버지에게 용서를 배웠다고 한다.

우리가 증오심을 품을 때, 우리는 증오의 어마

어마한 힘에 완전히 삼켜 버리게 됩니다 …. 끊임

없이 증오와 적개심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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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승전가를 부르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패배로

낙담하기도 하겠죠. 이 싸움이 아무리 힘겹더라

도 증오가 우리를 삼키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

니다. 그리고 사랑과 용서의 계명을 따르는 힘겨

운 삶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됩니다.

예수님의 메시지의 강도를 희석시킨다거나 회

피해서도 안 되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해서

도 안 됩니다. 또, 우리가 감당할 만큼으로 축소

시켜서도 안 되고, 오히려 실제 삶에서 어떻게 하

면 좀더 적용시킬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 우리

에게 맞도록 변형시켜서도 안 됩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따르고, 그것에 대해 열망을 갖고 그 계명

의 성취를 위해 하나님과 함께 일해야 합니다. 9

아랍—이스라엘 갈등 양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비샤라 아와드라는 팔레스타인 친구

도 부당하게 고통을 당해야 했다. 얼마 전 그는 자신이

겪었던 용서와의 힘겨운 싸움에 대해 나에게 말해 주었

다.

유태인 정착민과 아랍인간의 참담한 전쟁이

한창이던 1948년,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이 목숨을 잃었고,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집

을 잃어야 했습니다. 우리 가족이라고 예외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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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총알 세례를 받아 돌아

가셨는데, 우리는 마땅한 매장지를 찾을 수 없었

습니다. 적군 아군 없이 총을 쏴대는 바람에 아무

도 동네를 벗어날 수가 없었고, 장례를 인도할 신

부나 목사는 더더군다나 기대할 수도 없었습니

다. 하는 수없이 어머니가 안마당에 아버지를 묻

으러 온 사람들 앞에서 성경을 읽으셔야 했습니

다. 아버지를 도시에 있는 공동묘지까지 옮길 방

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바람에 어머니는 29살의 나이로 7명의 아

이들과 함께 혼자 몸이 되셔야 했습니다. 그 때

제 나이가 겨우 아홉 살이었습니다. 격렬한 총격

전으로 인해 우리는 수주 동안 우리 집 지하실 바

깥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요르단 군대가 몰려오는 통에 우리들은 올드

시티로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몇

벌 옷가지만을 겨우 챙길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개중에는 잠옷 바람으로 도망 나온 사람도 더러

있었죠.

올드시티에서 우리는 말 그대로 난민이었습니

다. 가구 하나 없는 기름저장 탱크에서, 우리 가

족은 어느 무슬림 가족이 가져다주는 담요와 음

식으로 하루하루 연명해야 했습니다. 비참하기

그지없는 생활이었어요. 굶주림에 배를 움켜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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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청하던 밤들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간호사 교육을 받은 후에, 25달러

의 월급을 받으며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밤에는 근무를 하고 낮 동안에도 공부를 계속하

셔야 했기에 우리 자녀들은 고아원에 맡겨 졌습

니다. 그리고 얼마 후, 여동생들은 무슬림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남자 형제들은 한 영국 여자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내

게 크나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데

다가 이제는 어머니와 다른 가족과도 헤어져야

했으니 말입니다.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었

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이 그 이후 12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우리 형제들과 몇몇 남자 아이

들이 함께 지내던 시설에서의 생활은 참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형편없는 음식조차도 배불

리 먹어 보지를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혹한 대우

까지 받았던 것입니다.

성인이 된 비샤라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미국시민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이스라엘로 돌아와 기독교 계

통의 학교에서 교사로서 지내고 있다. 지난 일을 되돌아

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곳에 오고 나서 첫 해는 정말 힘들었습니

다.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절망감마저 들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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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거기다 유태인에 대한 증오심은 가라앉을

줄 몰랐습니다. 전교생이 팔레스타인 주민이었고

예외 없이 나와 동일한 고통을 당한 아이들이었

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을 도와 줄 수가 없었습니

다. 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증오심이 제 안에

도 똑같이 있었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무심코

지금까지 간직해 온 증오심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눈물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유태인들을 미워하고 증오심이 나를 주장하도록

내버려둔 것에 대해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습니

다. 그리고 하나님은 저의 좌절과 증오와 나약함

을 말끔히 없애 주시고 대신 사랑으로 채워 주셨

습니다.

자기 보호와 개인주의가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용서의 행위는 멸시까지는 받지 않더라도 꺼려

지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나약하고 비겁한 태도라

고까지 간주된다. 우리는 각자의 권리를 주장해야지, 포

기해선 안 된다고 교육받아 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인권 변호사인 라자세하드는 예

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명령하심으로 이 논리를 완

전히 뒤엎어 버리셨다고 주장한다.

용서의 행위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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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는 것은 자신의 존엄성

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

만 평화가 있기 위해서는 용서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우리에게 한 행위를

용서해야만 한다.10

용서는 우리를 상처투성이의 나약한 자로 만들기보다

는 우리의 삶과 일에 힘을 더해 준다. 또한 용서는 복수

와 인간 정의간의 난해한 수수께끼를 떠나 진정한 마음

의 평화를 경험하게 하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해결로

이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한 용서의 행위

가 다른 사람에게서도 열매를 맺음으로써 긍정적인 연

쇄 반응의 물꼬가 트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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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용서와 정의

사랑 없는 진리는 죽이는 것이요, 진리 없는 사랑은 거짓말하

는 것이다.

- 에버하르트 아놀드

이스라엘의 추바 키브츠에 있는 나의 친한 친구인

요엘 도캄은, 이 책의 어떤 사람과도 비교되지

않는 가혹한 고통을 겪었다. 그의 고통은 헬라나 요셉의

것과 유사하지만 그들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도캄도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의 갈등에 있어서 용서와 상호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유태인으로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

지 현재의 독일인들과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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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황폐화하고, 유대

인 종족들을 몰살하려 했던 나치를 용서하는 문제로 인

해 깊은 번민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사연은 인간 역사

를 통해 고통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세대를 거

쳐오면서 던졌던 해묵은 의문을 생각나게 한다. ‘그렇

다면 아무런 예외도 없이 어떤 사람이라도 다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세계사의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

고, 나치 독일이 정권을 잡는 계기를 제공해 준

경제적인 파국이 닥친 1929년 독일의 카젤에서

태어났다. 나의 부친은 언론인이셨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우리 가족은 부유한 편이었고, 파시즘

의 먹구름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았다.

독일의 모든 유태인이 그랬듯이 아버지도 처

음에는 나치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

다. 설마, 교양 있고 지각 있는 독일인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에 현혹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

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히틀러가 수상이

되자, 아버지의 친구들은 독일을 떠나는 게 좋겠

다고 충고를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고, 1차 대전 때는 목숨 걸고 지켜낸 사랑하

는 조국인 독일을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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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도 곧 아버지를 뒤따라 독일을 떠나 스트라

스부르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우

리 가족의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끝나고 말았다.

집도 없고 국적이나 어떤 권리도 없이 떠도는 유

태인이 되고만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세 살바기 소년에겐 참 흥

미진진한 시간들이었다. 나는 새로운 환경과 언

어에 금방 익숙해졌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일 년 뒤 이사를 가야만 했

다. 국경지역 사람들이 유태인 피난민인 우리 가

족을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으로 여겼

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스게스란 마을로 이

사를 갔다. 여기선 또 다른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

고 있었다. 부모님은 새로운 직업과 언어를 배워

야 했고,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도 적응해야 했으

며, 곤란한 상황 속에서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 나

가야 했던 것이다.

일 년 뒤에는 어머니가 다니시던 공장이 화재

로 문을 닫게 되어, 또 한 번 다른 지역으로 이사

를 가야만 했다. 이 번엔 마르세이유였다. 또 다

시 부모님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간신히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몸부림치

셔야 했다. 우리는 수시로 집을 옮겨 다녔다. 그

결과 나도 학교를 수시로 옮겨야만 했고 꾸준히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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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모

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나는 또다시 이방인

으로, 그리고 국적 없는 외국인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한 뒤, 나치 비밀

경찰들은 혈안이 되어 유태인을 체포하고 있었

고, 우리가 살던 아파트와 부모님의 사업체도 이

미 몰수된 상태였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

가 아는 프랑스인의 도움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최종적으로 아버지는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희

망은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고 결론을 지셨다. 아버지는 막 관절염에서 회복

되던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때로는 안내인의 등에 업혀서 피레네 산맥을 넘

어야 했다.

몇 번이고 자신을 두고 가라는 아버지의 애

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삼 일 동안 눈 덮인 산

을 걸은 후에 스페인 국경 경찰을 만날 수 있었

다. 다행히도 그들은 우리가 국경을 통과하도록

해 주었다. 그들은 이미 거의 만 명이나 되는 불

법 유태인 난민을 받아 주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

가 프랑스로 돌려보내졌다면 죽음만이 우리를 기

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경찰은 우리 가족을 따로 떨어뜨려 놓았다. 아

버지는 미란다-델-에브로에 있는 수용소로, 그

리고 어머니는 지방 교도소로 보내졌고, 나만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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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남겨졌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유치장에서,

나는 부모님을 영원히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에 내 인생에서 가장 처참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내 영혼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린 게

로나에 있는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 곳에서 나

는 성인식을 치르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

며 13살이 되었다. (유태인 남자 아이들은 13살

에 유대교 회중에 입회하는 엄숙한 의식을 치른

다.)

그러던 차에 따듯한 마음을 가지셨던 한 신부

님이 나를 돌봐 주시며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해

주셨다. 신부님은 내가 프랑스에서 몰래 가져온

얼만큼의 돈을, 교도소에서 이질로 심하게 앓으

시면서도 필요한 음식을 구하지 못하던 어머니에

게 몰래 전해 주기까지 하셨다. 그 돈으로 어머니

는 목숨을 지탱하셨을 것이다.

몇 달 후 어머니와 만나는 것이 허락되자, 우

리는 마드리드에 있는 여자 교도소로 이송되었

다. 나는 그 곳에서 유일한 남자였고, 어머니는

늘 내게서 눈을 떼지 않으셨다. 당시 대부분의 수

감자들은 이삼십 명씩 한 방에 수감되었지만, 어

머니와 나는 독립된 다른 방에서 지내는 것이 허

락되었다. 낮 동안엔 다른 수감자들이 있는 큰 방

에서 함께 지내다가 해가 지면 사형장을 지나 우

리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밤이면 사형장에서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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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들려 오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가족은 마드리드에서 다

시 합칠 수 있었다. 우리의 생계비는 유태인 연합

복지위원회에서 지원해 주었다. 그러다가 다음

이민 지역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우리

는 팔레스타인으로 뜻을 굳혔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새로운 땅

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우리는 고모 식구들

과 아파트를 같이 써야 했고, 나는 야구르 키브츠

에 있는 전문학교에 입학하여 자동차 정비사가

되었다. 그 학교는 원래 유럽에서 피난 온 독일

계 유태인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는데, 우리 식구

가 도착할 즈음에는 더 이상 피난 올 아이들이 없

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토박이 이스라엘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독일식 유대주의만 접해

봤고, 유대인의 관습과 전통에 대해 전혀 아는 바

가 없었던 나는 이곳에서도 또다시 소외감을 느

껴야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친구도 사귀

고, 여름방학엔 포도나 옥수수 수확도 거들고 하

면서 이 새로운 나라와 키브츠에 익숙해질 수 있

었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포부들은 실현될 희망이 보이지 않았

다. 학교 교육에 있어서의 격차가 너무 심했던 것

이다. 그것은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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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를 배우셔서 근처의 농업 학교에서 일자

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결국 새로운 언

어에 적응하지 못하셨다.

전쟁이 끝나자 생활은 어느 정도 정상을 찾아

갔다.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지하 군대에 들어가 이

스라엘 해방 전쟁에서 전투에도 참가했다. 그 후

엔 지금의 아내인 이스라엘 토박이 사라와 함께

예루살렘 근교의 추바 키부츠의 일원이 되었다.

나는 더는 떠돌아다니지 않겠다고 엄숙하게 맹세

를 하였고, 이곳에서 나머지 인생을 보내며, 일도

하고 아이들도 키우며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은

이민자들을 도와 주겠다고 결심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살아가면서 도

움이 되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필요한지, 특히 어려운 때에 얼마나 힘이

되어 주는지 알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서로간의

도움과 용기를 주는 말들은 너무나 중요한 것들

이었다. 또 한가지 알게 된 것은, 어디라도 선인

과 악인이 있고, 인간이란 선과 악의 양면성을 둘

다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서도

그 사실이 드러난다. 이 곳의 문제는 너무 심각하

며 해결의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유태인

들은 성경과 역사적인 권리를 내세우며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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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주인이라고 주장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현재의 거주권을 내세우고…. 이런 갈등 속에서

흘러가는 게 인간 역사라지만 지금의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상호동의 가운데 일종의 지

역분할 외에는 해결점이 없을 것 같다. 이것을 위

해서 현재로선 너무나 무너진 상호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 가족이 독일인들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

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모님을 통해서 흡수한

독일의 역사와 문화에 여전히 애착을 가지고 있

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선량한

독일 사람들과 친분을 가지려고 애써 왔다.

1960년 당시 어떤 종류의 타협도 거부되던

정치적인 분위기를 거역하면서까지 나는 독일 젊

은이들을 우리 마을에 자원봉사자로 유치해서,

각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가

르치자고 주장하였다. 현재, 우리는 우리를 방문

한 독일 자원 봉사자들과 친분관계를 형성하여

서로 방문하고 있다. 계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우

리는 유럽에서 건전하면서도 반파시즘적인 세력

이 힘을 가지도록 우리의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

울이고 있다.

물론 우리는 나치와 그 동조자들에 의해 고통

당하고 죽임을 당한 6백만의 유태인들 —무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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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의 어린이들 포함 —을 결코 잊지 못할 것

이다. 우리가 현재의 독일과는 화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역사의 가장 암울한 시대

에, 유태인들에게 있어 가장 절망적인 시기에 우

리 유태인들이 소위 세계 강대국들에게 외면당

한 채 버림받아 무력하게 고통 당하고 죽어가야

했다는 것을 잊을 수 있겠는가? 비록 우리가 오

늘날의 독일인들을 용서한다 할지라도 유태인들

과 다른 희생자들을 죽이고 불구로 만드는 데 적

극적으로 가담했던 사람들까지 용서해야 한단 말

인가?

만약 용서란 것이 단지 맹목적인 증오와 복수

심을 단념하는 것이라면 그건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 역사에서 가장 잔학한 행위를 저지른 짐승

만도 못한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면, 그것은 문

제가 다르다.

나는 감히 말할 용기가 없어서 힘없이 바라보

기만 한 자들은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권

력에 대항하며 나치가 행하던 테러에 반대하기

위해선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과 가족들이 처할 위

험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유태인들을 도와주고

숨겨준 수천 명의 의로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도 또한 알고 있다.

히틀러와 그의 부하들, SS 간부들과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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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의 관리들, 그리고 게슈타포 비밀

경찰을 용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수만 명의

힘없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까지 굶겨 죽이

고, 총살하고, 가스로 죽인 살인자들을 용서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나는 비록 잘못된 동기를 가졌다 하더라도 전

쟁에서의 적군들은 용서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

들을 지키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

람들은 아무리 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치우쳤다

하더라도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예외도

없이 어떤 사람이라도 다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

6백만 명의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몰

살시킨 나치를 용서하길 거부하는 요엘의 태도는 내가

생각하기엔 쓴뿌리나 분노 때문은 아니다. 그는 그들을

용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죄악에 대해 면죄부

를 주는 것과 동일한 것이 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앞으

로의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끔찍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

나지 않도록 온몸으로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그렇

듯이, 요엘도 만약 용서한다는 것이 홀로코스트가 일어

나지 않았다는 듯이 또, 사악한 범죄를 고의적으로 저지

른 자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면, 자신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치의 죄악을 눈감아 주어야 한다거나 또는, 나치

가 모든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죽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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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서 친구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무례가 될 것이다. 아니, 완전히 비윤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용서한다는 것은 적당히 눈감아 준다거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홀로코스트의 참사가 막 세상에 드러나던 1947년

에 쓴 글에서 C.S. 루이스는 사람들의 악행에 대해 책임

을 면제해 주는 문제의 위험성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

러면서 그는 덧붙인다. “용서하는 것과 책임을 묻지 않

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계속해서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나쁜 짓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고 말한다. 용서를 구하는 대

신 그들은 모든 것을 ‘상황 탓’으로만 돌리면서 자신

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설득하려고만 한다는 것

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말한다. “만약 누군가가 책임

을 지지 않으려 한다면 거기엔 용서도 없다. 그런 면에

서 본다면 용서와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정반대의 것

이다.”

진정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모든 정황을 참작한 후

에, 아무런 변명 없이 저지른 죄악을 직시하는 것을 의

미한다. 또한 용서는 죄악의 공포, 혐오스러움, 그리고

사악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도, 그 죄악을 저지른

사람과는 깨끗이 화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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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아나 주의 베이톤 시에 살고 있는 빌 채드윅

역시 아들 마이클의 죽음에 대한 글에서, 용서와

책임을 묻지 않는 것 사이의 이런 차이에 대해 선명하

게 밝히고 있다. 자신의 아들을 죽게 만든 사람을 용서

해 줄 수 없었던 빌은,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꼭 봐야

겠다는 욕구를 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그는

정의 자체만으로는 그가 찾아 헤매던 평화와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스물한 살이었던 내 아들 마이클이 갑작

스레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1993년 10월 23일

의 일이었습니다. 이 충돌사고로 뒤 좌석에 앉아

있던 그 애의 단짝 친구도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

았습니다. 술에 만취한 채로 차를 몰았던 상대편

운전자는 크게 다친 데 없이 약간의 부상을 입었

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운전자는 두 사람에

대한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마이클에게선

아주 소량의 알코올이 검출되었고, 친구에게선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정의의 수레바퀴는 너무 느리게 굴러갔습니

다. 피고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만도 일 년이란 시

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모든 재판에 참여했지

만, 매번 사건은 유예되었습니다. 그 뿐이 아니

라, 피고측 변호사는 비록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

만, 피고의 혈중알콜농도 검사 결과를 불신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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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는 시도까지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피고

는 유죄를 시인하였고 6년형의 선고로 재판이 종

결되었습니다.

나는 집행유예 담당관에게 훈련소 형식의 프

로그램이 피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을 해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고, 단지 그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

는 지불해야 한다고 믿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그 피고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최고 형량을 받

도록 우리가 압력을 넣었다는 심한 비난의 편지

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서 만약 자

기 아들이 마이클 때문에 죽었더라도 자기는 원

한 따위는 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 때

저는 ‘당신의 아들이 정말로 죽기 전에는 이렇

다 저렇다 말하지 말라’며 분개했습니다. 최종

적으로, 그녀의 아들은 6개월간은 훈련소에서 형

기를 보내고 나머지 형량은 집행유예로 채우도

록 판결을 받았습니다. 6개월 후면 그녀의 아들

은 집으로 돌아오겠죠. 우리의 아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만 ….

생각해 보니 저는 그가 법의 심판을 받기만

하면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상황이 좋아질 것이

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마무리 짓다’라고 말할 때도 이런 식으로 생

각할 겁니다. 누군가 죄값을 치를 사람만 결정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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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든가, 또는 사람들이

납득할 정도로 법적인 정의가 구현되기만 한다면

희생자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

는 것 말입니다. 마이클이 죽은 이후로 몇 년 동

안,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이런 식으로라도

해결을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보

아 왔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이런 사람들

이 출연해서 가해자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외쳐대

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범인이 사형당하면 모

든 것이 해결이라도 될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저도 마이클을 죽음으로 몬 사람을 생각

하면 분노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저는 마이클에

게도 화가 납니다. 어쨌든 마이클도 그 날 밤 매

우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이고, 자신의 생명을 위험

속에 내몰았으니까요. 저의 감정을 추스르기까

지, 저는 이런 분노들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하

지만 선고가 내린 뒤에도 제 내면에서는 아무것

도 해결된 것이 없었습니다. 나의 영혼엔 무엇으

로도 채울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남아 여전히 저

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 가해자를 용서하기 전에는 내가 찾아 헤매

던 종결을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몇 달

이 지나서였습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책임을 묻

지 않는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 운전자가 마이

클의 죽음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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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고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을 용서해야만 했던 것입

니다. 아무리 엄한 처벌일지라도 지난 일을 되돌

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처벌과 상관없이 저는 그

사람을 용서할 마음이 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그

리고 이 용서의 과정에 있어서 정말로 문제가 되

는 것은 그 가해자가 아니라 바로 나였습니다. 나

스스로 이 용서의 길을 걸어가야만 했던 것입니

다. 그 사람이 내게 무슨 일을 했던 간에, 내가 변

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용서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했습니다. 내가 용

서해야 할 사람은 그 가해자 말고 또 있었습니다.

마이클과 이런 불행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신 하

나님,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용서해야만 했던 것

입니다. 결국, 가장 어려우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는 나 자신을 용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내

가 술을 마신 채 마이클을 태우고 운전한 적이 여

러 번 있었거든요. 그리고 내 자신을 용서하는 문

제가 모든 것의 열쇠였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

한 분노는 단지 내 내면의 두려움이 밖으로 표출

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자신에 대한 죄

책감을 다른 이들—가해자, 법정, 하나님, 마이클

—에게 투사시키고는 나 자신은 직시하지 않으려

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내 편에서의 책임을 인

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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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는 사건의 종결은 용서를

통해서만 옵니다. 이것이 이번 일을 통해 내가 배

운 점입니다. 그리고 용서는 정말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용서를 가능

하게 하는 힘은 우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혼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클의 아버지는 부모로서 너무나 고통스런 경험을

통해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삶의

상황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하는 그런 교훈인

것이다. 죄의 처벌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아무리 정당하

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우리 마음

속에서 용서하지 않는 한 마음의 평화를 기대할 순 없

는 것이다.

복수가 하나의 상위 가치로 존중되는 요즘 사회에

서, 용서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인기 없는 말이다. 사람

들은 갈수록 법의 심판에 불만족하며 처벌행위에 직접

관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몇몇 주(州)에

서는 피해자의 가족이 범인의 사형장에 참여할 수 있도

록 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

서 피해자의 가족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자신들이 폭력으로 상처를 받은 것

같이 다른 사람도 폭력으로 상처받기를 바라는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복수는 자신들의 상처를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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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기는커녕 허탈함과 분노만을 안겨 줄 뿐이다.

용서하는 것은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

에 있어선 ‘용서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단지 불가능

한 정도가 아니라 도리에 어긋날 때도 있다. 어떻게 부

모로서 자식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사실 아픔과 분노

는 당연한 것이며 필요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결국은 이

러한 것들은 화해를 바라는 마음에 자리를 내주어야만

할 것이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다. 우리가 다른 이들을 용서할

때만 하나님도 우리를 용서하실 것이라고. 그리고 당신

께서 십자가 상에서 자신을 못박은 자들을 용서하신 것

을 잊지 말라고. 우리가 예수님과 똑같이 용서하고자 마

음먹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용서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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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해가 불가능할 때의 용서

용서하지 않으려는 것은 살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

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살인은 순간적인 마음의 충동일 수

있지만, 용서하지 않으려는 것은 냉정하고 고의적인 마음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 조지 맥도널드

마리에타의 일곱 살 된 딸 수지가 캠프여행 중 유

괴당했을 때, 그녀는 범인을 향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제 가슴 속에선 분노가 이글거렸고, 복수하

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수지가 다친 데 없이 살아서 돌아온다 해도, 그

자가 우리 가족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그를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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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시원치 않을 거예요.” 라고 저는 남편에게 말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할 작정이었어요.

마리에타의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얼마 후 그

녀는 분노가 딸을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는 것

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괴범을 용서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를 용서하는 것이 자신의 딸을 저

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마리에

타는 하나님과 ‘씨름’을 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하나

님께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차츰 그 유괴범을

용서하는 것이 딸을 잃은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몇 달 동안, 그 유괴범을 위해 기도하면서 그

녀는 점점 더 평안한 마음과 진실함으로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런 원한 없이, 그녀의 사랑하는 딸

을 빼앗아 간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었고, 그 사람을 직

접 만나 대화하고 싶은 바람조차 있었다.

그리고 딸이 유괴된 후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밤, 마

리에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그 유괴범

의 전화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두려움이 섞였지만 처음

엔 약간 비난조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사람에게

뭔지 모를 연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도 놀랐다

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질수록 그 사람도 마

음을 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한 시간 이상 대화를 이

어갔다.

그녀가 재치 있게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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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FBI가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비로

소 마리에타는 딸이 집에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찰이 유괴범의 소지품에서 어린아이의 등뼈

를 찾아냈던 것이다.

주 형법에 따르면 그 유괴범은 사형감이었지만, 마

리에타는 더 이상 복수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말했

다. “저는 하나님의 정의는 형벌이 아니라 회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도 사람들을 벌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회복케하시고 화해하게 하고자 오셨습니

다.” 그리고 마리에타는 그녀의 딸의 살인자가 사형대

신 정신과 치료를 겸한 무기징역을 언도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했다. 고뇌하던 젊은 살인자는 얼마 후 결

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녀는 그를 돕고자 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세상에 평화

를 가져오려는 그녀의 노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

재 그녀는 살인범과 희생자 가족간의 화해를 도모하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은 그녀 자신을 치유하는

한 과정이기도 하다.

마리에타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모든 이야기

가 다 좋은 결론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체포되지 않

은 살인범이나, 집을 나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배

우자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용서해야 하

는 사람을 직접 대면할 수 없을 경우도 있는 것이다. 또,

직접 만날 수 있다 하더라도 상대가 전혀 잘못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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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용서할 수

있을까?

이 책 앞부분에 나왔듯이, 여동생의 비참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다니엘 콜만은 마침내 자신

의 목숨을 끊고 말았다. 하지만 딸과 아들의 죽음은 어

머니 앤의 삶을 변화시켰다. 현재 그녀는 델라웨어의 사

형수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사형수 아들

을 둔 바바라 루이스란 여자를 처음 만나면서부터 이 일

을 시작했다. 바바라의 아들을 함께 면회하면서부터 두

사람은 다른 수감자들까지 면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빌리란 사람을 만나게 되

었습니다. 그는 면회 올 가족이 아무도 없는 매우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빌리가 사형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교도관

들이 그를 교수대에 세우고, 참관인들이 올 때까

지 숨막히는 15분이 지나가고…. 그가 사형된 후

저는 더는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러나 기도를 통해 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마르쿠스라는 어린 소년을 알게 되었는데,

그 애의 아버지가 사형수였습니다. 그 애 어머니

와 두 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제 아버지까

지 잃게 되면 그 애는 홀로 세상에 남게 됩니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이 내 딸의 생명을 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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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또한 그 살인자를 찾

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 상

처는 치유되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세상에서

바바라와 마르쿠스를 도와주는 것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나와 알고 지내던 제니퍼라는 자매는 결

혼식을 열흘 앞두고 약혼자가 사라진 후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일 년 전 약혼을 했

고, 비록 가끔 관계가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제니퍼는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으며 결혼을 매우 고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간호 학교를 최종적으로 졸업한 상태였고, 웨딩

드레스도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이다.

제 약혼자는 그 동안 저를 속여 왔다고 고백

을 하더군요. 그 사람의 과거의 어떤 문제들이 여

전히 우리의 결혼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가 이것에 직면하려고 하기보다는 회

피하려고만 하였다는 것입니다. 저의 마음은 깨

지는 듯 아팠습니다. 며칠 밤낮을 눈물로 지냈고,

그 이후로도 여러 해 동안 비탄 속에서 지냈습니

다. 그의 부정직한 행동이 제게 깊은 상처를 남

겨 주었고, 마음 속에서는 쓴뿌리가 자라나고 있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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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지난 지금 제니퍼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무런 쓴뿌리도 남아

있지 않다. 비록 약혼자에게 직접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제니퍼는 그를 이미 용서했다. 때때로, 이루지 못한 결

혼의 상처때문에 가슴 아플 때가 있지만, 제니퍼는 노약

자와 산모 그리고 장애아들을 섬기며 충만한 삶을 가꾸

어 가고 있다. 그녀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지

금, 그녀는 자기 연민에 빠질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쁜

가운에 열정적으로,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저는 혼자이기에 결혼한 어머니들이 바빠서

엄두도 못 내는 일들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어느 때

든 달려갑니다. 그리고 제가 결혼해서 가졌을 아

이들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돌봐 주고 사랑해 주

고 있습니다.

제니퍼가 성녀라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

른 사람들도 그녀처럼 용서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발견

할 수 있는 것일까? 언뜻 보면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결혼을 포기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

른다. 그러면 삶의 행복이란 것이 꼭 결혼을 하고 자녀

를 갖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일까?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

는 것이 커다란 기쁨을 가져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

다. 하지만 결혼 생활로 인해 많은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가족에게 매여 있는 결혼한 남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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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독신 남녀들에게서 훨씬 헌신적인 모습을 자주 보

아 왔다.

아마도 제니퍼의 경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

은 아픈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이다. 또한, 일편단심 그리스도만을 섬기는 헌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틀림없이 위안이 될 것이다.

1980년대 중반에 우리 공동체에 들어온 줄리는 남

편이 딸을 괴롭힌 일로 남편과 싸운 뒤, 온 가족이

공동체를 떠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공동체를 떠나서 그

들의 관계를 재점검하고, 가족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안타깝게도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

았다.

저는 절망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이제 완전히 남이 되어 버렸고, 저도 지

옥 같은 결혼 생활을 더는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1년 동안을 브루더호프에서 떠나 있으면서 부부

관계와 가족관계를 회복하려 했던 우리의 소망은

이제 완전히 물거품이 돼 버린 것입니다. 모든 것

이 돌이킬 수 없게 돼 버렸지요.

저는 남편과 헤어진 후 다시 브루더호프로 돌

아왔습니다. 분노, 상처, 증오, 거절감, 절망감, 굴

욕감 … 어떤 말로도 저의 심정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치열한 싸움이 제 맘 속에

서 벌어졌습니다. 용서해 보려는 마음도 먹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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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지만, 복수심이 불붙듯 해 그리 쉽지 않았습니

다. 그와 재혼한 여자를 생각할 때마다 분노가 일

어나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쉽

지 않은 싸움이었고, 우리 다섯 아이들이 겪는 고

통을 지켜 볼 때마다 지금도 여전히 싸움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저도 용서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그를 용서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저의 싸움입

니다. 용서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나 기도할 때

마다 주님은 이 명령을 생각나게 하십니다. 하지

만 그 남자는 전혀 후회할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으며, 제가 용서한다는 것을 어떻게

실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어쨌든 저는 그가 한 일을 덮어 줄 마음은 없

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은 이혼을 받

아들이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결정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또한 저는 제 아이들이 그와

사는 것을 더 이상 허락할 수 없다는 뜻을 그에게

전했습니다.

이후로도 저는 그를 용서한다는 것이 한번으

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번이고 저는 저의 용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어떤 때는 제가 정말 그를 용서했는지 의심스러

울 때도 있으며, 그럴 때, 또 한번 치열한 싸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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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야만 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붙들게 되

었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제게 저지른 잘못 때

문에 제가 하나님에게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제가

다른 사람에게 한 잘못에 대해서만 걱정해야 한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줄리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그의 전 남편이 잘못을 인정치 않더라도 그녀는 용

서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해결

되지 않은 마음의 쓴뿌리로 인해서 사고와 감정에 있어

남편에게 얽매여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남편에

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남은 생애를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와 증오심을 던져 버리게 되면

서 그녀는 자녀들을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발견하

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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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일상생활과 용서

아버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시면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거나

웃음을 짓지 않으셨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잘 자요 여보. 내일 아침에 봐요.”

그 순간 나는

우리의 모든 상처의 치유는

용서를 통해서,

마지막 날에

우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을 주는

용서를 통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앨리스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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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살인자를 용서해

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가 아마도 거의 없

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나 부인, 자녀, 친구를 용서해

야 하는 경우를 하루라도 겪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이런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독 나무>란 시에서 윌리암 블레이크는, 아무리 사

소한 성냄도 꽃을 피워 독이 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 친구에게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화가 풀렸습니다.

어느 날, 나는 원수에게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화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분노는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두려움으로 물을 주고,

밤낮으로 눈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달콤한 미소와 속임수로

빛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분노는 밤낮으로 자랐고,

이윽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느 날 원수가 반짝이는 열매를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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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둠이 지면을 덮은 어느 날,

원수가 나의 정원으로 숨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무 밑에 쓰러져 있는 원수를 보고

나는 기뻐했습니다.

매일의 삶에서 갖게 되는 사소한 원한들이 바로 블레이

크의 나무의 씨앗이다. 이 씨앗들은 기름진 마음에 떨어

지게 되면 싹을 내고, 거기에 거름을 주며 돌봐 준다면

금방 스스로 자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이것들은 겉으로

는 작고 대수롭지 않게 보이고, 언뜻 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절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

다. 블레이크는 앞의 시의 처음 세 행에서 얼마나 쉽게

이것이 해결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화는 그 즉

시 풀어야 하며 더 자라기 전에 뿌리를 뽑아야만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배

워왔다. 나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행복한 날들이었지만

나에게도 즐겁지 못한 기억들은 있다. 나는 유난히 병

치레가 많은 아이였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태어났을 때

뇌에 물이 차는 뇌수종에 걸렸기 때문에 커서도 걷지 못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생후 이 년

육 개월만에 걸음으로써 이것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

지만, 내게는 ‘물 머리’란 별명이 늘 따라다녔다. 이

일은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나의 인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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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외톨이였다. 우리 집엔 나 말고도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었지만 사내아이는 나밖에 없었다. 거기에

다, 내가 태어나고 세 살 때까지 아버지는 자주 밖에 나

가 계셨기 때문에, 나는 늘 친구를 그리워하며 자랐다.

여섯 살 때 나는 다리의 종양을 떼어 내는 수술을 했

다. 이것은 그 후 삼십 년 동안 내가 받았던 숱한 수술의

서막에 불과했다. 수술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그 당시는 항생제가 나오기 전이었고, 우리가 살던 곳은

파라과이의 미개척 삼림 지대였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상처가 아물자마자 병원에서 집까지 그냥 걸어서 왔다.

마차는커녕 목발도 없었다. 절룩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

갔을 때 아버지의 놀라시던 표정, 그럼에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부모님은 그런 분이셨다. 우리들은 한 번도 부

모님이 다른 사람을 험담하시는 것을 들어 본 적도 없

고, 우리 자식들에게도 못하게 하셨다.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라고 자식들이 학교 선생이나 다른 어른들에

게 모욕을 당했을 때 모든 부모들이 겪는 마음고생이 없

으셨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살아가면서 당하는 모욕

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용서하는 것 뿐이라고

늘 강조하셨다. 내가 열네 살 때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남미의 황량한 시골에서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고등학교로 옮기면서 느끼는 변화는 엄청났

다. 새로운 언어도 내게 하나의 장벽이었지만 나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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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고 촌스럽다는 열등감으로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아이들이란 대개 따돌림받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

워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속을 내보이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반 친구들의 마음을 사서 또래 집단에 끼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별 성과가 없었

다. 남을 못살게 굴기로 소문난 한 아이가 유독 나를 놀

렸다. 하지만 나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처럼

이민 가정 출신이었던 친구들과 함께 나는 그 애가 알아

들을 수 없는 독일어를 써 가면서 사정없이 무시하고 놀

려댔다. 우리들간의 이런 적대감은 여러 차례의 주먹 싸

움으로까지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 나는 크로스컨트리 경주에 나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연습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지만 기대만큼 잘 되질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노

력을 인정해 주시던 코치 선생님의 우정 덕택으로 나의

낮았던 자존감이 놀랄 만큼 회복될 수 있었다. 또한, 그

분은 내게 트랙 완주에 도전하라고 격려하셨고, 결국 나

는 완주를 해낼 수 있었다. 나는 비록 탁월한 운동선수

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팀원으로서의 역할은 해

낼 수 있었다.

이십 대에는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부딪치는 거절감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여자와 사이가 깊

어지고 약혼까지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나를

버리고 떠나 버렸다. 원인은 내가 세련되지 못하고 현실

적이지도 못한 데 있던 게 분명했다. 몇 년 뒤 나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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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고, 이번엔 조심스럽게 거리

를 유지했다. 하지만 사귄 지 몇 달 만에 그녀도 나를 떠

나 버리면서 두 번째 희망도 좌절되고 말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 속에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내가 무엇

을 잘못했는지 심각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마음에 받은 상처를 치료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버지는 때가 되면 하나님이

내게 맞는 사람을 주실 것이라고 위로하셨고, 몇 년 뒤

나는 그 말대로 지금의 아내인 베레나를 만났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도 어렵지만 우

리가 잘 알고 신뢰하던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훨

씬 더 어렵다. 그러기에 가까운 친구나 동료에게 당한

배신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우리

내면 깊은 곳의 생각과 약점, 버릇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에 그들이 등을 돌렸을 때, 우리는 엄청난 좌절감에 비

틀거리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나는 버지니아 출신의 피

트라는 친구와 이런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동안의 사업을 정리하고 다른 주로 이사

하면서 십 년간 같이 일했던 그와 여러 가지를 정

리해야 했었다. 지난 십오년 동안 같은 기독교 모

임에 있으면서 그 부부와 나는 매우 가까운 사이

였기에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한 게 아니었다.

나는 공평하게 그리고 후하게 일을 마무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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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었고, 양심에 걸릴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회사 재산을 공평하게 잘 처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

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분배 방법은 내가 떠

나는 날까지의 소득의 반을 내가 갖고, 나머지 소

득의 반과 진행중인 사업과 회사 지분, 그리고 영

업권을 그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전혀 달랐고, 내가 이 사실을 알렸을 때

부터 나와 말하는 것조차 거절했다. 불행하게도

2개월간의 긴 인수인계 작업은 불쾌한 언사들로

난항을 거치면서 씁쓸하게 진행되었다.

내가 떠나는 날까지도 우리는 합의서에 서명

을 하지 못했다. 우리 둘 다 변호사를 고용했지만

일을 더 복잡하게만 할 뿐이었다. 나는 변호사 같

은 제 삼자가 그에게 내 제안이 공정하니 받아들

이라고 말해 주길 원했지만, 피트는 변호사를 해

고하고는 우리가 칠 년 동안 같이 일해왔던 회계

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피트는 객관성을 잃은 채

나에게 대항하였고, 나는 일이 왜 이 지경까지 왔

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많은 문서

들과 이의 신청서들이 오고 간 후에야 합의를 이

룰 수 있었다. 그 쪽은 내가 11월 말까지 받아야

할 돈을 12월 31일에야 지불할 수 있다고 우겼

고, 나중에서야 이 지불연기로 인해 내가 그 해의

회사 전체 수입에 대해 세무 책임을 져야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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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배당금을 6월이 되

서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5만 달러의 세금을 물

어야만 했다. 분을 이기지 못해서 나는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야 했다. 둘이 짜고서 나를 골탕먹인

‘기독교인’ 형제와 그의 ‘기독교인’ 회계사

에게 받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을 용서하게 되기까지 나는 마음 속 깊이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어쨌든 주님은 내 편에서

도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써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하셨고, 봉투에 풀칠을 해서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이

찾아왔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더라도, 나

는 나의 분노에서 자유로워져야만 했던 것이다.

약 한 달 뒤, 내게 용서하라고 충고해준 친구

가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그를 용서했다

고 대답하자 그녀가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이 용서한 친구 분도 참 평안해 보이더라구

요.”

애석하게도 소위 기독교인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도 동료나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일이 빈번한 것

이 현실이다. 브루더호프의 목회자였던 나의 아버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상담하는 재능을 가진 분으로 인정

과 존경을 받으셨다. 아버지가 가시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분과 대화를 나누려고 줄을 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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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고백을 하는 사람, 신앙상담을 원하는 사람, 단지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길 원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이 아

버지를 만나고 싶어했다. 아버지는 이것 때문에 많은 사

람들의 시기의 대상이 되셨고 존경을 받는 만큼 질투도

많이 받으셨다.

내가 태어날 무렵 아버지는 신장병으로 고생하셨는

데, 갈수록 병은 악화되어 갔다. 파라과이에서의 삶은

고달팠다. 질병이 만연했고 우리 그룹 내의 갈등은 살아

남기 위한 투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목회자로서의

책임감은 어느 때보다 아버지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되

었을 것이다. 한번은 몇 주 간 몸 상태가 계속적으로 악

화되었을 적이 있었는데, 의사가 앞으로 사십 시간밖에

는 못 살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악화될 경우를 염려해

서 아버지는 교회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기도

에 힘쓸 것과 이국 만리 타향에서 담대할 것을 권고하셨

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지도자 자리와 목회자로서의 책

무를 처남을 비롯해 세 명의 사람들에게 넘겨주셨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셨던

것이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교회의 지도자들은 아버지

가 그 일을 해낼 만큼 건강치 못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근거로 목사로서의 아버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결정을

내려 버렸다. 그들이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

가 병이 심하셨을 때 나타났던 ‘정서적 불안정’이었

다. 당시 아버지는 기괴한 꿈을 꾸셨고 환각 증상을 보

이기도 하셨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묵묵히 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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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굴복하고, 작은 선교사 학교와 병원에서 일거리를 찾

으셨다.

그 당시에는 부모님도 알지 못하셨지만, 이 모든 사

건의 진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모든 일이 부친이

목회를 그만두게 하기 위해 다 꾸며진 일이었다. 의사

의 진단도 날조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의사는 단지 몇

주 더 휴식을 가질 것을 제안했을 뿐이었다. 삼십 년이

지나서야 다른 의사가 아버지의 환각 증상의 진짜 원인

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당시 아버지가 복용하셨던 브로

마이드 약물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번도 우리

자식들은 아버지가 이 일 때문에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러고 얼마 후, 교회에 새로운 문제들이 표면화되

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율법주의의 물결이 교회에 퍼져

그리스도와 그분의 사랑을 인간의 규칙과 법으로 대체

하는 것을 염려하셔서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반대의 목

소리를 내고자 하셨다. 그러나 ‘분열을 조장한다’고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아 아버지를 포함해 몇 명은 쫓

겨났고, 아버지는 다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리셨다. 아버지는 능숙한 정원사임에도 불구하고 (아

버지는 원예학을 전공하셨다.)어떤 일도 찾을 수 없으

셨다. 파라과이에서 아버지는 나치에 동조하는 독일인

이주민으로 의심을 받았고, 영국이나 미국인 이주민들

은 아버지가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다. 결국 아버지는 어렵사리 나병환자 지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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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관리인 자리를 얻으실 수 있었다. 1940년대에는

나병은 불치병이었고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위

험천만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전염될지 모른다고 떠들

어댔고, 여러 의사들은 아버지가 다시는 처자식들을 보

지 못할지도 모른다고까지 경고했다. 당시 아버지가 겪

으셨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나

는 아버지가 나병환자 지역에서 돌아 오시던 날 너무나

도 흥분했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어깨를 흔드시면

서 집으로 걸어오시는 아버지를 보고 나는 지나가던 모

든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오셨어요!’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다들 차가운 눈길로 우리를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아버지를 추방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몇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는 교회의 지도자들이

너무 독재적이고, 강압적이고, 그리고 무정하다고 느끼

셨고, 그래서 그들에게 좀더 연민과 이해심을 가질 것을

호소하셨는데, 그들은 아버지를 ‘감정주의자’로 몰아

버린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럼에도 마음에 쓴뿌리를 품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지 않는다

면, 그 십자가의 고난이 우리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다고

늘 말씀하셨다. 또, 아버지는 두려움과 불신 속에 사는

것보다는 배신당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다른 사람을

믿고 사는 편이 훨씬 낫다고 충고하기도 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아버지의 친한 친구 분에게 들었을

당시 나의 나이가 이미 20대였는데, 충격이 이만 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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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었다. 만약 아무런 설명 없이 동료 목사들이 나

를 밀어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는 자문하지 않

을 수 없었다.

1980년에 나는 그것에 대한 답을 보게 되었다. 교

회 지도부는 느닷없이 내가 거의 10년 동안 맡아 오던

아버지의 보좌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해왔다. 지금까지

도 나는 교회가 왜 그랬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분명

한 것은, 40년 전에 아버지를 힘들게 했던 질투심의 문

제가 이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등을 돌

렸던 상대가 이번에는 나의 친구, 동료, 그리고 친척이

었던 것이다. 늘 나를 칭찬하고 격려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돌변해서 내가 했던 모든 일에서 잘못을

들춰내기 시작했다.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나는 그들과 맞붙어 싸

우고 싶은 유혹에 휩싸였다. 그 당시 아버지는 네 개의

커다란 교회의 수석 장로이셨기에 어느 때보다 나의 도

움이 필요하셨고, 바로 일주일 전에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기까지 한 상태였다. 나는 명예를 회복하고 원

래 내 자리를 찾고자 필사적으로 애썼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들과 맞서려는 나를 밀어 주지

않으셨다. 대신 우리가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선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지은 죄를 용서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산상설교 말씀을 상기시켜 주셨다. 아버지는 또한, 심판

날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한 일에 대해서가 아

니라,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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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이라고 일깨워 주셨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내 자

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면 깊은 곳에서 공동체의 특정 구성원에

대한 원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되면서, 내가

옳다는 것을 주장하는 대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용

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려야 했다. 그리고 나서야 용서할

수 있는 힘이 내게 주어졌고, 나의 투쟁은 완전히 새로

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마치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막

혔던 물꼬가 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는 상처

입은 자존심 때문에 괴로워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하

나님의 관점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물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갈등 상태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로 나는

아내와 함께 과거에 우리가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용서를 구했다.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하나님이 일하심을 느낄 수

있었고, 우리의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해는 우리 부부에게는 매우 힘겨운 한 해였으면서도

동시에 잊을 수 없는 해이기도 했다. 이 일을 통해 우리

부부는 다른 사람에 대해 더 큰 긍휼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현재 우리가 맡은 일에 준비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 부부가 잊지 못할 교훈들

을 남겨 준 해이기도 했다.

첫째는, 사람들로부터 억울하게 오해를 받거나 비난

을 당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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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마음이 올바른 가이다.

둘째는, 비록 남을 용서하고자 하는 결단들이 우리

내면에서 시작되는 것이지만, 우리 자신의 힘으로 그렇

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용서할 수 있는 힘은 우

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주시는 것이다.

우리가 기도와 신뢰로써, 그리고 우리의 연약함을 겸손

히 인정하며 그분께 의지할 때만 하나님께서 일하실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 된 짐과

캐롤린 윅스 부부도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들도 역시 용서만이 화해로 이끄는 유일한 길

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캐롤린은 다음과 같이 당시의 일

을 적고 있다.

1980년에 우리는 5년 째 브루더호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 곳으로 부르

셨다고 확신했고, 정말 정회원이 되고 싶었습니

다. 그러나 그 당시 브루더호프는 혼란과 불확실

의 시기였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돌아가는 과

정을 이해할 수 없게 되자, 저희 부부는 사람들에

게 쉽게 마음이 상했고, 결국은 마음을 닫아 버리

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저희는 잠시 휴가를 요청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몇 주간 공동체에서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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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 저희 가정 일도 정리를 하고 다른 형제 자매

와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

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리의 의

도는 오해를 받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

럼 공동체를 떠나게 되는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

다. 저는 지금도 떠나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

다. 몇몇 친구들이 작별인사를 하러 나왔지만, 뭔

지 모를 공허함은 떠나는 저희를 더욱 슬프게 만

들었습니다.

어떻게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몇 주 전

만 하더라도 우리는 브루더호프의 정회원이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의 모든 꿈

이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브루더

호프의 삶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

해야 했습니다. 공동체에 들어 올 당시 갓 결혼한

우리는 아직 뜯지도 않은 결혼 선물꾸러미를 가

지고 브루더호프에 들어 왔었습니다. 자동차며

우리가 가진 것들 모두를 공동체에 내놓기도 했

습니다.

브루더호프는 떠나는 우리에게 물질적으로는

섭섭하지 않게 채워 주었습니다. 한 차 가득 가구

와 함께 볼티모어에 있는 새 집까지 데려다 주기

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버림받고 거절당

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비참한 실패자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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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시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이전

의 모든 기억을 지워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

야 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 재정적으

로 일어서는 데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무렵이 돼서야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 둘 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아이들도 좋은 학교에 입학을 했

고, 또 몇 년만 있으면 빚도 다 갚을 수 있었습니

다. 그러나 마음이 왠지 휑하니 허전했고,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브루더

호프를 떠나고 초기에는 다시 돌아갈까 하는 마

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돌아갈 희망은 점점 사라져 갔고, 마음 속에선 우

리도 모르게 쓴뿌리의 벽만 높아져 갔습니다.

그리고 브루더호프를 떠난 지 거의 10년이 되

던 해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이 학교 통학버스를

막 타려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브루더호프의

한 부부가 근처에 왔는데 우리를 만나 보고 싶다

는 것이었습니다. 우선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야 했습니다. 그런대로 정겨운 대화가 오고 갔지

만, 대화는 겉도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

다. 과거의 감정들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

에서 가슴 깊은 곳의 상처만 재확인 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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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부부가 떠나고 한동안

아무런 만남이 없다가 7개월 후, 우리는 ‘그냥

한번 휴일에’ 브루더호프에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은 다음 휴일의 두 번째 방문으로

이어졌고, 그 곳 분들은,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서로 오해를 풀 수 있도록 특별모임을 마련해 주

셨습니다. 모임의 시작은 썩 좋았습니다. 그런데

모임이 끝날 즈음에 놀랍게도, 우리가 가장 신뢰

했던 목사님이 실제로는 우리를 가장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모

임이 끝난 후에 우리는 그래도 공동체 사람들과

친구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싫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아침, 그 목사님 내외가

두 시간이나 운전을 하고 와서는 우리에게 용서

를 빌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생각해 보

십시오. 그분들이 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처음

에는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

야 할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할 수 없이 그분들을 만나게 되

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우리를 만나자마자

느닷없이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들이 잘못했으니

마음을 풀자며 저희를 끌어안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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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해놓고서는, 십 년 동안

의 악몽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힘

든 일들을 겪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하

자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자기들은 십 년이

란 나이를 먹은 것 말고는 달리 어려움 없이 살아

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부부는 물러설 기세

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들을 거절하려

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의 손이 그들의 손을 잡았고 우리는 그들을 용서

했습니다 . 몇 달이 안 되어 우리는 다시 브루더

호프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짐과 캐롤린도 공동체에 돌아온 후 오래지 않아 자신들

도 역시 잘못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이

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양쪽 다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

습니다. 우리도 완고했고 우리 주장만 고집했으

며 우리의 자존심 때문에 화해를 할 수 없었던 것

입니다.

어떤 싸움이든지 한쪽만 잘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데 우리는 으레 교만함 때문에 다른 사람의 죄만 보고,

우리 자신의 잘못에는 눈을 감아 버리게 되고 만다. 겸

손한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용서할 수도, 용서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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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수도 없다. 마음을 낮추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하지

만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인 것이다. 그리고

용서함으로써 우리는 이런 고통을 넘어 사랑을 통해 생

기는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M. 스코트 펙은

이렇게 적고 있다.

인간은 낙담, 절망, 두려움, 불안, 슬픔, 애통함,

분노, 용서의 고통, 혼란, 의심, 비판과 거절을 겪

으면서,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는 것 외에는 달리

충만한 삶을 누릴 길이 없다. 이러한 감정의 굴곡

이 없는 삶은 우리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기꺼이 상처받을 마

음이 되어 있지 않으면 치유받을 수도 없는 것이

다. 12

부부나 가족 또는 영적으로 맺어진 형제 자매, 동료 또

는 친구, 누구와의 사귐이건 간에 진정한 의미의 공동

체는 서로의 영혼을 가식 없이 드러낼 것을 요구한다.

C.S. 루이스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처받는다는 것입니다. 천

국 말고 우리가 모든 위험과 사랑의 불안에서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지옥 뿐입니다.” 13

짐과 캐롤린의 이야기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용

서는 사람들을 다시 하나가 되게 한다. 고통스러웠던 시

간들은 극복되기만 한다면 더 깊은 사랑으로 우리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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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 주며, 우리의 하나됨을 약화시키기보다는 더욱 튼

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그마한 원한의 감정을 방치하면 어떤 결과

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대체로 이런 과정엔 험담이

포함된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들한테 동정을 얻기 위

해 우리가 당한 상처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가 쉽다.

이것은 불 난 데다 기름을 끼얹는 식으로 우리의 원한을

더욱 커지게 만들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가정, 학교, 병원, 교회, 회사, 공

장 —를 보면 험담의 파괴적인 결과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작업 태만, 생산성 저하, 스트레스, 탈진, 심지어

자살까지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악이 극복될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정직하고 솔직한 방법

으로 분노를 없애고 억압된 감정들을 해소하는 유일

한 길은, 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뿐이다

(Direct speaking).

브루더호프의 창설자이자 나의 조부이신 에버하르

트 아놀드는 이것의 중요성을 너무나 강하게 느낀 나머

지 ‘사랑의 법칙’으로 틀을 잡아 사람들이 볼 수 있

는 작업장에 걸어 놓을 것을 부탁하기까지 하셨다. 수

십 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마태복음 18장의 예수님 말씀

에 근거한 이 법칙을 고수하며 거듭 그 중요성을 확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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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외의 다른 법은 없습니다. 사랑은 다른 이들

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 사람들에

게 화를 낼 수 있단 말입니까? 사랑을 담은 말들

은 형제 자매 앞에서 우리가 누리는 기쁨을 전해

줍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짜증내며 말한다는 것

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형제나 자매에 대해서

또는 그들의 개인적인 성격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나 빗대어서라도 욕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절대로 뒤에서 욕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끼리 다

른 사람을 험담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침묵의 법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충성심

도 공동체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솔

직히 말하는 것은 허락됩니다. 이것은 우리 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문제를 가진 이들에게

우리가 자발적으로 해야 할 형제 자매간의 섬김

인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직접 하는 솔직한 말

들은 우정을 깊게 하는 것이므로 불쾌하게 받아

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런 직접

적인 방법으로 일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만 두

사람 다 신뢰하는 제 삼자를 부를 필요가 있습니

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은 문제의 해결을 보고

더욱 깊은 연합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19세기 목회자이며 신학자였던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는 말하기를, 어떤 때는 직접 대면을 하지 않고 그냥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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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화나게 만든

상대의 행위가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았을 경우가 그렇

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은 말 때

문에 화가 났을 경우일 것이다. 이때 용서를 하지 않으

면 있지도 않을 사과를 기다리면서 언제까지나 기분이

상한 채 불신 속에 지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두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

고, 또 받기도 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인간적

인 잘못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랑과 용

서의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성령님은 우리

삶 속에서 역사하시기 위해 우리가 마음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시고 계신다. 사랑은 증오를 이기고, 믿음은 의심

을 극복하며, 소망은 절망을 이긴다.

오백 년 전 토마스 아 켐피스는 동료 수사들에게 말

했다.

우리 삶에 있어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역경이 없

을 때가 아니라, 역경 속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인

내할 때이다.

기꺼이 용서할 마음이 있는 이러한 인내는 하나의 신비

이며, 삶의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는 향유이다. 용서 없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는 진정한 공동체도, 사람들간의

지속적인 사귐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용서를 통해 우리

는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풍성한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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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부부간의 용서

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 달라는 요

청을 받을 때마다,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기도하고 용서하

십시오. 그리고 폭력적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젊은이에게도

저는 말합니다. 기도하고 용서하십시오. 또한, 가족에게 아무

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혼자된 어머니들에게도 말합니다. 기

도하고 용서하십시오.

- 마더 테레사

수 년간의 상담을 통해 나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 매

일 용서하지 않는다면 결혼 생활은 생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거듭 경험해 왔다. 또한, 아무리 고통

스러운 문제라도 ‘미안해요’ 한마디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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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약점과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바로 이것이 결혼 생활을

건강하게 만드는 묘약인 것이다. 이것을 통해 두 사람

은 모두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깊이 의지하고 있다

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디이트리히 본훼퍼는 우리가

서로의 죄를 용서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용서 없이는

어떤 인간관계도 —결혼은 특히 그러하다—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로 권리를 주장하지 마십

시오. 서로 비난하지 말며,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마십시

오. 서로 책임을 전가하지 마십시오. 오직 자신을 받아

들이듯이 서로 용납하고, 날마다 마음으로 서로를 용서

하십시오.”14

나와 아내 베레나는 31년의 결혼 생활 동안 서로 기

꺼이 용서할 마음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 볼 기회가 많

이 있었다. 결혼식을 올린 후 일 주일도 안 되어 우리는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우리 부부는 부모님과 누이들

을 신혼 집에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베

레나는 온종일 식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

고, 나는 아내를 도와 누이가 선물해 준 예쁜 접시 세트

로 식탁을 차렸다. 식구들이 도착하고 우리는 식탁에 둘

러앉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식탁이 한 쪽으로 주저앉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내가 식탁 다리를 제대로 펴지

않았던 탓이었다. 음식이며 깨진 그릇들이 마루에 엉망

으로 나뒹굴었고, 아내는 울음을 터트리며 방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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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몇 시간 후에 우리는 이 봉

변에 대해 웃으며 털어 버릴 수 있었고, 이제는 가족의

추억 거리가 되어 가끔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여덟 명이 되기까지 우리 부부간에

는 많은 불화 거리가 있었다. 저녁마다 아내는 아이들

을 목욕시키고 잠옷을 입혀야 했고, 아이들은 소파에 앉

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나를 기다리곤 했다. 내가 일

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나와 놀고 싶어했

고, 가끔은 마당에서 뛰어 노는 때도 있었다. 아내가 옷

에 묻은 잔디얼룩이며 흙을 없애느라 애쓸 거라는 데까

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한마디

의 불평도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천식을 앓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밤마다 기침과 호흡곤란 때문에 우리 부부는 늘

잠을 설쳐야 했다. 이것도 우리 부부간의 불화를 가져

왔다. 아내는 내가 자기만큼 일어나서 아이들을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 부부는 내가 하는 일 때문에 적잖이 말다

툼을 했던 것 같다. 출판사의 영업을 할 당시 나는 여러

날을 길 위에서 보내야 했고, 내가 맡고 있던 지역이 미

국 서부의 뉴욕, 버팔로, 로체스터, 사이러쿠스였기 때

문에 거의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을 운전해서 집에 오

는 것이 예사였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시간 동안 집을

비워야 했다. 아버지의 보좌관으로 일할 때는 1년에 서

너 번 유럽을 방문하기도 하고, 나중에 장로가 되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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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종종 여행해야 했

다. 그리고 언제나 여행 때마다 ‘너무 중요한 일’이라

는 식으로 변명을 했지만, 나의 바쁜 일정에 맞춰야만

하고 늘 아이들과 집에 남아 있어야 하는 아내의 마음을

풀어 주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뉴욕타임스지 사건이 터졌다. 길 위

에서 힘든 날들을 보낸 뒤라 나는 아이들이 내 주변에서

즐겁게 노는 동안 잠시 신문을 펼치는 것이 그리 잘못이

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생각이 달랐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내가 얼마나 이기적

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가끔, 만약 우리가 매일의 삶에서 처음부터 서

로를 용서하는 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결혼 생활이 어떻

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곤 한다. 너무 많은 부부들이 한

침대에서 자고, 같은 집에 살지만 그들 사이를 갈라놓은

분노의 담 때문에 마음으로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이 담을 이루고 있는 벽돌이 겉보기엔 매우 작을지도 모

른다. 결혼 기념일을 잊어버린다거나, 사소한 오해, 또

는 모처럼 계획했던 가족 소풍을 망치는 직장의 모임 등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아내들은 남편이 빨래

할 옷을 세탁 바구니에 넣는 대신 그냥 내던져 놓을 때

짜증을 내고, 남편들은 아내들이 자기들도 하루종일 일

했다는 사실을 자꾸 확인하려고 할 때 기분이 나빠지기

도 한다.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부부 관계는, 단지 인간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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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기만 해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말다툼이나 불화가 없는 관

계가 ‘좋은’ 부부관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비

현실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그들은 금방 결혼에

환멸을 느끼고는 얼마안가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로 갈라서고 마는 것이다.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알

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

다. 그리고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유일하게 확실한 해결

방법은, 필요하다면 하루에도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매일 함께 기도하지 않는다

면 결혼 생활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긴장들은 불필요하

게 더 크게 번지고 말 것이다. 열심 있는 기도 생활을 통

해 부부는 하나님께 집중하며 두 사람의 하나됨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C.S. 루이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매일의 삶에서 끊임없이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 위세 부리는 시어머니와 폭력을 휘

두르는 남편과 바가지를 긁는 아내와 이기적인

딸과 거짓말하는 아들을 용서하는 것, 어떻게 이

것이 가능할까? 내가 아는 단 한가지 길은 우리

가 서있는 자리를 기억하며 매일 밤마다 “우리

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라고 우리가 기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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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대로 사는 것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

신의 죄도 용서받을 길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거

부하는 것은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자비를 거부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예외도 없으며, 하나

님은 당신의 말씀대로 행하실 것이다. 15

나의 장인과 장모이신 한스와 마그리트 마이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용서의 능력을 정말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장인은 매우 고집스러운 분이셨다. 그

리고 그것 때문에 장모님과 몇 차례 별거를 하시기도 하

셨다. 열성적인 반군국주의자셨던 장인은 군입대를 거

부했다는 이유로 1929년 결혼 후 한 달도 못 되어 투옥

되셨다.

석방 후에도 얼마 되지 않아 두 분은 다시 떨어져야

했다. 브루더호프를 알고 방문 중이던 장모님께서 공동

체에 참여하기를 원했지만, 종교 사회주의자였던 장인

은 공동 생활에 대해 사뭇 다른 생각을 갖고 계셨기에

장모님과 뜻을 달리했던 것이다. 장모님은 바로 전에 첫

아이를 출산한 상태였기에 장인에게 같이 살자고 애원

했지만 장인은 고집을 굽히지 않으셨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의 끈질긴 설득 후에야 장인은 브루더호프에 들어

오게 되셨다.

결혼 생활이 삼십 년이 지나고 열한 명의 자녀를 둔

후에도 두 분은 또 한 번 별거를 하게 된다. 1961년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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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분은 남미에 사셨고, 브루더호프는 엄청난 내부적

혼란과 격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

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었던 장인은

가족과 공동체를 떠나게 되셨다. 그 결과 장모님과 자녀

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장인은 고집을 꺽지

않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자리를 잡아서는 그곳에서

11년간 사셨다.

두 분 사이에는 드러나는 심한 적대감이 있었던 것

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

았다. 서서히 쓴뿌리의 담은 높아져 갔고, 두 분을 영원

히 갈라놓을 것만 같았다.

1966년 내가 두 분의 딸인 베레나와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장인은 참석치 않으셨고, 우리 아이들은 외할아

버지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자라나야 했다.

1972년 나는 부자간에 화해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처남과 함께 갔다. 장인은 처음에

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장인은 오로지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려고만 하셨고, 자기가 얼마나 많이 상처

받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만을 원하셨다. 그런

데 우리가 떠나기 전 날, 마음의 무슨 변화가 있으셨는

지 장인이 미국에 한번 방문하겠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장인은 두 주간만 방문할 것이며 왕복표를 끊었다는 것

을 굳이 강조하셨다. 그러나 이것이 시작이었다.

마침내 장인이 우리를 방문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걸

었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장인은 쉽게 용서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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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셨던 것이다. 우리는 지난 날의 묵은 문제들을 말끔

히 없애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면서 장인을 오랜 세월 동

안 가족들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던 사건들에 대해 책

임을 인정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단 하나 우리 사이

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자신의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장인이 잘 알고 계셨다. 그럼에도

장인은 용서하기 위해 필요한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없

으셨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전환점이 될 사건이 있었다. 공동체

회원 모임을 하는 중에, 폐암으로 죽음을 기다리던 나

의 백부 한스 헤르만이 있는 힘을 다해 장인에게 걸어가

서는, 장인의 가슴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

보게, 변화는 여기에서 일어나야만 하는 걸세.” 백부

가 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백부는 코를 통해 튜브로 산소 공급을 받고 있었고, 거

의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말에 장인은 완전히 무

너져 내렸으며 얼었던 마음이 봄 눈 녹듯 녹아 내렸다.

이 일 후, 장인은 아르헨티나에서의 일을 마무리한 후

장모님이 계신 공동체로 다시 돌아오셨다. 그리고 십여

년 전처럼 다시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공동체 일원이 되

셨다.

장인은 장모와 떨어져 살면서도 다른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으셨고, 장모는 그때까지 장인을 위해서 매일 기

도를 쉬지 않으셨다. 두 분 다 상처를 깊이 받으셨기에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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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 나는 두 분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쭉 지켜 보았

다. 그리고 16년 후에 장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두 분

은 자식들과 손자 그리고 증손자들과 함께 사랑과 기쁨

속에서 여생을 보내셨다.

비록 우리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인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것은 용서하는

것보다는 인간적인 정의감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둔 질문

으로 매우 까다로운 문제이다. 나의 장인 장모님이 경험

하셨듯이, 용서는 정의 그 이상이다. 용서는 거저 주어

지는 선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

람에게는 용서가 비이성적이고 어리석은 것처럼 보일지

도 모른다.

나의 장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세월 동안

의 헤어짐도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간음이나 학대로

인해 파괴된 부부 관계도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까? 예

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길 모세가 이혼을 허락한

것은 인간의 완악함 때문이었으며, 이제는 더 이상 타당

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화

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반면 이혼한 후에 재혼하는 사

람은 앞으로의 화해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애 버리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불가피 할 경우가 있

지만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결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신실한 사랑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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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 공동체와 긴밀히 교제하고 있는 한국

쉴터 공동체의 박한결 자매의 사연은 어떠한 배

신의 아픔도 용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결 자매는 대학생 시절, 자신을 무겁게 누르는 삶

에 대한 절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들게 살아가

던 중에 쉴터 수양회에 참석해서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신실한 가정을 이

룰 희망을 품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서 딸 지혜를 낳았

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았고, 전

혀 상상도 못할 일이 한결 자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저는 남편이 날 사랑하고 우리 아이 지

혜가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붙들고 있

었습니다. 남편은 저와 지혜에게 더 관심을 쏟는

것 같았고 저도 남편을 믿었습니다. 직장에서 퇴

근하는 시간이 늦어져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 잦

아져도 가족을 위해 고생하느라 그렇겠지, 라고

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제 감정은

알 수 없이 우울해지고 남편도 그전과 달리 곧잘

불만이 쌓여 갔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남편의 전

화 통화를 통해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몸을 떨었습니다. 1년 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

에 ‘한 번은 용서하지만 더는 절대 안 된다, 그

땐 이혼이다.’라고 생각해 오던 터였지만 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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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고 보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배신

감과 분노에 압도되어 제발 나가달라고 남편에

게 애원했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들을 참고

살아왔던 것이 너무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습

니다. 저는 자고 있는 지혜 옆에 누워 울음을 삼

키며 최대한 냉정해지려고 했지만 몸이 덜덜 떨

리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이대로 내 존재가 사라

졌으면 했습니다. 이제 막 세돌을 넘긴 지혜를 생

각하면 왈칵 눈물이 쏟아지면서, ‘내가 정신차

리고 살아야지.’ 생각하면서도 거절감과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에 감정이 복받쳐 주체할 수 없었

습니다. ‘이러다가 내가 죽겠구나, 이러다가 정

신이 나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

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하나님께 매달리면서,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분명 하나님의 계획이 있

을거야. 그래야만 해. 예수님, 도와주세요.’라고

되뇌이며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

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가정의 비전과 말씀

을 기억나게 하시며 두려워 떠는 제 영혼을 어루

만져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남편

은 미안해 하기는커녕, 날카로운 말들로 저를 괴

롭혔습니다. ‘당신도 젊었을 때 좋은 사람 다

시 만나라. 당신도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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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당신이 키우면 좋지만, 싫다면 고아원에 보내

라.’라는 그 사람 말에 총이 있었다면 그 누구도

아닌 제 손으로 그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

의 말들을 생각하면 거절감과 수치심, 분노, 두려움

으로 견딜 수 없었고, 잊으려 하면 할수록 영화처럼

또렷이 기억날 뿐이었습니다. 남편이 ‘당신은 그

렇게 자기 인생에 대해 자신감이 없느냐 ? ’고 할

때는, 모든 원인이 내게 있는 것 같았으며, 헤어지

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내 자신이 미워지고 싫어

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있는 내 자신이 증오스러

웠고, 이런 상황을 허락한 하나님도 원망스러웠

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괴롭힐 대로 괴롭히다가 연민

에 빠져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저의 영혼이 파

괴되어감을 느꼈습니다. 몸은 살아있지만 영혼

은 지옥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 용서하는 것이라면 그 길을 가야

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용서는 내 의지의 선택이

란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 혼

자는 어떠한 선한 길로도 갈 수 없다는 고백과 함

께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제 안에서 죄와 하나님

을 향한 믿음의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고,

한 번에 끝날 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새로운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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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옮겨지

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리신 주

님의 얼굴이 확대되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것은 위엄있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저주받은 인간의 형상이었습니다. 치욕적이고 무

자비한 십자가 형으로 인해 오열하며 입을 커다

랗게 벌리고 부르짖는, 아무런 기풍도 느낄 수 없

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도 끔찍해서

눈을 돌려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은 죄악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제가 가야할 길

이었습니다. 그토록 처참히 죽어야 했던 것은 바

로 제 자신이었습니다. 자기가 죄인이면서도 다

른 죄인 용서하기를 거절하는 저의 모순된 모습

은 하나님의 자비는 받아들이면서 그 자비를 베

풀기는 거부하는 자였습니다.

그제서야 공동체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를

얼마나 용납하고 용서해 주었는가를 깨닫게 되었

습니다. 이기적인 저를 평생 용납한 부모님, 같이

사는 동안 저를 용납하고 용서한 공동체 형제 자

매들.... 또한 저는 남편만이 사단의 종노릇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정작 제 자신이 어둠의 세력에

갇힌 자라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제 자신이 바

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인 것을 다시 한 번 깊

이 깨닫게 되면서 남편을 용서하지 않을 수 없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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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내가 남편에게 행

했던 무관심한 태도와 잘못들이 기억났습니다.

과거에 남편이 저의 사랑없음으로 겪은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제 잘못에 대해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분노를 품고 찾아갔던 그 여

자의 집에서 그녀를 향한 강한 연민이 넘쳐 그녀

에게 용서한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자매를 위해 기도

해 주었습니다. 실제로 용서는 가능했으며, 그 가

운데 남편과 더불어 제 자신이 치유를 경험하게

되었고, 더욱 감사한 것은 그제서야 십자가의 의

미를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 사람은 1998년에 영국 브루더호프를 방문해서

몇 개월 동안 지내면서 하나님께서 가족에게 주신 사랑

을 재확인하였고, 현재 쉴터 공동체에서 부부간의 깊은

신뢰 가운데 생활하고 있다.

외도로 인한 신뢰 관계의 파괴가 회복되려면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처음에는 둘이 따로 떨어

져 살면서, 두 사람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상

담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두 사람은

부부간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의지적으로 노력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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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외도로 인해 결혼 생

활이 파괴된 한 부부를 상담하고 있었다.

에드와 캐롤은 결혼한 지 9년이 된 부부다. 결혼 전

에도 이미 에드는 심한 술꾼이었고, 이 문제는 초기부터

결혼 생활에 심각한 긴장을 가져왔다. 한 집에 살긴 했

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자꾸 멀어져만 갔다. 결혼한 지

몇 년 뒤부터 에드는 이웃집 여자와 은밀한 관계를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캐롤은 자꾸만 우울해지

는 자신을 발견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에드와 캐롤은 1990년 중반에 처음으로 브루더호프

에 왔고, 며칠 후에 에드는 아내에게 그의 과거의 불륜

관계를 고백했다. 그 관계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

데도 에드는 자신의 죄책감 때문에 마음에 평안을 누리

지 못했던 것이다. 캐롤은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오래 전부터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갖긴 했지만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것이다. 캐

롤은 억누를 수 없는 분노 속에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

다며 에드에게 이혼하자고 소리쳤다.

캐롤의 그런 기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

나 나는 처음부터 유일한 치유의 방법은 오로지 용서하

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캐롤에게 지금

좌절한 채 주저앉는 것은 두 사람을 더욱 갈라놓을 뿐이

며, 또한 하나님께서 두 사람을 다시 결합시키실 수 있

는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나

는 동시에 두 사람에게 당분간 따로 생활하면서 상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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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도록 했다. 이런 경우의 별거는 성경적이다. 성경에는

간음을 한 사람과 사는 것은 동일하게 간음을 하는 것이

라고 기록되어 있다(고전 6:15-16). 또한, 에드와 캐

롤은 떨어져 있음으로 해서 자신들의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엔 즉효약이 없고 오랜 시

간이 필요하며 커다란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밑바닥

에서부터 다시 새롭게 관계를 세워야만 하는 것이다.

에드와 캐롤은 여러 달 떨어져 지내는 동안 놀라울

만큼 관계가 좋아졌다. 처음에는 전화로 안부를 묻는 정

도였는데, 점점 마음을 열게 되면서 대화가 길어지고,

나중에는 서로 만날 정도까지 되었다. 에드는 술을 끊었

으며, 여러 달 동안의 고통스러운 후회의 시간 뒤에 자

유와 기쁨을 누렸다. 캐롤도 수없이 힘겨운 순간들을 싸

워 나가야 했지만, 정말로 새롭게 출발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곧, 캐롤은 에드를 다시금 사랑하게 되

었고, 아이들과 함께 에드를 위해 매일 기도하기 시작했

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캐롤이 에드를 완전히 용서

할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일단 캐롤이 자신도 그들의

문제에 다소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녀는 겸

손히 에드의 입장에서 그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열 달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다시 결합해서 행복하

게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축

하 예배에서, 에드와 캐롤은 서로에 대한 용서와 새로

운 결혼 생활의 시작을 여러 공동체 식구들 앞에서 선

포했다. 그런 다음, 둘은 기쁨에 찬 얼굴로 새 반지를 교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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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는 에드와 캐롤처럼, 외도로 인한 배신

감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수없이 많이 있

다. 하지만 나는 다른 부부들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

계 회복을 할 마음만 있다면, 서로 간의 용서와 사랑을

통해 어떤 고난의 폭풍우라도 견디어 낼 수 있다고 확

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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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학대하는 부모 용서하기

우리가 더는 과거의 희생자가 될 필요가 없으며, 거기에서 벗

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일종의 해방

감을 느낀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야 한다. 바로

용서하는 것이다. 용서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행

해지는 사랑이다. 용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아무런 대가

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 헨리 나우웬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아픈 상처에서 치유

받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심리적, 육체적, 그리고 심하게는 성적 학대로 인한 깊

은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수

없이 많이 있다. TV와 잡지들이 매일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프로그램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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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을 덤덤한 시청자들에게 쏟아내고 있다. 하지

만 이렇게 가슴 속에 맺힌 것들을 아무리 쏟아낸다 해도

이들이 원하는 치유는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로날드는 서부 펜실베니아의 한 목장에서 자랐다.

그는 사십여 명이나 되는 친척과 한 집에서 살면서 매우

가난하게 살아야 했고, 집의 분위기도 매우 험악했다.

그의 사촌들은 서로를 죽이려고 할 정도로 사나웠고, 말

안 듣는 애들에게 암염을 총에 넣어 쏠 정도의 난폭한

할머니도 있었다.

얼마 후 로날드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찾아서 롱아일

랜드로 가족과 함께 이사를 했다. 비록 아버지의 수입은

늘어났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자꾸 나빠지기만 했다. 그

결과 로날드의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상습적

으로 아이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로날드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져

서 전신이 마비되는 일이 발생했다. 한때 집안의 폭군이

었던 아버지가 이젠 전신 마비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린 것이다.

그때 로날드는 아버지를 외면할 이유를 충분히 가지

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자기 인생을 망치게 한 사람을

돌봐준단 말인가? 그러나 로날드는 아버지의 곁을 떠

나지 않았다. 로날드는 대부분의 간호를 손수 도맡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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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의 충실한 손발이 되어 주었다. 씻기고 입히고 마비

된 손과 다리를 운동시켰다. 이전엔 자신을 무자비하게,

그리고 가끔은 의식을 잃을 정도로 때리던 그 손과 다리

를…. 가끔 로날드는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바람을

쐬며, 그들이 겪었던,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마음

의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가끔은 과거의 상처가 악마처럼 여전히 로날드의 주

위를 맴돌지만, 그는 이제 어린 시절에 그렇게도 원했던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말한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용

서와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로날드의 사랑의 섬

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브루더호프의 멤버였다가 1993년에 세상을 떠난

카알도 혹독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다.

독일계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서 독자로 태어났던 그는

1차 세계대전과 전후의 경제적 공황의 짙은 먹구름 속

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네

살 때, 그리고 계모는 열네 살 때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의도적으로 카알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채 신문 광고를 냈다.

“집안일 해주실 분 구함, 딸 세 명을 가진 미망인

원함. 재혼할 의사 있으신 분”

여러 명이 찾아왔고, 결국 한 여자가 남게 되었다. 그

러나 새엄마는 집에 남자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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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숨긴 데 대해 새 남편을 결코 용서하지 않으려

했다. 카알의 식사는 다른 식구에 비해 늘 형편 없었고,

새엄마는 카알에 대해 늘 꼬투리를 잡아 불평을 했다.

카알의 아버지는 자신의 입장 때문인지 새 부인의

모질고 냉혹한 태도를 묵인했고, 아들을 두둔하는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아들을 학대하는 부인과 합세해서 놋쇠

고리가 달린 가죽 끈으로 카알을 때리는 일도 적지 않았

다. 카알이 매를 피하려고 하면 아버지는 더욱 격해져서

얼굴과 머리까지 때리기가 일쑤였다.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카알은 집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전후 나라를 휩쓸던 청년운동에 매

료되어 무신론자들과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세상을 바

꿔서 다시는 이런 사회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독일 전역을 돌아다

니던 그는 브루더호프를 알게 되었고 거기에서 느낀 사

랑에 감동하여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는 공

동체 삶에 헌신적으로 투신했지만 어린 시절의 아픈 경

험은 그를 놔주질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그의

마음을 바위덩이처럼 무겁게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참

다못해 카알은 나의 할아버지인 에버하르트 아놀드를

찾아가서 자신의 분노며 증오를 쏟아내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반응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할아버지

는 카알에게 부모님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써서 지

난 날 의도적으로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슬프게 했

던 잘못을 바로 잡으라고 충고하셨던 것이다. 또, 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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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는 부모님의 잘못을 생각하지 말고 카알 자신의 잘

못만을 바라보라고 충고해 주셨다. 카알은 처음엔 그것

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조언을 따랐

고, 카알의 아버지는 아들의 편지를 받았다는 전갈을 보

내왔다. 그리고 비록 아버지가 지난 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해 오진 않았지만, 카알은 모든 무거운 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카알은 마음의 평

안을 누릴 수 있었으며 다시는 어린 시절의 아픔에 대해

불평하는 일이 없었다.

우리 가족과 친구처럼 지냈던 메리도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한 아픈 기억을 같은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저의 어머니는 마흔 넷의 나이로 남편과 한 살바

기 막내부터 열 아홉 살 큰언니까지 여덟 명의 자

녀를 둔 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은 우리 가족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 주었습

니다. 거기다 우리 자녀들에게 의지할 사람이 가

장 필요할 시기에, 아버지는 정서적으로 정상이

아니셨습니다 . 아버지는 언니와 저를 성적으로

희롱하려고까지 했었고, 저는 아버지가 살아있다

는 것 자체가 싫었고 정말 미웠습니다.

그 뒤, 아버지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

었습니다. 저는 공부를 위해 유럽으로 떠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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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칠년 동안 아버지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은 없어지지 않고 제 안에

서 커져만 갔습니다.

후에 저는 남미로 돌아와서 어릴 적부터 친구

였던 지금의 남편과 약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런데 그 즈음 아버지가 나와 만나고 싶다는 연락

을 보내 왔고 저는 고민 끝에 거절을 했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전

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약혼자는 그래선 안

된다고 저를 설득해 왔습니다. 이런 만남을 거부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며, 화해하기를 원하는 아

버지를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고 타일렀습니다.

저는 심각한 내적 싸움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리

고 결국 마음을 돌이키게 되었고, 약혼자와 함께

무릎을 꿇고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드

렸습니다. 그러자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카페에서 아버지와 자리를 같이 하게 되

었는데, 제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먼저

상한 마음으로 제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습니

다. 마음의 깊은 감격 가운데, 저는 더 이상 증오

심을 품는 것은 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의 분노가 하나님께 향한 문을 닫아 버리

고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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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받은 학대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용서하

기 어려운 경험일 것이다. 아동학대의 희생자인 아이들

은 사실상 아무런 죄가 없다. 오히려 모든 책임이 학대

를 하는 어른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무고한

희생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야 하는 것인가? 아동학대의

피해자들 중에는 자신이 받은 학대를 자기의 탓으로만

돌리며, 심지어는 그런 학대를 받을 만했다고 자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용서하라는 말을 들

었을 때 별 어려움 없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된 태도이다. 용서가 필요

한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둘 다 자

신들을 덮고 있는 어둠의 세력에 갇힌 자들이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문을 열지 않는 이상 두 사람 다 이 어

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로잡혀 있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용서만이 유일한 출구이다. 그리고 혹, 가해

자가 어둠 속에 남아 있기를 고집한다 해도 그것 때문에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그를 위해 문을 열어 둔다면

언젠가 우리를 따라 빛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쉴터 공동체의 장기쁨 자매 또한 신앙을 통해

부모님을 용서하는 기적을 체험했다. 기쁨 자매

는 1967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기쁨

자매가 2살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새어

머니를 들이셨고 그녀는 고아원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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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낳은 두 동생에 대한 부모님의 편애와 차별

속에서 기쁨 자매는 점점 우울한 아이가 되어갔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그

때 무엇을 잘못하였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새어머니는 나를 때리시며 옷을 다 벗긴 채 뒷마

당으로 던져버리셨습니다. 그것도 동생들이 보

는 앞에서.... 또 한 번은 동생들과 앨범 사진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동생들은 백일 때, 돌 때, 한복

차림으로 너무도 예쁘게 찍혀 있었습니다. 그런

데 한 쪽 구석에 아주 초라하고 못생긴 갓난 아기

의 흑백 사진이 있었습니다. 너무도 비교되는 사

진이었습니다. 바로 저의 사진이었습니다. 동생

들은 비웃었고, 저는 너무 창피해서 아무도 몰래

그 사진을 찢어버렸습니다. 그 사진은 비록 없어

졌지만 어린 내 마음 속에 커다란 상처로 남게 되

었습니다.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나 보다. 나

는 이런 초라한 존재인가 보다.’하고 내 자신을

비하했습니다.

집에서 저는 배가 고파도 밥을 더 달라고 말하

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버지 주머니

에서 돈을 훔치는 버릇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렇

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험을 치를 때는 다른

아이의 것을 훔쳐 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동생

보다 성적이 잘 나오면 어머니는 날 붙들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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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도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맞추었냐고 캐물으

셨습니다. 저는 알았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물음

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집에서 ‘예’와 ‘아니오’만 대답할

뿐 다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

게 가슴 한 구석에선 응어리가 자라고 있었습니

다. 비교의식과 열등감, 사랑받지 못했다는 피해

의식, 부모님을 향한 원망, 알 수 없는 분노들은

저를 자신감 없는 어두운 아이로 만들어 갔습니

다.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집에서 나가고 싶었습

니다. 당시 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살면서

칭찬은 딱 한 번 받았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저

의 그림을 보고 잘 그렸다며 게시판에 붙여 주신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신이 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제 괴로움의 유일한 도

피처가 돼 주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동안만은 모

든 괴로움을 잊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

실 제겐 미술 소질이 없었습니다. 다만 사람들에

게,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이것을 포기하면

내 인생은 없다고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지

방에 있는 미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도 가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

았습니다. 그런데 1년이 못되어 아버지는 가정

형편상 학교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며 취직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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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자취방에서 술

을 마시며 인생의 허무와 괴로움 속에서 엉엉 울

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

고 가지고 있던 그림 도구들을 다 버리고는 가족

에게 알리지 않고 경북 구미로 잠적해 버렸습니

다. 그 곳에서 2년 동안 공장에 다니면서 알고 있

던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습니다.

그 이후, 서울로 올라온 기쁨 자매는 대인관계의 두려움

과 우울증 속에서 하루하루 죽음을 생각하며 살다가 쉴

터 공동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있는 모습 그대로 자

신의 죄와 허물을 서로 고백하는 공동체 식구들의 사랑

과 관심 속에서 26년 동안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이

점점 녹아갔다.

쉴터에서 처음으로 맞았던 성탄절의 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죄인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님을 겸손히 맞이하며, 그 분의 구원하심을 잠잠

히 기뻐하는 그 시간은 막혀있던 저의 영혼을 뒤

흔들었습니다. ‘내가 죄인이라니... 나는 상처

입은 사람인데....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든게 누군

데....’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게 되면서, 그 분

이 이 상처입고 비천한 자도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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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1992년

쉴터 여름 수양회에서 저의 지난 과거를 하나님

과 형제 자매들 앞에서 간증하였을 때, 주님은 저

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해 주셨고 예수님의 피로

저를 깨끗이 씻겨 주셨습니다. 이런 나를 구원하

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입으로 시

인하고 받아들였을 때 제 안에 그동안 경험해 보

지 못한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신

기했습니다.

하지만, 공동생활을 하는 가운데 내 안에 깊

이 뿌리박혀 있었던 분노와 쓴뿌리가 새로이 드

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바라던 인정

을 받지 못하고 무시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미움

과 증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솟구쳤습니다.

이런 증오심의 독화살로 저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관계는 나빠졌

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는 외로움과 절망감 그리

고 처절한 고통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식구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인내

로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상처와 아

픔을 같이 나누며 함께 싸워나갔습니다. 또 내 안

에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나를 괴롭히며 관계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님께 이

런 나를 구원해 달라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사단

의 종노릇하는 이런 죄악된 삶에서 저를 구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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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예수님이 나

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부활하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고백하며 눈물로 주님 앞에 무릎꿇었

습니다. 그러자 저의 맘 깊은 곳에서 평안이 임했

고,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로 새 생명을 얻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동안 원수처럼 그토록 미워했던 사람들이 왜

그리도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안아주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또 부모님을 향한 원망과 섭섭함, 비교

의식과 열등감이 이젠 싹 사라지고 하나님의 자

녀로서의 기쁨만이 제 안에 가득했습니다.

그 후 기쁨 자매는 부모님을 찾아가 지난날의 고통과 내

면의 변화에 대해 고백했고, 아버지도 눈물을 글썽이며

딸을 품어주었다. 현재 기쁨 자매는 쉴터 공동체에서 전

임사역자로 사역하면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 헌신하고 있다.

브루더호프의 멤버인 케이트 할머니 또한 어린 시

절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

단 자신의 감정을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자, 비슷한 시기에 심정에 변화가 있으셨던 어머니와

화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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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차 세계대전 종식 직후에 캐나다의 한 작

은 마을에서 러시아계 메노나이트 신앙을 가진

가정의 맏딸로 태어났습니다. 우리 마을엔 소규

모의 자작농가들이 대부분이었고, 삶의 환경은

지극히 원시적이었습니다.

유년 시절엔 교회에 나간 기억이 납니다. 하지

만 이것도 학교를 다니면서 중단되었습니다. 아

버지는 농장을 판 뒤에는 날마다 도회지로 일을

나가셔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던 현

장은 집에서 40km나 떨어져 있었고, 12시간의

노동을 하고 돌아와서도 아버지는 얼마 안 되는

땅을 경작하셔야 했습니다.

우리 집엔 딸만 네 명이었는데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긴장이 집 안을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와 9년 터울의 남동생이 태어났을 때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어머니는 점점 집을 비우시는

일이 많아졌고, 그 당시에는 우리가 몰랐지만 어

머니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셨던 것입니다.

그 뒤 케이트의 어머니는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오는 일

이 잦아졌고 아버지와 별거까지 하게 되었다. 그 뒤의

삶은 가정 생활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집은

방치되고, 빨래는 쌓이고… 모든 일이 열세 살의 케이트

어깨 위에 다 지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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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동생인 제이미가 학교 갈 나이가 되었을 즈

음 어머니는 거의 집에 들어오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학교 숙제를 전혀 할 수 없었고 공부도 따라

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9학년 때는 낙제를 당해

1년을 더 다녀야 했습니다.

제 아래 두 여동생은 읍내에 방을 구해 같이

생활하며 직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

는 집에 남아서 어린 동생들을 돌봐 주어야 했습

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지만 최소

한 먹을 건 챙겨 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럴 무렵, 읍내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자를 위

한 병원이, 몰려오는 환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간호가 필요 없는 환자들을 동네 가정에 유료로

위탁하는 정책을 펴게 되었습니다. 이 일이 우리

집에 좋은 수입원이 될 것 같아 어머니는 세 명의

노인을 맡기로 하셨습니다.

저는 한 할아버지에게 침대를 양보하고는 잠

을 잘 설치던 한 할머니와 침대를 같이 써야 했습

니다. 더 이상 이런 생활을 참을 수 없게 된 저는

사람들을 병원으로 돌려 보내라고 어머니에게 떼

도 써 봤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셨습니다. 어쨌

든 매달 간호비가 들어왔습니다. 어머니는 저녁

때는 돌아와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말하곤 하셨지

만, 집에 올 땐 언제나 술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

할 정도였습니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저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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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으면 이런 꼴로 살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정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야 어머니가 결혼하기 전에 나를 임신하게 되어

할 수 없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가끔 어머니는 술에 취해 나를 때리기까

지 하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난 상처가

웬거냐고 물었을 때 사실대로 말했지만, 어머니

는 거짓말이라고 우기곤 하셨습니다.

열여섯이 되자 케이트는 전적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즈음 지금의 남편인 톰을

만났고, 2년 후에 두 사람은 살림을 차렸다. 케이트는

그 때 어머니가 비난하듯이 던진 말 때문에 가졌던 죄책

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럼 여기 집안 일들

은 어쩌겠다는 거냐?” 하지만 케이트는 집을 나왔고,

곧 두 사람은 자신들의 가정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저는 어머니에 대해 다 잊어버리며 살고

싶었습니다. 저도 가정이 있었고, 손자들을 귀여

워하시는 시부모님을 모셔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집에 좀 다녀가라는 연

락을 해 오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저런 이유

를 대며 차일피일 하였습니다. 이제는 주도권이

제게 넘어온 것입니다. 저는 아쉬운 것이 아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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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는 어머니에게 앙

갚음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럴 즈음 부모님의 이혼 절차가 마무리 되었

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도 마침내 술을 끊으셨습

니다. 술과 혈압약이 화학작용을 해서 죽음을 부

를 수도 있다고 의사가 경고했던 것입니다. 그럼

에도 저는 여전히 어머니를 만나기를 꺼려했습니

다. 그저 어머니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몇 년 후, 케이트 가정은 브루더호프에 들어오게 되었

다. 그 당시 케이트는 만삭의 몸이었는데 톰은 태어날

아기도 볼 겸 장모님께 오시도록 연락을 했다.

저는 펄쩍 뛰며 톰에게 막무가내로 소릴 질렀습

니다. “엄마에게 당장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해

요! 이 애는 내 애기에요. 이 애를 우리 엄마하고

연관시키고 싶지 않단 말에요!” 저는 정말 싫었

어요. 결국 저는 우리 공동체의 한 장로님을 찾아

가 이 일에 대해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로님은 아무 말 없이 제 말을 다 들으시고는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자매님이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

각한다면 어머니와 화해하셔야 합니다.”

“장로님은 제 어머니를 잘 모르셔서 그래

요.” 그러자 장로님이 대답하셨습니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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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버지와 어머

니를 공경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성경 어디에도

‘이러 저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란 예외규정은

없습니다.”

결국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어머니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습

니다. 그래서 계시는 동안 약간의 대화가 오갔을

뿐 깊은 얘기 없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어머니

가 떠나시기 전 며칠 동안 저는 어머니가 제게 뭔

가를 얘기하고 싶어하신다는 것을 알아 차렸습

니다. 그 뿐이 아니라 제 편에서 해야 할 말도 기

꺼이 들으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하셨고 (저

도 또한 그것을 절실히 원했습니다.) 걸리는 문제

는 모두 없애겠다고 단호히 마음 먹으셨던 것 같

습니다. 그때 저도 어머니가 옛날 제게 하신 일을

기억조차 못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어머

니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저희 두

사람에게도 치유가 일어났습니다.

사랑이 감도는 분위기 가운데 두 사람은 다정한 모녀관

계를 회복했다. 케이트는 지난 날의 끔찍한 상처들을 다

용서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바로 수 년 동안 두 사람을 갈라놓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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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애정이 없었던 어머니의 탓도 있었지만 냉담하게 굴

었던 케이트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사이가 멀어진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에 있어서 원

인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캘리포

니아 출신의 수잔은 전혀 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적은 없

다. 하지만 케이트처럼 수잔도 오랜 세월 동안 부모에

대해 마음을 닫고 살다가 용서하는 법을 알고 나서야 비

로소 부모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저는 어머니와 지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

니다. 어머니의 돌발적인 노여움이나 가슴을 찌

르는 듯한 독설, 냉소적인 말들은 저를 불안에 떨

게 만들었고, 전 어머니를 결코 만족시켜 드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늘 의기소침해야 했

습니다. 그 결과 저는 어머니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었고, 깊이 어머니에 대해 마음의 벽을 쌓아 갔

습니다. 어릴 적부터 당해온 부당한 대우나 모진

말들, 그리고 심하진 않았지만 맞았던 일에 대한

상처들이 가슴에 응어리로 남게 되었고, 어머니

의 작은 꾸지람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며 쉽게 거

절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우리 모녀는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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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 삶에 있어 어

머니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저는 주로 선생님

들에게 제 마음을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드러내

시지는 않았지만 제가 선생님들에게 집착하는 것

을 매우 싫어하셨습니다. 저는 심지어 이 선생님

들 중 아무나 저를 입양해서 집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공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가족으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을 피

부로 느낀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에 저는 속

에 있는 감정을 숨긴 채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었고,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말대

꾸를 한다거나 ‘싫어요’라는 말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 우리들은 그저 아이들

일 뿐이었고, 우리들의 생각 같은 것은 들을 가치

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춘기 나이가 되자 상황은 더욱 나빠지

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교묘하게 드

러내는 방법을 점점 터득해 갔습니다. 또한, 어머

니 주위를 몰래 맴돌면서 ‘앙갚음’을 하는 방

법도 하나 둘 알아 갔습니다. 제가 우리 부모님과

도 알고 지내던 교구 목사와 은밀한 불륜의 관계

를 가졌던 것도 이것과 관련이 없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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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륜관계는 오래가지는 않았고 저도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어머니와의 틀어진 사이는

여전했습니다. 정말 이상한 것은 그때까지도 제

가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머니 마음

에 들려고 필사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즈음, 어머니는 심신이 매우 위독한 때였는

데도 위로를 한다거나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조

차 제겐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저는 12단계

알코올중독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신 어머니

에게 다가가서 한 주 정도 서로 마음을 나누는 정

말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회

개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되는 일을 경험했기에

저도 마음을 열고 어머니를 대할 수 있었던 것입

니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 다시 관계가 서먹

하게 되었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는 모르

겠지만 그 책임을 저는 어머니에게 돌렸습니다.

나중에야 비로소 저는 어머니의 억세고, 자신

만만한 외모는 단지 어린 시절의 상처 입은 마음

을 덮고 있는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

었습니다. 저희 모녀는 둘 다 각자의 방법으로 서

로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우리

의 노력은 그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입

니다.

그러다 새로운 계기가 찾아온 것은 몇 년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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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뒤 한 친구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친구는 침례

교 목사인 찰스 스탠리의 설교 테잎을 들어보라

고 만날 때마다 끈질기게 저를 설득했습니다. 들

어 본 적이 있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제 자신도 어

떤 해답을 찾던 중이었고 해서 약간 경계심을 가

진 채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정확히 그 설교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정말 제게 필요한 말

씀이었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 문제에 나도 책

임이 있다는 것과, 어머니께 용서를 구하고 또한

어머니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일 후, 저는 어머니를 찾아 뵙고 브루더호

프의 멤버가 되려고 한다는 저의 의향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단 둘이 있을

기회가 생기자, 지난 날의 저의 행동에 대해 용서

를 구하고 또 어머니를 용서한다고 말씀 드렸습

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분노를 품은 채 지금까

지 살아왔노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도 그동

안 제게 준 상처에 대해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습

니다. 어머니께선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이미 지난 일은 지난 일이잖니? 돌이킬 수

도 없는 일이고. 이제부터라도 잘하자꾸나.”

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치유가 일어난 것입니

다. 이제 저도 마음을 열고 솔직해질 수 있었고,

마음 깊은 곳에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와, 내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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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

랑 받고 싶은 욕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분노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자마자 수잔과

어머니는 둘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고통을 겪

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용서하지 못하기 때

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며, 어디 출신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용서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일하실 수 있도록 우리 자

신을 내어 드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가끔

되살아나서 우리 마음을 흐리게 할지는 모르지만 그렇

다고 언제까지나 우리의 시야를 가리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잊는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용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용서 속에서만

참된 치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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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너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을 초청하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네

게 하늘 영광문을 넓게 여실 것이다. 너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 하나님께서 네게 보상하실 것이다.

- 마더 바실레아 쉴링크

비록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용서한다 하더라도 정

작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용서하며 살고 있는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자신을 학대하며, 아무런 회

복의 가능성도 없이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고통 가운데 있는 영혼도 치유의 소

망을 발견할 수 있다.

캐나다 출신의 퀘이커 교도인 델프 프란스햄 선생님

이 자신의 과거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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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였다. 앞에 나온 여

러 사람들의 경우처럼, 그분의 인생도 예상치 못한 불의

의 사고를 당하면서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보면 선생님의 경우는 다른 사람과는 좀 다르다.

용서해야 하는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델프 선생님이 남아메리카에 있는 우리 공동체로 옮

겨 와 우리 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열세

살 때였다. 우리 반엔 열한 명의 남자 애들이 있었는데

모두 말썽꾼들이었다. 델프 선생님이 오시고 불과 며칠

도 안 돼서 남자애들은 선생님을 골탕먹이기로 작당을

했다.

그 날은 습도가 높고 끔찍이 더운 파라과이의 전형

적인 여름 날이었다. 우리는 선생님의 체력을 시험하기

위해 도보 여행을 궁리해 냈다. 선생님을 정글과 목초지

그리고 소택지 등으로 10킬로미터 정도 끌고 다닌 다음

에야 집에 돌아왔는데, 우리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선

생님은 일사병으로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 뒤 며

칠 동안 선생님은 앓아 누우셨지만, 우리는 목적하던 바

를 이루었기에 별로 마음 쓰지 않았다. 바로 선생님이

약골이란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

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애들아, 하이킹 다시 한 번 할까?”

몸이 회복되어 학교에 오신 날 선생님이 우리를 보

자마자 하신 말씀이었다. 애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우리는 선생님과 다시 전번과 똑같은 코스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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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킹을 했다. 그러나 이번엔 선생님도 말짱하셨다.

이 일로 델프 선생님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때부터 우리는 선생님이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할 기세

로 선생님을 따랐다. 얼마 후 알게 된 일이지만 선생님

은 약골은커녕 타고난 운동 선수셨다. 우리들은 선생님

과 함께 축구 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나는 왜 그렇게 선생님이 우리

학생들에게 열정과 사랑을 쏟아 주셨는지를 알게 되었

다. 거기에는 아들을 잃은 선생님의 슬픈 사연이 있었

다. 니콜라스는 1951년 4월, 델프 선생님이 조지아에

사실 때 낳은 아들이다. 집 밖에서 놀던 니콜라스가 주

차하기 위해 후진하는 선생님의 트럭에 달려든 것은

1952년 크리스마스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의 일

이었다. 트럭은 땔감을 실은 상태였기에 델프 선생님이

니콜라스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쓸 수가 없을 정도로

늦은 상태였다.

선생님이 팔에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집 안으로 들

어왔을 때, 부인인 케이티는 옆집 사람과 이야기를 하

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 때 일을 부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는 정신이 나가버렸어요. 완전히 미친 사람 같

았지요. 남편은 저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어요. 아이를 의사에게 데려갔더니 사인(死

因)까지 설명해 주더군요. 저에게도 똑같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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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남편을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편도 저를 탓하지

않고 자기에게만 책임을 돌렸습니다. 이렇게 우

리 두 사람은 함께 슬픔을 헤쳐 나갔습니다.

하지만 델프 선생님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으셨고, 수

년 동안 그 사고에서 헤어나질 못하셨다. 그 때부터 선

생님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

는 데 힘쓰셨다. 선생님 자신이 죽인 아들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지금 생각해

보니 선생님의 눈이 눈물로 글썽이셨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우리 모습 속에서 아들 니콜라

스를 보셨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주시는 삶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초래한 비극

을 보상하려는 선생님 나름의 방법이었다. 나는 이런 삶

이 선생님을 죄책감에서 구해 주고, 마침내는 마음의 평

화를 주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현재 칠순을 바라보는 데이빗 하비란 분은 2차 대

전이 종식되기 바로 전에 군에 입대했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아프리카, 독일, 이탈리아, 홍콩, 중국, 그

리고 지중해 등지로 파견되었다. 초기엔 전우들간의 우

정에 만족하며 군 생활을 즐겁게 보내던 그는 어느 날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꿀 사건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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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에서 복무를 할 때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주로 경찰임무와 테러리스트 색출이었

습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정글 지역을 순

찰하며 보냈는데, 그 끔찍한 사건도 이 순찰 중에

일어났습니다.

매복하며 테러부대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우

리 부대는 적에게 포위되고 말았습니다. 정신없

이 총격전이 벌어졌고, 명령전달이 잘 안 되어 우

왕좌왕하다가 부대가 둘로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낀 팀은 짐승들의 진행로를 따라 쭉 걸어 들

어갔고, 다른 팀은 풀숲을 헤치며 전진하고 있었

습니다. 그 때, 갑자기 풀숲에 있던 쪽에서 우리

를 적으로 오인하고 사격을 하는 바람에, 우리

도 엉겁결에 총을 쏴댔습니다. 그런데 내가 쏜 총

에 그만 소대장이 맞고 만 것입니다. 상황이 확

인되자, 우리는 임무고 뭐고 소대장을 들것에 실

어 16시간 동안 정글을 헤치고 병원으로 옮겼습

니다.

나중에 사문위원회가 소집되어 심리가 있었

지만 저는 무죄가 입증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4년 후에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올 때까지

도 양심의 평안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

았습니다. 군대에서는 주어진 명령에 따지지 않

고 복종하도록 훈련 받아왔고, 위에서 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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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무조건 옳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서는 이것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사회에 적응하게 되었고, 군생

활의 추억거리를 떠올릴 만큼 여유가 생겼습니

다.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전우를

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몸은 괜찮을까? 아직 살아 있기나 한 걸까?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저는 직접 그 동료의 행

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옛 전우들도 만나 봤지만 다

들 그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해 줄 뿐

이었습니다. 그러던 1996년 어느 날, 제 아내가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언급한 책을 발견하였습

니다. 저는 당장 저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가

런던에 살고 있다는 것 외엔 알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막막해졌습니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저는 한 지역 신문사의 협조를 얻어 저의 사진과

사연을 신문에 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틀도

안 되서 제가 그렇게 찾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

려왔던 것입니다.

제겐 어려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전화 통화 후 저는 그를 우리 집으로 초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저희 집에

찾아왔습니다. 자신을 쏜 사람에게 줄 선물까지

손에 들고…. 그는 나 때문에 몸이 부분적으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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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되어, 걷고 손을 움직이는데 장애를 겪고 있

었습니다.

“절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물었습니

다. 그러자 그는 말없이 저를 껴안아 주는 것이었

습니다. 그는 이미 저를 용서했던 것입니다.

지난 몇 달 전부터 알게 된 감리교 목사인 존 플러

머는 현재 버지니아의 작은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가 언제나 이런 평화로운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베트남 전에서 헬기 조종사였던 존

은 1972년 트랑방이라는 마을에 네이팜 탄 폭격을 했

던 장본인이었다. 이 폭격 사건은 그 당시 현장에서 찍

힌 킴푹이라는 베트남 소녀의 사진이 퓰리쳐상을 받게

되면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하늘로 소용돌이쳐 올라가는 검은 연기를 뒤로하고,

화상 당한 몸으로 발가벗은 채, 겁에 질려 절규하며, 손

을 벌리고 카메라를 향해 달려오던 한 소녀의 모습이 담

긴 이 사진은 전쟁의 참상과 고통을 전 세계에 고발했

다. 그리고 24년 동안 존을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24년 동안 존은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해야 했다.

그 소녀를 찾아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

럴 수 없었다. 적어도 한 나라로서 베트남은 그에게는

굳게 닫힌 곳이었기에 다시 찾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친구들은 존이 당시 그 마을에 민간인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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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확인하기 위해 할 만큼 다하지 않았냐며, 그를 안심

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마음엔 평

화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자기만의 고립된 세

계에 틀어 박히게 되면서, 결혼 생활도 실패하고 존은

술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96년 재향군인의 날, 존은 정말 우연히 베

트남전 참전용사 기념식에서 킴푹을 만나게 된다. 킴푹

은 평화의 화환을 바치기 위해 그 자리에 왔고, 존은 과

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참전 조종사들의

그룹과 함께 기념식에 참석하러 왔던 것이다. 기념연설

에서 킴푹은, 이제 자신은 과거의 고통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아직도 그때의 화상 때문에 통증이 심하지만,

자신보다도 더 큰 고통을 당했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 사진엔 보이진 않지만, 제 모습 뒤편에선 수천

의 사람들이… 죽어 갔습니다. 팔 다리가 잘려 나간 사

람들, 삶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려진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습니다.”16

계속해서 킴푹은, 그녀의 마을을 폭격한 사람들을

용서하며, 비록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이제는 ‘평

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갑자기 존이

자기도 모르게 군중을 헤치며 단상 쪽으로 나왔고, 경찰

의 호위를 받으며 단상을 내려오던 킴의 주의를 끌게 되

었다. 존은 자신이 바로 24년 전에 그녀의 마을을 폭격

한 조종사라고 밝혔고, 두 사람은 2분 정도 짧게 이야기

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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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푹은 저의 비통함과 고통과 슬픔을 이해해 주

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안아 주는 것이었습니

다. 저는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

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괜찮아요. 이미 용서했어요.”17

같은 날 저녁 존과 킴푹은 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존은

그녀의 용서를 재확인하였고, 두 사람은 함께 용서와 감

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 후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사이

로 꾸준히 전화연락을 하고 있다.

존은 그렇게 찾아 헤매던 평안을 찾았을까? 존은 그

렇다고 말한다. 비록 과거 전쟁의 기억이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할 때도 간혹 있지만, 이제는 자신을 용서할

수도 있고, 더는 그 비극적인 사건에 얽매이지 않게 되

었다고 한다.

존의 경우에는 직접 킴푹을 만나 마음의 고통에 대

해 말할 수 있었던 것이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고 한다. 그리고 존은 그가 받은 용서가 자신이 잘해서

얻은 것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받은 것도 아니며 단

지 선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

게 2분 정도의 짧은 대화가 24년 동안의 악몽을 깨끗이

지워 버릴 수 있었는지 자신도 아직 이해할 수 없다고,

그것은 신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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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플러머처럼 베트남 참전용사인 리차드는 아이들

과 말(馬)을 사랑하는 점잖고 조용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와 5년 정도 알고 지내는 동안 데이빗도 20여

년 전에 일어난 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제 마음 속에는 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

았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죽인 일과 나 자신도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저를 따라 다녔습니다.

저는 평소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농담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건 나의 고통을 감추고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전 웃어야 했습니다. 웃을 때만은 우울한 생각에

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제 마음에 사랑이 없다는 것이

었습니다. 제 영혼의 한 부분을 잃어버린 것 같았

고 다시는 돌려받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

고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삶은 늘 피곤했고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 생활에

끝이 있을까?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이 벌써 25년을 넘어 지금까지 계속되

어 온 것입니다.

리차드와 같은 경우의 사람들은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비슷한 경험을 겪은 사람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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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사귀고, 집단치료요법에

참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차드도 이런 방법들을

다 써 봤다. 상담가들도 찾아가고 그룹모임에 가서 베트

남 참전 용사들과 여러 해 동안 모임도 가져 보았다. 하

지만 그는 여전히 평화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치료요법들은 종종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구적인 해법을 제공하는 데는 못 미치는 경우

가 많다. 유능한 정신과 치료사가 우리의 과거의 문제들

을 털어놓도록 자극은 줄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고백

뒤에 참회와 용서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

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로버트 콜은 안나 프

로이드와 나누었던 한 대화를 의미 있게 지적하고 있다.

비록 부친 프로이드의 명성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안나

도 정신분석 전문의로 명성을 가지고 있다. 한 나이 든

부인의 오랜 세월에 걸쳐 치유되지 못한 심리학적인 내

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는 느닷없이 이렇게 결론

을 내렸다고 한다.

이 부인을 진료하면서 우리는 문제를 분석하는

데만 마음을 두지 말고 —우리는 늘 이런 식이

다—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부인에게 도움이 될

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 정신치료요법

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부인은

이미 수없이 그런 치료를 받았으니까요. 이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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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인은 우리 같은 전문가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 부인에게 정녕 필요한 것은 바로 용

서입니다. 심리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자신의 영

혼과의 화해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 부인에겐 하

나님이 필요합니다. 그녀를 도와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치유해 줄 그런 하나님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18

바로 이것이 중요한 점이다. 과거의 잘못에 직면하는 것

을 배우지 못한다면 어떤 평안이나 고침도 발견할 수 없

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용서에 이르는

데 충분하지 않다. 어떤 경우엔 우리가 피해를 입힌 사

람이 우리를 용서하지 못할 때도 있고, 때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럴 때 우리는 안나 프로이드가 지적했듯이 하나님께 도

움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가 정말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느낄 바로 그때 사랑의 선물로서

우리에게 용서를 주실 것이다. 이 선물만이 우리를 자유

롭게 하며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우리 자신을

새로운 변화에 내맡길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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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책임을 받아들이기

형제 앞에서 적나라하게 자신의 죄를 고백함으로써 우리의 옛

자아는 고통과 수치 속에서 죽게 된다. 이런 수치가 너무나 두

려워서 우리는 끊임없이 죄의 고백을 피해 보려고 이리저리

궁리를 한다. 하지만 형제 앞에서의 이런 수치로 인한 깊은 정

신적, 육체적인 고통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우리의 해

방과 구원을.

- 디이트리히 본훼퍼

우리 자신이 먼저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인정 가지고도 충분

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는 것까

지 가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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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고백’을 해괴하고 무의미한 가톨릭

의식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또 다른 이들은 고백이

성직자나 상담가에게는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마음

의 평화를 찾는 데는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말하는 마음의 평화란 것은 톨스토이도

어디선가 말했듯이 ‘영혼의 무감각’일 뿐이다.

죄는 은밀히 들어온다. 그리고 이 죄가 힘을 잃게 하

기 위해선 드러내는 길밖엔 없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훌륭한 그리스도인’, 믿음이 강하고 덕망 있고 헌신

적인 신앙인으로 보여지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죄를 고

백하지 못한다. 대신 우리는 잘못들을 애써 기억에서 지

워보려고도 해보다가 그나마 그것도 안 되면 그냥 묻어

두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죄에 죄를 더하는 것이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모조리 털어놓고 책임을 받아들

이지 않는다면, 죄의 압박감은 언제까지고 어마어마하

게 우리를 짓눌러 올 것이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자기 학

대와는 다른 것이다. 우리 자신만을 쳐다본다면 의당 절

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우리가 후회의 눈물을 흘린

다음에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우리 마음의 더러운 물

이 맑아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물

의 깊은 것까지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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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친구인 스티브는 1960년대에 워싱턴

D.C.의 외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평안과 통합적 가치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나

는 다양한 종교들에 심취하기도 하고 심리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부분적인

해답밖에는 얻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삶이 얼

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나서야 나는 내 삶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인생의 획을 그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은 1983년 어느 날, 내가 저지른 죄의 엄청

난 무게를 처음으로 뼈에 사무칠칠 정도로 느끼

게 되면서였다. 그 때까지 자존심과 다른 사람에

게 잘 보이려는 욕심 때문에 그런대로 가려질 수

있었던 과거의 여러 가지 죄의 기억들과 영상들

이 그 날 봇물처럼 몰려왔다.

나는 정말이지 자유를 원했다. 나의 내면 깊이

감추어진 것이나 추하게 숨겨진 것이 남아있지

않길 바랬다. 나는 지난 날에 했던 잘못들을 바로

잡고 싶었다.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었다. 어려

서 그랬다느니,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느니, 친구

를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느니…. 나는 내가 한 일

에 대해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속이고 훔치고 사

기 쳤던 사람들과 기관들에게 수십 통의 참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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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지 편지지마다, 나는 조

목조목 모든 것을 토해 내었다. 마치 회개의 천

사가 칼로 나의 가슴을 송두리째 도려내는 것 같

았고, 그 고통은 나를 삼켜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 편지들을 우체통에 넣는 순간, 그제서야 참된

자유가 내게 찾아왔다.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까라

마조프의 형제들’에 보면, 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감

춰 온 살인죄를 고백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기쁨과 평안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마치 천국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야 저는 제 아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 줄 수 있을 것 같습

니다.” 19

참된 용서는 다른 사람에게로 전염되며 그 힘은 공

동체나 마을, 한 지역을 송두리째 사로잡아 버

린다.

1844년 독일 블랙 포레스트의 한 마을인 뫼트링겐

에 살던 사람들도 그러한 용서의 힘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게 된다.

뫼트링겐은 오늘날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마을이다.

그것은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블룸하르트

목사는 안개처럼 그의 교구인 뫼트링겐을 덮고 있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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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무감각에 대해 자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

러나 현재 그 곳의 한 오래된 가옥의 벽에 걸린 액자의

글귀는 그 당시 이 마을을 뿌리째 뒤흔들었던 사건이 어

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들이여, 영원을 생각하라. 지금이 은혜의 시간

인양 자신을 속이지 말라. 심판이 바로 눈앞에 있다.”

오늘날 종종 언급되는 이 ‘각성운동’은 1843년

송구영신 기간에 일어났다. 그 마을에서 성질이 난폭하

고 술 주정꾼으로 악명 높은 한 젊은이가 목사관으로 찾

아왔다. 그는 한 주 내내 잠 한숨 못 잤으며, 양심의 고

통을 해결하지 못하면 죽을 것 같다고 블룸하르트에게

털어 놓았다. 그 남자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시시콜콜

털어놓을 때 블룸하르트 목사는 그 솔직함에 다소 조심

스러워 하며 잠잠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일 후로 놀랄만한 회개의 물결이 일기 시

작했던 것이다. 1844년 1월 27일까지 16명의 사람들

이 목사관에 찾아와 그들의 양심의 짐들을 털어놓았고,

3일 후 그 숫자는 35명으로 늘어났다. 10일 후 그 숫자

는 150명을 넘어섰고, 주위의 모든 마을에서 사람들이

뫼트링겐으로 모여들었다.

거기엔 종교적 ‘부흥’과 연관된 감정주의도 없었

고, 과거의 죄에 대한 과장된 정죄나 대중 앞에서의 회

개 고백도 볼 수 없었다. 이 각성운동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함과 진지함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현실에 깊이 뿌

리를 두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악한 죄악 속에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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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모습을 갑자기 발견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과거

와 결별해야 한다는 강한 내적 압력을 느꼈던 것이다.

소름끼치는 두려움 속에서 그들은 과거의 삶의 방식에

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마

음 속에서 일어난 각성이 말과 감정을 넘어 용서와 회개

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도둑맞은

물건이 돌아오고, 적대하던 사람끼리 화해하고, 간음과

살인죄들이 고백되어지고, 파괴된 부부관계가 회복되

었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술주정뱅이들조차도 술집에

발을 뚝 끊어버리게 될 정도였다.

뫼트링겐 각성운동의 진위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그 사건의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그것이 꾸며낸 것이 아

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비록 다른 지역 사람들 가

운데는 이 일을 깎아 내리는 이들이 없지 않았지만, 이

지역 사람들 가운데에는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각성운동 후 40년 뒤인 1883년 프리드리히 춘

델은 블룸하르트 전기를 쓰면서, 그 때까지도 그 일이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으며, 그 일을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의 자녀들까지도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고 적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블룸하르트

의 손녀를 만나기 위해 독일을 여러 번 방문했다. (나의

부모님 두 분도 그의 이름을 따서 나의 이름을 지으실

정도로 블룸하르트에게 강한 영향을 받으셨다.) 그리고

당시 그 마을을 사로잡았던 동일한 영이 오늘날까지 여

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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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트링겐의 각성운동은 그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버릴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인

가? 블룸하르트는 그렇다고 믿었다. 아무튼 그 사건은

한 사람의 회개로 시작됐던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경우 대개 사과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무뚝뚝

하게 대했다거나 또는 냉대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

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사기나 절도 같은 고의적

인 범죄인 경우엔 고백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만

약 완전한 자유를 원한다면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개인적인 죄의 고백에서 끝나선 안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스탠리 하우워즈는 이렇게 적고있다. “공동체의 구

성원들은 더 이상 서로의 죄를 눈감아 줄 수 없게 되었

다. 왜냐하면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데 있어 죄가

커다란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

동체의 구성원들은 그들 사이의 불만을 개인적인 차원

에서 무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형제나 자

매가 누군가에게 죄를 범했을 경우, 그것은 단지 그 사

람 뿐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다.” 20

현재는 펜실베니아에 살고 있는 나의 친구인 마크와

데비는 1980년대 말 그들이 함께 했던 캘리포니아의

작은 공동체에서 이것을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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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우리는 잘못을 눈감아 주고 남모르게 숨

겨주는 것이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눈으로 목격했다. 우리는 몇 명의 사람들과 조그

만 도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는데, 같이 살던 한

총각이 결혼한 여자와 좋아 지내게 되었던 것이

다. 하지만 우리는 공개적으로 드러낼 생각은 감

히 못한 채, 그들을 따로 불러 충고하면서 그쯤에

서 일을 막아보려고 했다. 주위의 판단이 두려운

나머지 우리는 이 사건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공개적으로 드러

낼 필요까진 없다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잘못 생각한 걸까? 판단하는 우리도 똑같이 연

약한 죄인이 아닌가? 우리는 그런 식의 대응은

그들의 수치심과 자기 정죄감만을 부추기고, 실

패의 악순환을 만들 뿐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무슨 질병을 대하듯이 이것을 피

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값싼

‘동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 청년은 떠나버렸다. 그리고 2년 후 그

여자도 남편과 이혼한 채 공동체를 떠나고 말았

다.

마크와 데비의 경험은 그들만의 독특한 것이 아니다. 많

은 사람들이 일어나는 일들에 눈을 감아 버리기 때문에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있다. 용서가 있으려면 먼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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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직면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똑

바로 직시하기 전에는 어떤 용서도 경험할 수 없다. 다

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며 그의 죄를 지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들이

하는 잘못을 허용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알란 패턴은 그가 쓴 한 소설에서 인종차별이 극

에 달하던 시기의 남아프리카에서 한 흑인 여자

와 간통함으로써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른 한 백

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

자 그의 가족은 아연실색했다. 그의 친구들은 그를 등

졌고, 친척들은 그를 가문에서 쫓아냈으며, 그의 아버지

는 심한 수치심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러나 한 이

웃 사람은 그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몰라

고민한다.

죄를 범한 사람은 벌을받아야 한다 …. 하지만 벌

만 주고 회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가장 큰 범죄

이다 ….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선 사람은 이젠

회복하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에 자신을 맡겨야 한

다. 21

고백은 용서와 화해로 가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고백

이 없다면 우리의 자존심이 우리를 꼼짝 못하게 묶어 놓

기 때문에 용서는 전혀 불가능하게 된다. 나의 장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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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년간 브루더호프를 떠나셨다가 다시 돌아오셨을 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내게 돌이라도 던질 것이라고 예

상했지.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네. 대신 모든 의

문과 의심을 드러낼 기회가 내게 주어졌고, 모두

들 나에게 솔직히 말해 주더군. 하지만 내 마음을

녹인 것은 이러한 솔직함만은 아니었네. 그것과

함께 공동체 사람들의 책임을 같이 지려고 하는

사랑, 그리고 기꺼이 용서하려는 사랑이었다네.

중요한 것은 사람들간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

를 갈라 놓은 문제와의 싸움이라네. 간단히 말하

면, 모든 사람은 같은 쪽을 바라보며 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감상적인 방법으

로 문제를 대충 덮으려고 해선 안 된다네. 하지만

아무리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사실도

사랑의 빛 아래선 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장인은 공동체 사람들의 사랑에 감동했다. 하지만 장인

의 고집을 허물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장인을 저버

린 것에 대해 스스럼없이 장인에게 용서를 구했기 때문

이었다.

우리 공동체의 일원인 사라는 그녀가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고 새출발을 결심했을 때 경험한 기쁨과 자유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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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아직 해결

되지 않는 문제들이 제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굴

러 다녔습니다. 그래서 저는 믿을 수 있는 친구들

에게 가서 모든 것을 털어 놨습니다. 제가 고백했

던 것들이 역겨운 것이었기에 이렇게 하기가 쉽

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평안을 주었습니다. 하지

만 그러고도 다른 일들과 관련된 기억이 저를 괴

롭혔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저는 또

한번 친구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우리가 과거를 깨끗이 해결하고자 할 때 아무

리 작은 일일지라도 대수롭게 넘어가서는 안 됩

니다. 생각나는 모든 일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즉

시 털어놓아야 합니다.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됩

니다.

저는 고백과 회개에서 이런 기쁨을 맛보리라

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마음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악행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었던 힘을

발견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사라도 더 없는 마음

의 안식을 발견하였다. 사라는 공동체 식구들에게 그녀

가 과거에 했던 일을 고백했을 때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람들은 사라의 솔직함을 반기

며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다. 사라는 과거의 잘

못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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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고백이 화해로 이끄는 길이라는 것을 경험했던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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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하나님 용서하기

삶에서 모든 고통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금

욕적으로 감내하려는 태도도 옳지 않다. 고통은 다 쓰임이 있

으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인생을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드

는 것은 외적 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 상황을 대하는

우리 내면의 태도인 것이다. - 에버하르트 아놀드

우리가 말하는 용서는 대개 인간이 서로에게 준 상

처를 용서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

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럴 경우 인간은 누군가

에게 책임을 돌려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곧잘 하나님

을 원망하게 된다. 하나님이 뚜렷한 이유나 정당한 근거

도 없이 우리에게 고통을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분노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우리는 묻는다. “은혜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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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님이 어떻게 이런 일을 허용하실 수 있단 말인가?”

이럴 경우 어떻게 우리는 하나님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할 경우에 하나님을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

다. 경우에 있어선 아무도 비난받을 사람이 없다고 여기

기보다는 차라리 하나님을 비난한 뒤에 용서하는 편이

훨씬 쉽다. 이렇다 할 대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분노가

생기는 것은 극히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적절한 치유를

발견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으려면 분노를 드러내고 풀

어버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단 우리가 받은 상처를 하나님의 책임으로 돌려야

만 우리는 하나님을 용서할 수가 있다. 우리가 다른 사

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여겨야만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

듯이 말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기꺼이 배우려는 자세와, 인생에 있어 응당 기억하고 싶

지 않은 그 경험에서 뭔가 긍정적인 것을 끌어내고자 하

는 태도에 모든 해결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를 알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이 닥쳐왔을 때 우리는 거기에 의

미를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위기를 꼭 재난으로 여길 필

요는 없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기소르 키부츠에 있는 조할 챔벌린이라

는 내 친구는 17살 때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

다. 비록 그 사건에 대해 책임질 어떤 사람도 그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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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용서할 사람도 없었지만, 조할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

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이전엔 늘 자연

스럽게 할 수 있었던 일상 일을 사고로 인해 다시금 힘

겹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에 더없이 분노하고 절망하였

다.

1987년 여름이었다. 17살이 된 나는 예루살렘에 있는

청소년 단체에서 안내인으로 1년간 근무하기로 되어 있

었다. 근무 첫날, 나는 북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예루살

렘 중앙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차를 얻어 타거

나 다른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

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터미널을 벗어나자 마자 버스는 이르미야후 거리로

접어들었고 시간적으로 속도를 낼 여유조차 없었지만,

식당에서 흘려 보낸 비눗물로 도로가 미끄러운 상태였

다. 그리고 운전 기사의 실수 때문인지 버스는 미끄러져

서 주차 되어있던 트럭을 들이받았던 것이다. 이 사고

로 18명이 부상을 당했고, 군인 한 명과 5살짜리 소녀

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나를 치료했던 구조대원은 내가 의식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을 하

질 못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기껏해야 병원에서의 단

편적인 일들 뿐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주고 가족에

게 연락하도록 전화번호를 일러주던 기억, 의사들이 옷

을 잘라내던 것과 병실로 찾아오신 어머니의 얼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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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쪽 다리를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며칠

이 지나서였다. 어머니가 내 곁으로 오시더니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고 있느냐고 물어 오셨다. 나는 다리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누워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다리를 쳐다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때까진 진통제 덕분이었는지 그리 큰 아픔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응급실에서 12일을 보냈다. 끔찍한 통증과

고열을 참아내야 했고, 고개조차 들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주위의 극진한 보살핌과 내가 바랄 수 있는

최상의 격려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유대인 설날을 며칠 앞두고, 나는 정형

외과 병동으로 옮겨졌다. 의사들은 나의 오른 쪽 무릎을

살릴 가망이 없다고 결론짓고는 무릎 바로 위를 절단하

는 두 번째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로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기에 나는 면회 온 친구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수술 후 회복과정은 견디기 쉽지 않았다. 설상가

상으로 이미 잘려나간 다리부분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더욱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그런

고통은 환각이라며 나를 믿어주지 않던 의사의 태도였

다. 늘 가족과 친구의 도움 없인 살 수 없었던 4주간의

이런 절망적인 시간은 제 몸 하나 돌보지 못한다는 무력

감과 더불어 분노까지 안겨주었다. 나는 지금까지 매우

자립심이 강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하루아침에 어린아이

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예전엔 무의식적으로 했던 간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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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까지도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만약 그 사고가 없었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진 모

르겠지만, 이 일로 내가 한층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

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을 받아들임으로써 나는 함께 사는 것의 중요성을 절실

히 느끼게 되었다. 내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 때문에

내가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나는 더 성

숙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내 자신이 다른 사람의 도움

을 받게 되면서 예전에 무능하다고 무시하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용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의 인생을 돌이켜 봐도, 종종 실패와 좌절을 겪으

면서 가끔은 하나님을 원망하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

다.

한번은 뉴욕주로 낚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고기

잡는 것으로 치자면 완전히 실패한 여행이었지만 잠시

라도 일의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귀한 기회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말을 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목에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 그저 며칠 지나면 낫겠거

니 넘겨 버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질 않았

고, 급기야 찾아간 의사는 성대가 마비됐다는 진단을 내

렸다. 의사는 금방 좋아질 거라고 나를 안심시켰지만 몇

주가 지나고 몇 달이 되도록 아무런 차도가 보이질 않

았다. 의사는 절대로 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의를 주

었다. 심지어는 휘파람까지도 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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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불현듯 다시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감까지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을 때 우리

공동체는 강한 지도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였다.

여러 위기가 겹치던 때라 우리는 한 주 내내 열띤 토론

을 해야 했지만 나는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그저 듣고만

있어야 했다.

나는 모임에 끼여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나는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은혜인지를 절감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도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낙담 속에서 나는 하

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하

나님에게 화가 났다. 나는 나의 역할이 가장 필요한 시

기에 왜 하나님께서 나를 침묵하게 하셨는지 도무지 납

득이 가질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내 목소리가 되살아나기 시

작했고, 5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다. 하지만 나

는 그 12주 동안의 악몽 같은 시간을 잊을 수가 없을 것

이다. 돌이켜 보면 말을 못하던 시간들을 통해 나는 더

욱 겸손하고 폭넓은 인생관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런 일

을 경험하면서 나는 나의 단점들을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불완전한 상황도 최대한 활용하는 법을 배

우게 되었다. 위기와 좌절의 시간을 지나면서 하나님을

원망하고 싶은 유혹이 올 때마다 나는 그 때의 경험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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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동체 식구인 안드레아는 사뭇 특이한 상황

을 받아들이느라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녀는 건강한 아기를 낳기까지 세 번이나 유산하는 고

통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짊어져야 했던

짐들이 때로는 너무 힘겨웠다고 말한다.

결혼하고 6개월 후에 저와 남편 네일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기뻤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밤, 제 몸에 깨지는

듯한 고통이 찾아오더니 점점 심해지는 거였어

요. 우리 공동체의 의사 선생님은 저를 병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했고, 간호사가 저와 함께 마을까

지 동행해 주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저는

애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제정신이 아

니었습니다. 간호사도 그것을 걱정하더군요. 그

때 제가 겪은 마음의 고통은 육체의 고통만큼이

나 참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왜 저죠, 하나님?

왜 하필 저냐구요? 왜 당신은 이 작은 영혼을 이

토록 빨리 거두어 가시려는 겁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선 중절 수술이 불가

피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구하질 못했

죠. 그리고 저는 회복하느라 여러 날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정말 내 인생에 이런 크리스마

스는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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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이를 잃은 아픔을 견뎌내느라

눈물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렇게 위로

해 주시는 친척 분도 계셨습니다. “기운을 내.

이번에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다음 번엔 잘 될

거야.” 저는 마치 뺨을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기

분이 나빴습니다. 운이 없었다고? 우리 아기가

죽었는데… 진짜 생명을 가진 우리 아기가 죽었

는데 단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라고!

또 이런 카드를 보내 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주신 분도 여호와시요, 취하시는 분도 여호와

시니 주의 이름이 찬송을 받을 지어다.” 이런 말

은 되려 우리를 불쾌하게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

런 끔찍하고 참담한 일을 당하고서 어떻게 하나

님께 감사할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였습니다. 거기다가 저는 이 일이 하나님이 저를

벌 주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비록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말입니다.

목사님도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지 벌 주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고, 또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을 덜어 주시는 분이

라고 말입니다. 저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라도 잡듯이 목사님의 말씀에 매달렸습니다. 또

한 남편의 변함없는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

이 드러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희 두 사람도 이런 고통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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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

는 울음이 기숙할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

다.”란 말씀이 특히 저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비록 아직은 그러한 아침이 밝아와서 기쁨이 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저의

아픈 경험을 통해 저는 차츰 모든 인간의 고통을

지나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어렴풋하게

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내가

고통 당할 때에도 내 곁에 함께 계셨다는 것을 이

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은 제게 구체적으로 다가오셨고, 저는 그분의 사

랑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달 후, 저는 새 아기를 임신하

게 되었습니다. 이 번엔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기

를 간절히 바라면서…. 하지만 그 악몽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끔찍한 통증이 찾아

와서 또 한번 응급차로 병원까지 실려가고, 그리

고 중절 수술로 겨우 내 목숨만 구하고…. 또 한

번 귀중한 생명이 피기도 전에 꺼져버려야 했습

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제 가슴은 갈

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의 아픔을

저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도대

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영영 그 이유를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젠 나의 믿음에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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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남편은 충실하게 저의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남편은 몇 해 전에 누이를 암으로 떠나 보내야 했

었는데, 그 당시 남편이 써 놓은 글은 제게 커다

란 힘이 돼 주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

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저는 필사적으로 이 말

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아기를 잃은 슬픔이 줄어갔습니다. 한 1년쯤 지

난 후, 우리는 또 한번 아기를 유산하는 일을 겪

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가슴 저미는 아픔

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 같은 절

망은 없었습니다.

안드레아는 지금 여덟 살 된 예쁜 딸아이의 어머니이다.

어쩌다 몰려오는 지난 날의 슬픈 기억들이 그녀의 마음

을 아프게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쓴뿌리도 없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통해 그녀는 고통을 함께 헤쳐 나

온 남편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녀의 딸을 보다 더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우리 공동체 식구인 죠나단과 그레첸은 1995년에

결혼한 부부다. 여느 부부처럼 그들도 첫 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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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도 기다렸다. 그리고 알란이 태어날 땐 모든 것이

정상처럼 보였다. 아기와 산모가 퇴원을 하고 집에 와서

야 부모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기는 먹는 것도 시원찮았고 몸의 움직임도 적었다. 아

기는 거의 움직임 없이 가만히 누워만 있었고, 숨쉴 때

종종 눈에 띄게 헐떡이곤 했다. 아기를 급히 가까운 대

학병원으로 데려갔고, 생후 3개월이 되어서야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졌다. 아기는 거의 걷지도, 말하지

도, 보지도 못하게 되고 심지어 엉덩이와 뇌, 귀 그리고

위장이 심하게 기형인 채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기의 부모들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들

도 오랫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이 정도까지

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들은 처음엔 자신들을 탓하다가 이내 하나님을 원망

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

는 거죠?’

죠나단이 언젠가 내게 자신의 분노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분노가 누구를 향

한 것인지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아내에게?

아니면 의사? 하나님인가?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

지만 그는 이유까지는 설명하질 못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아이를 다른 아

이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옆 집 아기

는 우리 아기와 몸무게가 비슷하게 나갑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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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나이는 우리 알란이 세배나 많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15분만에 우유 한 병을 먹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지만 우리 아기는 겨우 몇 모금도 힘

겨워 합니다. 우리 아기는 왜 이렇게 된거죠? 저

희는 모릅니다. 아마 하나님이 우릴 미워하시거

나 아니면 그저 알란의 운명일지도 모르죠. 앞으

로 영원히 그 이유를 모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망만 하고 있다면, 우리가 누릴 수 있

는 최소한의 기쁨까지 없애는 꼴이 되고 말 것입

니다.

이들 부부가 나에게 도움을 구해오자, 나는 두 사람은

아이의 고통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

켜 주었다. 모든 아이들이 하나님의 선물이지만 알란은

아마도 우리에게 인내와 긍휼과 같은 귀중한 교훈을 가

르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선물일 것이라고도 말해 주었

다. 또, 여러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알란도 우리들에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

지 가르쳐 주고, 우리를 어리석은 경쟁에서 벗어나서 중

요한 일에 전념하도록 도와준다고, 그리고 알란 같은 아

이는 우리를 진정한 자아와 만나도록 이끌어 주며 우리

안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끄집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

다고 얘기해 주었다.

이 부부의 용서하기 위한 내적 싸움은 아직도 끝나

지 않았다. 그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들도 누

군가 진심 없이 내뱉는 동정의 말 때문에 마음이 아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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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무작정 도망치고 싶은 적도 있다고 한다.

알란의 첫돌이 다가오던 어느 날, 이들은 또 한번의

마음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아기의 증상이 악화되면서

기관지를 절개해서 음식을 공급하는 관을 삽입하는 수

술과 설상가상으로 맹장수술까지 해야 했던 것이다. 도

대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이 아기가 견뎌 내야 한단 말

인가?

기형아 문제의 해결책으로 ‘조기 진단’과 ‘중절

수술’을 제시하는 세상에서, 알란의 부모는 모든 아이

들은 빼앗길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생생히 증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부부는 말한다. 그

들의 아기는 유전적인 기형아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

게 많은 것을 말해 주는 한 인간이라고, 그리고 자신들

은 아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레첸은 이렇게 말한다.

아기가 조그만 손을 뻗어 제 볼을 건드립니다. 아

기를 침대에서 일으키려고 하자 아기가 눈을 뜨

며 살포시 웃어 보입니다…. 태어나고 11개월 동

안 알란은 다섯 번이나 입원해야 했고 외래 진료

는 셀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일을 당할 때마

다 우리에겐 해결되지 않는 의문만 점점 더 쌓여

갔고 갈수록 희미해지는 확신 속에서 눈물을 머

금고 병원 문을 나서야 했습니다 .... 하지만 아기

는 저에게 바싹 달라붙어선 호기심어린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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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살짝 이를 드러내며 웃

어 보입니다. 이 아기는 제겐 마음의 향유와 같습

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이 아기가 참아

야 하나요? 또 어떤 장애물들이 저희 앞에 기다

리고 있는 거죠? 아기의 기관지 절개 수술은 우

리에게 남은 작은 희망마저 송두리째 앗아가 버

렸습니다. 이젠 우유나 딱딱한 음식을 먹여볼 기

회도 없어진 것입니다. 힘겨운 웃음소리나 절망

적인 울음소리마저도 이젠 들을 수 없게 돼 버렸

습니다.

의사는 말합니다. 만약 이 아이가 살아남는다

해도 이 음식 공급관으로는 지탱하기 힘들거라

고. ‘만약 아기가 살아남는다면….’ 이 말이 저

희 마음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하지만 아기의

미소는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

합니다. 이 아기는 날마다 우리에게 받아들이는

법과 용서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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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말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가 당신이 원하는 것일지라도, 이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정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 중 누구도 구원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자비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이 기도가 우리

모두에게 자비의 행동을 하도록 가르쳐 줄 것입니다.

- 윌리암 세익스피어

용서는 능력이다. 용서는 아픈 과거에서 우리를 자

유롭게 하며, 모든 악을 이겨내게 한다. 또한, 용

서는 용서하는 사람과 용서받는 사람 둘 다를 회복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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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다. 사실 우리 인간들이 막지만 않는다면 용서는 세상

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나 용

서의 능력의 길을 막아왔던 것이다. 용서로 가는 열쇠

는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매일의 삶

에서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우리 자신이 선택해야

만 하는 것이다.

작년에 나는 커네티컷 주의 한 사형수를 두 차례 만

났다. 37살의 마이클 로스라는 이 사형수는 코넬대학

출신으로, 연쇄 살인범에다 강간범이기도 했다. 이 사람

이 저지른 범죄의 잔혹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희생자 가족들에게 뭔가 위로의 말을 감히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어떤 위로의 말도 그 가

족들이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제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이클도 역시

용서와 치유를 누구 못지않게 갈구하는 사람이라는 사

실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저도 심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자기 증오, 고통

스러운 비탄의 먹구름과 함께 제 영혼을 파고드

는 엄청난 죄책감….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화해

입니다. 저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 피해자들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누구보다도 내 자신 그리

고 하나님과 화해하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셨다. 단 한 사람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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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없이. 그리고 예수님은 선한 사람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시고 계신다.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

요....”

마이클과 같은 사람에게 우리가 등을 돌릴 수 있을

까?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 않으셨다. 그러

기에 우리도 마이클이 소망 없이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는 것이다. 탕자 비유의 아버지처럼 예수님은 지친 우

리를 맞이하기 위해 달려나오신다. 또한, 예수님은 우리

가 죄를 고백하거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전에 우리를 품어 주시는 것이다. 우리 중에 누가 이런

믿음을 가지고 사랑을 행할 수 있을까?

성 어거스틴은 우리가 서로를 대할 때, 현재의 모습

이 아니라 우리가 변할 모습, 즉 성령이 충만해서 하나

님 나라에 쓰임 받을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라고 말한

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믿음이다. 즉, 하나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

리는 ‘새로운 피조물’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 나는 일곱 살짜리 소녀를 살해한

한 남자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

다. ‘저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가?’ 이 사람을 만나

는 몇 달 동안, 그는 놀랄 만한 변화를 경험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메마른 상태였고, 자

신의 행위를 모두 병든 사회 탓으로만 돌렸다. 그러던

그가 이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인정

하게 된 것이다. 지금 그는 자신이 변화와 용서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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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는 것 때문에 고뇌하고 있으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람을 통해서 나는

자신의 죄악성을 직면하면서, 책임을 인정하고 참회하

는 한 죄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진정으로 우리가

용서의 능력을 믿는다면 이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만 한다. 그렇다고 그의 죄악을 과소평가한

다거나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이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이 경험했듯이 용서는 원수를 친구

로 만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실로 용서는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능력이다.

용서는 단지 개인적인 사람들 간에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승리이다. 우리는

용서가 모든 백성과 열방을 회복시킬 것을 기대해야 한

다. 그리고 그 회복이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

는 것을 믿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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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1. C.S. Lewis, <Reading for Meditation and Reflection>, ed.

By Walter Hooper

(New York:Harpercollins,1996),63.

2. Gordon wilson with Alf McCreary,<Marie: A story from

Enniskillen>

(London: Marshall Pickering, 1991),92-93.

3. Ibid.

4. Steven and Patti Ann McDonald with E. J. Kahn, <The Ste-

ven McDonald Story>

(New York: Donald I Fine, 1989), 133-136.

5. <The Words of Martin King, Jr> Selected and Introduces

by Coretta Scott King

(New York: Newmarket Press, 1983), 23.

6. Martin Luther King, jr, <Strength To Love> (London:

Fount, 1977), 47-48, 51-52.

Adapted to inclusive language.

7. Ibid, 48, 54-55. Adapted to inclusive language.

8. Roberts Coles, “The Inexplicable Prayer of Ruby Bridg-

es”, Quoted by Donald W.

Shriver in <Studies: An Irish Quarterly Review> (Vol. 78,

no.310, summer 1989),

148-149.

9. Naim Stifan Ateek, <Justice, and Only Justice: A Palestinian

Theology of

Liberation> (Matyknoll, NY: Orbis Book, 1989), 68-69.

10. Quoted by Carol J. Birkland in <Studies : An Irish Quar-

terly Review>

(Vol. 78, no.310, summer 1989), 167.

11. C.S. Lewis,<Fern Seed and Elephants, and Other Essay on

Christianity>

(London:Fount, 1977), 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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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M. Scott Peck,<The Different Drum: Community Making

and Peace>

( New York: Simmon & Schuster, 1987), 226-227.

13. C.S. Lewis, <Reading for Meditation and Reflection>, ed.

By Walter Hooper

(New York:Harpercollins,1996),130.

14. Joan Winmill Brown, ed.,<The Martyred Christian: 160

Reading From Dietrich

Bonhoeffer> (New York: Collier/Macmillan, 1983), 107.

15. C.S. Lewis, <Reading for Meditation and Reflection>, ed.

By Walter Hooper

(New York:Harpercollins,1996),63-64.

16. <Christian Century>, February 19, 1997, 182-184.

17. Ibid.

18. Roberts Coles,<Harvard Diary: Reflections on the Sacred

and the Secular>

(New York: CrossRoads, 1990), 177-180.

19. Fydor Dostoyevsky,<The Brothers Karamazov>, trans-

lated by Constance Garnett

(New York: The Modern Library, n.d.), 373.

20. Stanley M Hauerwas, <Christian Existence Today: Essay

on Church, World, and

Living in Between> (Durham, NC: Labyrinth Press,

1988), 91.

21. Alan Paton, <Too Late the Phalarope> (New York: Chares

Scribner’s Sons, 1953),

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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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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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이 학습교재를 사용하기 전에 179

제 1 과

용서는 정말 해야만 하는 것인가? 182

제 2 과

용서하는 것은 망각하는 것인가? 188

제 3 과

저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가? 195

제 4 과

용서는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201

제 5 과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을 때는? 208

제 6 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214

제 7 과

만약 그들이 후회하지 않는다면? 220

제 8 과

용서는 항상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정의는 어떻게 되는가?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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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습교재를 사용하기 전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잃어버린 기술 용서>는 희

망으로 가득 찬 책이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버

릴 책이면서 동시에 오랫 동안 생각해 볼 고민거리를 던져 주

는 책이기도 하다.

아놀드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당신의 가슴은 어린아이처

럼 기쁨으로 벅차 오를 것이다. 실화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들! 용서의 능력이 아놀드가 말한 것처럼 정

말 그렇게 실제적인 것일까?

용서가 가능하다는 것과, 용서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다

른 문제다. 아놀드도 강조했듯이 용서는 참으로 힘겨운 작업

이다. 용서는 거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쉽사리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도해야 하는가? 그

렇다. 그것도 쉬지 않고 해야 한다. 또, 소망도 가져야 하는

가? 그렇다. 도저히 소망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말이다. 그밖에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놀드는 말한다. “용서로 가는 열

쇠는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매일의 삶에

서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우리 자신이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학습교재가 엮어진 것도 이 목적을 이루고자 함

인 것이다.

구성

용서의 신비는 도저히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우리

는 여러 각도에서 그 신비를 탐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학

습교재는 주제별로 용서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 볼 것이다. 이

교재는 <잃어버린 기술 용서>의 내용 순서를 따르지는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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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 교재가 의도하는 바는, 아놀드의 글을 보완하고 발전시

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 교재를 통해 독자들은 용서가 가지는

신비의 심오함을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각 장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좥문제 살펴보기좦는 용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도와 줄 것이다. 아놀드의 책을 읽으면서 여

러분은 여러 의문점들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좥되짚

어 보는 질문들좦에서는 혼란과 의문의 소지가 많은 용서의

일부 측면을 자세히 살펴 볼 것이다.

좥되짚어 보는 질문들좦과 좥성경에서 배우기좦, 그리고

좥삶 들여다보기좦 부분은 모두 용서의 의미를 더 철저히 파

헤쳐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용서가 내포하는 것과 요구

하는 것들은 적잖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많다. 아놀드

의 글은 용서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놀라운 증언들이다. 그렇지만 내가 용서를 한다고 할 때 정확

히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서 이 부분들에서는 생각과 감정적

인 측면에서 용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것과 함

께 매일의 삶에서 용서가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도 다루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좥삶에 적용하기좦에서는 살아가면서 어떻게

용서가 생명력 있는 실재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 볼 것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용서하는 방법을 말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용서의 능력을 얻기 위해 우리 자신을 준비할 수는 있다. 그렇

다, 용서는 선물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고통스러운 상처는 결코 저절로 사라지진 않는다.

용서하기 위해선 행동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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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 학습교재는 반드시 <잃어버린 기술 용서>를 읽은 다

음에 사용해야 한다. 이 교재는 아놀드의 책 순서를 따르지 않

기 때문에 먼저 책을 완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학습교재는 개인이나 그룹 토론에 쓰여질 수 있다. 용

서하기 위한 싸움은 모든 이에게 보편적인 것이다. 그런 면에

서 <잃어버린 기술 용서>는 모든 사람이 읽고 토론해야 할

더없이 훌륭한 책이다.

되짚어 보는 질문들과 성경연구 질문들은 둘 다 사려 깊고

열띤 토론을 위한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부분은 혼

자서도 학습할 수 있지만 그룹에서 이루어지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사용할 경우에는 생각들을 정리해 적을 별도의 공책

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은 사고가

흐트러지지 않게 도와 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이득이 많다.

그룹으로 토론을 할 경우 인도자에겐 창의적인 자질이 필

요하다. 각 과들은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벅찬 토론거리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인도자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또 어떤

것은 생략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학습교재의 질문들과 제안들은 용서를 새로운 관점으

로 생각해 보도록 여러분을 자극할 것이다. 또한, 여러분이 지

금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도전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이 질문들과 제안들을 기

계적으로 풀어 나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질문을 대

답한다거나, 또는 참고를 위한 성경 구절을 모조리 찾거나 또

는 모든 제안들을 적용해 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문제의 핵

심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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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자비를 경험한 뒤

에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용서

란 것을 연구 주제로만 다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놀드

도 말했듯이 “용서는 능력”이다. 또, 용서는 그 능력을 삶에

적용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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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과

용서는 정말 해야만 하는 것인가?

문제 살펴보기

누군가 우리에게 해를 끼칠 경우 우리는 본능적으로 앙갚

음을 하려고 할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법칙은

그저 고대에나 통하던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헌법을

이루고 있는 뼈대도 알고 보면 동일한 법칙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용서가 필요하단 말인가? 용서를 함으

로써 어떤 이득이 있을까? 용서를 해야 하는 당위성은 무엇

인가? 용서한다는 것이 선한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

지만 나까지도 용서해야 하는가?

이 학습교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용서에 관해서 의문점

이 있으면 모두 적어 보자.

어떤 의문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해 보이는가?

아놀드의 책을 읽고 나서 새로이 생긴 의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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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해야 할 이유들을 적어

보자. 그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이는가? 별로

타당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은 어떤 것들인가? 당신으로 하여

금 용서하지 못하게 하는, 또는 어렵게 하는 요소들은 어떤 것

들이 있는가?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아놀드의 책 각 장의 앞 부분에 있는 인용문들 중에서 가장

당신에게 감동을 주거나 도전을 주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유가 있다면 말해보자.

2. 책에 소개된 사연들 중에 당신의 마음을 특별히 움직이는

것이 있는가? 왜 그런가?

3. 죠지 맥도날드의 인용문(6장 앞)에 당신은 수긍하는가?

아니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4. 용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그

렇다면 참으로 용서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것

들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5. 정의를 이루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는가? 진

정한 의미의 마무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6. 아놀드가 소개한 사연들을 보면 피해자들이 용서할 수 있

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동기와 이유가 있다. 그것

들을 한번 나열해 보자. 특별히 2장과 3장을 주의 깊게 살

펴보자. 그 중에 어떤 것들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가?

7. 용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유는?

8. 용서에 대한 아놀드의 입장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자. “왜 용서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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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배우기

바울은 에베소서 4:32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서로 인

자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

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정점은 십자가였다. 이 십자가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사랑의 궁극적인 의미를 이해

할 수 있다(눅 23:34). 예수님의 삶과 죽음의 메시지는 사실

상 하나이고 같은 것이다. 아래에는 용서에 대한 예수님의 가

르침을 밝혀 주는 복음서의 몇몇 구절들이 나와 있다. 용서해

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예수님은 뭐라고 가르치고 계시는지

살펴보자.

1. 용서의 기도(마 6:9-15)

A. 주기도문 가운데 용서에 대한 부분에서 예수님이 조건

을 다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12절)

B. 예수님은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심각하게 다루고 계신가?

C. 누가복음에 나와 있는 주기도문에 보면(눅 11:2-4),

예수님은 우리에게 범죄한 사람을 용서하라고 가르치

신다. 그리고 마태복음의 주기도문에는 다른 사람이

빚진 것을 탕감하라고 하신다.(영어성경 참조) 이 차

이점이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용

서한다는 것은 그저 영적인 행위에 불과한 것일까?

D. 성경 뒷부분에 보면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얼마나 자

주 용서해야 하는 지를 여쭙는다(마 18:21-22, 눅

17:4). 예수님은 뭐라고 대답하시는가? 예수님 말씀의

요점이 무엇인가?

E. 예수님이 말씀하신 몰인정한 종의 비유는 제자들의 질

문에 어떻게 대답하는가? 사람들에게 있어서 용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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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F. 마태복음 18:35은 용서의 의미를 어떻게 조명하고 있

는가?

G.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아무런 조건없이 일어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먼저 변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되는 것인가?

2. 많이 사함을 받은 자(눅 7:36-50)

A. 당신은 왜 바리새인이 예수님을 식사에 초대했다고 생

각하는가?

B. 예수님이 보시기엔 여인의 행동이 아니라 바리새인의

행동이 괘씸한 것이었다. 왜 그런가? 바리새인과 여인

을 대조해 보라.

C. 41절-43절에 나와 있는 예수님의 비유의 핵심은 무

엇인가?

D. 47절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여인이 용서를 받은 것은

그녀의 사랑의 대가인가?

E. 그 여인의 죄를 사하신 것 외에 예수님은 어떻게 자신

의 사랑을 보여 주셨는가?

F. 하나님이 인간을 용서하시는 데 있어 실제적으로 방해

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죄인가 아니면 다른 무

엇인가?

3. 죄 없는 자(요 8:1-11)

A. 이 사건이 일어난 곳은 어디인가? 왜 이 사건이 중요

한가?

B. 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그 여자를 예수님께 끌

고 왔는가? 이것을 통해 그들의 어떤 점을 엿볼 수 있

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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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예수님이 왜, 그리고 무엇을 땅에 쓰셨는지는 확실히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구약에 보면, 하나님이 손가락으

로 십계명을 쓰셨다고 말한다(출 31:18, 신 9:10). 이

점이 예수님의 행동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가?

D. 유대인들의 법에 의하면 간음에 대한 형벌은 죽음이다.

그리고 거짓증거 하는 자는 자신들이 뒤집어 씌우려

고 했던 죄에 대한 동일한 벌을 받아야 한다(신 17:7,

11:19). 이 점이 고발자들이 떠난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E. 나중에 예수님만 남았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왜 그

런가?

F. 예수님이 그 여자를 정죄하시지 않으셨다고 해서 그녀

의 죄까지 눈감아 주고 간과해 버리신 것인가? 예수님

은 어떤 종류의 용서를 그녀에게 베풀었는가?

4. 간추리기

위의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다음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왜 용서해야 하는가?’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한다면 죄인

을 용서하는 것이 도덕적인 의무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삶 들여다보기

지난 15년간 수많은 책과 연구, 그리고 단체들이 용서란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어 왔다. 심지어는 Time, Newsweek,

그리고 The Guardian과 같은 일반 출판물들도 이 주제에 관

한 글을 싣기도 했다. 2년 전인 1995년에는 전국적인 제 1회

용서 컨퍼런스가 열렸다. 그리고 현재는 최초로 국제용서협회

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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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용서를 말하는가? 혹자는 용서가 건강에 도움

이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 연구는 용서가 우울증과 심장

병 그리고 모든 종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

을 발표한 적도 있다.

앙갚음 하려는 우리의 충동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용서하고자 하는 더 강하고 고상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윌리

엄 메닝거는 이렇게 쓰고 있다. ‘용서는 바로 인간의 성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용서는 신적일 뿐만 아니라, 또한 인간

적인 것이다. 하나님이 용서를 명하신 이유는 바로 용서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보다 못하게 되며 용서를 할 때 인간은 인간

을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용서를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동기들이 있다. 그리고 이 교재를 공부하면서 당신

은 왜 용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많은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

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

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님의 자비에 뿌리를 둔 용서하

는 사랑의 혁명은 이중적인 기준으로 사는 삶을 결코 용납하

지 않는다는 것이다.’ 죠지 헐버트는 말하길,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도 건너야만 하는 다리를 무너

뜨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필립 얀씨는 또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섬뜩한 권한을 주셨다. 바로, 다른 사람

을 용서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실제적으로 그들을 하나님의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고, 동시에 우

리 자신까지도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만다는 것이다.’

자기가 죄인이면서도 다른 죄인을 용서하길 거절하는 자

기 모순은 자신의 양심에 대해 반란을 선포하는 것이다. 아

놀드의 말대로 ‘우리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는 쉽게 받

아 들이면서 그 자비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데는 인색한

것’은 더없이 나쁜 짓이다. 용서하려고 결단한 사람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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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만 책임을 돌리면서 자신의 잘못은 정당화시키는 일

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우리가 끔찍할 정도로 해를 입었다 할

지라도 우리 편에서 손톱만큼도 잘못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

다.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감찰하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

이까?’(시 130:3)라고 시편 기자가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영광에 미치지 못하는 죄인이다. 우리 자신의 죄악

성을 깨닫고 ‘눈에는 눈’ 식의 복수의 논리에서 벗어남으로

써, 우리는 앙갚음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우리 자

신이 하나님과 다른 사람에게서 용서를 경험하게 될 때, 우리

는 한결 더 자비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외치신다. ‘저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저의 사랑함

이 많음이라.’

결론적으로 ‘왜 용서해야 하는가?’의 답은 바로 십자가

의 비밀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느니라.’(롬 5:6-8). 용

서는 그저 효험있는 치료약도 아니며 강제적인 의무도 아니

다. 용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용서받은 사람이 마음으로부터

하는 응답인 것이다. 자비는 자비를 낳는다. 용서는 용서받음

으로써 흘러 넘치게 되는, 바로 그러한 것이다.

삶에 적용하기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로써 당신이 적은 것들

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 이유들이 대부분 실용적인 것들인

가? 아니면 자기 중심적이면서 단지 감정적인 혼란의 해소를

위한 것들인가? 또는 하나님의 자비를 잃을 것이 두려워서인

가? 시편 103편을 읽고 묵상해 보자. 그리고 살아오면서 용

서하기 어려웠던 사람을 떠올려 보자. 이제 그 사람이 이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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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읽는다고 상상해 보자. 그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지겠는

가? 또 당신과 그 사람이 함께 이 구절을 읽는다고 생각해 보

자. 이 시편의 말씀이 두 사람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기도가 될

수 있겠는가?

무자비한 종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나 예수님의 발을 씻긴

여인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이 두 이야기는 한

이 없는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사랑을 잘 그리고 있다. 당신이

용서받은 것에 대한 감사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하

거나’ 또는 ‘넘치는’ 행위를 생각해 보자. 당신을 향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라(시 103:2).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

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라. 창의

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은밀하게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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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과

용서하는 것은 망각하는 것인가?

문제 살펴보기

<용서의 기술>이란 책에서 루이스 스메데즈는 이렇게 쓰

고 있다. ‘용서에 대해 반박하는 대부분의 주장들을 보면 실

상은 용서가 아닌 것을 용서라고 가정하고 있다.’ 이 점은 용

서란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드러나는 중요한 문제점들 중

하나이다. 우리는 용서가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아놀드는 말한다. ‘용서는 정의 그 이상이다. 그것은 선

물이다. 그리고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용서는

불합리하고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참으로 그렇다! 용서를

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만이 용서를 이해하는 최

상의 길이다. 그럼에도 용서에는 여전히 우리의 이해를 넘어

서는 차원이 있다. 용서는 우리의 정의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

해할 수 없는 하나의 신비이다.

애석하게도 용서의 신비는 혼란의 안개에 가려져 버렸다.

용서는 포용, 묵과 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억 약화’와

쉽사리 혼동되기도 한다.

이런 혼란은 용서와 잊어버림 간의 관계에서도 보여진다.

아놀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 있어선 ‘용서

하고 잊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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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하다.’ 한편 D.L. 무디는 이렇게 말한다. ‘용서했다고

하면서도 잊어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기껏해야 도끼날 부분만

을 땅 속에 묻어 둔 것에 불과하다. 여차하면 땅 위의 도끼 자

루를 잡아 올려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두 사람의 견해가

다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용서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행동일 뿐인가? 아니면 우리가 잊어버림을 이해하는 데 있어

혼동이 있는 것인가?

이번 공부의 목적은 용서와 잊어버림 사이의 차이를 명확

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사람들이 일반적

으로 용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나열해 보자. 그 중

에 어떤 것들을 좀 더 분명히 알고 싶은가?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당신은 무조건적이고 전적인 용서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

각하는가? 아놀드가 소개한 사연들이 당신에게 진짜처럼

보이는가?

2. 용서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함으로써 생기는 위험에는 어

떤 것들이 있겠는가?

3. <잃어버린 기술 용서> 9장을 다시 읽어보자. 용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가?

4. 아놀드의 책을 읽은 후에 용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5. 용서하는 것과 잊어버리는 것은 같은 것인가? 아놀드는 여

기에 대해 뭐라고 대답하는가?

6. 용서가 눈감아 주거나 묵과하는 것이 아니라면 용서는 무

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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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분노는 꼭 나쁜 것인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 분노가 독

이 될 수 있겠는가?

8. 용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 말고 또 어떤 요인들이 용서를 어

렵게 만드는가?

성경에서 배우기

성경은 용서의 정의를 깔끔하고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지

는 않다. 하지만 비유들과 하나님의 자비에 관한 이야기들은

찾아볼 수 있다. 아래의 구절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고, 용서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숙고해 보자.

1.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삼하 11-12)

A. 다윗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참

고. 삼상 16:9-13, 18 ; 18:5, 12-16 ; 24:1 ; 삼하

5:22-25 ; 8:14-15.)

B. 삼하 11:1-10에 보면 다윗과 우리아의 극명한 대조가

나온다. 당신은 두 사람을 어떻게 비교하겠는가?

C. 왜 다윗이 우리아를 좀더 붙잡아 두려고 했다고 생각

하는가?

D. 하나님이 다윗에게 재앙을 내리신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다윗이 간음하고 살인했기 때문인가? 하나님의

심판은 다윗 한 사람에게만 한정된 것이었나?

E. 하나님은 왜 나단을 다윗에게 보내셨을까?

F. 나단이 말한 비유와 심판 선포에 대해 다윗은 각각 사

뭇 다르게 반응하였다. 무엇때문에 다윗이 그렇게 다

르게 반응했다고 생각하는가?

G. 시편 32편과 51편을 통해서 고백과 회개에 대해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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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배울 수 있는지 살펴보자.

- 죄가 고백되지 않고 넘어 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

-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고백은 어떤 것인가? (참고.

고후 7:10-11)

- 다윗이 간구했던 모든 것은 용서 뿐인가? 그 외에 다른

것도 하나님께 구했는가?

- 다윗은 왜 예루살렘을 위해 기도했을까?

H. 궁극적으로 다윗은 누구에게 범죄했는가? 이 점이 왜

중요한가?

I. 하나님은 다윗을 용서하셨다. 이것은 다윗이 아무런 대

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J. 11장에서 다윗이 자신의 죄에서 돌이켜서 변화되었다

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을 찾아보자.

2. 달려나간 아버지의 비유 / 탕자의 비유(눅 15:11-32)

A. 예수님은 이 비유를 누구에게 말씀하고 계신가? 왜 이

점이 중요할까?

B.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얼마나 악한 죄를 범했는가?

어떤 점이 가장 큰 죄였는가?

C. 아버지는 아들을 용서하기 전에 아들의 참회를 기다렸

는가? 20절은 하나님의 사랑이 어떻다고 말하고 있

는가?

D. 아버지는 아들의 참회의 고백에 얼만큼이나 관심을 기

울이고 있는가?

E. 왜 맏아들은 노하여 잔치에 참여하지 않았는가? 당신

도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F. 둘째 아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잔치가 끝났을 때 그

가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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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이 비유를 통해 용서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가?

이 비유의 아버지와는 달리 당신이 살아오면서 용서할

수 없었던 적은 언제인가?

3. 여러 가지 은유들(시 51:1-2, 103:12; 사 1:18, 38:17,

43:25, 44:22; 미 7:19; 호 14:4; 골 2:13-14)

A. 위의 구절들 속의 은유들은 하나님의 용서에 대해 무엇

을 말하고 있는가?

B. 하나님이 더 이상 우리의 죄를 기억하지 않으신다는 것

은 실제로 완전히 잊어버리신다는 의미인가?

C. 용서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을까?

4. 간추리기

용서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한번 묘사해 보자. 어떤

형용사들을 사용할 수 있을까? 용서는 어떤 점들을 포함하고

있는가? 또, 용서가 요구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용서가 성취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또, 용서는 무엇을 변화시키는가?

삶 들여다보기

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베풀거나 용서를 구하기 전에 먼저

우리는 용서에 대한 잘못된 여러 통념들에서 벗어나야만 한

다. 용서를 베풀지 못하게 막는 많은 장애물들은, 우리가 용

서의 잘못된 관념을 올바로 이해하기만 하면 쉽게 사라져 버

릴 것이다.

용서는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잊어버리는 것이 기억에

서 지워지는 것을 의미한다면 용서는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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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신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과거를 잊

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어떻게 사용하실 것인가에

관심이 있으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용서란 과거에 개의치

않고 앞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용서는 고통스러운 상처를

지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처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을 의미한다. ‘용서한 뒤에도 당신은 과거의 상처를 다시 떠

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아픔까지 되살아나진 않는다.’ 우

리의 과거를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 용서는 기억을 치유하는 것이지 지워버리는 것은 아

니다. 과거의 상처는 실상은 우리를 위한 선물이며 성숙과 지

혜를 향한 디딤돌이다.

용서는 묵과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범죄를 용서한다

는 것은 그 죄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수

동적인 관용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의 예민한 감각

이 없다면 용서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필요성도 없는 것

이다. 용서한다는 것은 범죄자의 도덕적 가치를 인정하는 동

시에, 그가 저지른 죄의 비도덕성도 함께 인정하는 것을 의미

한다. 관계를 파괴하는 도덕적인 범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판단을 받지 않으려거든 판단하지 마라.’는 태도로 비도덕

적인 죄를 묵과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 모두의 인격적인 존엄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용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 중 누구도 순

전히 죄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책임 소재를 분명

히 하는 것은 필요하다. 죄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면 용서할 기회도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상황적인 탓으로만

돌리며 인간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일에는

우리가 감당하기 벅찬 외적인 요인들과 사정들이 있게 마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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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만 그런 여건들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우리에게 달

린 문제이고, 그러기에 책임 또한 져야 하는 것이다.

용서는 화해하는 것은 아니다. 용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깨

진 관계의 회복이다. 우리는 ‘우리의 형제를 찾아가야’ 한

다(마 5:23; 18:5). 하지만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

할 때 반드시 깨진 관계가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관계를 회

복하기 위해선 두 사람이 다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용

서는 일방적인 행위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 말은 용서를 통해

득을 얻는 사람은 용서해 주는 사람 한 쪽만일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용서하려는 사람에게 당신의 손이 미치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용서한다는 것은 관계의 회복을 소망

하면서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에게 해

를 입힌 사람에 대해 선의와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것이다.

용서는 수월하지 않다. 용서한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며 희

생을 요구한다. 용서는 힘과 용기 없이는 되지 않는다. 데이

빗 옥스버거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분노를 제어하는 데는

분노에 굴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인격의 힘과 용기가 요구된

다.’ 용서한다는 것은 정의라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고

통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상처와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용서는 약자들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

는 원한과 쓴뿌리의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는 자들을 위한 것

이다.

용서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일시적인 행

위가 아니다. 용서는 과정이다. 용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용서는 한 번의 발디딤이 아니라 계속적인 발걸음

이다. 비록 용서가 우리 편에서의 선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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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하나의 발견

이며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용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놀드의

글을 다시 짚어보자. ‘우리가 용서를 말할 때는, 실패나 죄

를 용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감싸주고, 다시

일으키고, 회복시켜 주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의 용

서가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화해의

손을 내밀 때 비로소 우리는 분노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깊은 상처자국까지야 없어지길 바랄 순 없겠지만, 그 상처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일은 더는 없을 것이

다.’ 간단히 말해서 용서하는 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들

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또한 용서는 앙갚음을 포기하고, 상대

에게 완벽한 행위와 완벽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삶에 적용하기

우리가 해선 안 되는 가장 잘못된 행동은 과거를 억눌러

묻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치유는 과거를 무시해 버리는

데 있지 않고, 과거와 맞닥뜨림으로써 찾아오는 것이다. 당신

의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 보자. 그러면서 시편 139:1-

16을 묵상하라. 명심하라! 아무리 칠흑 같은 어둠도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시편 23편을 묵

상하라. 당신이 지나가야만 하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염두에 두면서 아직도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처들을

생각해 보자. 5절과 6절에 나타난 하나님의 약속에 대해 묵상

해 보자. 과거의 상처보다 하나님이 훨씬 위대하시다는 것을

상기하자. 이제 로마서 8:28을 펴 보자. 하나님께서 선을 이

루시기 위해 당신의 상처를 사용하시고 계심과 관련해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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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야기를 적어 보자. 과거의 그늘 속에 남을 것인지, 아니

면 그것을 헤치고 걸어 나올 것인지의 선택은 오직 당신에게

달린 문제이다. 상처 자국까지 없어지진 않겠지만 고통은 없

앨 수 있다.

정의를 실현시키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고통을 털어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용서한다는 것은 정의와 더불어 자비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이

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떠올려 보자. 백지에다가 두

칸을 그려서 위에다 한 쪽엔 정의, 다른 쪽엔 자비라고 쓴다.

정의 칸에는 정의가 이뤄지기 위해 당신과 당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어떤 것들이 요구되는지 적는다. 같은 식으로

자비 칸에도 적는다. 어느 칸에 더 많이 적혀 있는가? 대부

분은 아마도 정의 칸 일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이 다른 사람에

게 상처를 주었던 경우를 떠올려 보자. 그 때 당신은 그 사람

이 자비를 베풀기를 마음졸이며 바랬을 것이다. 이것을 염두

에 두면서 자비 칸에다가 더 적을 것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

각해 보자.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하신 말씀을 생각하자.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

도 남을 대접하라’ (마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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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과

저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가?

문제 살펴보기

아놀드는 책 서두에서 7살 난 여자아이가 잔인하게 강간

당한 채 살해 당한 사건을 들고 있다. 그 범인에 대해 언급하

면서 아놀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저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가?’ 그리고 마지막 장에 가서야 그 질문에 답을 제시한

다. ‘우리가 진정으로 용서의 능력을 믿는다면, 우리는 이 사

람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만 한다.’

이제 문제는 이것이다. ‘우리는 용서의 능력을 참으로 믿

고 있는가?’

<해바라기>라는 책에서 시몬 비젠탈은 바로 이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1944년 당시 비젠탈은 나치 죽음의

수용소에 갇혔던 유태인 젊은이였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친

척 85명이 나치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

어야 했다. 어느 날 독일군 부상자들을 위한 병원에서 쓰레기

를 청소하던 그를 한 간호사가 어두컴컴한 방으로 데려갔다.

그 곳엔 한 군인이 붕대에 감긴 채 입과 코와 귀만 내놓고 누

워 있었다.

간호사는 돌아가고 비젠탈은 부상당한 SS 친위대 장교

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그 장교는 고통으로 힘겨워 하며 입

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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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칼이요. 내가 저지른 끔찍한 짓을 꼭 당신에

게 말해야 겠소. 그것은 당신이 유태인이기 때문이오.” 칼은

자기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는 신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

고, 히틀러 청년 근위대를 거쳐 SS 친위대에서 열성적으로 근

무했다고 했다. 이야기 와중에 비젠탈이 여러 번 나가려고 몸

을 일으킬 때마다 그 장교는 비젠탈의 손을 붙잡았다. 칼은

몇 명의 SS 장교와 함께 300명의 유태인을 체포하여 3층 짜

리 건물에 몰아넣고 휘발유를 뿌린 뒤, 수류탄으로 불지른 경

위를 그에게 털어 놓았다. 그들은 집을 에워싸고는 도망 나오

는 사람은 여자든 아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총으로 쏴 죽였

다고 말했다.

칼은 계속 고백했다. “나에게 남은 것은 죄책감 뿐이오.

그리고 당신과 같이 있는 이 시간이 나의 마지막 순간이오. 단

지 당신이 유태인이라는 것 말고는 나는 당신에 대해 아는 바

가 없소.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오…. 나는 아무나 유태인에

게 이 일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을 뿐이오. 이것이 당

신에게 정말 염치없는 요구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소. 하지

만 당신의 대답 없인 도저히 편히 죽을 수 없을 것 같소.”

비젠탈이 어떻게 했을까? 그는 이렇게 책에 썼다. ‘한참

있다가 나는 결정을 하고 아무 말없이 방을 나가 버렸다.’

용서를 가로 막는 문제들 중의 하나는, 어떤 죄 또는 어떤

죄인들은 다른 것보다 용서하기 더 어렵다고 하는 잘못된 생

각이다.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죄가 전혀

없다는 말인가? 예수님 조차도 사하심을 받지 못하는 죄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지 않은가? (마 12:31-32) 용서는 정말

로 모든 이에게 해당되야 하는 것인가? 상대가 용서를 구해

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이 일방적으로 용서해야 하는 사람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용서하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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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도외시하는 거란 말인가?

이런 문제들은 여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이번

과가 다루는 문제는 우리가 용서의 손을 어디까지 내밀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아놀드가 소개한 사연 중 당신이 보기에 가장 용서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생각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또 당신

입장에서 용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잘

못들을 말해 보자.

2. 당신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3. 당신이 비젠탈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

4. 우리가 직접 당하지 않은 범죄에 대해 우리가 대신 용

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5. 악을 행한 사람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놀드의 책이나 당신 자신의 경험에서 그런 경우를

찾아 보자.

6.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용서하기가 더 어려운

것일까?

7. 어떤 경우에 있어선,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보다 자

신을 용서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자신을 용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이야기해 보자.(10장을 참고하라)

8. 우리가 하나님을 용서해야 할 때도 있을까? 아놀드는

이것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12장을 참고하라)

9. 원수를 용서하는 것보다 친구를 용서하는 것이 더 힘든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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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용서하기 어려웠던 사람은

누구였는가? 이유는?

성경에서 배우기

어디까지 우리는 용서의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 다음의

성경 구절을 읽고 묵상하면서 용서의 가능성과 범위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바울 이야기(행 9:1-31)

A. 회심하기 전의 바울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행 8:1-3; 갈 1:11-24 참조) 그는 어떤 종류의 살

인자였다고 생각하는가?

B. 당신이 아나니아처럼 그 당시의 그리스도인이었다면

사울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되는가?

C. 아나니아나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변명을 대며

바울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했는가? 당신이라면 또 어

떤 이유로 바울에게 손 내밀기를 거부하겠는가?

D. 바울의 삶의 역정과 유사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을 알고

있으면 이야기해 보자.

E. 하나님이 바울을 용서한 것은 바울의 기꺼이 변화되고

자 하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는가? 하나님은 왜 바울을

택하셨다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참조.

딤전 1:12-17)

F. 예루살렘 교회는 어떤 식으로 바울을 받아들였는가?

그들이 즉각적으로 그를 영접했는가?

G. 바울은 어떤 식으로 자신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

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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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하나님이 바울을 용서한 것이 그에게 편안한 삶을 주시

기 위함이었던가? (고후 11:22-12:10) 왜 바울이 그

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어떤 고통이라도 마다하지 않았

다고 당신은 생각하는가?

I. 바울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에 대해서 무

엇을 배울 수 있었는가?

J.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당신은 용서하길 꺼리거나 어울리

길 싫어했던 사람이 있었는가? 누구였는가? 이유가

있는가? 사울이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도 바울과 같은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달라고 하나님께 간

구해 보자.

2. 간추리기

위의 성경 구절이 비젠탈의 딜레마나 아놀드의 질문, ‘저

런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에 어떤 식으로 해답을 줄

수 있겠는가?

삶 들여다보기

‘누가 용서받을 수 있는가?’와 ‘용서해야 하는 우리는

누군가?’의 두 질문을 각각 살펴보자. 첫번째 질문과 관련해

선 용서와 화해, 그리고 용서와 사면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

아야만 한다. 사도 바울은 용서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변화된

것은 바로 그가 용서받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에

그는 자신이 피해를 입힌 사람들과 화해할 수 있었다. 여전히

바울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 때문에 고통스러워 했지만, 이 죄

인 중의 괴수에게도 하나님의 자비의 손길이 뻗쳤다. 회개가

있는 곳은 어디나 하나님의 자비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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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용서받을 수 있는가? 누구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

가 주어지는가?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누가 용서

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는가? 상한 심령으로 뉘우치면서 변

화되어야 한다는 결단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그러면 살인자까지도 정말 용서해야만 하는가? 처벌받지

않은 살인자를 사면을 해주는 것은 일종의 공범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문제는 처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

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 처벌을

받는 것은 때로는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용서한다는 것은 행

위의 결과를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범죄자가 마땅히 받아

야 할 처벌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살인자가 처벌

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가 아니라 그가 회개를 통한 자비를 경

험하느냐 마느냐인 것이다.하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하나님은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치 않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신다(벧후 3:9).

그럼 누가 용서할 수 있는가? 특히 살인의 경우에 누가 용

서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 말했다. ‘살인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정작 용서해야 하는 사람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부분적으로는

우리의 우주가 도덕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이해하

는 방식과 연관이 있다. 1과에서 살펴 보았듯이 인간들끼리의

죄는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 대한 죄이다. 그러기에 바울이

초대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한 것은 결국은 그리스도를 핍박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인간들의 죄 문

제는 결코 인간들의 문제로만 끝날 수 없다. 용서를 하는 우리

는 누구란 말인가?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홀로 용

서하는 권한을 갖고 계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명령

하신다. 우리는 예수님을 대신하여 죄인을 용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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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혼자 힘으로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우리가 피해를 당

한 당사자라도 말이다.

누가 용서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있어

서 또 하나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어떤 인간도 동떨

어진 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서로 얽힌 삶을 살아가

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 사람에게 저지른 잘못은 그 사람 뿐

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연관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피해자가 죽은 뒤에도 우리는 여전

히 ‘우리가 용서할 것인가?’란 문제를 떠맡으면서 남아 있

게 된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살인을 할 때 인간은 짐승같이

되고, 심판을 할 때는 인간처럼 되고, 용서할 때는 하나님같

이 된다.’ 문제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

길 원하는가?

삶에 적용하기

다시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용서하기 어려웠던 사람에

게 돌아가자. 만약 그런 사람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당신이 한 섬에 버려졌다고 상상해 보자. 바다 저 멀리에서 누

군가가 노를 저어 당신에게 오고 있다. 그 배에 ‘가장 타고

있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당신이 그 사람과

함께 섬에서 산다고 상상한다면 느낌이 어떻겠는가? 바로 이

사람이 당신이 용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이제 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또는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는 당신과 그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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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달린 문제라는 것을 기억하자. 섬에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한 좋게 만들기 위해선 당신이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라고 생

각하는가?

이제 당신과 같이 살게 된 사람이 김일성이나 히틀러라고

상상해 보자. 이런 사람들과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가?

왜 그런가? 만약 하나님이 이 들을 용서하신다면 당신이 못

할 이유가 있겠는가? 용서의 능력을 믿지 못하게 당신을 가

로막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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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과

용서는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문제 살펴보기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놀드는

강조한다. 사실 용서한다는 것이 자연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

라, 초인간적인 것으로 보일 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왜 용

서란 것에 그다지도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인가? 지난 일은

그저 묻어 버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용서를 통해 실제로 무엇이 바뀐단 말인가? 솔직히 용서

가 효과가 있기나 한 것일까?

목사인 돈과 그의 열두 살 난 아들 씬은 씬을 돌봐 주면서

성적으로 학대한 빌이란 사람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

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용서의 행위는 자신들에게 엄청난 불

행을 가져다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 불행한 일을 잊어버

리려고 할 때쯤 돈은 그의 변호사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떤 사람이 돈을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돈

은 빌이란 자를 경찰에 신고까지 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빌

이 씬 말고 다른 한 아이에게도 몹쓸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었다. 돈과 달리 그 아이의 부모는 즉시 신고를 했고, 빌은 씬

에게 한 짓까지 경찰에게 자백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는 돈이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소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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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의 고통스런 시간이 지난 뒤에야 돈에 대한 고소는

취하되었다. 그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돈과 그의 아내가 지불

해야 했던 대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빌을 용

서하기로 했던 돈에게 되돌아 온 것은 무엇인가? 어떤 유익이

있었는가?

용서는 정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왜 그런 수고를

해야 한단 말인가? 누가 알아주기나 한단 말인가? 그것 말고

도 쉽게 사는 길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이번 과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다음 부

분으로 넘어가기 전에 먼저 용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자. 그 중에 당신이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이 있는가?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아놀드의 책의 사연들 중에서 용서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2.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용서가 얼마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3. 우리가 용서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겠는가? 아

놀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 (특별히 1장을

보라)

4. 중국 속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장 앞부분) 개인

적으로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5. 쓴뿌리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런 사람들이

그들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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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생각하는가?

6. 분노와 쓴뿌리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분노

와 증오는?

7. 원한을 품어 본 적이 있는가? 그 원한이 당신에게 어떤 영

향을 미쳤는가? 왜 원한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

8. 당신은 살아오면서 쓴뿌리 때문에 갈등했던 경험이 있는

가?

9. 개인적으로 복수하는 것은 언제나 나쁜 것일까?

성경에서 배우기

쓴뿌리는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힘겨운 싸움이다.

성경은 쓴뿌리의 근원과 열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

다. 아래의 구절을 통해 용서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고통의

열매에 대해 성경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

고 하나님께 당신의 마음 속 어디에 이런 쓴뿌리가 있는지 보

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1. 룻의 이야기(룻기)

A. 룻의 이야기를 한번에 끝까지 읽자. 읽고 나서 어떤 느

낌을 받았는가?

B. 어떤 이유로 나오미는 ‘마라’라고 불려지기 원했는

가? 나오미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되

는가?

C. ‘나오미’란 단어의 뜻은 ‘즐겁다’이다. 쓴뿌리가

사람을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지 말해보자.

D. 룻이 그녀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쓴뿌리를 갖지 않은 것

은 무엇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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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하나님을 믿는 것과 쓴뿌리가 없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F. 에베소서 4:29-32과 야고보서 3:13-18을 읽자. 성

령을 슬프게 하는 것들과 성령을 나타내는 것들을 대

조적으로 적어 보자. 쓴뿌리의 열매와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말해 보자. 어떻게

해야 쓴뿌리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

G. 히브리서 12:14-15을 읽어보자. 쓴뿌리는 개인적인

죄로 그치는가? 어떤 이유로 우리는 쓴뿌리를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앞 절들(4-13)의 말씀은 쓴뿌리

에서 우리를 지키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H.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찔리는 점은 무엇인

가? 분노 때문에 당신이 괴롭힌 사람은 없는가? 이런

잘못을 고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2. 사울 왕의 이야기(삼상 13 - 31)

A. 하나님은 어떤 이유로 사울을 더 이상 이스라엘의 왕으

로 삼지 않으시려 했는가?

B. 몇몇 구절에 보면 사울 왕이 후회하는 모습이 나온다.

당신은 사울이 진심으로 후회했다고 생각하는가?

C. 왜 사울은 다윗에게 질투심을 느꼈는가?

D. 사울의 질투심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적어보자. 그

의 질투심의 쓴뿌리는 결국 그를 어떤 결과로 이끌었

는가?

E. 사울의 질투가 증오로 바뀐 것은 언제이며, 그에게 어

떤 일이 일어났는가? 사울은 어떤 식으로 점차 자제력

을 잃어 갔는가?

F. 설령 사울이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해서 하나님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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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사울을 포기하셨는가? 그럼에도 하나님의 자

비가 사울에게 어떻게 뻗치고 있는가?

G. 다윗을 통해서 용서에 대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무엇이 다윗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비를 사울 왕에게

베풀게 했다고 생각하는가?

삶 들여다보기

때때로 정말 불공평한 것이 삶이다. 상처나 실망 없이 살

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 상처나 실망이

찾아올 때 우리의 분노가 자칫하면 쓴뿌리로 변할 위험도 있

다. 또, 다른 사람에게선 쉽게 보이는 쓴뿌리가 우리 자신에게

선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실제로 쓴뿌리가 모습을 드러내

기까진 오랫동안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용서는 힘겨운 작업이다. 그러나 용서하지 않는 것도 마찬

가지다. 실제로는 용서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복수와

냉혹함, 쓴뿌리, 원한, 그리고 분노로 가득찬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삶에 큰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 마음에 품은

증오심은 점점 자라서 자신의 영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의 사귐까지 오염시키고 만다. 불용서는 우리의 삶을 가로막

는 막다른 골목이다. 마음에 쓴뿌리를 묶어 두는 것은 우리 자

신을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그냥 놔두면 주위 사람들에게까

지 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분노가 증오로 바뀌지 않도록 경계해야만 한다. 우

리가 누군가를 증오할 때 거꾸로 증오가 우리를 삼켜 버릴 수

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놀드도 이렇게 경고한 것

이다. ‘분노를 그 즉시 직면해서 더 자라기 전에 뿌리를 뽑아

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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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뿌리는 일종의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를 터뜨림으

로써 처음에는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파괴적인 영

향을 준다.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증오의 에너지는 곧 사그러

들지도 모르지만 증오 자체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증오

는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에게까지 무심코 드러나게 될 것이다. 증오는 영혼의 힘을 고

갈시키고, 결국에는 고통을 극복하는 능력까지 없애고 말 것

이다. 데이비드 옥스버거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불용서가

우리 마음에 자리를 잡으면, 그것은 마치 반 영구적인 석고 틀

처럼 우리를 둘러싸 버린다. 그 덕분에 더 이상의 고통으로부

터 보호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그 사람의 마음까

지 딱딱하고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쓴뿌리는 마비를 가

져오는 것이다.’

불용서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큰 이유가 또 하

나 있다. 해롤드 캐쉬너는 그의 책 <해바라기>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한 여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녀가 생계에 쪼들리

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남편은 다른 여자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저더러 그 사람을 용서

하라고 하시는 건가요?” 그 여자가 항변하자 캐쉬너는 대답

했다. “저는 그 사람이 한 행동이 받아들일 만하기 때문에 그

를 용서하란 말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당신의 마음 속에서 떠

나지 않으면서 당신을 분노와 쓴뿌리를 품은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를 용서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글거리는 분

노와 고통을 끌어안은 채 복수하려는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은

우리를 원수와 똑 같은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불용서의 아이러니는 우리 자신이 만든 쓴뿌리와 증오, 분

노 그리고 원한이 나중에는 우리를 삼켜 버린다는 사실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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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리가 용서하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

이 된다. 우리가 사울의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독을 품은 질투심과 불용서는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를 우리 자신과

타인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소외시킨다. 그것으로 인해 행

복한 삶을 구성하는 벽돌들이 하나 둘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가해자와 피

해자 둘 다 함께 어둠의 포로이며 어느 한 쪽이 문을 열 때까

지는 둘 다 이 어둠 속에 붙잡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아놀드는 말하고 있다.

삶에 적용하기

정작 자기 자신의 쓴뿌리는 보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당

신의 쓴뿌리를 찾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두 가지 증상이 있

다.

첫째는 쓴뿌리는 조그만 것까지 세세하게 기억한다는 것

이다. 쓴뿌리는 되씹고, 또 되씹고, 그러고도 또 되씹는다. 쓴

뿌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그렇게 했는지에만 골몰

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한 필요한 것만 골라 기억하는 것도 쓴

뿌리의 특징이다. 쓴뿌리는 다른 사람이 행동하고 말한 것만

을 기억한다. 잠깐, 여기서 당신의 기억은 어떤 식이었는지 생

각해 보자. 당신도 과거의 상처를 마음 속에서 되씹는가? 백

지에다가 세로로 한 줄을 긋자. 그리고 한 쪽엔 당신이 기억하

고 있는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말을 적어보자. 다른 쪽엔 당신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적어보자. 이제 줄대로 종이를 잘라서 다

른 사람이 당신에게 준 상처에 대해 적은 부분을 버리자. 나머

지 부분을 살펴보자. 좀더 잘 반응할 수 있는 길은 없었는가?

당신도 부분적으로는 책임이 있지는 않은가? 고백과 회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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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당신의 책임을 인정해 보자.

두 번째로, 쓴뿌리는 매우 사소한 문제에 있어서도 과민하

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들은 실수와 실패,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가하는 상처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

들이다. <쓴뿌리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이란 소책자에서 짐

윌슨은 에이미 카미샬이 한 말에 자신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

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에이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설

탕물로 가득 찬 잔은 아무리 흔들어댄다 해도 쓴 물은 단 한

방울도 흘러 넘치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의 흔들

림은 우리 속에 담긴 것만을 넘치게 할 뿐이며, 우리 안에 있

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무엇을 하며 어떤 사람인가의

결과라는 것이다.

증오와 쓴뿌리는 여간해서는 버리기 힘든 습관이다. 원한

과 분노의 생각들이 기억된 테이프도 지워 버리기가 쉽지 않

다. 하지만 용서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용서하기 위해 고투하

는 사람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된다. 당신 마음 속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더 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너를 용서할게.” 또

는 “나도 잘못이 있어.” 라든지 “내 분노를 쓴뿌리가 되도

록 방치한 것은 내 잘못이야.” 등등. 어떤 테이프를 재생시킬

것인지 또는 어떤 말을 들을 것인지는 당신에게 달린 문제다.

당신의 잔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당신이 집어 넣

은 것이 아닌가?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가서 당신이 흔들림 속에 있

을 때 어떤 물이 넘쳤는지, 그 친구의 생각을 들어보자. 당신

의 경우 분노와 증오가 생겼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대부분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들은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상처

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당신에겐 무엇이 그런 상처인지 생각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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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뿌리는 흘러 넘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이 살아오면서

이런 경우를 말해 볼 수 있는가? 어떤 식으로 당신의 쓴뿌리

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상처를 주었는가? 또한, 당신

자신에겐 어떻게 해가 되었는가? 용서하지 못함으로써 찾아

오는 감정적이거나 육체적인 어려움엔 어떤 것이 있겠는가?

당신의 삶을 좀 더 정직하게 바라보는 데 있어 당신의 친구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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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과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을 때는?

문제 살펴보기

인간사란 것이 수수께끼 같이 난해할 때가 많다. 뻔히 나

쁜 것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때

가 더러 있고, 어떤 경우는 용서할 마음이 있는데도 하지 못하

고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죄와 싸우는

인간의 이런 모습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제는 이것을 행하는 자가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내가 원

하는 바 선은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치 아니하는 바 악은 행

하는도다. 만일 내가 원치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가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롬 7:17-20)

인간 마음 속에서 용서를 발견하는 것은 은혜인 동시에 신

비이다. 아놀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명석하게 인

간의 감정을 분석한다 해도, 용서의 의지만큼은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어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식

의 감정은 변명이 될 수도 있다. ‘용서할 수 없다.’와 ‘용

서하지 않겠다.’는 별 차이가 없는 말이다. 용서는 우리 편에

서의 선택과 하나님 편에서의 은혜를 다 포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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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거나 할 의도가 없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도하는 것 말고 도

움되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용서의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번 과에서는 용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에

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용서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열매가 그렇게 분명하다면, 왜

그토록 용서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2. 용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던 경험이 있었는

가? 어땠는가?

3. 마더 테레사의 조언(8장 앞부분)이 용서가 도저히 불가능

한 것처럼 보일 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4. 누군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당신의 직접적인 반응

은 주로 어떤 식이었는가?

5. 당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용서를 받은 경험이 있는가? 느

낌이 어땠는가? 이런 경험이 당신이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6.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고통

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일까?

7. 아놀드의 이야기들 중에 어떤 것들이 하나님의 섭리의 중

요성을 우리에게 말해 주는가?

성경에서 배우기

용서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을 구하는 마음으로 아래의 구절

을 묵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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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셉의 이야기 (창 37-50)

A. 요셉이 아버지 야곱이나 다른 형제들과 어떤 관계였는

지 설명해 보자.

B. 왜 다른 형제들은 요셉을 죽이려 했는가?

C. 요셉의 어떤 점 때문에 보디발과 전옥이 그를 신임했다

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요셉은 자신의 형통에 어떤 식

으로 처신했는가?

D. 요셉이 노비와 죄수로 있는 동안 그는 어떤 성품을 보

여 주었는가? 쓴뿌리나 증오 같은 것들이 있었는가?

E. 요셉은 어느 정도까지 하나님을 신뢰했는가?

F. 요셉이 두 아들에게 준 이름은 요셉의 어떤 심정을 표

현해 주는가? (41:50-52)

G. 왜 요셉은 처음에 그의 형제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

았는가? 심한 말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은 요

셉이 형제들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단지 형들을 시험해 보려고 했다고 생각하는

가?

H. 요셉이 운 이유는 무엇일까? (창 42:24; 43:30;

45:2,14; 50:1,17) 이 사실에서 요셉의 어떤 점을 알

수 있을까?

I. 요셉은 마침내 형들을 용서한다. 요셉이 형들을 완전히

용서했다는 것을 무엇을 통해 알 수 있는가?

J. 왜 요셉은 형들을 용서했을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

자.

K. 당신은 요셉의 형들이 변화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어

째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L. 요셉의 이야기에서 당신은 용서와 화해에 대해서 무

엇을 배울 수 있었는가? 용서와 화해는 같은 것인가?

어떤 면에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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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마음이 그 자체로 능력이 될 수 있을까?

M. 요셉은 자신이 당한 불법에 대해서 믿음으로 하나님

의 지혜에 순종하는 쪽을 택했다. 당신도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하나님의 지혜를 신뢰해야 했던 적이 있었

는가?

2. 간추리기

요셉의 이야기가 용서하기 위한 싸움을 하는 데 있어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가?

삶 들여다 보기

많은 경우에 있어서 우리가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용서

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변명하는 데에만 관심

을 가진다. 용서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고 생각하고, 우리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보다 힘있는 위치

에 놓이게 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만약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

람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

까? 용서하지 않는 것은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교

묘히 회피하려는 것일 뿐이다. 용서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 자

신의 삶에 대해 다른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우리 자신에게 부당한 것을 요구함으로써 우리

의 용서할 능력을 빼앗아 버릴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당연히 느껴야 할 아픔을 부인하기 때문에 용서의 발걸음을

아예 떼지도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용서한다는 것은, 정직

하게 자신의 고통에 얼굴을 맞대고 벌어진 일에 직면하는 것

을 말한다. 가끔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우리가 깊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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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준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그 사람이 당신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만도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

을 것이다.

너무 급하게 용서하려 하기 때문에 용서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슬픔과 마찬가지로 용서에도 하나의 과정이 있다. 누군

가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당신은 뭔가를 빼앗긴 것이다. 관계

에 흠이 생기고, 가끔은 깨지기까지도 하는 것이다. 감정을 추

스리고 관계를 되돌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용서를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방해꾼은 화를 내는 것은

언제나 나쁘다는 잘못된 관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분노는

자칫하면 증오나 쓴뿌리로 변하기 쉽다. 하지만 건강하고 정

당한 분노도 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덕이란 것은 정당

한 이유로, 정확한 대상에게, 필요한 시간만큼만 화를 내는 데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바울도 경고한다. ‘분을 내어도 죄

를 짓지 말며’(엡 4:26). 분노의 문제점은 분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분노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는 것이다.

분노의 감정을 부인하는 것은 용서로 가는 필수적인 발걸음

을 거부하는 것이다. 용서의 적은 증오이지 분노가 아니다. 분

노는 사람이 한 일에 대한 감정이다. 반면 증오는 일을 저지른

사람을 겨냥한 것이다. 증오는 아무개가 잘못되기만을 바라는

반면, 분노는 일을 바로잡으라고 우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분

노는 불법에 대항하고 잘못된 것을 곧게 세운다.

아마도 용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가해자를 어떻

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짐승만도 못한 사람을 용서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수도 하나님이 사랑하시

는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볼 때, 그들을 용서하기가 훨씬 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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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이다. <화해>란 책에서 로버트 슈라이터는 우리가 원수

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적고 있다.

- 악인과 악행을 동일시함으로써 악마화하기

- 악인을 경멸과 이용의 대상으로 전락시킴으로써 노예화하기

- 악인을 하나의 숫자나 물건 정도로 비인격화시킴으로써

물건화시키기

- 악인에게 꼬리표를 달고 낙인찍음으로써 인간성을 박탈

시키기

- 악인을 같은 인간으로 동일시 함으로써 용납하기

당신에게 악을 행한 사람이 동일한 인간이란 사실에 대해

눈을 감아 버리는 한 당신은 언제까지나 용서하지 못할 것이

다. 아무리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사람이라도 그리스도의 화해

하는 사랑에서 제외될 정도로 하찮은 사람은 없다. 당신과 당

신의 원수가 하나라는 것을 보지 못하는 한 당신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수가 행한 악행을 가지고 그의 사람

됨을 재는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존 패턴은 용서의 문제를 잘 지적하고 있다. ‘용서는 뭔

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

또한 용서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용서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상처를

준 사람들과 다른 점보단 같은 면이 많은 것이다. 용서는 관대

함이나 우월함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라, 그 사람과의 유사

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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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적용하기

당신이 개인적으로 용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그러면서 당신이 용서하지 못하는

어떤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런 다음 적은 이유들을 정직한 마

음으로 살펴보자. 당신이 적은 이유들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가?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당신의 이유들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해 보자.

당신이 용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한 명 생각하

자. 어떻게 하면 더 철저히 그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

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당신과 그 사람이 같이 공유하

는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의 차이와 비교할 때 어

떻다고 생각되는가? 그리고 그 사람도 동일한 인간으로 받아

들이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해 보자.

마지막으로, 상처를 입을 때 당신이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

지 기억을 되살려 보자. 화내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져본 적

이 있는가? 왜 그랬다고 생각되는가? 무엇을 두려워하기 때

문인가? 분노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교육받아 왔는가? 어떤

경우에 있어서 분노가 바람직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분노

를 다스리지 못함으로써 어떤 파괴적인 결과가 오는지도 생각

해 보자. 당신은 정당한 이유로 화를 낼 수 있겠는가? 억누른

분노는 결코 용서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당신의 분노를 하나님께 가져가서 드러낼 수도 있다는 것

을 항상 명심하자. 당신이 분노를 놓아 버리기를 원하기만 한

다면 하나님은 당신을 위로해 주실 것이다. 목사나 신뢰할 만

한 친구에게 고백하는 심정으로 당신의 분노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당신의 분노를 글로 적어서 직접 상

대를 만나기 전에 편지를 띄우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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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넘어서는 열쇠는 분노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일

단은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당사자에게 겸손하게 표현하는 것

이다. 그런 다음에 분노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때로 분노의 대

상이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일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바르

게 분노를 표현하기 전에 마음을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때가 왔을 때는 당신의 분노가 그

사람의 인격을 대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에게 상처를 준 것은 그 사람됨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일이다. 당신이 화를 내는 유일한 목적은 그들로 하여금 당

신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 똑같이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목적은 분노를 드러내 사라지게 하는 것이지

거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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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문제 살펴보기

루이스 스메즈는 이렇게 말했다. ‘용서의 행위 그 자체

는 놀라우리 만큼 간단하다. 하지만 용서는 언제나 복합적인

감정의 폭풍우를 통과한 뒤에야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모

든 인간간의 사귐에 있어서 이보다 난해한 기술은 없을 것이

다.’ 틀림없는 말이다. 용서를 하는 데 있어서 우리 쪽에서의

의지적인 선택이 포함된다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것만 가지

고는 어림도 없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용서가 일어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편에서의 힘겨운 노력이 없다면 용서는 결

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힘겨운 일을 시작할 것인가? 한가지

는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용서를 잘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용서한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용서하는 데는 바른 길, 틀린 길이 따로 없다. 또 단

계적인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용서하는 마음을 만들어 내

기 위한 일련의 연습 과정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용서한

다는 것은 발견하는 것이며 종국에는 하나의 기적인 것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용서는 가슴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용서하고 싶다는 바람은 용서라는 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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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는 증기와 같은 것이다…. 용서는 거리낌없이 저절로 하

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못하게 되는 것이지 대충이란 것은 없

다.”라고 스메즈는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인

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용서의 행위에 있어서 우리가 책임져

야 할 주요한 요소들이 있는 것이다. 이번 과에서는 그러한 것

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누군가에게 용서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은 불가능하

다.”라고 아놀드는 말한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2. 당신이 용서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준 것들은 어떤 것들이

었는가?

3. 용서를 배우는 데 있어 기도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

는가?

4. 당신이 누군가를 용서하려고 생각할 때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었다면 어떤 이유들 때문이었는가?

5. 아놀드의 책에 들어있는 사연들을 떠올려 보자. 사람들이

용서의 첫걸음을 떼기 위해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6. 마태복음 18 장의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아놀드가 쓴 것을

다시 읽어보자( p.100 ). 당신이 이 말씀대로 살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되는가?

성경에서 배우기

성경에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이 여기저기에 적혀

있다. 예수님은 이 가르침의 모범을 친히 보여 주셨다. 원수

사랑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용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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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실천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며 서로간의 사랑 가운데서

자라는 것이다.

1.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기(마 5:38-48)

A.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원수관계를 해결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어떻게 넘어서라고 말씀하고 계신가?

B. 예수님은 우리에게 절대로 악에 대항하지 말라고 가르

치고 계신가? 아니면 그것 말고 다른 말씀을 하고 계

신가?

C. 예수님의 가르침의 빛 속에서 볼 때 복수하지 않는 것

에 관해서 우리가 어디까지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되는

가? (참조. 행7:54-60; 히11:30-39)

D. 왜 우리가 원수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가? 구체적으로 말해보자.(참조. 눅 6:27-36; 롬

12:17-21)

E. 예수님은 원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셨는지 실례를 들

어 보자.(예. 눅 23:34)

F. 베드로는 예수님의 모범을 어떻게 적용하라고 가르치

고 있는가?(벧전 2:18-23; 3:9-17)

- 악과 불법 앞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하는

반응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예수님의 제자라면 고난을 당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G. 왜 예수님이 보여주신 고난받는 사랑의 도에 소망이 있

는 것일까? (마 11:5-31; 골 2:13-15)

2. 서로를 위하여

A. 성경 용어 색인을 가져다가 신약성서에서 ‘서로’란

단어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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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 ‘서로’ 지켜야 할 명령을 나열해 보자.

C.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

러한 명령이 어떤 의미를 가지겠는가? 이런 명령이 없

다면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

는가?

D. 마태복음 18장에서의 예수님의 가르침이 ‘서로’ 행

해야 할 명령이 없다면 효과적으로 실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라면 이유를 말해보자.

E. 적어놓은 명령 중에 당신의 마음에 가장 와닿는 것은

무엇인가? 이유는?

F. 특별히 히브리서 3:12-13절을 묵상해 보자. 이 말씀

이 어떻게 해서 불용서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책이 될

수 있는가?

3. 간추리기

위의 구절들과 연관해서 다음 질문에 대답해 보자. ‘어떻

게 용서를 시작할 것인가?’

삶 들여다 보기

어떻게 용서를 시작할 것인가? 첫발을 내딛는 사람으로

서 당신은 용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는 것을 믿어

야만 한다. 이런 신앙이 없다면 용서하려는 시도는 절망과 미

완성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특별히 상처가 깊을 때 용서는 작

게 내딛는 발걸음들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

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도이다. 아놀드는 말한다. ‘우리

가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용서 또한 발견할 수 없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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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식으로 용서가 일어나든 간에 용서로 가는 길에는 가

지각색의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용서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당신의 상처를 껴안기.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우리는

모두 살과 피로 이루어져 있다.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

은 결코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다. 거칠게 반응하는 것

은 단지 상처를 숨기는 것밖엔 안 된다. 용서하기 전에

당신은 먼저 상처를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의 필요를 인정하기.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

을 겁니다.”라고 어떤 사람이 요한 위슬레에게 말했

다고 한다. 그러자 위슬레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

다면 당신도 절대 죄를 짓지 않길 바라오.” 우리 모

두는 십자가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

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우면서 당신 자신의 허물은 얼

버무려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당신은 당신에게 허물이 있는 사람과 별 다를 것이 없

는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원수 두 사람 다 자비가 필

요하다.

앙갚음을 포기하기. 앙갚음 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

지 않는 한 당신은 결코 용서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용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

만 앙갚음의 세상 법을 뛰어 넘는다면 당신 자신과 다

른 사람까지도 지난 일의 상처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이다. 용서를 통해 사귐을 새로이 시작하게 되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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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서 놓이기. 용서한다는 것은 마땅히 분노해도

되는 당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화를

내는 것과 분노에 머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용서는 당

신의 적개심과 원한과 상처를 되새김질하는 것을 포

기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런 것들은 다른 이들을 벌하

는 무기로서나 또는 당신에게 상처입힌 사람이 가까

이 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 수단으로써 어느 쪽에도 소

용이 없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기. 우리가 가해자를 바라볼 때, 그

를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악인 정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입은 상처는 그 가해자의 사람됨까지 정

의할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당신의 과거가 당신이

누구인가를 결정해 주지 않듯이 당신의 원수도 마찬가

지다. 만약 당신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

람도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용서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 속에서 진주를 보는 것이다. 그 진주가

놓여있는 더러운 진흙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은혜를 실천하기. 용서는 원수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이 당신 속에서 생길 때 시작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

에게 해를 입힌 사람에게 선의를 품을 수 있을 뿐만 아

니라 몸소 실천할 수도 있다. 당신은 화해의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은 기도하면서 동시에

그저 사랑의 행위를 하게 될 것이다.

과거를 회복하기. 당신이 용서를 한다는 것은 당신

의 과거를 미래를 위한 선한 것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는 것이다. 당신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지혜에 감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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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 지난 일들을 더 큰 선으로 바꿔 주시기를 기도할 수

있다.

당신이 정말로 용서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

말로 용서했다면 어느 시점에선가 평안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

다. 또한, 다시금 신뢰를 감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될 것

이다. 그리고 과거를 떠올리더라도 고통이 당신을 힘들게 하

지는 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당신은 다시 한번 소망을

품게 되는 것이다.

삶에 적용하기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용서의 본이 될 만한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들의 어떤 점이 당신으로 하여금 특별히 용서

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가? 어떤 식으로 하면 당신이

좀더 그 사람을 닮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신약 성서의 ‘서로’ 해야 하는 명령들을 다시 살펴보

자. 그 중에 당신이 적대감을 품은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실

행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배우자나 가족, 그리

스도 안의 형제 자매 등 당신의 이웃에게는 어떤 것을 실천할

수 있는가?

위에서 살펴본 용서의 7가지 항목을 다시 살펴보고 당신

이 용서하기 힘들어 하는 누군가에게 연관시켜 보자. 각 항을

이용해 다음 문장을 완성해 보자.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진심으로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

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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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 과

만약 그들이 후회하지 않는다면?

문제 살펴보기

피해를 입힌 사람이 미안해 하지 않는데도 그를 용서해야

하는가? 이건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닐까? 후회하지 않는 사람

을 용서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이 일종의 ‘값싼 은혜’가 아닐까?

후회하지 않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많은 복잡한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악행을 저지른 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용서가 가능할까? 용서를 해줌으로

써 악행과 고통을 주는 행위를 방임하는 결과가 된다면 용서

가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용서한다는 것이 우리 자신을 이

런 위험에 내맡기는 것이란 말인가? 학대받는 아내가 다른

쪽 뺨도 돌려대야 한다는 말인가?

참회가 용서의 한 부분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허물이 있는 사람에게 사과와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결국 이것은 용서를

조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조건이 붙는다면 그것을 용

서라고 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무

조건적인 용서는 어리석은 것 같고, 조건적인 용서는 참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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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용서하고 싶어하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변화되길

거부하는 한 사람을 마음에 두면서 이번 과를 공부해 나가도

록 하자.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당신은 보통 내적인 갈등이나 다른 사람과의 갈등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가? 당신이 갈등을 대하는 방법에 만족

하는가?

2.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지는가? 왜 그

렇다고 생각되는가?

3. 당신이 누군가와 화해했던 때를 떠올려 보자. 무슨 일이 있

었는가? 무엇이 화해를 하는데 도움을 주었는가?

4. 아놀드의 책 6장과 9장을 읽어보자. 멀어졌던 사람들이 화

해에 이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

5. 화해가 항상 가능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6. 용서와 화해의 차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7. 관계를 회복하는데 있어서 먼저 회개하는 것이 얼만큼 중

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성경에서 배우기

1. 교회에 가져가기 (마 18:15-20)

용서에 있어 교회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

하게도 교회의 징계 문제는 비난과 오해를 많이 받는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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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되어 버렸다. 오늘날의 교회는 그것을 무시해 버리거나

악용하기까지 한다. 마태복음 18장을 읽고 용서에 있어서

이 부분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A. 형제에게 찾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가? (참조. 마 5:21;

엡 4:2-3,25-27)

B. 예수님은 죄를 지은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고 계신다. 왜 이렇게 단계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일까? 예수님은 여기서 어떤 종류의

죄를 염두에 두고 계신다고 생각되는가?

C. 어떤 목적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우리는 범죄한 형제

나 자매를 상대해야 하는가? (참조. 요일 5:16; 갈

6:1-5)

D.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한두 증인이 어떤 도움

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가?

E.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이런 문제를 교회에 가져가야 하

는가?

F. 예수님께서 회개하지 않는 사람을 이방인과 세리와 같

이 여기라고 말씀하신 의미는 무엇일까? 예수님은 이

방인과 세리를 어떻게 대하셨는가?

G. 고전 5:1-12과 고후 2:5-11을 읽어보자. 교회의 징

계의 목적과 의미를 이해하는 데 이 구절들이 어떤 도

움을 주는가?

H. 용서를 받은 형제가 또 다시 죄를 짓는다면 어떻게 해

야 하는가? (마 18:21-35)

2. 배반의 이야기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가장

믿었던 사람들이다. 배반당하거나 버림당하는 것, 그리고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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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를 저버리는 것 등은 가장 용서하기 힘든 상처일 것이다. 친

구나 동료가 우리에게서 돌아설 때가 다른 어떤 때보다 견디

기 힘든 것이다. 다음 성경 구절들을 살펴보자.

A. 마 26:31-56을 읽고 묵상해 보자.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에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을 버렸다. 어떤 점에서 그

렇게 볼 수 있는가?

B. 겟세마네에서의 제자들의 실패에 대해서 예수님은 어

떻게 반응하셨는가?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거리낌없

이 단숨에 용서하셨는가?

C. 예수님은 유다를 어떻게 대하셨는가? 예수님은 유다의

음모를 이미 알고 계셨다. 요한복음 13:1-30은 유다

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D. 제자들의 불충 그리고 특별히 베드로의 부인에도 불구

하고 예수님은 무엇을 행하셨는가? (요 21:15-23)

E.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로 저버림과 배반을 경험했다. 딤

후 4:9-18을 읽어보자. 자신을 저버린 사람들에 대한

바울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왜 그는

앙갚음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F. 왜 바울은 자신을 저버린 사람들에 대해 언급했다고 생

각하는가?

G. 4:12절에서 바울이 마가를 언급한 것을 주목하라. 이

마가는 초기 전도 여행에서 바울을 버렸던 바로 그 마

가이다(행 13:13; 15:36-40). 이 구절을 통해 특별

히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는 바울에게서 어떤 점이 엿

보이는가? (딤후 4:6; 골 4:10)

3. 간추리기

위의 성경 구절들을 통해서 용서할 용기를 갖는 데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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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었는가?

삶 들여다보기

아놀드는 ‘용서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용서가

만능은 아니다. 아놀드는 계속해서 말한다. ‘용서가 우리 속

에서 방해받지 않고 일어나도록 우리가 허용할 때만 용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당신이 누군가를 용서했다고 해

서 그 사람이 변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용서하는 것과 회복

의 문제는 별개이다. 화해는 언제나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용서하는 데는 어떠한 조건도 전제되지 말아야 한다. 용서

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용서하는 사람이 고통에

서 벗어나 파괴된 관계를 회복하고자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된다. 용서는 상대편의 사과를 기다리지 않는다.

반면, 화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진실한 후회와 가책, 그리고 회개의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후

회가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때 회심이 된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정으

로 사죄하는 길은 이제부터는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 뿐이다.

깨진 관계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것

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용서해야 하고 가해자

는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사과해야 한다.

사과하는 데는 변명이 필요없다. 사과는 자신을 정당화하

는 것이 아니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받아

들이며 변화된 모습으로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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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화해한다는 것은 양보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화해에

는 또한 먼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서한다는 것

은 상대가 먼저 숙이고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가 먼저 사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자발성이 없다면 당신은

늘 용서 주변을 겉돌면서도 결코 용서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

할 것이다.

가해자들에게 찾아갈 때 우리는 그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나약하고, 모자라

며, 불완전한 인간이란 사실 말이다. 그들은 죄를 짓기 전이나

후나 별다른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

로 격려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화해는 원한다고 해서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용서

는 그렇지 않다! 스메즈는 말한다. ‘용서의 절정에 이르기 위

해서는 양쪽 다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절정에 이르는 것과 상관

없이 우리는 용서의 실재를 경험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경험

하는데 있어서 꼭 100% 채워져야 할 필요는 없다. 막 피어나

는 꽃도 만개한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다. 용서를 통해 용

서하는 사람만이 치유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 가치에는 변함

이 없다.’

삶에 적용하기

진실되게 사과하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와 화해를 해야 할 경우에, 당신이 사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자. 어떤 마음가짐으로 당신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다가가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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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편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당신에게도 전혀 잘못이 없

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잘못한 점을 생각해 보자. 이렇게

함으로써 상대의 잘못을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

만 우리 자신의 허물을 바라봄으로써 상대도 자기의 허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끔은 화해를 하는 데 있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당사자들 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한두 명 도움을

청할 사람을 생각해 보자. 사람을 선택할 때는 당신 상대편의

생각도 고려해 주어야 한다. 도움을 청한 사람들에게 결코 자

신의 입장에 대해 변호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당신

들의 화해를 도우러 온 것이지 누구 편을 들러 온 것이 아니

다. 그들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옳고 그름을 말해 주는 것이

고, 부서진 것을 회복하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화해의 과정에 있어서 대부분의 것들은 당신이 상대편에

게 뭔가를 말하기 이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

에서 기도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당신이 매우 사랑하는 사

람을 떠올려서 축복해 주는 기도를 적어보자. 그리고 나서 당

신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보자. 자, 이제는 당신이 용서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하나님께 이 사람을 위해서

도 앞의 두 사람에게 한 것처럼 기도하게 해 달라고 간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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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과

용서는 항상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정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문제 살펴보기

개인적인 차원에서 용서하는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용

서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가능할까? 사회 정의는 생각할 필

요가 없는 것인가? 사회 생활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며, 인류를

위협하는 범죄들은 어떻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용서는 정

치적으로도 적용되는 것인가? 너무 사악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조직적인 범죄도 있지 않을까?

씬시아 오지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복수는 잔인하

게 만들고, 용서는 선하게 만든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녀가 보기에는 잔인하게 만드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용서

이다. 어떻게 감히 인류를 해치는 극악한 죄악을 눈감아 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이런 죄악을 용서한다면 우리는 “인

간의 고통과 죽음 앞에 침을 뱉는 것이다. 왜냐하면, 용서는

희생자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게 만들면서 살인자에 대해서만

감수성을 부추기기 때문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복수에 실제적인 치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말하는

‘복수’는 악에 대해서 사회적인 정의를 이루는 것을 의미

한다. 그것은 악을 반복하는 것도, 악을 모방하는 것도,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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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악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악은 결코 용납되지 않

는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이런 복수가 사실상 ‘악

의 본질에 대해 세상이 눈뜨게 하는 정의’라고 이들은 주장

한다.

무미아 아부 재멀의 입장도 오지크와 비슷하다. 그에게 아

놀드의 글은 ‘힘있는 자의 영적인 도락’처럼 보인다. 그가

걱정하는 점은 용서의 복음이 압제자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억압받는 자가 억압을 그치지 않는 압제자를 용서

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용서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조직적인 압제나 폭력 그리고 불법에 대해 용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용서한다는 것이 억압받는 자에

게 악을 참고 받아들이라고 유혹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용서가 정말 죄악의 악순환을 끊어 버리고, 정의의 법칙을 넘

어설 수 있는 힘을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일까?

되짚어 보는 질문들

1. 아놀드의 책이 당신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가?

2. 용서와 관련해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은 무엇

인가?

3. ‘용서는 능력이다’라는 아놀드의 말은 무슨 의미일

까? 그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사연을 들고 있

는가?

4. 용서를 통해 오늘날의 사회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특히 4장을 보라)

5. 만일 용서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 규범이라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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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자.

6. 무미아 아부 재멀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아놀드의 글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생각되는가?

7. 당신이 볼 때 ‘압제 받는 자들에게 압제자를 용서하

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다고 생각되는가?

만약 옳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성경에서 배우기

예수님의 죽음은 용서와 화해를 가져 오셨다. 십자가는 갈

라진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과 이방

인은 심한 적대감을 가지고 갈라져 있었다. 다음의 성경구절

이 하나님의 화해시키는 사랑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1. 베드로와 고넬료(행 10:11-18)

A. 고넬료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가 사람들에게 받은

평판은 어떠했는가?

B. 베드로가 세 번이나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한 것은 어

떤 이유에서 였는가? 왜 베드로는 다른 형제들과 동

행했는가?

C. 왜 유대인은 이방인과 교제하는 것이 금지되었는가?

D. 하나님은 어떤 이유에서 베드로가 고넬료와 그의 일가

에게 예수에 대해 전하길 원하셨을까? 베드로가 전한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결과가 일어났는가?

E. 고넬료의 집에서 일어난 일을 예루살렘에 있는 그리스

도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그들을 기분 나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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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F. 베드로는 어떤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는가? 유

대인과 이방인을 궁극적으로 하나되게 하는 것은 무엇

인가?

2. 그리스도의 십자가(엡 2:11-22; 갈 3:28; 골3:11)

A. 그리스도 안에선 모든 사회적 분열이 사라진다. 이것

에 대해 바울이 말한 것 말고 다른 구절을 찾을 수 있

는가?

B.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갈라놓은 적대감의 벽이 무

너졌다고 주장한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가? 어떻게 하면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가? 누가 이 하나됨을 가져 왔는가?

C. 예수님은 실제적으로 어떤 종류의 평화를 가져 오셨는

가?

D. ‘하나님의 권속’이란 은유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3. 판단을 넘어서기(롬 14:1-15:9)

A. 서로 판단하는 것 대신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

가?

B. 성령 안에서의 의와 평강과 희락이 실현되기 위해 우리

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C. 그리스도가 우리를 용납했듯이 우리가 서로를 용납하

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왜 하나됨이 최상의 것

일까?

4. 간추리기

위의 성경구절을 통해 용서의 도가 어떻게 ‘정치적’으

로도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용서는 사회적으

로 어떤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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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들여다보기

용서가 옳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는 근거로 용서의 가

능성을 배제시켜 버린다면, 그것은 용서의 본질을 놓치는 결

과가 될 것이다. 용서는 정확히 말하면 자격없는 사람에게 주

어지는 것이다. 용서는 의지적으로 복수의 법칙에 대항하는

것이다. 용서는 앙갚음하려는 원한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

며, 미래는 과거의 반복일 필요가 없다는 소망을 가지게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 주듯이, 용서 외의 다른 대안들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공평의 법칙은 그것

이 정당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독이 든 열매만을 맺을 뿐이

다. 예를 들어, 금세기 초만 하더라도 전쟁의 희생자의 95%는

군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정의란 이름하에서 치러진 전쟁의

피해자 중 95%가 민간인이다.

사회적인 보복(말하자면 ‘정의’)의 문제점은 바로, 이

것을 통해서는 원래 의도하던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 조건>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범죄에 대항하는 반작용으로서의 보복은 그 과정에 있어서

악행의 결과를 종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폭력

의 악순환의 고리에 얽어 매는 결과를 낳고 만다. 보복은 가해

자와 피해자 모두를 결코 중단되지 않는 무자비한 행위의 과

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정의의 아이러니는 당신이 당한 상

처가 가해자가 정의를 통해 받은 상처보다 언제나 더 아프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국가적인 영역에서도 용서의 자리가 정말 있을까? 아놀드

의 사연 중 어떤 것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용서 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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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 책에서 마이클 헨더슨은 ‘정의’의 신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몇몇 나라에

서 원수처럼 싸우던 집단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있다고 말한

다. 캄보디아, 남아프리카, 일본, 러시아에서도 이런 일이 일

어나고 있다. 사실상 가장 심한 잔학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곳

에서 용서를 외치는 사람들 중에는 그 잔학행위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적지않다.

얀시는 이렇게 말한다. “자비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을 역사는 보여 준다. 무자비의 법칙에 도전하면서 엄청난 희

생을 치러야 했던 링컨, 간디, 루터 킹, 그리고 사다트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들은 국가적인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사담이 아니라 사다트가 이라크를 이끌었다면 세계 역사는 얼

마나 변했을까? 또 유고의 폐허 속에서 링컨이 있었다면?”

사과, 용서, 회개와 같은 개념들은 개인적인 영역이나 종

교적인 영역에서만 다루어질 필요는 없다. 콧대 센 정치가나

외교가조차도 이런 개념의 중요성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했

다. 개인적인 용서와 집단적인 용서의 갈라진 틈이 가끔은 너

무 깊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십자가가 있기 때문에 우리

에겐 소망이 있다. 예수 안에서 멀리 갈라졌던 것들이 가까워

진 것이다.

삶에 적용하기

최근에 분열되고 적대적이었던 그룹이 화해한 사건이 있

는지 찾아보자. 이런 화해가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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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건 사회적, 인종적, 그리고 경제적인 계층에 속

해 있다. 당신은 계층의 벽 뒤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

되게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당신과 다른 사람을 갈라놓는 이

벽을 무너뜨릴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많은 정치적인 논쟁들은 ‘정의’의 요구나 ‘부정의’에

대한 불평과 관련되어 있다. 사람들을 서로 적대적인 그룹으

로 갈라놓는, 특히 당신도 영향을 받는 어떤 논쟁점이 있으면

나누어 보자. 이들을 화해의 분위기로 몰아가는 데 당신이 어

떤 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